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 플레이로그] 12시의 도밍게즈 Chapter2. 어떤 숫자의 규칙 본문

COC 플레이 로그 (캠페인)/12시의 도밍게즈 (로빈&호라)

[COC 플레이로그] 12시의 도밍게즈 Chapter2. 어떤 숫자의 규칙

CB_PL_ 2022. 11. 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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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은 밤.
겨울이 한창인 12월의 끝자락입니다.
날이 추운 탓에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하라고 안내문자가 뿌려지는 시기에요.
창 밖을 내다보면, 뿌연 회색 하늘이 구름을 잔뜩 끌어안고 있습니다.
눈이 함빡 올 것 같은데, 정작 내리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 셈인걸까요.
 
:...
장소는 두 사람이 작년부터 써오던 개인실, 일정이 있기엔 너무나도 이른 아침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날이 많이 추워졌네.
 
로빈:응, 추워졌어.
 
로빈 , 이불을 돌돌 싸맨채로 말합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차라리 눈이라도 오면 좋은데, 날씨만 흐리고...
 
로빈:그러게. 눈은 잘 안오네.
 
:어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눈이 쌓이고 녹듯 소리 없이, 흔적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어떤 소설가의 말마따나,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납니다.
알은 새의 세계이고, 태어나는 모든 것들은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해요.
새는 신에게로 날아가겠지만, 당신은 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차이점이 있겠군요.
하여튼,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어른이 될 밤을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18살이 끝나는 겨울의 마지막 날, 도밍게즈는 어제까지 아이였던 이를 축하하는 성인식을 치릅니다.
 
:DOT의 졸업식도 같은 날 거행됩니다.
이번엔, 두 사람의 순서고요.
로빈, 당신은 어떤가요.
어른이 되고싶은가요?
 
로빈:앞으로 얼마나 귀찮아질지 생각하면 딱히...그래도 될 수 밖에 없으니까.
 
:시간의 흐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타이머, 카운터라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운명이죠.
한때엔 어른이 될 수는 있는걸까, 만들어진 생명에 불과한데도 성장을 하는걸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머리카락도 손톱도 자라나고, 키도 조금 커지고 하던 것을 보고, 금세 의문을 덮었었죠.
...
졸업식 이후, 두 사람은 정식으로 임관을 받고 도밍게즈의 구원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막중한 임무를 앞둔 셈이죠.
 
로빈: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그나저나, 슬슬 아침 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움직일 때가 왔어요.
 
로빈 ,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옷매를 정리한뒤 식당으로 갑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DOT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함을 눈치챕니다.
직원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연구원들도 무언가 떠들며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로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괜찮을지 모르겠어. 다들 무서워할 텐데."
"그래도, 본보기로는 확실할테니까....."
"수도는 여태까지 제일 안-,"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당신과 호라의 존재를 눈치채고 입을 다뭅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면, 맞은편 복도에서 누군가 휘청거리며 걸어옵니다.
술이라도 마신 것 처럼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걷고 있는 이는, 애쉬입니다.
 
:창틀을 잡고 느릿느릿 걷고 있는 애쉬는, 내내 바닥에 시선을 쳐박고 있습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일하는 날이 아닌지, 가운을 입지 않은 가벼운 차림새네요.
 
로빈 , 다가가서 말을 겁니다.
 
로빈:괜찮아요?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푹 숙인 고개,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표정이 무척이나 나쁩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걸까요? 들은 바는 딱히 없는데 말이죠.
애쉬는, 무척이나 피곤한 기색으로 입을 엽니다.
 
애쉬:... 별 일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훅, 하고 짙은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퍼져옵니다.
 
로빈:많이 피곤해보이는데, 쉬러 들어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애쉬:응, 그래야지... 쉬면 좀 나아지겠지...
 
로빈:뭐 때문에 그렇게 바쁜가요?
 
애쉬:......미안한데, 진짜 피곤해서... 다음에 얘기해줄게, ...다음에, 꼭.
 
:애쉬는 휘청거리면서도, 두 사람을 지나쳐 갑니다. 어쩐지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주 쓸쓸하고, 외로워 보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무슨일인걸까,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닌데...
 
로빈:...그러게.
 
호라 아트로포스:... 일단, 가자. 밥 먹고 나서 수업 듣고...
...날씨가 나빠서 자유 시간에도 어디 돌아다니긴 좀 그렇겠다.
방에서 TV나 볼까?
 
로빈:그럴까? 요즘 밖에 나가는 일이 많이 없네.
 
호라 아트로포스:음...
날씨가 안좋으니까. ...응, 그래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은걸거야. 분명.
 
로빈:...그런가?
호라도 기운 없어보이네.
 
호라 아트로포스:뭐랄까... 신나는 일도 딱히 없고...
 
호라 아트로포스 , 뭔가 더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닫고, 그저 미소지어보입니다.
 
로빈:...
 
로빈 , 호라의 머리를 쓰다듬합니다.
 
:어쩐지 가라앉은 분위기, 그리고 채 말하지 못하는 말들.
1년 전, '그 일'이 있는 후 부터 자주 있는 일입니다.
날씨가 안좋아서, 라는 말로 덮어버리고는 있지만, 진짜 이유는- 분명 그곳에서 비롯되는 허망함 탓일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
 
:오전 일정이 끝나고, 주어진 자유시간. 두 사람은 개인실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로빈: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익숙한 방의 정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다리에 갑작스럽게 힘이 풀립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쁘게 호흡이 드나들고 귀가 먹먹해집니다.
어지럼증이 치솟아 어디가 천장이고, 어디가 바닥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집니다.
숨이, 모자랍니다.
HP -1
...
 
:당신의 상태를 보고, 호라가 앞에 양 무릎을 꿇으며 앉더니, 당신을 끌어안고 토닥이기 시작합니다.
천천히, 호흡을 교정해주는 목소리가 울립니다.
들이쉬고 - 내쉬고, 일련의 과정을 느릿하게 반복합니다.
... 호라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어느새 익숙해진 상황입니다.
누구도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괜찮아지기를 기다릴 뿐.
그날부터, 계속된 증상이니까요.
달의 뒷편에는 수많은 흉터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요.
그래서 뒷면의 상처는 쉬이 낫지 못하고 서서히-- 곪고, 썩어가면서, 흉터로 남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거에요. 존재의 증명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법이죠.
상처받고, 흉터를 새기는 일 만이 흔적을 남기는 법입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 또한 고스란히 상처와 흉터가 되었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시간은 믿기 힘들 정도로 느리게 흘러갔습ㄴ다.
달이 회전하는 것처럼 시곗바늘도 정해진 판 위를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밑바닥. 구태여 시선을 떨구고 고개를 떨어트리지 않는 이상 마주할 필요가 없는 곳.
바로 그곳에 보이지 않는 흉터처럼 묻어둔 비밀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으면 달은 반바퀴를 돕니다.
 
:세상은 깨끗하고, 우리는 천진해요.
그러나 문득, 달이 차는 것처럼 호흡이 버거워지거나, 울렁임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곤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
시간이 조금 지나면, 호흡은 돌아오고, 어지럼증은 사그라듭니다.
야속하게도 당신이 상처받고, 흉터를 감내하는 동안, 존재는 세계에 뿌리를 내립니다.
 
:모두가 타이머와 카운터를 떼놓을 수 없는 한쌍의 무언가처럼 여깁니다.
축제 때는 타이머의 이름만을 찾던 이들이, 이제는 그 옆에 나란히 카운터의 이름을 적습니다.
아주 당연한 일처럼, 자연스럽게.
이건 모두, 살아가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일이에요.
 
호라 아트로포스:... 좀 어때, 괜찮아?
 
로빈 , 숨을 한번 크게 내쉽니다.
 
로빈:괜찮아.
이제 괜찮아졌어.
 
호라 아트로포스:다행이다...
그럼, 걸을 수 있겠어?
 
로빈 , 당신의 말을 듣고 천천히 일어납니다.
 
로빈:음,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호라 아트로포스 ,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호라 아트로포스:그럼 이만 들어가자.
아, 담요 가져다줄까? 아직 날씨 춥기도 하니까,
먼저 가서 TV 틀어두고 있어봐.
 
로빈 , 호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방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 TV를 켜면, 화면에는 익숙한 아나운서가 앉아있습니다.
주로 타이머와 카운터에 대한 방송을 담당하는 아나운서 입니다.
아직 뉴스 시간은 아닐텐데. 옆에 앉은 게스트는 ...
 
