백의 지평선
[COC-키퍼리스 플레이로그] Program : I 본문
시나리오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8878509
* 이래저래 PC에게 맞춰서 다소 개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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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인지하며, 변화한다.
:최근, 당신은 자신의 상태가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주 영국인 다 됐네요. 병원조차 고향땅이 아니라 영국으로 오다니.
:왜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이름이 불리지 않습니다.
셸리아 , 순간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감각에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엇나가던 정신을 붙잡아옵니다.
셸리아:......혼자 오지 말걸 그랬어.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지만 말이죠.
셸리아 , 자리에서 일어나야한다는게 왠지 싫게 느껴져서, 한숨을 한 번 쉰 뒤에야 후드를 꾹 눌러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접수처로 향합니다.
:접수처로 향하면, 직원이 차분하게 안내를 시작합니다.
직원: 처방전을 내리기 전에 약제부 직원이 다시 문진과 혈액 검사를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셸리아 , 살짝 눈을 굴리며 고민합니다. ...혹시 모르니까 제대로 받아보는게 낫겠지, 라는 생각이 느리게 떠오릅니다.
셸리아:어디로 가면 돼? ......나요?
직원: 여기, 아까 진찰 받으신 쪽에서 더 가시면-...
:그렇게 서두를 뗀 직원은 차근차근 길 안내까지 더해서, 어느 진찰실로 향해야 할지를 알려줍니다.
셸리아 , 괜히 한다고 했나 잠깐 생각하지만, 그래도 직원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진찰실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진찰실에 도착하면, 방은 비어있습니다.
셸리아 , 처음보는 회사명에 처음보는 이름. 그런데, 왠지 어색하지 않은 기운에 경계심을 세웁니다.
미토 카스티르:귀하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토 카스티르 ,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악수를 청합니다.
셸리아 , 내밀어진 손과 그의 얼굴을 몇 번 번갈아보다가,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수를 받아줍니다. 뭐지, 이 분위기.
미토 카스티르:갑작스런 추가검진이라 긴장하신 듯 한데, 편하게 있으셔도 괜찮습니다.
셸리아:...네.
미토 카스티르:우선은, 간단하게 혈액 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잠시 멈추자 타이밍 좋게 간호사 한 명이 진찰실로 들어옵니다.
셸리아 , 조금은 뚱한 표정으로, 눈만 굴리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살짝 정신이 메롱한 것 같기도 하고.
미토 카스티르:검사 결과는 문진 중에 나올테니, 알게되는 대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셸리아 , 고개는 끄덕이고 있다지만, 벌써부터 적당히 숨길 생각부터 하고 있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집중을 위해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만 내겠습니다.
미토 카스티르 , 안심시키려는 목적인지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며, 백지 한 장과 볼펜 한 자루를 내밉니다.
셸리아:직접 적어도 돼. ....요.
셸리아 , 어쩐지 조금 어색하게 펜을 쥐고, 가볍게 손을 움직여봅니다. 음- 괜찮겠지. 딱히 엄청 피곤한 상태도 아니고.
미토 카스티르:중간에 문진을 멈추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셸리아 , 말로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만 합니다.
미토 카스티르:준비가 되셨으면, 시작해봅시다.
셸리아:질문이 하나 있는데, ...요.
미토 카스티르: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셸리아:어느정도까지 자세하게 적어야 해? -요?
미토 카스티르:드러나지 않길 원하시는 부분이라면 숨기셔도 괜찮습니다.
셸리아:그럼 뭐.
미토 카스티르 , 당신과 마주보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패드와 펜을 집어듭니다.
미토 카스티르:그럼 첫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셸리아 , 손가락을 어색하게 꾸물거리며 글을 써내려가는 한 편, 그것과 같은 내용을 말로도 대답합니다.
셸리아:요즘들어 피로도 심하고 몸 가누기도 어려워서.
셸리아 , 살짝 인상을 씁니다. 근래에 사회 나와서 예의 차릴 일이 좀 적었어야지... 반말이 자꾸 튀어나오네.
셸리아:하는 일이 좀 거친 일이다보니까, 정신 문제가 부상으로 직결되기도 해서-
미토 카스티르 , 당신의 대답을 착실히 패드에 적어내려가는 한 편, 당신이 적고 있는 내용도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미토 카스티르:네, 감사합니다.
셸리아 , 말로 한 대답보다는 조금 늦게 글 작성을 마치고, 펜을 쥔 손을 옆으로 살짝 치웁니다.
미토 카스티르 , 그것을 가만 지켜보다가 위에 종이를 한 장 더 올려줍니다.
