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 플레이로그] 팬텀 블루 미스트! 제 3부 ~최후의 괴도와~ 본문

COC 플레이 로그 (캠페인)/팬텀블루미스트!(시계초&럭시오)

[COC 플레이로그] 팬텀 블루 미스트! 제 3부 ~최후의 괴도와~

CB_PL_ 2022. 11. 23. 11:30

*시나리오 링크(인포): https://muddywater.postype.com/post/4768800

* 실제 탁에서는 (입맛대로) 제목부터 쇽쇽 개변해버렸습니다. 그런고로 로그에서는 블루 미스트가 아닌 이명의 괴도가 나타납니다. 환영해주세요.

* 알뇌탁입니다. 이미 1년전에 플레이를 했었으나, 당시의 로그가 남지 않기도 했고(보이스-텍스트 병행) 외전 플레이 전에 다시 내용을 복기할 겸 다시 플레이 했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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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밤입니다.
내내 그랬듯이, 그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밤입니다.
시민들은 도시의 안전을 수호하는 경찰에게 감사하고, 그 경찰 중에는 당신도 있습니다.
이제 신입 딱지는 뗄 만한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해가고,
심지어는 떠나보내던 날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변치않고 여전한 한 가지는,
그 날 이후로, 단 한번도, 럭시오와 만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놀이공원의 화려한 불꽃놀이와 퍼레이드 속에서, 그리고 운행을 멈춘 회전목마의 앞에서 작별을 고한 그는 안녕히, 라고 말했던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당신의 일상을 마구 헤집던 괴도가 사라졌으니, 평온한 일상을 즐길 수 있어야 할텐데,
마음은 통 편해질 날이 없는 것 같네요.
 
시계초 , 괜히 그때 생각이 나서인지 갈아입은 옷을 빨래통에 집어던지고 침대에 누우러갑니다.
 
 
:저벅저벅, 홀로 남은 집 안에 울리는 발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크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는 달빛이 환하게 비쳐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오늘 뜬 달은 환한 보름달이네요.
언제였나, 저 달을 등지고 자신만만하게 대사를 읊었었던 이가 있었는데 말이에요.
더는 이곳에 없지만요.
슬슬, 이 부재도 익숙해져야 할텐데, 영 마음대로 흘러가는 일이 없네요.
 
시계초:
기준치: 65/32/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반짝, 반사된 빛이 당신의 시선을 끕니다.
서랍이 조금 열려있네요.
달빛이 서랍 안쪽의 뭔가에 반사된 것 같은데...
 
시계초 , 서랍을 엽니다.
 
 
:서랍 안에는 금빛 델피니움 꽃 귀걸이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죠.
지난번이라고 해도, 아주 오래전이지만요.
그때는 괴도와의 질긴 악연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떠나버린 괴도가 놓고간 추억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어버렸어요.
이 귀걸이마저 없으면, 그 괴도와의 인연을 증명할 물건이 뭐가 있을까요.
귀걸이는, 여전히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습니다.
 
시계초: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문득, 귀걸이를 힘껏 쥐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집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에요.
 
시계초 , 귀걸이를 손에 꾹 쥡니다
 
 
:...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괜히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숨을 멈췄던 것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귀걸이는 그저 빛나기만 할 뿐, 당신을 그 어느곳으로도 데려가 주지 않습니다.
조금 허탈하네요.
... 오늘은 이만 잘까요,
 
 
:뭐니뭐니 해도, 상념이 깊을 땐 숙면이 제일이니까요.
 
시계초 , 그대로 침대에 눕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베개에 머리를 누이면, 어째서인지 삽시간에 졸음이 몰려옵니다.
오늘은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꼭, 심연을 향해 헤엄치듯이,
당신은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무시할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시계초: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일어나보세요, 형사님. 지금 잘 때가 아니에요."
돌연, 더없이 싸늘한 냉기가 닿아옵니다.
당신은 분명히 푹신한 이불 속에서 잠들었을 텐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당신이 눈을 뜨면, 어째선지 너무나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저 지독한 추위가 몰려와, 저도 모르게 몸을 떨게 됩니다.
입고 있는 옷은 잠들기 전에 입은 그대로인데다가,
 
 
:아무래도, 잠을 잘 때 그대로다보니 별 다른 소지품도 없는 듯 보입니다.
어느새 귀에 꽂혀있는 귀걸이만 뺀다면요.
무의식적으로 귀걸이를 향해 손을 들어올리면, 아주 강한, 부자유스러움을 느낍니다.
찰캉, 쇳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자신의 한쪽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수갑에 매달린 쇠사슬은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는지, 늘어져 있지 않고 좀 떠있네요.
 
시계초 , 쇠사슬의 끝을 봅니다.
 
 
:쇠사슬의 끝을 향해 시선을 옮기며 고개를 들면,
......익숙하지만, 낮게 가라앉은,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그곳에서부터 들려옵니다.
 
럭시오:이제야 깨어나신 모양이네요.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질 않아서, 혹시 죽은 건 아닌가 걱정했어요.
 
시계초 , 럭시오가 눈앞에 있자 ????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허상은 아닐까 싶어, 손을 뻗어보면, 온기를 가진 손이 당신의 손에 맞닿습니다.
슬슬 눈이 어둠에 익숙해집니다.
시야에 들어온 주변은, 마치 감옥같은 모습입니다.
쇠창살이 촘촘하게 박힌 문이 보이고, 딱딱하고 거친 바닥은 조금만 움직여도 생채기가 날 것 같습니다.
천장에서는 물이 새는지 똑똑,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당신의 바로 앞에는...
 
시계초: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익숙한 가면과 망토, 한쪽 귀에서 빛나는 금빛 델피니움 꽃 귀걸이.
당신이 아는 괴도가, 당신과 반대쪽 손에 같은 수갑을 찬 채 앉아 있습니다.
... ... 어쩐지 그의 옷이 낡고, 너덜너덜한 것처럼 보이는걸요.
그나저나,
진짜로, 팬텀 골든 델핀이 맞나요?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런 어둠 속에서, 괴도와 수갑으로 연결된 채 재회했다는 게 말이에요.
 
 
:당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있으면, 그가 미소 지은 채로 먼저 말을 붙여옵니다.
 
럭시오:아,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다 형사님 꿈이거든요.
 
시계초: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꿈이라고요?
뭐, 하긴... 이런 상황이 현실일리는 없죠.
어쩐지 찜찜하긴 하지만,
지금은 괴도 외엔 상황에 관해 물어볼 사람도 없네요.
...
진짜 꿈이라고 해도, 기왕 이렇게 만났는데,
 
 
:못한 이야기라도 나누어볼까요.
 
시계초:꿈이라고?
 
럭시오:네, 전부 꿈이에요.
정말, 형사님 꿈에 한번 나오기도 힘드네요-
저 안 보고 싶으셨어요?
 
시계초:그걸 말이라고-
(한숨)
 
럭시오:(^^)
농담이에요. 제가 보고싶으니까 이렇게 꿈에도 나오는거겠죠.
 
시계초:그럼 진작 나왔어야하는거 아니냐? 지금 그때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애초에 꿈은 맞아?
(의심스러운 표정)
 
럭시오:꿈이 아니면 뭔데요?
 
시계초:음...
귀걸이같은 마법적인 무언가?
 
럭시오:에이, 그새 상상력이 많이 늘어나셨는걸요.
그리고, 꿈이 아니라면 제가 왜 여기있겠어요?
 
시계초:글쎄? 내가 알았으면 이러고 있겠어?
나는 이렇게 꿈에서 누구랑 대화할정도로 상상력이 많은건 아니라서.
 
럭시오:어머, 그런 것 치고는 엄청난 상상을 하셨던걸요.
그리고 이번 경우엔 상상이라기보단...
음, 아니다.
굳이 상기시켜드릴 필요는 없겠죠.
 
시계초:그렇긴하지...
 
럭시오:그나저나, 그때 저 놓아준거 많이 후회되셨나봐요,
 
럭시오 , 수갑이 연결된 팔을 흔들거립니다.
 
럭시오:이번에는 절대 안 놓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지경인걸요.
 
시계초:그으래. 놓아준게 아주 후회가 됐다.
 
시계초 , 그렇게 말하며 거리를 좁힙니다.
 
시계초:이제와서 이렇게 꿈꾸는 것도 억울한데 꿈같지 않은것 같아서 더 짜증이 난다.
 
럭시오:원래 꾸고 싶은 꿈일수록 더 못 꾸는 법이라잖아요.
 
시계초:(아직도 의심중)
 
럭시오 , 싱글생글 웃어보입니다.
 
시계초: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 조금 미심쩍은 부분은 있지만, 더 추궁해봐야 별 소용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계초 , 손으로 미간을 꾹누릅니다.
 
시계초:...그래 나도 모르겠다.
꿈이라고 했으니까 꿈에서는 내맘대로 해도 되잖아?
 
시계초 , 그리 말하며 럭시오를 끌어안습니다.
 