로빈: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세간에 타이머 전문가라고 알려진 남자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제 2의 타이머, DOT에서는 카운터라고 부르는 이들이 등장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세간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이례적인 예외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브라운관 너머의 아나운서가 안경을 추켜 올리며, 역시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타이머 전문가, 블랙 씨를 모시고-......"
뉴스의 목소리 너머로, 하인리히 장교의 호언장담이 스칩니다.
 
:그의 말마따나, 카운터의 등장 이후 뉴스의 판도가 뒤집혔었죠. 어느 매채도 다시는 세계 멸망을 논하지 않았습니다. 카운터의 존재가 세계 멸망을 막아내기라도 한 것 처럼 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완벽한 타이밍이야 말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 난 노인이 자신의 주름진 손등을 매만집니다.
블랙씨라고 불리는 그는......
 
로빈: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DOT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DOT가 타이머를 관리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한낱 사람이 어찌 신의 사자를 다스린단 말이오!' 라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소리치는 모습이 종종 뉴스 헤드라인에도 걸려 나오곤 했죠.
언제나 타이머의 자유를 주장하는 신실한 종교인입니다.
오늘은 흰 얼굴로 점잖은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그는 신을 예찬합니다.
"세계를 구성하기 위해서 신은 타이머를 보내셨소.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신께서 카운터를 보내신게지."
"사실상 카운터라도 부르는 것도 인간의 시선에 지나지 않습닏. 그들은 그저, 또 다른 타이머일 뿐."
 
:그는 신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타이머와 카운터를 보낸 것이 틀림없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습니다.
카운터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는 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의 신앙이란.
"세계 멸망은 어림도 없는 소리. 신을 믿고 따르면 우리는 영원한 평화를 약속받을 겁니다."
교회의 목사도 이토록 신실할 수는 없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가 한숨처럼 꼬투리를 잡으며 끼어듭니다.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리고 세계 멸망의 원인이 진정, 타이머가 홀로이기 때문이라면...... 왜 진작 둘을 만들지 않은 거죠?"
초능력과 시간의 상관관계 따위를 연구하는 박사였습니다. 제 9구역 출신으로, 상당히 이성적으로 논리적인 편이라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았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는 날카롭게 따져 묻습니다.
"타이머의 능력은 유전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작위로 등장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 수백 년간, 한 세대에 하나라는 규칙을 고수했죠."
"세계 멸망의 예언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갑작스러운 '새 타이머'의 등장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러가지 가설과 타당한 사유를 읊습니다.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지 않나요?"
안경 너머의 시선을 빛내며 박사가 이쪽을 바라봅니다.
"타이머는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공인이에요. 사람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죠."
화면 너머의 시선인데도, 형형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새로운 타이머의 존재를 떠들지 않았고, 카운터의 가족과 친구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DOT는 사생활 침해라며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렇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누가 지켜주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홀연히 나타난 의심스러운 이들을 구원자라고 믿어야 한단 말인가요?"
 
:박사의 말은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실에 상당히 가까운 편이기도 합니다.
 
로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언젠가, 리슬러 부관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리슬러 부관:카운터는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DOT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사생활에 관해선 침묵할 것이고, 그들이 타이머, 카운터로서 자각하기 전의 삶을 파헤치지 않을 것입니다.
 
:뱀같이 교활한 변명이었고, 박사가 분개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했었죠.
 
리슬러 부관:외부와 연락은 자제하도록 하세요. 여론이 뜨거운 냄비처럼 들끓는 동안에, 혹시라도 당신을 알던 이들이 노출되면 평생 시달리게 될 테니까.
 
:그는 우리에게 겁을 주는 것처럼 단호하게 말했었습니다.
전부, 우리가 달의 뒷면- 우리의 밑바닥을 모른다는 전제 하의 말이었습니다.
여론이 들끓건 말건, 시달릴 이라곤 한 명도 없었으면서 말이에요.
...
씁쓸한 기억입니다.
DOT는 어쩔 작정이었던 걸까요. 이렇게 얄팍한 거짓말을 겹쳐 쌓으면서, 언제까지고 그 거짓말들이 견고하리라고 믿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들의 성과가 그토록 훌륭하여, 한 치의 의심을 둘 수 없을거라 스스로 맹신했던 걸까요?
핑계로 연락을 막을 수 없게 되었을 떄쯤엔, 어떻게 하려던건지 모르겠습니다.
부스스 떠오르는 상념 사이로, 당신을 꾹 끌어안는 포근한 감촉이 끼어듭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담요를 몸에 둘둘 두른 채, 당신을 끌어안은 호라가 웃으며 물어옵니다.
 
로빈 , 담요를 둘둘 두른 것을 보고 담요를 들춰서 호라랑 눈을 마주칩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로빈:그러고 왔어?
 
호라 아트로포스:응,
앞은 잘 안보이지만, 그래도 아무데도 안 부딪히고 잘 왔는걸?
 
로빈:...
그러다 진짜 넘어지거나 하면 어쩔려고.
 
호라 아트로포스:괜찮아, 안 다쳐!
...아마.
 
로빈 , 의심의 눈빛
 
호라 아트로포스 , 헤헤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다가 스르르르 시선을 피합니다.
 
로빈:다음부터는 그러지마.
 
호라 아트로포스:... 알았어, 안 그럴게.
 
:때마침, 뉴스의 내용이 바뀝니다.
"로빈 언니를 진짜 좋아해요! 능력 쓰는 것도 멋있고, 엄청 예쁘잖아요! 원래는 호라 언니 팬이었어서 파트너가 생겼단 소리에 섭섭했는데..... 뭐, 타이머랑 사귈 수 있는것도 아니니까요!"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군요.
"이거봐요, 귀엽죠? 타이머 전시회에서 사왔어요."
두 사람의 모양을 본떠 만든 인형을 품에 안은 학생이라던가,
"제 7시의 타이머!"
 
:"그리고 카운터 입니다!"
라며 두 사람의 복장과 외관을 따라하고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이라던가,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화면 너머에서 반짝거립니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인기는 날로 치솟아, 관련 사럽도 천청부지로......"
리포터가 경쾌하게 떠들어댑니다.
 
로빈:
재력
기준치: 20/10/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 그런데 왜 당신의 통장엔 잔고가 이것 뿐이죠?
이 인간들이?
화면 너머에서, 활짝 웃는 연인이 사이좋게 손가락을 얽은 채로, 군번줄을 자랑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군번줄에 이름을 적어서, 연인과 교환하는게 유행이에요. 제가 타이머고, 여자 친구는 카운터죠."
두 뺨에는 여름의 붉은 기가 서려있습니다.
...
 
:도밍게즈는 타이머를 사랑합니다.
도밍게즈는 카운터를 사랑합니다.
도밍게즈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운명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브라운관 안팎으로 너무나 선명한 명제입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광고가 흘러나옵니다.
새로나온 온풍기 홍보 광고입니다.
 
:"차가운 냉기는 안녕- 무엇보다 따뜻한, 서로의 온기를 바람에 담아-"
TV 속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얼굴과 어딘가 달라보입니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화장이 짙고 조명이 강해서 꼭 다른 사람 같아요.
타이머과 카운터라는, 군인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달리,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보니... 방송 출연을 요청받거나 광고 섭외가 끊이지 않습니다.
당신도 올해만... 29개의 촬영을 다녀왔었죠.
 
로빈:(진짜 귀찮고 싫다)
(군인이라며. 이런거나 하고 앉아있어.)
 
호라 아트로포스 , 광고를 빤히 보다가, 살짝 어깨에 기대며 말합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역시 실물이 나아.
 
로빈:...그래?
 
로빈 , 그렇게 말하며 호라 얼굴을 잡고 얼굴을 들이밉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왐마야)
 
로빈:그럼 많이 봐둬.
 
호라 아트로포스:..-
아 진짜 예쁘다 ...
 
호라 아트로포스 ,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든 생각을 입으로 뱉어버립니다.
 
로빈:이제는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거야?
 
호라 아트로포스:...-?!
내, 내가 입으로 말했어?!
 
로빈:응.
 
호라 아트로포스 , 왁! 하는 소리를 내며 손으로 얼굴을 가립니다.
 
로빈 ,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로빈:그럴 수 있지.
 
호라 아트로포스:...-부끄러워--...
 
로빈:괜찮아. 굳이 말 안해도 그렇게 생각하고있는거 눈치챘어.
 
호라 아트로포스:( )
 
로빈:생각보다 이쁜 얼굴 좋아하는구나?
 
