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 플레이로그] 도밍시 타임아웃 Chapter1. 창백한 블루베리 본문
COC 플레이 로그 (캠페인)/12시의 도밍게즈 (로빈&호라)
[COC 플레이로그] 도밍시 타임아웃 Chapter1. 창백한 블루베리
CB_PL_ 2023. 11. 1. 00:11시나리오 링크: https://posty.pe/fgfc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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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아갈래."
:"괜...찮을거야."
:시간은 잠시 숨을 멈추고.
12시의 도밍게즈 ~Time Out~
Chapter 1. 창백한 블루베리
:"로빈! 머리!"
: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점액질을 태우던 불의 타이머가 한걸음에 달려옵니다.
로빈 , 인상을 구긴채 말합니다.
로빈:잔소리를 하든 화를 내든 전투 끝나고 해.
:"...그래, 뭐."
로빈:
:강렬한 파열음과 폭발음 사이로 아주 작은, 끼익ㅡ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었습니다.
로빈:...저기서 문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로빈 , 소리가 들린쪽 방향을 바라봅니다.
:"잘못 들었겠지. 주변이 다 부서져서 문이라고 할 것도 남아있지 않은데."
로빈:...뭐 알았어.
로빈 , 검은 게이트를 봅니다.
:No. 2032-17. 등장한 신화생물은 '틴달로스의 사냥개'.
로빈 , 사나운 신화생물을 봅니다.
:푸르스름한 외피가 매끄럽게 빛나는 괴물.
:머리를 땅에 처박고 근육을 한껏 긴장시킨,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태도입니다.
로빈 , 반지를 낀 손을 들어올리더니 사냥개의 절반을 가르듯 팔을 가로로 크게 가릅니다.
로빈:
:서걱, 하는 불쾌한 소리를 내며 잽싸게 몸을 움직이던 사냥개의 몸통에 기다란 자상이 그어집니다.
:갑각류와 포유류를 억지로 섞은 것 같은 사체가 시가지에 즐비합니다.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로빈 , 알았다고 얘기하며 스트레칭을 한번 한뒤 사냥개의 사체를 발로 툭툭 건들이며 확인합니다.
:표면을 덮은 끈적한 액체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로빈:
:숨이 끊어진 사체들을 대충 눈으로 훑으며 살피고 있을 때, 미세한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로빈 , 달려들자 부채를 꺼내들어 바람으로 날려버립니다.
로빈:
:달려든 사냥개는 당신의 반격에 맥없이 날려져 바닥에 쳐박힙니다.
로빈:제대로 안죽었었군.
로빈 , 달려들었던 사냥개의 사체를 발로 찹니다.
로빈 , 건물 잔해쪽으로 이동합니다.
:눈부시게 빛나던 전면 유리창은 산산조각, 위풍당당하게 섰던 기둥은 깨진 돌멩이, 직전까지 분주히 움직였을 사람들은 차가운 시체가 되어 한 데 섞였습니다.
로빈:
:게이트가 열리면 즉시 대피 경보를 발령하고 경찰과 군부대가 피난 행렬을 지휘하지만, 언제나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투 종료 확인. 본부로 복귀하라.]
로빈:
:아슬아슬하게 쏟아지기 직전 멈춘 잔해 아래, 눈을 홉뜬 시체가 보입니다.
로빈 , 확인합니다.
:남색과 흰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로빈:...!!
:그러나 눈을 감은 얼굴은 낯설기만 합니다.
:모든 감각, 기분, 생각, 언어, 감정과 본능이, 상대에게 쏟아져내립니다.
로빈:
:상대를 깨우고 싶다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욕구가 고개를 쳐듭니다.
:"잠깐, 생존자야?!"
로빈 , 고개를 끄덕입니다.
:911이니 추가 보고니 떠들어대는 목소리가 귓전을 의미 없이 스치고......
???:......로빈?
로빈:...?
:딱, 당신의 이름을 단말마로 바치는 찰나만.
로빈 , 생김새를 확인합니다.
:단정하지 못하게 헝크러진 채도가 조금 낮은 청색의 머리, 제법 앳되어보이면서도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도는 피부와 당신보다도 한참 작은 키와 체격.
로빈:음...
로빈 , 복장을 확인합니다.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소재의 신축성이나 내구성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로빈:
로빈 , 쓰러진 위치를 확인합니다.
:게이트 NO. 2032-17로 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건물입니다.
로빈:
:상대에게서 풍기는 기이한 향기를 감지합니다.
:전쟁터 한복판에 숨어든 취객이라니, 제정신은 아닌 모양입니다.
로빈:...?
:설마 타이머 코스프레?
로빈 , 그리고 군복이 너무 다른데...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불의 타이머가 바닥을 툭툭 칩니다.
로빈:일단 숨은 쉬고있어. 생존자 맞는것 같아.
:당신이 그리 대답하자, 켜져있던 무전에서 본부의 질문이 넘어옵니다.
로빈 , 잠시 눈을 가늘게 뜬채 바라보다가 대답합니다.
로빈:신원 파악은 되지 않았고 추청되는 신분도 알 수 없어. 연령은 20대 후반에서 30대초반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신의 대답을 들은 본부는 다음 지시를 내립니다.
로빈:알겠어.
로빈 , 그렇게 말하며 생존자를 안아듭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소란스러운 병원으로 배경이 바뀝니다.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과 비슷한 차림새였기 때문입니다.
로빈:(끙...)
:리히트 장교는 당신에게 다가오고, 닥터 오프-화이트는 정체 모를 상대의 옷소매를 걷어 주삿바늘을 찔러넣습니다.
로빈:체혈?
:아무래도 그렇겠죠.
로빈:(흠)
리히트 장교:보고받은 대로, 범상치 않은 복장이네요.
로빈:그러니까...
:당신이 말하는 내용을 들으며, 리히트 장교는 태블릿에 빠뜨린 정보가 없도록 꼼꼼히 메모합니다.
리히트 장교:이 사람, 도밍게즈 국민이 아닙니다.
로빈:...네?
:나지막한 목소리는 담담하기 짝이 없어, 내용과 먼 거리를 유지합니다.
리히트 장교:지문을 스캔해보았지만, 신원 조회에 실패했습니다.
:텔레미터? 하지만, 그건 군수품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관리하는 품목입니다.
로빈:...하지만 신원조회가 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텔레미터를?
리히트 장교:그건 이 사람이 일어났을 때 물어보는게 가장 빠르겠죠.
:리히트 장교는 자기 머리를 가리킵니다.
???:......여기가... 어디에요...?
:질문 내용과는 달리, 시선은 이곳에 못 박혀 있습니다.
로빈:위험한 곳은 아니고, 병원이야.
:병원이라는 당신의 대답에도 별 다른 반응이 없던 그는 한 템포를 쉰 후, 다시 묻습니다.
???:제 이름이...... 뭐였죠?
로빈:...?
:백치처럼 깨끗한 눈동자엔 한톨의 자아도 없습니다.
오프 화이트:이 사람, 사람이 아니에요!
:타이머는 신의 그릇, 일견 인간처럼 보이나 구성 성분과 구조 체계는 엄연히 다릅니다.
로빈:
:병상을 둘러싸고 침묵이 고입니다.
리히트 장교:정말로...... 열다섯 번째란 말인가요.
로빈:15번째...
:그러나, 리히트 장교는 여태 세계를 지탱한 절대 법칙을 의심합니다.
???:...로빈,
로빈 , 딱히 쳐내지 않습니다.
:옷자락을 잡고 있던 그 손은 천천히 그것을 거슬러 오르더니... 당신의 손목에 닿습니다.
:당신과 같은, ...... 아주 비슷하고 거의 똑같지만, 당신의 것은 아닌 권능입니다.
로빈:
:당신은 놀란 마음에 몸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강하게 불어닥치는 바람은 당신을 놓아주지 않고 오히려 더 억세게 당신을 잡아 끌어옵니다.
로빈:
:흐리게 흩어지는 시야에 선명한 두개의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리히트 장교:이런 경우는 처음이아... 정체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 같군요.
로빈:...
로빈 ,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듯 말합니다.
로빈:하아...네. 알겠습니다.
:간단한 신문 후, 리히트 장교는 뱀처럼 친절한 얼굴로 웃으며 통보했습니다.
:지나가던 연구원들이 낯선 얼굴에 갸우뚱거립니다.
로빈:...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 , 옆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며,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있습니다.
로빈:그러니까... 아, 기억 잃어서 이름도 모르지.
???:그... 전혀 아무것도...
??? , 로빈을 빤히 바라봅니다.
???:로빈... 이름은 기억하긴 하는데...
로빈:자기에 대한건 기억못하고 내 이름만 알고있다라...
리베타 , 잠깐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로빈:불편하거나...하는건 없지?
리베타 , 고개를 도리도리 합니다.
리베타:하나도 없어요.
로빈:...몸이 이상하거나 기억이 떠오르는것 같으면 바로 말해.
리베타 , 고개를 잽싸게 끄덕입니다.
로빈:다른건 몰라도 당장에 누군지도 모르고 심지어 타이머랑 같다고 하니까 잘못걸리면 위험하니까.
리베타:어음... 다...?
로빈:아...그것부터군.
리베타:네, 쉽게 설명해주셔서 이해하기 쉬웠어요.
로빈:음... 딱히 기분 좋지는 않아. 나는 부담스러워.
리베타:o O (지옥?)
로빈:그래서, 얘기듣고 궁금해진거는 있어?
리베타:그 각인이라는 거, 혹시 목에 새겨져 있는 그거에요?
리베타 , 몇 번 기웃거리다가 묻습니다.
로빈:맞아. 이게 생기면 타이머로 각성했다는 뜻이야.
리베타 , 그 말을 듣고 으응,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로빈 , 그렇게 말하며 리베타의 목에 각인이 있나 봅니다.
:당신의 각인이 새겨진 곳, 정확히 그 위치에 '07'이라는 각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로빈:(굳이 말해주지는 말자)
리베타:아, 다 같은 곳에 생기는게 아니었어요?
로빈:음...그건 아니야. 각인이 생기면 가벼운 열감도 생기기도하고...
리베타:(오 ...)
로빈:참고로 새로운 타이머가 생기면 기존에 있던 같은 시간대의 타이머는 사망해.'
리베타:... 그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가 되는거랑 다름이 없는거네요?
로빈:그렇지. 나도 마찬가지야.
로빈:그럼 어디부터? 서관, 본관, 동관이 있어.
리베타:연구소...는 왠지 다들 바쁘실 것 같으니까, 본관 먼저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로빈 , 리베타를 데리고 본관으로 갑니다.
:본관은 보통 회의나 식사를 위해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빈:지하1층은 식당이랑 바, 1층은 회의실이랑 로비, 2~3층은 훈련실, 4층은 숙소, 옥상은 스카이라운지야.
리베타 , 고개를 기우뚱 기울이다가, 혼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댑니다.
리베타:스카이라운지 먼저 가요.
로빈 , 그말을 듣고 스카이라운지로 갑니다.
:스카이라운지는 공원과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로빈 , 바람이 부는 것에 따라 방울이 울리는 것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리베타쪽으로 돌립니다.
로빈:여기가 스카이라운지야.
리베타:공원처럼 예쁘게 잘 만들어뒀네요-
리베타 ,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산들바람을 만들어냅니다.
로빈:대부분 연구원들이 와서 쉬고가.
리베타:확실히, 탁 트여있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시원해서 좋을 것 같아요.
리베타 , 어쩐지 감상에 젖은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로빈:뭐라고?
리베타:...아?
로빈:방금 뭐라고 했던것 같았는데. 아...닌가?
리베타 , 가볍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리베타:뭐랄까... 혼자 다니면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로빈:뭐...불편한건 아니니까.
리베타:(어머)
로빈:음...
로빈:거기에...처음 봤을때 입고있던것도 우리 군복이랑 비슷하게 생겼고.
리베타 , 살짝 멋쩍게 웃습니다.
리베타:제가 기억이라도 멀쩡했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텐데... 왠지 미안해지네요.
로빈:.!! 뭔데?
리베타:혹시 '카운터'라는 건 뭔지 아세요?
로빈:...카운터?
리베타:언제였나... 52년 봄이었던 것 같은데...
로빈:...미안하지만 카운터라는건 없어. 나도 잘 모르겠고.
리베타 , 고개를 갸웃합니다. 어라?
로빈:...미래에서 온건가?
리베타:음... 어...
리베타 , 헤헤 웃으며 상황을 대충 넘기려 합니다.
로빈:뭐...지금당장은 그걸 믿어야지...
리베타:어쩌면 제가 기억이 났다고 생각한게, 그냥, 음. 갑자기 떠오른 몽상일 수도 있고요.
로빈:음...그래도 일단 보고는 해야겠어. 단서일수도 있으니까.
리베타:...아뇨, 그건 기억이...
로빈:음... 아쉽네.
로빈 ,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다 리베타를 바라봅니다.
로빈:다른 곳 가고싶은곳있어?
리베타:아, 네! 다음은...
:리베타가 말하려는 차, 띠링, 하고 당신에게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로빈 , 확인합니다.
:서관 훈련실의 호출이네요.
로빈:흠... 호출이네.
리베타:엣, 저도요?
로빈:애초에 너는 나랑 무조건으로 동행해야하니까.
로빈 ,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리베타도 어영부영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로빈:(그럴지도)
:아무튼, 호출을 받았으니, 두 사람은 훈련실로 걸음을 옮겨갑니다.
오프 화이트:왔어? 아침부터 바쁘지?
로빈:어. 바쁘지. 여기와서 안바쯘적이 있나.
오프 화이트:하하, 하긴 그렇네.
:오프 화이트의 손에 들린 일지에는 15번째 타이머? 물음표가 커다랗게 쓰인 낙서가 잔뜩 적혀 있습니다.
로빈:(흐음)
:평소보다 들뜬 목소리도 그렇고, 어지간히 호기심에 신난 모양입니다.
오프 화이트:음,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모르겠네.
로빈:아, 임시로 리베타라고 부르고있긴해. 본인도 괜찮다고 하기도했고.
:그 말을 듣고 잠시 리베타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인 닥터는 연구 내용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로빈:
:가만히 리베타와, 그에게 패드를 붙여주던 연구원을 바라보던 당신은 저도 모르게 연구원의 손에 들린 패드를 쇽 빼앗아 왔습니다.
로빈:...?
로빈 , 자기가 왜 이런 행동을 햇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로빈:아... 뭔가 이상한게 붙어있었어서. 아무것도 없었네.
로빈 , 그렇게 말하며 다시 돌려줍니다.
:잠깐 헤프닝이 있었지만, 여기있는 그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지나갑니다.
오프 화이트:우선...... X, 그러니까, 리베타가 로빈이랑 같은 값의 수라는 전제로 몇가지 실험을 해보려고.
로빈:음...
오프 화이트:마침 새겨진 각인도 07이니까,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거든.
로빈:이상한거 아니지?
:닥터는 손수 훈련실의 문을 열어주며 하하, 하고 웃음을 흘립니다.
오프 화이트:다 연구를 위한거야, 이해해줘.
리베타 , 어쩐지 오묘한 표정으로 어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로빈:지난번처럼 공중에서 바람으로 몸이 뜰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옥상에서 떨어지라고 하지말고.
리베타:...그런걸 실험이라고 한다고요?
오프 화이트:아...하하...., 결국은 잘 됐으니까 괜찮지 않아?
로빈 , 은근히 노려봅니다.
로빈:그래애... 알았다.
오프 화이트:하여튼, 자자, 얼른 들어가.
로빈:예예.
:닥터는 두 사람을 거의 밀어넣듯이 훈련실 안으로 들여보내고 문을 닫습니다.
로빈:...불안한데
:성간구름은 바람에 나부끼는 먼지처럼 한껏 부풀었다가 폭삭 꺼집니다.
로빈:예예-
:"X는 기억이 아예 없는거야? 원래 뭘 했는지, 언제부터 권능을 쓸 수 있었는지, 여기 오기 전엔 어디에 있었는지, 어떻게 오게 된건지, ..."
리베타:저기, 좀 하나씩...
리베타 , 그리 말하다가도 작게 한숨을 쉬고, 흘긋 로빈을 바라봅니다.
로빈:(한숨)
:"오, 음."
리베타:음... 그러니까...
로빈:(일은 거의 안한건가...하긴 그 군복도 실용적이지 못했으니까.)
:"그래, 그럼 두번째. 언제부터 권능을 쓸 수 있었는지는?"
리베타 , 기억을 되짚어보는 듯 한참 조용하다가, 고개를 짧게 갸웃합니다.
리베타:글쎄요?
:"그래, 그럼 아까 말했던걸 생각하면 DOT에 있었다, 라고 할 것 같고... 어떻게 오게 된건진 알아?"
로빈:.! 괜찮아?
리베타:... 뭔가... 기억이 날락말락 하긴 하는데 머리가 좀 아파서...
로빈:음...
리베타 , 짧게 숨을 고릅니다.
리베타:...금방 괜찮아 질 것 같아요.
:스피커 너머에서 흠, 하는 짧은 숨소리가 넘어옵니다.
리베타:...한 번 해봐야 알 것 같아요.
로빈:아까 옥상에서 사용하긴하던데.
리베타:...에? 그랬어요?
로빈:자각 없이했던거였군...
:"이미 한 번 썼던거면, 그때의 감각을 기억해보고 다시 한 번 보여줄래? 두번째는 어렵지 않을테니까."
리베타 ,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리베타:조금 긴장되긴 하지만... 해볼게요.
:리베타는 제법 결연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손짓을 해보지만, 권능은 발동되지 않습니다.
로빈:전조증상은 물론 그냥 평소랑 같았어.
리베타:저도 뭔가 느껴지는 건 전혀 없었어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다소 황당한 단어의 배열을, 닥터는 태연하게 설명합니다.
리베타:어.. 그건 이해하긴 하는데, 접전은....
리베타 , 로빈의 눈치를 봅니다. 괜찮은거 맞아요? 진짜?
로빈:,,,그거 맞아?
:"괜찮아 괜찮아,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봐 다들 대기하고 있으니까."
리베타 , 그래도 영 불안한지 잠시 눈치를 보다가도, 저벅저벅 한쪽 벽 끝으로 가서 섭니다.
로빈:저러다가 한번 사고쳐야 정신을 차리지...
로빈 , 투덜거리며 반대쪽 벽에 섭니다.
로빈:아니 사고쳐도 정신 안차리겠네
:스피커의 목소리가 지시합니다.
:쿵쾅, 쿵쾅, 쿵쾅, ...
로빈:
:여전히 리베타의 권능은 보잘것 없는 파동만을 내보내지만, 당신은 확실하게 달라진 점을 체감합니다.
로빈:...뭐때문에?
:"그 '뭐'를 알기 위해 이러고 있는거지."
리베타 , 로빈의 눈치를 잠깐 보다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밉니다.
로빈 , 그때 봤던 바람이 어쩌다 생겼었는지 생각하다 그손을 보곤 한쪽 장갑을 벗은뒤 손을 잡습니다.
:신체의 일부가 접촉하자, 권능은 압도적으로 덩치를 부풀립니다.
로빈:
:명백하게 평소보다 강하고, 손쉽게 권능이 휘둘러집니다.
로빈: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한순간에 훌쩍, 가까워진 닥터의 목소리가 다음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타이머와 미지수라면......
로빈:갑자기 하라고하면 할 수 있겠냐고!
리베타:... 한 번 해볼래요?
로빈:으음...
리베타 , 잠시 부드럽게 미소지어보이다가, 조심스레 손을 깍지를 끼며 고쳐 잡습니다.
로빈:그러니까... 얼음이랑 바람이랑 합쳐서 냉기를 만들어서 신화생물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걸 생각했었는데...이게 바람 둘이서 될지 모르겠네.
리베타:발을 묶는 식이라면...
로빈:발을 묶는 것도 괜찮겟네.
리베타 , 고개를 한 번 끄덕입니다.
:맞잡은 손을 단단하게 깍지를 끼고, 가지에 다른 가지를 접붙이는 것처럼 각각의 객체였던 두 사람이 하나로 견고해지면-
로빈:
:두 사람의 눈 앞에, 바람과 바람이 얽히며 생긴 벽이 나타납니다.
로빈:
:갑작스레, 이상한 충동이 밀려들어옵니다.
:온 세상이 들뜨는 것처럼 환희에 찬 목소리입니다.
로빈 ,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알 수 없어 손을 눈으로 부비적합니다.
:"아깐 편하게 하라고 말했지만, 이번엔 진짜 조심해야해."
로빈:예-...
:다시 한 번, 공격 지시가 울립니다.
로빈:
:당신의 권능은 성공적으로 표정을 겨냥하고 쏘아져 나갔지만, 목표에 닿는 순간 봄날의 눈처럼 맥없이 녹아내립니다.
:스피커 너머가 부산스럽습니다.
로빈 , 당황스러운 표정을 한채 손을 보다가 리베타를 바라봅니다.
:당신이 리베타를 바라보면, 그 역시도 당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로빈:
:지직, 지지직,
:원래 총 다섯 단계 였던가?
로빈:잠시만!! 화이트!! 4단계 아니였어?
:당신이 그리 외치지만, 부산스런 스피커 너머에선 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리베타:저, 저기, 그... 어...
로빈:오프 화이트!!
리베타:어......
리베타 , 미묘하게 붉어진 얼굴을 한 손으로 살짝 가리며 시선을 옆으로 흘겨봅니다.
로빈:...
리베타:아, 음... 그, 그럼 얼른 해버릴까요..?