럭시오:...-역시 많이 보고싶으셨구나,
 
럭시오 , 수갑에 매인 팔은 당신이 불편해하지 않게 따라가주고, 자유로운 팔로만 당신을 마주 안은 뒤, 몇 번 토닥입니다.
 
시계초:보고싶었어. 이제 정말 기다리지도 못하게 됐는데, 하나라도 붙잡아야지.
 
럭시오:......
 
시계초:그나마 다시 만날 희망이 있는거라도 붙잡고 싶다고...
 
럭시오:저, 음, ...
... 아니다, 그냥 아무 말 안할래요.
 
시계초:뭔데, 말해.
 
럭시오:그으, 별 건 아니구요,
계속 여기서 재회의 기쁨을 만족하는 것도 좋지만,
슬슬 나가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요.
괴도인 이쪽은 잘 모르겠지만,
경찰인 그쪽이 철창 안에 있는건 묘하잖아요.
 
시계초:그렇긴 하지.
 
시계초 , 끌어안고 있던것을 풀어주며 말합니다.
 
럭시오:지금까진 틈새조차도 없었는데, 조금 전에 형사님이 꿈에 들어오면서 틈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면, 역시 나가봐야죠.
 
시계초:진짜 영문을 모르겠네.
 
시계초 , 그리 말하며 철창문을 열어봅니다.
 
 
:덜컹, 하는 소리만 날 뿐,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잠겨있는 것 같은데...
어딘가에 열쇠가 떨어져 있진 않을까, 찾아봐야겠죠.
 
시계초 , 열쇠가 있나 살펴봅니다.
 
시계초: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먼 바닥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것을 발견합니다.
 
시계초 , 손을 뻗어 집어봅니다.
 
 
:반짝이는 물건을 집기 위해 몸을 굽히고 팔을 뻗으면, 팔에 매여있던 수갑이 당겨지며,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럭시오가 넘어지며 당신과 부딪힙니다.
 
시계초: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그리고 덩달아서, 당신도 함께 넘어지고 맙니다.
아야야...
 
시계초:... 다음부터는 말하고 행동할게.
 
럭시오:안 그래도 그래주시는 게 좋겠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뭐였어요?
혹시 저기 반짝이는 거 주우려던거에요?
 
시계초:어...
 
럭시오 , 헤에~ 하는 소리를 내다가도, 당신이 불편하지 않게 살짝식 몸을 굽히고, 팔을 움직여줍니다.
 
시계초 , 그것을 보고 다시 반짝이는 것을 주우기위해 손을 뻗습니다.
 
 
:바닥에서 반짝거리던 것을 주워들고 보면, 녹슨 열쇠입니다.
이걸로 감옥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밖에서 열쇠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쇠창살 사이로 팔을 뻗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유연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울 것 같지 않나요?
 
시계초:... 나한테 좀 붙어봐.
 
시계초 , 그렇게 말하며 창살 사이로 팔을 뻗습니다.
 
럭시오 , 옆에 딱 달라붙어서 지켜봅니다.
 
시계초 , 어케저케 잘 돌려서 열쇠를 돌려봅니다.
 
시계초: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쇠창살 밖으로 팔을 뻗은 것도, 어떻게든 열쇠 구멍 근처에서 틱틱 거리던 것도 다 좋은데,
어느 순간 팔에 찌르르, 쥐가 나고 맙니다.
눈물이 찔끔 나옵니다......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요.
 
시계초:(팔 덜덜덜덜)
 
럭시오:... 제가 해볼까요?
이래뵈도 괴도잖아요. 문 따는 것 정도는 자신 있거든요.
 
시계초 , 아무말 없이 열쇠를 건네줍니다.
 
럭시오 , 열쇠를 건네받고, 쇠창살 밖으로 팔을 뻗은 뒤 잠시 낑낑거리더니, 잠금을 풀고 문을 엽니다.
 
럭시오:짜잔-
 
시계초:오-
 
럭시오:저 대단하죠?
 
시계초:그래, 대단해.
 
럭시오:음-
역시 그 말이 듣고싶었어요.
 
시계초:그래?
더 해줘?
 
럭시오:아뇨, 괜찮아요.
것보다, 이만 나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시계초:그으래.
 
시계초 , 철창 문을 열고 나옵니다.
 
 
:철창문을 열고 나온 바깥은, 아마도 지하인 것 같습니다.
창문이 없는 복도를 한창 걷고 있노라면, 발소리가 울려 기괴한 메아리를 자아냅니다.
수갑을 찬 탓에 바로 옆을 걷고 있는 럭시오는, 기분 탓인지 말수가 적습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아니면 진짜 꿈이라 그런가,
사람이 좀 변한 것 같기도 하고요.
... 조금 어색해집니다.
 
시계초:...왜 이렇게 말이 없어?
 
럭시오:글쎄요, 형사님 상상력이 다하신 건 아닐까요?
 
시계초:ㅡ"ㅡ
됐다 그래...
 
럭시오:포기가 빠르시네요,
 
시계초:더 말하기도 지쳤어.
어차피 제대로 말해주지도 않는데.
 
럭시오:... 그런가요.
 
시계초:평소라면 이상한 얘기 별 저세상 얘기 다 하던데 말이야.
그 사이에 사람이 변했나.
 
럭시오:변했을지도 모르죠.
형사님 본인도 이래저래, 바뀌셨을 거 아니에요.
... 어떻게 만물이 똑같은 하나의 상태로만 있을 수 있겠어요.
 
시계초:... 몰라.
한 곳에만 있으면 안변할 수도 있잖아.
 
럭시오:그건, 또 모르는 일이죠.
바다도 항상 그곳에만 있는데, 많이 바뀌잖아요.
 
시계초 , 끙...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입을 다뭅니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듭니다.
정말로, 꿈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저렇게 답지 않게 구는 것 보면... 진짜, 그저 당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신반의한 마음을 안고 계속 걷다보면, 갑작스레 바닥이 꺼지고 거대한 웅덩이가 하나 나타납니다.
웅덩이랄지, 호수라고 부르는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이 출렁이는 가운데, 호수의 건너편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그 주변엔 미약하게 횃불이 타고 있어, 호수의 모양새가 얼핏 보이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럭시오:수영, 잘 하세요?
 
시계초:아니. 평생 해본적도 없어.
 
럭시오:하기사, 물이랑 연이 없으면 접할 일이 없는 것 중 하나니까요.
어쩐지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생쥐와 개구리라고, 둘은 호수를 건너기 위해서 발목에 밧줄을 묶어 서로를 연결하거든요...
 
시계초: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거, 결국 개구리가 생쥐를 익사시키고, 매가 죽은 생쥐를 낚아채는 바람에 개구리도 같이 죽는 이여기잖아요?
지금 할만한 농담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시계초:...그거 맞아?
 
럭시오 , 어깨를 으쓱입니다.
 
럭시오:본인에게 물어보는게 더 빠르지 않겠어요?
 
시계초:아직도 꿈 타령이냐고.
 
시계초 , 호수를 건너갈 만한 것이 있는지 봅니다.
 
럭시오:아직도라뇨?
꿈이 맞는 걸 어째요, 그럼.
 
 
:호수위에 빈 궤짝이나 나무판자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저것들을 밟거나, 배처럼 써서 호수를 건너는 편이, 수영으로 건너려고 하는 것 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시계초 , 근처에 있는 잔해를 한쪽 발로만 밟아봅니다.
 
 
:꾹, 발로 잔해를 밟아보면, 의외로 잔해는 가라앉지 않습니다.
올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이 올라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계초 , 럭시오에게 손짓하며 잔해를 밟아 건너가봅니다.
 
 
:당신의 손짓을 이해한 럭시오가 당신과 함께 잔해와 잔해 사이를 건넙니다.
철벅, 철벅, 하는 소리가 발 밑에서 울리기도 하는군요.
손짓을 잘 따라오는 럭시오 덕에 손목이 잡아당겨질 일도 없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갑니다.
그러던 중-...
물을 가르며 헤엄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주 고요하지만, 이 공동에서는 작은 소리도 크게 증폭되어 들리는 걸요.
 
 
:물 속,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는 것은...
물 위로 톡 삐져나온 저건.....?!
......상어, 일까요?
설마?
여기서?!
갑자기??!?
 
시계초:???
 
 
:쾅, 콰직!
살벌한 소리를 내며, 지나온 판자와 잔해가 박살납니다.
첨벙- 물 밖으로 튀어나온 아가리는, 명백히 상어의 그것입니다!
... 심지어 이쪽으로 옵니다!!!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해요!
 
시계초 , 럭시오를 한번보고는 그대로 들어올려서 계단이 있는 쪽으로 뜁니다.
 
시계초: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럭시오:-?!?!
자, 잠깐만요???
 
