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 플레이로그]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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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ㅡ치직, 칙.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뚝.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하여,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1년 7개월 12일째 되는 날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잠결에 속삭이는 것이라 그런지 발음이 명확치 않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이런, 아쉽네요
:그의 표정은 꼭 악몽이라도 꾸는 것처럼 보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꿈이라도 편히 꾸시면 좋겠다만, 힘드신 모양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일단 깨우기로 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일어나보세요. 악몽이라도 꾸셨나요?
앙헬 에스메랄다 ,가볍게 어깨 톡톡
:톡톡, 당신이 그를 두드려 깨우면, 헉- 하는 숨 삼키는 소리를 내며 샤벳이 깨어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이런 진정하세요, 샤벳
앙헬 에스메랄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을 잇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정말 악몽이라도 꾸신건가요?
샤벳 아드복트:...기억은 잘 안난다만... 기분 좋은 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샤벳 아드복트 ,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야 말을 이어갑니다.
샤벳 아드복트:혹시, 지금이 몇 시지?
앙헬 에스메랄다:지금이..
앙헬 에스메랄다 ,손목시계를 한번 훑어봅니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48분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곧 12시랍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안갔네요
:당신의 말을 들으며, 샤벳은 자신의 손목시계도 확인하더니 기지개를 쭉 키고선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이 정도면 적당하다는 생각이었다만.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조금만 더 있다가 자려했는데 말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언제 대화하던 무슨 상관인가,
앙헬 에스메랄다:대신 샤벳 얼굴이 잘 보이지요?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 웃음
샤벳 아드복트:...아주 못하는 말이 없어.
샤벳 아드복트 , 말하는 것 치고는 제법 기분 좋아보이는 표정으로 툭툭 칩니다.
샤벳 아드복트:헛소리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 잠 못 잤다고 피곤해하지 말고.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샤벳에게 짐이 될 수는 없지요, 알겠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잡습니다
:당신이 자리를 잡고 눕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샤벳이, 별안간 당신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으며 옅게 미소짓습니다.
샤벳 아드복트:...앙헬, 나에게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런말 하실거면서 자라고 하신거에요?
앙헬 에스메랄다 ,한쪽 눈만 슬며시 뜨고는 두근거림을 숨기지 않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샤벳 아드복트:...하지 말걸 그랬나.
샤벳 아드복트 , 장난스레 웃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피식 웃고는 살짝 포옹합니다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느끼며, 당신은 서서히 잠에 빠져들어갑니다.
ㅡ 6월 8일 . 7 : 00 pm
샤벳 아드복트:이만 일어나라, 저녁이다.
:당신은 당신을 부르는 샤벳의 목소리와, 당신을 흔들어대는 손길에 눈을 뜹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 샤벳, 좋은 저녁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 부스스하고 잠에 잠긴 목소리로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피로는 좀 덜었나?
앙헬 에스메랄다:누가 보초를 서주시는데, 당연합니다
샤벳 아드복트:... 매번 앞에 필요 없는 말을 굳이 붙이는군.
앙헬 에스메랄다:네, 그럴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웃으며 대답
:식사라고 해봐야, 간이식품이나 불이나 물이 필요 없는 인스턴트에 불과하지만- 없는 것 보다야는 확실히 낫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짐을 챙긴 두 사람은 숨을 죽인 채, 그들을 피해 살금살금 걸음을 옮겨나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이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턱, 하고 샤벳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앙헬 에스메랄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과자봉지를 피해 발을 디딥니다
:그렇게 조심스레, 두 사람은 공장 바깥으로 나옵니다.
:공장 바깥으로 펼쳐진 것은 뻥 뚫린 흙길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오늘은 다행히 달이 밝네요
샤벳 아드복트:덕분에 길을 잘못 들지는 않겠어.
샤벳 아드복트 , 조용히 하늘 위를 올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내려 길을 바라봅니다.
샤벳 아드복트:갈 길이 머니 여유롭게 구경할 시간은 달리 없겠지만 말이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샤벳 아드복트:그렇긴 하지.
샤벳 아드복트 , 별 다른 말 없이 계속 걸어나가다가, 불현듯 입을 엽니다.
샤벳 아드복트:아까 지도를 보니, 근처에 마을이 하나 있다더군.
샤벳 아드복트 , 당신과 눈을 마주하며 의견을 묻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마을인가요?
앙헬 에스메랄다 ,동의의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안전하게 쉴 곳이 있으면 좋겠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그래도 마을이니 집이 많을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물론 주민이었던 것도 많겠지만 이라는 말은 삼킵니다
:걸어나가던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 난 얼마 후,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치고, 집을 가리킵니다
샤벳 아드복트 , 당신이 가리킨 집 주변을 두어번 더 살피고선 들어가자는 듯 손짓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혹시 모르니 경계를 유지하며 앞장섭니다
:당신과 샤벳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도끼 먼저 확인합니다
:꽤나 큼직한 손도끼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도끼를 잠시 바라보다 손으로 자신과 샤벳을 한번씩 가리킵니다
샤벳 아드복트 , 잠깐 고민하는듯 싶다가 옆으로 지나쳐서 주방으로 걸어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도끼를 챙기고 따라갑니다
:문이 열린 채 텅 비어있는 냉장고,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그 위에 놓인 식칼과 쇠톱이 주방으로 들어건 두 사람을 반겨줍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예상했던 광경임에도 얼굴을 가볍게 찌푸립니다
:당신이 인상을 쓰고 있으면, 샤벳이 주방 안으로 아예 들어서더니, 냅다 닫혀있던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어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졸졸 따라가서 같이 봅니다
:쓰레기통 안에 들어있던 것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고깃덩이들, 뼛조각들, 그리고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들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인간 시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뭐, 식인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니까요
샤벳 아드복트:이상한 일이 아니긴 하지만, 혹시나 싶었는데.
샤벳 아드복트 , 별 감흥 없는 표정으로 쓰레기통 뚜껑을 도로 닫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남겼다는게 의외긴 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미련없이 돌아섭니다
샤벳 아드복트 , 마찬가지로 돌아섭니다.
샤벳 아드복트:이제 볼 곳은 방 세개인가.
앙헬 에스메랄다:네, 그런것 같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그대로 첫 번째 방으로 향합니다
:이 방은 서재로 쓰이던 방인 모양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서재면 딱히 쓸만한건 없을거 같긴하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중얼거리며 책상의 메모패드 확인
샤벳 아드복트:그래도 혹시라는게 있지 않나.
샤벳 아드복트 , 중얼거리면서 책장을 확인하러 갑니다.
:낡은 메모패드는 작성된 지 꽤 오래 된 것인지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 인 것 같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이것도 비극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이름을 한번씩 속으로 읊어보며, 감염단계를 기억해두기로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예상은 가지만 액자로 시선을 돌립니다
:아마도, 이 집에 살았을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잠시 묵념을 하고는 액자를 눕혀둡니다
:액자를 덮어두고 나면, 샤벳이 당신 쪽으로 걸어옵니다.
샤벳 아드복트:뭐 발견한 게 있나?
앙헬 에스메랄다:아, 샤벳
샤벳 아드복트:여기 살던 사람은 연구자-... 그런 쪽이었나 보군.
앙헬 에스메랄다:그런가요?
샤벳 아드복트 , 들고 있는 물건을 보여줍니다. 검은색 노트랑 펜입니다.
샤벳 아드복트:거의 새 물건이길래, 일기라도 쓸까 싶어서 가져왔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나쁘지 않네요
샤벳 아드복트:아마도.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앙헬 에스메랄다 ,뜨끔
샤벳 아드복트:ㅍ-ㅍ
앙헬 에스메랄다: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니, 단념할게요
샤벳 아드복트:... 다른 방으로 가지.
앙헬 에스메랄다 ,어깨 으쓱
앙헬 에스메랄다 ,2번방으로 향합니다
:방문이 뻑뻑한게 잘 열리지 않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조용히는 못 열것 같으니까
:샤벳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선, 먼저 앞장서더니 세번째 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따라들어갑니다
:세번째 방은 비교적 깔끔한 모양새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오랜만에 호사를 누리겠네요
샤벳 아드복트 , 그 말을 듣고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제법 덤덤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이제와서 다른 쉴 곳을 찾기는 힘들지도 모르니, 그 방 문을 막아버리는 쪽으로 할까.
앙헬 에스메랄다:그래도 여전히 위험요소긴 하겠지만..
앙헬 에스메랄다 ,동의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러면, 더 둘러볼 장소는 없는것 같네요
샤벳 아드복트:그럼 짐부터 풀고 움직이지.
앙헬 에스메랄다:넵, 분부대로
앙헬 에스메랄다 ,조심히 짐을 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짐을 풀고, 좀비가 있을 방의 문을 단단히 막은 뒤에야 침실로 돌아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어제만 해도 딱딱한 바닥이였는데
샤벳 아드복트 , 조용히 그 말들을 듣고 있다가 부스스 몸을 일으킵니다.
샤벳 아드복트:좋기는 하다만, 누구 하나는 보초를 서야 할 것 아닌가.
앙헬 에스메랄다:마음만 같아서는 같이 자고 싶지만..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며 가볍게 찡긋
샤벳 아드복트 , 뭔가 말하려다가 말고 머리를 와박 쓰다듬어줍니다.
샤벳 아드복트:미안하면 제대로 자기나 해라, 중간에 깨거나 하지 말고.
앙헬 에스메랄다 ,우아악 하며 헝크러진 머리 자연스럽게 정돈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바로 옆이라, 언제나 처럼 장담은 못 드리겠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그래도 좋은 밤 되시길
:당신의 인사에 샤벳은 작게 미소지으며 잘자라며 마주 인사를 건네줍니다.
:당신은 창 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마치 일어났을 때 새소리를 듣고 희게 질린 학생처럼 당황해서는 어쩔줄 몰라합니다
:당신이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리면, 등을 보이고 앉아있던 샤벳이 하고 있던 무언가를 급히 정리하고선 당신을 돌아봅니다.
샤벳 아드복트:... 일어났나,
앙헬 에스메랄다:이런, 놀라셨나요?
앙헬 에스메랄다 ,미안한게 늘었다
샤벳 아드복트 , 가만 쳐다보다가 한숨을 작게 쉽니다.