로빈:....
리베타 , 천천히 심호흡을 한 후, 살짝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다가옵니다.
로빈 , 익숙하지 않은지 손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 내린뒤 따라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입을 맞춥니다.
로빈:
:죽여버리고 싶어. 치사량의 애정을 쏟고, 쏟고, 쏟아부어서......
:끔찍하고, 사랑스럽지?
로빈 , 혼란스러운 표정을 한채 당황합니다.
로빈:...??
:어느순간부턴가 충동에 잠식되어버린 입맞춤이 떨어지자,
로빈 , 최대한 진정시키며 그쪽을 바라봅니다.
오프 화이트:둘 다 고생했어!!
:활짝 웃는 얼굴은 닥터가 이번 실험 결과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알려줍니다.
로빈:... 그 4단계만 있던거 맞지?
오프 화이트:응? 접문이라니?
로빈:...
로빈 , 이마를 탁하고 칩니다.
오프 화이트:하여튼 정말 고생 많았어, 이제 힘들텐데 돌아가서 푹 쉬어.
로빈:그래애...
오프 화이트:다음에 또 실험할 일이 있으면 그때 부를게.
로빈:알았어-...
:몇차례나 수고했다는 말을 반복하며, 닥터는 두 사람의 머리를 와바바박 쓰다듬습니다.
로빈:악- 머리 만지지말라고!
로빈 , 머리만지던 손을 붙잡습니다.
:가서 쉬라고 말했으면서 한참을 닥터에게 이쁨받고 나서야, 두 사람은 사이좋게 숙소로 향합니다.
리베타:또 기억이 난게 있어요.
로빈:음? 뭔데?
리베타:정말 제 기억이 맞는 기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베타 , 가볍게 농담하듯이 웃으며 말합니다.
리베타:그때는 어릴때라, 손잡는 것 하나도 엄청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로빈:으음...
리베타:그런가요?
로빈:?
리베타: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음... 그랬다구요.
로빈:내가 그런거를 했다라...
리베타 , 어깨를 으쓱입니다.
리베타:잘 모르겠네요, 그냥... 그런 기억이 난 것 같았던거라서요.
:리베타가 말하는 이야기에는 당신이 알지 못하는 당신이 존재합니다.
리베타:맞아, 생각해보니까 이런 의문도 가졌던 것 같아요.
로빈:음...?
리베타:뭐랬더라... 카운터는 세계 멸망을 막을 타이머의 짝이라면서 나타났던 사람들이었거든요.
:생각해보면, 비슷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그동안 도밍게즈에 수도 없이 많았었습니다.
로빈:카운터라...
리베타:그랬던 것 같아요.
로빈:으음...
로빈:타이머 존재자체로 세계-공간을 구원하고 역사-시간을 구원한다...
리베타:음...
리베타 , 왠지 오묘한 표정을 지어냅니다.
리베타:잘 모르겠어요. 저도 분명 그렇게 배우고 자랐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려 노력해도 머리만 아파질 뿐입니다.
로빈:...일단 너가 어디서 온건지부터 알아내는거에 집중해야할것 같아.
리베타:아, 음. 그렇긴 하네요.
로빈:...일단 쉬자.
:복잡한 문제는 옆으로 확 제쳐두고, 일단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웨엥, 웨엥, 웨에에엥ㅡ
로빈:ㅎㅏ...
로빈 , 스마트폰을 봅니다.
:연달아 쏟아진 메시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게이트 오픈을 알립니다.
로빈:ㅎㅏ... 그래 이런날도 있을 수 있지.
로빈 , 일어나 군복을 챙겨입습니다.
:작일 입은 군복은 이미 엉망이 되었지만, 옷장에는 각 맞춰 다려둔 군복이 여러 벌 대기 중입니다.
로빈 , 텔레미터를 엽니다.
:위기를 경고하는 시계는 본래의 창백한 은빛 대신 핏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로빈:
:방금 막 잠에서 깨어난 탓인지,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로빈:.!
리베타:저도 같이 가요.
로빈:...어?
:잠기운이 말끔히 달아난 얼굴로 리베타가 동행을 청합니다.
로빈:...알았어. 대신 위험한 행동은 하지마.
:리베타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로빈 , 리베타의 손을 잡은채로 텔레미터를 작동합니다.
:손을 꼭 맞잡은 채로 시곗바늘을 섬세하게 빙그르르, 휘저으면 훽! 시야가 반으로 접힙니다.
:목덜미와 옷깃 틈새로 간지러운 부슬비가 굴러 떨어지고, 습기 자욱한 물안개와 눅눅한 지면이 구두 굽 아래에서 뭉개집니다.
:...그나저나, 게이트는 어디에 있죠?
로빈:
:흐리멍덩한 시야를 좁히고 집중해도 게이트랄 것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긴장으로 장갑 안의 손바닥이 차갑게 식어갑니다.
로빈:제발...
:그런게 튀어나왔다가는 댐은 반드시 무너지고 말테니까요.
로빈:좀 전에 말했지만 위험한 행동은 하지마.
리베타:걱정 마세요.
:쿵, 쿵, 쿵,
리베타:...... 로빈?
:리베타가 당황을 머금고 당신을 부릅니다.
로빈:
:게이트에서 머리만 빠져나온 또 다른 당신은 아직 눈을 감고 있습니다.
로빈 , 당혹스러움에도 빠르게 달려가 기습합니다.
로빈:
:당신은 자리를 박차고 튀어나가, 불쾌하게도 당신과 꼭 닮은 그것을 공격하려 했지만,
:상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어깨띠와 은색 훈장.
로빈:...
로빈 , 리베타를 바라봅니다.
:리베타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 종잇장처럼 새하얗습니다.
로빈:리베타!
로빈 , 어깨를 붙잡으며 말합니다.
로빈:괜찮아?
:당신이 물음을 던져도 리베타는 아, 하는 소리만 작게 낼뿐, 충격을 쉬이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로빈:무슨...
??:... 도밍게즈의 지원군입니다.
로빈:도밍게즈?
??:사정이 있어서 예정보다는 조금 늦었는데, ...
?? , 그렇게 말하곤, 리베타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짓습니다.
로빈:호라?
로빈 , 리베타를 바라봅니다.
로빈:이름이...호라야?
:호라 라는 이름으로 불린 리베타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한 채, 두 사람을 흔들리는 눈으로 돌아보고 있습니다.
리베타:저는, 나는, 그게... 자, 잘, 모르는 ...
로빈:
:완전히 패닉에 빠져 문장을 내뱉지 못하는 리베타, ...혹은, 호라를 보며, 당신은 눈 앞의 도플갱어가 새로운 미지수 X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팔뚝에는 인간의 신체가 아닌 말단이 흐느적거리며 돋아나고, 얼굴의 윤곽은 쩍쩍 늘어나는 썩은 치즈처럼 흘러내립니다.
로빈:
=
:당신이 권능으로 바람을 일으켜 그것을 떼어내자, 그것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십니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젤리인 신화생물과의 전투입니다.
로빈:
:그러나 당신이 무언가 행동을 하기 전, 다시 땅을 박찬 그것이 당신을 향해 달려들며 팔을 쭉 뻗어옵니다.
로빈:
:급하게 당신이 뒤쪽으로 몸을 크게 물리며 튀어나가면, 철퍽, 하는 살점이 튀기는 소리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로빈 , 반지를 낀 손으로 자신과 닮은 무언가를 바라보며 팔을 휘두릅니다.
로빈:
:여전히 당황한 마음이 채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휘둘러진 권능은 애먼곳을 가르고 지나갑니다.
로빈:으...
:신화생물은 권능이 지나간 곳을 슬적 흘겨보다가, 다시금 땅을 박차고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로빈:
:끈덕진, 액체같은 살점 덩어리가 당신을 집어삼킬 듯 들러붙어옵니다.
로빈 , 그상태로 다시한번 팔을 휘두릅니다.
로빈:
:당신의 마음은 차분해진 것 같은데, 출처를 알 수 없는 공포심과 불안감이 별안간 밀려들어옵니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있는 것도 잠시, 또 다시 신화생물이 당신의 시선을 잡아채며 이쪽으로 달려듭니다!
로빈:
:철퍽, 듣기만으로도 징그럽고 끔찍한 소리가 귓전에 울립니다.
로빈:
:여전히 온 몸을 타고 전해지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당신은 그것을 향해 날선 바람을 꽂아넣습니다.
??:잘있어, -
:그 말을 끝으로 철퍽, 신화생물은 바닥에 쓰러져 깨어나지 못합니다.
로빈 , 리베타...아니호라라고해야하나 어쨌든 살펴봅니다.
:크게 뜬 눈, 수축된 동공, 떨리는 몸.
로빈 , 일단 가만히 진정될때까지 내버려두기로 하고 사체를 확인합니다.
:한쪽 팔은 물거품처럼 부글거리고, 무릎 아래도 파도가 흩어지듯 바닥에 점점 스며듭니다.
로빈 , 주워서 확인합니다.
:그 반짝이는 물건은 군번줄 이었습니다.
로빈:
:흩어지는 게 고작인 줄 알았던 부정형의 거품 일부가 덩어리를 이뤄,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로빈 , 앗 하면서 따라갈려다가 리베타를 내버려둘 수 없어, 일단 리베타를 데리고 따라갑니다.
:여전히 얼이 빠져있던 리베타는 당신의 손길에 저항하지 않고 거의 끌려가듯이 당신을 따라 갑니다.
로빈:.!
로빈 , 그쪽으로 달려갑니다.
:소리를 따라가면 수풀 사이, 나동그라진 아이와 그 앞에서 부풀어 오른 덩어리를 발견합니다.
로빈 , 그것을 향해 팔을 휘둘러 날카로운 바람으로 덩어리를 잘라냅니다.
:곧장 권능을 발휘해 덩어리를 손쉽게 해치워버립니다.
:그나저나, 이런 아이가 왜 이 꼭두새벽에 댐 상류까지 올라온걸까요?
로빈:왜 이시간까지 있던거야?
:아이는 당신의 질문에 몇 번 훌쩍거리고서는, 물기 촉촉하게 어린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로빈 , 한숨을 쉽니다.
로빈:아무리 그대로 아침에 부모님이랑 했어도 됐잖아.
:아이는 순식간에 주눅이 들어버린 채로, 그치만- 하고 중얼거립니다.
로빈:네... 제1구역 댐 상류에 게이트가 발생하여 출동하였습니다.
:[알았다, 전투 종료 확인.]
로빈 , 아이와 리베타...호라...를 데리고 대피소로 향합니다.
:산을 내려가고, 지하철 역사를 통하면, 대피소에 도달합니다.
:[제 7시의 타이머, 로빈 지문 확인 완료]
:낯선 광경일 수밖에요.
로빈:(후...)
:육중한 문이 먼지를 풍기며 열리자, 바짝 얼어붙은 사람들의 숨소리가 제일 먼저 들립니다.
:일반인은 신화생물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합니다.
:[게이트 NO. 2032-21 폐쇄.]
:"아침부터 욕봤소, 고생이 많구먼..."
로빈:네- 괜찮아요. 괴물은 별로 안컸어요.
:당신의 말에 어른들은 아이들을 하나 둘 수습해서 데려가지만, 남은 몇몇 아이들은 열렬한 반응을 돌려줍니다.
:덩달아 휩쓸린 리베타? 호라?는 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주고, 몰려든 아이들을 능숙하게 얼러내거나 안아들며 반응을 되돌려줍니다.
로빈:
:몸을 크게 불린 찜찜함은 당신의 머릿속에서 한가지 사실을 끄집어냅니다.
:텔레미터를 분실했거나, 다른 방식의 관문을 사용했으리라고.
:아이들은 선물이랍시고 녹기 시작한 초콜릿이나 사탕 따위를 쥐여주고, 어른들은 눈이 마주치는 족족 고마워서 어쩌냐며 손을 붙잡아옵니다.
로빈:다음부터는 혼자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주세요. 잘못하면 공격당할뻔 했어요.
:"네? 세상에... 이 녀석아, 그렇게 위험한 곳 까지 갔단 말이야?"
:건물 사이로 엮은 긴 줄마다 색색의 깃발, 손수건, 혹은 우산 따위가 걸려있고, 새파란 장미가 창틀과 문지방마다 청명한 색채를 장식합니다.
:그녀의 뒤로는 아까 그 아이와, 가족들이 서 있습니다.
로빈:무슨일이시죠?
:"아침부터 뛰어오느라 식사도 못했을 텐데, 밥이라도 한 술 뜨고 가소."
로빈:음...
로빈 , 옆에있는 호라를 바라봅니다.
로빈:리베타...아니...호라인가? 괜찮아?
리베타 ,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이름이 불리자 흠칫합니다.
리베타:아, 음... 아마도요.
로빈:...잠깐 들려도 괜찮겠어?
리베타 , 잠시 고민하며 눈을 흘기다가, 옅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로빈:갈게요.
:초대에 응하기로한 당신, 그리고 어쩐지 주눅이 들어있는 리베타?와 당신을 초대한 가족 일가가 함께 길을 걸어나갑니다.
:소담한 정원이 딸린 이층집, 울타리 너머의 지붕은 회청색, 곰팡이가 피거나 녹이 슬지 않도록 신경 쓴 인테리어.
로빈: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특별한 장식은 보이지 않네요.
:"어제 축제 때 쓸 장미를 사러 나가기로 했는데, 막내가 갑자기 열이 나서요."
로빈:장식정도야 뭐...
:직접 구운 잉글리시 머핀에 기름기가 듬뿍 밴 베이컨, 고소하게 볶아낸 시금치, 단맛이 날 때까지 버터를 입힌 양파를 얹고 부드러운 수란을 뚜껑삼은 에그 베네딕트입니다.
로빈 , 리베타 상태를 봅니다.
:그는 당신의 옆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로빈 ,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해 등을 토닥입니다. 그리곤 일단 식사를 합니다.
:당신이 식사를 시작하면, 여사는 흔들의자에 앉아 당신과 리베타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어서 게이트를 해결해야 애먼 사람을 닦달하지 않을 텐디......"
로빈:뭐어...힘들긴해도 그렇게 어려운일도 아니고...
:"그래... 덕분에 항상 일상을 지낼 수 있어. 정말 고마우이."
:당신에게만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은 한숨이 들려오네요.
로빈:아-...
리베타:...네, 그렇죠.
리베타 , 부드럽게 미소짓습니다.
리베타:아무리 타이머여도 가끔 단신으로는 힘들고... 조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요.
로빈:아-...네. 맞아요. 이번에는 갑자기 몸이 안좋아서...
:"하이고... 둘 다 정말 고생이 많어..."
:"가지고 가소."
로빈:제가 받아도되는건가요?
:"이번 일의 감사 인사라고 생각하시게,"
로빈:그럼, 소중히 하겠습니다.
:아무리 거절해도 한사코 손에 물건을 들려줄 것 같은 여사의 기세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로빈:어- 아주 푹 쉴거야.
:"이번 신화생물은 새로운 종이었다면서? 어떤 녀석이었어? 온통 숲이라 CCTV 화면도 확보하기 어렵겠던데."
로빈:...
:다 떠나서, 신화생물이 하필 당신을 닮은데다가, 리베타와 아는 사이라니..
로빈:...
:괜히 더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로빈:(애초에 보고할때 그대로 말해서 거짓말도 못해.)
로빈:그리고 리베타를 호라라고 부르면서 알고잇다는 듯이 말했어.
오프 화이트:얼레레, 정말?
로빈:응.
:눈을 동그랗게 뜬 닥터는 우후죽순으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로빈:아니- 잠시만-
:당신의 말을 들은 닥터는 '오오오'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빛내더니, 또 다른 질문을 마구마구 쏟아내기 시작해버렸습니다.
로빈 , 결국 못참고 뒷목을 가격하고 연구실에 넣어두고 오라고 주위사람들에게 말합니다.
:한바탕의 난리를 거치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긴급 호출이 떨어집니다.
로빈:윽...
:접객용 테이블이나 소파 하나 없는 삭막한 공간은 사면을 책장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하슬러 원수:이런, 우리의 영웅과 새로운 미지수 아니신가.
:그는 과장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로빈:네-
하슬러 원수:콕집어 이야기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으니, 도착 당시부터 상황 종료 때 까지의 상황을 전부 말해보게나.
로빈 , 대충 도착당시부터 상황 종료때까지 전부 이야기합니다.
로빈:...그래서 이야기는 끝입니다.
:모든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은 하슬러 원수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입을 엽니다.
하슬러 원수:그것 참...... 위험하면서 매력적인 이야기야.
하슬러 원수 , 흘깃, 미지수 X를 바라봅니다.
하슬러 원수:미지수 군. 기억나는 바가 있는가?
리베타 , 다소 불편해하는 표정을 지어냈다가, 눈을 한 차례 질끈 감았다 뜹니다.
리베타:......아는 사람이 ... 맞아요.
리베타 , 무언가 더 얘기하려는 듯 짧게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다시 닫습니다.
:리베타의 말을 들은 하슬러 원수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결론을 내립니다.
하슬러 원수:이번 일은 극비에 부치는 게 낫겠군.
: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정보를 아주 차단해버리겠다는 단정.
로빈:근데, 이런 위험한 유형이라면 더 알려야하는것 아닌가요?
:당신이 그리 묻자, 하슬러 원수가 도리어 질문을 던집니다.
하슬러 원수:군, 전시에 가장 경계해야하는 사태가 무엇인지 아나?
로빈:음...글쎄요.
하슬러 원수:바로 내부 분열이네.
:도밍게즈가 타이머를 의심해선 안된다.
하슬러 원수:어린 사람이 걱정도 많긴.
로빈:그래도 이런 걱정은 한번쯤은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고있다는 뜻이라고요.
하슬러 원수:사후처리반의 감식이 끝나면 조사에 착수할 거다.
로빈:(반대도 못하지만)
하슬러 원수:그럼 그게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겠지.
:엄숙하면서도 거만한 얼굴로 웃은 하슬러 원수가 당신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립니다.
하슬러 원수:괜찮아. 도밍게즈는 이번에도 살아남을 거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당신은 바로 옆에서 헉,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습니다.
로빈:?
:소리를 따라 고개를 채 돌리기도 전, 리베타가 입을 열고 흥분감을 애써 억누르며 말합니다.
리베타:저, 갑자기 기억났어요.
로빈:뭐?!
:리베타는 결국 언성을 높이며, 정말 '예언' 같은 문장들을 술술 뱉어냅니다.
로빈 , 놀란표정으로 리베타를 바라봅니다.
하슬러 원수:축제 마지막 날이라.
:그래도 게이트 같은 기습보다는 낫다며, 원수는 축객령을 내립니다.
하슬러 원수: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네.
로빈:예. 알겠습니다.
로빈 , 리베타를 데리고 방을 나옵니다.
로빈:
:집무실을 나서는 순간, 문가에서 드르륵, 드륵, 낯선 소리를 잡아챕니다.
로빈 , 예언의 타이머에게 가서 하슬러 원수가 부르니 한번 가보라고 얘기합니다.
로빈:...
:예언의 타이머에게 말을 전해주고, 새로운 예언에 대해 물으면, 그는 불안한 얼굴로 속삭입니다.
로빈:음...
:리베타가 가져온 것과 결이 완전히 같은 예언이군요.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하염없이 흘러 어느덧 4월 초입니다.
로빈 , 갑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모두의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습니다.
:사후 처리반이 수거한 신화생물의 사체를 토대로 연구에 착수했지만...
:타이머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고 팀원이지만, 수시로 파견되는 처지라 전원이 모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로빈:으으음...느껴지긴하지.
:"X의 기억은 다 돌아온건가요?"
로빈:그건 아닌것 같던데.
:"언제 발표한댑니까, 계속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인데."
로빈:원수님이 된다고 할때까지는 숨겨야지.
:"그나저나 뭐라고 불러야 하려나~ 첫번째 7시의 타이머랑 두번째 7시의 타이머?"
로빈:카운터라...
:와글와글, 열네 명이 한 마디씩 던지자, 금세 열네 마디가 완성됩니다.
로빈:잠시만- 잠시만!
:도통 사람 말을 들어먹질 않네요.
로빈 , 부채 꺼내더니 바람으로 자신을 둘러싼 타이머들을 일정간격 밀어내버립니다.
로빈:말 좀 들어!
:당신의 말에 잠시 일대가 조용해지지만... 눈치 없는 한 타이머가 기어코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 맙니다.
로빈:음... 그러니까...
:곰곰 돌이켜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로빈:
=
:불의 흡혈귀, 어둠의 아이 같은 생물들을 단신으로 쉽게 제압하고,
:...
로빈:(아안...들키겠지)
:다른 구역에 놀러갈 때 마다 눈을 반짝이던 리베타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나란히 싸우는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로빈:허...
:권능이 피아를 완벽하게 식별한 탓에 서로 피해라고는 조금도 주지 못했지만요.
:...
로빈:(무책임해)
:그렇게 차곡차곡 흐른 날들을 지나, 두 사람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요?
:자로 잰 듯 각이 잡힌 걸음걸이가 회의실에 상석으로 향하고,
하슬러 원수:오래 기다리게 했군.
:건조한 인사와 함께 리히트 장교가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리히트 장교:아시다시피 건국제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하슬러 원수:그렇다고 섣불리 불안감을 조장할 필요는 없지.
리히트 장교:네, 대신 타이머들은 각 구역으로 파견됩니다.
하슬러 원수:무대 주변에는 대피소 직통 통로가 마련돼 있다.
