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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플레이로그 (고정페어 타이만)/샤벳&앙헬

[COC 플레이로그] 너를 내게 되돌려줄 100시간

CB_PL_ 2023. 6. 4. 15:47

시나리오 링크(인포): https://posty.pe/9knw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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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다음 뉴스입니다. 연합 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의 생산공장을 올해 안으로 2배 이상 늘릴 것이며, 감염자에 대한 수용시설 또한 확충할 것임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치료제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으며-...
 
당신은 건조한 표정으로 어제자 재방송인 뉴스 화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습니다.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 병동 앞 대기실은 tv화면의 뉴스 소리나 간간히 들리는 대화 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좀비 사태 이후 25개월이 지난 후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학자들에 의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자 구원이라 불렀습니다.
 
물론, 치료제의 공식이 적힌 낡은 노트를 작성한 사람이 샤벳이고, 그것을 가져온 사람이 당신이라는 사실은 아주 소수의 정부 관계자만이 알고 있지만요.
 
당신은 가방에서 며칠 전에 당신 앞으로 온 편지를 꺼내 펼칩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 내용을 거의 다 외워버린 편지는 구겨지다 못해 너덜거립니다.
 
 
 
:치료제가 완성된 후인 이듬해 1월, 연합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전면적으로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갖기도 잠시, 사람들은 또 한 번의 절망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추여받은 후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하고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 같은 것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학자들은 치료제를 조금씩 바꿔나가며 계속해서 실험을 거듭했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해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만들어져야 하는 치료제의 양에 비해 공장과 자원은 부족했습니다.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무작정 감염자들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니, 결국 정부는 그들을 수용소에 모은 후 생존자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합정부는 당신의 말에 따라 노트의 작성자인 샤벳을 찾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만, 알다시피 정부는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았습니다.
 
멸망 이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 세계는 평화로웠던 시절보다 모든 것이 몇 배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당신 역시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생존자의 일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정부는 수용소의 좀비들 사이에서 샤벳을 찾아냈습니다.
 
몇 달을 기다려야하는 다른 감염자들과는 다르게, 그에게는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치료제의 투여가 결정되었습니다.
 
이곳, 아리마테아 병원은 당신이 사는 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안전지대 외곽에 위치한 병원입니다.
 
좀비 사태 이후 폐병원이 된 곳을 건물 통째로 감염자들을 위한 시설로 바꾸어 쓰고 있으니, 병원보단 수용소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지와 함께 본인확인을 거치고 접수를 마친 당신은 샤벳이 있다는 7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감염자들이 입원하고 생활하는 병동은 외부의 출입이 차단된 폐쇄병동인지라, 병동 앞 면회실에서는 당신을 포함한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저 안에 있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길고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ㅡ 11월 14일 12 : 50 pm.
 
 
 
:정오를 넘기고 오후 1시에 가까워질 때, 당신은 비로소 직원이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님, 안으로 들어가실게요."
 
 
앙헬 에스메랄다:네.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은 건조한 목소리로 대꾸하고는 간호사가 인도하는 방향으로 향합니다
 
 
 
:직원의 인도를 받아 당신은 짧은 복도를 건너, 굳게 닫힌 철문 앞에 도착합니다.
 
직원이 카드키를 찍자 문이 열리며 병동의 모습이 보입니다.
 
중앙 스테이션을 주위로 둘러싸는 병실들과 처치실, 면회실, 심지어 협소하지만 '환자들'을 위한 휴게공간까지.
 
겉보기에, 이곳은 평범한 병동입니다.
 
샤벳은 지금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는걸까요.
 
주변을 잠시 둘러볼까 싶었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고 직원은 빠른 발걸음으로 당신을 한 진료실로 안내합니다.
 
 
 
:진료실 안은 한쪽 벽 가운데 널찍한 유리창이 있는 것만 빼면 평범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특수유리로 만들어진 듯한 창은, 반대편 방을 볼 목적으로 설치된 듯합니다.
 
반대쪽 방은 지금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신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차트를 확인하던 의사는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레나 리센:안녕하세요, 에스메랄다 씨. 저는 72병동 담당의사 레나 리센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알고계신거 같으니 제 소개는 넘어가겠습니다.
 
 
레나 리센:...예, 샤벳 아드복트씨의 보호자, 맞으시죠?
 
이미 dna나 지문등으로 본인 확인은 거쳤지만, 잠깐 확인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책상 옆에 있는 리모콘의 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자 얼마 후,
 
쾅-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불이 켜진 유리창 너머에 서있는 샤벳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헤어진 후 처음 보는 그는, 당신이 기억하는 모습대로인가요?
 
그는 바이러스의 감염자, 좀비잖아요.
 
...창문 너머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고, 창과 맞닿은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뭉개집니다.
 
 
 
:녹빛 환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샤벳.
 
당신을 알아보는 걸까요, 아님 그저 빛에 반응한 걸까요.
 
한때 금빛이었던, 탁하게 색이 바랜 눈동자의 동공은 희게 번뜩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말은 없지만 작게 숨이 멎는 소리를 냅니다
 
 
레나 리센:...샤벳 아드복트 씨가 맞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맞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그는 당신의 대답을 듣고 차트에 무언가 적은 뒤, 다시금 버튼을 누릅니다.
 
불이 꺼지면 유리창 너머는 다시 어둠에 잠기고, 새까만 유리창엔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레나 리센:보시다시피 지금 상태에선 면회가 불가능합니다.
 
면회가 허용되는 건 3단계부터입니다.
 
이미 편지에 동봉된 안내자료를 보셨겠지만... 다시 한 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치료제는 어제 오후 1시에 투여된 상태입니다. 아드복트 씨는 현재 2단계의 상태이고요.
 
치료제를 처음 투여받은 환자, 그러니까 좀비는, 100시간 동안 1단계부터 4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인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100시간 후 5단계가 되어 완치 판정을 받을 경우 퇴원이 가능합니다.
 
 
레나 리센:첫 치료시 완치율은 대략 30% 정도이고,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이곳 병원에 격리된 채 추가적인 치료를 받게 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계속 5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레나 리센:계속 치료 시도를 해봐야겠죠.
 
...완치된 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좀비일 때는 의식도 기억도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치료제가 투여되며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죠.
 
현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 후 좀비가 될 때 파이로젠 바이러스가 뇌에 침입한 결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물 부작용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3 - 4 단계의 환자들이 이따금 액팅 아웃, ....그러니까, 발작을 하며 공격성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안정제를 투여한 후 독방에 얼마동안 격리하는데, 그러면 수 시간 후에 괜찮아지므로 너무 걱정하진 않으셔도 됩니다.
 
 
레나 리센:...제가 드릴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질문이 있으십니까?
 
최대한 대답은 해드리겠다만, 대기자가 많아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언제쯤 3단계로 넘어가는 겁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 미련어린 눈빛으로 유리창을 바라봅니다
 
 
레나 리센:내일 이 시간 즈음이면 될 것 같습니다.
 
 
레나 리센 , 당신의 시선을 따라 유리창 쪽을 흘깃 보았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보호자가 대기할 공간은 마련되어있습니까?
 
 
레나 리센:원하신다면 1층 로비 등지에서 대기하실 수는 있겠으나, 이곳이 안전한 곳은 아니니만큼 자택에서 대기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런 건 괜찮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올 수 있는게 좋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그 외에는 질문이 없다는듯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레나 리센:...행운을 빕니다.
 
 
레나 리센 , 그 말을 끝으로 마주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합니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온 직원이 당신을 출구로 안내합니다.
 
그가 입구 옆에 키카드를 찍자 병동의 자동문이 열리고, 앞서 밖으로 나간 직원이 다음 차례의 대기자를 호명하는 바로 그 순간,
 
"거기 비켜!!!"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에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당신의 뒤에서 달려온 누군가가 당신을 밀치고 문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벽을 짚어,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보균자가 탈출했다!!"
 
"72병동 환자 탈출, 지원 바란다!!"
 
당신을 밀치고 병동을 뛰쳐나간 건 환자복을 입은 '보균자'입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비틀거리면서도, 날쌘 걸음으로 복도를 달리는 그를 피해 복도의 대기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지원 요청을 듣고 반대쪽 복도에서 나타난 보안요원의 손에 붙잡히고, 곧이어 병동에서 달려나온 다른 직원들에 의해 사지에 억제대가 채워집니다.
 
 
 
:그 모든 과정이 5분도 되지 않는 찰나에 이루어지고, 짧은 탈출이 끝난 그는 장정들의 손에 들려 병동 안으로 짐짝처럼 운반됩니다.
 
"나가게 해줘, 나는 인간이야, 갇히기 싫어, 나가게 해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는 무거운 철문 뒤로 사라지고, 복도엔 적막이 찾아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직원은 다음 차례의 보호자를 호명하고, 남은 대기자들은 다시금 순서를 기다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멍하니 쳐다보다 안됐다는듯 혀를 찹니다
 
 
 
:하지만, 아마 여기 있는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지 못한다면, 내 소중한 누군가는 아주 오래, 어쩌면 평생를 저 안에 갇혀 지내야 할 것이라는 것을요.
 