샤벳 아드복트:됐다, 뭘 바라겠나.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앙헬 에스메랄다 ,얼굴 뽀송뽀송
샤벳 아드복트:잘 잔 만큼 열심히 걸으면 되겠군.
앙헬 에스메랄다:알겠어요, 대신에 피로해지시면 바로 말해주세요?
샤벳 아드복트:...그래.
샤벳 아드복트 , 건성으로 대답하고선 짐 사이에서 식량을 찾아 꺼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준비를 돕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조촐한, 식사라고 하기도 뭣한 것이지만 구태여 그 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 아마도?
앙헬 에스메랄다:씁쓸하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상처받은 척
샤벳 아드복트:... 거짓말이라도 괜찮다면 '나름 괜찮은 편이다'고 말해줄 수는 있는데 말이다.
앙헬 에스메랄다:아니에요, 제가 아직 적응하지 못했나봅니다
샤벳 아드복트:...-
샤벳 아드복트 , 살짝 얼굴을 붉히며 괜히 틱틱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 됐으니까 마저 먹고 정리나 하지.
샤벳 아드복트 , 휙 돌아 앉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다시 챙기고, 두 사람은 또 다시 거리로 나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가볼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작게 속삭입니다
샤벳 아드복트 ,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식량이 넉넉한 건 아니니까. 들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앙헬 에스메랄다 ,마트로 앞장섭니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제가 왼쪽걸 보겠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선반1로 향합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럼 오른쪽은 내가 가지.
샤벳 아드복트 , 선반2를 향해 갑니다.
:음, 이쪽은 장난감 코너인 모양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설명서를 찾아봅니다
:달리 설명서는 없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곰인형 집어들기
:한 손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 나쁘지 않은 감촉...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더 챙길게 없다 판단하고 오른쪽으로
:오른쪽 선반으로 넘어오면, 휑한 선반 위에 놓인 쓰레기들과 마주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과 합류하여 함께 수색을 하던 당신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 하나를 발견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당첨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참치캔을 잡아서 샤벳에게 가져갑니다
샤벳 아드복트 , 당신이 들고온 것과 당신을 두어번 번갈아봅니다.
샤벳 아드복트:아직 남은게 있기는 했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그러게 말이에요
앙헬 에스메랄다 ,대충 곰인형 뒤에서 곰인형 손 흔들어서 인사하기
샤벳 아드복트:......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 , 잠시 빠안히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쓸 일은 없으면 좋겠군.
앙헬 에스메랄다 ,다시한번 곰인형으로 안녕~하고 내려놓기
앙헬 에스메랄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샤벳 아드복트:그럼... 이제 남은건 창고다만,
앙헬 에스메랄다:위험할 수도 있을테니, 같이갈까요?
샤벳 아드복트:갈건지 말건지를 물어보는거 였는데.
샤벳 아드복트 , 중얼거리면서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제가 샤벳 혼자 가게 둘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죠?
앙헬 에스메랄다 ,총총 따라갑니다
:[창고]라고 팻말이 쓰여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은 돌연 불쾌하고 익숙한 소리를 듣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나마, 한 명 같은데..
앙헬 에스메랄다 ,그러면 열겠습니다
:스흡, 하고 숨을 삼키고, 눈짓으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당신은 끼익-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쐐액, 총알이 날아가는 소리가 두번 스쳐지나가면, 달려들던 좀비가 그대로 무릎부터 쓰러져서 바닥을 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실력 안죽었네요, 그쵸?
앙헬 에스메랄다 ,재장전 하며 으쓱
샤벳 아드복트:직업이 직업이었는데, 실력이 죽었으면 문제 아닌가?
앙헬 에스메랄다:서운하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상처받은 척
샤벳 아드복트 , 고개를 갸웃합니다.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말이었나.
앙헬 에스메랄다 ,뭐 아무렴 어떤지 표정을 풀고
앙헬 에스메랄다:그러면 창고를 수색해봐야겠네요
샤벳 아드복트:기왕이면 식량이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좀비의 시체를 뒤로하고 창고 안을 돌아보면, 그나마 멀쩡한 상자 셋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상자 3확인합니다
:상자 안에는-
앙헬 에스메랄다:..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죠.
앙헬 에스메랄다:사치품이네요
샤벳 아드복트:한둘쯤이야 나쁘지 않겠는데.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오랜만에 특별히 즐겁겠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마실것을 포함해 4병 정도 챙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기쁜 마음으로 1번 상자를 확인합니다
:유행이 지난 옷들을 무더기로 세일할 때 쓰였던 상자인 모양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마트 창고라 그런지 생각도 못한게 많네요
샤벳 아드복트:안에 좀비가 있었으니까, 앞서간 생존자들은 열어볼 생각을 안했던 모양이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러게 말입니다, 좀비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다 있군요
앙헬 에스메랄다 ,다른 용도로 챙기실 옷이 있으신가요?
샤벳 아드복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으면 편하겠지.
앙헬 에스메랄다:옳으신 말씀이네요, 그러면 그것부터 챙겨볼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옷 상자 뒤적뒤적
:사이즈가 맞는 것을 찾는데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수도 적지 않고, 질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수확이 괜찮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2번 상자를 확인합니다
:이 상자 안에는 단백질 바가 무더기로 들어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맛은 없겠지만..
:평소대로 중얼중얼거리고 있으면, 언제나처럼 샤벳이 옆에서 말을 이어줬는데, 이번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갑자기 찾아온 위화감에 슬며시 옆을 돌아보면 방금까지 당신의 옆에 따라오던 샤벳이 보이지 않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샤벳 아드복트:...-놀라긴 갑자기 뭘 놀라나.
샤벳 아드복트 , 무덤덤하게 중얼거리다가 시체의 옷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듭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이 사람이 운이 나쁜거였겠지.
앙헬 에스메랄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탄창이 호환되는지 확인해봅니다
:분류는 같은 권총이지만, 사용방식도, 탄환도 다른 종류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이런.. 아쉽네요
샤벳 아드복트 , 무시하고 탄 갯수를 확인하고선 본인 외투 안주머니에 넣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하루이틀도 아니잖나.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 , 어깨를 으쓱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살펴볼만한 건 다 본 것 같으니 이만 나가지.
앙헬 에스메랄다:네엡, 분부대로
앙헬 에스메랄다 ,단백질 블럭들을 짐꾸러미에 넣어 정리합니다
:챙길 물건들을 전부 챙겨 마트 밖으로 나오면, 어느새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던 차, 샤벳이 먼저 입을 엽니다.
샤벳 아드복트:조금 힘들긴 하겠다만, 낮에도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괜찮겠나?
앙헬 에스메랄다:저야 괜찮지만..
앙헬 에스메랄다 ,걱정스레 쳐다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러면 샤벳은 하루 밤 새신 것이잖아요
:당신의 말을 들은 샤벳이 작게 한숨을 내쉽니다.
샤벳 아드복트:당사자는 괜찮은데 왜 옆에서 반대한다는 건가.
앙헬 에스메랄다:안 괜찮으셔도 괜찮다고 말하시는 분인걸 잘 아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으로 체온을 재보려합니다
샤벳 아드복트:괜찮다니까--
샤벳 아드복트 , 뒤로 몇걸음 물러서며 손길을 피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뭐가 말인가.
앙헬 에스메랄다:왜 제 손을 피하시나요
샤벳 아드복트:평소에도 가끔 그랬었지 않았나?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네 발.
앙헬 에스메랄다:..아프시면 말해주세요
샤벳 아드복트 , 눈을 얇게 뜨고 흘겨보듯 바라보다가, 앞장서서 걸어가며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알았으니까, 이만 출발하지.
앙헬 에스메랄다 , 한참을 앞서가는 샤벳을 복잡하게 쳐다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작게 한숨 쉬고는 손으로 얼굴을 만져가며 표정 관리를 합니다
:두 사람은 (뭐, 조금의 강요가 있었지않나 싶지마는,)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조금의 대화도 없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나갑니다.
샤벳 아드복트:... 슬슬 좀 쉬어갈까?
샤벳 아드복트 , 흘기듯 말하며 손가락으로 저만치 앞에 있는 건물을 가리킵니다.
:뻗어진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저 멀리 도로 위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잠시 샤벳과 건물을 번걸아 쳐다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알겠어요, 샤벳이 원하신다면야
앙헬 에스메랄다 ,주유소로 발길을 옮깁니다
샤벳 아드복트 , 대답을 듣고선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발길을 옮기는 당신을 보고, 도로 입을 닫으며 따라 걷습니다.
:이곳은 관리인 한두 명을 두고 운영되던 작은 무인 주유소였던 모양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저는 자판기를 확인해볼게요
앙헬 에스메랄다 ,자판기를 확인합니다
:이미 생존자들이 자판기를 뜯어서 내용물을 다 가져갔는지, 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혹시 남은 것은 없을까- 자판기를 뒤져보았지만, 나오는 것은 부품 잔해들과 쓰레기 뿐이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역시 다 털렸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상태 확인
:평소랑 비슷한, 살짝 뚱해보이는 표정으로 당신 옆에 서 있습니다.
샤벳 아드복트:뭘 그렇게 보고 있나.
:- 같은 말이나 해주는군요.
앙헬 에스메랄다:아뇨, 괜찮으시면 사무실이나 같이 확인하실까 싶어서 말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안 괜찮다고 하면 안할 생각인가?
앙헬 에스메랄다:그야 물론이지요?
샤벳 아드복트 , 잠시 침묵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쉽니다.
샤벳 아드복트:확인하러 가지.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저곳에서 쉴 생각이었으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고개를 끄덕이곤 사무실로 향합니다
:사무실의 문을 돌려보았지만, 잠겨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주유기 쪽으로 부터 가봅니다
:평범한 주유기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시체인 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 지 몇 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당신에게 애원하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내뱉으며 그가 당신의 다리를 향해 나머지 한쪽 손도 뻗으려던 찰나,
앙헬 에스메랄다:그만, 그만! 진정하세요!
앙헬 에스메랄다 ,급히 당신과 시체의 사이에 서서 막아세웁니다
:당신이 급히 샤벳을 막아세우면, 그가 행동을 멈추고 눈만 굴려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샤벳 아드복트:...다친 곳은 없지?
앙헬 에스메랄다:...
:나름 평정을 되찾으며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은 아까와 같은 살기를 띄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눈은 충혈된 것 처럼 붉게 보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뭐라 하려다, 당신의 모습과 말에 다시 삼킵니다
:당신이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 거의 직후에,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와, 장난 아닌데?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납니다.