미토 카스티르:다음 질문에 대한 답은 거기에 적어주시면 됩니다.
셸리아:그러지 뭐.
미토 카스티르: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셸리아 , 펜을 몇 번 까딱거리며 잠시 고민합니다.
셸리아:딱히 없는 것 같은데.
셸리아 , 회복력이 좋다기보다는 상처가 억지로 없어지는 쪽이지만, 이라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습니다.
셸리아:말고는... 청력이 좀 안 좋은거?
미토 카스티르 , 다소 걱정섞인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토 카스티르:금방 나으신다고 해도, 다치지 않는다면 좋겠네요.
셸리아:그게 맘대로 되는게 아니라서.
미토 카스티르:이건 문진과는 관계 없는 질문입니다만,
셸리아:아무래도?
미토 카스티르:좋은 습관은 아니군요.
셸리아:아아니,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고.
셸리아 , 펜을 몇 번 더 까딱거리다가, 그대로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합니다.
미토 카스티르:-네, 답변 감사합니다.
미토 카스티르 , 종이 한 장을 위에 또 쌓아주고선 말을 이어합니다.
미토 카스티르:피로도 등의 상태나 정신건강 등에서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셸리아:음-
셸리아 , 어디까지 말하지? 잠시 고민에 잠깁니다.
셸리아:......피로야 뭐, 달고 사는거니까 그렇다 치고.
미토 카스티르:예상가는 것도 달리 없으십니까?
셸리아:예상-이라고 하면 좀 생각은 했는데, 아닌 것 같아서.
미토 카스티르:그런 것도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셸리아:......
셸리아 , 아이씨, 하는 소리를 내며 펜 뒷부분으로 머리를 꾹꾹 누릅니다.
셸리아:...혼자 있으면 불안해.
미토 카스티르:-걱정되는 것이 있다, 그런 느낌입니까?
셸리아:......그...렇지. 응.
셸리아 , 왠지 기분이 영 이상해져서, 후드를 더 꾹 눌러 씁니다.
셸리아:몰라, 아무튼 그것때문에 일상생활이 안돼.
미토 카스티르:괜찮습니다. 이정도로도 충분히 노력하셨다는게 느껴지니까요.
셸리아 , 그 말에 불만스럽다는 듯 입을 우물거리지만, 불만을 딱히 입 밖으로 내지는 않습니다.
셸리아:빨리 다음 질문이나 해.
미토 카스티르:네, 그럼.
미토 카스티르 , 종이를 또 또 한 장 더 얹어줍니다.
미토 카스티르:다음 질문 드리겠습니다.
셸리아 , 아. 하는 소리를 잠시 냅니다.
셸리아:잠깐, 잠깐만.
셸리아 , 거의 곧장 표정을 구기며 머리를 굴립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일반적인 상황이지? 어디까지 말해도 괜찮은거지?
셸리아 , 신화적인 사건들에 절여질대로 절여진 탓에, '보통'의 기준이 어디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셸리아:...그러니까아...
셸리아 , 먼저 펜을 끄적거리기 시작합니다. 좀 적으면서 정신머리를 챙길 생각입니다.
셸리아:일이 많이 바쁘다보니까, 그쪽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지.
미토 카스티르:일이라면,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겁니까?
셸리아:....그냥 일.
셸리아 , 반사적으로 작게 으르릉, 하는 소리를 냅니다.
미토 카스티르 , 여전한 미소를 지어보인채 눈을 마주칩니다.
셸리아:......
셸리아 , 슬적 시선을 피합니다. 왠지 기분 나빠.
셸리아:아무튼.
미토 카스티르:전부를 혼자 감당하려하지 말고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셸리아:알아, 아는데-
미토 카스티르: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십니까?
셸리아:...도움을 청할만한 사람들이, 그 '걱정되는 사람들'이라.
미토 카스티르 , 살짝 눈웃음을 지어보입니다.
미토 카스티르:지금까지 거쳐갔던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곤 했습니다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였습니다.
셸리아:......
미토 카스티르:결과가 어떻게 나든, 너무 무리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셸리아:......
셸리아 , 처음에는 분위기 때문에 무슨 사건이 생길까봐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진심으로 걱정해주는게 느껴지니 이젠 그쪽이 신경쓰입니다.
미토 카스티르:그럼-
셸리아 , 펜을 들지 않은 손으로 턱을 괸 뒤,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당신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거의 같은 순간에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진찰실 안으로 걸어들어옵니다.
셸리아 , 펜을 든 채로 허공에 손을 휘적거립니다. 내 정신 긁으려 들지 말고 저리 가.