...과연 샤벳은 당신의 곁으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의 갑갑한 마음을 대변하듯,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 끼어 있습니다.
 
 
ㅡ 11월 14일 3 : 40 pm.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거실의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습니다.
 
날이 흐릿 탓에, 불을 켜지 않은 널찍한 거실은 어둑합니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집은 연합정부가 생존자들에게 제공한 안전지대 안의 아파트, 그 중에서도 제일 넓고 좋은 축에 드는 곳입니다.
 
4인 이상 가족들에게나 주어지는 넓은 아파트에서 당신은 혼자 살고 있는 것이라거나, 매달 나오는 지원금 같은 것이라거나...
 
멸망 이후의 과도기에 당신은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야, 노트를 완성한 건 샤벳이지만 그 노트를 가져온 것은 당신이니까요.
 
 
 
:그래봐야, 혼자 있는 지금에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요.
 
온갖 잡상념에 빠져- 혹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며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면, 정돈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보니, 한동안 간만에 접한 샤벳의 소식에 정신이 완전 팔려버려서 집안일에 통 신경을 못 쓰고 있었죠.
 
100시간이 지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72시간.
 
희망을 놓지 말아야죠, 그게 설령 30%의 희망이더라도ㅡ
 
아주 오래전의 어느 순간엔, 그보다 훨씬 낮은 확률에 목숨도 걸어봤잖아요?
 
 
앙헬 에스메랄다:....하아.... 샤벳, 보고싶어요
 
 
앙헬 에스메랄다 ,누운 채 팔로 얼굴을 가리곤 중얼거립니다
 
 
 
:...이만 일어날까요? 언젠가, 샤벳이 돌아왔을 때 이런 엉망인 집을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시력이 바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최대한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잘 정리해두는 게 좋을거에요.
 
 
앙헬 에스메랄다:그래도.. 역시, 해둬야겠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팔을 내리자 언제 약한소리를 했냐는듯 평소의 표정
 
 
앙헬 에스메랄다:샤벳이 오면 불편하지 않도록 치워둬야지요
 
 
앙헬 에스메랄다 ,애써 힘내며 청소를 시작합니다
 
 
 
:그럼, 우선은 너저분한 거실부터 치워볼까요?
 
소파나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겉옷들, 바닥과 테이블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다 마신 컵들에, 구석구석 먼지들도 가득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어딘가 구겨진 옷들과 싱크대로 직진한 컵들, 먼지도 살짝 덜 닦인 것 같지만... 몇일 묵힌 것 치고는 이정도면 아까보단 봐줄만 하죠.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샤벳을 볼 낯이 없네요
 
뭐 이리 대충했냐고 혼내시려나요?
 
그래도... 혼나는게 나으니 빨리 만났으면 하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너무 깔끔하게 하면 혼낼 사람이 못 돌아오기라도 하는 것 마냥 더 깔끔히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다음은 침실입니다.
 
매일 잠을 자는 곳이니 그만큼 정돈되지 못하는 공간이죠.
 
구겨진 이불과 카펫, 책들과 서류들이 널브러진 책상, 구석에 대충 던져놓은 양말 등...
 
그동안 왜 치울 생각을 안했는지 모르겠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좀 부끄럽네요
 
샤벳이 오시기 전에 청소하기로 해서 다행입니다
 
관찰력
기준치: 77/38/15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살짝 삐딱한 이불과 카펫, 몇 권의 책은 그대로 올려져 있는 책상, 그리고... 어디로 간건지 보이지 않는 양말 한 짝...
 
음, 이정도면 인간미라고 해도 괜찮겠죠.
 
 
앙헬 에스메랄다:..
 
이상...하다..
 
한 짝만 빨지는 않았을텐데요
 
 
앙헬 에스메랄다 ,머쩍은듯 긁적
 
 
 
:뭐, 언젠가는... 찾지 않겠어요?
 
마지막으로 청소할 곳은 주방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여기만 하면 청소도 끝이네요, 힘 냅시다
 
 
 
:언제 마지막으로 정리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냉장고와, 며칠 밀린 설거지거리, 꽉 찬 쓰레기통...
 
이상하다,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앙헬 에스메랄다: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
 
진짜 백수처럼 살았네요
 
한심해라
 
반성해야겠습니다
 
 
 
:마음이 급해서 그런가, 조금은 대충 닦인 그릇과 식탁,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어서 결국 포기한 냉장고 안...
 
...나중에 마저 하죠!
 
 
앙헬 에스메랄다:쓸데없이 큰 집을 받아서..
 
..아니지, 샤벳도 오시니 큰 집이 맞긴 합니다만
 
 
앙헬 에스메랄다 ,대충 힘들다는 내용
 
 
 
:원래 밀린 것을 해결하는 게 더 힘든 법이라잖아요.
 
...어느정도 대강 청소를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환기를 위해 거실의 창문을 엽니다.
 
여전히 흐린 하늘에, 미세하게 비내음도 맡아지지만, 상쾌한 공기가 집 안으로 밀려들어옵니다.
 
제법 청소가 된 편인 집 안을 돌아보면 미묘한 감정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동시에 힘이 쭉 빠지며 배가 고파옵니다.
 
마침 저녁 시간인데다가, 쓰레기 봉투도 모아다가 버려야 하니, 외출을 나가볼까요?
 
 
앙헬 에스메랄다:이 상황에서도 배고프니, 정말 재밌다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힘없이 웃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메뉴는 돌아다니며 정하려는듯, 쓰레기봉투를 들고 외출합니다
 
 
 
:양 손 가득 들린 쓰레기 봉투를 쓰레기장에 휙휙 내버리고, 당신은 아파트 근처의 상가로 걸음을 옮겨갑니다.
 
길목에 위치한 상가는 문을 닫은 곳보다 연 곳이 더 많습니다.
 
재정비를 거쳐 곧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가게들도 보여요.
 
아침에 들렀던 안전지대 외곽에선 병원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는데.
 
거주 구역을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걸까요.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거리엔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이나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음식점을 찾아봅니다.. 피곤하니 매운게 좋겠는데
 
 
앙헬 에스메랄다:
기준치: 80/40/1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매운 음식을 팔만한 곳은 딱히 없어보입니다. 기억나는 곳은 있지만, 좀 먼 곳인데다가... 오늘 문을 열었을지도 미지수네요.
 
적당히 근처 아무곳이나 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뭘 해도 제가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앙헬 에스메랄다 ,아무데나 가기로 합니다
 
 
 
:근처 가까운 음식점에서, 적당히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홀로 앉은 테이블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를 제하면 다른 소음은 생기지 않습니다.
 
세상에 홀로 뚝 떨어진 것만 같은 감각을 증폭시키는 것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른 단체 손님들의 화기애애한 대화소리나, 웃음소리, 설치된 TV에서 나는 소리 따위입니다.
 
건물 안도, 밖도, 밤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밝게 켜져 화사하기 그지없는데, 어쩐지 어둡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닙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하하.. 음식은 맛있는데 속이 좋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계산해주시겠어요?
 
 
앙헬 에스메랄다 ,음식을 반 정도 남기고 나가기로 합니다
 
 
 
:당신은 음식값을 계산하고, 밝은 세상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문이 열린 현관에서는 감지등이 빛을 내고 있지만, 그보다 더 안쪽은 온통 새까만 어둠에 묻혀있습니다.
 
밖에서나 안에서나, 외로운 기분이 드는 것은 그대로네요.
 
잠에 들기엔 좀 이른 시간이지만, 이런 기분으로는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당신은 일찍 침대에 누웠습니다.
 
잠에 빠지기 전, 문득 오래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안전지대에 도착하기 전, 샤벳과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누웠던 침대의 기억입니다.
 
 
 
:낡긴 했었어도, 제법 편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때 무슨 대화를 했었는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샤벳과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보면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도 있지만, 꽤나 옅어진 기억도 많습니다.
 
그렇게 기억을 돌아보고나니- 내일, 샤벳과 다시 만났을 때,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샤벳 혼자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ㅡ 11월 15일 1 : 00 pm.
 
 
 
:다음 날, 당신은 시간에 맞춰 병동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어제와 같은 직원이 오늘은 사무실이 아닌, 샤벳이 있다는 병실로 안내를 합니다.
 
"면회 시간은 오후 다섯 시까지입니다."
 
작은 병실 안은 낮인데도 커튼을 쳐 놓아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정면의 TV에선 대기실에서 나오건 것과 같은 뉴스가 틀어져 있고 작은 화장실과 냉장고, 벽에 붙은 서랍장, 그리고 방 안을 제일 크게 차지하는 침대에 앉아있는 샤벳.
 
그는 어딘가 텅 비어있는 듯한 표정으로 TV화면을 바라보다가, 인기척을 알아차린 것인지 정확히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그 날, 헤어진 이후로, 이렇게 만나는 것이 얼마만인가요.
 
가까이서 본 샤벳은 당신이 기억하던 마지막 모습보다 훨씬 마르고 수척한 모습입니다.
 
좀비로 변하고 난 후 생긴 상처일지, 몸 군데군데엔 반창고가 붙어있거나,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 잠시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만을 반복하다 달려가서 강하게 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샤벳 맞으신거지요? 제가 아는 그 샤벳이 맞으신거지요?
 