호라 아트로포스:그으--게-....
...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해.
 
로빈:근데 유독 좋아하는 것 같길래.
 
호라 아트로포스:그건 그야--
... 파트너니까, 더 좋아서 그래.
 
로빈:나도 호라 얼굴 좋아.
팬들은 머리도 못 쓰다듬잖아.
(?)
 
호라 아트로포스:( ! )
 
:"속보입니다."
광고의 마지막, 당신의 마지막 대사가 채 끝나기 전, 광고가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이미 끝났던 뉴스가 재개됩니다.
<속보로 인해 월화 드라마 ‘시간아, 멈춰라!’ 39화는 오늘 방영하지않습니다. 시청자분들의 넓은 양해 바랍니다……>
화면 밑에 양해 문구를 실은 텍스트 슬라이드가 깜빡입니다.
속보? 이런 어정쩡한 시간에?
TV를 보며 노닥거리느라 느슨해졌던 시위가 다시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금일 오후 2시 48분,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 4구역, 주택가에서 A모씨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시체가 상당히 부패했고, 집안이 오래도록 비어있던 정황을 토대로, 경찰은 타살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때아닌 속보의 내용은, 다름 아닌 살인사건입니다.
드문 일이네요. 수도는 DOT, 타이머와 카운터가 머무는 곳입니다.
도밍게즈의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게다가 정부와 DOT는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어요.
 
:살인사건이, 심지어 제 4구역 수도의 살인사건이 공개적으로 방송을 타다니!
 
로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부, 혹은 DOT가 꾸민 짓은 아닐까요?
...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해서?
화면이 요란하게 흘러갑니다.
아나운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시체는 두 눈으로 바라보기 참혹할 정도로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어, 연쇄살인범의 등장이 아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의 뇌가 분실되어......"
 
:...뇌?
 
로빈:...?
 
로빈 , 지하에서 봤던 뇌 보관통을 생각하며
 
:당혹스러움이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TV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연쇄 살인마가 뇌만 가져갈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아주, 아주 특이한 식성을 가진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
물론, 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만,
무척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인 A모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 통에 적힌 이름이... 뭐였죠?
그 이름은 분명...
기억을 곱씹는 사이, 화면 위로 피해자의 사진이 공개됩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탓에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선명하더라도 모르겠죠.
 
:뇌의 주인은 특별한 도구 없이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는 선명합니다.
사진 아래에 적힌 이니셜 A.
라벨에 적혀있던 이름과 겹치는 군요.
아르고.
... "신을 모독하는 행위가 될 겁니다-"
 
:헤집었던 기억에서 본 이름입니다.
사라진 뇌가,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습니다.
SANC 0/1D2
 
로빈: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이건 불가능해요"
몇 번이고 항의하던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립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는 분명히 DOT 소속의 연구원이었어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회사원이니 뭐니, 뉴스에서 떠드는 신상을 믿을 수 없습니다.
 
:똑똑.
뉴스가 한참 이 이상한 사건을 조명하고 있을 때, 누군가 방 문을 두드립니다.
문을 열면, 리슬러 부관이 서있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어떤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그는 흘깃, TV의 화면을 확인한 후 평소처럼 웃습니다.
 
리슬러 부관:쉬고 있는데 미안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대상으로 광고 섭외가 추가로 들어왔습니다. 강제는 아니니, 검토해보고 답변을 주면 좋겠군요.
 
:부관이 두 사람에게 서류를 하나 건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멀어져서, 아무 일도 없던 것 마냥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서류를 열면 광고의 시놉시스와 계약서가 들어있습니다.
 
로빈 , 광고 시놉시스를 보고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로빈:그러고보니, 뉴스에서 살인사건 얘기가 나왔는데. 장소가 DOT가 있는 수도래요.
괜찮은 건가요?
 
리슬러 부관:오, 그런 뉴스는 예정에 없었을텐데. 곤란해지겠군요.
보고하고,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당황이라고는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선은 비스듬하게 TV를 향합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리슬러 부관:군들의 잘못도 아니니까요.
전혀 상관 없는 문제고, 또...
군들이 어쩔 수 없는 문제기도 하죠.
타이머와 카운터가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잖습니까.
 
:위로하는 듯한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얼핏 협박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예민하다고 하기엔...
순순히 표면의 문장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로빈:그리고- 강제는 아니라고 했죠?
이번 광고는 안해도 되나요?
 
리슬러 부관:물론입니다. 그럼, 이번 광고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고 하도록 하죠.
 
로빈:네, 그렇게 전해주세요.
말이 군인이지 국민을 위한 연예인에 가깝네요.
 
:리슬러는 가볍게 인사하고, 떠나갑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일상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정적이고,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불안정한 날.
불안정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시선이 너무 많이 꽂혀, 등 뒤가 따갑고 아팠습니다.
뒷면에 흉터를 가득 쌓고 살아가는 달과 비슷한 꼴이네요.
 
:안정과 불안정이 전부 박살나는 것처럼, 오늘 밤도 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였습니다.
 
:똑, 딱, 똑, 딱.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갑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수많은 아침과 밤이 지나고,
...
띠링,
 
:한적한, 언제나와 같은 일상의 저녁 시간을 깨트린 것은 당신의 휴대폰입니다.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떠드는 안내음이 선명하게 울려퍼집니다.
「 2053-12-21, 14:32
카운터, 제 9 회의실 소집 요망 」
메시지 그 어디에도 타이머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타이머의 휴대폰 역시 조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마치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 타미어를 배제한 호출은 처음입니다.
타이머에겐 할 수 없는 이야기라도 있는 걸까요?
어떤 예고도, 조짐도 없던 호출이라 이유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신뢰가 없는 상대에겐 완전한 복종이 이뤄질 수 없는 법.
의심이 따릅니다.
카운터가 만들어진 존재라면... 또 어딘가 손을 대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검은 불신이 의심의 틈새로 뿌리 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군인에게 명령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
이번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본관은 지척이에요.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니, 사실 멀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토록 불안하고 불길한 것은... 그 가까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 어떻게 할까요?
혼자 빨리 다녀오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 짧은 순간도 언제나 함께?
 
로빈:호라.
 
로빈 , 호라에게 아까온 메세지를 보여줍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메시지를 들여다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나한테는 뭐 온거 없는데...
무슨 일일까? 카운터만 부르다니.
 
로빈:그래서, 회의실에 갔다와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회의실 앞 까지만 같이 갈래?
 
호라 아트로포스:막지만 않으면 회의실까지 같이 들어가고 싶긴한데...
일단은, 응. 같이 가자.
 
:어차피 제재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둘 다 알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혼자는 두려운 때가 있는 법이에요.
두 사람은 발걸음을 나란히 하며 서관을 함께 벗어납니다.
늘 거니는 운동장은 밤이 내려앉으면 낮과 전혀 다른 곳처럼 보이곤 합니다.
어두컴컴한 보라색을 칠한 잔디도, 경사진 스탠드도, 평평한 아스팔트 바닥도 모두.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그날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아, 유난히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
본관에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조금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호출은 카운터만 받은 것 아니었나요?" 라고 묻습니다.
이런, 어쩌죠?
 
로빈:호라도 본관에 잠깐 와야할 일이 있다고 해서요. 오는 김에 같이 왔어요.
할일 끝나면 저 얘기 끝날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어요.
말재주
기준치: 25/12/5
굴림: 1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음... 그런거였나요."
"들어가세요, 볼 일 끝나면 여기로 돌아와서 기다리면 돼요."
직원은 그리 말하며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차례대로 복도를 걸어, 다른 회의실을 지나, 곧 아홉 번재 문 앞에 도착합니다.
문 너머에는 서늘한 침묵만 가득합니다.
문밖에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불이 꺼져 있었다면 아무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을지도요.
 
로빈:같이 들어가면 분명 뭐라 할거 같으니까 나혼자 들어갈게.
 
호라 아트로포스:잘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호라 아트로포스 , 한번 꼭- 끌어안았다가 놓아줍니다.
 
:들어선 제 9 회의실에는 흰 가운을 입은 낯선 연구원들이 대기중이었습니다.
눈에 익은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나이 많은 연구원이 은색 상자의 뚜껑을 두드립니다. 테이블 위, 벌어진 상자에는 주사기와 앰플이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투명한 앰플 병에는 희미한 푸른색 액체가 흔들리고 있는데-
 
로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퍽 눈에 익은 색이었습니다.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한 액체.
...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의 근간이 되는 그것을.
기적의 색을.
 