미토 카스티르 , 차트를 간호사에게 다시 건내주고, 당신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미토 카스티르:혈액 검사 결과, 기본적인 수치는 평균치로 나왔습니다.
셸리아:...'다만'?
미토 카스티르 ,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다시 입을 엽니다.
미토 카스티르:혈액에 특수한 인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셸리아 , 이건 또 무슨 신박한 소리일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경우에 따라 다소 사나워보일 수도 있는 표정을 짓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이 인자를 지닌 분은 극히 드물고, 공통점도 없기에 자세한 것은 거의 불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셸리아:......
미토 카스티르 , 대답없이, 어쩐지 아련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셸리아:어쩐지 처음부터 분위기가 묘하더라.
미토 카스티르:그렇습니까.
셸리아:연락하지 마.
미토 카스티르 , 살며시 눈웃음 짓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어쩌면 앞으로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될 연구일지도 모르니, 한번쯤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셸리아 ,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셸리아:...고려는 좀 해볼게.
미토 카스티르:네, 전달해두겠습니다.
셸리아:그러던가.
셸리아 , 말은 그렇게하지만, 좀 신경쓰입니다. 아무래도... 그분이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조심해야할텐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셸리아:
미토 카스티르: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군요.
셸리아 , 빤히 그의 표정을 관찰하다가, 손 위에서 펜을 한 번 돌리고, 고개를 까딱입니다.
셸리아:됐어, 질문이나 해.
미토 카스티르 , 살며시 종이를 한 장 얹어주고, 입을 엽니다.
미토 카스티르:지금까지 체험한, 이질적인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알려주세요.
셸리아 , 뭔가 묘하게 말투도 바뀐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펜을 몇 번 더 돌리다가,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셸리아:적당히 검열할거야. 아무리 그래도 다 말하는 건 원치 않아서.
미토 카스티르:이왕이면 전부 말씀해주시면 좋겠는걸요.
셸리아:싫어.
미토 카스티르 , 가볍게 어깨를 으쓱입니다.
셸리아:...뭐, 아무튼.
셸리아 , 나쁜 기억에 인상을 구기며 으르릉거리다가, 한숨을 한 번 쉬며 표정을 풉니다.
셸리아:......뭐어, 웬 신이 변덕을 부려준 덕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거지.
셸리아 , 이 이상 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진실만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정말로 그게 다인가요?
셸리아 , 다소 날선 눈으로 노려보다가, 시선을 다시 내리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미토 카스티르:-네, 답변 감사합니다.
미토 카스티르 , 평이한 낯으로 종이를 얹어주고, 다시 입을 엽니다.
미토 카스티르:당신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까?
셸리아:-그걸 묻는 이유는 뭐야?
미토 카스티르:어디까지나 진단을 위한 질문입니다.
셸리아:그러니까, 이게 왜 필요한 정보냐고.
미토 카스티르:애착관계를 통해 생긴 감정이나 신체적 반응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이 인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질문입니다.
셸리아:너,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어.
미토 카스티르:그렇게 느껴지십니까.
셸리아:그건-
미토 카스티르:-주변인을 포함하는 말이 맞습니다.
셸리아 ,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짚습니다. 신경쓰니까 머리 아파.
셸리아:...문제 생기기만 해.
미토 카스티르:별 문제 생기지 않으리라 약속드리죠.
셸리아:...한동안 없었는데, 이젠 있어.
셸리아 , 잠시 침묵합니다. 말하고보니까 굉장히-
셸리아:-보고싶네.
셸리아 , 입을 몇 번 우물거리다가, 후드를 꾹 잡아당겨 얼굴을 가립니다.
셸리아:-다음 질문이나 해.
미토 카스티르:네, 답변 감사합니다.
미토 카스티르 , 마지막 종이를 가장 윗단에 올려주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토 카스티르:질문드리겠습니다.
셸리아:어려운 질문이네.
셸리아 , 종이를 가만 내려다보며, 손으로는 펜을 돌리고 있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하세요.
셸리아 , 대답없이 한참을 더 고민합니다. 어떤 인간... 어떤 인간이냐...
셸리아:......애초에 인간이라고 할 수나 있나.
셸리아 , 딱히 적어내리지는 않고, 그대로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셸리아:...-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
셸리아:기왕이면 최대한 평화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셸리아 , 평소엔 전혀 꺼내두지 않던 속마음을, 왜인지 모르게 입 밖으로 자꾸 내게 됩니다. 그닥 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인지, 계속.
셸리아:일각에선 '탐사자'라고도 한다지.