 
샤벳 아드복트 , 한참을 가만히 안겨만 있다가, 기계적으로 팔을 들어 등을 몇 번 도닥입니다.
 
 
샤벳 아드복트:너는-...앙헬인가.
 
 
앙헬 에스메랄다:네, 그렇습니다 앙헬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의 시력이 회복되지 않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습니다
 
 
샤벳 아드복트 , 멍하니 마주 바라보는 듯 싶다가도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입니다.
 
 
샤벳 아드복트:...저기, 찾아와 준 것은 고맙다만은...
 
 
샤벳 아드복트 , 목가를 손으로 몇번 쓸어내리다가 고개를 살짝 숙입니다.
 
 
샤벳 아드복트:...뭔가 말해줄 만한 것이 없는데.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괜찮습니다. 샤벳이 제 눈앞에 계신거 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니까요
 
 
샤벳 아드복트 , 그 말이 어색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럼 됐다.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 흥분한걸 인지하고 진정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무래도, 부분적 기억상실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샤벳도 그런 모양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의 손을 쓰다듬으며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만 목소리는 평소의 그것과 다름없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어.
 
누가 정신에 먹칠을 한 것 처럼, 뭔가... 중요한 것들을 잃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지...
 
 
샤벳 아드복트 , 살짝 인상을 쓰는 듯 싶다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괜찮습니다, 그래도 절 기억하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너무 반가워서 얼떨결에 안았는데, 기억 못하시면 어쩌나 했답니다
 
 
샤벳 아드복트 , 몇번 입을 달싹이다가, 당신의 눈치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래, 다행이네.
 
 
앙헬 에스메랄다:좀 어색하시지요?
 
 
앙헬 에스메랄다 ,마찬가지로 눈치를 보며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정신이 든 이래로, 날 기억하는 사람이 찾아온 적은 없었으니까.
 
....당초에 누구랑 대화하는 것 자체가-...
 
 
앙헬 에스메랄다:이런..
 
걱정마시길, 샤벳께 드릴 이야기가 많답니다
 
천천히 이야기하며 익숙해지면, 될 겁니다
 
 
샤벳 아드복트:...익숙해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한 방에 여섯이 지낸다는데, 나만 혼자 있는 것도 그렇고,
 
 
샤벳 아드복트 , 몇번 입을 여닫다가 한숨을 한 번 쉬며 목가를 쓸어대곤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샤벳 아드복트:-나는 제대로 기억도 하지 못하는데, 네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그렇고,
 
특별 취급 받는 느낌이라...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져.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기억을 못하시니 그렇게 느껴지시겠네요
 
1인실 쓰시는 거야..
 
샤벳께서 큰 희생을 하셨답니다
 
그것에 대한 대우지 않을까 싶습니다
 
 
샤벳 아드복트 , 또 어색하고 미묘한 표정을 지어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두번째는..
 
직접 알아보세요
 
제 가슴에 그리 못을 박으시니 심술좀 부려야겠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장난스레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노력은 해보겠지만, 기억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앙헬 에스메랄다:그거면 좋습니다. 빨리 퇴원하셨으면 좋겠네요
 
 
샤벳 아드복트:...퇴원...
 
...그건 조금... 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샤벳 아드복트 , 뭔가 미안한 듯, 애써 웃어보이려고 하지만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혹시,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샤벳 아드복트:...-
 
...그야, 위험하니까.
 
네가 잘해주는 것도 좋고, 다른 이들도 날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은 알겠다만-
 
...사람을 뜯어먹는 것이 정상적인 인간의 행동은 아니잖나.
 
 
샤벳 아드복트 , 잔뜩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손톱을 세워 목가를 긁어대기 시작합니다.
 
 
샤벳 아드복트:나는-, ... 내가,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의 손을 붙잡고 자해하지 못하게 강하게 버팁니다
 
 
샤벳 아드복트 , 무언가에 목이 졸리기라도 하듯 뚝뚝 호흡을 끊어대며 잡힌 팔을 덜덜 떨고 있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런 행동은, -괴물이나 할법한 짓 아닌가?
 
난 인간을 먹으면서 살아왔어,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져서...
 
 
샤벳 아드복트 , 고개를 푹 숙이는 가 싶더니, 당신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는 듯 발버둥치기 시작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제발 진정해주세요 샤벳
 
전부 제 잘못입니다,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는게 아니였어요
 
같이 다녔으면서도 감염되시는 걸 막지 못했습니다
 
전부 제 잘못이니까, 제발 멈춰주세요
 
 
앙헬 에스메랄다 ,큰 목소리로 시작하지만 갈 수록 본인이 상처입은양 가련한 목소리로 애원합니다
 
 
 
:당신이 애원하는 목소리는 닿지 못한 듯, 샤벳은 되려 비명을 질러대며 놓으라고 온 몸으로 저항하고, 소리를 쳐대기 시작합니다.
 
자신은 죽어야만 한다며, 그의 입에서 나오리라 생각하지 못한 말을 절규하듯 외칩니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헐렁해진 목가의 붕대 틈새론 상처가 터져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것을 눈에 담고서의 찰나, 쾅 소리를 내며 병실의 문이 열리고 보안요원과 의료진들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보안요원이 당신과 샤벳을 떼어내고, 억제대를 채우는 사이, 직원 중 한 명이 당신을 방 밖으로 인도합니다.
 
"괜찮으신가요?"
 
 
 
:의례적인 인사가 들려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지금 장난하시는....하아...죄송합니다
 
좀 흥분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머리를 손으로 신경질적으로 헝크러트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신체부상을 말하시는거라면 괜찮습니다
 
..원래 저런 경우가 많은가요?
 
 
 
:직원은 잠시 침묵을 지키는 듯 하다가, '흔하지 않다고는 못하죠.' 라고 피곤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상황이 얼추 정리된 듯 병실의 문을 열고 의사- 레나 리센이 걸어나옵니다.
 
 
레나 리센:...어제 말씀 드렸던 상황입니다.
 
진정제를 주사했으니 곧 괜찮아지겠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상황이 생기면 최소 24시간동안 면회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내일은 면회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상태가 안정되는 것을 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레나 리센:...오늘은, 이만 돌아가주세요.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헝클어트린 머리카락 너머 죽일듯이 쳐다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 손에 힘줄이 튀어나오는게 선명하나, 작게 한숨을 내쉬곤 눈을 감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래요, 당신들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나요.
 
샤벳이 안정되면, 연락부탁드리겠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실례했다는 듯 허리 굽혀 인사하곤 밖으로 향합니다
 
 
ㅡ 11월 15일 5 : 20 pm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소파에 풀썩 앉아 복잡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힙니다.
 
날이 흐릿 탓에 불을 켜지 않은 집 안은 어둑합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샤벳과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던 것이, 그저 찰나의 환상같이 느껴질 지경입니다.
 
...
 
닫힌 문의 틈새에서 들려오던 샤벳의 울음섞인 비명소리와 의료진의 급박한 대화 소리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며 웅웅 울려댑니다.
 
하지만, 당신외엔 아무도 존재치 않는 이 고요한 집 안의 적막함 때문에, 그 속에서 익사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급한 도피처로나마 소파 구석에 있던 리모콘을 들어 TV를 틀어버리면,
 
최초로 치료제에 의해 인간으로 들어온 OO씨에 대한 인터뷰가 흘러나옵니다.
 
"ㅡ그럼 다음 질문을 해볼게요. 선생님이 파이로젠 바이러스에서 완치하실 수 있게 된 가장 중요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치료를 받을 때, 제 아내가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왔어요. 옛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여주면서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주고, 저를 지지해줬어요.
 
아내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인간이라는 확신이 들고 아내 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서서히 시력이 돌아오면서 아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다시 또렷하게 보였던 그 순간... 제 아내가 없었다면 저는 아직도 병원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은 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화면엔 잔잔한 나레이션과 함께 감성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은, 그런 TV화면을 고요히 바라보았습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 기억이 되돌아오도록 도와주는 것.
 
...어쩌면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될지도, 어쩌면, 그것이 핵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집안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집 안을 뒤지고 다녀보았지만 이곳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날, 샤벳이 당신에게 건냈던 노트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샤벳은 자신이 이런 것을 적어냈다는 사실을 기억 못하는 듯 보였었죠.
 
그렇다면, 다른 것을 찾아야 할텐데...
 
그에게 중요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있을 법한 곳은ㅡ
 
...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집, 그곳이라면 분명 있을겁니다.
 
당신은 인터넷으로 집 주소를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도에서 우리가 살던 도시를 클릭하자 작은 안내 메세지가 뜹니다.
 
[해당 구역은 오염구역이므로 일반인들은 출입을 삼가해주세요.]
 
...좀비 사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한 이후, 세계는 크게 세 가지 구역으로 나뉘었습니다.
 
캘버리 교도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활동하는 도시, '안전구역'.
 
좀비들을 모두 청소했지만 아직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 도시인 '청결구역'.
 
그리고, 여전히 좀비들이 남아있는 '오염구역'.
 
 
 
:당신은 샤벳과 헤어진 이후 쭉 안전구역에서 생활했지만, 아직 바깥엔 좀비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곳이 더 많습니다.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된 사실이네요.
 