???:저기, 우선은 들어와서 이야기 할래요?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총구를 급히 겨눕니다
???:워우,
??? , 양 손을 들어올려 항복자세를 취합니다.
???:사람 못 믿을 세상이 왔다는 건 알지만, 그건 좀 내리고 이야기 하지 않을래요?
앙헬 에스메랄다:저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에이, 습격하거나 공격할 생각이었으면 진작 했겠죠.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어떡할까요?
:샤벳은 당신과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도, 슬그머니 시선을 피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잠시 고민하다 총구를 내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미안합니다,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뭐, 원래 성격이 어떻든, 어쩔 수 없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끄덕이고 샤벳과 함께 사무소로 향합니다
:크기가 크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세 사람이 들어간 사무실 안은 꽉 찬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쥬드:이게 참, 얼마만에 만난 생존자인지. 쥬드라고 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제 이름은 앙헬, 앙헬 에스메랄다라고 합니다
샤벳 아드복트 , 잠시 당신을 쳐다보다가, 쥬드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엽니다.
샤벳 아드복트:...샤벳 아드복트라고 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리고보니 혼자시군요
쥬드: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 왔죠.
앙헬 에스메랄다:..저런, 말실수를 했군요
쥬드:많이 급했나보네요, 해가 떠있는데도 움직이고.
앙헬 에스메랄다:그건 아니고요, 어쩌피 사태 전에 양친모두 돌아가셨어서
쥬드:오, 저런.
앙헬 에스메랄다:그냥 맘 놓고 쉴 장소가 필요한 것이랍니다
쥬드:하기사, 언제까지고 떠돌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앙헬 에스메랄다:동행 말입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곁눈질로 한번 보기
:샤벳은 아까부터 말이 없다 싶더라니, 혼자 뭔가 곰곰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말을 흐리며 복잡한 표정
앙헬 에스메랄다:아닙니다, 제가 신경을 쓰면 되겠지요
쥬드:좋아, 그럼, 일행이 생긴김에 아끼던 것들을 좀 풀어볼까-
쥬드 ,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짐을 뒤지더니, 무화과 몇 개를 꺼내듭니다.
쥬드:이런 시기의 과일은 귀한 편이잖아요?
앙헬 에스메랄다:정말 귀한거네요..
쥬드:고맙긴요. 이젠 동료잖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주섬주섬
앙헬 에스메랄다:원래 나중을 위해 아껴둔거지만, 받았으니 드려야겠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와인 2병을 꺼냅니다
쥬드:설마 그거, 와인인가요?
앙헬 에스메랄다:잔은 없지만, 그렇네요
쥬드:오, 세상에. 얼마만의 술인지.
쥬드 ,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무실 안을 뒤져서 종이컵 몇개를 가져옵니다.
쥬드:이런 건 있더군요.
앙헬 에스메랄다:그나마 잘됐군요. 얼마만에 호사인지 모르겠습니다
쥬드: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건배사라도 외쳐볼까요?
쥬드 , 종이컵마다 적당량의 와인을 따라 건네며 물어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건배사라...
:... ... 대답이 없네요?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앙헬 에스메랄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샤벳 아드복트:...-아,
앙헬 에스메랄다:괜찮으신가요?
샤벳 아드복트 , 슬 시선을 굴리다가 입을 엽니다.
샤벳 아드복트:좀 생각할 거리가 있어서.
앙헬 에스메랄다 ,걱정스럽게 계속 쳐다봄
쥬드:음, 뭐, 아무튼요.
샤벳 아드복트:... 나-... 큼, 저는 그런 것은 잘 못해서 말입니다.
쥬드:뭐, 그럼 제가 하죠.
앙헬 에스메랄다 ,여전히 걱정스럽지만 적당히 표정을 감추고 잔을 잡습니다
샤벳 아드복트:... 마실 생각은 없지만.
샤벳 아드복트 , 작게 중얼거리며 잔을 들어올립니다.
쥬드:조금 거창하게 해볼까요?
쥬드 ,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건배사를 외칩니다.
쥬드:인류의 미래를 위해.
앙헬 에스메랄다:인류의 미래를 위해!
앙헬 에스메랄다 ,복창하며 잔을 듭니다
샤벳 아드복트 , 으, 하는 표정을 잠깐 지었다가 한숨을 내쉬며 잔을 들어줍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나름 교양있게 와인을 마십니다
:세 사람은 음식과 와인을 나눠마시며 (비록 한 사람은 와인은 입에 대질 않았지만요)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 오랜만이라..
:흐릿한 정신과 시야에서, 당신은 샤벳과 잠시 눈이 마주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ㅡ 6월 10일 . 6 : 39 pm.
:깜빡,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설마 또 밤...윽 머리야... 새신 거에요?
샤벳 아드복트:... 일어났나.
앙헬 에스메랄다:와인이 싼 거라 숙취가 좀 있네요
샤벳 아드복트:숙취 해소제는-... 없는데 말이지.
샤벳 아드복트 , 말을 하다가 끊고 호흡을 한 번, 그리고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샤벳 아드복트:...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
앙헬 에스메랄다:그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샤벳 아드복트:나는- ...
샤벳 아드복트 , 눈을 꾹 감았다가 뜹니다.
샤벳 아드복트:..괜찮아, 그러니까, 이만 출발하지.
앙헬 에스메랄다:손, 한 번만 달라고 해도 안주실거지요?
샤벳 아드복트:...-
샤벳 아드복트 , 시선을 슬적 피하는가 싶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애써 외면
:짐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오면, 주유소 바깥쪽에서 주변을 슬 둘러보고 있는 쥬드를 볼 수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 기다리고 계셨군요
쥬드:누구 하나 쯤은 가는 길 상태를 보고 있는게 좋지 않나 싶길래요.
앙헬 에스메랄다:....네, 그러면 될 것 같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상태 힐끔 확인하곤 대답합니다
:힐끔 확인한 샤벳의 상태는 빈말로라도 괜찮다고 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었지만-...
:별 다른 대화가 없어, 묵묵히 길을 걸어나가던 당신이 문득 옆에서 걷는 샤벳을 돌아보면,
쥬드:저 친구, 정신이 좀 이상해 보이는데요.
:행여 샤벳이 듣기라도 할까, 목소리를 낮춘 쥬드가 속삭이듯 말을 이어갑니다.
쥬드:내가 이래봬도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말이에요, 조금씩 배운 말이 많거든요?
앙헬 에스메랄다 ,고개는 돌리지 않은채 계속해보라는 눈짓
쥬드:완전 미쳤던가, 한 20개 국어 정도 하는 천재거나, 둘 중 하나 같은데?
:당신은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있나요?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잘못 들으신게 아니겠습니까?
쥬드:뭐, 그럴지도 모르죠.
쥬드 , 그렇게 나불거리다가도,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을 이어갑니다.
쥬드:하긴, 제정신인게 더 이상한 세상이긴 하니까-
앙헬 에스메랄다:그래도 가능하면, 본인한테는 언급안해주면 좋겠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은 씁쓸한 표정
쥬드: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쥬드:그러고보니, 좀비사태 이전엔 뭐 하고 사셨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좀비사태 이전이라... 정말 아득하네요
쥬드:오. 어쩐지. 왜 총부터 나오나 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속이 쓰리군요
앙헬 에스메랄다 ,장난스레 웃습니다
쥬드:하하, 어쩌다 그런 일을 하게 되신겁니까?
앙헬 에스메랄다:원래 적성이 맞기도 했었고
쥬드:오 ...
:들려오는 질문에 대답하고 다시 질문을 받기를 몇 번 반복하고 있다보면, 속도가 점차 느려지긴 했어도 어떻게든 함께 걷고 있던 샤벳이, 갑작스레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얼굴이 채 굳어질 새도 없이 샤벳이 있는 쪽으로 급히 돌아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체온부터 측정합니다
:혹시나싶은 마음에 체온을 먼저 확인하면... 고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뜨겁네요.
앙헬 에스메랄다:젠장...젠장..
앙헬 에스메랄다 ,출혈 여부를 확인합니다
:출혈의 흔적은 딱히 없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미련하시게.. 왜...
쥬드:일단 어디에 좀 눕혀야 할 것 같은데... 건물이라도 좀 찾아보죠.
앙헬 에스메랄다:그래...주시겠어요?
:당신은 기절한 샤벳을 부축하고, 쥬드는 대신해서 짐을 든 뒤에 다시 걸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ㅡ 6월 11일 . 5 : 03 am
:가까이 가보니 이곳은 초등학교였나 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희게 질린 얼굴로 샤벳을 들쳐업고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아, 그중 한 교실은 좀비가 없네요.
쥬드:일단, 해가 뜨니까 우리도 슬슬 쉬죠?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입술을 깨물며 불안한지 다리만 떨고 있습니다
쥬드:....에휴, 적당히 알아서 쉬어요.
:쥬드는 한숨을 푹 내쉬고선 자리를 잡고 누워버렸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립니다
:당신은 샤벳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지, 캘버리에 무사히 갈 수는 있을지.
ㅡ 6월 11일 . 2 : 48 pm
:깜빡, 언제 잠에 들었던 건지, 당신은 노곤한 정신을 붙잡으며 눈을 뜹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이런.. 졸아버렸네요
:찌뿌둥한 몸을 똑바로 일으키며 기지개를 피려는데, 팔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손에 걸리는걸 확인합니다
:고개를 내려보면, 당신의 팔을 붙잡고 작게 신음하고 있는 샤벳을 보게 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래요 샤벳, 저 여깄어요
앙헬 에스메랄다 ,복잡한 심정으로 손을 겹치며 속삭입니다
:겹쳐잡은 손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전해져 옵니다.
쥬드:내가 전문가는 아니다만, 꽤 심각해보이는데요.
앙헬 에스메랄다:.....
쥬드:있으면 진작 줬겠죠.
앙헬 에스메랄다:하하..역시 그런가요?
:그러고보니, 여긴 학교잖아요?
앙헬 에스메랄다:....
쥬드:같이 가시죠?
앙헬 에스메랄다:그렇다고 샤벳을 데려갈 수는 없으니까요
쥬드:어차피 소란만 안 피우면 좀비가 오지도 않을텐데 뭐 어떱니까.