 
:갑자기 들어올려진 럭시오가 당황스러움을 한껏 표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요--!
당신은 최대한 빠르게 판자와 판자 사이를 뛰넘으며, 맹렬하게 추격하는 상어를 피해 도망칩니다.
콰직, 쾅, 우득!
등 뒤에서 살벌한 소리가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결국,
 
 
:와작!
상어가, 당신이 있었던 타일을 부수지만,
이미 계단 앞까지 도착한 당신에겐 아무 피해를 주지 못했습니다.
... 균형을 잡기가 힘든 흔들거리는 나무 판 위를 달려와서 그런가, 딱딱한 땅에 발을 대고 있는 것이 이리도 좋을 수가 없네요.
 
시계초 , 럭시오를 내려놓으며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쉽니다.
 
럭시오:... 형사님 꿈 완전 지독해요.
갑자기 상어라니.
 
시계초:어쩌라고. 나도 몰랐거든??
 
럭시오:꿈 주인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다니!
당연히-
그럴 수 있죠.
저도 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거든요.
그나저나 초장부터 상어라...
이 다음엔 또 뭐가 기다릴지 무서운걸요,
 
럭시오 , 말은 그렇게 하고선 하하, 웃고 있습니다.
 
 
:계속 꿈이라는 주장은 받고 있지만,
아까 그 상어에게 물렸으면 꿈에서 깨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큰 문제가 생겼을 것 같다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꿈 아닌 것 같다니까요, 이거.
 
럭시오:슬슬 올라갈까요?
 
럭시오 , 계단 쪽으로 살짝 턱짓합니다.
 
시계초 , 그말을 듣고 음-하다가 올라갑니다.
 
 
:계단은 상당히 비좁아, 두 사람이 동시에 올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 탓에, 당신이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투박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저 위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시계초: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가사가 없는 음악 소리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군요.
-
이내 시야가 환하게 밝아집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린 홀.
악단이 직접 연주하는 클래식이 깔리고, 고성의 높은 창문으로는 몽환적인 달빛이 밀려들어 옵니다.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드레스와 슈트를 입고 쌍쌍이 대화를 하고 있네요.
 
 
:테이블에는 은빛 접시가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무도회의 정경입니다.
하지만, 이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네요.
... 잠깐,
뭔가 신경쓰이지 않나요?
 
시계초: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가면 사이로 튀어나온 양의 뿔, 드레스 자락 밑으로 길게 늘어진 검은 꼬리, 걸어 다닐 때마다 따각거리는 발굽들.
이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괴물이라고 부르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악마?
 
시계초: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그 정경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럭시오가 당신을 다시 계단으로 끌어당깁니다.
어쩐지 뭔가 알아냈다는 듯한 표정인걸요.
 
럭시오:형사님도 참. 저번 가장무도회때도 그러시더니.
무도회에서 마련한 드레스코드를 맞추지 않는건 예의에 어긋난다구요.
 
시계초:ㅡ"ㅡ?
 
럭시오:봐요, 저기 있는 것들, 전부 가면을 쓰고 있는데, 형사님은 맨얼굴이시잖아요.
 
시계초:그럼 어디서 가면을 구하라고?
 
럭시오:글쎄요? 그건 이제 찾아봐야죠.
 
시계초:(묘하게 짜증난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면, 저쪽 테이블에 누군가 두고 간 것인지 얼굴 대부분을 가릴 수 있는 가면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저곳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만 있다면 들키지 않을 것 같은데...
으음, 무도회 분위기가 한창이니 웬만해선 이쪽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시계초 , 럭시오의 망토로 남들에게 가면을 쓰지 않은 얼굴을 보이지 않게 가린채로 가면이 있는 테이블까지 갑니다.
 
 
:망토로 슥, 얼굴을 가리자, 당신의 행동의도를 눈치챈 럭시오가 가면이 있는 곳을 향해 당신과 보폭을 맞추어 걷습니다.
좋아요, 아무에게도 걸리지 않고 가면을 집었습니다.
 
럭시오:음-......
역시 맨 얼굴이 더 나아요.
예의랑은 별개로요.
 
시계초:여기서 그런 얘기를 아무렇지않게 하는 것도 참...
 
럭시오:그럼 아무렇지도 않게 해야죠,
되려 주눅들어있으면 더 눈에 띈다구요.
 
시계초:아까전에는 주눅들어있었으면서 말이 많네.
 
럭시오:에헤이, 기분 탓.
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이거, 형사님 꿈이래도요?
 
시계초:오히려 그렇게 강조하니까 꿈이 아니라고 확신이 들고있어.
 
럭시오:헤엥.
맘대로 생각하세요, 나중에 후회해도 난 몰라요.
 
시계초:후회 할만한게 있나?
 
럭시오:'아- 기왕 꿈에서라도 만난 김에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해볼걸' 같은거?
 
시계초:여기서 그런거를 하기에는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럭시오:어머, 뭘 하고싶으시길래.
 
시계초:말해?
 
럭시오:음-
아뇨, 그냥 나중에,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곳으로 가게 되면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럭시오 , 장난스레 웃습니다.
 
시계초:후회나 하지마라.
 
럭시오:제가 후회를 왜 해요.
 
시계초:좀 해.
 
시계초 , 그리 말하며 무도회 안으로 들어갑니다.
 
 
:무도회는 고성의 1층을 차지한 홀 전체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홀은 천장이 아주 높고, 천장에서부터 뻗은 샹들리에가 내려온 구조입니다.
밖으로 나가는 [문과 창문]이 보이네요.
위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거대한 [액자]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중앙에는 춤을 출 수 있는 텅 빈 공간이 있고, 사이드로 [만찬 테이블]이 보입니다.
한쪽 구석에서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의, 가면을 쓴 [참석자들]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무도회장 안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시계초 , 문과 창문을 봅니다
 
 
:찰랑, 손목에 걸린 수갑이 거슬리는 소리를 냅니다. 그 끝에 같이 매여있던 럭시오는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있다가, 수갑에 의해 팔이 당겨지고 나서야 당신의 옆으로 따라붙습니다.
 
시계초:(아 맞다)
 
 
:- 문은 어째서인지, 단단한 나무판자로 못질이 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들인다면 부술 수 있겠지만, 큰 소리가 나니 시선을 끌고 말겠죠.
창문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도저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덩그러니 뜬 보름달이 원망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시계초:음...
 
시계초 , 계단을 봅니다
 
시계초:(아)
이쪽으로.
 
시계초 , 럭시오에게 손짓합니다.
 
럭시오 , 손짓하는대로, 총총 따라붙습니다.
 
 
:계단에는 붉은 양탄자가 깔려 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중간에 뚝 끊어져 있어서, 위로 올라갈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잠깐, 그렇다면 말이에요...
문은 막혀있고, 창문은 넘어갈 수 없으며, 계단을 통하지조차 못한다면,
지금 우리, 이 홀에 갇힌거 아닌가요?
 
시계초: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따로 어디로 나가는 길이 없는 것 같은데.
 
럭시오:하긴 그렇네요, 문도 창문도 무리인데 계단도 이런 모양이면...
그렇다고 상어가 나오는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테고요.
... 역시 형사님, 감금이 취향?
 
럭시오 , 농담을 던지면서 웃습니다.
 
시계초 , 얘를 어쩌면 좋을까...하는 표정입니다
 
시계초:그게 너 한정이라면 어쩔래?
 
럭시오:어머나?
글쎄요- 살짝 좋으면서도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시계초:진짜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이건 나도 갇힌건데 무슨 소용이 있어.
 
럭시오:혼자 갇히는 것보단 낫잖아요, 그래도.
정말, 저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시계초:음...
어쨌든 내 취향 막 바꾸지마.
너때문에 없는 취향까지 만들어지고 있어.
 
럭시오:그런 말하시니까, 형사님 인생 여기저기에 제 흔적을 남기는 기분이라 좀 즐거울지도요.
 
시계초:..........그래 니맘대로 해라.
 
럭시오:..~ 알았어요, 안 그럴게요.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실건가요?
가만히 여기 서 있을 건 아니잖아요?
 
시계초 , 슬쩍 주의를 보다가 계단 옆 액자쪽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갑니다.
 
 
:밖에서 본 성의 그림이 걸린 커다란 액자입니다.
당신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굉장한 크기예요.
그림의 배경은 밤이고, 역시 달이 떠 있네요.
고성은 상당히 높아보이고요.
뾰족한 탑이 솟아 있네요.
성 밖에 그려진 건, 묘지일까요?
 
시계초: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림 속 성의 홀에 환한 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 안쪽에, 기이한 괴물의 그림자가 그려져 있네요.
당신이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림자는 천천히 움직임을 반복합니다.
... 이 그림, 움직이고 있어요!
 
시계초:?
 
럭시오:왜 그런 표정이에요, 여긴 꿈이니까 뭐든 일어날 수 있지 않겠어요?
 
시계초:그래도 놀랄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럭시오:그런가요-
저는 워낙에 이상한 일들이랑 이리저리 엮이고 치여서 그런가 별 감흥 없던데,
뭐, 형사님은 따지고 보면 일반인이시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시계초:내가 겪은 이상한 일은 너랑 만나고 나서부터 있었어.
 