...저곳으로 찾아가겠다면, 당신은 다시 한 번 위험한 여행길에 올라야만 합니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엔, 물릴 수도 있고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앙헬 에스메랄다:...물리면 샤벳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헛웃음을 짓고는 여행준비를 합니다
 
 
 
:당신은 창고에서 해진 배낭을 꺼내옵니다.
 
샤벳과 함께 안전지대를 향해 떠돌던 시절에 사용했던 배낭은 여전히 튼튼하네요.
 
배낭 안에는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 찌그러진 생수병, 유통기한이 지난 약상자 등......
 
마지막으로 샤벳과 함께 펼쳐보던 지도를 가방에 넣고, 만반의 준비를 끝낸 당신은-
 
당장이라도 출발을 하고 싶지만,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 우선은 자고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잘만 다녀온다면, 샤벳의 기억을 되돌려줄 수 있을거고-
 
그러면,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거니까요.
 
그래야만하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조금만 더 기다려주실거죠, 샤벳
 
 
11월 16일 9 : 00 am
 
 
 
:다음날 아침, 당신은 일찍이 도시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이번 여행의 목표지는 당신이 있는 도시의 안전지대로부터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또 얼마간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요.
 
당신과 샤벳은 살아남기 위해, 원래 살던 곳을 버리고 길고 긴 여행을 했으니까요.
 
[ㅡ그 다음 날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며칠간 계속해 흐린 날씨가 지속된 반면, 오늘 내일은 고기압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선 오늘 저녁과 밤 사이로 짧게 비가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
 
오랜만에 듣는 라디오 방송이네요.
 
 
 
:라디오에서는 옛날 노래가 하나둘 흘러나오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하나 둘씩 목적지에서 내립니다.
 
어느 순간, 버스엔 당신과 기사뿐이 남지 않습니다.
 
덜컹이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창밖을 바라보면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가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군인들을 태운 군용 트럭이 버스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길고 긴 도로를 달려, 마침내 종점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당신이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자, 버스 기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오염구역 인데요. 알고 가시는 겁니까? 몰랐다면 다시 태워줄 테니 돌아가요."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 긁적이다 말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죄송하지만, 거기가 목적지라서 말입니다
 
 
 
:"그렇다면야 뭐, 조심하세요. 좀비한테 물리지나 말고."
 
그는 당신의 대답을 듣고 그렇게 말하더니 어깨를 으쓱합니다.
 
당신이 버스에서 내리면, 버스는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방향을 돌려 곧 지평선 너머의 점이 되어 사라집니다.
 
그리고 당신은, 지도를 보며 버스가 향한 곳의 반대편으로 걸어나갑니다.
 
 
ㅡ 11월 16일 1 : 27 pm.
 
 
 
:어제와 다르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햇빛이 쨍하게 비치고, 아스팔트에선 더운 열기가 올라옵니다.
 
이렇게 도로 위를 걸으니 몇 년 전, 샤벳과 함께하던 시간들이 풍경에 겹쳐 떠오릅니다.
 
낮에도, 밤에도, 지도를 보고 길 위를 걸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었죠.
 
힘들고 불안한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그땐 함께였는데 말이에요.
 
그때를 떠올리며 한 시간 정도를 걸으면, 마침내 당신은 도시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도시 입구에 있는 간판에는 한때엔 환영 인사가 적혀 있었겠지만, 지금은 오염구역임을 나타내는 빨간 해골 마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 얼마간 더 걸어가면, 곧 익숙한 거리와 풍경이 보입니다.
 
도시의 뼈대는 당신이 기억하던 것과 같지만 몇년동안이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은 적막하고 황량합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며 덜어도, 이 텅 빈 도시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당신뿐이에요.
 
해가 넘어가며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질 때쯤, 눈 앞에 드디어 익숙한 집 한 채가 보입니다.
 
이게 얼마만에 돌아오는 '집'인가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엔 쓰레기가 난잡하고, 내부 곳곳이 망가져 있습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나보네요.
 
하지만, 그런 흔적들마저 위로 두꺼운 먼지가 내려앉은 것이, 마치 이 안에 그동안의 세월이 그대로 고인 것 같아 보입니다.
 
주방과 이어진 거실, 복도에서 이어지는 두 사람의 방, 놓여있는 가구들과 벽지의 모양까지-
 
모든 것이 당신이 기억하던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천천히, 그러나 감상에 젖은 채,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안을 둘러보던 그때,
 
끼이이익- 하며, 경첩의 마찰 소리가 뒤에서 들려옵니다.
 
 
 
:...... 아까 들어올 때 문을 닫고 들어왔었나요?
 
이곳은 오염구역. 언제든 좀비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입니다.
 
싸워야할까요, 아니면 도망갈까요.
 
마른 침을 넘기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야옹ㅡ'
 
...고양이네요.
 
 
 
:녀석은 당신을 보고도 경계하지 않고, 당신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빕니다.
 
오렌지색 털은 오랜기간 관리되지 못한 듯 살짝 푸석한 부분도 있지만 제법 부드럽고, 목에는 '토비'라는 작은 이름표가 걸려 있는 게, 원래는 사람 손에 키워졌나 봅니다.
 
파이로젠 바이러스는 인간들만 감염되었고, 좀비는 동물들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요.
 
오랜만에 만나는 인간에게 잔뜩 애교를 부리던 녀석은, 이내 소파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습니다.
 
...
 
이만, 마저 집을 돌아볼까요.
 
 
 
:다시 버스를 타려면 적어도 5시 전에는 이 집에서 떠나야 할 테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정말 오랜만이네요..
 
저나 샤벳이나 뭐가 많이 바뀌었는데
 
이 집은 변한것도 없군요
 
 
앙헬 에스메랄다 ,잠시 향수에 잠겨있다가 정신차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거실을 전체적으로 둘러봅니다
 
 
 
:거실 바닥엔 쓰레기와, 오래된 발자국들이 남아있습니다.
 
창문에선 반쯤쳐진 커튼 너머로 햇빛이 거실로 들어와, 긴 그림자를 남깁니다.
 
거실 한 쪽에 놓은 것은 긴 소파, 그 앞에 놓인 긴 수갑장위에는 먼지 쌓인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바닥 한 구석에는 [낡은 신문]도 있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액자를 확인합니다
 
 
 
:당신과 샤벳이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입니다.
 
언제였던가, 함께 꽃구경을 가서 찍었던 것이네요.
 
사진 속의 샤벳은 살짝 어색하지만,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그걸 보고 피식 웃습니다. 비웃음보다는 그리운듯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꽃잎이 머리위에 떨어졌던 모습이 정말 귀여우셨는데, 그립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챙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낡은 신문도 확인합니다
 
 
 
:맨 위에 [속보 -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전 세계 창궐]이라는 헤드라인이 큼직한 글씨로 적혀있고, 아래로는 좀비사태에 대한 뉴스 기사가 적혀있네요.
 
오래 전 신문이라 글자들이 드문드문 번지고 닳아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관찰력
기준치: 77/38/15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전부 다 읽을 수는 없지만, 그나마 선명한 문단 하나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꽤 오래전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씁쓸한 표정으로 넘기곤 수납장을 확인합니다
 
 
 
:수닙장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은 다녀간 생존자들이 알차게 다 빼간 것 같습니다.
 
하긴, 이 수납장은 샤벳이 상비약이나 작은 간식거리 따위를 넣어놓던 곳이니까요. 남아 있는 것이 이상했을거에요.
 
 
앙헬 에스메랄다:당연한 거긴 하지만 아쉽네요
 
샤벳이 넣어둔 간식 맛있었는데 말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토비'라는 이름의 고양이랑 소파를 확인합니다
 
 
 
:여기저기 틑어진 흔적도 있고, 먼지도 좀 있지만 여전히 푹신한 소파입니다.
 
고양이는 그 위에 얌전히 앉아있다가, 당신이 다가오자 골골 거리면서 쓰다듬을 기다리듯 귀를 뒤로 젖히네요.
 
 
앙헬 에스메랄다:안녕하세요? 혼자 돌아다니시나봐요 건강하신거 같기도 하고
 
 
앙헬 에스메랄다 ,쓰다듬어줍니다
 
 
 
:고릉고릉거리는 소리가 손 밑에서 울려들립니다.
 
사람도 없고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도시를 떠돌며, 이 고양이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 자자, 이만 안을 더 둘러보러 갑시다.
 
 
앙헬 에스메랄다:여유가 되면 데려가줄테니까, 좀 놀고있어요?
 
 
앙헬 에스메랄다 ,놓아주고, 원래 자기 방이였던 곳으로 향합니다
 
 
 
:당신 말을 알아들은건지, 뭔지, 고양이는 소파에 발라당 누워버렸습니다...
 
...
 
당신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잔뜩 난장판이 된 실내를 볼 수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피묻은 이불이 있고, 책상 서랍이나 옷장은 이미 문이 열린 채 텅 비어있는 모습입니다.
 
뭐, 멀쩡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서도요...
 
어디 숨겨둔 물건 같은 것은 없었나 돌이켜볼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침대 옆에 놓인 협탁의 서랍 안, 아주 깊은 곳에 숨겨둔 것이 있었죠.
 