리히트 장교:...4월 20일 당일,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면 즉시 보고해 주십시오.
:외우주의 신이라니, 역사에서나 접하던 이름입니다.
로빈:
:회의실에는 적막이 감돕니다.
하슬러 원수:알고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하슬러 원수:상호 살아남거든 술이나 한잔할까.
:해산 명령과 함께 축제까지의 몇 주가 거한 포상 휴가로 주어집니다.
로빈:(아오...)
:회의실을 나오는 길, 분위기는 아무래도 어둡습니다.
:유달리 심약한 타이머가 훌쩍거립니다.
로빈:
:따끔!
:권능이 한층 부풀어 올랐습니다.
:비로소, 완전하게 충족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로빈:나 왔어.
리베타: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리베타 , 옅게 미소짓습니다.
로빈:오래 걸리지는 않았지?
리베타 , 고개를 설레설레 젓습니다.
리베타:오래 안 기다렸어.
로빈:좀 긴데...
로빈 , 일단 회의때 나온 얘기를 다 해줍니다.
로빈:그렇대.
리베타 ,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슬며시 결연한 표정을 지어냅니다.
리베타:죽게 두지 않을거야.
로빈:그게 너가 여기 온 이유야?
리베타:응, 이번만큼은 확실해.
로빈:그래, 그럼 그 이유를 저버리면 안되겠지.
:깜빡, 눈을 감았다 뜨면, 도로시를 쓸어간 태풍처럼 아지랑이는 흔적도 없고 희고 고운 모래가 누워 있을 뿐입니다.
로빈:
:「나는 시작과 끝이오, 알파와 오메가이며 우림과 둠밈이라. 태초의 빛이 모든 것을 밝히니 있던 것들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지라.」
:"“■■ ■■■ ■■ ■■."
:그곳은 제 7구역 이었습니다.
:어깨를 한 번 뒤척인 리베타가 잠꼬대를 중얼거립니다.
로빈 , 들어봅니다.
리베타:......죽여버릴거야...
:꿈결이라기엔 퍽 살벌한 대사입니다.
로빈:(쿨럭)
:맥락을 알 수 없어 살해 대상도, 진정성도 알 수 없지만...
리베타:...죽여야만 해,... 도밍게즈를 위해서-......
로빈:... 너무 압박받지 않아도돼.
로빈 , 어깨를 토닥입니다.
:토닥토닥, 어깨를 몇번 두드리고 있다보면 곧 띠띠띠, 모닝콜이 울립니다.
:새로운 타이머, 타이머의 파트너인 카운터, 미지수 X......
로빈:(뭔가 기분이 묘한데...)
:오묘한 기분을 떠안고 순회를 나서면, 이 시즌은 언제 어딜 가나 비슷해 보입니다.
로빈:리베타는 축제가 처음이려나? 아닌가 그때 축제얘기했으니 비슷하게 했으려나?
리베타:똑같다고 해야할지, 비슷하다 해야할지...
로빈:으음...
리베타:그래도, 여기가 내가 봐온 축제보다는 덜 광적인 느낌이야.
로빈:그쪽은 어떻길래...
리베타:나는 축제 시즌마다 무슨 세계적인 스타 연예인인 것 마냥 취급돼서...
로빈 , 그 얘기를 듣고 인상을 구깁니다.
리베타:나이가 좀 찬 뒤로는 나가는게 자유긴 했지만, 사람들을 피하느라 바빠서 자유라고 하기도 어려웠어.
로빈:그쪽의 나는 분명 싫어했을거야.
리베타 , 가볍게 웃습니다.
리베타:맞아, 너 엄청 싫어했었어.
로빈:맞아. 차라리...그런것 볻다는 능력으로 인정받는게 좋아. 그건 내가 훈련을하고 노력해서 얻었다는 증거잖아.
리베타:응, 그런 얘기도 했던 것 같아.
로빈:그럼 자라왔던 환경도 비슷했겠네.
리베타:음....
로빈:음...
로빈:가만히 정자세로. 아무것도 하지말고.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있거나 똑바로 걸어야했지.
로빈:사람들도 DOT에 잇는 사람들도 내 외모는 신경안쓰니까.
로빈 ,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리베타 , 당신의 말을 듣고, 어쩐지 미묘한 표정이 됩니다.
리베타:그럼 너는, 타이머가 되어서 만족스러워?
로빈:힘들고 그만두고싶을때가 있었지만 만족해.
리베타 , 한참을 침묵하다가, 옅게 미소짓습니다.
리베타:나의 도밍게즈도, 이곳과 같았다면.
로빈:미안할게 뭐가 있다고.
리베타:...그러게~... 이유라도 기억나면 좋을텐데.
로빈 ,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리베타 , 가만히 쓰다듬받다가, 배시시 웃습니다.
리베타:내가 그 얘기 했나?
로빈:...어?
리베타 , 장난스레 웃습니다.
리베타:결국 좋아한다고 말을 했었는지, 아님 못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말야.
로빈 , 생각도 못한것을 들어서 시선을 슬쩍 피합니다.
리베타 , 꺄르르 웃음소리를 냅니다.
리베타:진짜 신기하다, 보통은 네가 나를 놀리는 입장이었는데, 반대가 되니까.
로빈:같이 오래지낸거면 몰라도 갑자기 들으니까.
리베타:학생때부터 같이 지내긴 했지.
로빈:그래도 말이야.
로빈 , 호라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곤 손등에 입을 맞춥니다.
로빈:마냥 부끄러워만 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리베타:(( 어머나 ))
리베타 , 화악 얼굴이 빨개집니다.
리베타:진짜, 로빈은 로빈이구나 -...
로빈:자- 광장부터 둘러볼까.
로빈 , 태연하게 광장쪽으로 갑니다.
:흰 돌이 깔린 광장입니다.
로빈:
:"엇, 저 사람 혹시..."
로빈 , 아- 하면서 리베타의 손을 잡고 도주합니다.
리베타:으, 에? 가, 갑자기 왜그래?!
로빈:인파의 감각을 느꼈어.
리베타:(아하!)
:광장 곳곳에서 타이머 출몰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 둘 머리를 빼꼼빼꼼 내밀어댑니다.
로빈 , 골목으로 갑니다.
:도망치고 보니, 골목으로 새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로빈:리베타... 생각해보니 이름 기억나? 그때 호라라는 이름은 듣긴했는데.
리베타:... 나는 리베타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로빈:음...알았어, 리베타.
리베타:글쎄,
로빈:그러고보니 구경하면서 먹을만한건 아니지만...
리베타:장미잼?
로빈:응.
리베타:그럼, 그거 하나 사서 갈까?
로빈:그래. 나중에 빵이랑 먹어야겠다.
리베타:중간에 빵 파는 곳도 있으면 들렀다가 가자.
로빈:(끄덕끄덕)
리베타:무대 끝나면 배고플지도 모르니까, 무대 뒤에서 뭐라도 먹고 가는게 좋을 것 같거든.
로빈:으으음.
로빈 , 먼저 장미잼을 찾으러갑니다.
로빈:
:로빈과 리베타는 어렵지 않게 장미잼을 파는 상점을 찾았습니다.
로빈:(어쩔 수 없지.)
로빈 , 장미잼을 삽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는 형식적인 인사도 함께 받았습니다.
로빈 , 빵 사러갑니다.
로빈:
:빵 가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로빈 , 대충 적당히 스콘이나 모닝빵을 삽니다.
리베타 , 옆에서 쿡, 하고 당신의 팔을 찌르더니, 우유식빵을 흔들거립니다.
리베타:잼 발라 먹을거면 식빵이 제일 좋아.
로빈:그래? 난 스콘같은거에도 먹어서.
리베타:(아싸!)
:리베타와 사이좋게 빵봉투와 잼봉투를 나눠들고 거리로 다시 나왔습니다.
로빈 , 주위를 둘러보면서 골목을 둘러봅니다.
로빈: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면, 장신구를 파는 가판대를 발견합니다.
로빈 , 말없이 바라보더니 리베타를 끌고 들어옵니다.
:리베타는 이젠 익숙하게 당신에게 쪼르르 끌려갑니다.
로빈 , 주위를 둘러보다가 리베타 본인과 똑같은 눈색의 보석이 박힌 반지를 집어서 리베타 눈가 옆에 가져다대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쥐어줍니다.
로빈:너도 반지에 있는 것도 진짜보석처럼 반짝여서 좋아. 선물로 줄게.
리베타:( )
리베타 , 말조차 채 끝내지 못하고 고개를 폭 숙여버립니다. 귀끝까지 완전 빨개져있습니다.
로빈:좋으라고 한말인데.
리베타:(우악 !)
로빈:^^
로빈 , 반지를 결제하고 리베타한테 다시 쥐어줍니다.
로빈:언제까지 같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약 떠나게된다면 떠나고나서도 계속 이쪽의 나를 기억해달라는 의미기도해.
리베타 , 발그레한 얼굴로 반지를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왼손 약지에 쏙 끼웁니다.
리베타:...고마워.
로빈 , 미소짓습니다.
리베타 ,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큼,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닫고 마주 미소짓습니다.
로빈:어차피 공원가려면 광장 통해서 가야하니까 광장 다시 가볼까?
리베타:좋아, 아까 사람들이 많아서 못 보고 지나왔었으니까...
로빈:그래. 광장쪽으로 가자.
로빈 , 광장의 시계탑쪽으로 갑니다.
:아까와 비슷한 분위기지만, 사람이 좀 적어진 광장입니다.
로빈:으음...
리베타:많이들 그런다더라.
로빈:그래도 이런 건축물 하나씩은 시계탑이 아니더라도 있잖아.
리베타:하긴.
로빈 , 주위를 둘러보다가 분수쪽을 가리킵니다.
로빈:분수도 볼래?
리베타 , 응? 하고 반응하며 고개를 돌리고 눈을 깜빡이다가 아~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로빈 , 분수쪽으로 이동합니다.
리베타:혹시 이쪽 도밍게즈도, 분수에 장미꽃 던지면서 소원비는 문화가 있어?
로빈:응, 있어.
:당신의 말을 증명하듯, 분수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장미를 사고파는 사람들로 주변이 복작거립니다.
로빈:그쪽에도 있나봐.
리베타:응, 장미꽃을 던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으니까.
로빈:으으음.
리베타:나는 소원 뭐라고 빌까...
리베타 , 곰곰 생각하다가 빙긋 웃습니다.
리베타:바로 말하면 재미 없으니까, 나중에 이야기해줄래.
로빈:음...그래.
리베타:좋아.
:두 사람은 장미를 한 송이씩 사들고, 분수 앞에 섰습니다.
로빈:이제...어디가볼래?
리베타:공원으로 갈까?
로빈:공원가자.
로빈 , 손을 잡은채 공원으로 갑니다.
:꽃과 나무를 잘 가다듬어 조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로빈 , 장미터널쪽으로 갑니다.
:은색 아치를 따라 피어난 파란 장미가 유난히 화려합니다.
로빈:거기서도 연인이들이랑 오는걸로 유명해?
리베타 , 가볍게 웃습니다.
리베타:손잡고 아래를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얘기?
로빈:맞아.
리베타:결국 도밍게즈는 도밍게즈라는 것 같아.
로빈:그래도 작년까지는 시간때운다고 혼자 들어갔었지만.
리베타:....
리베타 , 빨개진 얼굴로 어버버 거립니다.
로빈:장난이야.
로빈 , 데카르 호수쪽으로 갑니다.
:캄캄한 호수에 별처럼 희게 빛나는 종이 등이 잔뜩 떠다니고 있습니다.
리베타:아, 그, 저기...
:"타이머에게 받아먹은게 얼만데. 이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리베타 , 멋쩍게 웃으며 눈치를 슬 봅니다.
리베타:그게, 그... 좀 곤란해서....
:"거, 젊은 분이 야박하시네. 모처럼의 축제잖아요."
로빈 , 거리가 벌어져 리베타를 찾다가 저쪽에 있는 것을 보고 달려옵니다.
로빈:리베타!
리베타:( ! )
리베타 , 꾸벅, 인사를 하고선 로빈 쪽으로 후다닥 달려갑니다.
로빈 , 리베타를 봤다가 등파는 사람쪽을 바라봅니다.
:리베타에게 명백히 호객을 하고있던 그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슬금 몸을 뒤로 물리며 말합니다.
로빈:네, 그렇죠.
로빈 , 그렇게 말하며 다가와 등을 봅니다.
:등이 가득 실린 수레 안, 완성된 등과 펼쳐진 종이, 얇고 가벼운 살, 재단용 날붙이 따위가 보입니다.
로빈 , 색이 다른 등을 봅니다.
:타이머를 위한 등은 순백이지만, 이 등들은 선명한 쪽빛입니다.
로빈:
:「사라」, 「게일」, 「올리버」.
로빈:왜 이 등만 색이 다른거죠?
:당신이 그렇게 물으면, 그는 그 등을 끌어오며 덤덤하게 설명을 시작합니다.
로빈:
:씁쓸한 그의 감정이 당신에게까지 전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로빈:아... 그건 저도...안타깝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말을 듣고,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그는 풍등의 꼬리에 적힌 이름을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그 풍등을 당신에게 대뜸 건넵니다.
로빈 , 잠시 생각하다가 풍등을 받습니다.
로빈:알겠어요.
:"...고마워요."
로빈:모두가 보고있는 곳에서 띄워보내는 편이 의미있을것 같으니까요.
로빈 , 풍등을 들고 서있다가 리베타를 보며 말합니다.
로빈:마지막으로...풍차쪽으로 가볼래?
리베타 , 잠시 풍등을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 7구역 어디서든 고개를 들면 발견할 수 있는 건축물.
:당신에게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풍경이건만, 리베타에겐 방아쇠였던 걸까요?
로빈 , 벽화를 봅니다.
:해와 달이 뜬 하늘과,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바다. 희고 고운 모래사막, 얼어붙은 땅과 바람이 머무는 들판.
로빈:
:양쪽으로 펼쳐진 두 쪽의 하늘, 두 개의 해, 두 개의 달, 두 폭의 바다와 두 면의 풍경.
로빈:이걸 보니...
리베타:옛날 얘기?
리베타 , 관심을 보입니다.
로빈:동화였는지..만화였는지...아님 수업으로 받았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리베타:으음-
로빈:도밍게즈 신화...
로빈 , 라고하며 신화얘기를 해줍니다.
리베타 ,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리베타:내가 아는 신화랑 조금 다른데?
리베타 , 조곤조곤 자신이 아는 신화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명백히 다른 결말에 다다릅니다.
로빈:
:문득, 정말로 불현듯, 리베타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습니다.
로빈 , 그것을 보고 입을 막습니다.
로빈 , 혼란스러운 표정을 한채로 리베타를 바라봅니다.
로빈:그럴려고 그런게 아니라...
리베타:어... 음....
로빈:갑자기...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리베타:...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로빈:그...미안해.
리베타:아냐, 진짜 괜찮아.
리베타 , 손사래를 치며 말합니다.
리베타:정말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걸지도 모르니까.
로빈:...그래도, 다를 수도 있는거니까.
리베타:......
:어색한 기류가 한순간에 두 사람을 꽉 붙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합니다.
로빈:아. 네, 알겠습니다.
리베타:으응, 가자.
리베타 , 어정쩡하게 웃어보입니다.
:희고 고운 바람과 함께 쏴아아, 큰 파도가 출렁이자, 줄에 매달린 것들이 몸을 흔듭니다.
:제 7구역 광장에 커다란 무대가 설치됩니다.
:"나 너무 기대돼! 실물은 처음이란 말야!"
리베타:...대피하다가 인명사고라도 발생하는 건 아니겠지?
:슬쩍 커튼 틈새를 훔쳐본 리베타가 초조하게 중얼거립니다.
:"그런겁니다."
:"이후에는 군이 경계 태세를 넘겨받기로 합의했습니다."
:옆에 서있던 연구원이 눈짓으로 묻습니다.
:당신의 몫은 거창한 쇼맨십과 예측불허의 멸망을 위한 애드리브입니다.
:스태프의 사인이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르고,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냥 당신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로빈 , 14개의 풍등과 파란 장미들을 리베타와 함께 나누어 들고옵니다. 그리곤 동시에 부채를 이용해 하늘 높이 띄웁니다. 그리곤 파란 장미들을 반지를 이용해 칼바람으로 맞추더니 파란 장미꽃잎들이 흩날리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파란 풍등을 띄어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시간의 현신, 세계의 구원자, 인류의 영웅.
:"운명의 파트너를 만났다고 들었어요. 설마, 결혼 발표는 아니죠?"
로빈:이왕 운명의 파트너인겸 결혼도 하면 되겠네요.^^
:그 말을 들은 리베타가 옆에서 흠칫 놀라며 당신의 이름을 속삭이듯 부르곤, 팔을 톡칩니다.
로빈:(모르쇠)
:메이, 쇼맨십의 MC는 명쾌하게 웃은 뒤 자연스레 리베타를 화제에 올립니다.
:DOT는 타이머의 파트너를 카운터라고 부르기로 했다......
:또 다른 주연의 등장에,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무대 위를 바라봅니다.
:인파 사이로 손가락이 튀어나오고, 관중은 사냥깜을 쫓은 맹수처럼 잽싸게 그 궤적을 뒤쫓습니다.
:[제 0구역, 게이트 생성 확인. 위치는 오벨리스크 상공. 전례 없던 규모입니다.]
:꺄악!, 살려줘, 침착하게 대피하십시오, 빨리 비켜!, 군의 지시를......
:도밍게즈 전역을 거느릴 만큼 거대한 게이트의 등장입니다.
로빈:
=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 게이트의 등장입니다.
:그것은 우주 그 자체입니다.
로빈:
=
:그 다음 순간,
:그래도,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로빈:
:도피 행렬에 닿기 전에 신의 어깨를 찢어발깁니다.
:무너진 건물에 삼켜진 시체들.
:행렬을 따라가던 사람 한 명이 힘껏 외칩니다.
로빈:...조심해, 리베타.
리베타:너야말로 조심해.
로빈:알았어, 너도.
:전조 증상이 끝나고,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면, 위대한 옛 것이 완전히 강림합니다.
:블랙홀만도 까마득한데 지긋지긋하네,
로빈 , 반지를 낀 손으로 신격을 향해 팔을 휘두릅니다.
로빈:
:날 선 바람이 순식간에 위족을 가르고 지나가지만, 그것의 궤도만을 간신히 바꿀 뿐, 잘라내지도, 멀리 치워내지도 못했습니다.
로빈:
:당신과 리베타가 급히 그 파편들을 격추시켜, 산산조각을 내어버립니다.
로빈:
: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날아드는 위족을 합심하여 베어내고, 막는 데에 성공합니다.
로빈:7시의 타이머 응답합니다.
:[현재 도밍게즈 상공에 등장한 신격의 정체를 파악했다.]
:도피 행렬은 대다수 도시를 빠져나갔지만, 군인, 경찰, DOT의 일부 직원 등, 이 일대에는 아직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로빈:... ...
리베타:... 로빈,
로빈:... 그래. 가자. 저걸 없애면 다 괜찮아질거야.
리베타:...... 혹시라도,
로빈:...일단 그때가서 보고.
리베타:... 그래.
:외우주의 신은 도밍게즈 전역에서 동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에 얽매이는 것만큼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도 없습니다.
로빈 , 텔레미터를 사용합니다.
로빈:
:휙, 장면이 바뀌는 탁류에 휘말립니다.
리베타:아래는... 보지 말자.
로빈:...응
:외우주의 신은 지척으로 다가가자, 한층 더 위압적으로 군림합니다.
로빈:당연하죠.
=
:시간이 내어준 권능은 추락을 모르는 궤도에 올라타, 빛의 속도로 가속하며 모서리를 뾰족하게 깎고......
:게이트도, 외우주의 신도 없이 작은 별만 총총 뜬 일상의 천공.
로빈:오늘부터 못보겠네. 사망 플래그 세워서.
:[뭣?! 로빈, 너도 섭섭하게 그런 말 하는거야?!]
로빈:우리쪽도 멀쩡해. 리베타 괜찮아?
:당신이 그리 말하며 리베타를 돌아보면, 리베타는 멍하니 달도 저문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리베타:어, 응. 괜찮아.
로빈:응, 괜찮아,
리베타:다행이다. 그럼 이제 복귀하는 걸까?
리베타 , 가볍게 웃습니다.
로빈:복귀명령 들어올때까지 기다려야할걸.
리베타:아, 참... 그랬지.
:무전 너머로 리베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다른 타이머들은 한층 가벼워진 분위기로 잡담을 주고 받습니다.
리베타:...잠깐만.
:잔뜩 긴장에 잠긴 목소리가 당신을 부릅니다.
리베타:...아냐, 이건... 아직 끝난게 아냐.
로빈:...뭐?
:[게이트가 다시 열리고 있다! 전원, 경계를 늦추지 마라!]
로빈:
=
:권능을 쥐어짜도 물리치지 못할 대적이라니.
로빈:
:본능적으로 몸을 날리긴 했는데, 허공을 잘못 디뎠는지 그대로 굴러떨어지고 맙니다.
리베타:로빈, 눈을 떠!
:당신을 낚아채는 팔이 있습니다.
로빈:.!리베타!
:가까스로 지면에 낙하하기 전, 당신을 붙잡은 리베타가 크게 한 바퀴를 구릅니다.
:기둥은 외부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밑동만 남긴 채 무너졌고,
리베타:으... 아파....