로빈 , 뒤로 물러납니다.
 
:"능력 안정제입니다. 신체 상태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약이에요. 인체엔 무해하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뒤늦게 설명이 따라오지만, 불안하긴 매한가지입니다.
기계적으로 대답을 뱉은 연구원은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고 말합니다.
"와서 앉아요, 소매도 걷고."
 
로빈:,,,굳이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의 반응에, 연구원은 신경질적인 한숨을 내뱉습니다.
"우리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능력을 유지하고, 증폭하기 위해 온종일 매달리는 사람들이에요. 뭘 의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필요합니다."
분명 타당한 설명입니다. 미심쩍은 것은 그저, 이 밑바닥에 있는것을 본 탓입니다.
"어서 와서 팔 내미세요."
연구원이 손을 내밉니다.
 
로빈:...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요. 왜 카운터만 받는거죠?
타이머는요?
 
:"타이머에게는 불필요합니다."
설명은 지나치게 간결합니다.
앰플도 마찬가지로, 열네 개만이 가지런히 누워있을 뿐입니다.
...
이대로 맞아도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선택에는 대가가 필요하고, 누구도 대신 확신해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표정 없는 얼굴로 앵무새처럼 무해하다는 말만을 반복합니다.
오히려 카운터에게는 필요하다고.
그야, 도밍게즈도, DOT도, 구원자라 칭송받고 있는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겠지만-......
 
로빈 , 한참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노려보다가 어쩔 수 없이 팔을 내밉니다.
 
:주사기의 바늘이 피부를 파고듭니다.
당신의 피부 너머로 은색 바늘이 사라지고, 소리없이 액체가 비워집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약물은 기어코, 물거품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혈관으로 쏟아집니다.
겨우 100ml 남짓이 무언가가 들어왔을 뿐인데, 속이 울렁거립니다.
바늘이 파고든 자리가 욱신거려서, 저절로 미간이 구겨집니다.
아무 일도 아니건만, 불안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타이머는 필요치 않고, 오직 카운터에게만 필요로 하는 액체의 정체란 대체 무얼까요.
역시, 카운터의 근원 ......
 
로빈: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자면, 불현듯 어떤 데자뷰가 스칩니다.
이쪽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 옷깃을 걷어 시간의 각인을 확인하던 절차.
"제대로 확인한거 맞아?"
"분명해요. ■■의 ■■■입니다."
"주사해."
피부를 꿰뚫던 바늘.
 
:...... 이런 앰플을 주사받은 적 따위 없건만.
누구의 기억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정도는 적응 기간을 갖느라 열이 날 수 있어요. 과한 신체 활동은 하지 말고, 잘 먹고, 잘 자고, 푹 쉬어야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좀 뻐근하고 무거울 수도 있어요. 갈증이 일지 않게 물을 수시로 마시세요."
"만약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안내 데스크에 연락하시고요."
당신의 불안은 아랑곳않고, 주의사항이 쏟아졌습니다.
 
:능력이 안정화되면, 기분도 컨디션도 한결 나아질 거라는 마지막 문장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 당연했고요.
 
로빈 , 대충 알겠다는 듯 건조하게 네. 라고 한마디를 한뒤 회의실을 나옵니다.
 
:회의실을 나서면, 벽에 기대 서서 발 장난을 치던 호라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안에서 뭐했어? 이상한 일 당한건 아니지?
 
로빈:...능력 안정제라고 뭐 주사 받았어.
열 날 수도 있대.
적응 시간때문에.
 
호라 아트로포스:...그래?
그럼 내일은 어디 가지 말고 쉬어야겠다.
만약에- 많이 아프면, 식사거리도 내가 가져다 주고, 간호도 해줄게.
 
로빈:-그래. 고마워.
...방으로 갈까?
 
호라 아트로포스 ,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꼬옥 잡습니다.
 
로빈 , 따라 손을 잡고 방으로 갑니다.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이 듭니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당신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고,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으면,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 시작됩니다.
창틀을 타고 쏟아진 햇살이 침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자연스레 잠에서 깨면,
 
로빈: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몸이 뻐근하고 무겁습니다.
바짝 마른 목에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으슬으슬하고 서늘한 것이.... 감기의 전초 증상과 비슷합니다.
아, 노곤하네요...
오래 생각지 않아도, 어제 맞은 앰플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DOT에서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해가 되는 일을 시킬리가 없죠, 앰플을 맞으면서 들은 말은 사실이었던거에요.
 
:부스스거리며 움직이려던 당신의 옆으로 호라가 포르르 다가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로빈, 몸은 좀 어때? 뭐 필요한 거 있어?
담요 더 가져다줄까? ..아, 물도 떠와줘야 할까--
 
로빈:...물 좀...
 
호라 아트로포스:아, 응. 조금만 기다려!
 
호라 아트로포스 , 후다닥 뛰어가서, 물을 한 컵 가득 따라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자, 여기.
 
호라 아트로포스 , 그리고선 조심스럽게, 당신에게 건넵니다.
 
로빈 , 호라에게서 물컵을 받아 마십니다.
 
:그러고보니 지금 시간이 몇 시죠?
흘깃, 바라본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아침 11시 입니다.
...그나저나... 날씨가 엄청 추운가봅니다. 몸이 저도 모르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어요.
당신의 그런 상태를 확인한 호라가 잠시 무언가 고민하는가 싶더니, 당신의 머리카락과 자신의 머리카락을 치우고, 이마를 맞댑니다.
 
로빈: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3
 
(
1
 
)
 
 
=
1
 
:맞닿는 이마는 묘하게 서늘한 듯 하면서도, 적당한 온도입니다.
걱정을 한껏 담았던 호라의 표정이 스르르 풀리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다행이다. 열 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닌 것 같아.
많이 추우면, 이불 더 가져다줄까?
 
로빈:...응 가져다줄래?
 
호라 아트로포스 , 힘차게 응! 이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옷장 안의 예비용 담요나, 자신의 침대 위에 올려져 있던 이불 따위를 왕창 들고 돌아옵니다.
 
로빈:...그정도로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데.
 
호라 아트로포스:혹시 더 추워질지도 모르니까!
 
로빈:그럼...
 
로빈 , 호라를 끌어당겨 끌어안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로빈:잠시만 이러고 있을래.
 
호라 아트로포스 , 화아악 얼굴이 빨개집니다.
 
호라 아트로포스:그, 그래..-! 얼마든지, 응!
 
호라 아트로포스 , 잠깐 덜그럭거리다가도, 스르르 마주 안습니다. 좀 어때, 따뜻해?
 
로빈:따뜻해.
 
호라 아트로포스:(헤헤) 그럼 다행이다-
 
로빈:(꾸우우욱)
 
:...
시간은 흘러, 곧 정오- 12시가 됩니다.
 
로빈: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입맛이 영 없습니다.
점심시간인건 알지만.... 굳이 먹으러 가야할까요?
 
로빈:...(먹기 귀찮은 지경까지 온것인가.)
 
호라 아트로포스:슬슬 점심시간인데, 갈까?
 
로빈:...
 
로빈 , 잠시고민하는 듯 누워있다가 꾸물꾸물 담요하나 두른 채로 일어납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살짝 미소 짓고선 손을 꼭 잡고, 부축하듯이 데리고 식당으로 향합니다.
 
로빈 , 무기력하게 끌려갑니다.
 
:오늘의 메뉴는 부드러운 오믈렛과 부드러운 크루아상, 기름기를 뺀 연어 스테이크 한 덩이, 잘 구운 토마토와 감자 샐러드, 우유 푸딩입니다.
 
로빈: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식기를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지치고 귀찮고 힘들지만...
입맛이 없다고 해도, 뭔가 들어가니까 힘이 좀 나는 것도 같습니다.
 
로빈 , 물도 같이 마시면서 어떻게든 먹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뭐라도 먹으니까 좀 낫지 않아?
아플땐 더 잘 챙겨먹어야해. 그래야 금방 낫는대.
 
로빈:...그런거 같아.
그래도 귀찮아...
 
호라 아트로포스:귀찮아도 어쩔 수 없지.
물 다시 떠다줄까?
 
로빈:응...
 
호라 아트로포스 , 로빈의 물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금방 올게!
 
:...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애쉬와 마주칩니다.
몇일 전만해도 아주 죽을 상이었던 것 같은데, 쌩쌩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네요.
그와는 반대로 죽을상이 된 당신을 보고 애쉬가 물어옵니다.
"왜 이리 죽을 상이야, 어디 아파?"
 