서랍 안에서 꺼낸 것은 손바닥 크기정도의 조그마한 검은 상자입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좀비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의 생일날 받았던 오르골입니다.
 
혹여나 먼지쌓이지 않을까, 잘못해서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날 때 마다 그때그때 꺼내 듣고선 다시 고이 모셔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오히려 생필품이나 의약품이 아니라서 살아남았으려나요?
 
내심 아쉽긴 했는데 다행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오르골을 돌려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어제와는 확연히 진정된 표정으로 음악을 듣고, 오르골이 멈추자 가방에 소중히 넣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방으로 향해서 습관적으로 노크를 하려다 멈칫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습관이 무섭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천천히 들어갑니다
 
 
 
:급하게 짐을 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방입니다.
 
여기도 생존자들이 오고간 것인지 발자국이 곳곳에 찍혀있고, 창문은 깨져있어 그 구멍으로 스산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옷장]의 문짝은 거의 떨어져나갈 듯 삐걱이며 간신히 매달려있고, 거의 비어있는 [책꽂이]에는 무언가 부딪힌 자국들이 남아있습니다.
 
당신의 방에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서랍이 전부 열린 [책상]도 눈에 들어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옷장부터 확인해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기준치: 80/40/16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생존자들이 거의 가져가기는 했지만, 옷가지 몇 개가 남아있습니다.
 
샤벳이 자주 입고 다니던 짙은 회색빛의 스웨터도 남아있네요.
 
옷걸이에 걸린 옷들 아래에는 수납용 상자가 놓여져 있습니다.
 
이미 열려 있는 상자 안에는 적은 양이지만 천조각, 바늘과 실 따위가 들어있고, 그 옆에는 [호주머니] 같은 것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호주머니를 확인해봅니다
 
 
 
:호주머니 안에는 순백색의 손수건이 곱게 접힌 채 들어 있습니다.
 
한켠에는 보라색의 꽃과 조그마한 날개가 자수로 새겨져 있습니다.
 
음, 이건 처음 보는 물건인데요.
 
 
앙헬 에스메랄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오, 자수로 새겨진 이 꽃, 로즈마리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손수건과 회색빛 스웨터를 챙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꽃말이 분명...
 
 
앙헬 에스메랄다 ,곰곰히 생각하곤 행복함이 섞인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책꽃이도 확인합니다
 
 
 
:소설책보단 실용 도서, 논문지와 학문지 따위가 주로 꽂히던 책꽂이입니다.
 
지금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요.
 
그나마 남아있는 책이라도 몇 권 챙겨갈까 싶어, 책을 하나하나 살피던 당신은 얇고 헤진, 제목이 적히지 않은 책을 하나 발견합니다.
 
살짝 표지를 펼쳐보면... 일기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괜히 죄책감이 듭니다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는 재미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일기는 무조건 읽도록 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앙헬 에스메랄다 ,살며시 눈을 감고 일기가 소중한 사람인것처럼 꼬옥 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안봤어야했던거 같기는 한데
 
마음이 따스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정말 행복하다는듯한 미소
 
 
앙헬 에스메랄다:호전되셔서 돌아오시면, 제 일기라도 몰래 떨구어 봐야 하나요
 
 
앙헬 에스메랄다 ,오랜마에 하찮은 고민도 해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일단 재쳐두고 책상도 확인합니다
 
 
 
:서랍도 다 열린 채 헤집어져 있고, 책상 위에도 핏자국이 남아있거나 쓸데없는 잡동사니가 올려져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관찰력
기준치: 77/38/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77/38/15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서랍 깊숙한 곳에서 작은 보석함을 하나 발견합니다.
 
살짝 열어보면, 당신이 선물했던 목걸이가 곱게 정리되어 들어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어울리시니까 좀 더 껴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은 장난스런표정으로 가방에 넣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휴..
 
저 혼자 힐링여행 다녀온 기분이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더 챙겨갈 게 있나?
 
 
 
:더 챙길만한 것은 달리 없어보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 고양이
 
 
앙헬 에스메랄다 ,소중한 물건들을 넣은 가방과 고양이를 같이 데려가기로 합니다
 
 
 
:거실로 돌아와서, 얌전히 앉아있던 고양이를 두어번 쓰다듬으면, 고양이는 야옹거리며 몸을 일으킵니다.
 
문득 시계를 보면, 지금 시각이 4시 30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후의 햇빛이 쏟아지는 거실, 그 중간에서 서있다보니, 이 장소가 지금 얼마나 조용하고, 또 얼마나 평화로운지 실감하게 됩니다.
 
예전엔 이 평화로운 공간에서 샤벳과 함께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간식을 나누어 먹거나 했었는데 말이에요.
 
감상에 젖은 채 나왔던 방을 돌아보면, 금방이라도 샤벳이 자신의 방 문을 열고 나올 것 같다는 상상을 해버리고 맙니다.
 
100시간이 지난 순간, 샤벳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런 시간들을- 분명 같이 보낼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만약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가려는 찰나, 당신의 주머니에서 정적을 깨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보면, 샤벳이 있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전화를 받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네, 앙헬 에스메랄다 전화받았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에스메랄다 씨. 금일 아드복트씨의 상태가 다시 안정되어 내일, 어제와 같은 시간에 면회가 가능하시다고 알려드리려 전화했습니다."
 
...그 의사의 말대로네요.
 
그러고보니, 내일 5시면 100시간이 지나게 되네요.
 
지금 찾은 이것들이 샤벳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앙헬 에스메랄다:..네, 그때 가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전화를 끊고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안전지대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당신은 다시 길을 나섭니다.
 
오후의 햇빛은 아까와 다를 것 없는 텅 빈 거리에 긴 그림자를 둘 만들어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 고양이 씨 이리오세요
 
 
앙헬 에스메랄다 ,한 손으로 고양이를 안아줍니다
 
 
 
:고양이를 품 속에 안아들고, 당신은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갑니다.
 
그러다가 문득, 당신의 그림자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 발걸음을 잠시 멈춥니다.
 
태양을 등지고 선 당신의 앞으로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유독 길고, 흔들리는 게,
 
... 꼭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가 겹친 것 같습니다.
 
불안한 마음은 항상 틀린 적이 없다고, 온 몸에 쎄한 감각이 찾아드는 것과 동시에 실로 익숙하고, 오랜만에 듣는 불쾌한 신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것은 희뿌연 눈을 번뜩이며 서 있는 좀비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좀비를 피해, 몸을 돌려 달려나갔습니다.
 
품 속에 안긴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당신의 얼굴을 툭툭 쳐대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어떻게든 좀비를 피해 골목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입니다.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 탓인지, 당신은 바닥에 흐트러져 있던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고 맙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당신의 머리 위로 딱딱거리며, 당신을 물어 뜯기 위해 달려온 좀비의 이빨이 맞부딪힙니다.
 
필사적으로 그것을 막고 버티지만, 언제까지고 버틸 수는 없을 뿐더러-... 분명 소리를 듣고 다른 녀석들이 오고 말겁니다.
 
섬찟한 긴장감과 불안감에 이를 꽉 깨무는 순간ㅡ
 
 
 
:탕ㅡ
 
질리도록 들어온 총성과 함께, 좀비가 피를 쏟으며 당신 위로 축 늘어집니다.
 
늘어진 좀비를 서둘러 치워버리고 몸을 일으키며 총성이 들린 방향을 돌아보면, 중무장한 군인이 성큼성큼 골목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서 움찔거리는 좀비를 보더니, 다시 한 번 총을 들어 총알을 두어 발 더 머리에 쏴맞추고, 시체를 발로 몇 번 건드려 확인까지 한 후에 가슴팍에 달린 무전기에 대고 짧게 말합니다.
 
"감염자 사살 완료."
 
그리고 그는 고글 너머의 눈동자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물렸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급박했던 상황에도 차분히 접촉부위를 확인해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다행히도, 물리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의 말을 들었음에도, 군인은 당신을 몇 번 살펴보고서야 무전기에 대고 말합니다.
 
"생존자, 민간인 발견. 안내하겠다."
 
"... 따라오시죠."
 
그는 죽은 좀비의 다리 한 쪽을 잡은 채로 골목 밖으로 끌고 나가 도로 한 구석에 던져놓습니다.
 
당신의 앞길엔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검붉은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밖으로 나오니 도로에는 큼직한 군용 트럭과 몇 명의 군인들이 보이네요.
 
 
 
:아까 이 곳으로 오며 보았던 것과 같은 종류의 트럭입니다.
 
군인들은 당신을 바라보며 자기들끼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생존자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잘했어, 시체는 청소반이 처리하겠지."
 
"...저 사람은 감염이 안 된 거 확실하고?"
 
"그런거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검사해볼까요?"
 
 
앙헬 에스메랄다:...
 
 
 
:대화를 마쳤는지 그들 중 한 사람이 당신에게 걸어와 말합니다.
 
"감염자는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를 좀 하겠습니다. 손을 좀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키트를 꺼냅니다.
 
저건, 안전지대 안의 '감염자'들을 가려낼 때 사용되었던 일회용 키트네요.
 