:시곗바늘이 심장을 꿰뚫었으니까.
로빈:...!
:다시 보면, 시곗바늘은 아니고, 아주 날카로운 잔해입니다.
리베타:아마도... 나는, ... 널 구하러 왔던 것 같아.
로빈:하지만...하지만, 나는 이걸 원하지...않았...
:그 사이, 칠흑같은 어둠을 도로 갖춰 입은 아자토스는 신격을 한층 부풀립니다.
리베타:...괜찮을거야,
:리베타의 목소리는 점점 옅어져가고, 그 자리를 불길한 땅울림이 대신합니다.
로빈 , 기둥을 붙잡습니다.
:한때는 도밍게즈의 상징이었던 기둥은 이제 당신의 어깨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몽당연필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높이 솟은 것,
:열린 문은 바로,
:아자토스의 가장 긴 위족과 배행하던 신화생물들이 모두 떠나자,
:아마 이대로 사라져서, 당신의 도밍게즈에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리베타:이번엔, ...나를, 만나, 면... 안 돼-.......
:눈을 감기도 전에, 리베타의 형체는 고운 모래, 그보다 작은 우주 입자로 흩어집니다.
로빈 , 리베타가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 있던 하늘색 보석이 박힌 반지를 들어올려 자신의 왼손 약지에 낍니다.
로빈 , 푸른 장미 아치를 봅니다.
:새벽빛을 받아 환히 도드라진 아치 너머에는 물안개가 자욱한 도시가 펼쳐집니다.
:수적 열세지만, 차근차근 적을 해치우는 모습은 흠잡을 데 없습니다.
로빈 , 가만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죽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아치문을 향해 달려갑니다.
:당신은 아치문을 향해 달려가며 권능을 사용해, 호라를 향해 달려드는 사냥개를 반으로 갈라버립니다.
:이윽고 상황을 이해하자, 경악합니다.
호라:방금 그쪽, 권능을......
:대화가 다음 단락으로 이어지기도 전에, 사냥개가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듭니다.
:공교롭게도, 도밍게즈의 카운터와 같은 복장이군요.
호라:어디서 오신거에요?
로빈:그-... 도밍게즈에서 왔는...
호라:에?
로빈:영국?런던?
로빈 , 처음 듣는 지역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호라 , 마주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혹시나 싶어서 묻습니다.
호라:설마... 외계인?
로빈:외계인...;;
호라:이 별 이름은 지구에요,
로빈 , 고개를 끄덕입니다.
호라:(세상에 진짜 외계인)
로빈 ,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치는 아직 있나?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장미 향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로빈:(조졌다)
호라:엇, 닫혔다.
:호러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는지 얼떨떨하게 덧붙입니다.
호라:그... 도와주신 건 감사한데요,
:......
로빈:...
:우주 미아가 된건가요?!?!??
로빈:
로빈 , 벽에 주먹을 댄채 어떻게 할까 고민에 빠집니다.
로빈:텔레미터로 되나....?(번뜩)
:여기서 도밍게즈가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르니,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빈:(한숨)
호라:다른 별까지 가는 거면 텔레미터로는 어렵지 않을까요...
로빈:...아. 여기도 있겠구나.
호라:이런 일은 처음이니까요, 생각해보니까 보고를 먼저 했어야....
호라 , 주섬주섬 무전기를 조정합니다.
로빈 , 그것을 보고 자신도 무전기가 되나 사용해봅니다.
:당신의 무전기는 안타까운 전자음만 낼 뿐, 연결되지 않습니다.
로빈 . 좌절
:그러는 사이, 호라는 DOT에 연락을 취합니다.
호라:아아, 여기는 런던, 제 7시의 타이머입니다. 본부 들립니까?
:[여기는 본부, 애쉬야.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호라:예, 그러니까...음.... 제가 '외계인'을... 주운 것 같아서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심지어 당사자인 당신 마저도 믿기 어려운 황당무계한 보고였습니다.
로빈:...;;
:하지만 쌍둥이처럼 닮은 능력, 타이머를 증명하는 텔레미터와 군복, 군번줄까지.
하인리히 장교:도밍게즈라는 곳에서 왔단 말인가?
로빈:그러니까...
로빈 , 대충 얘기해줍니다.
로빈:이런 곳입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래... 그곳도 마찬가지로 게이트가 열리고?
로빈:네.
하인리히 장교:그렇군......
로빈:...
로빈:관련하여 사정이 더 있지만...
로빈 , 그렇게 말하며 호라를 쳐다봅니다.
로빈:축제 약 한달전. 게이트 처리 직후 호라와 닮은 신원불명의 생존자를 발견했었습니다.
로빈 , 권능건 관련해서는 간단하게 말합니다.
로빈:그런 직후 댐에서 저와 똑같은 모습을 한 신화생물이 게이트를 나왔습니다.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가던 당신은 불현듯, 겪은 적 없는 과거와 아직 생생한 어제를 기억해냅니다.
로빈:...아.
로빈 , 생각났던 아치의 개방 조건들도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말을 모두 들은 장교는, 심사숙고한 끝에 새로운 명령을 내립니다.
하인리히 장교:우선은 호라 양이 책임지게.
호라:...네?
하인리히 장교:저자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지.
:말이 끝나고, 호라와 당신은 분주해진 하인리히 장교에 의해 쫓겨납니다.
로빈:(여기도 지멋대로)
호라:아이, 진짜...
로빈:아무래도. 혼자 돌아다니면 무슨일이 생길지는...
호라:안내해줄게, 나 따라와!
호라 , 갑자기 휙 속도를 내며 복도를 주파하기 시작합니다.
로빈 , 앗. 하다가 따라 속도를 내어 따라갑니다.
호라 , 여전히 속도는 줄이지 않으며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배시시 웃으며 말합니다.
호라:나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어.
로빈:응?
호라:좋아! 그럼 훈련실 먼저 가자!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튿날.
로빈:(리베타 오고나서도 이랬던것 같은데)
:본부에서 대기 중이던 타이머들이 찾아와 당신을 구경하고, 어이를 다니든 사람들의 시선이 쫓아옵니다.
로빈:(그때도 이랬던것 같은데)
호라:워-이-
로빈 , 그닥 신경쓰지 않습니다.
호라 , 손을 휘적거리며 길을 막는 사람들을 옆으로 치워냅니다.
로빈 , 바람으로 밀어낼까 하다가 원래 있던 곳이 아니니 그만둡니다.
:그렇게 복도를 걸어 도착한 곳은 훈련실입니다.
애쉬:다짜고짜 문화유산을 부술 수는 없잖아.
로빈:....
호라:이름 좀 다르게, 덜 재미 없게 지을 수는 없던거야?!
로빈:여기 닥터는 침착하구나.
애쉬:왜, 딱 어울리잖아.
로빈:우리쪽이었으면...진짜 부술려고했을것 같은데...
로빈 , 평소 반지를 끼던 손에...리베타한테 줬던 반지를 끼고 팔을 휘둘러 미니-벤을 부숩니다.
:와장창! 미니-벤을 부수면, 호라가 섬세하게 바람을 조종해 두 사람 각자의 손바닥에 얇은 자상을 냅니다.
:왜 붉은색이죠?!
로빈:???!!
:"반응 수치가 이상합니다!"
로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대체 여긴 어디죠?!
로빈 , 벌떡 일어납니다.
:무의식중에 텔레미터를 쓴건가?
:남색과 흰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로빈:...!!
:어째서인지, 두 사람 다 배색만 다를 뿐,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로빈:???
:빨리 호라를 깨워서 대화라도 해봐야겠어요.
로빈 , 호라의 어깨를 잡고 흔듭니다
로빈:호라!
호라:아음.... 누구-....
호라 , 부스스 눈을 뜨다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납니다.
호라:뭐야, 여기 어디야?!
로빈:나도 몰라...
호라:응?
호라 , 본인 옷과 당신의 옷을 번갈아 보다가, 혼란스런 눈으로 당신의 눈을 마주칩니다.
로빈:옷이...리베타랑...
호라:리베타? 그... 너희 쪽에 나타났다던 나 닮은 사람?
로빈:똑같아. 재질이나 디자인도.
호라:...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로빈:나도 그 뒤는 몰라.
호라:세상에....
:한창 두 사람이 혼란에 빠져있으면,
로빈:?
:아니, 시뮬레이션 도중에 사람이 사라졌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야?!
로빈:... ....
호라:...그......어 .....
로빈:글쎄...
호라:우리 쪽도 이런건 안해!
:그 순간, 머릿속에 갑자기 어떤 기억이 떠오릅니다.
호라:..... 그냥 질나쁜 장난인가보다, 생각할까?
로빈:(방금 기억이 리베타랑 그 쪽 로빈일 것이라 생각하는 중)
호라:.....글쎄?
로빈:부끄러워?
호라:...아무래도 그렇기도 하고...
로빈:뭐 그렇긴하지.
로빈 ,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로빈:기다리는 것 밖에는 없나...
호라 , 왠지 오묘한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호라:애쉬랑 다른 연구원 분들이 뭔가 해주시겠지...
로빈:생각해보니 화이트랑 다른 사람들도 내가 없어져서 난리치고있으려나...
호라:....헐, 그렇네?!
로빈:뭐 다른 애들이 알아서 해줄 것 같긴 하지만...
호라:세상에...
호라 ,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문 쪽으로 총총 달려갑니다.
:객실의 문 앞에 선 호라는, 곧 문고리를 잡아 돌리며 문을 밀거나, 당겨대기 시작합니다.
로빈 , 그걸 가만히 보고있습니다.
로빈:(도와줄까 말까)
호라:그냥 보고만 있을거야?!
로빈:도와줄게.
로빈 ,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문을 열어보려고 시도합니다.
:두 사람의 손이 문고리에 동시에 올려지는 순간,
로빈:엇.
:마치 시간이라도 되돌아간 것처럼.
:그리고, 당신이 지구에 온 지 사흘 후.
애쉬:둘 다, 준비 됐어?
호라:난 준비 됐어!
로빈:응, 됐어.
애쉬:그럼... 관문을 열어보자.
:개방 지시가 떨어집니다.
:호라와 당신을 필두로 준비된 의전과 직원들이 우주를 건넙니다.
:"잠깐, 잠깐, 저 사람들은 다 뭐야?!"
:영웅의 복귀 행렬을 필두로ㅡ
시나리오 클리어!
ED. 창백한 블루베리 / Epilogue. 쌍둥이 행성
재회를 축하합니다.
-
"... 미안해."
"......괜찮아. 그냥-..."
"날 잊지 말아줘.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아."
"안 잊을게."
"반지 있잖아. 목걸이도 있잖아."
가장 높이 솟은 것. 깊이 가라앉은 피 냄새.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와, 이 별과 이별의 경계.
초봄의 선조한 바람을 타고, 낯선 장미 향기가 흘러들었다.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주와 우주가 연결되고, 행성과 행성이 나란히 서는 순간.
아무것도 모르는 무구한 얼굴로 너는 내게 말했다.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은 그렇게, 이 별에 불시착했다.
뒤늦게 의문을 되뇐다.
급박한 고함이 귓전에 달라붙습니다.
목소리의 출처를 파악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춥니다.
날카로운 파열음이 머리가 있던 자리를 때리고 지나갑니다.
한 박자만 늦었어도 목 위가 통째로 날아갔을 파괴력이군요!
목표물을 놓친 신화생물의 혓바닥은 애먼 주택가 담벼락을 때려 부수며 분풀이를 일삼습니다.
"미쳤어? 위험하게 전투 중에 한눈을 팔아?"
"죽고싶어서 환장했지?"
"저게 마지막 남은 녀석이야."
현재 위치는 7구역 시가지.
눈 앞에는 크게 벌어진 검은 게이트와 이를 드러낸 사나운 신화생물이 존재합니다.
방금까지 한참 접전을 벌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전원이 나간 것처럼 정신이 끊겼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대피하지 못한 인원이 남아있던 건가 싶어 반사적으로 돌아본 거였는데.
하기사, 그의 말대로 주변에 온전한 건물은 커녕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착각한걸까요?
약 30분 전, 제 7구역에 발생한 게이트입니다.
사람 서넛은 거뜬히 드나들 수 있는 규모입니다.
자신이 살아있다고 주장하듯, 일정한 속도로 박동하는 게이트는 칠흑처럼 새까맣습니다.
너머의 풍경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불온한 어둠만 번들거립니다.
꺾인 관절의 형태와 사족보행이라는 점만 빼면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데 틴달로스의 '사냥개'라고 불리는 신화생물입니다.
눈도 코도 없이 길게 찢어진 입만이 얼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들락거리는 혓바닥은 채찍처럼 길고 팔뚝만큼 두꺼운데다가, 끝이 추보다 무겁습니다.
잘못 맞으면 어디든 혹독한 구멍을 냅니다.
ㅡ 그렇게 상황파악을 하고나면,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춥니다.
함께 파견된 불의 타이머가 수신호를 보냅니다.
전투 준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44 |
한박자 늦게, 자상에서부터 푸른색의 점액질이 울컥 쏟아져 나옵니다.
당신의 옆에 서있던 불의 타이머 역시 곧장 손을 세로로 치켜들면, 바닥에서부터 불길이 솟아 점액질을 태워버립니다.
두 사람의 공격에 사냥개는 키에엑ㅡ! 하는 듣기 싫은 비명을 내며 발버둥치다가, 곧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점액질이 닿은 아스팔트 도로가 부글거리며 끓는 소리가 나는군요.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시간 여행자의 천적이라지만, 타이머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이것으로 전투는 종료네요.
대피가 신속하게 이루어진 덕에 인명 피해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변을 한 바퀴 휘 둘러본 불의 타이머가 전투 종료를 알리려는지 무전기를 두드립니다.
"대피 못 한 잔류 인원 있는지 확인해줄래?"
당신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군요.
소량으로도 무엇이든 부식시키는 치명적인 독액입니다.
꽤 성가신 위협이기는 하지만, 방치하면 서서히 말라붙으니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
사체 수거는 사후처리반 담당이니까요.
수거한 사체는 제 10구역에 설립된 DOT 과학 기지에서 철저히 조사합니다.
그렇게나마 우주의 위협을 간접적으로 조사한다나 뭐라나.
기준치: | 70/35/14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르렁, 가래가 낀 탁한 호흡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의 것입니다.
잡아챈 소리의 방향을 돌아보면, 죽지 않고 버티고 있던 사냥개 한 마리가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르륵 거리는 소리를 몇 번 내던 그것은, 이내 완전히 숨이 끊어집니다.
커다란 보울에 온갖 종류의 시리얼을 쏟아붓고 대충 휘저은 듯한 무질서한 풍경입니다.
죽음의 풍경은 익숙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날은 도통 오지를 않습니다.
기준치: | 52/26/10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인파는 북적거리고, 피난길은 까마득한 데다가, 변수는 호시탐탐 등장할 때를 노리니까요.
재난을 피하지 못한 자들의 말로는 참담하지만, 시체는 말이 없습니다.
"여기는 2시, 2시. 본부 응답하라."
[여기는 본부, 연결됐다.]
"게이트 NO. 2032-17의 폐쇄 확인. 출몰한 사냥개는 모두 사살했다."
불의 타이머와 무전 너머의 본부의 교신만 이 적막한 도시를 채웁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군복을 보아하니, 마지막까지 게이트를 경계하던 최전선 부대입니다.
미처 도주할 틈도 없이 게이트가 열렸던 것 같네요.
시체의 눈을 감겨주어도, 두꺼운 장갑에 가로막힌 손끝은 식지 않습니다.
뻑뻑한 눈꺼풀을 힘주어 내려놓은 후에야 당신은 숨은, 아니, 틀린 그림을 하나 찾아냅니다.
비슷비슷한 암녹색 군복 사이, 눈에 띄는 군복이 하나 섞여 있습니다.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상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어깨띠와 은색 훈장.
......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분명히...
DOT, 타이머 특유의 복식입니다.
DOT의 연구원이거나 근처 군부대 소속이라면 한번쯤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는데, 완벽하게 인생에서 단절됐던 상대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러니, 결단코 특별할 수 없는 상대이건만......
문득, 그와 호흡의 속도를 맞추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명령 한 토막 없었는데, 밑바닥부터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기준치: | 52/26/10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어깨를 붙잡아 흔들고 있습니다.
맥업이 따라오고 멀어지는 몸이 내는 "으음..." 하는 낮은 소리에 찬물을 맞은 것처럼 퍼뜩 정신이 깨어납니다.
당신은 죽음으로 가득 찬 무덤에 순장된 산 목숨을 밝ㄴ하고 만 것입니다!
아까 들은 건 이 자의 숨소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야, 돌아오란다. 슬슬 복귀할...."
불의 타이머가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울퉁불퉁하게 팬 바닥을 딛는 발소리가 이 순간을 쿵쿵 울립니다.
여즉 닫혀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립니다.
그 말에 대답을 하기도 전에 상대는 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생김새, 복장, 쓰러진 위치, 무엇 하나 수상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결단코, 당신의 인생에서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외모입니다.
대략적으로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예상됩니다.
군복보다는... 정복에 가까운 차림입니다.
소재가 닳고 헤지거나 덧댄 흔적도 흔히 보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군인들이 바리케이트를 친 지점이라, 어설픈 흉내를 내는 민간인은 여기까지 접근할 수도 없었을겁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거죠?
의문으로 눈가를 좁히면,
기준치: | 65/32/13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먼지와 재, 피 냄새가 지독하게 뒤섞인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한......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요? 꽃향기?
비슷한데 조금 다릅니다.
당신은, 한참 후에야 그 정체를 알아냅니다.
'술 냄새'.
유행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곳까지 쫓아오는 건 좀 과하지 않나요?
진짜 생존자가 맞냐고 묻는 눈치입니다.
무전은, 여전히 켜져 있네요.
신원은 파악이 되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추정되는 신분이나 연령, 특이사항이 있는지 묻는군요.
특이사항은... 타이머 군복과 비슷한 옷을 입고있어. 물론 군복보다는 정복에 가깝지만...
그리고...
...아니야 그정도인것 같아.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불의 타이머는 복귀하고, 바람의 타이머는 생존자를 병원으로 인계하라.]
[리히트 장교와 닥터 오프-화이트가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싸늘한 소독약 냄새가 흰 천장에 안착하고,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병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 침대에 걸터 앉아 있습니다.
사정은... 간단하고도 복잡합니다.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의 옷자락을 놓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고,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고,
(솔직히, 첫번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지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커튼을 열고 익숙한 얼굴이 둘 들어옵니다.
DOT 본부 소속, 타이머 담당의 오프-화이트와 리히트 장교입니다.
붉은 피가 투명한 관을 반쯤 채웁니다.
신원파악때문인가.
혈액만큼 그 사람을 잘 표현하는 물질이 또 없거든요.
완전히 똑같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상세히 듣고 싶군요.
마지막 신화생물을 사살하고 난이후에 남아있는 생존자 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건물 잔해를 확인하고있었... ...습니다.
그러던 도중 대피하지 못해 사망한 부대 인원들을 확인하다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인원을 발견했습니다.
어찌된건지는 몰라도...중간에 한번 정신을 차리더니 제 이름을 부르고는 다시 기절했습니다.
그 이후로는...보고를 한뒤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지금 이 상황입니다.
닥터 오프-화이트는 혈액 검사부터 해보겠다며 커튼 밖으로 퇴장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경위를 전부 보고한 후에야, 장교에게서 또 다른 말이 돌아옵니다.
도밍게즈는 이 별의 이름이자, 유일한 국가의 이름.
그런데, 도밍게즈의 국민이 아니라면 대체 어느 별에서 떨어진 거란 말인가요?
DOT에 사진을 전달하고 CCTV를 되감아보았지만,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절 찍히지 않았어요.
군이 말한 곳에 어느 순간 나타나 있더군요. 꼭, 텔레미터를 사용한 것처럼.
허튼 사람의 손에 들어갈리가 없는 물건이죠.
잠든 상대의 정체는 점점 더 미궁에 빠집니다.
담당의의 소견에 따르면 가벼운 뇌진탕이라고 하니.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옮기던 도중, 누운 사람과 눈이 흘깃 마주칩니다.
초점은 희미하지만,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언제 깨어난 건지도 모르게.
그 손아귀는 여전히 당신의 옷자락을 꾹 붙잡고 있습니다.
채 묻기 전에, 그가 마른 목소리를 냅니다.
기억상실.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병명을 떠올린 순간, 커튼이 빠른 속도로 열리고 닥터 오프-화이트가 뛰어 들어옵니다.
한껏 목소리를 낮췄는데도 그에게 닥친 흥분과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유전 정보가 타이머와 똑같다고요!
범접하지 못할 권능을 다루고, 중력을 무시하며 물속에서도 호흡합니다.
치명상을 입더라도 쉬이 죽지 않는, 명백한 인간의 상위종입니다.
새로운 동족의 등장입니다.
기준치: | 52/26/10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침착)
새로운 타이머가 등장했다는 건 어떤 타이머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타이머의 세대교체는 정교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도밍게즈의 탄생 이래, 그 어떤 때에도 타이머는 오직 14명이었으므로.
타이머를 사칭한 것 같은 사람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모든 타이머의 무사를 확인했다고 덧붙이면서요.
주고받는 이야기에는 시큰둥하게 굴던 상대가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깁니다.
장갑과 군복 소매 사이로 드러난 짤막한 틈.
무방비한 피부에 낯선 체온이 옮겨붙자,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권능이 폭발합니다.
제 7시.