앙헬 에스메랄다:여기 안에 좀비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쥬드:그럼 한번 확인하고 가시던가요.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작은 한숨과 함께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올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진짜 쥬드 씨까지 절 힘들게 하시네요..
쥬드:좋아, 그럼 가볼까요?
쥬드 ,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을 한 두번 쓰다듬어주곤 힘겹게 손에서 벗어납니다
:그렇게 당신과 쥬드는 교실을 나와, 복도로 향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정조준 후 권총을 발사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몰려드는 좀비의 수가 원래부터 많은 탓인지, 분명 쓰러진 것들이 있음에도 부담이 될 정도의 수가 남아 이곳으로 달려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몰려드는 좀비떼의 공격을 피해내려고 하지만, 몇몇 녀석들의 팔을 피하지 못하고 공격을 허락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작게 혀를 차고 다시 연사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은 좀비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그들을 하나씩 사격해나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어째 이쪽으로 오는 좀비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은데...
앙헬 에스메랄다 ,남은 탄창을 가늠하며 신중히 발사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사격을 하려는 순간, 불길한 철컥 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쥬드와 대치하고 있는 두 마리를 제하고, 남은 세 마리가 당신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번엔 안정적으로 피해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장전된 마지막 한 발을 발사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마지막 탄환을 정확하게 좀비의 머리에 때려박았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 고민하다가 근접전으로 나섭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은 달려오는 좀비를 향해 단검을 내질러, 어렵지 않게 그것을 처리해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뭐, 피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가까이 다가온 좀비를 향해 단검을 내지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푹, 하고 당신이 좀비를 찔러내지만, 피해가 부족했는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팔을 뻗어 당신을 공격하려 듭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마지막 남은 좀비가 당신을 향해 입질을 하려 들지만, 무사히 그것을 피해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푹, 하는 살점이 파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마리까지 처리해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탱고 다운
앙헬 에스메랄다 ,권총을 재장전 합니다
:마침내 전투가 끝나고 나면, 빛 들어오는 복도 안은 짙은 혈향으로 가득합니다.
쥬드:참 나, 아침이라고 이렇게 많을 줄이야.
앙헬 에스메랄다:그러게 따라오시지 않는게 좋을거라 했잖습니까?
쥬드:그럼 된거죠 뭐.
앙헬 에스메랄다 ,단검에 묻은 체액을 적당히 옷에 닦아내곤 갈무리합니다
쥬드:아까도 비슷한 말 한 것 같은데, 혼자 나가서 죽는 것 보다야 둘이 나와서 조금 다치고 마는게 낫다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합니다
쥬드:아무튼 더 몰려오기 전에 얼른 가죠.
앙헬 에스메랄다:그러지요, 여유롭지는 않으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앞서서 향합니다
:일렬로 늘어져있는 복도를 지나쳐 앞으로 쭉 걸어나가면, [캐비넷]과 [사물함], [학교 약도]를 먼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학교약도부터 확인해봅니다
:군데군데 묻은 핏자국과 그을림 사이로 희미한 글씨들이 보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양호실은 발견했습니다
쥬드:그럼 바로 그쪽으로 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평소같았으면 이 참에 다른 곳도 보려고 했겠지만
앙헬 에스메랄다 ,사물함을 열어봅니다
:이 학교에 다녔을 아이들이 썼던 사물함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별 것 없긴 하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중얼거리며 양호실로 향합니다
:양호실은 정돈되지 않은, 그리 크지 않은 곳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좀비가 있나 환자용 침대부터 확인해봅니다
:다행이도 좀비는 없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침대들을 살펴보던 당신은 침대 아래의 서랍에서 안 쓴 수건들을 발견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나름 위생적이니.. 이건 챙겨야겠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챙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좀비가 없는것 같으니..
앙헬 에스메랄다 ,본격적으로 서랍을 뒤져봅니다
:책상 옆에 있는 서랍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일단 되는대로 다 챙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그제야 상자가 눈에 들어온 듯 확인합니다
:책상 밑의 큼직한 상자를 열자, 붕대와 소독솜, 소독약 등이 들어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이런 귀중한게 아직 남아있을 줄은 몰랐는데..
앙헬 에스메랄다 ,역시 가능한 챙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수건을 미리 적셔갈까..?
앙헬 에스메랄다 ,싱크대로 가봅니다
:양호실은 위생이 중요한 곳이니 손을 씻기 위한 싱크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막 양호실로 출발할 때보다 한결 누그러진 표정
쥬드:챙길거 다 챙겼으면 돌아가죠.
앙헬 에스메랄다:그러네요, 같이 와주셔서 고마웠어요
앙헬 에스메랄다 ,가볍게 고개숙여 인사합니다
쥬드:고맙긴 뭘요, 나도 얻은 게 많고 도움도 받았는데.
앙헬 에스메랄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교실로
:처음 양호실로 향할 때와는 다르게 양팔 가득 짐이 생겼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걸음을 몇 걸음 옮기던 순간,
:가까스로 교실로 돌아오면, 나올때와 달리 바뀌지 않은 풍경이 당신을 반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잠시만 일어나 주실 수 있으세요?
:피로해보이는 눈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약을 좀 찾아왔어요
앙헬 에스메랄다 ,해열제와 진통제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을 향해 샤벳이 팔을 뻗어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최대한 상냥히 미소지으며 손을 잡아 일으켜세워줍니다
:샤벳을 잡아 일으키고, 약과 물을 먹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쥬드가 갑작스레 입을 열곤 말합니다.
쥬드:이런 사람을 데리고 이동하긴 힘들 것 같은데...
앙헬 에스메랄다:미안합니다, 덕분에 일정이 늦어지겠네요
쥬드:좀 늦으면 어떱니까,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고마워요
:짧은 대화가 오고가는 사이, 샤벳이 한숨을 쉬듯 느적하게 숨을 내뱉고선 당신에게 기대어 눈을 감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하아..
앙헬 에스메랄다 ,한손으로 가볍게 토닥여줍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그러면서 총을 빼서 총알만 뺀 뒤에 다시 넣어둡니다
:감도는 침묵 사이로 당신은 잠자리를 정리하고, 샤벳에게 물수건을 얹어주는 등 간호를 하였습니다.
쥬드:당신, 그 사람을...-어디까지 믿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무슨 의미신가요?
쥬드 , 살짝 멋쩍은 표정을 한 채 뒷머리를 몇 번 긁적입니다.
쥬드:두 사람이 어느정도로 소중한지는 잘 알겠지만...
앙헬 에스메랄다:하하..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샤벳 머리 쓰담기
앙헬 에스메랄다:위험한 상황에서 통제되지 못하는 변수는 제거하는게 맞지요
쥬드 , 잠시 침묵하며 시선을 맞대다가 기지개를 키며 몸을 돌립니다.
쥬드:뭐- 완전 남인 내가 할 말은 아니었네요.
:그리 말한 쥬드는 그대로 자리를 잡고 누운 후, 눈을 감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어떻게 되더라도 끝까지 함께해 줄 테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작게 중얼거립니다
:그리 중얼거리며 확인한 샤벳의 상태는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보입니다.
:...지금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꿈을 꾸지 않고 편히 자고 있는걸까요,
ㅡ 6월 12일 . 5 : 33 am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으면 말해버릴 거야, 네가-..."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권총을 들고 급히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합니다
:당신이 황급히 교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자 보이는 것은, 새벽 어스름이 깔린 복도와-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을 뒤에서 뜯어 말립니다
:당신이 급하게 샤벳을 말리면, 샤벳이 호흡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샤벳 아드복트:...-앙헬, 언제 일어난-....
샤벳 아드복트 , 갑갑한 숨을 최대한 차분히 내뱉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 ... 하-... 설명하면 들어줄 생각이 있나?
앙헬 에스메랄다:...제가, 샤벳이 말하는걸 안들어준 적이 있던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젠 어쩌면 좋을까요, 포기할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그런 고민에 스치는 순간,
:돌연 샤벳이 당신의 손을 잡아 끌고, 캐비넷을 향해 달려가더니-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대충 상황파악이 되어,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두 사람은 캐비넷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시선을 교환합니다.
샤벳 아드복트:... 미안해.
:그렇게 속삭이고선, 샤벳은 품 속에서 당신이 챙겼던 곰인형을 꺼내듭니다.
:주의 부모 앉-아서
:새벽의 캐비넷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넷의 문이 열리면,
:당신의 눈 앞에 있는 샤벳은 감염자라는 사실을 선명히 가리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이 물음을 던지면, 샤벳은 몇 번 콜록대며 피를 토한 후에 입을 엽니다.
샤벳 아드복트:...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구나.
앙헬 에스메랄다:아닙니다, 샤벳이 왜 저한테 미안하다 하시나요
샤벳 아드복트:... 네 잘못이 아니다.
샤벳 아드복트 ,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뱉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래,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어쩔텐가?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앙헬 에스메랄다 ,애써 웃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 ...
샤벳 아드복트 , 슬 시선을 피하는가 싶더니, 등을 돌립니다.
샤벳 아드복트:가자, 안전지대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잖나.
앙헬 에스메랄다:..당연하지요.
:교실로 돌아와, 당신이 짐을 정리하고 출발할 준비를 하는 사이에 샤벳은 죽은 쥬드의 짐에서 쓸만한 것들을 솎아내어 챙깁니다.
ㅡ 6월 12일 . 6 : 21 am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나타납니다.
샤벳 아드복트:... 도착하기 전에, 끝내야 하는 일이 있다.
앙헬 에스메랄다:..말씀하시지요
샤벳 아드복트: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언제부터였는지,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앙헬 에스메랄다 ,언제나처럼, 그러나 작위적으로 짓는 것이 분명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저한테는 언제나 샤벳이시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순간 깨지려는 평정을 다잡고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 그런가,
:깨질듯 말듯 아슬아슬한 평화를 양 손에 모아담은 채, 두 사람은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샤벳은 지도를 꺼내 들여다보다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여기서 캘버리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 입니다.
샤벳 아드복트:탐색은 맡겨도 괜찮겠나?