럭시오:이런, 그렇게 생각하니까, 역시나 제가 사고 한 번 크게 쳤네요.
 
시계초:맞아.
 
럭시오:죄송하다고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하기엔 이게 좀 거슬리네요.
 
럭시오 , 팔을 흔들어서 손목에 걸린 수갑을 짤랑거립니다.
 
시계초:하게 해달라고 해도 안받을거야.
 
럭시오:에, 왜요?
 
시계초:안 받아도 될 것 같아.
 
럭시오:진짜로요?
덕분에 이런일 저런일 다 겪고 이리저리 치이고-
심지어 죽을 뻔 한 적도 있었잖아요, 그런데도요?
 
시계초 , 럭시오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시계초:이유는 노코멘트.
 
럭시오:...그으으-래요,
그래서, 다음은 어디에요?
 
시계초 , 만찬 테이블 쪽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이동합니다.
 
 
:새하얀 테이블보 위, 무수한 접시가 올려져 있고, 당연히 모든 접시엔 무언가 가득 올려져 있습니다.
허기를 좀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이곳의 음식은... 아무래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파리 떼가 꼬이는 썩은 것,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활활 타오르는 것, 역한 유황 냄새가 훅 끼쳐오는 것.
병 와인에서는 녹색 연기가 흘러나오고, 후르츠 펀치엔 붉은 피와 함께 도마뱀의 눈알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딱 하나, '멀쩡해 보이는' 고기가 접시에 담겨 있긴한데,
당연하겠지만 멀쩡할리가 없죠.
 
 
:상당히 역한 광경입니다.
 
시계초: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상한 괴물들의 만찬 뭐 그런거인가...
 
럭시오:적어도 인간은 이런 거 못 먹을테니까, 그런 것 같아요.
 
럭시오 , '멀쩡해 보이는' 고기를 옆에 있는 꼬챙이로 쿡 찔러서 들어 올렸다가 도로 내려놓습니다.
 
시계초:진짜 식욕 떨어지는 것들인데 어떻게 먹는 건지...
 
럭시오:저희한테는 식욕 떨어지는 거여도, 저기 저것들한테는 아닌가보죠.
왜, 그렇잖아요?
동물이나 곤충들은 독소가 있는 식물 같은거 못 먹는데, 인간은 어떻게든 그 독소들을 쪽- 빼내고 먹는다거나,
인간들은 생고기를 앵간해선 잘 못먹는데, 동물들은 잘만 먹는다거나.
 
시계초:하긴, 동물 대부분은 아보카도를 못먹지만 우리는 잘 먹으니까.
그래도 비쥬얼이 별로인건 사실이야.
 
럭시오:그건 그래요.
 
시계초:다음은...저쪽으로 가볼까.
 
시계초 , 그렇게 말하며 오케스트라쪽으로 갑니다.
 
럭시오:좋아요~ 얼마든지요-
 
럭시오 , 총총 따라갑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그 외에도 구색을 갖춘 많은 악기를 든 악단이 알지 못하는 곡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악단은 단정한 턱시도를 입었네요.
단, 그들 중 누구도 '머리'가 보이지 않아요!
악보는 어떻게 보는걸까요...?
 
시계초:(그런 의문 주지마 궁금해지잖아)
 
럭시오:음-
 
럭시오 , 요리조리 몸과 고개를 돌려가며 구경하다가 문득 말을 내뱉습니다.
 
럭시오:따로 눈이 붙은 부위는 없네요.
 
시계초:눈만 둥둥 떠다니는 것도 징그러울 것 같네.
 
럭시오:예상외로 은근 웃길지도 몰라요.
 
시계초:눈에 있는 시신경도 같이 둥둥 떠다닐것 같아.
 
럭시오:...... 끔찍한 상상을 해버렸어요.
아무래도 형사님 말대로 징그러울 것 같아요.
 
시계초:그래서 징그럽다고 한거야. '눈'만 떠다니면 별로 안 징그럽기는 하겠다.
 
럭시오:...이미 끔찍한 상상을 해버려서, 진즉 떠올렸던 징그럽지 않은 모습을 잊어버렸어요.
 
시계초:유감. 난 잊어버렸어.
 
럭시오:아-?!
저한테 옮겨놓고 본인이 잊어버시면 어떡해요!
 
시계초:옮길려고 말한건데?
 
럭시오:...너무해요!
(억울!)
 
시계초:(어깨 으쓱)
 
 
:조잘조잘 대화를 나누며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참석자들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가면을 벗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 튀어나온 사슴의 뿔.
긴 혀를 내밀어 썩은 음식을 먹는 그는 악마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담소를 나누고 있던 참석자들은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진짜 악몽 같은 일이네요......
 
시계초:......
 
 
:한창 소름이 돋아하던 그 순간, 음악이 바뀝니다.
 
 
:바뀐 노래에 맞추어, 저들이 쌍을 짓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강한 기시감이 몰려옵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괴물이 날뛰는 무도회장에서 설마...
 
럭시오:형사님,
이번에도 제 댄스 파트너가 되어주실래요?
 
 
:어이, 진심이냐고!
 
시계초:(진짜 얼탱이가 없네)
 
 
:심지어 이쪽은 잠옷 차림인데도요!
 
럭시오:딱히 다른 수도 없을거 아니에요,
문으로 나갈 수도 없고, 창문을 넘을 수도 없고, 음식도 먹을 수 없는데다가 대화조차도 나눌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건 춤 밖에 없지 않겠어요?
 
시계초:으으으음...
너는 그래도 차려입은 것처럼 됐지.
난 잠옷이라고.
 
럭시오:아무렴 어때요.
그리고, 오히려 그 차림으로 춤도 안 추고 가만히 있는게 더 이상하고 눈에 띌걸요?
 
시계초:(끄응...)
 
시계초 , 잠시 고민하다가 수갑이 없는 쪽 손을 내밉니다.
 
시계초:말했지만, 난 춤 못 춰.
 
럭시오 , 싱긋 미소 지으며 마찬가지로 수갑이 없는 쪽 손을 들어 손을 맞잡습니다.
 
럭시오:괜찮아요, 저는 춤 잘추거든요.
저만 잘 따라오시면 되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그때처럼만 하면 충분해요.
 
럭시오 , 일전에 그랬던 것처럼 능숙하고,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로 당신을 리드하며 춤을 이어갑니다.
 
 
:...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꼭 오늘 있었던 모든 게 꿈만 같이 느껴집니다.
아, 물론, 눈 앞의 괴도는 이게 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요.
동물의 머리를 한 악마들이 춤을 추며 웃습니다.
빙글빙글, 턴을 돌때마다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럭시오의 얼굴을 비추며 내립니다.
거추장스러운 수갑도, 지금만큼은 아주 가까이에 붙어 있으니 방해되지 않네요.
 
 
:...
그렇게 춤을 추던 중, 갑자기 음악이 템포를 높입니다.
그 탓에, 삐끗, 박자를 놓치고 말고,
몸이 어긋나며 스텝이 꼬여버립니다.
잘못하면 옆의 이들과 부딪칠 것 같은데요, 이걸 어쩐담!
 
시계초:
예술(춤) Roll
기준치: 5/2/1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피할 수 있을리가요-!
우당탕!
옆에 있던 이들과 호되게 부딪혀, 당신은 그만 가면을 떨어트리고 맙니다.
매무새를 정리하고, 당신에게 사과하려던 이들이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굳힙니다.
그리고-......
 
 
:“■■■■! ■■■ ■■■ ■■!”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을 웁니다.
음악이 뚝, 끊어집니다.
춤을 추던 이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동물의 털이 곤두서고, 꼬리를 흔들고, 발굽으로 땅을 두드리면서-
아,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 것도 같아요.
 
 
:누군가 먹던 접시를 놓칩니다.
음식이 쏟아져 바닥을 더럽히고, 그 중 하나가 당신의 발치까지 굴러옵니다.
채 손톱이 뽑히지 않은, 잘린 인간의 손가락.
“■■■! ■■■ ■■■! ■■■ ■■!”
 
럭시오:형사님, 도망쳐요!!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시계초 , 자리에서 일어나 달립니다.
 
시계초 ,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시계초: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67046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실패
-2: 실패
 
 
:찰랑, 다가오는 존재들을 피해 오른쪽으로 향하려던 당신의 손목을 뭔가가 세게 잡아당깁니다.
앗차, 방향이 어긋났군요.
멈칫, 수갑에 잡아당겨져 생긴 아주 잠깐의 틈을 타, 당신을 잡으려 드는 수많은 손과, 앞발과, 하여튼 그런것들이 여린 살을 긁고 지나갑니다.
 
시계초 , 방향이 엇갈리자 아까처럼 그냥 럭시오를 안아들고 다시 달립니다.
 