로빈:...어제 능력 안정제 맞아서요.
 
:그 말을 들은 애쉬는 뭔가 곰곰 생각하는 듯 하더니, DOT 특제 영양제라도 먹겠냐고 물어옵니다.
앵간하면 힘이 빡! 하고 난다고는 하는데, 맛의 호불호가 상당하다네요.
 
로빈:...아니요. 그냥 이대로 있을래요.
 
:"그래도 가지고는 있어,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라며, 애쉬는 주머니에서 약병을 하나 꺼내 손에 쥐여주고 떠납니다.
반투명한 플라스틱 병 안에 든 것은 새하얀 알약 더미입니다. 뚜껑을 열어봐도 냄새는 딱히 나지 않네요.
 
로빈 , 고민하다가 약을 하나 먹습니다.
 
로빈: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으엑, 커피사과음료 맛이에요.
맛없어...
 
로빈: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래도 아까보다는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효과가 좋다던 말은 진심이었나봐요.
...
두 사람은 다시 개인실로 돌아왔습니다.
호라의 부탁과 잔소리에 못 이겨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게 되었습니다.
... ...
 
:가만히 누워만 있으려니 영 심심한데요.
뭔가 할만한 것을 부탁해볼까요?
 
로빈:...호라.
심심해.
 
호라 아트로포스:-?!
으음... 딱히 할만한 게...
... 나 취미로 바느질 하던 거 있는데, 갖다줄테니까 너도 해볼래?
 
로빈:...망칠 수도 있을텐데.
 
호라 아트로포스:괜찮아, 다시 하면 그만인걸.
 
로빈:음...그럼 한번 해볼래.
 
:호라는 방긋 웃으며 자수를 새기던 천과 바늘, 갖가지 색의 실을 가지고 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소소한 취미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
어느덧 오후 3시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아플때는 잘 자는 것만큼 좋은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좀 이르긴 하지만, 숙면을 취하도록 할까요.
 
:... ...
언제부터 오른건지, 몸에서 나기 시작한 열 때문에 쉬이 잠이 오지 않습니다.
뒤척뒤척거리기를 몇번 반복하고 있으면, 호라가 느릿하게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조심스레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줍니다.
온 몸에 내리앉은 서늘함과 열감은 그대로지만, 어쩐지 마음만큼은 적당한 온기를 품게 된 기분입니다.
 
로빈: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스르르, 정신이 차차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점점 잠에 빠져드는 당신의 귓가로, 은은하게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늘은 꿈도 꾸지 않고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빈 , 눈을 지그시 감고 잠을 청합니다.
 
:한 시간, 두 시간...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요. 똑딱거리는 시계소리를 들으며 부스스 뜬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둑어둑한 방 안입니다.
커튼이 닫혀있어 창 밖은 보이지 않지만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밤이거나, 이른 새벽인 것 같습니다.
일으키려는 몸에 무거운 감각이 느껴집니다.
슬적 내려다보면, 호라가 당신이 자는 내내 옆을 지키다가 잠든 것인지, 당신이 누운 침대 위에 몸을 살짝 뉘이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로빈 , 그것을 보고 호라를 흔들어 깨웁니다.
 
로빈:침대에 가서 자...
 
호라 아트로포스:...-아... 음...
 
호라 아트로포스 , 눈을 비비며 일어납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언제 일어났어? ...아, 몸은 좀 어때?
 
로빈:좀 무거워,
그것말고는...괜찮아.
 
호라 아트로포스:... --
 
호라 아트로포스 , 몸을 일으켜 살짝 거리를 둡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나 때문은 아니지..?
 
로빈:아니.
괜찮아
 
호라 아트로포스:괜찮다면 다행이고...
 
호라 아트로포스 , 늘어지게 하품합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나 그럼, 조금만 자고 올테니까... 이따가 일어나서는, 같이 나가서 놀다가 오자.
 
로빈:그래. 편하게 자고 와.
 
:호라가 자신의 침대로 비척비척 걸어가 풀썩- 소리를 내며 눕는 것이 보입니다.
그렇게 엄청 아프던 것도 아닌데, 많이 걱정했나봐요.
밤새도록 옆에 있던 걸 생각하면 말이에요.
...
똑딱거리며,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갑니다.
한 시간, 두 시간, ...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이 돌아왔습니다.
 
:커튼이 쳐진 창 밖에서 환한 햇살이 틈새로 비쳐들어옵니다.
오늘은 날이 좋네요.
부스스, 하는 소리를 내며 잠들었던 호라가 일어납니다.
일어나고 나면 나가서 놀자고 했던가요,
하룻밤 푹 쉬고 일어난 덕에 컨디션도 괜찮으니, 식사를 하고 원하는 대로 하루를 보내줍시다.
 
로빈:일어났어?
 
호라 아트로포스 , 하아아품합니다. 으응, 일어났어.
 
로빈:어디 놀러갈 곳 생각했어?
 
호라 아트로포스:글쎄다... 곧 크리스마스도 오고, 졸업식도 오고 하니까,
선물사러갈까?
 
로빈:그럼 쇼핑물에 가야겠네. 누구한테 선물 줄려고?
 
호라 아트로포스 , 방긋 웃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소중한 파트너 말고 누가 더 있겠어!
 
로빈:다른 타이머?
 
호라 아트로포스:...아- 맞아, 걔들 선물도 준비해야지, 참.
 
로빈:그럴 줄 알았어.
 
호라 아트로포스:(에헤헤...)
 
로빈:...뭐, 그럴 수 있지.
 
로빈 , 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다른 애들 챙긴다는 얘기가 별로 달갑지 않은 듯 하다.
 
호라 아트로포스 , 잠깐 눈치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그래도, 로빈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로빈한테 제일 좋은 선물을 주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갖고 싶은거 있어? 필요한거나-...
 
로빈:음-...
 
로빈 , 호라를 빤-히 바라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우왁)
 
로빈:갖고싶은거라...
거기 가서 말해줄게.
쇼핑몰 가서.
 
호라 아트로포스:음...그래, 그럼, 빨리 놀러갈 준비하자.
 
호라 아트로포스 , 침대를 샥샥 정리하고 일어납니다.
 
로빈 , 따라 자신의 침대를 정리합니다.
 
:두 사람은 외출 준비를 마치고, 쇼핑몰로 향합니다.
향한 곳은 제 4구역, 수도에서 가장 큰 쇼핑몰입니다. 여성 의류, 남성 의류, 유/아동 의류부터 신발, 가방같은 잡화나 수공예품, 생활용품도 판매합니다.
지하에는 커다란 수족관이 있고, 가장 윗층에는 영화관이 들어선 형태입니다.
1층 입구에서부터 영화관의 상영 영화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영화는, 악당에게 쫓기는 타이머를 돕던 주인공이 위기일발의 상황에 카운터로 각성하는 로맨스 액션 영화입니다.
 
로빈:(허참)
(허 참내...)
 
:아, 참고로, 타이머와 카운터 굿즈존도 따로 있답니다?
 
로빈:(안가)
 
:정말로요?
 
로빈:(내 인형 보기 싫어)
 
호라 아트로포스:으음~ 다른 애들 선물은 뭐가 좋으려나 ~
 
로빈 , 호라를 잠시 바라보다가 호라의 손을 잡고 악세사리를 파는 곳에 갑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그 손을 맞잡고, 진열된 악세서리 사이를 걸으며 구경합니다. 와, 저거 진짜 예쁘다! 아, 저것도!
 
로빈 , 반지가 있는 곳으로 가 주황색 보석이 박힌 반지를 들더니, 호라의 왼손 약지에 껴줍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제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손을 접었다 폈다를 몇 번 반복하다가, 이거-... 하고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맙니다. 조금 놀란 표정입니다.
 
로빈 , 만족스러운 표정
 
로빈:왜, 다른 사람 건들지 말라는 의미로.
 
호라 아트로포스:...-(와악!!)
 
로빈:호라는 인기 많잖아?
 
호라 아트로포스:그-
...렇긴하지, 응,
근데, 그러면 말야...
 
호라 아트로포스 , 마찬가지로 파란 보석이 박힌 반지를 하나 집어 들어, 로빈의 왼손 약지에 끼워줍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너도 인기 많으니까.
 
로빈:많고 싶지 않은데.
 
호라 아트로포스:어쩔 수 없잖아, 뭐...
 
로빈:이쁘다는 얘기는 호라가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호라 아트로포스:...
(우아악)
가, 갑자기 그런 말!
 