셸리아 , 지금까지 쓴 종이들을 한번에 모아잡아, 책상에 톡톡치며 정렬하고, 건내줍니다.
셸리아:마지막 질문이랬었지?
미토 카스티르:네, 답변 감사합니다.
미토 카스티르 , 다소 무기질적으로 답하고서는 종이를 받아듭니다.
미토 카스티르:이상으로 문진은 종료입니다.
미토 카스티르 ,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셸리아 , 잠시 그 자리에 앉아서 발을 까딱거리다가, 그가 밖으로 먼저 나가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접수대로 돌아갑니다.
:......
셸리아:
=
:●▲■, 세 개의 ○○○○ 중, ■가 선택되었습니다.
셸리아 , 일단 집에 돌아가고서 생각할 심산입니다. 계속 혼자 외따로 있었더니 도무지 보고싶어서 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그 길로 병원을 떠납니다.
:오늘은 이만 비일상적인 일상으로 되돌아갑시다.
END 3 . '탐사자'니까. (I'm an investigator.)
성실하게 대답했다 | SAN + 9d3
■ 약재 | '세타블루'의 알약
해당 약재를 섭취할 경우, 1개월 후(=1 세션 후) 특정 장기적 광기가 완전히 해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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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수없는 변화를 겪은 끝에,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다.
당신은, 무엇인가?
원래도 정상은 아니었다지만, 왜인지 드문드문 기억도 없어지고, 피로가 심하게 느껴지고, 가끔은 움직이기도 힘들었더랬죠.
그때마다 동거인들이 이유를 말해줬던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잊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그저 피로의 문제라고 생각한 당신은 적당히 쉬면 나아지겠거니 생각했지만, 동거인들의 의견은 꽤 달랐습니다.
결국 두 사람에게 등떠밀려 오게 된 곳이 바로 이곳, 영국의 한 대형병원입니다.
접수를 마치고 기다린 시간은 15분.
큰 병원치고는 꽤 빠른 편이라, 살짝 마음에 들었던 것 같네요.
진찰 역시 별 문제 없이 진행되고, 문진과 검사를 적당히 마쳤습니다.
지금의 당신에게, 적합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지겠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접수처에서 기다리고, 계산이라던가, 이후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텐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당신은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꾹 깨물게 됩니다.
당신이 입술을 뜯는 대신 손가락을 꾸물거리기 시작할 때 즈음, 접수처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결과에 따라서는 좀 더 적절한 처방이 가능하실 것 같다고도 말씀하시고요.
그다지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하고, 추가 검진은 받지 않으셔도 진찰엔 문제가 없는데, 어떻게 하시겠나요?
아까 진찰을 받은 방과는 거리가 꽤 있네요.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조금 죽이다보면, 백의를 입은 남성이 찾아옵니다.
왠지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걸요.
그의 목에는 직위와 이름이 적힌 명찰이 적혀있습니다.
칼레공업약제부 부장, 미토 카스티르.
칼레공업약제부의 미토 카스티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전에 일러드렸듯이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순식간에 척척 체혈을 끝내고, 간호사와 카스티르는 무언가를 속삭이듯 서로에게 전합니다.
그것을 들어볼 생각을 채 하기도 전에 짧은 대화는 끝나고, 간호사는 곧장 진찰실을 나가버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문진을 시작하겠습니다.
내용에 따라서는 현재 예정된 처방보다 더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솔직하게,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운셀링보다는 질의응답에 가까운 쪽이니, 편하게 답해주세요.
답변 내용은 이쪽의 용지에 기입하시면 됩니다.
기입하는게 어려우시다면 제가 간추려서 서류에 기입해갈 수도 있으니 원하시는대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질문을 건너뛰고 다음 질문을 받는 것은 문진의 사정상 어렵다는 점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원하시는만큼, 할 수 있는대로 최대한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준비됐어. ...요.
어떤 질환 때문에 병원에 오게 되셨습니까?
뭐랬더라... 가끔 기절하는 것 같기도 했고.
......요.
아무튼 이래저래 좀 병원치레가 잦긴 했거든.
......
...아, 몰라, 그냥 반말할래.
그냥저냥 피곤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걱정하니까 와봤어.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아까 한 검진 결과 보면 알겠지.
앞으로도 질문이 넘어갈 때 마다 새 종이를 드릴테니 그곳에 기입해주시길 바랍니다.
육체적인 문제나 외상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종종 다치기는 했어도 회복력이 좋은 편이라.
집중해도 안 들리는건 안 들리니까, 불편하더라.
