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키퍼리스 플레이로그] Program : I 본문

COC 플레이로그 (기타)/키퍼리스

[COC-키퍼리스 플레이로그] Program : I

CB_PL_ 2024. 8. 21. 08:52

시나리오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8878509

* 이래저래 PC에게 맞춰서 다소 개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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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인지하며, 변화한다.
인간은 수없는 변화를 겪은 끝에,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다.
당신은, 무엇인가?
 
 
:최근, 당신은 자신의 상태가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원래도 정상은 아니었다지만, 왜인지 드문드문 기억도 없어지고, 피로가 심하게 느껴지고, 가끔은 움직이기도 힘들었더랬죠.
그때마다 동거인들이 이유를 말해줬던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잊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그저 피로의 문제라고 생각한 당신은 적당히 쉬면 나아지겠거니 생각했지만, 동거인들의 의견은 꽤 달랐습니다.
결국 두 사람에게 등떠밀려 오게 된 곳이 바로 이곳, 영국의 한 대형병원입니다.
 
 
:아주 영국인 다 됐네요. 병원조차 고향땅이 아니라 영국으로 오다니.
접수를 마치고 기다린 시간은 15분.
큰 병원치고는 꽤 빠른 편이라, 살짝 마음에 들었던 것 같네요.
진찰 역시 별 문제 없이 진행되고, 문진과 검사를 적당히 마쳤습니다.
지금의 당신에게, 적합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지겠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접수처에서 기다리고, 계산이라던가, 이후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텐데...
 
 
:왜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이름이 불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당신은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꾹 깨물게 됩니다.
 
셸리아 , 순간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감각에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엇나가던 정신을 붙잡아옵니다.
 
셸리아:......혼자 오지 말걸 그랬어.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지만 말이죠.
당신이 입술을 뜯는 대신 손가락을 꾸물거리기 시작할 때 즈음, 접수처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셸리아 , 자리에서 일어나야한다는게 왠지 싫게 느껴져서, 한숨을 한 번 쉰 뒤에야 후드를 꾹 눌러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접수처로 향합니다.
 
 
:접수처로 향하면, 직원이 차분하게 안내를 시작합니다.
 
 
직원: 처방전을 내리기 전에 약제부 직원이 다시 문진과 혈액 검사를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결과에 따라서는 좀 더 적절한 처방이 가능하실 것 같다고도 말씀하시고요.
그다지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하고, 추가 검진은 받지 않으셔도 진찰엔 문제가 없는데, 어떻게 하시겠나요?
 
셸리아 , 살짝 눈을 굴리며 고민합니다. ...혹시 모르니까 제대로 받아보는게 낫겠지, 라는 생각이 느리게 떠오릅니다.
 
셸리아:어디로 가면 돼? ......나요?
 
 
직원: 여기, 아까 진찰 받으신 쪽에서 더 가시면-...
 
 
:그렇게 서두를 뗀 직원은 차근차근 길 안내까지 더해서, 어느 진찰실로 향해야 할지를 알려줍니다.
아까 진찰을 받은 방과는 거리가 꽤 있네요.
 
셸리아 , 괜히 한다고 했나 잠깐 생각하지만, 그래도 직원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진찰실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진찰실에 도착하면, 방은 비어있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조금 죽이다보면, 백의를 입은 남성이 찾아옵니다.
왠지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걸요.
그의 목에는 직위와 이름이 적힌 명찰이 적혀있습니다.
칼레공업약제부 부장, 미토 카스티르.
 
셸리아 , 처음보는 회사명에 처음보는 이름. 그런데, 왠지 어색하지 않은 기운에 경계심을 세웁니다.
 
미토 카스티르:귀하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칼레공업약제부의 미토 카스티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토 카스티르 ,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악수를 청합니다.
 
셸리아 , 내밀어진 손과 그의 얼굴을 몇 번 번갈아보다가,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수를 받아줍니다. 뭐지, 이 분위기.
 