로빈:왜, 싫어?
 
호라 아트로포스:...--
 
호라 아트로포스 , 얼굴 빨개집니다. 시, 싫을, 리가-...
 
로빈 ,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습니다.
 
로빈:계산할까?
 
호라 아트로포스:으, 으응, 계산하러 가자,
 
로빈 , 잠깐 반지를 뺍니다. 계산해야하니까.
 
호라 아트로포스 , 조심조심 반지를 빼고 계산을 부탁합니다. 이거 얼마에요-?
 
로빈: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두 사람이 반지의 값을 계산하고, 진열되어 있던 것 대신 새것을 가져오겠다는 직원의 말에 잠깐 기다리고 있는 사이,
"어? 저기 두 사람, 타이머랑 카운터 아냐?"
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두 사람을 돌아보고...
 
로빈:(아...진짜...)
 
:스멀스멀 가까워지나 싶더니,
사인을 해달라는 둥, 같이 사진 한번만 찍자는 둥,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로빈:여기는 공공장소입니다. 이렇게 소란스럽게 하면 안돼요.
 
:당신의 말에 마법같이, 사람들의 열기가 스멀스멀 식어듭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맞아요, 이렇게 몰려있으면 다른 분들 길 다니기에도 힘들거고, 잘못하면 누가 다칠 수도 있다구요.
 
:호라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어주며, 어른들의 물살에 그만 넘어지고 말았던 아이를 일으켜 세워줍니다.
아이의 두 눈이 반짝이며 두 사람을 응시하지만, 열광으로 번지지는 않습니다.
대중들은 잠시 웅성거리나 싶더니, 두 사람과 조금 거리를 둡니다. 안전거리는 확보했네요.
곧, 직원이 와서 작은 반지 전용 함 두 개를 건네줍니다.
 
로빈:감사합니다...
(급격하게 힘듬)
 
호라 아트로포스:...
잽싸게 도망갈까? (속닥)
 
로빈:...그래.
 
호라 아트로포스 , 반지함을 받고, 로빈의 손을 잡더니, 냅다 달려나갑니다. 도망쳐!!
 
로빈: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대중을 따돌렸습니다.
...만, 이대로라면 쇼핑몰을 더 둘러보긴 힘들겠는걸요.
 
호라 아트로포스:다른 애들 선물은 다음에 와서 사야겠다...
 
로빈:...개인은 무슨...이래서는 외출하기도 힘들잖아...
 
호라 아트로포스:다음부터는 확 가면이라도 쓰고 다닐까봐.
 
로빈:후드티라도 없어야하나
(입어야하나)
 
호라 아트로포스:것도 좋은 생각이다!
인터넷으로 배달 시켜도 오려나?
아니면.. 이 난리를 또 겪어야 할텐데...
(에휴.)
 
로빈:뭐어... 어쩔 수 없이 있는 옷으로 어떻게든 가려서 사러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호라 아트로포스:옛날 사람들처럼 외투로 머리 꽁꽁 싸매던가 해봐도 좋겠다.
...아무튼!
쇼핑몰은 이제 힘들 것 같고, 또 어디로 가볼까--
뛰어서 힘든 김에 뭐든 먹으러 갈까?
 
로빈:그럴까? 카페 갈래?
카페 갔다가 서점 잠깐 들르고 돌아갈래?
 
호라 아트로포스:좋아!
 
:두 사람은 나란히 길을 걸어갑니다.
흰 테이블과 푸르른 식물로 꾸며진 카페는, 수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초콜릿 카페입니다.
마실 것은 커피와 녹인 초콜릿 -당도 조절도 가능하다나요.- 정도고, 취향에 따라 마시멜로를 띄울수도 있습니다.
수제 초콜릿과 케이크, 쿠키,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달달한 냄새가 진동하는걸요.
 
호라 아트로포스:마실 것 말고, 뭐 더 먹고싶은거 있어?
 
로빈:음-
 
로빈 , 매뉴판을 잠시 보다가 고개를 저읍니다.
 
로빈:괜찮을 것 같아.
 
호라 아트로포스:그래?
난 케이크 한 조각 시킬까 하는데,
나눠먹는건 어때?
 
로빈:음, 그래.
 
:마실것과 먹을 것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또 인파가 몰릴 것이 불보듯 뻔한 탓에, 가게 안쪽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요.
눈이 편안해지는 부드러운 조명과, 달달한 냄새가 썩 괜찮습니다.
곧, 메뉴가 나옵니다. 초콜릿 케이크 위에 초콜릿으로 데코한 조각 케이크는 무척이나 달아보이고, 두 사람의 앞에 각각 놓인 커피는 색 만큼은 초콜릿과 닮았지만, 씁쓸한 향이 꽤 섞여있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포크로 케이크의 끝을 살짝 잘라들고, 입에 와악 집어넣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엄청 달아!
 
로빈:케이크니까 달지.
 
호라 아트로포스:케이크인걸 알아도, 엄청 달아!
 
호라 아트로포스 , 케이크 끝을 또 살짝 잘라 들곤, 로빈을 보며 아- 하는 소리를 냅니다.
 
로빈 , 그것을 보고 자신에게 주는 케이크를 먹습니다.
 
로빈:음-...
 
로빈 , 커피를 한모금 마십니다.
 
로빈:...너무 달아.
 
호라 아트로포스:그치, 엄청 달지?
 
호라 아트로포스 , 놀란듯이 말하면서도, 손은 또 케이크로 향합니다.
 
로빈 , 그것을 보고 다시 커피 한모금을 마십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우물우물 케이크를 먹다가 물어봅니다. 한 입 더 먹을래?
 
로빈 , 그말에 고개를 저읍니다.
 
로빈:아니... 괜찮아.
 
호라 아트로포스 , 쬐금 아쉬운 표정입니다. 너무 달아서 싫어?
 
로빈:...
한입 더 먹을게.
 
호라 아트로포스:취향 안 맞으면 굳이 안 그래도 괜찮은데,
 
로빈:아니야, 괜찮아. 지금 단게 필요해서.
 
호라 아트로포스:그래?
그러면, 자, 아- 해봐-
 
호라 아트로포스 , 포크로 케이크를 크게 조각떠서 건네며 말합니다.
 
로빈 , 건네주는 것을 받아먹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그 모습을 가만 보다가 배시시 웃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진짜 달다. 그치?
 
로빈 , 그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말합니다.
 
로빈:더 달게 만들 수 있는데.
 
로빈 , 호라에게 얼굴을 들이밉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엄마야))
 
호라 아트로포스 , 확 얼굴이 빨개집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나 진짜 자주 생각하는건데 말야,
로빈, 처음 만난 날이랑 비교해서 ... 엄청 대담해진 것 같아.
아- 그, 시, 싫다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그...
좋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
 
로빈 , 그것을 보다가 뺨에 입을 맞추고 뒤로 물러납니다.
 
로빈:(웃음)
 
호라 아트로포스 , 작게 우아아 하는 소리를 내며 손으로 얼굴을 확 가립니다.
 
로빈:좋다고 하니, 안할 이유가 없지.
 
:카페에서 한참을 장난치고, 대화하던 두 사람은 다음 장소인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도밍게즈의 온갖 구역에서 책을 전부 모아 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큰 서점입니다.
가벼운 클래식 음악이 건물 안에 틀어져 있고, 소곤거리는 말 소리를 제하면 아주 조용합니다.
사고 싶은 책이 있다면 검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물론, 서점이 매우 넓기 때문에 그저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걷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는 모험이 될 것 같습니다.
 
로빈 , 문학 코너쪽으로 갑니다.
 
:수많은 문학책들이 진열된 코너입니다.
 
로빈 , 타이머랑 카운터 얘기만 아니면 돼 하는 마음으로 적당한 소설책을 찾습니다.
 
로빈: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평범한 소설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니까, 타이머와 카운터 얘기로 가득한 글이요. 도밍게즈에서 평범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로빈:...
(다시 원래자리에 두기)
 
호라 아트로포스 , 마찬가지로 책을 꺼내서 살짝 살펴보다가 다시 제자리에 둡니다.
 
호라 아트로포스:다들 타이머랑 카운터 이야기밖에 안쓰는걸까,
맨날 좀 괜찮은데- 싶으면 꼭!
 
로빈:...그러게.
 
로빈 , 우주 관련 책이 있나 봅니다.
 
로빈: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우주와 달과 별과 인간> 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합니다.
오, 읽을만 할지도요?
 