뭐, 그나마 나아진게 이거지만서도.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 보다야 내가 낫기도 하고-
본인 몸을 그닥 걱정하지 않으시는 편인겁니까?
익숙하니까, 별로 신경 안 써.
그나저나, 이건 청각에 신경이 쓰일 정도로 큰 문제가 있다, 라는 답변입니까?
일상 중에 조금 거슬린다 정도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근래에 좀 이상해졌다고 해야하나.
요즘 머리가 자주 아팠거든. 그때마다 기억이 끊기기도 했고...
솔직히 좀 불안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 혼자가 싫다는 느낌보다는 좀,
......
아마도 사람.
엄청 거슬려.
....말고도 하나 더 있긴 한데, 이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조금은, 본인을 소중히 하시는 편이 좋아보입니다.
평소에 자주 신경쓰는 불안 요소나,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생각 좀 정리하고.
삐끗 잘못하면 일이 커지니까, 제때 못 해내면 어쩌나 불안한 것도 사실이고.
자세히 물어보지 마.
그냥 사는게 스트레스지, 사는게.
아까 말한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걱정이 안되는게 없어.
감당이 안된다고.
그럴 수 있었으면 안 이랬지.
어쩔 수 없어.
별로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
조금만 더 지인 분들을 믿어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혼자 짊어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는 것보다 함께 견뎌내는 것을 더 달가워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겁니다.
뭐... 그렇기야 하겠지.
그래도 좀, 마음이 복잡해.
혈액 검사가 끝났다고 하니, 그것 먼저 확인하고 마저 진행하겠습니다.
카스티르가 간호사에게서 차트를 받아들고, 그것을 읽어내려가더니 표정을 미묘하게 굳힙니다.
이어서 두 사람이 무언가 속닥거리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는 않네요.
그나저나, 슬슬 머리가 아프지 않나요?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아주 희귀한 경우인데...
'항신인자'라고 부르는 성분입니다.
그나마 하나의 가설로 내밀어진 공통점이 있는데,
...혹시, '신화적인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습니까?
......-
...그쪽 사람이냐?
...맞아, 엮인 적 있어.
많다고 하는 편이 낫나?
내원하시게 된 이유가 어쩌면, 그 사건들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쪽으로는 전문가까지는 아니어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어쩌면 당사의 화학부에서 혈액 제공 신청으로 연락을 드릴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바빠서 잘 못 받아.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을테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도 없을겁니다.
연락할거면 전화 말고 메시지로 하라고 전달 해두면 더 좋고.
그럼, 이만 문진을 재개시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조금 전의 혈액 검사의 결과를 기반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기준치: | 90/45/18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왠지 표정이 좀 변했는데.
시작은 그냥 운이 나빠서 엮인 일이었어.
시간이 꼬이고 꼬여서, 몇 번이나 죽었다가 살아나고.
그뒤로도 '가끔 운 나쁘면' 이상한 것들이랑 마주치고 그래.
그게 다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있다면, 얼마나 소중합니까?
대답을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지만, 그 경우 문진은 여기까지 하게 됩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대답을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죠.
...-아무렴, 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경계를 풀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연구, 그리고 진찰을 위함일 뿐입니다.
이쯤했으면... 싫어도 인정해야지.
거의 가족같이 지낸 사람도 있고, 그정도까진 아니라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인 사람도 있고.
......
다음 질문이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은 "어떤 인간"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닥 인간 같지 않은데.
남들이 못할 일을 대신 하는 사람.
신화적 사건을 피하지 않고, 맞서려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인거같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예전엔 방법도 별로 가리는 편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누굴 죽이지도, 해치지도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해.
......뭐, 대충 그런 느낌.
다 썼으니까 가져가.
지금까지 답변해주신 결과를 바탕으로 처방전을 재조정하겠습니다.
접수대로 돌아가서 기다려주세요.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다소 이상한 문진이 종료됩니다.
우선은, 처리부터 몇가지 할까요?
🎲 판정, 1d3.
rolling 1d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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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
접수처에서 잠시 기다리다보면, 당신의 이름이 불립니다.
의외로 입원치료는 피해갔네요, 그만큼 챙겨먹을 약은 많지만요.
그나저나, 아무래도 카스티르와의 문진 탓에 약이 하나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모르지만, 이 약들이 분명 도움이 되긴 할 것입니다.
앞으로 또 이 병원을 찾는 날이 오게될까요.
어쩌면, 또 일상을 지속하기 힘들어지는 때가 오면,
당신이 원치 않더라도 다시 등떠밀려 이곳으로 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또 다른 때의 이야기.
그야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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