미토 카스티르:갑작스런 추가검진이라 긴장하신 듯 한데, 편하게 있으셔도 괜찮습니다.
사전에 일러드렸듯이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셸리아:...네.
 
미토 카스티르:우선은, 간단하게 혈액 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잠시 멈추자 타이밍 좋게 간호사 한 명이 진찰실로 들어옵니다.
순식간에 척척 체혈을 끝내고, 간호사와 카스티르는 무언가를 속삭이듯 서로에게 전합니다.
그것을 들어볼 생각을 채 하기도 전에 짧은 대화는 끝나고, 간호사는 곧장 진찰실을 나가버립니다.
 
셸리아 , 조금은 뚱한 표정으로, 눈만 굴리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살짝 정신이 메롱한 것 같기도 하고.
 
미토 카스티르:검사 결과는 문진 중에 나올테니, 알게되는 대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문진을 시작하겠습니다.
내용에 따라서는 현재 예정된 처방보다 더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솔직하게,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셸리아 , 고개는 끄덕이고 있다지만, 벌써부터 적당히 숨길 생각부터 하고 있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집중을 위해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만 내겠습니다.
카운셀링보다는 질의응답에 가까운 쪽이니, 편하게 답해주세요.
답변 내용은 이쪽의 용지에 기입하시면 됩니다.
기입하는게 어려우시다면 제가 간추려서 서류에 기입해갈 수도 있으니 원하시는대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미토 카스티르 , 안심시키려는 목적인지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며, 백지 한 장과 볼펜 한 자루를 내밉니다.
 
셸리아:직접 적어도 돼. ....요.
 
셸리아 , 어쩐지 조금 어색하게 펜을 쥐고, 가볍게 손을 움직여봅니다. 음- 괜찮겠지. 딱히 엄청 피곤한 상태도 아니고.
 
미토 카스티르:중간에 문진을 멈추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다만, 질문을 건너뛰고 다음 질문을 받는 것은 문진의 사정상 어렵다는 점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셸리아 , 말로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만 합니다.
 
미토 카스티르:준비가 되셨으면, 시작해봅시다.
 
셸리아:질문이 하나 있는데, ...요.
 
미토 카스티르: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셸리아:어느정도까지 자세하게 적어야 해? -요?
 
미토 카스티르:드러나지 않길 원하시는 부분이라면 숨기셔도 괜찮습니다.
원하시는만큼, 할 수 있는대로 최대한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셸리아:그럼 뭐.
준비됐어. ...요.
 
미토 카스티르 , 당신과 마주보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패드와 펜을 집어듭니다.
 
미토 카스티르:그럼 첫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어떤 질환 때문에 병원에 오게 되셨습니까?
 
셸리아 , 손가락을 어색하게 꾸물거리며 글을 써내려가는 한 편, 그것과 같은 내용을 말로도 대답합니다.
 
셸리아:요즘들어 피로도 심하고 몸 가누기도 어려워서.
뭐랬더라... 가끔 기절하는 것 같기도 했고.
......요.
 
셸리아 , 살짝 인상을 씁니다. 근래에 사회 나와서 예의 차릴 일이 좀 적었어야지... 반말이 자꾸 튀어나오네.
 
셸리아:하는 일이 좀 거친 일이다보니까, 정신 문제가 부상으로 직결되기도 해서-
아무튼 이래저래 좀 병원치레가 잦긴 했거든.
......
...아, 몰라, 그냥 반말할래.
그냥저냥 피곤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걱정하니까 와봤어.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아까 한 검진 결과 보면 알겠지.
 
미토 카스티르 , 당신의 대답을 착실히 패드에 적어내려가는 한 편, 당신이 적고 있는 내용도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미토 카스티르:네, 감사합니다.
 
셸리아 , 말로 한 대답보다는 조금 늦게 글 작성을 마치고, 펜을 쥔 손을 옆으로 살짝 치웁니다.
 
미토 카스티르 , 그것을 가만 지켜보다가 위에 종이를 한 장 더 올려줍니다.
 