시계초: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급한 상황에, 당신은 차라리 이동이 덜 제약받는 길을 택했습니다.
... 하지만, 어디로 도망칠 수 있죠?
문은 봉쇄되어 있고, 창문은 너무 높고, 계단은 도중에 끊어져 있는데도요!
“■■! ■■! ■■! ■■ ■, ■■ ■■■■!”
아우성은 커져갑니다.
 
시계초: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커다란 액자의 그림이, 커튼처럼 일렁입니다.
원한다면, 들어갈 수 있을 것처럼요.
어쩌면-...... 그림을 통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시계초 , 잠깐 멈칫하다가 그림쪽으로 달립니다.
 
 
:당신이 그림 쪽으로 달려나가자, 추격의 속도가 살짝 느려집니다.
슬적 돌아본 괴물들은 당신을 비웃고 있습니다.
막다른 길로 도망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아랑곳않고 그림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나가고,
 
럭시오:엣, 잠깐, 형사님?! 액자에 냅다 몸통 박치기 하실 생각은 아니죠?!
 
시계초 , 럭시오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림으로 들어가기위해 뜁니다.
 
 
:우와아악-! 하는 럭시오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림을 향해 몸을 던지면,
그대로 쑥- 그림 안으로 들어가집니다.
 
 
:...
강한 밤바람이 불어, 눈을 뜨기가 어렵습니다.
절로 재채기가 나옵니다.
그림 속에 들어왔다는 것에 신기해하는 것도 잠시,
바닥에 우당탕 쓰러진 몸을 일으키면 한기가 잔뜩 몰려옵니다.
이런 잠옷 차림으로는 추운 밤기온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건지, 럭시오가 두르고 있던 망토를 풀어 당신에게 덮어줍니다.
 
럭시오: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요.
그나저나- 그림 속에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림으로 보았던 고성의 밖에는 무엇이 있었죠?
음, 분명히... 묘지였죠.
이곳은 공동 묘지입니다. 비석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고, 계속 흙냄새가 납니다.
달빛만큼은 여전히 밝아, 원한다면 비석을 살펴볼 수도 있겠어요.
 
시계초 , 비석을 살펴봅니다.
 
 
:'질리 허스트 - '검은 남자'의 모략에 의해 사망'.
'로빈 - 멸망한 지구의 괴물들에 의해 사망'
'김예아 - 아자토스의 파편에 의해 사망'
'지나 힌튼 - 조류용 덫에 걸려 사망'
 
시계초:???(익숙한 이름을 보고 당황)
 
 
:.... 기이한 사인입니다.
이런 사인에 의해 사망하는 게 가능이나 할까요?
드문드문 보이는 익숙한 이름들을 볼 때마다 등줄기가 서늘해집니다.
이해할 수 없는 오싹함도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에 영향을 미치는군요.
비석을 훑어가는 당신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질 때 였습니다.
 
시계초: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갓 만들어진 듯 깨끗한 비석에 발이 걸립니다.
돋을새겨진 글자에 시선이 간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죠.
낯선 이름들과, 익숙한 이름들의 틈새에서 발견한 이 이름 역시, 지나칠 정도로 익숙하고, 여기 있어선 안될 것이었거든요.
럭시오 크리타스. 당신의 옆에 서있는 이의 이름입니다.
가명이 아니었던걸까요? 아니, 뭐, 설령 가명이라고 해도 이 이름이 이곳에 있다는 건-
 
럭시오:왜 그래요, 형사님?
세상 뭔들 무서울 것 없으실 것 같더니, 묘지가 무서우신건가요?
 
럭시오 ,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럭시오:지나가는 동안 눈이라도 가려드려요?
 
시계초:그런거 아니야.
...그냥 익숙한 이름들이 보여서.
근데 사인이...이상하게 되어있는...
 
럭시오:뭐, 꿈인데다가, 그림 속이니까,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죠.
뭘 새삼스럽게 그래요, 방금까지도 괴물들 틈새에 껴서 춤까지 추다왔는데.
 
시계초:그래도...뭔가....음...
가짜라는 느낌은 안든다고 해야하나.
 
럭시오:그냥 느낌만 그런거일 뿐이에요.
원래 꿈을 꿀 때는 뭐든 현실처럼 느껴진다잖아요.
 
시계초:음...
그래, 그냥 넘어가지 뭐.
 
 
:여전히 괴도는 이곳이 꿈 속이라고 밀어붙일 마음인가봅니다.
문득 내려다 본, 갓 만들어진 무덤엔 새 흙이 얕게 덮여 있습니다.
깊게 묻히지는 않은 듯, 새하얀 관이 언뜻 보이기까지 해요.
원하기만 한다면, 뚜껑을 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계초: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계속 그곳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금 당장 저 관을 열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피어오릅니다.
닫힌 상자가 있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진실을 알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설령 그게 판도라의 상자라고 해도!
 
시계초 , 뚜껑을 들어봅니다.
 
 
:덜컹, 뚜껑이 열린 관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어쩐지 드는 안도감을 채 느낄 새도 없이,
툭,
누군가가 당신의 등을 밀쳤습니다.
아니, 밀쳤다고 해야할까요?
럭시오는 당신의 옆에 있는데도, 오히려 경악과 놀람으로 눈을 크게 뜬 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붙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당신은 관 안쪽으로 떨어집니다.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아니, 애초부터 얕은 무덤이니, 작은 헤프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일까요.
이 추락이, 멈추지 않습니다.
 
 
:당신은 계속, 계속 추락합니다.
추락하는 꿈은 키가 클 징조라고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그건 아니겠죠.
수갑이 묶여있던 손목을 내려다보면, 그저 말끔하기만 합니다.
 
시계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꼭... 동화같은데요!
토끼 굴 대신 끝없는 무덤에 떨어진 게 다를 뿐이죠.
동화에서는 이상한 나라로 떨어지던데, ...이 추락의 끝은 어떨까요?
굴 안쪽에는 크고 작은 액자들이 걸려 있습니다.
당신이 떨어져 내리며 액자들을 바라보면, 그것들은 전부 초상화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정적인 자세로 앉은 일반적인 초상화가 아닌, 생동감 있는...... 인물화에 더 가깝나?
 
시계초: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무수한 초상화의 공통점을 깨닫습니다.
전부 동일한 '사람'이 등장하고 있어요.
아이가 점점 자라나는 형상입니다. 평범한 일상이네요.
추락은 멈추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속도가 한층 느려지지 뭐에요.
여유를 갖고 그림 하나하나를 뜯어볼 수 있을 정도로요.
 
 
:초상화 속 아이는 어느덧 성인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초상화가 소곤거리며 당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아니면 그저, 이 굴에 떨어진 단 한 사람이 당신이었기 때문일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초상화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그는 처음으로, 기이한 일에 온 힘을 다해 저항했습니다.
세계를 혼돈에 빠트리려는 나쁜 악당들에게서, 의식의 키워드가 되는 중요한 물건을 훔쳐낸 거에요.
그는 자신이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는 사실이 기뻤고, 뿌듯했어요.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이 삶을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그에게 약점이 될 만한 것은 이미 모두 죽어 없어진지 오래였고, 그는 아주 유능한 '탐사자'였으므로, 아무것도 문제 될 게 없었습니다.
 
 
:초상화의 그림은 자신만만하게 옥상 난간 위에 서 있는 팬텀 골든 델핀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첫 사건이었을까요.
 
 
■■:몇 번의 사건을 거치며 그는 더욱 능숙해졌고, 교활한 괴도가 되어갔습니다.
사교도도, 경찰도, 그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죠.
아, 하지만...
새로 발견한 신입 경찰은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 경찰을 이용한다면, 그의 일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아리아드네의 명화를 훔치는 팬텀 골든 델핀과, 그를 쫓는 당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괴도는 당신의 기억보다 더 얄밉게, 그리고 당신은 더 분하게 묘사되어 있네요.
그 초상화의 옆에서, 당신은 '피자 배달부가 되어 도망치는 팬텀 골든 델핀', '가장무도회에서 당신에게 춤을 권하는 팬텀 골든 델핀', '총을 맞은 척 피를 흘리는 가증스러운 팬텀 골든 델핀', '당신에게 붙잡힌 채 꼴사납게 애원하는 팬텀 골든 델핀'의 그림을 봅니다.
그리고 갑자기, 펑!
반짝이 폭탄이 당신에게 뿌려집니다.
어디선가 감미로운 사랑의 세레나데가 들려오네요.
 
 
:기분이 어떤가요?
 
시계초:(이상해. 진짜 이상해)
 
 
:좋은 쪽으로요, 아님 나쁜 쪽으로요?
 
시계초:둘다?
 
 
:정말 이상하다는 말로 밖에 안 나오는군요.
추락은 멈추지 않고 이어집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그는 꽤 많은 위기를 겪었어요.
죽을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죠.
아무리 강인한 탐사자라고 해도, 결국 이성은 마모되고, 체력은 깎여나가는 법이거든요.
인간이 얼마나 죽기 쉬운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럴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피를 흘리며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팬텀 골든 델핀과, 그를 받아 안는 당신의 그림입니다.
당신이 그것을 들여다 보는 사이, 그림은 몇 번이나 깜빡거리며 변해갑니다.
깨지는 유리 조각, 관람차에 갇힌 둘, 사교도에게 둘러 싸인 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본 불꽃놀이와 멈춰있는 회전목마.
 