앙헬 에스메랄다:기꺼이, 분부대로
앙헬 에스메랄다 ,아까보다 좀 더 그럴듯한 미소로 말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단상부터 확인합니다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성경을 열어봅니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열어보면, 펜이 끼워져 있던 페이지가 쉽게 펼쳐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이래저래 씁쓸하군요
앙헬 에스메랄다 ,십자가 확인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앙헬 에스메랄다 ,챙기빈다
앙헬 에스메랄다:..혹시 싶으니 확인해둘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피아노도 확인합니다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입니다.
:이 칸은 X 대신 O가 그려져 있네요.
앙헬 에스메랄다:....흠..
앙헬 에스메랄다 ,계단으로 향합니다
:좁은 나선 계단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기도실 문에 귀를 대고 내부 인기척을 확인합니다
:... ...
앙헬 에스메랄다 ,조금 안심한 상태로 열쇠를 사용해봅니다
:열쇠를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가볍게 묵념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들어갑니다
:어둑한 기도실 안으로 들어서면,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마주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기도실 안을 훑어보던 당신은 구석에서 노란 보석이 꿰여져 있는 팔찌를 하나 발견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챙겨갑니다
:내부를 전부 둘러본 당신은 다시 샤벳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쉽게도, 별 건 없더라구요
샤벳 아드복트 , 아무 말 없이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오른손을 내밉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손에서 느껴지는 열감을 애써 무시하며 찾은 팔찌를 채워줍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어울릴거 같아서 말이에요
샤벳 아드복트:...-그래, 고맙다.
샤벳 아드복트 , 다시 거둔 손목에 새로 채워진 팔찌를 몇번 만지작 거립니다.
샤벳 아드복트:......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 벌써 라고 할 것도 없지,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그런가요..?
앙헬 에스메랄다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언제.. 부터셨나요?
앙헬 에스메랄다 ,이윽고 비명을 토해내듯 힘겹게 묻습니다
샤벳 아드복트:... 공장에 있을 때였나.
샤벳 아드복트 , 손목시계를 슬적 확인합니다.
샤벳 아드복트:대략 84시간 정도 전이군.
앙헬 에스메랄다:제가, 잠들어 있을 때였나요?
샤벳 아드복트:...아니, 그 보다도 전.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언제였던가-...
앙헬 에스메랄다:네, 다 털려 뭐가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네요
샤벳 아드복트:그래, 그곳 말이다,
샤벳 아드복트 , 입을 몇번 달싹이다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갑니다.
샤벳 아드복트:몇번은 거절했다. 하지만-...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공식을 받아적기엔 24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서, 100시간으로 유예기간을 늘려받았지만 말이다.
앙헬 에스메랄다 ,크게 심호흡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앙헬 에스메랄다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노기를 띤 채 말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왜 그러신 겁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따져 묻고자 해도, 자신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 명백하여 말을 삼킵니다
샤벳 아드복트:...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미안하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렇게 하시니 뭐라 따질 수 도 없잖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나름 미소라고 짓지만 숨길 수 없는 슬픔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힘겹게 내뱉습니다
샤벳 아드복트:... 가는 길은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의 대답에 시선을 반쯤 내리고 얼굴을 쓸어내리다,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럼...-
앙헬 에스메랄다:물론.....물론이지요
앙헬 에스메랄다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당신의 대답을 들은 샤벳은 숨을 몇 번 고르고선, 그 자리에 쓰러지듯이 눕습니다.
:공기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창틈 사이로 오후의 나른한 햇빛이 비쳐들어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편안히 주무시길
:... 당연하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천천히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햇빛을 받으며, 두 사람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ㅡ 6월 12일 . 7 : 05 pm.
:... 깜빡, 눈을 다시금 뜨고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샤벳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잠은 잘 잤나?
:해가 지는 시간인지,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 너머는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바라보는 샤벳의 눈시울마저도 붉게 보이는 건- 노을 탓이려나요.
앙헬 에스메랄다:..정말 짓궃은 질문이신거 알고 계시죠?
앙헬 에스메랄다 ,애써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샤벳 아드복트:...
샤벳 아드복트 , 살며시 시선을 피하고, 짐을 챙기며 속삭이듯 말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괜찮습니다, 상처 받지는 .. 하하..
샤벳 아드복트:... ...미안하다.
:그 말을 끝으로, 샤벳은 입을 꾹 닫아버렸습니다.
:... 한참을, 짧지는 않지만 길지도 않은 길을 걸어서-
샤벳 아드복트:저길 봐라.
ㅡ 6월 13일 . 5: 52 am
:고개를 들어보면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는 것이 보이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이제... 한 시간 정도 남았나.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늦는건 아닐까 걱정했다만, 다행히 잘 도착했군.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의 옷깃을 잡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조금만... 더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요?
샤벳 아드복트:... 뭐,... 잠깐 정도는 괜찮겠지.
샤벳 아드복트 , 잠깐 손목시계를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듭니다.
샤벳 아드복트:아침해가 뜨는 것까지만 같이보고 갈까.
앙헬 에스메랄다:...미안해요, 투정 부려서
샤벳 아드복트:괜찮다,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
앙헬 에스메랄다:저한테도 각오할 시간을 좀 더 ...아닙니다, 의미없는 가정이었네요
샤벳 아드복트 , 제 손을 몇번 쥐락펴락 했다가, 당신에게 뻗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 홀린듯이 붙잡습니다
:여지껏 잡아왔던 손은 따뜻하기도 했고, 뜨겁기도 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번에도 그러리라고 생각하며, 당신은 그 손을 마주잡았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날이.. 좀 춥네요, 손이 차가우셔요
샤벳 아드복트:... 이른 새벽이니까.
샤벳 아드복트 , 옅게 미소지으며 말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이 늘 따뜻함만 느꼈으면 하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마주 미소를 지으며 답합니다
샤벳 아드복트:... 매번 참, 듣기 좋은 소리만 잘 해대는군.
앙헬 에스메랄다:그럴리가요, 언제나 샤벳한테는 진실하답니다
샤벳 아드복트 , 느릿하게 숨을 들이 쉬었다가, 후- 하고 내쉰 뒤 다시 입을 엽니다.
샤벳 아드복트:나도 네게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말을 멈추고 자연스레 샤벳의 손등에 입을 맞춥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동안 함께해주셨으니, 이것으로 대답이 될 수 있을까요?
샤벳 아드복트 , 입을 두어번 벙긋거리다가 왜인지 손으로 눈가를 꾹 누르며 대답합니다.
샤벳 아드복트:...충분하다 못해 과분할 정도로.
앙헬 에스메랄다: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붉어진 눈가를 숨기듯 밝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 오래 대화를 나누고 있던 것도 아닌 듯 한데, 어느새 지평선을 등지고 선 샤벳의 뒤에서부터 따뜻한 빛이 새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해가 뜨고 밝아진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던 샤벳이 곧 고개를 내려 시계를 확인합니다.
샤벳 아드복트:가져가라.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노트를 받습니다
샤벳 아드복트:부탁 하나만 해도 괜찮겠나?
앙헬 에스메랄다:말해보세요, 가능한 것이라면
샤벳 아드복트:... 불가능할 것 같으니, 날 잊으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 대신,
앙헬 에스메랄다:...정말 과한 부탁이시네요
샤벳 아드복트:네가 죽으면 의미가 없어진단 말이지.
샤벳 아드복트 , 조소하듯 작게 웃습니다.
샤벳 아드복트:이기적인 소리지만, 네가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거든.
앙헬 에스메랄다:....이런 상황이지만, 그런 말을 들어서 두근거린다고 말한다면
샤벳 아드복트:싫어하긴.
샤벳 아드복트 , 무언가 곰곰 고민하다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갑니다.
샤벳 아드복트:누구 말마따나, 한 명 뿐인 연인인데, 좋아해야하지 않겠나.
앙헬 에스메랄다:...듣고계셨네요...
샤벳 아드복트 , 잠시 침묵하다가, 품 속에서 당신이 탄을 비웠던 권총을 꺼내 건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래, 여태 내 멋대로 굴었으니 네 바람도 들어줘야지.
앙헬 에스메랄다:...너무 늦는다고 포기하시면 안됩니다?
샤벳 아드복트:너나 포기하지 마라.
앙헬 에스메랄다 ,권총을 받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피식 웃습니다
샤벳 아드복트:이렇게 된 김에, 한마디만 더 해도 되나?
앙헬 에스메랄다:제 귀는 열려있으니, 마음껏
샤벳 아드복트:다시 만났을 때에, 웃으면서 볼 수 있길 바란다.
샤벳 아드복트 , 그 말을 하고선,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당신을 꼬옥 끌어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정말 짓궃으십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약간은 떨리는 손으로 마주 안습니다 간절하게, 또한 절실하게
앙헬 에스메랄다:저도, 그 무엇보다 사랑합니다 샤벳
앙헬 에스메랄다 ,잘못하면 부숴질까, 날아갈까 작으면서도, 애절히 속삭입니다
샤벳 아드복트 , 아무 말 없이 당신의 등을 몇번 토닥이다가, 팔을 풀며 당신을 조심스레 밀어냅니다.
샤벳 아드복트:...이제 정말 늦겠다. 이만 가라.
앙헬 에스메랄다:...그렇겠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의 볼에 가볍게 버드키스를 하고 짓궃게 웃으며 뛰어나갑니다
:잘가라는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당신은 안전지대를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한 발, 그리고 다시 한 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이에 둘러 싸이는 것은 사태 이후 처음이건만,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사무치는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샤벳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그곳에 적혀있던 것은ㅡ
ED 1 . 이것은 모두 너를 위한 선택.
수고하셨습니다.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낮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당신은 몇 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는 샤벳이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xx년 10월 27일.
곧 학자들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하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 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류는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연합정부가 성립되었고-
그들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당신과 샤벳은 이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샤벳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좀 이상하네요.
인상을 잔뜩 쓰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그는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얼마 후에 가까스로 진정하며 숨을 내쉽니다.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이제 내가 보초를 설테니, 좀 자고 있거라.
밤에만 둘 다 깨있고 그러니, 낮에 대화하는게 드물잖습니까?
달리 아침이라고 할 말이 바뀌고 그러지는 않을 텐데.
그러면, 이따 뵐게요
눈을 뜨자 보이는 환풍구 너머의 하늘엔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테지요.
식사나 하지.
식사를 하는 동안엔 고요한 적막만이 흐릅니다.