미토 카스티르:다음 질문에 대한 답은 거기에 적어주시면 됩니다.
앞으로도 질문이 넘어갈 때 마다 새 종이를 드릴테니 그곳에 기입해주시길 바랍니다.
 
셸리아:그러지 뭐.
 
미토 카스티르: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육체적인 문제나 외상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셸리아 , 펜을 몇 번 까딱거리며 잠시 고민합니다.
 
셸리아:딱히 없는 것 같은데.
종종 다치기는 했어도 회복력이 좋은 편이라.
 
셸리아 , 회복력이 좋다기보다는 상처가 억지로 없어지는 쪽이지만, 이라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습니다.
 
셸리아:말고는... 청력이 좀 안 좋은거?
집중해도 안 들리는건 안 들리니까, 불편하더라.
뭐, 그나마 나아진게 이거지만서도.
 
미토 카스티르 , 다소 걱정섞인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토 카스티르:금방 나으신다고 해도, 다치지 않는다면 좋겠네요.
 
셸리아:그게 맘대로 되는게 아니라서.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 보다야 내가 낫기도 하고-
 
미토 카스티르:이건 문진과는 관계 없는 질문입니다만,
본인 몸을 그닥 걱정하지 않으시는 편인겁니까?
 
셸리아:아무래도?
익숙하니까, 별로 신경 안 써.
 
미토 카스티르:좋은 습관은 아니군요.
그나저나, 이건 청각에 신경이 쓰일 정도로 큰 문제가 있다, 라는 답변입니까?
 
셸리아:아아니,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고.
일상 중에 조금 거슬린다 정도지.
 
셸리아 , 펜을 몇 번 더 까딱거리다가, 그대로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합니다.
 
미토 카스티르:-네, 답변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미토 카스티르 , 종이 한 장을 위에 또 쌓아주고선 말을 이어합니다.
 
미토 카스티르:피로도 등의 상태나 정신건강 등에서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셸리아:음-
 
셸리아 , 어디까지 말하지? 잠시 고민에 잠깁니다.
 
셸리아:......피로야 뭐, 달고 사는거니까 그렇다 치고.
근래에 좀 이상해졌다고 해야하나.
요즘 머리가 자주 아팠거든. 그때마다 기억이 끊기기도 했고...
솔직히 좀 불안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야.
 
미토 카스티르:예상가는 것도 달리 없으십니까?
 
셸리아:예상-이라고 하면 좀 생각은 했는데, 아닌 것 같아서.
 
미토 카스티르:그런 것도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셸리아:......
 
셸리아 , 아이씨, 하는 소리를 내며 펜 뒷부분으로 머리를 꾹꾹 누릅니다.
 
셸리아:...혼자 있으면 불안해.
그, 혼자가 싫다는 느낌보다는 좀,
......
 
미토 카스티르:-걱정되는 것이 있다, 그런 느낌입니까?
 
셸리아:......그...렇지. 응.
아마도 사람.
 
셸리아 , 왠지 기분이 영 이상해져서, 후드를 더 꾹 눌러 씁니다.
 
셸리아:몰라, 아무튼 그것때문에 일상생활이 안돼.
엄청 거슬려.
....말고도 하나 더 있긴 한데, 이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
 
미토 카스티르:괜찮습니다. 이정도로도 충분히 노력하셨다는게 느껴지니까요.
그래도 조금은, 본인을 소중히 하시는 편이 좋아보입니다.
 
셸리아 , 그 말에 불만스럽다는 듯 입을 우물거리지만, 불만을 딱히 입 밖으로 내지는 않습니다.
 
셸리아:빨리 다음 질문이나 해.
 
미토 카스티르:네, 그럼.
 
미토 카스티르 , 종이를 또 또 한 장 더 얹어줍니다.
 
미토 카스티르:다음 질문 드리겠습니다.
평소에 자주 신경쓰는 불안 요소나,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셸리아 , 아. 하는 소리를 잠시 냅니다.
 