 
■■:의지하고 싶었을텝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길을 자신이 선택해서 걸었고, 무수히 많은 각오를 다졌지만, 선택하기도 전에 휘말린 사람에게도 같은 각오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떠나기로 했습니다.
아주 가볍고 매끄럽게 헤엄치기 위해서.
 
 
:저만치 먼 곳, 당신의 위에서 불꽃이 터집니다.
당신은 그 순간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더라도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요.
결국, 팬텀 골든 델핀은 당신을 떠났는걸요.
약점 운운이나 하면서.
... ...
 
 
:추락의 속도가 한층 느려집니다.
이제 거의, 공중을 유영하는 기분조차 들고 있습니다.
 
 
■■:시도는 꽤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휘말린 사람은 다시 안전해졌으며, 그는 아주 날쌔졌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이 쉬워지진 않았습니다.
운이 나쁘게도, 괴상한 공간에 빠져버리고 말았거든요.
이 공간엔 탈출구가 없으니, 그의 장기인 탈출 마술도 무리였어요.
 
 
:고성 지하에 쓰러진 팬텀 골든 델핀이 보입니다.
꼭 시체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주, 아주 얕은 숨만 쉬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모든 탐사자에게 오는 끔찍하고 비참한 죽음이, 마침내 자신에게도 돌아온 것을.
괴도의 위대한 '시트'를 찢어낼 차례라는 것을.
...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그림 속 팬텀 골든 델핀의 귀걸이가 빛납니다.
이윽고, 추락하고 있는 당신의 귀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귀걸이가 빛나고 있습니다.
 
시계초: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나레이션을 읊는 것처럼요.
 
 
■■:이 공간에서의 텔레포트는 불가능했지만, 운명의 장난일까요.
반대쪽 귀걸이를 가진 사람이 끌려오고 말았습니다.
불완전한 이동이었으므로, '영혼'만 말이에요.
그는 자신의 미련이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끌려오며 생겨난 불완전한 탈출구를 이용하면, 둘 다 나갈 수 있을 거라고도 추측했죠.
그는 당신의 영혼이 튕겨 나가, 갈기갈기 찢기지 않도록 수갑을 채웠습니다.
 
 
:수갑을 찬 팬텀 골든 델핀과 당신이, 고성의 여기저기를 탐험하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당신이 겪은 그대로의 모습이 그림에 담깁니다.
......
추락이 끝납니다.
당신은, 금빛 델피니움이 한가득 핀 꽃밭에 떨어집니다.
있을 수 없는 색의 꽃에서는 은은한 향과 함께 따스한 온기가 나와, 당신을 감싸 안습니다.
 
 
:아주 편안하고, 안온한 기분이 들어요.
이곳은, 팬텀 골든 델핀의 관.
언제고, 그가 죽게 된다면 눕게 될 무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이 그를 구하고자 다짐한다면, 그는 앞으로도 살아 숨 쉴 수 있을거에요.
 
시계초: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곳에서 탈출할 아이디어 판정을 요구하세요. 지금은, 당신이 '탐사자'잖아요?
 
시계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까 본 그림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귀걸이는 서로 이끌리는 것 같은데.
지금 귀걸이를 사용한다면,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시계초 , 귀걸이에 손을 올려 사용합니다.
 
시계초:
rolling 1d3
(
1
)
 
=
1
 
럭시오:...-형사님-!
형사님, 일어나보세요!
 
 
:눈을 뜨면, 아까의 그 무덤가입니다.
관은 굳게 닫혀있고, 럭시오가 당황한 표정을 한 채 당신을 흔들고 있네요.
수갑은 여전히 당신과 그의 손목을 잇고 있습니다.
서로의 귀에 매달린 귀걸이도 그대로에요.
 
럭시오:갑자기 관 안으로 쓰러지시더니 기절해버려서, 진짜... 진짜 엄청 놀랐어요...
좀 괜찮으세요? 기억은 멀쩡하고요?
제가 누구게요?
 
시계초 , 잠깐 멍해있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엽니다.
 
시계초:...럭시오.
 
럭시오:아- 다행이다, 기억은 멀쩡하신가 보네요-
쓰러지면서 어디 부딪힌 곳은 없긴 한데, 그래도... 몸 어디가 아프다거나, 뭐 그런 것도 없는거죠?
 
시계초:아마도...? 없는 것 같은데.
 
럭시오 ,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 미소짓습니다.
 
럭시오:형사님이 쓰러져있던 사이에, 탑의 문이 열렸어요.
저 위로 올라가면 뭐라도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가볼래요?
 
시계초:...
 
시계초 , 럭시오를 빤-히 쳐다봅니다.
 
럭시오 , 진득한 시선을 잠깐 즐기다가도, 슬슬 좀 부담스러운지 눈을 깜빡이다가 스르르 고개를 돌려 피합니다.
 
시계초 , 돌린 고개를 따라 시선을 이어갑니다.
 
시계초:... ...
 
럭시오:그, 음, 왜 그렇게 보세요-
제가 밀었다거나 그런 오해 하시는 건 아니죠?
저 진짜 얌전히 있었는데...
 
시계초:...날 떠난게 그렇게 미련이었어?
그렇게 멋대로 해놓고?
 
럭시오:엣, 으, 네?
무, 무슨 소리세요, 갑자기!
 
럭시오 , 명백하게 당황한 표정입니다.
 
시계초:나, 뭐 봤거든.
내가 여기 온 이유도 봤고.
 
럭시오:......
 
럭시오 , 입을 몇 번 열었다 닫기를 반복합니다. 뭔가 변명거리를 생각하는 표정입니다.
 
시계초:변명 해봐. 들어는 줄게.
 
시계초 , 그말을 하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손을 휘적이며 말합니다.
 
시계초:아니다, 역시 안듣는게 좋겠네.
 
럭시오:... 뭘 보신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그냥 믿는거에요?
 
시계초:이런 상황에 못 믿을게 뭐가 있어?
물론 묘비는 좀 못본걸로 하고 싶긴 하지만.
 
럭시오:... 진짜, 가끔 보면 바보같아요.
그렇게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믿다가, 낼름 속아버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시계초:나도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믿는 건 아니지.
의심도 하고 부인도 해보고 그래.
근데, 이런거까지 굳이 의심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날 두고 떠난 놈이 알고보니 그게 미련이었던 사실이 난 좋기만 한데.
 
럭시오:...-
 
시계초:적어도 나혼자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라는 거잖아. 혼자 착각한게 아니였잖아.
 
럭시오:...차라리 착각이라고 생각해주시지...
 
시계초:싫어.
 
럭시오:왜요? 그때도 말했지만, 자꾸 미련가지고 후회하고, 그런건 위험하다니까요?
 
시계초:근데 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사람은 누구나 당연하다는 듯이 미련을 가지고 후회를 해.
그게 사소한 실수에서든 아니면 큰 불행을 눈앞에 두고서든.
너나, 나도 똑같아. 미련을 가지는건 당연한거야.
당연한걸 억지로 하지 않으면 병이 든것과도 같다고.
굳이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너도 사소한거나 사소하지 않는 거에 후회하거나 미련을 가진 일은 한번씩 있을거 아니야?
 
럭시오:...그렇긴 하지만-...
...-그거랑 이거랑 같아요? 목숨까지 걸고 후회하는 일이 정말 괜찮을리가 없잖아요!
 
시계초:누가 괜찮으라고 했어? 후회하더라도 품고만 있지 말라는 거잖아.
후회하면 후회되지 않게 행동하거나 미련이 남으면 다시 찾아왔어도 됐잖아?
전에도 말했잖아. 난 한곳에만 머물고 있다고.
 
럭시오:...제가 그게 마음대로 될거였으면 안 이러고 있었죠...
...잊어버리려고 했어요, 그냥 싹- 다 잊어버리고, 모르는 사람인 척 하려고 했다구요. 알아요?
근데, 그게, ... 제가 아무리 사람을 잘 속일 수 있는 괴도라고 해도,
스스로는 속일 수가 없어서, 잊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돌아가기엔 형사님한테 너무 큰 짐이 될 것 같고, ...
... 애초에, 그렇게 멋대로 떠나놓고, 또 멋대로 되돌아가긴 좀, 그렇잖아요.
 
럭시오:...-아, 정말! 그냥 계속 싫어해주시지!
역시 그때 데이트가 문제였어요.
 
시계초:이미 니가 옥상에서 첫키스 뺐어갔을때부터라고는 생각 안하고?
 
럭시오:그때 그건 장...난이었는걸요?
아마도 그랬을걸요?
 