폭발의 궤적은 시릴 정도로 선명해서, 부정할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산들바람처럼 손과 손목을 따라 엮여들던 감각은 곧 폭풍이 불어닥치는 것처럼, 당신의 온 몸을 휘감아 들기 시작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어쩌면 상대 역시, 들이닥치는 서로의 존재감에 휘둘리고 맙니다.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이끌리거나, 밀어내고 싶은 기분이 폭풍우가 되어 몰아칩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눈 앞의 사람이 제 7시의 타이머라면, 당신은 이미 죽었다는 뜻이니까!
혼란을 채 갈무리 하기도 전에,
기준치: | 65/32/13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07.
고작 숫자에 불과한 그 각인에,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강인한 이끌림을 느낍니다.
"인사하게. 자네의 짝이 될 사람일세."
이곳엔 첫 만남을 강제할 작자 따위 없는데도.
"할 말이 있어. 꼭 전해야 할 말이."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과 불길한 예언은 또다시 이 별에 불시작했습니다.
우주를 돌고 돌아, 사랑과 멸망의 시발점에.
알아낼 때까진 안전장치가 필요하니, 로빈에게 맡기겠습니다.
당분간은 같은 숙소에서 머무는 것으로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동행하세요.
도밍게즈를 혼란케 할지도 모르는 요소를 무턱대고 풀어놓을 수 없다는 견고한 뜻.
대의이자 책임, 항거할 수 없는 명령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DOT 입구에 서 있습니다.
그 존재를 확인할 때까진 외부에 유출할 수 없는ㅡ 걸어 다니는 일급 기밀인 그는 어쭙잖은 군복 대신 연구원의 가운을 걸치고 있습니다.
순백과 감청이 교차하는 본부는 출동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열린 문턱을 넘으며 윤이 도는 대리석이 깔리고, 가짜 별자리로 채워진 천장이 펼쳐집니다.
음...그러니까, 기억나는건 있어?
다른건 몰라도 임시라도 부를만한 이름이 필요한데...
음...
당장 본인이름 기억못하니까...기억 날때까지는 리베타라고 부를게.
괜찮아?
....아마도...?
그래서... 궁금한거 있어?
그, 그러니까, 여기가 어딘지라던가, 뭐하는 곳인지 같은 것도 전혀 모르니까요...
여기는 DOT야. 나를 포함해서 14명의 타이머가 각성을하게 되면 오게되는 군부대지.
타이머들은 도밍게즈...우리가 사는 곳의 영웅이라고 하는데... 그건 별로 상관할필요 없고.
0시부터 13시까지 총 14개의 능력이 나뉘는데 나는 7시, 바람의 타이머야.
뭐...간단하게 말하면 이정도인데, 이해했어? 설명은 영 못하겠단 말이지...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14명의 초능력자가 모인 군대라는거죠?
왠지 히어로 만화의 주인공 같고 멋진걸요~
내 얼굴인 인형이라던지...내 코스프레라던지... 묘하게 껄끄럽단 말이지.
외출할때 얼굴 가리는건 거의 필수고...
애초에 타이머라는게...어느날 갑자기 내 몸에 각인이 생기면 그날부터 타이머인거라...
뭐... 그지옥에서 나온거는 좋긴하지만.
따로 조건은 없어. 평범하게 살다가 타이머가되는 경우가 많지.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모양이지만요.
나처럼 목에 있기도하고 손목이나 다리에 있기도해.
그럼... 등 같은 곳에 각인이 생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발견하는게 아니면 발견하기도 힘들겠네요,
결정적으로는 자기한테 능력이 생겼다는게 확실하게 느껴져.
참고로 권능이라고 불려. 신이 준 능력이라나뭐라나...
세대교체인거지.
왠지 조금 무서운데...
(물론 예외가 생겼지만)
뭐어... 궁금한건 이제 끝? 원하면 건물들 돌아볼 수도 있는데.
( ! )
건물 돌아다녀볼래요!
서관은 사관 학교, 동관은 연구소야.
물론 휴식차 오는 경우도 있고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행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회의를 가는 사람들이 복도 곳곳을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볼만한 곳은 옥상의 스카이라운지 정도일까요.
아니면 본관의 숙소나 훈련실을 보여줘도 좋을것 같네요.
당장 갈볼만한곳은 스카이라운지인데, 다른 곳 궁금한 곳있어?
곳곳에 익히 보아온 풀과 나무, 꽃들이 자라있고, 나무 그림자 아래에는 벤치가 놓여있기도 합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연구원 몇명이 보이는 군요.
나는...바빠서 잘 안오지만.
얘기듣기로는 이전 바람의 타이머들은 다 여기에 자주왔었대. 바람이 잘 불어서.
... 생각해보니까 그땐 내가 설명해줬었는데...
제가 뭐 이상한 말 했어요??
기분탓인것 같아. 어쨌든.
오고싶으면 나한테 말해. 지금 당장은...내가 너랑 동행해야해서...
장교...님때문에.
당분간 신세 좀... 좀 많이 질게요.
그리고 지금 너는 존재자체가 일급비밀이야.
하긴 15번째니 뭐니... 그런 이야기들 하셨던 거 생각하면...
어차피 숨기지도 못하니까.
지금 너 목에 나처럼 각인이 있어.
그리고 신체구조도 타이머랑 똑같고.
거기에...나랑같은 7시의 타이머야.
아까 새로운 세대가 생기면 이전세대는 죽는다 했잖아? 근데 너가 새로운 세대라면 나는 죽어야하는데 난 죽지 않고 살아있어.
그래서 그걸 조사하고있어.
아, 맞아. 문득 기억이 난 게 하나가 있는데요,
제가 도밍게즈의 타이머였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로빈이 '카운터'라고 불리면서, 저랑 만났던 것 같아서요.
그런 기억이 있는데... 카운터는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거기에 내가 카운터인건...또 뭐지?
그리고...52년? 지금은 32년인데?
근데 미래에 내가 있는것도 이상한데...
... 연구원분들이 뭔가 알아내주시겠죠?
우리 둘이라고 할 수 잇는게 있는것도 아니고.
아, 그럼 기억나면서 너 이름도 기억나?
리히트 장교가 15번째 타이머 가설을 본부로 전달한 모양입니다.
훈련실로 가야해. 아마 너도 같이 가야할거야.
한번 가봐야지-...
왠지 겉으로 느껴지는 나이와 다르게 어리숙한 느낌이 강하네요.
기억을 잃은 탓일까요?
훈련실의 문 앞에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북적입니다.
그들 사이에서, 닥터 오프-화이트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선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인사합니다.
뭐, 어쨌든.
리히트 장교님의 말에 따르면 저 친구가 15번째 타이머일 수도 있다며?
그래서, 일단은 X라고 부르기로 했어. 미지수니까.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연구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익숙한 패드가 뺨, 귀 뒤, 목덜미나 손목 안쪽 등에 달라붙습니다.
리베타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네요.
기준치: | 52/26/10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어라?
당신만이 혼자 '내가 갑자기 왜 그랬지' 하는 생각에 잠시 빠져들 뿐입니다.
당한게 많단말이지.
그리고, 특히 이번엔 더 중요해.
명백한 이레귤러인 만큼, DOT에도 마땅한 데이터가 없으니까.
두 사람이 잘 협조해줘야해. 알았지?
밑에 매트가 있긴했지만...
훈련실 내부는 단출합니다. 스크린 속에는 우주의 느긋한 한때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달칵, 하고 문이 완전히 닫히자, 스피커에서 닥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가볍게 인터뷰부터 시작할건데,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우다다 쏟아지는 질문에, 리베타가 순간 어버버 하며 당황스러워 합니다.
화이트! 천천히 하나씩해!! 내가 말했지! 그건 인터뷰가 아니라 일방적인 질문폭탄이라고!
빨리 안하면 인터뷰 대상 도망이라도 가냐고!!
"그래, 그럼 하나씩 천천히 해보자... 원래 뭘 했었는지 기억해?"
DOT에 있었던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정확히 뭘 하고 지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뭐랄까... DOT가 꼭 제 집 처럼 느껴지긴 했는데...
일... 관련된거는 잘...?
진짜 어릴 때 부터 그랬던 것 같긴 해요.
몇 살때였는지는 기억 안나지만요.
그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며 침묵을 지키던 리베타는 별안간 인상을 쓰며 머리를 짚습니다.
기억은... 전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럼 능력은 다시 사용할 수 있겠어?"
옆에서 지켜보는 당신 역시 타이머 특유의 파동을 느끼기는 하지만... 다른 동료에 비해 한참 미미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게다가, 어딘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불편하다는 감각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애매한 출력값을 보고 아쉬운 한숨을 내쉰 닥터가 묻습니다.
"기록을 살펴보면, 세대교체를 미리 예감한 때도 종종 있더라고. 두 사람은 어땠어?"
"분할되거나 교체되려던 거였다면 뭔가 느꼈을지도 모르는데."
별 느낌 없었는데?
"그럼 이번에는 말이야, 우선 둘이 양쪽 벽에 등을 대고 서줄래?"
"완전히 떨어져 줘."
"그리고, 화면에 뜬 순서대로 진행하면 돼."
스크린을 채운 우주는 어느새 새파란 알림창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또박또박한 픽셀로 쓰인 글자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에 로빈을 붙잡았을 때의 위력은 대단했잖아."
"반복해보는게 어떨까 싶어서."
나는 지금 현직 군인이고 저쪽은 타이머지만 기억도 잃고 거의 일반인게 가까운데?
"너희는 편한 마음으로 실험에 임해주기만 하면 돼. 자자, 어서 움직여!"
"우선 리베타, 이 상태로 권능을 사용해볼래?"
그 말을 들은 리베타가 손을 휘적거리지만, 이번엔 방금 전의 시도에서 느꼈던 미세한 파동 조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타자를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지나고, 닥터는 거리를 좁히라고 지시합니다.
"이번에는 둘이 중앙에서 만나봐. 가까워지되, 닿지는 않을 정도로만."
지시를 따르는 로봇처럼 상대를 향해 다가가노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심장박동이 점차 선명해집니다.
외눈박이 CCTV는 훈련실에 사각지대를 남겨두지 않습니다.
"자, 이제 그 상태로 둘 다 권능을 사용해봐."
기준치: | 75/37/15 |
굴림: | 49, 61, 33 |
+2: | 어려운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2: | 보통 성공 |
평소보다 편안하게 권능을 다룰 수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기엔 확실히, 눈에 띄는 차이가 있네."
확실히 전보다 쉽게 쓸 수 있긴한데...
이유를 모르겠네.
"이제 손 좀 잡아볼래? 내키지 않는다면 옷자락도 좋고."
"일단 접촉하자."
두루뭉술한 고양감이 발밑을 기어갑니다.
닿은 부분으로부터 새로운 권능이 넘어오는지 열감이 느껴집니다.
충전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76, 47, 83 |
+2: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당신과 손을 맞잡은 리베타도,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권능을 능히 다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발휘해냅니다.
그 권능을 타고, 마치 맞잡은 손을 감싸듯이 옅은 바람이 얽혀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계속 이러고 있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바라본 리베타는 먼젓부터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지금 관측되는 상승 곡선 기록해! 변화 수치 계산하고, 혹시 모르니까 CCTV 영상도 백업해둬."
스피커 너머로 쉴 새 없는 닥터의 지시가 넘어옵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이번엔 양쪽의 권능을 접목해보자."
"서로 단단히 붙들고...... 두 사람이 같은 권능을 휘두르는거야."
권능의 접목은 DOT에서 끊임없이 시도하던 연구입니다. 팀플레이를 넘어서, 권능끼리 접목해 새로운 지경을 연다면 더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2032년에 이르기까지, 번번이 실패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속성의 권능은 절대 융화하지 않았거든요.
닥터의 기대감이 스피커 너머로 생생하게 맥동합니다.
"로빈, 네가 리드해 줘. X는 처음일테니까."
음...
전부터 생각해둔게 있긴한데...
근데 그건 5시쪽이랑 했다가...안됐었던거라.
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꼭...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하...그래.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가능할것 같다니까.
(화이트얘기임)
냉기처럼 둔화는 할 수 없겠지만, 이런건 어때요?
그물이나 울타리 같은 거로 막는 것 처럼, 견고한 바람을 세우는거에요.
그렇게 해볼까?
기준치: | 75/37/15 |
굴림: | 88, 57, 77 |
+2: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눈으로 간신히 쫓아지는, 기민하게 움직이는 바람의 길 위에 손을 올리면 접근을 허하지 않는 바람의 견고함이 느껴집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저도 모르게 리베타를 바라봅니다.
꽉 끌어안다 못해, 온전한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이대로 영영 떨어지고 싶지 않아.
"대단해! 이게 여태 우리가 찾아 헤매던 답일지도 몰라!"
닥터가 외칩니다.
그 다음 지시는 직전과 반목하는 행위입니다.
'각자의 권능으로 서로에게 대항하라.'
권능이 충돌할 때를 살피기 위한 실험입니다.
지시에 따라, 맞잡은 손을 놓으면, 짙은 아쉬움을 느낍니다.
표정을 보면 리베타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 보입니다.
"X의 상태가 아직 불안정하니까, 로빈은 출력 수준을 맞춰줄 수 있도록 해줘."
"혹시라도 폭발 조짐이 보인다면 바로 안전장치가 자동 작동할거야."
기준치: | 75/37/15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흐트러진 권능에 지레 겁먹고 팔로 앞을 가로막고 눈을 질끈 감았던 리베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눈을 꿈뻑이며 팔을 슬며시 내립니다.
...꼭, 권능이 자아를 가지고 피아를 구분하는 듯 했습니다.
타이머의 권능이란건, 위대하면서도 폭력적인 자연재해와 같아서, 손끝을 떠난 후에는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명백히 권능이 상대를 식별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즉, 이보다 완벽한 파트너가 있을까요?
닥터와 연구원들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한 문장씩 알아듣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당장 보고해야 한다며 소란을 피우는 것 정도는 확실해 보이지만요.
홀로도 부족하다 느낀 적이 없는데, 두 사람이 닿을 때마다, 마치 빈공간이 있었다는 냥 권능은 계속해서 자라났습니다.
더욱 광범위하고, 더욱 정교하게.
새로운 지경이 있는 것을 새삼 체감합니다.
...그런데, 그의 놀란 시선은 당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노이즈 섞인 소리가 스크린에서부터 들려옵니다.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바라보면, 화면 전체가 미미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새로운 글씨가 떠오릅니다.
접근 → 접촉 → 접목 → 접전, 그 다음은...
접문입니다.
근본적인 의문 대신 자극적인 질문이 고개를 듭니다.
접문이라면...... 지금 생각하는 '그거' 맞나요?
...
... ...대답이 없네.
...어떡할까요?
적혀있으니...
안하면 분명 얘기가 많을것 같은데...
빨리...하고 끝내자.
기준치: | 70/35/14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 아래 파묻힌 네가 익사했으면 좋겠어. 감히 그런걸 바라.
다디단 입맞춤 끝에 남는 것은 원죄로 가득한 저주.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기분이 제멋대로 날뛰며 방향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
아, 어째서 이렇게......
그것은 위기감이었습니다.
상대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는, 떨어져야 한다는, 벗어나야 한다는!
훈련실은 조용하기 짝이 없건만, 누가 울리는지 알 수 없을 적색 경보가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입을 틀어막습니다.
호흡이 가빠져옵니다.
훈련실의 문이 벌컥 열립니다.
혼란에 푹 담가진 두 사람의 표정과는 정 반대군요.
5단계에 접문이 있었다거나 했어?
그런 단계는 없었는데?
오늘 진짜 수고했어!
복도를 걷는 내내 미묘한 표정으로 당신을 흘겨보던 리베타는, 숙소에 두 사람이 자리를 잡는 것과 거의 동시에 당신의 손을 꼭 붙잡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거 있죠?
그때도 훈련실에서 시키는 것들을 하면서 권능을 시험했는데...
뭐...다큰 어른들도 손잡는덧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잇는데...
그래도, 어릴땐 다들 자신이 뭔가를 부끄러워한다는 사실 조차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돌이켜보면 겨우 손잡는 거 하나 부끄러워했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재밌는건, 그런 저를 이끌어준게 로빈이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아마도-....
아, 어, 음,
상상이 안가는데.
그리고, 리베타는 그것에 대해 말하는 동안 묘하게 들뜨고, 행복한 기억을 되짚는 듯한 표정을 지어냅니다.
실없는 어린 날의 추억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그리고, 정작 이곳에 왜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온 것인지, 중요한 항목은 공백으로 비워둔 채 선문답을 던져옵니다.
타이머가, 그리고 나아가서 카운터가 사라진다면 세계는 멸망할까?
라고요.
안그래도 타이머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건가 궁금했는데, 카운터라며 나타나기까지 하니까...
타이머는 신의 힘을 가진 존재.
그들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되는걸까?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태초의 진리지만, 당신도 타이머 가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도밍게즈 국민이라면 대체로 그 가설을 정설로 배우죠.
타이머랑 똑같은 존재였어?
각인도 똑같고, 능력도 같았거든요.
음, 이렇게 생각하니까 꼭 제가 그 카운터랑 똑같은 상황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예전부터 비슷한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었어. 정확히는 모르지만... 타이머 가설이 있었는데
도밍게즈에서는 거의 정설로 배웠었어.
가설이... 세계멸망은 세계에 부여된 시간이 다된것이고
끝없이 순환하기 위해서는 이정표가 필요하다.
그래서 시간이 타이머를 만들었고 시간을 세계에 머물게 해주는 제물이다.
아마 그걸 토대로하면 타이머가 사라지면 세계는 멸망하지 않을까?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것 같아서요.
뭔가 떠오르면 말해주겠노라 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는 생각만이 머리에 동동 떠다닙니다.
애초에, 그런 고민을 깊게 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단 말이죠, 이 일.
지금 고민해봤자 소용없을것 같아.
미안해요, 이런 부분에 호기심이 좀 많아서... 궁금했어요.
둘이 같이 지내라고 말한 만큼, 좋은 물건은 아니지만 간이 침상까지 준비해줘서, 괜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채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새벽, 당신은 요란한 호출벨에 번뜩 깨어납니다.
불 꺼진 방안에서 텔레미터가 번쩍번쩍 빛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불그스름한 경고등과 듣기 싫은 경고음.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만, 당신에겐 익숙한 신호입니다.
게이트 발생, 신화생물 출현을 알리는 긴급 호출입니다.
곧 관사 창문 여기저기에 불이 켜집니다.
복도는 새벽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수의 발소리와 목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게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경우가 없진 않았습니다만, 어제도 하나가 닫혔으니 며칠은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요.
재수가 없으려니 밤잠마저 설치게 생겼습니다.
군복으로 환복하고, 텔레미터와 무전기를 챙깁시다.
단추를 채우고, 장갑을 손목에 딱 맞게 조인 다음 허리춤엔 텔레미터를, 귓바퀴에는 무전기를 걸면 출동 준비가 끝납니다.
뚜껑을 열면 날카롭게 벼려진 시곗바늘과 촘촘한 눈금이 보입니다.
제 1구역 댐 상류라면 관사로부터 3구역 너머에 있습니다.
이동 예상 시간은 6시간 45분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이동 시간 12초에 눈금 한 칸... 6시간 45분이면 몇 초죠?
잠시 머리를 굴리는 사이, 예상치 못한 인기척이 당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하긴,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깰 만큼 요란한 경보긴 했죠...
일반인이라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전선에 데려가진 않겠지만......
미지수 X, 어쩌면 타이머 그 자체일지도 모를 리베타라면 전력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텔레미터로 함께 이동하기 위해선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손을 잡건, 옷깃을 잡건, 멱살을 잡건, ...
몸이 줄어들었다가 늘어나는 끔찍한 탄력감과 함께 내장이 거대한 폭풍에 휩쓸린 것 처럼 크게 뒤틀리고 돌아오길 반복하고나면, 어느새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있습니다.
저 멀리 상류의 경계일 댐이 보입니다.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두 사람은 곧장 달려 댐의 상류를 향해갑니다.
댐이라는 건축물이 아무리 견고하다고 한들, 철벽 요새는 아닙니다.
한 면만 무너져도 도시가 휩쓸리겠죠.
긴장을 늦춰서는 안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검은 구덩이, 불온한 소용돌이, 침묵이 고인 심연.
이 고요한 풍경에 그런 존재감이 가려질리 없는데도......
한참 리베타와 주변을 살피던 당신은 저수지 중심부에서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게이트를 발견합니다.
NO. 2032-21.
완전히 열리지는 않았는지, 새까만 형태는 물그림자처럼 불규칙하게 일렁거립니다.
무엇이 나올지 짐작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만, 부디 도울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잠깐의 유예가 주어집니다.
게이트에서 신화생물이 등장하는 시간은 항상 제각각이었으니까요.
...저도 위험한 상황에 대한 판단은 잘해요.
날뛰는 맥박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게이트는 조금씩 부피를 키우고, 공포의 서막을 울립니다.
지독한 검은색으로 변해가며, 가라앉습니다.
마치 여태 담았던 어둠은 바탕색에 불과하다는 것 처럼.
온전한 칠흑. 빛 한 점 들지 않는 심연이 완성된 순간.
...아니, 당신'들'을 부릅니다.
옆에 선 당신과, 게이트에서 나오는 당신, 두 사람 모두를.
사실, 게이트는 통로가 아니라 거울이었던 걸까요?
단면을 찢고 나온 얼굴은-
당신과 똑같습니다.