셸리아:잠깐, 잠깐만.
생각 좀 정리하고.
 
셸리아 , 거의 곧장 표정을 구기며 머리를 굴립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일반적인 상황이지? 어디까지 말해도 괜찮은거지?
 
셸리아 , 신화적인 사건들에 절여질대로 절여진 탓에, '보통'의 기준이 어디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셸리아:...그러니까아...
 
셸리아 , 먼저 펜을 끄적거리기 시작합니다. 좀 적으면서 정신머리를 챙길 생각입니다.
 
셸리아:일이 많이 바쁘다보니까, 그쪽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지.
삐끗 잘못하면 일이 커지니까, 제때 못 해내면 어쩌나 불안한 것도 사실이고.
 
미토 카스티르:일이라면,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겁니까?
 
셸리아:....그냥 일.
자세히 물어보지 마.
 
셸리아 , 반사적으로 작게 으르릉, 하는 소리를 냅니다.
 
미토 카스티르 , 여전한 미소를 지어보인채 눈을 마주칩니다.
 
셸리아:......
 
셸리아 , 슬적 시선을 피합니다. 왠지 기분 나빠.
 
셸리아:아무튼.
그냥 사는게 스트레스지, 사는게.
아까 말한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걱정이 안되는게 없어.
감당이 안된다고.
 
미토 카스티르:전부를 혼자 감당하려하지 말고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셸리아:알아, 아는데-
그럴 수 있었으면 안 이랬지.
어쩔 수 없어.
 
미토 카스티르: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십니까?
 
셸리아:...도움을 청할만한 사람들이, 그 '걱정되는 사람들'이라.
별로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
 
미토 카스티르 , 살짝 눈웃음을 지어보입니다.
 
미토 카스티르:지금까지 거쳐갔던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곤 했습니다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였습니다.
조금만 더 지인 분들을 믿어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혼자 짊어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는 것보다 함께 견뎌내는 것을 더 달가워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겁니다.
 
셸리아:......
뭐... 그렇기야 하겠지.
그래도 좀, 마음이 복잡해.
 
미토 카스티르:결과가 어떻게 나든, 너무 무리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셸리아:......
 
셸리아 , 처음에는 분위기 때문에 무슨 사건이 생길까봐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진심으로 걱정해주는게 느껴지니 이젠 그쪽이 신경쓰입니다.
 
미토 카스티르:그럼-
혈액 검사가 끝났다고 하니, 그것 먼저 확인하고 마저 진행하겠습니다.
 
셸리아 , 펜을 들지 않은 손으로 턱을 괸 뒤,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당신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거의 같은 순간에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진찰실 안으로 걸어들어옵니다.
카스티르가 간호사에게서 차트를 받아들고, 그것을 읽어내려가더니 표정을 미묘하게 굳힙니다.
이어서 두 사람이 무언가 속닥거리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는 않네요.
그나저나, 슬슬 머리가 아프지 않나요?
 
셸리아 , 펜을 든 채로 허공에 손을 휘적거립니다. 내 정신 긁으려 들지 말고 저리 가.
 
미토 카스티르 , 차트를 간호사에게 다시 건내주고, 당신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미토 카스티르:혈액 검사 결과, 기본적인 수치는 평균치로 나왔습니다.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셸리아:...'다만'?
 
미토 카스티르 ,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다시 입을 엽니다.
 
미토 카스티르:혈액에 특수한 인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희귀한 경우인데...
'항신인자'라고 부르는 성분입니다.
 
셸리아 , 이건 또 무슨 신박한 소리일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경우에 따라 다소 사나워보일 수도 있는 표정을 짓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이 인자를 지닌 분은 극히 드물고, 공통점도 없기에 자세한 것은 거의 불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나마 하나의 가설로 내밀어진 공통점이 있는데,
...혹시, '신화적인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습니까?
 
셸리아:......
......-
...그쪽 사람이냐?
 