시계초:니는 장난이여도 그런 짓 당하면 없던 마음도 생기는 건 알고있고?
내가 그때 쓰러진 너를 왜 도와줬다고 생각해?
 
럭시오:...어두워서? 저인줄 몰라서?
저 일어나고나선 나가라고 하셨었으면서, 참.
 
시계초:누가보면 일어나자마자 내쫓은 줄 알겠다
그리고 너 일어나기전에 진작 밖에 던저놓을 수도 있었거든?
 
럭시오:... 그랬으면 이렇게까지 얽히지는 않았겠네요,
아이, 참, 진짜. 시간을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
 
시계초:그렇게 따지면 이렇게 얽힌 것도 내가 자초한 일인데.
 
럭시오:계속 왜 그랬냐고 물어봐도 소용 없겠죠?
아- 이젠 그냥 받아들일래요-...
그래요, 저는 엄청 미련 넘치는 주제에 혼자 온갖 고민하느냐고 돌아갈 생각은 전혀 못하다가 결국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어버린 못된 괴도랍니다.
만족해요?
 
시계초:아니? 아직?
 
시계초 , 그리 말하며 럭시오를 끌어당겨 끌어안습니다.
 
럭시오 , 우왓, 하면서 끌어당겨져 안긴 채로 덜그럭 굳어버립니다.
 
시계초:무도회장 들어가기 전에 한말 기억해?
 
럭시오:.... 기왕 만난김에 하고 싶었던, 어쩌구. 그 이야기요?
 
시계초:그거 다음에.
내가 여기서 하는건 아니라고 했을때 네 대답.
 
럭시오:...-아, 잠깐만요, 반칙. 여기서 그 말 회수하고 그러려고요?
진짜 반칙!
 
시계초:왜? 안될 이유라도 있나?
 
럭시오:그으-...건... 없긴 한데......
 
시계초 , 럭시오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합니다.
 
시계초:그럼 안할 이유는 없겠네.
 
럭시오:(( 엄마야 ))
 
럭시오 , 살짝 얼굴이 빨개집니다.
 
시계초 , 럭시오에 입에 진하게 입을 맞춥니다.
 
럭시오 , 잠시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살며시 눈을 감고 수갑이 걸리지 않은 팔을 들어 감으며 조심히 끌어안습니다.
 
시계초 , 그것을 보고 수갑이 걸리지 않은 손을 들어 럭시오의 허리를 감싸 앉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깁니다.
 
 
:달빛이 비추는 묘지,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꼭 붙어서, 단 한마디의 말 없이도 그동안 느낀 감정을 주고 받습니다.
어쩌면 말로 채 다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시계초 , 조심스럽게 고개를 움직여 입을 때어냅니다.
 
시계초:(웃음)
 
럭시오:...-형사님 진짜... 자꾸 이러시면 저 엄청 곤란해진다구요.
물론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계초:왜? 내가 좋다면서?
 
럭시오:...그래서 곤란하다는거잖아요!
아, 아무튼, 이만 움직이는게 좋겠어요,
너무 늦어지면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시계초:그래, 그래.
 
 
:저벅, 저벅, 탑의 앞으로 걸어가면, 그림에서 보았던 뾰족한 탑의 문이 열려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꼭, 원한다면 들어오라는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시계초 ,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안으로 들어갑니다.
 
 
:탑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까지 빙글빙글 가파른 나선 계단이 이어져 있습니다.
다리를 혹사할 시간인 것 같은걸요...
뚜벅뚜벅, 계단을 한 단씩 올라갑니다.
엄청 오래 오른 것 같은데,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 정도는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르릉, 하는 불길한 소리가 저 아래서부터 들리기 시작합니다.
 
시계초:...
 
 
:슬적, 내려다 본 아래에선...
계단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우악!
여태껏 밟고 올라온 계단이 부서지는 것을 목격함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건물이 흔들리며 중심을 놓칠뻔 합니다.
여태 올라온 높이를 생각하면...
떨어졌다간 정말 뼈도 못 추리고 말거에요.
 
럭시오:빨리 올라가야해요, 형사님, 어서요!
 
 
:순간적으로 정신이 팔린 당신의 손을 잡아 끌며, 럭시오가 앞서서 계단 위로 달려나갑니다.
 
시계초: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맞아요, 그말대로 빨리 계단을 오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대로 바닥이 완전 무너지길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당신은 최대한 빠르게 계단 위로 달려올라갑니다.
두 사람의 속도가 맞춰치고, 주변 풍경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계단은 무너져 내려가고, -
 
시계초: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위쪽의 계단이 일부 무너지며 파편이 떨어져내립니다.
미처 피하지 못한 파편에 맞고 맙니다.
 
시계초:
rolling 1d2
(
1
)
 
=
1
 
 
:옆에서 들려오는 괜찮냐는 물음에 답할 시간도 없이, 연달아 떨어지는 파편과 무너져내리는 계단을 피해 달려 올라갑니다.
아직도 계단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끝이 있긴 한거겠죠? 이렇게나 올라왔는데 아직도 보이지 않는게 좀 이상하지 않아요?!
 
시계초: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파삭, 하는 소리와 함께 발을 내디딘 곳이 순간적으로 무너져내리는 탓에, 그 자리에 넘어지고 맙니다.
그와 동시에 수갑 끝에 매여있던 럭시오가 확 끌어당겨지며 함께 넘어집니다.
 
시계초:
rolling 1d2
(
1
)
 
=
1
 
럭시오:습-...아야...
... 괜찮으세요, 형사님?
 
럭시오 , 본인 상처는 아주 잠깐만 확인하고, 바로 당신의 상태부터 챙깁니다.
 
시계초 ,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계초:이정도로 아파할리가.
 
럭시오:다행이네요, 그거.
 
럭시오 , 흙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며 손을 내밉니다. 일어나세요, 얼른 올라가야죠.
 
시계초 ,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다시 바닥을 딛고 일어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렇게 한참, 슬슬 목에서 피맛이 느껴질 정도로 숨가쁘게 뛰어가다보면, 그리 멀지 않은 위로 끝이 보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에요!
그렇게 안도하는 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당신의 발 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이번엔 몸을 어디에 걸칠 겨를도 나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아찔한 높이에서의 추락이 당신을 반길테고-
끔찍한 고통도 함께 하겠죠.
식겁한 마음에 눈을 감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놀라고 있으면, 당신의 등을 밀치는 강한 힘이 전해져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당신은 무너지지 않은 계단 위쪽으로 밀려납니다.
확, 하고 아래를 향해 잡아당겨지는 수갑 탓에 팔에 아릿한 고통이 밀려듭니다.
 
시계초 , 놀란 눈으로 아래를 봅니다.
 
 
:무너진 계단의 아래로 떨어져, 수갑에만 매달려 있는 럭시오와 눈이 마주칩니다.
수갑도, 그리고 그곳에 연결된 각자의 손목도, 사람 한 명의 무게를 언제까지고 버틸 수는 없습니다.
럭시오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미안한 듯 웃어보입니다.
 
럭시오:이런, 많이 무겁죠?
미안해요.
금방 풀어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릴래요?
 
시계초:뭐? 잠시만 잠시만.
뭘 풀어주겠다는거야.
 
럭시오 , 당신의 말은 한 귀로 흘리면서, 손을 들어 수갑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합니다.
 
럭시오:형사님이 잘못되는건 아닐까 좀 걱정이 들기는 하는데, 조금만 더 올라가면 끝이니까요.
전력으로 달려가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보니, 이 괴도는 열쇠 따기에 꽤나 재능이 있었죠.
그런 그가 무엇을 시도하는지는, 안봐도 뻔하지 않나요?
어떻게 할까요?
그냥 이대로 둘 생각인가요?
 
시계초 , 다른 한손으로 수갑을 만지작거리는 손을 붙잡고 그대로 끌어올립니다.
 
시계초: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랫동안 달리느라 지친 다리를 어거지로 움직여 바닥을 지탱하고, 당신은 매달려있던 괴도를 끌어올립니다.
어느새 붕괴는 멎었고, 계단 위에 남은 두 사람은, 고요속에 앉아있습니다.
럭시오는- 어쩐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네요.
풀리다 만 수갑이 짤그락거립니다.
 
시계초:왜, 뭐.
 
럭시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만 올라갈까요?
 
시계초:내가 죽을려는 놈 죽게 내버려둘 줄 알았던건 아니지?
 
시계초 ,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합니다.
 
럭시오:잘못하면 둘 다 죽을 뻔 한건 알고 하는 말이죠?
 
럭시오 , 같이 일어나며 괜히 툴툴 댑니다.
 
시계초:안 죽었으면 됐지, 말이 많네?
 
럭시오:... 그렇긴 하네요,
 
시계초:가자.
올라가야지.
 
럭시오:...네에-
 
 
:두 사람은 남은 계단을 따라 마저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어느덧 탑의 꼭대기에 도달합니다.
출구에서 환한 달빛과 서늘한 밤바람이 동시에 불어옵니다.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두 사람은 이야기의 마지막 장으로 접어듭니다.
 