기준치: | 52/26/10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죽은 듯 잠들어, 미동조차 없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똑같이 생겼다라는 점이 일말의 고민을 낳은 것일까요.
권능은 당신이 최초로 노리고자한 곳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튀어 나갑니다.
동시에, 게이트에 잠겼던 몸이 완전히 빠져나오는데, 수면에 선 그 차림새가...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합니다.
흰색과 남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DOT, 타이머 특유의 복식.
정확히 말하자면...
리베타가 최초로 입고 있던 옷과 똑같은 양식이니까요.
충격에 완전히 굳은 사람 처럼 보입니다.
게이트에서 나타난 또 다른 당신은,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가다듬더니, 말을 걸어옵니다.
어디서 온거야? 여기가 도밍게즈라고.
거기, 호라를 따라서 왔어요.
기준치: | 10/5/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매사에 부정적으로 굴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잠시 느슨해지자,
또 다른 당신은 아주 찰나의 방심을 놓치지 않고 당신에게 땅을 박차고 달려듭니다.
두 팔을 벌려 한 품에 끌어안는데, 그 온도는 비정상적으로 높고 그 성질은 불쾌할 정도로 물컹거립니다.
정신을 차리면 그의 앞면이 젤리 거품처럼 일그러져 당신을 삼키려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기준치: | 52/26/10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rolling 1d6
(
)
3
3
기준치: | 75/37/15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5/37/15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혹시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쉽군요.
여전히, 리베타...는 패닉상태에 빠져서 어쩔 줄 모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신까지 느슨해져서는 안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흐물텅하게 녹은 팔이 바닥을 크게 내리친 흔적이 소리를 뒤따릅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0 |
이번에는 팔을 뻗거나 하는 것이 아닌, 아예 몸으로 찍어누를 심산인지, 그것의 몸은 흐물텅한 액체처럼 변한 채 당신을 향해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튼튼한 군복 덕에 피해가 절감된다는 것은 알지만, 생각한 것 이상의,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이 따라옵니다.
HP - 4
기준치: | 75/37/15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2 |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감정에도 당신의 집중력은 흔들리고, 흩어집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돌아보면, 리베타가 떨리는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표정입니다.
덜덜 떨리는 손과 동공은 그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당신에게 전달해주고,
그것은 당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감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반은 젤리, 반은 당신의 얼굴을 한 그것은 미묘하게 웃고 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25 |
서걱, 하는 살점이 잘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신화생물의 당신과 같은 색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지고,
찢어지는 듯한 미소가 일그러집니다.
놀라울 정도로 인간과 유사한, 붉은 피를 울컥 쏟아낸 신화생물은, 자신을 죽이는 당신이 아닌, 리베타를 보며 중얼거립니다.
눈 앞에 보이는 댐은 지켜냈지만, 보이지 않는 댐은 와해되고 맙니다.
당신의 얼굴을 한 신화생물이 나타날 때 부터 불안정했던 리베타가, 결국 그 자리에 주저 앉습니다.
앞에 놓인 사체는 인간도, 신화생물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어느 하나 제어 하에 놓인 것이 없어보이는 모습입니다.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입을 벙긋거리며 무언가를 중얼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나 놀라고,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일까요?
연기인지 촉수인지 모를 부위가 척추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체의 옆, 반짝이는 무언가가 떨어져 있습니다.
On the dot ㅡ The ■th Counter
Robin
기준치: | 65/32/13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닥다닥 돋아난 눈알들이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 파고듭니다.
손바닥 남짓한, 불품없는 꼴이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순 없겠죠.
떨어져 나간 덩어리를 찾아 달리던 당신은, 곧 아주 가까운 곳에서 높은 비명 소리를 듣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아이는 그 모든 장면을 눈물 맺힌 눈으로 바라보다가...
"흐어엉--... 무서웠어요-..."
하고, 당신의 목에 매달리며 서러운 울음을 토해냅니다.
그제야 정신이 좀 돌아온 듯, 어색하게 다가선 리베타가 아이를 당신에게서 떼어내 자신에게 데려오더니,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아이를 진정 시키기 시작합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잘못하면 위험할뻔 했어.
"축제 때 할머니한테 드릴 꽃을 꺾으려고요..."
그리 말하는 아이의 품에는 꼬깃꼬깃한 장미 몇 송이가 들려 있습니다.
푸르스름하게 빛났을 색채는 짓물렀지만, 정성만은 가히 장합니다.
파란 장미. 불가능을 넘어선 기적의 상징으로, 도밍게즈의 국화입니다.
그 꽃을 흘겨보는 리베타의 눈길에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언제 위험한 일이 있을줄 알고.
더군다나 넌 아직 어리잖아.
내가 못왔으면 어떻게 했으려고.
뭐, 상황은 대충 수습된 것 같으니 본부에 보고할 차례입니다.
귀에 꽂은 무전기를 만지고 신호를 송신하면, 금세 답이 돌아옵니다.
[여기는 본부, 연결됐다.]
도착직후 게이트는 아직 열리는 중이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게이트가 완전히 개방되었습니다.
이후 신화생물은 추정하기 어려웠으나 저의 모습을 한채로 케이트에서 나와 무사히 처리하였습니다.
게이트 근처의 댐은 무사합니다.
이후 신화생물의 잔해가 도주를 시도하여 추적해 처리하였습니다. 그과정에서 미쳐 대피하지 않은 아이가 있어 현재 보호하고있습니다.
[구조한 아이는 근처 대피소에 인계하고 본부로 복귀하라.]
현재 위치가 확실하지 않아, 텔레미터를 써서 대피소로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산길을 내려가서 아이를 인도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선로를 걸어 도착한 곳에는 두꺼운 철문이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전쟁용 폭탄도 막을 수 있다는 강도지만, 외우주의 존재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대피소는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한 번 닫히면 누구도 드나들 수 없습니다.
물론, 세상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규칙도 타이머에겐 논외입니다.
출입 센서에 손바닥과 홍채를 순서대로 인식하고 나면, 문이 열립니다.
[제 7시의 타이머, 로빈 홍채 확인 완료]
[타이머 권한 확인.]
[봉쇄를 즉시 해제합니다.]
아이는 그것이 신기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습니다.
보통 대피소는 상황이 정리되면 DOT의 절차를 통해 내부에서 오픈되니까요.
불특정 다수의 시선이 세 사람에게 쏟아집니다.
공포, 두려움, 경계, 기대, 절망, 반가움, 놀라움, 포기, 희망, 긴장.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수많은 감정들이 깃들었습니다.
공통점은 딱 하나.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이들의 연약함.
구원을 기대하거나 생존을 포기할지언정, 대항도, 협상도 시도할 수 없습니다.
감히 타이머의 고단함에 비할까 마는, 잠결에 도망친 사람들의 얼굴은 유독 피로에 찌들었습니다.
낯선 면면들이 곧 와르르 무너집니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 터져나오는 한숨의 구성 성분은 안도와 감사.
타이밍도 완벽하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제 1구역 예상 피해 없음. 댐 파손 0%]
[비상령을 해지합니다]
[모든 구역민은 군의 인솔에 따라 순차 복귀하십시오.]
새벽의 재난이 온점을 찍자, 하나둘 타이머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고마워요, 하필 게이트가 나타난 게 댐 상류라길래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괴물도 무시무시했어요? 댐보다 커요?"
"다친데는 없으신가요?"
감사와 치하, 걱정과 관심의 말미엔 언제나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눈곱도 못 떼고 졸음 자국이 덕지덕지 남은 동그란 얼굴들이 눈을 빛냅니다.
어릴수록, 영웅 전기의 화려함에 매료되는 법이니까요.
여러분들도 대피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나도 이 다음에 크면 꼭 타이머가 될래요!"
"에이, 너 같은 울보가?"
"우와, 그럼 한 방에 납작! 쿵! 한거죠?!"
"안 무서워요?"
"누나 멋있어요!"
수다에 친절히 대답해주는 태도는 무해하고, 무구하기 짝이 없는데도......
주변 풍경과 사람드, 공기의 흐름 마저 평화로운 이 순간에,
어떤 찜찜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DOT에 사진을 전달하고 CCTV를 되감아 봤지만......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절 찍히지 않았어요."
"군이 말한 곳에 어느 순간 나타나 있더군요. 꼭 텔레미터를 사용한 것처럼."
리히트 장교의 말대로, 텔레미터 같은 방법으로 나타난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는, 겉보기엔 완벽한 인간이었으니까.
타이머의 군복으로 추정되는 차림새였으니까.
신화생물을 인간과 착각할 리 없다는 확신에 기인한 추측이었는데.
......
신화생물이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쓸 수 있다면, 전제부터 뒤집어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CCTV에 관측되지 않는 건 텔레미터만이 아니니까.
불편듯 깨달은 찜찜함이 얼마나 지독하건, 이 세계는 여전히 당신에게 친절합니다.
뒤늦게, 구출한 아이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뛰어나옵니다.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이는 아이를 품에 꼭 안으며 감사를 전합니다.
"로빈씨가 아니었다면 이 녀석이 어찌 됐을지......"
그녀는 주름이 깊이 팬 눈가를 훔치며 겨우 한시름 놓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타이르고, 당신에게 감사인사를 하도록 합니다.
아이는 눈물이 맺힌 눈을 소매로 북북 닦아내고서는 어설프게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합니다.
...
그렇게, 눅눅한 해후가 한바탕 끝나면 복귀가 시작됩니다.
바깥으로 나오면 축제를 위해 한껏 꾸민 도시에 아침 햇살이 내리고 있습니다.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우산 덕에 빗방울이 떨어지진 않습니다.
수도는 이맘때면 늘 날씨가 좋았는데, 제 1구역은 비의 도시 답네요.
산등성이 사이 고개 내민 태양은 때마침 시작된 부슬비에 뺨을 씻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집으로, 일터로 흩어집니다.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할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한 노여사가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는 여사의 옷, 가슴에 달린 주머니에 꼬깃꼬깃한 장미가 꽂혀 있습니다.
그래도, 그 어린 아이가 구해온거라고, 버릴 순 없었나 봅니다.
...괜찮을거에요.
평범해서 더 그림같은, 당신이 지켜낸 풍경입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장면은 전환되어, 집 안.
아이의 어머니가 거실의 소파를 권합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부지깽이로 벽난로를 들쑤시자, 훈훈한 온기가 맴돕니다.
할머니인 여사님과 손주는 사이좋게 부엌에서 아침 메뉴를 상의하기 시작하고요.
당신이 자리에 조심스레 앉으면, 부인이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입을 엽니다.
"다른 집은 벌써 장식을 끝내뒀으니 초조했나봐요. 좋은 장미는 다 팔렸을거라고 어찌나 심통을 부리던지..."
"숲에서 장미를 봤단 얘기를 듣고 몰래 나간 것 같아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는데...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부부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고뭉치 꼬마는 쟁반을 들고 뛰어옵니다.
의기양양하게 내려놓은 그릇에는 따끈따끈한 음식이 담겨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잘 얘기해주세요.
곁들임 요리로는 토마토, 양파, 조개를 푹 끓인 맑은 수프와 오렌지를 섞은 상큼한 샐러드가 준비되었습니다.
어딘지 씁쓸한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보여요.
아이도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 당신이 식사하는 모습을 요모조모 구경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꾸벅구벅 고개를 떨굽니다.
부부가 아이들을 침실로 데려가면, 여사가 넌지시 질문을 던져옵니다.
"TV에서 보던 것 보다 훨씬 어리구먼."
"도움받은 처지에 이런 말을 해도 되는가 싶지만, 힘들지는 않으신가?"
"목숨을 건다는 건 어느 시대건 쉬운 일이 아니니 걱정이라오."
...'손주를 걱정하는 할머니'라는 느낌이네요.
나름 괜찮아요.
피곤하긴하지만...익숙해지기도했고 저희 아님 누가 여길 지켜요.
"그래도, 정말 힘들고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꼭 쉬어야 해."
식사 내내, 여사는 이런저런 조언을 건네거나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잔소리를 하며 말을 계속 걸어옵니다.
그래도 걱정해주는 말이니, 고마운 마음을 어느정도 안고, (살짝 체할 것 같지만) 식사를 잇다보면, 순간 질문의 방향이 옆으로 톡 튀어나갑니다.
"근데, 옆에 있는 분은 담당자이시오?"
리베타가 흠칫하더니, 안그래도 깨작거리던 수저를 슬며시 내려놓습니다.
지금은 괜찮아요.
"둘 다 몸조리 잘 하고, 서로 잘 챙겨주시게. 가장 고생하는 일들 아닌가."
"우리는 모두 빚을 지고 있으니까. 갚을 길도 없지..."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들으며, 식사를 마친 뒤.
슬슬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면, 여사가 당신의 손에 불현듯 자그마한 물건을 하나 쥐여줍니다.
사파이어를 매달아 만든 펜듈럼입니다.
"예로부터 사파이어는 불길한 것으로부터 소유자를 보호해주는 귀물이었으니, 부적이라 생각하고 지니구려."
귀한 물건같은데...
"자자, 어서."
그렇게, 본부로 돌아가면...
삼삼오오 모여있던 연구원들이 당신을 반깁니다.
"새벽부터 고생 많으셨어요. 들어가서 푹 쉬십시오."
"이따 군복 받으러 갈게요! 재정비해둬야죠."
인사와 걱정, 호기심과 칭찬이 뒤섞인 환영은 매번 겪는 일임에도 정겹습니다.
이번 신화생물은 어떤 종이냐는 질문에 당신은 문득, 아까 느꼈던 꺼림칙함을 떠올립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리베타도 의심을 사지 않을까요?
왠지 고발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될지도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에도 영 이상하고요.
아 맞다 화이트.
이번에 좀 이상한 점이 있었어서.
신화생물이 어떤 짓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게이트에서 나올때 내 모습을 하고있었어.
복장은 리베타가 처음 입고있던 옷이랑 색만 다른 같은 옷이었고.
처음 게이트에 나오고 나서도 "도밍게즈의 지원군"이라고도 했고.
사람을 따라하는 신화생물이었던거야?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그랬는지, 인간과 구별할 방법은 없었는지, 성격같은 것도 따라했는지 등등...
좀!!
(그래도 다 얘기해줍니다)
처음등장할때부터 그랬고 인간이랑 구별하는 방법은 그쪽이 먼저 공격할때밖에 없고 성격은 너무 단편적이여서 모르겠어.
됐지?
일단 존댓말 쓰는거보면 나보다는 리베타가 말하는 나를 따라한거 아닐까? 기억을 볼 수 있다던지...
그 모습을 보고 무어라 말을 하려고 다가오던 리베타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옆에 아무 말 없이 서있기만 하는군요.
좀 같이 말려주면 좋겠는데 ...!
목적지는 하슬러 원수의 집무실.
책상에 팔을 괴고 앉은 하슬러 원수는 행성본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당신과 리베타가 도착하면 고개를 듭니다.
닥터에게 보고받았다만, 직접 듣고 싶어서 시간을 좀 빼앗았지.
당시의 이야기를 좀 더 제대로 들려주겠나?
뭐가 더 궁금해서 저를 부르셨나요?
게이트 너머에 어쩌면 인간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이 우주에 도밍게즈 말고도 인류가 존재하는 행성을 발견한 셈이니, 다들 경악하겠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화생물의 껍데기를 아는 눈치였던 것 같은데.
제가 알고 있던 로빈일거에요. ...아마도요.
하지만,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요.
확실한 건, 신화생물...같은 건 아니었다는 거에요.
걔는, 인간이에요. ... 카운...큼, 타이머기도 하고요.
타이머를 비롯한 관계자 일부에게도 한정적으로 공개하도록 하지.
누군가 물어보더라도 인간을 흉내내는 유형을 발견했다, 그 정도로만 하게.
흠, 아니. 자네들이 설명할 필요도 없네.
닥터와 리히트에게 지시하지.
입가를 가로지르는 긴 흉터가 설명하는 동안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원수는 무슨 생각인걸까요?
이런 위험한 유형이 발견되었다면 더 널리 알려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옵니다.
동료를 믿지 못하고 명령을 의심하면, 그 전쟁은 시작도 전에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도밍게즈는 명백한 전시. 타이머는 유일한 영웅이야.
그 상징성은 절대 훼손되어선 안 돼.
하슬러 원수는 한 치 망설임 없이 전술을 내놓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먼 과거부터 대물림된 외우주의 공포를 버틴 건 타이머가 구하러 오리라는 믿음 덕분이었으니까.
때론 실낱같은 희망, 한 톨의 믿음이 기적이 되는 법이잖아요?
겨우 인간을 사칭하는 신화생물 때문에, 눈 앞의 타이머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되어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뭐 원수님말씀이 그렇다면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제군, 우리는 늘 위태로웠고, 위험한 상황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네.
그럼에도, 이때까지 살아남았어.
녹이 슨 청동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납니다.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던... '세계 멸망'에 대한 예언이 있어요.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그게 언제 이루어지는지 기억났어요!
'흐르지 않는 구름, 기울지 않는 달'
'얼어붙은 사람들, 침묵하는 시계탑'
'세계의 종말이라기에도, 축제의 마무리라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
'4월 20일, 도밍게즈의 축제 마지막 날. 타이머와 카운터만을 남겨두고, 세계가 멸망했다.'
....라고!
시간이 빠듯하군. 비상이야.
대책을 마련해야겠어.
사실이라면 방비하고, 거짓이라도 대비한다.
혹시라도, 지금 한 말은 함부로 퍼뜨리지 마시게.
나가거든, 예언의 타이머를 불러주겠나?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계태엽이 돌아갈 때에나 들릴 투박한 마찰음입니다.
원수실 어디에도 시계는 커녕, 태엽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지만.
예언의 타이머에게 말을 전해주고 숙소로 돌아갑시다.
음...혹시 새로운 예언을 한번 해줄 수 있어?
"다가오는 계절의 마지막에, 세계가 멸망한다."
알았어.
모든 예언은 이루어지기 전엔 읽을 수 없는 길이오, 들을 수 없는 목소리이므로 미리 해석하려 드는 것은 썩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일치하는 두개의 예언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기엔 충분한 맛이었습니다.
축제는 코앞으로 다가와, 장미 향기를 물씬 풍깁니다.
그리고 이런 날, 타이머들을 대상으로 소집령이 떨어졌습니다.
장소는 제 14 회의실이네요.
하슬러 원수는 타이머를 비롯한 DOT의 주요 인물에게만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게이트 너머에서 인간의 탈을 쓴 신화생물이 등장했고, 리베타(원수는 X라고 불렀습니다.)는 권능을 가진 미지수라고.
그의 말에 따르면 도밍게즈는 이미 한 차례 멸망한 별이며, 중첩된 예언들이 축제 말미에 닥쳐올 거대한 재앙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까지.
DOT가 그간 알아낸 사실, 아니,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지막 가설은 타이머에게조차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달리 더 알게 된 것은 없습니다.
하긴, 본체는 하필 긁어모으기도 힘든 거품 형태였으니까요.
"야, 로빈, 파트너가 생기면 뭐가 좀 다르냐?"
하슬러 원수를 기다리고 있으면, 질문이 툭 날아옵니다.
리베타를 발견한 날 함께 있던 불의 타이머입니다.
결국 다들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옹기종기 가까이 모여듭니다.
"똑같은 속성이라면서, 힘이 강해지는게 진짜 느껴져?"
"카운터라고 부르게 될지도 몰라."
물론, 그에 그치지 않고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바람에...
수십, 수백마디가 당신에게 우다다 쏟아지지만요.
너희도 화이트냐고! 하나씩 말해!
당신의 말은 타이머들의 문장 사이사이로 바람 흐르듯 흘러가 버립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둘이 뭐하고 지냈어요?"
당신의 출동엔 으레 리베타가 동행했습니다.
연구원으로 위장한 상태라 전투 지원은 불가능했지만,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권능은 조금씩 부피를 키워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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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95/47/19 |
굴림: | 9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끔 삐끗하더라도 리베타가 곧장 신화생물의 약점을 외쳐 어렵지 않게 위기를 극복해갔습니다.
DOT도 알지 못하는 약점을 어떻게 알았냐 물으면, 리베타는 그저 헤실헤실 웃으며 갑자기 기억났다고 얼버무릴 뿐이었습니다.
전투가 마무리될 때마다 무언가 달리 기억나는 것은 없는지, 혹시 휘말리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하는게 일상이 되었고, 가끔은...
당신의 이름을 연호하며 헹가래를 하는 시민들의 손길에 휘말려버리기도 했었죠.
어디까지나 연구원인 리베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얄밉게 손이나 흔들어주고 있던 것도 기억합니다.
여가에는 도밍게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이동에 제약이 없는, 무한한 자유를 제공하는 텔레미터 덕분이었죠.
음, 사실 이렇게 사적으로 마구 사용하면 안되긴 하는데...
그리고,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닥터의 호출이 있었습니다.
리베타에게 특별 군복이 지급된 것이 그 날이었습니다.
디자인은 똑같고, 배색의 비중만 다른 새로운 군복입니다.
정식 임관을 받으면 더는 연구원 행세를 하지 않아도 되겠죠.
군복을 입고 신기해하는 리베타에게, 닥터가 훈련을 제안했습니다.
언제나 위험천만하고 생뚱맞지만, 의외로 핵심을 잘 찾는 실험을 제안하던 닥터는... 실전 훈련을 제안했었습니다.
무려 당신과 리베타의 대항전이었죠!
그렇게 낯설기만 했던 이방인에게 익숙해졌던 모든 순간들.