미토 카스티르 , 대답없이, 어쩐지 아련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셸리아:어쩐지 처음부터 분위기가 묘하더라.
...맞아, 엮인 적 있어.
많다고 하는 편이 낫나?
 
미토 카스티르:그렇습니까.
내원하시게 된 이유가 어쩌면, 그 사건들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쪽으로는 전문가까지는 아니어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어쩌면 당사의 화학부에서 혈액 제공 신청으로 연락을 드릴지도 모릅니다.
 
셸리아:연락하지 마.
어차피 바빠서 잘 못 받아.
 
미토 카스티르 , 살며시 눈웃음 짓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어쩌면 앞으로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될 연구일지도 모르니, 한번쯤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을테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도 없을겁니다.
 
셸리아 ,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셸리아:...고려는 좀 해볼게.
연락할거면 전화 말고 메시지로 하라고 전달 해두면 더 좋고.
 
미토 카스티르:네, 전달해두겠습니다.
그럼, 이만 문진을 재개시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조금 전의 혈액 검사의 결과를 기반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셸리아:그러던가.
 
셸리아 , 말은 그렇게하지만, 좀 신경쓰입니다. 아무래도... 그분이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조심해야할텐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셸리아: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왠지 표정이 좀 변했는데.
 
미토 카스티르: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군요.
 
셸리아 , 빤히 그의 표정을 관찰하다가, 손 위에서 펜을 한 번 돌리고, 고개를 까딱입니다.
 
셸리아:됐어, 질문이나 해.
 
미토 카스티르 , 살며시 종이를 한 장 얹어주고, 입을 엽니다.
 
미토 카스티르:지금까지 체험한, 이질적인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알려주세요.
 
셸리아 , 뭔가 묘하게 말투도 바뀐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펜을 몇 번 더 돌리다가,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셸리아:적당히 검열할거야. 아무리 그래도 다 말하는 건 원치 않아서.
 
미토 카스티르:이왕이면 전부 말씀해주시면 좋겠는걸요.
 
셸리아:싫어.
 
미토 카스티르 , 가볍게 어깨를 으쓱입니다.
 
셸리아:...뭐, 아무튼.
시작은 그냥 운이 나빠서 엮인 일이었어.
시간이 꼬이고 꼬여서, 몇 번이나 죽었다가 살아나고.
 
셸리아 , 나쁜 기억에 인상을 구기며 으르릉거리다가, 한숨을 한 번 쉬며 표정을 풉니다.
 
셸리아:......뭐어, 웬 신이 변덕을 부려준 덕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거지.
그뒤로도 '가끔 운 나쁘면' 이상한 것들이랑 마주치고 그래.
그게 다야.
 
셸리아 , 이 이상 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진실만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정말로 그게 다인가요?
 
셸리아 , 다소 날선 눈으로 노려보다가, 시선을 다시 내리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미토 카스티르:-네, 답변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미토 카스티르 , 평이한 낯으로 종이를 얹어주고, 다시 입을 엽니다.
 
미토 카스티르:당신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면, 얼마나 소중합니까?
 
셸리아:-그걸 묻는 이유는 뭐야?
 
미토 카스티르:어디까지나 진단을 위한 질문입니다.
대답을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지만, 그 경우 문진은 여기까지 하게 됩니다.
 
셸리아:그러니까, 이게 왜 필요한 정보냐고.
 
미토 카스티르:애착관계를 통해 생긴 감정이나 신체적 반응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이 인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질문입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대답을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셸리아:너,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어.
 
미토 카스티르:그렇게 느껴지십니까.
저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죠.
...-아무렴, 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경계를 풀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셸리아:그건-
 
미토 카스티르:-주변인을 포함하는 말이 맞습니다.
어디까지나 연구, 그리고 진찰을 위함일 뿐입니다.
 
셸리아 ,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짚습니다. 신경쓰니까 머리 아파.
 
셸리아:...문제 생기기만 해.
 