뉘엿하던 해는 어느새 전부 저물고,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습니다.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 없네요.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 없이 배회하는 것만이 보입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슨일인가- 생각하는 것도 잠시, 그의 손짓에 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 아래에 빈 과자봉지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잘못해서 밟기라도 했다가는 소란을 일으킬 뻔 했네요.
지도를 펼쳐보고, 가야할 길을 확인한 뒤에,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 위에 오릅니다.
어느새 흙길외에 인간의 흔적은 점차 적어져가고, 넓은 초원이 펼쳐집니다.
찌륵거리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하네요.
다행인 점은, 오늘은 달이 밝고 하늘이 맑아, 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인다는 것입니다.
긴박한 상황은 아니잖아요?
다음 거점은 그곳이 어떤가 하는데,
흠...아직 식량이 부족하진 않지만.. 채워둘 필요는 있겠네요
보초는 서기야 해야겠지만, 요즘은 통 '안전하다'고 할법한 장소가 적었으니까.
[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 라고 적힌- 핏자국이 말라 붙어있는 간판이 새벽 어스름 너머로 보입니다.
여기가 그 마을인가봅니다.
마을의 거리는 한대 주민들이 살았을테지만, 지금은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체 덩어리들과 함께 쓰레기들이 널려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따금 나타나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를 나아가다가, 주변에 좀비가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브러진 [도끼]와 세 개의 [방], 그리고 [주방]이 보입니다.
평소라면 나무를 다듬는 데나 쓰였겠지만, 세상이 망해버린 지금은 그 쓰임새가 조금 달라졌겠지요.
도끼날과 손잡이엔 핏자국이 검붉게 말라붙어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함께 엉겨붙어 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색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7/38/15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어쩌면 뭔가 유용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고.
구겨진 종이 뭉치들이 끼워져 있네요.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던 것일텝니다.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있습니다.
기준치: | 77/38/15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드문드문 멀쩡한 페이지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젋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네요.
어쩐지 씁쓸한 맛이 입 안에 감도는 기분입니다.
감염 시에 나타나는 증상 정도 뿐이랍니다
소문같은게 아니라 직접 관찰이라 믿어도 될 정보입니다
어쩐지 책장에 그런 책들이 많더라니.
샤벳은 어떤 수확이 있으셨나요
오늘부터 시작하실건가요?
... 혹시라도 보여달라거나, 몰래 보거나 하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힘을 주면 열릴 것 같긴 한데...
세번째 방 부터 가볼까요?
옷가지가 거의 남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있는 침실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는걸요.
음..
아무래도 두 번째 방이 좀비를 가둬둔 방 같네요
..아, 아까 읽은 메모에 적혀있었습니다
...전투는 웬만해선 피하는 게 좋으니까.
샤벳께서 바라신다면야
혹시나의 상황을 대비하려는 것인지, 잠금까지 확실하게 걸어두고서야 풀썩, 제법 포근한 침대 위에 나란히 눕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 덕인지, 그새 잠이 솔솔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푹신한 침대네요
거기다 샤벳도 이렇게 있고 말입니다
오늘은 내가 먼저 설테니, 먼저 자라.
어쩔 수 없겠네요, 미안해요 샤벳
그 표정이 어쩐지 지쳐보이고, 조금 슬퍼보여서,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오랜만의 편한 잠자리인 탓인지, 피로가 쌓인 것인지, 당신은 하려던 말을 잊어버리며 스르르 잠에 빠져듭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 나위 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창밖을 보니 노을 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 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 그렇다는 건, 해가 떠있을 내내, 샤벳이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이네요.
아
아, 샤벳 정말 미안해요
오랜만에 포근한 잠자리에 정신 없이 자버린 모양이에요
좀, 사람 놀라게 그러지 마라.
...그래서, 피로는 좀 잘 풀렸고?
달리 할 것도 없으니 이만 식사하고, 바로 출발하지.
뭐가 됐든, 배를 채우기만 해도 감지덕지인 세상이 왔으니까요.
아-주 오래전의 어느때보다야,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거 혹시 저만 '나름 괜찮은데?' 생각했나요?
그래도, 그 때나 지금이나 샤벳 옆이라 좋네요
정말 가면 갈수록 말하는 게.
해가 지고 달이 뜬 거리는 어둡고, 어두운 거리에서 좀비들은 앞을 보지 못하여 목적없이 떠돌기만 할 뿐입니다.
그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의 끝자락에 도달하면, 마을 외곽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는 대부분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이 올려진 [선반1], [선반2]가 있고, 한쪽 벽으로는 [창고]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곰이나 유니콘 따위의 동물 인형이나, 비비탄 총 같은 것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 [노래하는 곰돌이]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좀비를 유도하는데는 유용할 것 같은데..
태그에도 '버튼을 누르면 노래해요!' 라는 문장만 덩그러니 쓰여 있습니다.
일단 챙길까
챙길만한 것 같습니다.
이게 뭐라고 힐링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 사이를 거닐며 무언가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확인하고 있는 샤벳도 있습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운이 좋았네요.
잘 찾았다.
그래도 여기서라도 식량을 발견해서 다행이네요
저쪽에는 이런거 밖에
그런 물건이 취향인가.
아, 설명을 안했네요
노래하는 곰돌이라고 하더군요
좀비들 관심을 끌 수 있는 물품이라 챙겼어요
그리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닌거 같아서..하하
뭐, 갈거면 같이 가는 편이 당연히 좋지.
잠긴 것 같지는 않은데...
문득,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소리는... 좀비가 내는 소리입니다.
정확하게 창고의 안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수는... 하나 같습니다.
어서 무력화하고, 탐색할게요
창고의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고 문의 입구를 향합니다.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달려들어옵니다.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0 |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1 |
몇번 꿈틀거리던 그것은 곧 움직임을 멈춥니다.
창고 밖으로도 채 나오지 못했네요.
누군가에겐 정말 절실할...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와인이에요.
오
쓸거면 여러 방식으로 쓸 수 있겠지만..
어떠신가요, 샤벳?
기준치: | 90/45/18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상의, 겉옷, 바지, 속옷, 양말 등 온갖 의류품이 들어있습니다.
잘 찾아보면 사이즈가 맞는 옷도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특정 재질은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을 테고요.
운이 좋습니다
덕분에 제법 이득을 보게 되었군.
일단.. 붕대 대용으로 쓸만한 옷을 찾아볼 생각인데
비단 가는 길 뿐만 아니라, 도착 이후도 생각해야하지 않겠나.
자원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착의 외 다른 용도로 쓸 것들 역시, 애초에 양이 많았던 덕에 넉넉하게 챙길 수 있었습니다.
입을 옷도 챙겼고, 붕대나 그런거로 쓸만한것도 많았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넉넉잡아도 몇 주 정도는 버틸 수 있어보입니다.
중요한 식량이네요
...
솔직히 질렸긴한데
급하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면, 저쪽에서 좀비의 시체를 뒤지고 있는 샤벳의 모습이 보입니다.
..
아
놀랐잖아요
정말 놀래키시네요
운이 정말 좋은데요?
탄을 나눠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그거 주시겠어요?
샤벳, 정말 그러시기에요?
하아..
제가 어떻게 샤벳을 이기겠나요, 알겠습니다
아무리 이 시기의 밤은 짧다고도 하고, 안에서 수색을 조금 하긴 했지만... 이정도로 빨리 동이 틀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이 이후로는 계속 도로니 좀비들이 많이 있지도 않을테고, 있더라도 조심하면 되지 않나 싶은데.
안전지대엔 빨리 도착할 수록 좋을테니 말이다.
저는 반대입니다
기준치: | 77/38/15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스치듯 지나간 표정은 어째서일지 불안과 초조함을 담은, 조급해보이는 표정이었습니다.
샤벳
정말 이러시기에요?
새삼스럽군.
총, 몇 발 남았나요?
제가 할 수 있는건 다 해볼테니까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여,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나왔습니다.
...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 건 정말로 오랜만입니다.
머리 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게 느껴집니다.
... ...
이어지는 침묵이 어색해서 몇번이고 말을 걸어볼까 고민을 하고, 속으로 한숨을 삼켜가는 수가 점점 많아지고- 마침내 침묵이 익숙해질 때 즈음, 비로소 샤벳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근근이 널브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 쉬어갈만한 곳으론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설을 잠시 둘러보면, 무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유기] 몇 대, 그 옆에는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이 보입니다.
기준치: | 77/38/15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사무실로 가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자신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창문을 통해 안을 살피려고 해도, 블라인드가 쳐져있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열쇠를 찾아야 할까요.
어떻게 못 열거 같지는 않은데..
조용하지는 않을테니, 열쇠를 찾아봐야겠네요
설마 여기 있겠어- 하는 마음 반, 열쇠가 어딘가에는 있겠지- 하는 마음 반으로 주유기들 사이를 지나쳐 걷던 찰나에-
턱, 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뻗어져, 당신의 발목을 확 붙잡습니다.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하반신이 뜯어먹힌 듯 두 다리는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은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도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 모슴만, 제발......"
콰직, -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당신의 시야 안으로 새하얀 머리카락이 흘러 들어옵니다.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샤벳은 당신을 뒤쪽으로 슬 밀쳐내고, 감염자를 향해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내리칩니다.
퍽, 퍼억, 퍽,
끔찍한 소리 사이로 튀어나오던 비명소리도 곧 그치고, 거칠어진 샤벳의 숨소리와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경직된 표정과, 섬뜩하게 핏발이 선 눈. 거칠어진 숨 탓에 호흡을 할 때 마다 움직이는 몸이 시야 속에 들어옵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소름이 절로 돋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멈칫하는 사이, 샤벳이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숨을 고르고선 입을 엽니다.
여전히 섬뜩하고,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는 싸울 생각이 없거든요?
먼저 말하셨지만, 좀비 못지 않게 사람도 위험한지라
...
애초에 이런 곳에서 인간들끼리 싸워서 뭐한답니까?
알아서 하라는- 뭐, 그런 느낌인 것 같기도 한걸요.
일단 이만 들어가죠, 이러고 있다간 정말로 좀비한테 시선 끌릴지도 모르잖아요?
두 사람이 짐을 풀고나면, 남자는 큼- 하는 소리를 내며 시선을 모으더니 자신을 소개합니다.
저도 얼마만에 산 사람을 뵙는건지 모르겠네요
이런 상황에 혼자서 생존이 쉽지는 않으셨겠는데
고생하셨겠습니다
뭐, 나도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같이 안전지대로 가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전부 감염자가 되거나 죽거나 해서 혼자 남은거죠.