벼락처럼 내리친 운명이 등을 떠밀자, 시간은 순풍에 돛을 편 배처럼 쏜살같이 달려나갔습니다.
이 바다 아래엔 아직 찾지 못한 기억들과 비밀들이 가라앉아 있지만......
닥터는 억지로 기억을 되찾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며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겠냐는 무책임한 소견과 함께요.
"내 파트너는 아직 안 태어났으려나, 혼자 일하긴 빡센데 말이야."
파트너를 찾지 못한 타이머들이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군요.
그리고, 똑똑, 대답 대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끼어듭니다.
문가에는 하슬러 원수와 리히트 장교가 서 있습니다.
예언의 디데이죠.
예언의 타이머와 X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코스모스 웨이브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건국제 마지막에는 타이머가 등장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여주기 식 이벤트에 치중할 수는 없습니다.
명분은 축제의 안전 관리. 올해의 쇼맨십은 수도가 아닌 구역마다 개인 무대를 준비하고 전역에 생중계하기로 언론과 조율을 마쳤습니다.
게이트가 등장하면 전조 증상이 끝나기 전에 전원 대피가 가능해.
담당 부서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오히려 한 자리에 모여있으면 통솔도 쉽다더군.
DOT뿐만 아니라 육군과 해군, 공군까지 동시 대기할 겁니다.
타이머조차 승산을 점치기 어렵다는 절대적 포식자......
열네 명의 영웅을 한입에 삼키고 떠났다는 끔찍한 기록까지 남아있습니다.
여태 도밍게즈는 우주의 위협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연명해 왔지만, 이번에도 그러리란 법은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도밍게즈는 살아남더라도 타이머들은......
승률이 희박한 출전 명령입니다.
기준치: | 49/24/9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감히 무게를 잴 수 없는 영웅의 두려움은 그 자체로도 도밍게즈를 지탱하는 중력이 됩니다.
대신할 자 없고, 도피할 곳 없는.
목숨을 걸라고 말하는 건 명령하는 처지에서도 늘 내키지 않지.
어떤 위로도 소용없겠지만, 이건 그대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별의 운명이 달렸어. 온 도밍게즈가 함께 할 거야.
연구팀이 지금 비슷한 차례를 추리는 중이다.
차라리 아는 녀석이 나타나준다면 수월할텐데 말이지......
외우주의 신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산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무방비한 상태로 맞서는 것보단 확실히 나을 겁니다.
DOT에서 끊임없이 신화생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생태를 분석하는 건 그 때문이기도 합니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공포일수록 거대한 우주를 구축하니까.
돌아들 가게.
촉박한 여유를 즐기라고, 탈주만 하지 말고.
휴가 중에도 신화생물이 등장하면 꼼짝없이 출동해야하는 처지지만......
코스모스 웨이브가 임박하면 오히려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찾아온다니까, 마지막 평화인 셈입니다.
누군가는 괜찮을거라 애써 모두를 다독이고, 누군가는 결연한 얼굴로 죽음을 각오합니다.
누군가는 겁에 질려, 보기 불쌍할 정도로 떨기 시작했습니다.
반응은 천차만별임에도 도망칠 생각을 하는 타이머는 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도망쳐봐야 이번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면 이 별 위에 산 것은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요.
"타, 타이머 따위 되고 싶지 않았어......"
부산스러운 공포들 틈새로, 복도 끝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리베타를 발견합니다.
이편과 저편에서 눈이 마주치는 순간,
기준치: | 49/24/9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스파크가 튀고, 시간의 각인이 화끈화끈 달아오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비어있던, 그러나 원래 당신의 것이었을 무언가가 돌아옵니다.
원래도 완전했던 그릇이 가득 차다 못해 넘쳐 흐르기 시작합니다.
리베타 역시 같은 감각을 공유한 건지,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착각이 아니에요. 지금, 정말로,
불을 켜자 방 안이 환해지는 것처럼,
해가 지면 수평선에서 노을이 번지고
달이 차면 잎새 사이 볕뉘가 고이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의 '마지막 조각'인 것처럼!
복도를 건널수록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드디어, 존재의 의미를 찾아낸 것처럼.
좀 얘기가 심각하게 돌아가서...
뭐... 예언도 분위기가 심각했고, 예민한 시기니까.
그래서... 내용은 어땠어?
내가 알아야 하는 게 있을까?
나는, 널 구하려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만큼은-......
쨍쨍한 태양, 그 아래 선, 신의 첫번째 손가락.
이런 사막은, 생전 발 디딘 적 없는데......
눈부심으로 얼룩진 시야에도 당신은 그 탑의 표면에 쓰인 글씨를 발견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낯선 글귀는 황금의 몸체에 빛처럼 일렁거립니다.
전혀 모르는 글자를 익숙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가만히 읽고 있노라면, 누군가가 당신을 부릅니다.
"너한테 알려줄 게 있어."
"잊지 마, '너희'가 해야하는 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습니다.
리베타.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뜨자......
축제의 마지막 날 아침, 이상한 꿈과 함께 이른 새벽에 기상합니다.
멸망을 앞두고 제 7구역에 파견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은 드디어 디데이입니다.
옆자리를 돌아보면 리베타는 아직 자고 있습니다.
설핏 든 새벽빛은 잠든 얼굴을 비스듬하게 쓸어내립니다.
이 별에 불시착한 존재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요한 풍경입니다.
아무래도 낭만적인 내용은 아니겠죠.
몇 번 더 뒤척거리던 리베타는, 또 잠꼬대를 한 마디 더 중얼거립니다.
그 소리를 듣고 리베타가 크게 흠칫거리더니 눈을 뜨는군요.
오늘은 언제, 어떻게, 어디에 멸망이 떨어질지 모르니 긴장을 곧추세워야 합니다.
두 사람은 군복으로 환복한 후, 제 7구역을 순회하러 나갑니다.
저녁에는 쇼맨십 무대에 참석해야 합니다.
당신은 매년 해오던 것이지만, 이번엔 리베타의 존재를 처음 알리는 자리기도 하니, 무게가 남다릅니다.
해와 달의 장막을 비유하는 깃발, 바람결을 따라 흩날리는 손수건, 날씨가 맑기를 기원하며 활짝 펴둔 우산, 베란다며 창틀마다 수놓은 새파란 장미까지.
거리에는 목전의 멸망을 모르는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광장과 골목, 공원을 돌아다닙니다.
도드라지는 것이 있다면, 물론 제 7구역의 손가락일겁니다.
그런 취급받는다면 더더욱.
어쩐지...처음 만났을때 옷도 실용성 없더라.
뭐랬더라... 연예인도 아닌데 왜 이런일을 해야하냐고 그랬던 것 같은데.
외모얘기도 가리고 다니는것도 지겨워.
그럼 그로빈은 그 얘기했어?
글쎄다... 그것까진 기억이 안나네.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인형'이었어.
정확히는 인형인척 해야했어.
태어날때부터 인형같이 이쁜 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 엄마가 돌아가시기전까지는 그래도 사람취급은 해줬지만.
근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는 그때부터 나를 인형 취급했어.
학교도 못갔어. 집에서 공부를 받았고 축제하는 날마다 나는 집에 있어야했어. 언니랑 오빠가 기념품같은걸 사고면서 나랑 놀아줬지만.
하기 싫다고 반항하다가 다치기도했어. 왼쪽에 있는 흉터가 그거때문이야. 눈도 잘 안보여. 대충 실루엣은 보이지만.
그러다가 '각인'이 생겼어. 그리고 권능을 얻었지. 그 소식을 언니랑 오빠한테 말하니 그 지옥에서 빠져나와서 DOT로 가게 도와줬어.
그리고 타이머가 되서 훈련을 하고 게이트가 열리면 처리하기위해 달려가고...
힘들긴하지만 동시에 더 노력하고싶어졌어.
여기의 축제는 그냥 하나의 기념일 같은거야. 이제는 일상같은 축제.
축제때마다 무대에 올라가야한다는건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광적으로 날 좋아하는건 아니니까.
그냥 힘들지는 않냐고하거나 구해줘서 고맙다. 그거에 대한 보답이다 하면서 소소하게 선물 받는건 기분좋아.
그러니까...이번에 멸망할 위기라고 해도 사람들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게 노력할거야. 노력해서, 여기를 지킬거야. 죽음도 각오하고있어.
물론 너가 날 지킨다고한거를 무시하는건 아니니까. 목숨은 소중히 생각하고있어.
나를 그 지옥에서 꺼내준 명분이 생긴거잖아.
그쪽의 나는 카운터...가 되어서도 그짓하고있으니 싫어하는 것 같지만.
...그랬다면, 나의 카운터였던 너도 만족스러워 했을까.
사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끔 걔에 대한 생각을 하거나, 너를 보고 있으면...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래.
원래 있던 곳에서, 그곳의 너랑 처음 만났을 때...
나 한 눈에 반했었거든.
네가, 내가 한 눈에 반했던 그 로빈과 같은 로빈은 아니란걸 알면서도...
계속 좋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봐.
너는 어릴때부터 그쪽의 나랑 지냈다며.
정중앙에는 커다란 시계탑과 분수가 있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듣기만으로도 불길해지는 한마디가 귓전에 빡 내다박힙니다.
이 감각... 이 소름...
신화생물보다 무서운 (농담입니다.) 인파의 감각!
광적이지는 않은데 그래도 인기많은 건 맞긴해서.
물론, 이미 그 자리를 휙 떠버린지 오래지만요!
내내 시끌벅적하고,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골목입니다.
여러 종류의 소스를 바른 꼬치구이라거나, 과일을 정교한 모양으로 깎아 설탕물을 입힌 사탕, 바람에 흔들리는 색색의 솜사탕, 캐러멜을 입혀 튀겨낸 과자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거리네요!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불러줘.
먹고싶은건 있어?
뭐든 상관 없을 것 같아.
같이 구경하면서 먹는건데, 싫을리가 없잖아.
축제때만 되면 장미잼이 항상 있더라고.
파랑색은 아니긴하지만.
알았어.
기준치: | 65/32/13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축제 음식이란 원래 그런 법이죠.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요?
기준치: | 65/32/13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가게는 운 좋게 축제 음식 가판 대열의 끝에 걸친 일반 가게네요.
사람도 제법 복작복작한걸요?
그럼, 식빵사자.
이번엔 어디로 갈까요?
기준치: | 65/32/13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저기서 뭔가 사서 선물이라도 주고 받아볼까요?
가판 위에는 온갖 색의 보석이 박힌 반지나 팔찌, 목걸이나 귀걸이... 그 외 온갖 종류의 장신구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진짜 보석일리는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뭐 어때요.
아아- 진짜 그런 말 하면 나 너무 좋아서-.......
사람 좀 적어졌으면, 구경도 하고 가고 싶어.
그 광장의 중앙에 선 시계탑에는 분침과 초침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침만 존재합니다.
타이머의 존재를 기념하는 건축물로, 각 구역마다 하나씩 세워져 있는 것입니다.
정각이 될 때 마다 긴 종소리가 울리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저건 볼때마다 분침 없는걸 깜박한단 말이지...
솔직히 실용성을 생각하면... 시계탑의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해.
누군가는 상술이니 뭐니 말하겠지만, 이것이 흔히 이뤄지는 일종의 의식 같은 문화니까요.
보통은, 다들 믿고 장미를 던져넣는 편입니다.
항상 분수가 장미꽃으로 꽉 찼었지.
나도 축제때마다 와서 한번씩 하고갔지.
무대애서 실수안하게 해주세요-라던지
내년에도 다들 안다쳤으면 좋겠어요-라던지
올해는 무사히 멸망을 피하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네.
소원 빌어볼까?
이미 수많은 장미꽃들이 동동 떠다니는 분수는 이미 푸르게 빛나고 있습니다.
똑, 새파란 장미의 목을 꺾고, 그것을 분수대로 던져넣으며...
안녕을 기원하는 소원을 빕니다.
리베타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궁금하지만, 말해주진 않으려 하겠죠.
한켠에 설치된 파란 장미 터널과 새카맣게 물든 데카르 호수가 보입니다.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그 아래를 거닐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긴 하지만, 도밍게즈의 연인들에겐 꽤 유명한 설화입니다.
이것도 같네.
다른 점은 있어도, 이렇게나 공통점이 많은걸 보면 말야.
지금은... 완전히 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한테 첫눈에 반한 애랑 같이가게되었네.
^^
아아- 진짜--...!
지난 세대, 혹은 먼 과거의 타이머를 추모하는 흔적입니다.
호수 둘레를 따라 걷다보면, 잠깐 두 사람의 거리가 벌어지고,
그 사이에 리베타가 종이 등을 파는 젊은이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등 하나 사세요, 얼마 안 해요."
"아~... 타이머랑 아는 사이셨구나."
그리고 그 사이로 색이 다른 등을 발견합니다.
하늘로 날려보내는 풍등인지 안은 텅 비어있고, 짤막한 종이 꼬리가 달려 있습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꼬리 한쪽에는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타이머의 이름은 아닙니다.
물론, 당신이나 리베타가 알법한 이름도 아닙니다.
"아, 이건 희생자들을 기리는 등."
"타이머의 추모식과 달리, 일반 희생자들은 흐지부지 되니까."
구역에서 나름 장례를 치르고 추모한다지만, 잦은 일이고 수도 적지 않은 만큼, 하나하나 기리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그래서, 그는 짬이 날 때마다 자신이 아는 이름이라도 추모하고 있다며 쓸쓸한 얼굴을 내비칩니다.
기준치: | 10/5/2 |
굴림: | 11 |
판정결과: | 실패 |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요.
"뭐,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누가 죽고 싶어서 죽는 것도 아니고, 죽게 두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 말의 끝자락에는 서러움과 쓸쓸함이 깊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갈무리되지 못한, 누구에게도 향하지 못할 원망일지도 모릅니다.
비단 그만이 아니라-......
"이것도 인연인데, 직접 띄워보내주지 않겠어요?"
이따 공연때 띄워보내드릴게요.
소위 신의 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열네 상징 중의 하나.
인류의 불가침영역인 제 0구역과 제 13구역에도 얼핏 드러난 실루엣은 그야말로 인력으로는 설명하지 못할 불가사의 입니다.
불분명한 기원과 달리 정확히 열네 개가, 모든 구역의 정 중앙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 특히나 신화에 신빙성을 부여합니다.
멈추지 않는 풍차를 가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리베타는 별안간 어딘가 불편한지 인상을 구깁니다.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며, 무언가 떠올리는 듯하지만... 잘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한참이 지나도 리베타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외려 머리가 아프다며 손으로 머리를 짚는 모습입니다.
이대로 두통에 시달리게 두느니, 차라리 주변을 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시선을 돌리면, 근처 골목의 담벼락을 뒤덮은 벽화가 보입니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양쪽 담벼락에 똑같은 그림이 두 번 그려져 있습니다.
곳곳마다 하나씩, 열네 개의 기둥이 서 있습니다.
신의 손가락이건, 최초의 시곗바늘이건, 혹은 그 둘 다일 기둥들이.
기둥 아래 진 그림자가 유난히 캄캄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샅샅이 살펴봐도 다른 점이나 숨은 요소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은 옛날이야기 하나를 떠올립니다.
이 이야기를 어디서 읽었었죠?
동화였던 것 같기도 하고, 만화였던 것 같기도 하고...
옛날이야기가 생각나네.
"태초의 세상에는 해도 달도 두 개씩 걸려있었다."
"맞물린 힘이 강력해 낮에는 땅을 태우고 밤에는 땅을 얼리니 모든 목숨이 꼼짝없이 죽을 처지였다."
"뭉툭한 모서리에서 일어난 두 영웅은 각각 활을 겨누어선 하나의 해와 하나의 달을 쏘아 떨어트렸다."
라는 얘기였어'
도밍게즈 신화랑 비슷한 느낌이 나는걸.
또 다른 구전 신화라던가.
우리 도밍게즈 신화는...
내가 아는 신화는-
'끔찍하고 삿된 것의 등장'.
전혀 다른 별의 이야기라기엔 유사하고,
똑같은 별의 이야기라기엔 상이합니다.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리베타의 기억이 불완전한 탓일까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그건 전부 잘못된 이야기라고.
다른 별은 떠올리지 말라고.
오직, 이 별의 이야기가 전부라고.
...... 리베타의 표정을 보면, 결국 입 밖으로 내뱉은 것 같습니다.
...그냥 혼자 지내는 시간으로 돌아가고싶지 않아서 일수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를 하고 있으면,
마침 딱 타이밍 좋게 귓가의 무전이 울립니다.
[제 7시 타이머와 미지수 X, 무대로 복귀 바랍니다.]
...갈까?
꽃냄새가 휘몰아치면 도밍게즈의 달은 휘영청 밝은 얼굴을 내밉니다.
하늘에 뜬 달이 너무 밝아서, 어디로 걷든 그 점을 향해 가는 것 같을 만큼.
그 밤, 걷는 길은 왜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가요.
이 연례행사가 수도가 아닌 제 7구역에서 열리는 것은 도밍게즈 역사상 처음입니다.
오르내리는 흰 차양이 비스듬하게 하늘을 가립니다.
가장 어두운 밤, 세상 모든 것이 가라앉는 시간이 다가오면,
"언제 시작한대?"
"곧 시작할걸, 이제 10시잖아."
무대 아래는 구경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빈자리는 커녕, 무대 뒷편까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닿을 지경입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존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합니다.
그러자, 당신의 무전기를 점검하던 연구원이 그를 안심시킵니다.
"도밍게즈 국민은 어릴 때부터 수시로 게이트 대피 훈련을 받습니다."
"군도 경찰도 긴장하고 있고요."
"그러니, 다른 걱정일랑 저희에게 맡기고, 여러분은 앞만 보세요."
"타이머만 할 수 있는 일은 타이머가, 그렇지 않은 일은 다은 모두가."
마이크 박스까지 허리춤에 걸어준 연구원이 손을 털고 일어섭니다.
간단한 브리핑이 시작됩니다.
"게이트가 열리면 본부에 보고한 후, 즉시 출동하세요."
"게이트 발생 구역이 확인되면 다른 구역의 타이머들은 지시받은 위치에서 대기하며 주변을 경계합니다."
"새로운 게이트가 확인되지 않으면, 본부의 지시를 따르게 됩니다."
10시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10, 9, 8 ............
..... 3, 2, 1,
제로.
인트로를 알리는 음악, 스피커가 뱉어내는 MC의 목소리, 열렬한 환호성이 거대한 파동이 되어 백스테이지 바닥을 쿵쿵 울립니다.
준비가 되었느냐고.
... 뭐, 준비가 되지 않았어도 물릴 수는 없겠지만요.
당신에게도 진행순서는 익숙할겁니다.
매해 빠지지 않는 이벤트였으니, 이젠 대본 없이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베타의 등장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그 소개는 MC가 맡을테니까요.
무대 위에선 매끄러운 진행이 이어집니다.
곧, 두 사람의 순서입니다.
시끄러운 열기 속, 옆 사람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달아오릅니다.
리베타가 긴장한 숨을 후- 내뱉을 때 즈음,
"제 7시 페어! 지금 올라오세요!"
무대에 오르기 직전, 한발 물러섰던 연구원의 충고가 따라붙습니다.
"게이트가 열리거든......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세요."
"눈앞의 상황에 발목이 붙잡혔다간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난세의 영웅은 환호와 찬양과 박수 세례를 향해 전진합니다.
세계 멸망 디데이에 울려 퍼지는 팡파레는 숨 막히게 웅장합니다.
시선 일부는 의문을 담아 리베타에게로 향합니다.
우리가 대답 대신 무대 정중앙에 섰을 때,
그 모든 이름을 증명하는 권능에, 관객 일동은 시선을 빼앗깁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크린 너머의 MC가 포문을 엽니다.
"제 7시의 타이머, 로빈입니다!"
"도밍게즈가 가장 사랑하는, 타이머가 드디어 이 자리에 섰군요."
"오, 그리고 새로운 얼굴을 데려오셨네요."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자리를 빌려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타이머의 파트너, 카운터 리베타입니다!"
들뜬 목소리는 대본에 적힌 문장을 빠르게 읽어내립니다.
타이머와 동등한 권능을 지닌 새로운 존재다,
타이머와 함께 있을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리하여,
"타이머와 카운터의 보호 아래, 도밍게즈는 한층 더 안전해질 겁니다!"
새로운 구원자.
타이머의 파트너.
시간이 선택한...... 또 다른 영웅.
어떤 반응도 터져나오기 전에, 누군가 외칩니다.
"게이트다!"
목표 지점은 제 7구역의 손가락- 멈추지 않는 풍차 바로 위에 생성된 게이트입니다.
그 문이 벌어질수록, 가로등 불빛은 애처롭게 깜빡거립니다.
외우주의 소용돌이가 불길하게 휘몰아치며 완벽한 어둠을 담금질합니다.
똬리를 튼 게이트는 기지개를 켜듯, 사방으로 찢어져 제 7구역의 하늘을 물들입니다.
눈 깜빡할 사이, 무대 차양을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가 내리고ㅡ
[제 3구역도 게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세, 세계수 상공입니다!]
[제 11구역은 예언의 탑 상공에 열리고 있습니다. 계속 확장하는 중입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무전.
웨엥, 웨엥, 웨에에엥ㅡ
경보를 울려대는 스피커,
온갖 마디가 뒤섞인 비명.
공포 영화의 클라이맥스에나 어울릴 법한 소음들로 서막을 연 게이트는 빈틈 없이 여백을 점령합니다.