미토 카스티르:별 문제 생기지 않으리라 약속드리죠.
 
셸리아:...한동안 없었는데, 이젠 있어.
이쯤했으면... 싫어도 인정해야지.
거의 가족같이 지낸 사람도 있고, 그정도까진 아니라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인 사람도 있고.
 
셸리아 , 잠시 침묵합니다. 말하고보니까 굉장히-
 
셸리아:-보고싶네.
......
 
셸리아 , 입을 몇 번 우물거리다가, 후드를 꾹 잡아당겨 얼굴을 가립니다.
 
셸리아:-다음 질문이나 해.
 
미토 카스티르:네, 답변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이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토 카스티르 , 마지막 종이를 가장 윗단에 올려주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토 카스티르:질문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인간"입니까?
 
셸리아:어려운 질문이네.
 
셸리아 , 종이를 가만 내려다보며, 손으로는 펜을 돌리고 있습니다.
 
미토 카스티르: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하세요.
 
셸리아 , 대답없이 한참을 더 고민합니다. 어떤 인간... 어떤 인간이냐...
 
셸리아:......애초에 인간이라고 할 수나 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닥 인간 같지 않은데.
 
셸리아 , 딱히 적어내리지는 않고, 그대로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셸리아:...-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
남들이 못할 일을 대신 하는 사람.
신화적 사건을 피하지 않고, 맞서려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인거같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예전엔 방법도 별로 가리는 편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셸리아:기왕이면 최대한 평화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누굴 죽이지도, 해치지도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해.
 
셸리아 , 평소엔 전혀 꺼내두지 않던 속마음을, 왜인지 모르게 입 밖으로 자꾸 내게 됩니다. 그닥 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인지, 계속.
 
셸리아:일각에선 '탐사자'라고도 한다지.
......뭐, 대충 그런 느낌.
 
셸리아 , 지금까지 쓴 종이들을 한번에 모아잡아, 책상에 톡톡치며 정렬하고, 건내줍니다.
 
셸리아:마지막 질문이랬었지?
다 썼으니까 가져가.
 
미토 카스티르:네, 답변 감사합니다.
 
미토 카스티르 , 다소 무기질적으로 답하고서는 종이를 받아듭니다.
 
미토 카스티르:이상으로 문진은 종료입니다.
지금까지 답변해주신 결과를 바탕으로 처방전을 재조정하겠습니다.
접수대로 돌아가서 기다려주세요.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토 카스티르 ,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셸리아 , 잠시 그 자리에 앉아서 발을 까딱거리다가, 그가 밖으로 먼저 나가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접수대로 돌아갑니다.
 
 
:......
그렇게, 다소 이상한 문진이 종료됩니다.
우선은, 처리부터 몇가지 할까요?
🎲 판정, 1d3.
 
셸리아:
rolling 1d3
(
3
)
 
=
3
 
 
:●▲■, 세 개의 ○○○○ 중, ■가 선택되었습니다.
...
접수처에서 잠시 기다리다보면, 당신의 이름이 불립니다.
의외로 입원치료는 피해갔네요, 그만큼 챙겨먹을 약은 많지만요.
그나저나, 아무래도 카스티르와의 문진 탓에 약이 하나 늘어난 것 같습니다.
 
셸리아 , 일단 집에 돌아가고서 생각할 심산입니다. 계속 혼자 외따로 있었더니 도무지 보고싶어서 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그 길로 병원을 떠납니다.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모르지만, 이 약들이 분명 도움이 되긴 할 것입니다.
앞으로 또 이 병원을 찾는 날이 오게될까요.
어쩌면, 또 일상을 지속하기 힘들어지는 때가 오면,
당신이 원치 않더라도 다시 등떠밀려 이곳으로 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또 다른 때의 이야기.
 
 
:오늘은 이만 비일상적인 일상으로 되돌아갑시다.
그야 당신은―
 
END 3 . '탐사자'니까. (I'm an investigator.)
 
성실하게 대답했다 | SAN + 9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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