 
앙헬 에스메랄다:기꺼이,
 
 
앙헬 에스메랄다 ,손을 건네줍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제 신원도 말씀드릴까요? 도움이 될 듯 하는데
 
 
 
:군인은 묵묵히 키트를 사용할 뿐입니다.
 
잠시 후, 당신이 비감염자인 것이 확인되자, 군인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민간인이 오염구역에서 뭘 하고 있던 겁니까. 태워드릴테니 안전지대까지 같이 가시죠."
 
 
앙헬 에스메랄다:찾을 물건이 있었던지라, 번거롭게해서 죄송합니다
 
 
 
:맨 뒷자리에 당신을 태운 트럭은 도시 몇 곳을 더 들린 후 도시를 떠납니다.
 
먼지 쌓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뻥 뚫린 도로와 황무지는 석양빛을 받아 온통 불타오르는 것만 같아요.
 
트럭 안은 덜컹이는 바퀴 소리와 화물칸의 좀비들이 이따금 내는 기괴한 신음소리, 간간히 들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제하면 아주, 아주 조용합니다.
 
어느새 지평선 아래로 해가 완전히 가라앉아 주위가 어두워지고, 트럭은 안전지대에 도착합니다.
 
군인들은 거주구역 근처 적당한 곳에 당신을 내려주며 말합니다.
 
"함부로 오염지역에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이내 트럭은 도시의 밤 속으로 사라집니다.
 
밤이 되어 쌀쌀해진 공기는 습하고 무겁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당신은 문득 골목의 한 담벼락에 빼곡히 붙어있는 크고 작은 종이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 사람을 찾습니다 ]
 
[ 가족을 찾고 있어요 ]
 
[ 위와 같이 생긴 사람을 보신 분은 연락 주세요 ]
 
 
 
:... 따위의 글씨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대체로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얼굴들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글씨들이 적힌 종이들은 어두운 가로등 조명 아래에서 밤바람에 쓸쓸히 팔락입니다.
 
씁쓸한 일이지만, 어찌보면 저것이 일반적인 일입니다.
 
당신과 샤벳은, 어떻게 생각하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요.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료제를 사용할 기회도, 소중한 사람을 찾아낼 기회도 얼마 없거든요.
 
...
 
 
 
:담벼락을 보고 있던 당신의 이마에 톡, 하고 빗방울 하나가 떨어집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지만, 몇 걸음도 가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오염지역에 다녀오며 옷에 묻었던 피가 빗물에 씻겨 내려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시간은 9시가 넘어갑니다.
 
비에 젖은 몸을 씻고, 고양이의 털에 묻은 물기도 닦아내주고 나면, 그제야 외면하고 있던 피로가 우다다 몰려옵니다.
 
오랜만에 멀리 다녀오긴 했으니까, 피로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피로한 몸을 침대에 풀썩, 뉘이고 나면 금세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ㅡ ?월 ?일 ? : ??
 
 
 
:... ...
 
...-눈을 뜬 당신은 더럽고 해진 옷을 입고, 낯설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거리에 서 있습니다.
 
손에 쥔 군용 단검에선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당신의 발 밑엔 좀비들의 시체가 즐비합니다.
 
이곳은 당신이 생존하며 지나쳐 온 수많은 장소들 중 한 곳입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당신 곁에 샤벳은 없네요.
 
이것이 과거이고, 꿈이라면, 샤벳 역시 곁에 함께 있어야 하는데.
 
 
 
:샤벳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찰나, 또 다른 좀비 한 무리가 당신을 공격해옵니다.
 
팔과 다리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손에 쥔 무기를 휘두르고, 찔러넣습니다.
 
살점이 썰려나가고 꿰뚫리는 역한 소리와 함께 좀비들이 쓰러지고, 허공엔 살점과 핏방울이 흩날립니다.
 
앞 뒤, 양 옆을 가리지 않고 몰려들던 좀비들을 처리해나가던 당신은,
 
등 뒤로 다가오는 마지막 한 마리를 공격한 뒤에 깨닫습니다.
 
그 좀비- 라고 생각했던 것이, 샤벳이었다는 사실을요.
 
 
 
:땅에 쓰러진 좀비, 아니, 샤벳은, 당신을 똑바로 올려다보며ㅡ
 
어째서인지, 웃고 있었습니다.
 
...
 
번쩍, 하고 꿈에서 깨어나면 방 안은 아직 어둡습니다.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나면, 아직도 생생한 손끝의 감각에 양손이 떨려옵니다.
 
지금 시각은ㅡ 오전 5시군요.
 
 
 
:아무래도 다시 잠들기는 그른 것 같지만요.
 
 
앙헬 에스메랄다:허억....허억...
 
 
앙헬 에스메랄다 ,식은땀으로 범벅인 얼굴을 쓸어올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젠장....
 
 
앙헬 에스메랄다 ,작게 신음하듯 내뱉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악몽을 꿔버렸네요
 
..샤워라도 해야
 
 
앙헬 에스메랄다 ,샤워라도 하며 불길함을 떨쳐버리기로 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rolling 1d2
 
(
2
 
)
 
 
=
2
 
 
 
:차가운 물을 맞으며 놀란-어쩌면 겁먹은-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커피 한 잔을 타오기까지 하고서야 악몽이 불러들인 불길함을 간신히 떨쳐냅니다.
 
풀썩,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으면, 창 밖에서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동이 터오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문득, '그때'의 상황이 떠오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등지고, 노트를 주고, 받으면서, 샤벳과 당신은 재회를 약속했었습니다.
 
샤벳이 부탁했던- 혹은 그의 말마따나 저주처럼 남았던,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말.
 
그 말 하나와, 함께 나눈 재회의 약속. 그 두가지 때문에 당신은 지금까지도 삶을 계속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에겐 또 다시 100시간이 주어진 것입니다.
 
이번엔 떠나보내기 위한 100시간이 아닌, 되찾기 위한 100시간.
 
사무치게 그리운 느낌에 가슴 한 켠이 아릿하게 저려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시간.
 
언젠가, 함께 바라보았던 아침 해를 보며 생각합니다.
 
만약, 그가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
 
 
ㅡ 11월 17일 8 : 30 am
 
 
 
:악몽으로 일찍 깬 탓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 밖을 나섭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올 땐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요.
 
산책이라도 할 겸, 평소 다니던 길과 다른 길을 걸으니 처음보는 꽃가게와 베이커리를 발견합니다.
 
어차피 다른 곳을 들릴까 하던 참이었다만... 한두군데 늘어난다고 별 문제는 없지 않겠어요?
 
 
앙헬 에스메랄다:꽃... 의도한건 아니였습니다만..
 
 
앙헬 에스메랄다 ,꽃집으로 향합니다
 
 
 
:가게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꽃들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꽃들과 식물들이 보입니다.
 
살짝 습한 공기에는 꽃과 식물의 향기가 진하게 베어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 안녕하세요
 
혹시 수선화랑 장미 있을까요?
 
기준치: 80/40/16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꽃집 주인은 밝게 화색하며 당신이 원하는 꽃들은 얼마전에 들어와서 있다고 말합니다.
 
"키우실 건가요, 아니면 꽃다발로 만들어드릴까요?"
 
 
앙헬 에스메랄다:아, 그건..
 
키울거에요
 
맞다, 혹시 로즈마리도 파시나요?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아... 그건 어제 다 나갔는데... "
 
 
앙헬 에스메랄다:아, 그렇습니까? 아쉽네요
 
 
 
:꽃집 주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화분에 곱게 심어진 장미와 수선화를 상자안에 고이고이 담아넣습니다.
 
"집으로 배달해드릴까요, 아님 들고 가실건가요?"
 
 
앙헬 에스메랄다: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드릴 분이 계셔서
 
 
앙헬 에스메랄다 ,노란 수선화와 하얀 장미가 심어진 화분을 안습니다
 
 
 
:당신을 그렇게 화분 둘의 값을 계산하고, 꽃집에서 나왔습니다.
 
아직 면회시간까지는 여유가 꽤 있으니, 베이커리도 들렀다가 갈까요?
 
 
앙헬 에스메랄다:베이커리.. 오랜만이긴 하네요
 
 
앙헬 에스메랄다 ,베이커리도 가봅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갓 구운 빵의 달콤한 냄새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빵과 디저트, 샌드위치와 케이크가 보입니다.
 
조촐하게 카페도 겸하고 있는지 가게 안쪽엔 테이블과 의자들도 놓여 있네요.
 
 
앙헬 에스메랄다:음..
 
샤벳이 뭘 좋아하셨더라
 
 
 
:딱히 무언가를 특출나게 '좋아한다'라고 한 적은 없다만, 단맛이 강하면 인상을 썼던 것은 기억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적당히 단 맛에...
 
 
앙헬 에스메랄다 ,작게 색깔 몇 개를 중얼거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붉은색, 녹색, 살구색..
 
음..
 
 
앙헬 에스메랄다 ,적당히 달다고 광고하는 브라우니 케이크랑, 치즈조각케이크 등을 구매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피할 색을 피하면 이렇게 되려나요?
 
 
 
:빵의 값을 계산하고, 봉투를 챙기고나면 어느새 양 손이 가득합니다.
 