 
:두 사람이 높은 탑 위에 견고한 바닥을 딛고 섭니다.
보름달을 제외하고는, 별이 하나도 뜨지 않은 밤하늘이 보입니다.
이 탑은 종탑이었나봐요. 줄이 달린 종이 걸려있네요.
줄을 당기면 종이 울리는 구조입니다.
 
시계초: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줄에 쪽지가 붙어있습니다.
'종을 울리고 돌아가세요.'
 
시계초:종을 울리고 돌아가세요...라.
 
럭시오 , 종과 이어진 줄을 잡고 만지작거리며 바라보다가 당신에게 내밉니다.
 
럭시오:직접 당기실래요?
 
시계초:당기면 바로 돌아가는 건가?
 
럭시오:그건 모르죠.
 
시계초 , 내민 줄을 받습니다.
 
시계초:음...
 
시계초 , 당깁니다.
 
 
:뎅- 청명하고 맑은 종소리가 퍼져나갑니다.
그와 동시에, 그 커다란 보름달이 하나의 출구로 변합니다.
공간에 생긴 균열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하늘에 뻥 뚫린 구멍을 보는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오늘은 이미 이상한 일들을 충분히 겪었으니까요.
...하지만, 저 위까지 어떻게 도달할 수 있단 말이죠?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는데다가, 여긴 비행기나 기구, 하다못해 행글라이더나 거대풍선도 없는데 말이에요.
 
 
:당신이 망설이고 있을 때, 럭시오가 미소지으며 물어옵니다.
 
럭시오:형사님, 저 믿으세요?
 
시계초:또 그 질문인가?
이번에는 뭐라고 답해줄까?
 
럭시오:개인적으로는, 믿는다고 해주시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꿈이라고 생각하면, 꿈에선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잖아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거에요.
 
시계초:그렇긴하지.
그럼 내가 널 믿고 꿈에서 나오면? 너는?
너는 어떻게 되는데?
 
럭시오:꿈의 주인이 꿈에서 깨면, 그 꿈은 사라진다고들 하죠.
하지만 가끔, 어떤 꿈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고,
그리고 아주 가끔은, 현실이 되기도 해요.
그러니까, 저도 여기에 남지는 않을거에요.
형사님이 구해주신 목숨인데, 이 꿈 속에 그대로 남아버리긴 아깝잖아요?
 
시계초:또 죽겠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살려서 대리고 나올려했는데.
다행이네.
 
럭시오:에이, 저도 제 목숨 소중한 줄은 알아요.
그냥, 그 위에 형사님이 있었을 뿐이지.
(큼큼.)
자, 그럼, 구해주신 목숨 값으로, 제가 아주 멋진걸 보여드릴게요.
팬텀 골든 델핀, 사상 최대최후의, 마지막 마술!
 
 
:그리 말하고,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팬텀 골든 델핀의 장갑은 너덜너덜해지고, 손목엔 수갑까지 채워져 있지만,
그 손은 아주 많은 일을 해낸, 대괴도의 손이거든요.
 
시계초 , 그것을 보고 손을 잡아줍니다.
 
 
:당신이 그 손을 잡으면-
럭시오는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당신을 끌어당기며, 종탑의 바깥으로 발을 디딥니다.
바람이 휭, 거세게 불어옵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그만 눈을 질끈 감고, 추락에 대비하지만,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눈을 뜨면, 당신은 하늘 위에 서 있습니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계속 퍼져나갑니다.
 
 
:잠시 숨어있던 별들이 하나둘씩 눈을 뜨고, 반짝이는 별의 바다에서, 괴도는 당신을 위로, 더 위로 데리고 올라갑니다.
꼭 허공을 유영하는 것처럼, 두 사람은 달을 향해 갑니다.
두려움 따위는 없습니다.
이건 마술이거든요.
아니면, 마법이라거나.
어쩌면 기적일지도요.
 
 
:그렇게 하늘을 헤엄쳐, 그저 평화롭게 떠올라서, 달의 모양을 한 문 앞에 도달합니다.
그 밝은 문 앞에서, 괴도는 말합니다.
 
럭시오:...저, 사실은 말이에요,
... 귀걸이를... 훔쳐 가려고 했어요.
결국 이번에도 저 때문에 형사님이 위험에 빠진거잖아요.
귀걸이를 가져가버리면 저랑 형사님 사이의 연결점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니까,
그러면 정말로 문제 해결! 끝!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근데, 음... 뭐랄까...
 
럭시오:좀 고민이 생겼어요.
제가 원래, 뭐, 마음대로 이것저것 하고 살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마음대로 해버려도 괜찮을까, 하고...
형사님의 의사를 무시하기가, 새삼스레 미안해졌다고 해야하나...
 
시계초:그래서 물어볼려고 말 꺼낸거야?
 
럭시오:...뭐, 음, 네, 그렇죠, 그...
... 진짜 욕심일 수도 있는데요, 그게.... 그러니까요, 형사님,
...아니다, 이런 딱딱한 호칭 말고, 역시-
... 시계초,
앞으로도, 제 약점이 되어주실래요?
만약에, 절 계속 보고 싶다면, 보는 게 싫지 않으시다면-......
 
럭시오:염치없지만, 또 만나러 가도 괜찮을까요?
 
 
:휘잉, 바람이 불어, 당신의 귓가를 훑고 지나갑니다.
귀걸이는 아직 당신의 귀에 걸려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참 많은 선택을 해왔죠.
이번이, 당신의 마지막 선택이 될거에요.
귀걸이를 돌려준다면, 이 지긋지긋한 인연은 완전히 끝이 날 것입니다.
귀걸이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더한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겠죠.
 
 
:시계초, 어떻게 하고 싶어요?
 
시계초 , 그말을 듣고 한숨을 쉬곤 웃으며 말합니다.
 
시계초:그말 안하면 어쩔까 좀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해주네.
그렇게 꼬드길려고 노력했는데 안해주면 안되긴하지만 말이야.
 
럭시오:...-... 미안해요, 매번. 이번엔 진짜로요.
 
시계초:그래.
네 약점이 되어줄게.
널 계속 보고싶고, 보는게 싫지 않으니까.
또 날 보러와. 난 항상 거기 있을테니까. 다른 곳은 안갈테니까.
 
 
:당신이 럭시오에게 뜻을 전하자, 그는 괴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여린 표정이 됩니다.
하지만 곧, 자신만만한, 당신에게 익숙한 미소로 변하네요.
괴도는 당신의 귀에 걸린 귀걸이를 살짝 매만집니다.
두 사람의 귀에서 금빛 델피니움이 반짝입니다.
 
럭시오:고마워요.
그럼-... 다시 만나러 갈게요.
 
 
:두 사람은, 재회를 기약합니다.
스르르, 맞잡았던 손이 놓아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수갑이 깔끔하게 풀어집니다.
당신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부드러운 힘을 느낍니다.
공간의 균열로, 달의 틈새로,
당신이 왔던 곳으로, 당신은 돌아가게 됩니다.
 
럭시오:안녕히, 형사님.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작은 속삭임을 끝으로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바야흐로 위대한 모험의 끝입니다.
새까만 어둠이 눈꺼풀을 덮고-
...
... ...
... ... 새 소리가 들립니다.
 
 
:아침이네요.
잠에서 깨면, 아마 간밤에 좋은 꿈을 꾼 것 같습니다.
더없이 개운하고, 뿌듯한 기분입니다.
그래요, 꿈에 괴도가 나왔었죠.
그건 정말 꿈이었을까요?
마지막 순간, 괴도가 전했던 말을 생각하며, 서서히 잠기운을 몰아냅니다.
 
 
:...
어디선가 꽃향기가 납니다.
옆을 보니, 어째서인지 창문이 열려 있네요.
분명히 창문을 닫고 잤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아, 잠시만-...
누군가 아주 가뿐하게, 창턱에 착지합니다.
 
 
:어디서 들어온걸까요, 이 사람.
마치 새가 날아 들어온 것처럼, 환하게 웃는 그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 색이 분명할텐데, 이곳에 활짝 피어난 금빛의 델피니움 꽃다발을 당신에게 내밉니다.
...정말이지, 프로포즈로 오해하면 어쩌려고요!
다시 만난 괴도가 즐거운 듯이 웃습니다.
 
럭시오:좋은 아침이에요, 친애하는 형사님!
 
 
:물론, 이것은 당신에겐 최선의 결말이겠지요.
당신은, 럭시오와 함께하는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시계초:...허, 참. 창문으로 그렇게 들어올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
어서와, 여러모로 곤란하게 하는 괴도씨.
 
ED. 굿모닝, 팬텀 골든 델핀!
 
 
:두 사람은 모험 끝에 재회했습니다.
함께 나눈 귀걸이는 여전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두 사람이 함께라면,
모든 것이 괜찮을겁니다.
 
함께 나누는 아침 인사 | SAN +1d5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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