그러고보니, 당신들도 안전지대로 가는 길이었습니까?
네, 그렇답니다
안전지대에서 만나야 할 가족이 있다던가, 뭐 그런건가요?
이왕 이렇게 만나게 되었고, 목적지도 같은 김에, 동행하는 건 어떠십니까?
한 명 보다는 둘이 낫고, 둘 보단 셋이 낫지 않겠어요?
상관은 없겠지만...
환영합니다
혹시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먹으려고 챙겨다녔는데, 딱 좋은 기회가 생겼네요.
한동안 단백질 블럭이나 통조림만 먹어서
단맛이 그리운 참이였는데, 감사합니다
이런거라도 나눠야죠.
양심에 찔리는 군요
나눠드시겠어요?
당연하죠!
아, 잔이라고 하기엔 뭣하나 싶지만-
샤벳이 해보시는게 어떠세요?
아까 돌아봤을 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샤벳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참, 걱정되게 왜 저러고 있는건지.
... 무슨 일인가.
아까부터 계속 그러고 계시길래
문제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니 걱정마라.
건배사 해주실겁니까?
자- 다들 잔 하나씩 들고요.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금세 술기운이 오르는 것 같네요.
그렇게 작은 만찬이 끝난 후, 당신은 짐을 치우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살짝 머리가 어질어질한 기분도 들고, 술기운 탓인지 깜빡깜빡 시야가 어두워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달싹이는 입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볼 수도 알아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잠들어가는 정신에서 잡아낸 것은 손에 들린 노트와 펜이었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느껴지는 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 것 같습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당신이 잠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같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샤벳입니다.
잠에서 깬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무언가를 쓰고 있던 노트와 펜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 잠을 자긴 한걸까요?
네, 방금 막 일어났어요
..샤벳도 괜찮은거 맞으시죠?
저는 쥬드 씨 찾아보고 올게요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그 자리에 가만 서있네요.
안에 계신줄 알고 찾아보고 있었는데, 하하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까,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면 되겠던데요?
밀려드는 걱정과 함께, 본인에게 아무리 그것을 말해봐야 듣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찾아왔습니다.
쥬드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지만요.
어쩔 수 없이, 혹은 당연하게도, 세 사람은 아스팔트 도로 위로 걸음을 옮겨갑니다.
...
이제는 제법 인위적인 흔적이 많아진 도로변과 도로를 걷고 있으면, 머리 위에서는 환한 달빛이 드리웁고, 세 사람의 몸 뒤쪽으로 기다란 그림자가 자라납니다.
간간히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는 샤벳을 보게 됩니다.
어제와 같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느낌입니다.
어쩌면, 그보다 심하게 느껴질지도요.
그렇게 샤벳을 바라보는 당신의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훌쩍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근데,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까- 라틴어, 독일어, 스페인어-... 그것 말고도 내가 못 알아듣는 언어도 많은 것 같거든.
애시당초, 샤벳이 그런 언어들을 할 줄 아는 사람이던가요?
어제 주유소에서의 일도 그렇고, 요 근래 보인 모습들을 생각하면-
근데 굳이 언어 문제가 아니어도 저렇게 허공 보면서 중얼거리는게 정상은 아니잖아요?
나나 당신도 어디 한구석 쯤 미쳐있는 지도 모르고.
생각해보니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었네요.
쥬드 씨한테 어떻게 보일지는 알겠지만,
저한테는 한 분 뿐인 연인이라서 말입니다
안 그래도 무슨 관계길래 같이 다니나 궁금했는데.
그냥 어쩌다 만난 사이라기엔 유독 가까워 보였어서 말이죠.
저는.. 직업 군인이였습니다
좀 힘드셨겠네요? 직업 군인이라고 하면-
휴가도 잘 안주고, 굴리기는 무지막지하게 굴리는 거로 알고 있는데?
뭐,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없으셨고?
좀 여러일이 있었는데
이게 특기를 살리기 좋겠더라구요
그 과정에서 샤벳을 만나기도 했고
그래도 대위라 갈길이 멀었지만 말입니다 하하
샤벳!
... 이름을 불러도, 잡고 흔들어대도, 샤벳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힘겹게 신음하고만 있습니다.
계속 잠도 안자고, 괜찮다고 말은 잘 하더니, 결국은 안 괜찮았던 것이네요.
짐 대신 들어드릴까요?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 동이 트려 할 때쯤,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 것 같아요.
불에 타 거꾸로 뒤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기준치: | 77/38/15 |
굴림: | 7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샤벳을 눕혔습니다.
난 먼저 좀 잘테니까.
하아....
여전히 그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은 걱정을 껴안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갑니다.
여전히 환한 바깥에 손목시계를 바라보니, 2시 48분 이라네요.
그의 몸 상태는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신음 사이로 들리는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불확실한 음성만을 울립니다.
자세히보니 식은땀도 흘리고 있고, 꽤 고통스러워 보입니다.
들려오는 소란을 깨달은 것인지, 쥬드 역시 깨어나서 두 사람을 살피더니 말합니다.
혹시, 진통제같은거 가지고 계신게 있나요?
뭐... 아시잖아요, 이런 세상에 약이 얼마나 귀한지.
기준치: | 80/40/16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쩌면 양호실에 남아있는 약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쥬드 씨, 잠시만 지켜주시겠어요? 잠시 가볼 곳이
솔직히 여기보단 바깥이 더 위험할텐데, 혼자 다니긴 좀 그렇지 않나 싶거든요.
혼자 놔둘 수는 더욱이 없을 노릇이고요
샤벳한테 위험부담을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동행을 부탁드릴게요
...
복도로 나오면, 한낮의 태양빛이 군데군데 있는 창문에서부터 복도 안쪽으로 비쳐들어옵니다.
시야가 밝아서 좋기는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좀비에게도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길을 나서기가 무섭게, 저만치서 11 마리의 좀비가 두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7 |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0 |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9 |
민간인이니 별 기대는 안했다만, 쥬드도 이번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군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17, 70, 99 |
+2: | 어려운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1, 89, 77 |
+2: | 어려운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입고 있는 보호구 덕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곤란하겠어요.
장갑 - 7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6 |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4 |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9 |
한번 총이 쏘아질 때 마다 한 마리씩, 바닥에 피를 흩뿌리며 쓰러져갑니다.
옆으로 샌 몇 마리의 좀비들과 쥬드 역시 대치를 하고 있고, 그 역시 한 마리를 쓰러트리는 데에 성공한 듯 보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66, 7 |
+2: | 극단적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급히 몸을 물리려고 하지만, 좀비 한 마리가 홱 팔을 뻗어 당신을 공격했습니다.
장갑 -3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2 |
덕분에 놀라서 그런가, 빗나갔네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급하게 사격을 할 필요도 없으니 여유가 조금 난 덕이겠죠.
기준치: | 60/30/12 |
고장: | 94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8 |
쥬드도 한 마리를 처리하는 데에 성공 한 것 같으니, 이제 남은 것은 셋 입니다.
남아있는 셋은 둘과 하나로 갈라져 공격을 감행하지만, 둘 중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였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9 |
남아있는 두 마리의 좀비가 (쥬드가 든 쇠지랫대에 맞아가면서도)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냅다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미움받고 있네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동안 일한 짬이 있으니까요, 그쵸?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4 |
그것을 본 쥬드가 곧장 그 좀비의 머리를 내리쳐, 그것을 죽여버렸지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자자, 이제 마지막 한 마리에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7 |
언제 흐르기 시작한건지 모를 땀방울과 좀비에게서 튄 피가 한데 섞여 옷을 적시며 흘러내립니다.
괜찮아요? 물리진 않았고?
물론 나와주셔서 순조로웠습니다만
다른 곳 둘러봐야 별 것 없을 것 같은데.
...보이는 곳만 가보는게 좋겠네요
몇 개를 열어보자 교과서, 리코더, 크레파스, 빈 우유갑, 먼지 ... ...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들어있지 않네요.
이런 데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데...
[환자용 침대]와 [큰 서랍], [상자], [싱크대]가 있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양호실 안에서 제법 정돈된 편인 침대입니다.
여기로 샤벳을 데려오기는 좀 힘들 것 같은데... 이불이라도 가져가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준치: | 77/38/15 |
굴림: | 7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거로 물수건이라도 만들어서 얹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수건이라면 다른 용도로도 제법 유용할테고요.
이미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습니다.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이 들어있습니다.
전부 챙기긴 힘들겠다만, 조금 정도 챙겨두면 앞으로 도움이 되겠죠.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손잡이를 돌려보면, 물이 나옵니다.
피부에 튄 좀비의 피도 닦아내고, 마침 싱크대 아래에 놓여있던 양동이에 물도 담았습니다.
약에 물까지, 상당히 수확이 좋네요.
다행이네요
다른 층도 보고 싶긴 한데- 좀비도 있을 것 같고, 아직 아침이라 피곤도 하고.
하여튼 어서 가죠, 빨리 정리하고 잠이나 잡시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탁, 하고 들고 있던 짐들 사이에서 약 상자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
다행히 소리가 작아서, 좀비가 이쪽을 돌아보지 않네요.
발견당하기 전에 걸음을 서둘러야겠어요.
여전히 밝은 창 밖과, 여전히 아파보이는 샤벳입니다.
자자, 어서 약부터 먹일까요?
입을 몇 번 벙긋거리기만 하는 걸 보면 대답은 하고 싶어보이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네요.
이걸 드시면 좀 나아....지실 거에요
누워있는 채로는 뭐든 삼키기 힘들테니 일으켜주는 편이 좋겠어요.
좀 나아질 때 까지 여기 있어야겠네요.
괜찮으시다면, 먼저 가도 괜찮아요
몇년 몇개월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몇일 늘어나봐야 별 문제 있겠어요?
역시 아플땐 편히 잘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죠.
이불도 가져왔겠다, 아주 편하진 않더라도 어느정도는 좋은 잠자리를 만들어줍시다.
바로 잠을 잘 것 같았는데, 왜인지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던 쥬드가 나지막하게 말을 걸어옵니다.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 일수록 끝까지 믿을 수 있는 건 본인 하나 밖에 없지 않겠어요?
내가 왜 혼자 다니겠습니까?