제법 많은 물건을 챙겨들어서 무게는 조금 있지만, 선물받은 샤벳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면 괜스레 설레는 기분이 듭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부디 좋아하셨으면 좋겠는데, 걱정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여느때보다도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병원을 향해 걸어가던 당신은, 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피켓과 판넬, 확성기 같은 것을 들고 있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신은 병원 앞으로 밀려드는 사람들에 부딪힙니다.
 
순간 중심을 잃어 휘청거렸지만, 다행히도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밀치고 뛰쳐나간 사람들은 병원 앞에 모여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제히 구호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다! 괴물이다!*
 
... 그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하게 꿈틀거리는 악의가 형상화된 것 같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치료제가 개발되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렇게만 된다면 전부 괜찮아지지 않으띾 생각했는데.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샤벳이 인간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가 이전처럼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한때 좀비가 되었었던 샤벳은 스스로를 인간이라 생각할 수 있는가.
 
복잡한 문제를 안은 채, 병원으로 들어서서 병실을 찾아가면, 그제처럼 방안의 침대에 앉아있는 샤벳이 보입니다.
 
 
 
:병실의 TV에서는 아까 그 시위 장면이 뉴스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 ㅡ감염자들을 위한 치료시설 중 하나인 아리마테아 병원 앞에서 오늘 아침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들은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특별 입법안 중 4단계의 환자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시설 밖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신설 조항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시위대는 해산되었지만, 이 조항에 반대하는 자들이 많은 탓에 연합정부는 다른 시위가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
 
 
앙헬 에스메랄다:샤벳, 저 왔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양손가득 들고 있던 선물들을 병실 의자 등에 잠시 내려놓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원래는 더 빨리 오려고 했습니다만, 병원측에서 허락이 안되어서 하하..
 
 
샤벳 아드복트 , 멍하니 TV를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샤벳 아드복트:괜찮다, 이유는 나도 들었으니까.
 
조금 늦더라도, 안전한 편이 낫지.
 
 
앙헬 에스메랄다 ,'안전'이라는 말에 속으로는 움찔하지만 내색하지 않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몸은 좀 어떠신가요?
 
 
앙헬 에스메랄다 ,창가쪽에 화분을 두며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 , 두어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샤벳 아드복트:어제나 어저께보다야 좀 낫긴 한데, 아직 손은 좀 시린 것 같다.
 
...-너는 괜찮나?
 
그러니까, 그동안 잘 지냈나- 라던가,... 아픈 적은 없었다던가.
 
 
앙헬 에스메랄다:걱정해주시는건가요?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앙헬 에스메랄다 ,활짝 웃으며 답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께서 걱정하실 일을 만들 수는 없지요
 
 
앙헬 에스메랄다 ,시렵다는 말을 의식한듯 손을 잡아줍니다
 
 
샤벳 아드복트 , 그 손을 마주잡고, 옅게 웃습니다.
 
 
샤벳 아드복트:이미 걱정은 할 만큼 했지만 말이지.
 
걱정이었다고는 해도, 네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는 게 제일 좋았다.
 
다른 생각은-... 좀, 별로였어서 말이다.
 
 
앙헬 에스메랄다:....
 
한동안 못 뵈었는데, 엄청 직설적이시게 되었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런가?
 
 
앙헬 에스메랄다 ,두근두근 빨라지는 심장박동
 
 
앙헬 에스메랄다:아, 이러실게 아니라 간식거리라도 드시겠어요?
 
입원하고 계시니 디저트같은건 잘 못드셨을거 같아서 사왔답니다
 
 
샤벳 아드복트:준다면 사양하진 않겠다만- 눈이 잘 보이는 게 아니라서.
 
 
샤벳 아드복트 , 중얼거리면서 손을 내밉니다. 내가 찾는 것보단 이게 빠를 것 같단 말이지.
 
 
앙헬 에스메랄다 ,살짝 웃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제가 기꺼이 샤벳의 손이 되어드릴게요
 
 
앙헬 에스메랄다 ,조각 치즈케이크의 포장을 벗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덜 자극적인것이 낫겠지요?
 
 
앙헬 에스메랄다 ,포크로 한 입 크기로 나누어서 찍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럼, 아~ 해주시겠어요?
 
 
샤벳 아드복트:....-
 
 
샤벳 아드복트 , 당신에게도 안 들릴 정도로 조그맣게 궁시렁거리며 주춤거리다가, 느릿하게 입을 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케익 조각을 입안에 쏘옥 넣어줍니다
 
 
샤벳 아드복트 , 몇 번 우물거리면서 당신을 바라보다가, 입 안에 든 걸 삼키고서야 다시 입을 엽니다.
 
 
샤벳 아드복트:너는 못 본 동안 바뀐게 없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사실 다른 선물도 사왔습니다만, 그건 시력이 완전히 돌아오셔서 눈치채줬으면 하네요
 
 
샤벳 아드복트:... 미리 좀 말해주면 안되나?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이번에는 심술 부릴거랍니다
 
 
샤벳 아드복트 , 괜히 뚱한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큼, 소리를 내며 표정을 풉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래, 내가 지게한 짐이 있는데, 감안해야지.
 
 
앙헬 에스메랄다:짐까지는 아니였지만, 자각하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그럼....하아..
 
 
앙헬 에스메랄다 ,심호흡
 
 
앙헬 에스메랄다:사실 드릴 말씀도 있어서 온 것이라서
 
 
샤벳 아드복트:말해봐라, 얼마든지 듣고 있을테니.
 
 
앙헬 에스메랄다:기억,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좀비 사태 이전에 살던 집에 다녀왔답니다
 
 
샤벳 아드복트:...-
 
 
샤벳 아드복트 , 기억을 되짚듯이 고개를 갸웃, 했다가 아, 하는 소리를 냅니다.
 
 
샤벳 아드복트:...거기라면, 캘버리에선 제법 멀텐데?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샤벳을 위한 것인데 무언들 못하겠습니까
 
그곳에서 몇 가지를 발견했던지라
 
 
앙헬 에스메랄다 ,선물과 별개로 가져왔던 물건들을 꺼냅니다. 스웨터, 손수건, 오르골, 일기, 목걸이 등
 
 
앙헬 에스메랄다 ,오르골을 돌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추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들었어서
 
 
앙헬 에스메랄다 ,사유는 뒤에 덧붙였습니다
 
 
샤벳 아드복트 , 가만히 오르골 소리를 듣다가 피식 웃습니다.
 
 
샤벳 아드복트:생일 때 선물했던건가.
 
 
앙헬 에스메랄다:그랬지요, 아쉽게도 들고오지 못했었는데
 
소중히 보관되고 있었답니다?
 
 
샤벳 아드복트:오르골은... 보통은 생존에 도움이 안되는 편이니까.
 
챙겨갈 사람도 없었겠지.
 
...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네.
 
 
샤벳 아드복트 , 지긋이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중얼거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렇지요? 누가 선물해주신것인데
 
 
앙헬 에스메랄다 ,포근한 표정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리고, 고백드릴게 있습니다
 
 
샤벳 아드복트:무엇이길래 그러나.
 
 
앙헬 에스메랄다:그.. 일기 있잖습니까?
 
봐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샤벳
 
 
샤벳 아드복트:일기?
 
 
샤벳 아드복트 , 기억 안나는 듯 살짝 갸웃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나중에 두말 하시기 없는겁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일기에서 나름 핵심적인 날의 이야기. 예를 들면 자신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 구절 들을 골라 작게 속삭여 줍니다
 
 
샤벳 아드복트 , 초반 몇몇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흠칫하더니 입이라도 막으려는 건지 당신이 있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무작정 팔을 뻗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기-기억났으니까 그만해라!
 
 
앙헬 에스메랄다:하하, 기억나셨나요? 본의아니게 죄송합니다
 
 
샤벳 아드복트 , 조금 빨개진 얼굴로 입을 몇번 열고 닫기를 반복하다가, 한숨을 한번 내쉽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다시 돌려드릴게요 라는 말과 함께 일기를 쥐어줍니다
 
 
샤벳 아드복트 , 일기를 꼭 잡고있다가, 조심스레 옆에 내려놓습니다.
 
 
샤벳 아드복트:하필 남아도 이게 남아서는...
 
 
앙헬 에스메랄다:덕분에 샤벳이 기억하시는게 늘었으니, 저는 좋다고 생각한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약간은 악동같은 미소를 지을지도?
 
 
샤벳 아드복트:...그래도, 그...
 
하아-... 말을 말지.
 
 
앙헬 에스메랄다:그것 말고도, 자주 입으시던 스웨터랑
 
처음보는 손수건 하나도 가져왔답니다
 
 
샤벳 아드복트:손수건?
 
 
샤벳 아드복트 , 혹시? 하는 표정으로 손을 내밉니다. 그거 잠깐 줘봐라.
 
 
앙헬 에스메랄다 ,아무 저항없이 내어줍니다
 
 
샤벳 아드복트 , 건내받은 손수건을 잠시 만지작거리면서 확인하는 듯 하다가, 제법 미묘한 표정으로 다시 고이 접어서 일기 위에 올려둡니다.
 
 
샤벳 아드복트:... 눈이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할 일이 생겼군.
 
 
앙헬 에스메랄다:다행입니다, 기대 되는걸요?
 