로빈 , 꺼내서 카운터랑 타이머 내용 없는 걸 확인하고 이책으로 하기로 결정합니다.
 
로빈: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보다 힘드네...
 
호라 아트로포스: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몰라.
 
로빈:이걸로 해야겠다.
다른 책 찾기 귀찮다...
 
호라 아트로포스:나는-......
(쩝,) 찾다가 시간 다 갈것 같으니까 그냥 갈래.
 
로빈:그래도 괜찮아?
 
호라 아트로포스:로빈이랑 그 책 같이 읽지 뭐.
 
로빈:그래, 그럼.
 
로빈 , 책을 들고 계산대로 갑니다.
 
:계산대로 가고 나니 불현듯, 아까 쇼핑몰에서 일어났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거... 또 잘못하면...?
 
로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불안감에 주변을 휙휙 둘러보면, 딱 지금, 사람이 없는 타이밍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침 다행이네요!
가져온 책을 계산하고, 계산대에서 떨어질 때까지도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지나갑니다.
...
서점 밖으로 나오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돌아갈 시간이네요.
 
로빈:슬슬 가야할것 같네.
 
호라 아트로포스:오늘 재밌었다, 중간엔 잠깐 힘들었지만.
 
호라 아트로포스 , 배시시 웃습니다.
 
로빈:그러게.
카운터랑 타이머라서...
 
호라 아트로포스:그래도, 타이머여서 싫지는 않아.
아니었으면 너랑 못 만났을지도 모르잖아?
 
로빈:그렇긴하지.
 
로빈 , 그리 말하며 손을 잡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손을 꼭 맞잡습니다. 이제 가자! 늦으면 혼날지도 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조금 피곤해지긴 했지만, 몸 상태도 나빠지지 않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그나저나, 앰플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정말 능력의 안정화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로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DOT의 계략을 종잡기가 어렵습니다.
단순히 개발이 늦게 끝났던걸까요?
 
로빈:(이미 하고있는 걸 수도..._
 
:처음만난 초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겨울의 중턱입니다.
겨울 바람이 세차게 고개를 들이밀때마다 서리가 창에 내려앉고, 너테가 창틀을 뒤덮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코끝이 다 시리더라니까요.
옷차림이 나날이 두툼해지고, 바깥에 나가기 꺼려지는 시기가 오고야 맙니다.
...
크리스마스를 보내고나면, 매해, 타이머의 성인식을 겸한 졸업식이 열리곤 합니다.
 
:본관의 식당을 비우고, 시시한 형광등 대신 화려한 샹들리에를 걸고, 산더미같은 음식을 테이블에 쌓으면서요.
오늘은 유난히 음식이 풍성합니다.
익힌 자몽과 아스파라거스를 가니시로 곁들은 채끝 스테이크, 발사믹 소스에 조린 마늘을 얇게 썰어 장식한 꽃등심, 달콤한 데리야끼 소스를 얹은 양고기 스테이크가 차례대로 그릇 위에 오릅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코코넛 쉬림프, 윤기가 흐르는 닭의 날개와 다리 구이, 여러 가지 양념을 입힌 감자 튀김.
무려 다섯 종류의 두툼한 소시지와 버터에서 노릇하게 구워낸 빵, 한입 베어물면 내용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펌킨 파이부터 라즈베리 파이, 블루베리와 치즈를 넣거나 얇게 저민 고기와 자극적인 소스를 때려넣은 미트파이까지.
파이끼리 겹쳐 쌓은 산이 당신의 눈높이와 비슷합니다.
 
:그뿐인가요, 치킨을 얹은 샐러드와 라코타 치즈를 얹은 샐러드, 스테이크를 얹은 샐러드까지 가세해 테이블 위는 온갖 색으로 알록달록합니다.
자허 토르테와 일곱 가지 색깔의 크레이프 케이크, 두꺼운 크림치즈 지붕을 가진 당근 케이크, 딸기를 올리고 사이사잉 절여넣은 생크림케이크.
세상의 모든 달고 귀한 것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네모반듯한 캐러멜,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사탕, 펑펑 솟아나는 초콜릿 퐁듀......
이름을 알 수 없는 쿠키로 지은 과자의 집과 아이스크림의 층을 보자 입안에 절로 침이 고입니다.
먹을 것이 잔뜩인 가운데, 홀의 끄트머리에는 끊임없이 황금색 술을 뿜는 분수도 있습니다.
 
:도수없는 사과 샴페인은 향긋하고 달콤합니다.
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아서 자꾸 목구멍 너머로 미끄러집니다.
황금을 녹인 것처럼 완벽한 액체는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서 여러가지 색깔로 반짝였습니다.
음식에서 시선을 떼면,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잘 차려진 음식 위로 부드러운 선율이 춤을 춥니다.
익숙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차림새로 하나둘 모여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머리를 땋고, 누군가는 악세서리를 차고, 누군가는 드레스를 차려입고, 누군가는 정장을 차려입은 채로.
평소 같지 않은, 새로운 계절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단연, 당신의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옆자리의 호라지만요.
졸업식의 목전, 술 냄새가 겨울바람을 타고 물결치면, 테라스 너머로 눈이 종이꽃처럼 나풀나풀 날리고, 오롯이 아이들만을 위한 연회가 열렸다더라.
 
로빈 ,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음식들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 바로 옆에 붙어서 따라갑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진짜... 엄청난데!
준비 열심히 했나봐-
 
로빈:졸업이라고 이렇게 했나보네.
 
호라 아트로포스:하긴- 졸업식한다고 쟤들도 엄청 꾸미고 왔는데,
DOT에서 가만히 있을리가 없지.
 
로빈:그럴려나...
 
호라 아트로포스:아- 뭐 부터 먹어볼까 고민이네~
 
호라 아트로포스 , 그렇게 말하면서 이 음식 저 음식 골라다가 그릇에 옮겨담습니다.
 
로빈 , 호라를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샐러드랑 스테이크 몇조각을 그릇에 옮겨 담습니다.
 
:신선한 샐러드와 입에서 사르르 녹는것만 같은 황홀한 맛의 스테이크가 아주 일품입니다.
평소에 제공되던 식사도 참 좋았지만, 이렇게 완전 단단히 준비했다는 느낌은 또 처음입니다.
 
로빈:...(뭔가 부담스럽고 불안해)
(앞으로 무슨 일을 시킬려는건지...)
 
:당신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라는 한창 즐거운 듯, 밝게 웃고 있습니다.
뭐, 좋은게 좋은거 아닐까요.
 
로빈 , 호라에게 넵킨을 줍니다. 흘리지 말고 먹어.
 
호라 아트로포스:(엇) 고마워,
 
호라 아트로포스 , 냅킨을 받고 입가를 톡톡 닦습니다.
 
로빈:천천히 먹어. 다 흘린다.
 
호라 아트로포스:천천히 먹고 있는거야, 나름대로.
 
로빈:... 그럼 그릇에 대고 먹어.
 
호라 아트로포스:...헤헤.
 
호라 아트로포스 , 멋쩍게 웃기만 할뿐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그치만, 이런걸 또 먹을 기회가 언제 있겠어.
어른이 되면 바빠질텐데.
 
로빈:그렇게 먹다가 체하면 난 모른다?
 
호라 아트로포스:괜찮아, 괜찮아! 여차하면 9시 페어한테 도와달라하면 돼!
 
로빈:(흐릿한 눈)
 
:왈츠곡은 경쾌하게 샹들리에를 스쳐 지나갑니다.
드레스 자락들은 꽃잎처럼 펼쳐지고, 자켓의 꼬리는 제비의 것인 냥 흔들립니다.
시간은 무르익고, 분위기는 편안해져갑니다.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며, 운명을 따라갑니다.
눈은 소리 없이 내리므로 눈 깜짝할 새에 잔뜩 쌓여있곤 합니다.
겨울은 안식의 계절.
 
:세상을 뒤흔드는 재난과 재앙도 잠시 숨을 돌리는 시기입니다.
종종 타이머와 카운터의 손길을, 발걸음을 구하던 이들도 잠잠했습니다.
졸업식이라고 해봐야 사실, 별달리 설렐 것은 없습니다.
할 일은 정해져 있으니까.
자유는 축소당하고, 책임은 멍에가 되며, 의무는 발목을 잡겠죠.
마땅히 휘두를 수 있는 권리도 마뜩잖을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것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
언젠가, 두 사람은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혹은 빨리 어른이 되길 잘했다고 안도하게 될까요?
알 수 없는 미래만 남은 가운데, 유난히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분 탓이라기엔 미묘하게 공기가 느슨합니다.
이 순간에 우리를 붙잡고 싶은 것처럼, 꼭 시간에게 자의라도 있는 듯.
 