냉정하게 말하면 쥬드 씨 말이 맞습니다
당신의 대답대로,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통제하지 못할 상황은 없애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되려 이런 상황일수록 불확실성을 만들어내지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주는 편이 좋으니까요.
...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조금 따뜻하지만 아까보다는 열이 내렸고, 한결 편해진 표정입니다.
그 모습을 확인하자, 당신도 순간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밀려듭니다.
하기사, 밤새 걸어오고 제대로 된 잠을 자지도 못한 채 좀비와 싸워야 했으니까요.
피곤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죠.
잠을 자진 않더라도 조금만 쉴까- 하는 생각에 샤벳의 옆에 누워 그의 잠든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어느 순간 깜빡 잠에 들어 버립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샤벳의 목소리 같은데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복도로 나가서 대화하고 있는 것 같네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뭘 말한다는 걸까요?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둘을 말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당신이 부스스 몸을 일으킨 순간,
무언가 둔탁한 것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큰 비명소리가 복도를 울리며 퍼져나갑니다.
이미 움직임을 멈춘 쥬드의 머리를 계속해서 권총의 손잡이로 내리치고 있는 샤벳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이게 아니지
샤벳..!
마주친 눈은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떨리고 있습니다.
어둑한 복도 너머, 비명 소리를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양쪽에서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고 있거든요.
대충 눈으로 어림잡아도 수십마리.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저들이 낸 소란에 다른 좀비들도 몰려올지 모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도망가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아니면, 달리 좋은 방안이 있을까요?
다짜고짜 당신을 그 안에 밀어넣고 문을 쾅- 닫아버립니다.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캐비넷 안에 갇혀버렸네요.
당신의 표정을 보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샤벳은 당신을 보며 슬프게 웃어보입니다.
분명 당신의 짐 사이에 있었을텐데, 저건 언제 챙긴걸까요?
무어라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워가는 좀비들 사이로 샤벳의 모습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 퍼집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감-사 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저 인형을 처음 봤을 때 부터, 샤벳은 이럴 마음을 품고 있었던걸까요?
... 샤벳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샤벳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어라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도, 다시 입을 닫곤 그저 미소 지으며,
코와 입에서 흐르는 피를 무심하게 닦아낸 샤벳을 보자,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서재에서 본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여태껏 들었던 불안한 기분과, 차갑게 마음을 식히던 이성,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행동들이 하나의 결론으로 짜맞춰져 갑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언제셨나요?
최대한 끝까지 숨기고 싶었는데.
같이 있었는데도 막지 못했네요
단언코, 네 잘못이랄 것은 하나도 없었어.
나를 죽일텐가?
에이 농담이 짓궃으십니다...하하...
제가 어찌 그러겠습니까
비슷한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합니다
...농담은 아니었지만...
아침이긴 한데... 괜찮지?
샤벳이 원하신다면야
시체의 짐을 뒤지는 것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을텐데,
왜일지, 그 행위가 오늘 따라 이질적이고 어색하게 보였습니다.
원래는 도로였을 길 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단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던 샤벳이, 불현듯 입을 엽니다.
그리고 그 밖에 모든 의문에, 그 일을 마치고서 대답해 줄테니까,
...그때까지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금까지처럼 있어줄 수 있겠나.
딱히 달라질 일도 없...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 즈음,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덕을 오르고 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본걸요.
교회는 좀비들을 막기 위함이었는지 창문에 나무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있어요.
잠깐 쉬었다가, 해가 지고 마저 이동하지.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예배당 맨 앞에 짐을 풀고 샤벳은 자리를 잡고 앉은 채 말합니다.
... 해야 할 것이 있어서 말이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릴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크기가... 제법 높고 까마득하네요.
십자가 끝에 손을 대어보니, 뭔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뒷면을 확인하면, 열쇠 묶음이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피아노 위에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겨보면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터는 각 날짜칸마다 X 표시가 되어있는 것이, 마치 이 교회 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표시가 끝난 날은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 달 뒤입니다.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는 모양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기도실] 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인기척이 전혀 없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새어나옵니다.
슬프게도, 이제는 익숙한 냄새입니다.
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 썩는 냄새거든요.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냈을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가,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며.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기준치: | 77/38/15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 집에서 가져왔던 노트에 무언가를 미친듯이 적어내리고 있는, 어색하면서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당신이 돌아오고서도 한참을 제 할 일에 열중하던 샤벳은, 어느 순간 손을 멈추고 옅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그렇게 눈과 눈이 마주치면, 그는 옅게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다 끝났다는 눈치군요.
그나마..
손 좀 줘보시겠어요?
이제-...
묻고 싶은게 있다면 물어봐라.
무엇이든, 솔직하게 대답해줄테니.
벌써..말입니까?
몇일은 된 일이니까.
물려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 말이다.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전에 한 번, 폐허가 된 연구실을 지나갔던거, 기억하나?
유일하게 남아있던 문서를 하나 읽고서부터, 꿈에 웬 검은 것이 나타나더군.
그 녀석이 내게 거래를 제안했다.
내가 감염자가 된다면 치료제의 공식을 알려주겠다고,
... 나 하나만 희생하면 모두를 구할 수 있다고 속삭였지.
... 뭐, 그렇게 된 이야기다.
대체 왜.....아닙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괜찮았던 일이, 더이상 괜찮아지지 않았을 뿐이다.
남아있는 것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변질 되었을 뿐이고,
... 후회에서 비롯된 속죄, 그것들이 만들어 낸 선택이다.
저한테는 치료제니, 후회니 하는 것보다 샤벳이 소중하단 말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
저를...먼저 떠나시지는 않으실 거지요?
...... 질문은 그게 끝인가?
마음 같아서는 바로 캘버리로 가자고 하고 싶다만...
조금만, ...정말 조금만 쉬어도 괜찮겠나,
명백하게 지쳐보이고, 피로해보이는 모습으로, 샤벳은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마주친 시선으로 전해져 오는 것은 달리 존재하지 않습니다.
금세, 시선은 멀어져서 닫혀갑니다.
...
마치 기절하듯 샤벳이 잠에 들면, 예배당 안에는 적막이 들어찹니다.
이미 잠들어버렸지만, 그래도, 잘자라는 인사를 쥐여 보내주도록 할까요.
잘 전해지기라도 했다면 다행일텐데 말이에요.
평온하게 잠에 빠진 샤벳을 바라보며 옆에 조심히 몸을 뉘여보면,
이 순간이, 함께 하는 잠자리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먹먹한 감정이 밀려듭니다.
남은 시간은, 이제 16시간.
깜빡, 눈을 감았다 뜨길 반복하며,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의 꿈에 불과했기를 바라며,
출발하게, 이만 일어나라.
...-상처를 줄 생각은 없었다.
... 그렇게, 두 사람은 또 다시 고요한 동행을 이어갑니다.
밤이 찾아오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하기 그지 없습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쏟아질 것처럼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이 매우 아름답게 보입니다.
안전지대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마침내, 샤벳이 잠시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뒤에 입을 엽니다.
도착한 것 같다.
이 길고 길었던 여정의 끝이 보입니다.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나야 그 시간동안 각오하고 있던 일이지만-... 너한테는 아니니까.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생각해.
증상은... 어떠신가요?
하지만 여태껏 느껴졌던 온기가 꼭 허상인 것 마냥- 맞닿은 피부에서는 꼭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냉기가 느껴집니다.
새삼스럽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촉감을 타고 올라와 뇌리에 전해집니다.
그러는 네 손은 참, 언제나와 다름이 없이 따뜻하구나.
...아니지, 매번 따뜻할 수는 없어도, 그늘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말만 해주는 건 나랑 안 맞았으니까.
돌이켜보면, 마음 먹은 대로 잘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어.
매번 고마웠다, 계속 옆을 따라오며 도와주어서.
...-나는 그동안 네 삶에 도움이 되었나?
무슨 말을 그리 하시나요..
꼭..작별이라도 하실것처럼...하하..
....
너무나 자명해서, 드릴 대답이..
걷혀진 검은 장막이 밤의 냉기를 몰아가면, 아침의 따스한 감각이 온 몸을 휘어감아 옵니다.
어느때보다 슬픈 마음에, 맞닿은 손은 여전히 차가운데도 말입니다.
...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은 이별이 다가옴을 알리고 있습니다.
온 세상 천지가 이토록 밝고 따스한데도, 한 사람의 세계는 되려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이-
이토록 슬픈 적은 없었을겁니다.
그리곤, 여태껏 들고있던 노트 -아마도 치료제의 공식이 쓰여있을- 한 권을 당신에게 건네며 말합니다.
끝까지 살아남아라.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욕심이겠지.
혹 부탁이라는 말이 어렵다면, 널 죽지 못하게 만드려는 저주라고 생각해도 좋아.
따라가지도 못하게 하시려구요?
내가 사랑하고 구하고자 결정한 건 분명 인류가 맞지만,
인류의 이전엔 네가 있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큰 상처를 남기게 되었지만...
샤벳은 절 싫어하실까요?
항상 그랬듯, 난 언제나 좋아하고 있어.
부끄러워라..
....하아...
제가 어찌 샤벳의 뜻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이미 제 심장은 샤벳의 손에 있으신걸요
그러니까, 조금만....기다려주세요
언제까지나, 네가 다시 날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너무 늦지 않게 찾아와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찾아뵐거니까요
... 사랑한다.
몸 조심하시길
잘 이별을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재회도 약속했는데,
왜인지 눈물이 차서 시야가 흐려집니다.
답지 않게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눈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높은 철문이 당신의 눈 앞에서 열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당신을 반깁니다.
그토록 다다르고 싶었던 안전지대로 걸음을 옮겨 들어갑니다.
문득 찾아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뒤를 돌아보면- 저 멀리에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샤벳과 눈이 마주친 것도 같았습니다.
쿵, 무거운 문이 다시 닫히고나면, 비로소 이별이라는 단어에 온점이 찍힙니다.
... 보일리가 없는 거리였을텐데, 상상일 뿐인지, 실제로 그랬던 것인지, 사태이후 처음으로 우는 표정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목소리가 당신의 안전과 안부를 묻고, 생환을 축하하지만,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는 당연하게도 들리지 않습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어느새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당신이 가져온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몇몇 학자들이 공식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 과정동안 수십 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 펼쳐볼 수 없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샤벳이 당신에게 남겨준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 장, 한 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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