 
샤벳 아드복트:기대하지 마라.
 
자수는... 비단 기억상실때문이 아니라도 정말 잊어버렸으니까.
 
다시 익히려면 시간이 걸릴테지.
 
 
앙헬 에스메랄다:괜찮습니다, 아니면 저도 같이 배워도 될까요?
 
 
샤벳 아드복트:...함께 한다면 더 좋기야 하겠다만,
 
바쁘지는 않나?
 
 
앙헬 에스메랄다:제게 해주신 것 만큼, 저도 돌려드릴 수 있는 일인데
 
그 무엇에 제가 주저하겠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 ,일기의 마지막 구절을 참조하며 장난스레 말하면서도, 그 말투는 진지합니다
 
 
샤벳 아드복트 ,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가 한숨을 작게 내쉰 뒤, 미소 짓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고맙다.
 
 
앙헬 에스메랄다: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샤벳 아드복트:...이렇게 말하고 보니 생각났는데 말이다,
 
그... 이틀 전에 그 일 말이야.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게 되어서 미안하다.
 
진정이 된 이래로 계속 말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잠깐 잊고 있었어.
 
 
앙헬 에스메랄다:전에 비슷한 말을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샤벳은 어떤 상태가 되어셔도 샤벳입니다
 
그런 샤벳인데, 제가 어찌 상처를 받겠습니까?
 
 
샤벳 아드복트 , 잠깐 침묵하다가 웃음 소리를 흘립니다.
 
 
샤벳 아드복트:좀 상처 받는 척이라도 해보아라, 그러다가 내가 정말로 무감해지면 어쩌려고 그러나.
 
 
앙헬 에스메랄다:샤벳처럼 선하신 분이 그럴리 없잖습니까?
 
설사 그러시더라도 저는 언제나처럼, 샤벳과 함께할거랍니다
 
 
샤벳 아드복트:...-좋은 평가는 고맙다만, 선하다는 말은... 나는 네 생각 만큼의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런 문제시라면..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정말 그런것이라면 제가 책임지겠답니다
 
 
샤벳 아드복트:-솔직히 말해서, 여전히 좀비일 때의 기억이 남은 탓인지...
 
지금 그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끔찍한 기분이 들고는 한다.
 
 
샤벳 아드복트 , 살짝 고개를 내려 숙이며 손장난을 치듯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댑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래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어.
 
그러질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도 그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만,
 
 
샤벳 아드복트 ,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소짓습니다.
 
 
샤벳 아드복트:왠지, 네가 같이 있어준다면 괜찮을 것 같다.
 
 
앙헬 에스메랄다:저는, 샤벳의 선택을 존중한답니다
 
다만..
 
 
앙헬 에스메랄다 ,당신의 손에 한쪽 손을 얽혀 잡으며 말을 잇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정말 그 생각을 실천하시겠다면,
 
 
앙헬 에스메랄다 ,마주잡은 손을 자신의 목으로 가져와서는 조르드시 잡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부디 절 영원히 혼자 두지 말아주세요
 
그게 아니시다면, 절 더이상 상처주시지 말아주세요
 
 
앙헬 에스메랄다 ,방금전과는 달리 약간은 가련한 목소리로 말을 끝냅니다
 
 
샤벳 아드복트 , 잠시 침묵을 지키며, 손에 힘이 들어가는 듯 싶다가도, 헛웃음을 지으며 손을 스르르 빼내옵니다.
 
 
샤벳 아드복트:...그러지 않도록 노력해보지.
 
 
앙헬 에스메랄다:괜찮습니다, 전 기다리는걸 잘한답니다
 
 
샤벳 아드복트 , 그 말에 뭔가 답하려는 듯 했다가, 그만두고 그저 웃어보입니다.
 
 
샤벳 아드복트: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이번 이상으로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지는 않겠다.
 
기다리는 동안 많이 힘들었을테니까.
 
....
 
 
샤벳 아드복트 , 별안간 양 팔을 활짝 펼치곤 당신을 바라봅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아까의 가련한 표정에서 잠시 멈칫하다가 피식하고는 그대로 안깁니다
 
 
샤벳 아드복트 , 당신을 꼭 끌어안은 채, 위로하듯이 등을 몇번 두드려줍니다.
 
 
샤벳 아드복트:...미안했다.
 
 
앙헬 에스메랄다:아닙니다, 지금 이리 위로받고 있는걸요
 
 
샤벳 아드복트:...안 괜찮으면 안 괜찮다고 해도 된다.
 
화가 났었다면, 화를 내도 좋겠지.
 
그냥-... 매번 일부러 괜찮은 척 하는 것은 아닐까, 항상 걱정이 되서 말이지.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 아드복트:......예나 지금이나 울거나 화내는 모습은 좀처럼 본 적이 없지 않나.
 
 
앙헬 에스메랄다 ,아무래도 일기에서 봤던 내용도 있어 잠시 고민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랬...네요, 샤벳
 
..사실은 말이에요,
 
안괜찮았어요, 조금은...아니 실은 많이 힘들었어요
 
샤벳이 보고싶기도 했고, 때론 왜 그런 거래를 했는지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상처를 받았고, 미웠었고, 슬펐고, 괴로웠지요
 
샤벳이 마지막에 하신 말이 아니였다면, 진작에 나쁜 선택을 했을지도 몰랐겠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마치 토해내듯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꺼냅니다
 
 
샤벳 아드복트 ,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들으며 느릿하게 등을 토닥여줍니다.
 
 
앙헬 에스메랄다:그래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제가 기다리는 만큼 샤벳도 절 기다려주시는걸 아니까
 
그러니까, 언제나 괜찮습니다. 결국 샤벳이 함께해주시는 것이니까
 
저는 무엇이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답니다
 
 
샤벳 아드복트 , 몇번 더 도닥거리다가, 한숨을 쉬듯 숨을 후- 하고 내쉬고선, 머리를 살짝 당신에게 기댑니다.
 
 
샤벳 아드복트:정말 너란 녀석은-...
 
 
샤벳 아드복트 , 어쩐지 다그치는 말투로 말해버렸지만,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서려있습니다.
 
 
샤벳 아드복트:고맙다는 말은 정말, 몇번이나 해도 모자르구나.
 
 
 
:... 소중한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왜 이리도 빠르게 흘러갈까요.
 
슬적,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남은 시간은 몇분 남짓입니다.
 
찰나의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잡아낸 것인지, 샤벳이 입을 엽니다.
 
 
샤벳 아드복트:...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겠군.
 
아침까지는- 기억도 기억인지라 조금 고민이 들었는데,
 
지금은 돌아가고 싶고, 그래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어.
 
 
샤벳 아드복트 , 작게 웃음 소리를 흘립니다.
 
 
샤벳 아드복트:...... 다시 돌아간다면, 예전처럼 함께 잘 지낼 수 있겠지?
 
 
앙헬 에스메랄다 ,품에서 벗어나, 살짝 부끄러운듯 눈물을 닦은 뒤 말합니다
 
 
앙헬 에스메랄다:샤벳께서...아니, 제가 원하니까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삑, 삑, 삑ㅡ...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자, 책상의 전자시계에서 100시간의 종료를 고하는 알람이 울립니다.
 
겉보기에는, 샤벳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난 것 같지 않아 보여요.
 
알람이 울리고 얼마 후, 병실로 레나 리센이 들어옵니다.
 
 
레나 리센:시간이 다 되었군요. 몇 가지 검사를 해야하지, 잠깐 나가계시겠습니까?
 
 
앙헬 에스메랄다:네, 알겠습니다
 
 
앙헬 에스메랄다 ,샤벳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곤 밖으로 나갑니다
 
 
 
:병실 바깥으로 나와, 당신은 그 근처를 서성이며 한참을 기다립니다.
 
첫날 들었던 안내에 따르면 완치될 확률은 30%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어쩐지, 그런 확률 따위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그리고 당신이 돌아가길 바라고 있으니까ㅡ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문 앞에 선 샤벳이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습니다.
 
 
 
:미묘하게 탁해보였던 눈빛은 당신이 기억하는 찬란한 금빛으로 되돌아와 반짝이며, 명확하게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샤벳 아드복트:... 집으로 돌아가자,
 
혼자는 이제 지겨울 것 아닌가.
 
 
앙헬 에스메랄다 ,달려들어 힘껏 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몇 가지 퇴원 절차를 밟은 후, 당신과 샤벳은 손을 꼭 맞잡고 병원 밖으로 나옵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밤의 장막이 서서히 드리우며 어둡게 그림자가 진 도시 건물 너머로 해가 내려앉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3년 6개월 하고도, 100시간을 넘어, 마침내 두 사람은 다시 함께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가면 같이 저녁을 먹고, 잠이 들고, 언젠가 샤벳의 시력이 회복된다면-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를 공유하며 지내볼까요.
 
완전히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겠죠.
 
함께 걷는 길은 춥고 어둡지만, 맞잡은 손에서 전해져오는 온기는 당신에게 무엇이든 다 괜찮아지리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만 돌아갈까요,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잠이 들도록 할까요.
 
 
ED 1. 네가 내게 되돌아온 100시간
 
 
KPC, PC 생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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