제 7구역을 넘어, 옆 구역의 하늘을 침법하고, 그곳의 게이트와 만나 경계를 잃고 온전한 하나가 되어서.
인위적인 밤이 완성되는 순간 깨닫습니다.
우리는, 지금 같은 하늘을 보고 있다고.
기준치: | 49/24/9 |
굴림: | 59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5
(
)
2
2
저기에서 무엇이 나오든, 여태까지 상대했던 그 어떤 것 보다도 강력할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밀려듭니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신화생물들과 대적해왔던들, 저것과 비한다면 티끌만도 못할거라고!
하늘이 열린다, 우주가 쏟아진다.
당신은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신의 강림을 목도합니다.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뇌리를 파고들면, 관자놀이를 못질하는 격렬한 고통이 찾아옵니다.
팽창하고 축소하길 반복하며 불규칙하게 꿈틀거리는 위족은 주변을 맴도는 행성을 때려부수고 산산조각 내며 짜증을 일삼습니다.
정중앙에서 몸부림치는 혼돈의 핵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온 몸에서 맥이 쭉 빠집니다.
손끝이 식는 감각이 등골에 선연하게 고입니다.
기준치: | 47/23/9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100
(
)
5
5
(오!!!!!!!!!!!)
옷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사파이어 펜듈럼이 쨍, 하고 강한 빛을 발합니다.
주머니에서 펜듈럼을 꺼내보면, 섬세하게 깎아낸 보석에 새파란 하늘이 일렁거리는 듯한 환각을 보게 됩니다.
눈 앞의 적은 광활하고, 등 뒤의 지켜야 할 것들은 연약하기만 합니다.
권능으로도 감히 대적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세계, 초읽기에 들어간 멸망.
군의 인솔을 따라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당장 도피 행렬을 쓸어버릴 듯 한껏 젖힌 위족도.
이대로라면 무대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몰살당할 겁니다!
기준치: | 95/47/19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43 |
시작을 알 수 없는 피리의 음계가 비명처럼 날카롭게 울부짖습니다.
볼 수 없는 눈동자, 백색 동공, 끊임없이 폭발하는 핵도 주춤할 일격입니다!
도피 행렬은 간신히 위기를 벗어납니다.
그러나, 발치에는이미 시체가 널렸습니다.
파편에 꿰뚫리거나 위족에 터져나가거나 갈라진 땅.
... 모두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방금 구한 이들도 채 몇 걸음을 떼지 못한 채 죽어 나자빠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조, 조심하세요!"
누군가 당신을 기다릴테니까.
인간은 형편없는, 최악의 상황에도 타인을 걱정하곤 합니다.
...죽으면 안돼.
우주를 뒤집어 깐 것처럼, 상상할 수 없는 캄캄한 굶주림이 도밍게즈를 삼키려 아가리를 찢습니다.
모든 영원의 중심에서 부글거리는 근본적 혼란.
형태없는 최후의 황폐함.
그것은, 아무도 그 이름을 감히 입에 담지 못하는 무한한 신격.
그 신격을 수호하듯 크고작은 신화생물 3 마리가 뒤따릅니다.
누군가 질린 목소리로 이죽거립니다.
구불거리는 위족은 주변의 신화생물이고, 인간이고, 물건이고 할 것 없이 뒤틀린 의미로 평등하게 쓸어버립니다.
도피 행렬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저 쉴 새 없이 모든 것을 때려부수는 위족을 걷어내야 합니다.
기준치: | 95/47/19 |
굴림: | 8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60 |
당신을 따라 리베타 역시 위족을 향해 강한 바람을 내지르지만, 당신과 상황은 별 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펑!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위족이 새로운 행성을 깨트립니다.
저 멀리 우주에서부터, 반파된 행성의 파편은 불타는 꼬리를 달고 지면을 향해 달려듭니다.
기준치: | 95/47/19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저대로 때려박혔다가는 두 사람은 물론, 도밍게즈가 무사하지 못할테니까요!
그러는 사이, 위족 둘이 정확히 당신과 리베타를 노리고 날아듭니다.
기준치: | 95/47/19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지만, 압도적인 힘 차이에서 오는 부하가 막심합니다.
숨을 헉헉 몰아쉬며 거친 재앙과 맞서고 있노라면, 어느세 주위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피 행렬은 끄트머리만 남긴 상태입니다.
그리고, 무전이 울립니다.
[여기는 본부, 여기는 본부. 타이머 전원 응답하라.]
[그 이름은- ......]
[무한한 아자토스.]
[위족을 걷어내기만 해선 소용없다.]
[도시의 파괴는 무시하고 중심부로 파고들도록.]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핵을 파괴해야 한다!]
도시의 파괴를 무시하겠다는 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문득, 무대에 오르기 전에 들었던 당부가 떠오릅니다.
'게이트가 열리거든......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세요.'
'눈앞의 상황에 발목이 붙잡혔다간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타이머는, 선택해야 합니다.
가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혹시라도, 진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너라도 도망쳐. 알았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체구는 공포를 자극하지만, 딱 하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어디서든 핵에 접근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높이.
그 아래, 도움닫기에 쓰기 좋은 디딤돌이 하나.
제 7구역의 손가락 꼭대기를 밟고 뛰어오르면, 핵까지 아슬아슬하게 사정거리에 들어옵니다.
세계 멸망을 일촉즉발 앞둔 위기. 기둥까지 달려가기엔 촉박한 순간입니다.
타이머는 시간을 따르는 자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자니까!
시간을 좌표삼아 공간을 뛰어넘는 방법은 이미 우리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눈을 뜨면 아득하게 멀어진 제 7구역의 풍경이 고스란히 발 아래에 있습니다.
성한 구석이 없는 도시는 장난감이라기보단, 홍수에 휩쓸린 개미굴처럼 처첨한 꼴입니다.
시민들의 대피를 돕느라 거점을 세우고, 방어 사격에 집중 중인 군인들도 보입니다.
도피행렬의 꼬리는 간신히 도시를 빠져나갔지만, 바리케이드를 채 철수하기도 전에 위족이 다시 내리꽂힙니다.
어쩌면 생명체라기보단, 블랙홀에 가까울 존재.
그저 존재만으로 세계를 집어삼킬 재앙.
당장이라도 무릎 꿇고 목숨마저 상납해야 할 것 같은 절대적인 격차....
[제군, 신을 죽일 준비는 되었나?]
무전 너머로, 하슬러 원수가 다짐을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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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곗바늘이 되어, 우주 나선의 중심- 모든 것의 시초이자 종말인 한 점을 꿰뚫습니다.
새하얀 빛이 정확한 위치에 꽂히는 것을 눈이 먼저 확인하고,
콰과가가강ㅡ
세계가 부서지는 소리가 조금 후 찾아듭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눈을 깜빡이면, 새파란 밤하늘만 남아있습니다.
이 타이밍에, 누군가가 무전으로 불길한 대사를 내뱉습니다.
[해치...웠나?]
[야, 그거 사망 플래그인 거 몰라?]
무전 너머로 타이머들이 낄낄거립니다.
역사에 기록된 것과 달리 이번엔 전원 생존한 모양입니다.
[그러길래 말을 잘 했어야지!]
[그래도 다행입니다. 다들 다친 곳은 없죠?]
[난 멀쩡해,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자리를 가만히, 고요히 지켜보다가... 당신의 부름이 뒤늦게 닿은 듯,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그제야 당신을 돌아봅니다.
너도... 괜찮지?
본부의 복귀 명령을 기다리며, 텔레미터를 만지작대고 소란을 즐기던 중,
사색이 된 표정으로, 리베타가 읊조립니다.
아자토스는....
아자토스는 돌아와!
신은,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징조를 보이지 않습니다.
꿰뚫었다고 생각했던 자리에는 상흔조차 남기지 않은 채, 아자토스는 도밍게즈 상공을 '다시' 점령합니다.
기준치: | 47/23/9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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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어도 맞설 수조차 없다는, 난생처음 겪는 무력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최악은 언제나 최악이라고 생각할 때 찾아오는 법.
여태 새까맣기만 하던 아자토스의 전신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그 안에 든 모든 행성을 게워내기 시작합니다.
하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성우가 쏟아집니다.
피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아프다는 생각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위태롭게 추락하는 동안, 귓전을 스친 별은 지면을 터트리고, 기둥을 무너뜨립니다.
폭말의 화마가 등으로 느껴지고,
죽는다.
실감을 한 순간,
몇 마디 멀쩡한 땅은 겨우 두 사람을 받아냅닌다.
온몸의 관절이 욱신거리고 근육이 비명을 질러댑니다.
재수없게 파편에 찔린건지, 장갑이며 군복에 축축하게 피가 뱄습니다.
그리고 리베타는...
제 7구역의 손가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습니다.
리베타도 기운이 없는지 고개를 반쯤 떨웠습니다.
하긴, 그럴만도 합니다.
왜냐하면...
하니만, 관통된 위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왼쪽 가슴께, 늑골과 갈비뼈, 분명히 심장이 들어있을 지점.
활칵 흘러넘친 피가 기둥에 칠해지고, 바닥까지 차근차근 적셔갑니다.
누가봐도 치명상입니다.
가물가물한 눈으로, 리베타는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이렇게 되려고.
이 다음은 분명 끝일거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전부, ...괜찮아질거야.
네가 로빈으로서 존재하고... 내가 '리베타'로서 존재한다면...
...기억에, 추억에 남는다면....
끌어당기는 중력이 머리 위에서, 발아래에서 번갈아 요동치니, 몸을 가누기가 어렵습니다.
휘청거리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붙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무심코 중심을 잡기 위해 그것을 붙잡으면,
리베타의 피로 젖어있던 부러진 손가락에 당신의 피가 덧칠해집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납니다.
깊이 가라앉은 피 냄새.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와 이 별과 이별의 경계.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낯선 장미 향기가 흘러들고,
사방이 트인 곳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철제를 두르고 피어난 새파란 장미는, 기적과 불가능의 상징.
...
그 장미 향기는 있어선 안 되는 것에게 있어야 할 곳으로 가는 길을 안내합니다.
모든 별은 제자리를 찾고, 어긋난 시간선은 다시 둘로 갈라집니다.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던 신격도 열린 우주의 틈새로 돌아갑니다.
비디오테이프를 거꾸로 되감는 것처럼,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술 자국 없이 매끈하게 이어집니다.
[아, 아자토스가 돌아갑니다. 게이트가 완전히 닫혔습니다!]
[새로운 게이트가 열릴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무전 속 목소리들이 차근차근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리베타의 형체는 점점 흐릿해집니다.
그 역시 있어선 안 될 곳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별에서 죽음을 맞게 되겠죠.
먼 시선으로 푸른 장미 아치를 바라보던 리베타가, 당신에게 후회에 젖은 유언을 남깁니다.
이 별에 있어선 안 되는 것들은 모두 왔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건 푸른 장미 아치가 유일합니다.
창문마다 장식된 파란 장미.
천공을 조각내는 빨랫줄과 총총 매달린 색동 우산들.
축제가 끝난 외로운 풍경 속, 홀로 선 사람의 뒷모습이 익숙합니다.
어린 리베타-... 아니, 호라입니다.
일곱 살쯤은 어려, 되려 당신의 또래로 보이는 그는, 사납게 달려드는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새벽인 것을 감안해도 이상할 만큼 고요하더라니, 단순히 축제가 끝나고 퇴장한 것이 아니라 대피령에 달아난 모양입니다.
과거인지, 미래인지, 혹은 또 다른 우주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당장 너머에 펼쳐진 저곳은 가깝고,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우주라도 건널 수 있을 것처럼.
당신은,
리베타의 마지막 말을 새겨듣는다면, 넘어가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문 너머의 익숙한 이는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저대로 두면, 죽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로빈?
휘잉, 거세게 부는 바람길을 느낀 호라가 고개를 번쩍 치켜듭니다.
시선이 마주치면,
처음보는 사람을 향한 생경함이 도드라집니다.
그 눈에 서린 감정은 곧 다채로운 색으로 변화합니다.
피투성이인 꼴을 보곤 걱정하고, 비슷한 군복을 보고 또 놀라고.
아, 일단 괜찮으세요?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당신을 향한 걱정도, 호기심도,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지고, 달려드는 숙적을 향한 적개심으로 눈꼬리에 날이 섭니다.
당신과 호라가 권능을 휘두르며 남은 사냥개들을 처리하자, 곧 주변에는 사체만 수두룩하게 쌓입니다.
눈 앞의 이는 '어리다'라는 절대적인 시차를 제외하면 리베타-.... 호라와, 동일 인물이 분명해 보입니다.
머리카락 한 올부터 눈동자의 한 겹까지 완전히 빼다 박았습니다.
그가 입은 군복은 도밍게즈의 타이머의 것과 배색만 다르고, 나머지는 똑같은 디자인입니다.
아무튼, 당신이 처음 보았던 그 군복이라 부르기도 뭣한 복장은 아닙니다.
리베타는 정말로 과거, 혹은 미래의 도밍게즈에서 왔던 걸까요?
분명 인기척은 없었는데...
도밍... 게즈요?
그런 나라는 처음 들어보는데.
여긴 영국의 런던이에요.
당신이 살던 별은 '도밍게즈'라는 이름인건가요?
돌아본 곳에는 푸른 장미 아치 대신, 거대한 시계탑이 똑바로 서 있습니다.
새파란 장미 꽃잎 한두 장이 나뒹굴며 착각이 아님을 일깨웁니다.
이제 어떻게 돌아가실 거에요?
지금...
기준치: | 44/22/8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쩌면, 우주를 건너온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영 뭣하면, 제가 DOT에 도움을 요청해볼게요.
아니다, 같이 DOT로 가주세요!
이곳의 파장과는 맞지 않는다는걸까요...
그리하여,
당신은 지구의 DOT 장관, 하인리히 장교 앞에 서 있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가 따갑게 뺨을 찌릅니다.
장관은 곧 의심을 억누르고 묻습니다.
거긴 어떤 곳이지?
어쩌면 대단한 조력을 구한 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상하긴 마찬가지야. 왜 갑자기 이런 이레귤러가 나타났을까...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상세하게 설명해주겠나.
(어디서부터 설명할지 생각하는중)
축제가 진행되던도중...외우주의 신격이 나타났습니다. 타이머 전원이 해당 신격을 없애기위해 노력하였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파란 장미 아치가 나타나더니 신격을 포함한 신화생물이 모래처럼 아치안으로 들어갔고...
아치너머로 사냥개와 대치중인...(힐긋)호라를 발견하여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들어오고 전투를 끝내고 나니 아치는 이미 사라진 직후였고요.
부상으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병원에서 알려진 바로는...
첫 발견당시 도밍게즈와 지구의 군복과 유사한 옷을 입고있었다. 목에 각인이 있었다. 인간이 아니라 타이머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후 리베타...그러니까 호라와 닮은 신원불명의 생존자를 보더니 '호라'라고 부르더니 도밍게즈의 지원군이라고 자초하였으나 실상은 신화생물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원수님과 리베타의 증원으로 축제 마지막날 세계가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리베타를 도밍게즈 7시의 타이머...저의 파트너로 들어오게됩니다.
그리고... 이번 신격 토벌 과정에서 사망하였고 그 직후 파란 장미 아치가 나타나 아까 말했듯 신격과 함께 아치속으로 들어갔습니다.
... 강제 개방의 조건을 알 것도 같습니다.
신의 손가락을 무너뜨리고, 서로 다른 별의 타이머들이 피를 덧칠하는 것.
그렇다고 함부로 신의 손가락을 부술수는 없는 노릇이니.... 과학 기지에 시뮬레이션을 준비시켜야겠어.
...어쩔 수 없지.
일단 숙소로 돌아갈건데, 같이 가는게 좋겠지?
숙소 가기 전에 훈련실 들렀다 갈래?
서로 능력 어떻게 쓰는지 구경도 할 겸!
상관없어.
본관의 직원들과 과학기지의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DOT를 뛰어다닙니다.
"저 사람이지?"
"진짜 외계인이라고?"
"생긴 것만 봐서는 모르겠는데."
"신화생물인 건 아냐?"
"타이머의 권능을 보였대."
저리 다 비켜!
텅 빈 곳에 사람 키만한 시계탑- 빅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관리실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애쉬라는 연구원이 설명을 시작합니다.
그랬다간 정부와 런던 시민들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걸.
그래서, 최대한 비슷한 성분과 구조로 빅벤을 복제했어.
과학기지가 아주 달달 볶인 결과물이지.
우리는 미니-벤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안심)
아무튼,
이제 미니-벤을 부수고 피를 덧칠해봐. 여기선 반응수치를 확인할테니까.
그 손을 뻗어 피를 덧칠하면, 잔해가 웅웅, 진동하며 공명합니다.
짙은 피 냄새, 귀속된 별이 달라도 흐르는 피는 똑같은 빨강.
바닷물의 짠 내음 대신, 선명하다 못해 취할 것 같은 장미 향기가 풍깁니다.
눈앞에 드리운 건 핏빛 붉은 장미로 장식한 아치-........
잠깐,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초조한 외침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뚝- 끊어집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정신을 차리면 그곳은 좁은 방, 두 사람이 머물기 빠듯할 정도로 좁고 허름한 여관입니다.
침대는 딱딱하고, 탁자와 의자는 아귀가 맞지 않아 흔들거립니다.
창문 밖은 온통 시꺼멓습니다.
욕실은 두 사람이 함께 쓰기엔 좁은 욕조가 딸려 있고......
아니, 이게 아니라.
방금까진 DOT에 있었는데!
그렇다기엔 전혀 처음보는 낯선 공간입니다.
싸구려 여관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문을 열어보려고 해도 문고리만 빙글빙글 돌 뿐,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당신의 옷차림이 달라진 것을 깨닫습니다.
설마 싶어 돌아본, 아직 잠들어있는 호라의 옷 차림도 마찬가지 입니다.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상체의 절반을 덮는 망토와 은색 시계......
.... 리베타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입고 있던 그 옷입니다.
그리고보니, 마주보는 얼굴도 어딘가, 기묘하게 나이가 더 들어보입니다.
뭐라도 알게 되겠죠!!
눈 뜨니까 여기였는데?
우리 옷도...
이게 지금 그 사람 옷이라고?
...근데 이 옷으로는 절대로 전투 못하겠네.
아니,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무슨 일이 있던거야?
나 마지막으로 기억 나는 건, 미니벤에 피 바르고, 빨간 아치를 봤는데...
그 뒤로는 몰라.
그냥 눈뜨니 여기였어.
...그리고 문도 안 열려.
삐링, 하는 문자 수신음이 들려옵니다.
두 사람 다 자연스럽게 원래 군복의 옷주머니 쪽으로 시선을 내리지만...
반대쪽에 있는 주머니에 다시 시선을 돌려 주머니를 확인합니다.
안에 들어있던 것은 그 누구의 무전기도 아닌, 생전 처음보는 휴대폰이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의 화면엔 DOT 발신, 메시지 하나가 번뜩거리고 있습니다.
(( ))
...싶지만, 휴대폰은 전파 수신 범위를 벗어났다는 경고 문구가 팝업됩니다.
그럼 발신도 수신도 되지 않는게 정상인데...?
이게 뭘까... ?
우리쪽에서는 이런거 안하는데...
이런 어이없는 메시지를 보고도 태연하게 하니마니를 논하던 너와 나,
서로 장난을 치고, 눈을 맞대던 순간.
명백하게 우리의 것이 아닌 기억입니다.
... 그래서,
어쩌면 좋은걸까요?!
그럼...어떻게 나가지?
시간이 지나면 뭔가 생긴다거나....
.....
아무리 생각해도 저 메시지대로 하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우리 어제 만났거든?
하고싶지 않다면야-
사람이 없어졌는데, 설마 가만히 손 놓고 있겠어?
너도 타이머잖아, 너 없는 사이에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냐?!
당장 오기 직전이 한바탕하고 난 이후였어서, 걱정은 되네.
어떻게든 문을 열어봐야하지 않겠냐면서요.
우당탕!
객실의 문이 바깥쪽으로 확 열리며, 두 사람은 그만 앞으로 고꾸라지고 맙니다.
바닥에 엎어진 몸을 일으키고, 부스스 눈을 뜨고 보면, 여전히 훈련실 한 가운데입니다.
미니벤은 처음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습니다.
"맙소사."
어떤 연구원의 감탄사가 들려옵니다.
이게 정말로 가능한 일이라니!
반신반의하던 연구원들이 숨을 들이켭니다.
다시 빅벤 앞에 서 있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주변을 통제한 탓에 여전히 런던 시가지는 고요하고 한적합니다.
새삼 첫 만남이 떠오르네요.
두 사람은 신의 손가락을 부수고, 피를 덧바릅니다.
부러진 신의 손가락에서부터 뼈대가 자라나고, 장미가 피어나는 동안, 음산한 목소리가 귓전에 속삭입니다.
정확히 7년 째 되는 날 문이 열릴 것이오, 순응하지 않는 자 저주받으리라……
지끈, 날카로운 두통이 관자놀이를 찔러댑니다.
아치가 완전히 열리고,
...
관문 너머에는 실종된 당신을 추모하려 모였던 사람들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얼어 있습니다.
"로빈? 진짜 로빈이야?"
"세상에, 어디 있다가 온거야!"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요!"
충격과 반가움이 뒤섞인 환호성이 들립니다.
당신을 따라온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정말로, 생명이 살아 숨쉬는 별이 또 있다니.
감탄 어린 목소리들은 끄트머리가 약하게 흔들립니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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