:DOT에서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기묘한 위화감과 애매한 기시감은 중첩되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넘겼고, 두번째에는 세계의 멸망이라 여겼으며,
모든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카운터의 정체 탓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새파란 장미도, 아치문도, 다시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도 축제의 그 날이 마지막이었어요.
시간은 다시금 멈추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여전히 그 일의 주모자를 모릅니다.
 
:그것은 무엇이 안배한 발견인가.
카운터에게 자신의 근원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래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그날의 파란 장미가, 시곗바늘이 가리킨 것이 불가능이었는지, 기적이었는지 모르겟습니다.
의문의 틈새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들어온 것은 정복을 차려입은 하인리히 장교였습니다.
리슬러 부관은 꼬리처럼 그 옆에 선 채, 품 안 가득 꽃을 안고 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충분히 즐기고 있으신가?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샴페인으로 목을 축입니다.
이런, 논 알콜이군, 하고 덧붙이는 목소리가 퍽 아쉬워하는 듯 했습니다.
그는 상투적인 문장으로 서두를 엽니다.
 
하인리히 장교:우선 졸업을 죽하하네.
시간이란 금세 뛰어가는 법이지.
어린애들이란 특히 빨리 크니까.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으리라고 믿어.
 
:어떤 기회도, 자유도 없는, 선택을 박탈당한, 축하해줄 사람 없이 형식적인 졸업장만 끌어안게 될 졸업식이건만.
그에게는 퍽 감회가 새로운 모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타이머와 카운터로서, 자네들이 받는 기대와 애정, 지지가 어떤 것인지 좀 실감하나?
 
:짐을 얹어주겠다는 티가 노골적인 질문입니다.
이전 세대 타이머가 지니고 있던 책임감도 이런식으로, 눈처럼 한 겹씩 쌓여갔겠죠.
시선은 집요하게 당신을 좇습니다.
대답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뭐, 바라는 말은 하나 뿐이겠지만요.
 
로빈:네, 실감이 되네요.
 
하인리히 장교:그래, 그렇겠지.
자네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제일 큰 팬으로서 보내는 축하 선물일세.
 
:하인리히 장교가 드디어 한 걸음 물러섭니다.
리슬러 부관이 두 사람에게 각각 꽃다발을 안겨줍니다.
꽃은 계절을 잊고 흐드러졌습니다.
사랑을, 순결을, 헌신과 매력을 상징하는 향이 홀을 떠돕니다.
새파란 장미의 향과는 전혀 다른 희미하고 은은한 향기입니다.
누군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 포장지 구겨지는 소리가 들리고,
 
하인리히 장교:성인이 되고나면, 자네들에게도 본격적으로 많은 임무가 부여되겠지.
부디 그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어른, 어엿한 군인이 되길 바라네.
 
:진부한 당부가 마지막까지 쫓아옵니다.
한 걸음 성큼 다가온 하인리히 장교가 당신과 호라의 목덜미에 무언가 걸어줍니다.
소속과 인식번호가 적힌 군번줄이군요.
 
하인리히 장교:새 제복과 계급장은 개인실에 보내두었으니, 돌아가면 확인해보게.
 
:은색 표면이 매끄럽게 빛나고, 패인 각인이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일정이라도 있는걸까, 손목시계를 한 번 들여다본 그가 고개를 들어 우리들을 바라봅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리고, 일러둘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첫째, 오늘부로 카운터의 자유로운 외출을 허락하지.
전처럼 타이머와 동행하기를 바라는 바이나, 강요하지는 않겠네.
대신 외출 시 사전에 외출증을 작성하고, 외박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로빈 ,호라를 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
 
호라 아트로포스 , 슬적 시선을 피합니다.
 
로빈:...(넘어가기로 함)
 
:하인리히 장교는 이어서, 군에서 지급한 휴대폰의 연락 제한 역시 풀리리라고 선언합니다.
그 말은 즉,
외부와 연락이 가능하다는 소리일텐데.
카운터의 가족이, 고향과 과거가 이 별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어른들과 DOT,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이 문장이 무척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띵동, 때마침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외부와의 연락이 허가되었습니다. 군내 기밀을 유출할 경우 군법에 의거, 합당한 처분을 받게 되며......]
길고 긴 안내사항입니다.
첫 줄이 특히 눈에 띕니다.
... 답장이 올리가 없는데, 휴대폰을 쥔 손가락이 머뭇거립니다.
연락... 해볼까요?
 
로빈 , 속는 셈 치고 한번 문자를 보내봅니다.
 
:답장은 금세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이라서일까, 무언가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분명히 번호도, 상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순순히 기뻐하기엔 걸리는 것이 많지만, 전혀 기뻐하지 않기에는,
기대치 못했던 소식입니다.
나쁜 일이 연달아 온다면 기쁜 일도 연달아 쏟아지는 법인걸까요?
 
:카운터의 해우를 잠시 기다리던 하인리히 장교가 마지막으로 스치듯 제안합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리고......볼 일이 있어 당분간 12구역에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네.
마침 졸업도 했겠다, 별 다른 일정이 없다면 자네들도 데려갈까 하는데 어떤가?
 
로빈:(ㅎㅏ...장교랑...같ㅇ...)
(호라 슬쩍 봄)
(갈거야? 하는 표정)
 
호라 아트로포스:안 가면 엄청 돌려까실 것 같지 않아?(속닥)
 
로빈:그렇긴 하네...(속닥)
...저는 괜찮습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저도 괜찮아요.
 
하인리히 장교:좋아, 그러면 그렇게 알겠네.
마저 좋은 시간 보내고, 내일 보지.
 
:그들이 돌아간 뒤에도 음악은 끊이지 않습니다.
밤도 이제 막 무르익고 있고요.
두 사람은 밤의 온기를 조금 더 즐기고, 새해의 종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마저 보냅니다.
 
로빈:...하아...
엄청 눈치주네.
 
호라 아트로포스:(쩝..) 어쩌겠어...
내일보자고 하셨으니까, 너무 늦게까지는 못 놀겠다.
 
로빈:그러게.
...그리고, 아까 해본게 있는데.
 
로빈 , 휴대폰을 보여줍니다.
 
로빈:문자 보내봤는데 답장왔어.
 
호라 아트로포스:-?!
 
로빈:...언니한테.
 
호라 아트로포스:?!?!?
그, 어....
 
호라 아트로포스 ,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로빈:...음.
이미 있는 아이들을 대리고 카운터로 만든걸까?
그럼 좀 이게 설명이 되긴하는데...
 
호라 아트로포스:...그런거려나?
그래도... 답장이 온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해도 되겠지?
 
로빈:...글쎄.
잘 모르겠어.
 
호라 아트로포스:......
일단은, 파티 조금만 더 즐기다가 돌아가자.
복잡한건 나중에 생각하고.
 
로빈:...그래.
 
:두 사람은 마저 파티를 즐기다가, 개인실로 돌아갑니다.
돌아간 개인실에는 새 제복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느즈막히,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어 나를 버스가 DOT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제 12구역- 바다에 데려가겠단 하인리히 장교의 말 때문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운전사와 리슬러 부관이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로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역시 두고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운전사가 묻자,
"괜찮습니다. 일차적인 처리는 이미 끝났어요. 그냥 둘러보고 올 뿐입니다."
라고, 부관이 대답합니다.
 
로빈:(흐릿한 눈...)
 
:다가오는 타이머와 카운터를 발견했는지, 리슬러 부관이 사람 좋게 웃으며 운전사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리슬러 부관: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보통 거짓말을 하거나 뭔가 꾸미고 있을 때 저러던데.
리슬러 부관이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사라지고, 운전사가 우리를 부릅니다.
타시죠, 하고.
버스에 올라타면, 좌석마다 간단한 간식이 놓여져 있습니다.
물과 음료수, 주먹밥이나 과자같은 것들입니다.
긴 운행을 대비한 수면 안대와 담요도 있고요.
 
:...
덜컹, 덜컹.
밤을 가르고 차가 도로 위를 내달립니다.
위아래로 들썩일 때마다 창밖의 풍경이 바뀌어갑니다.
수도의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스쳐 지나갑니다.
보랏빛과 쪽빛으로 오묘하게 물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나고 있습니다.
 
:제 4구역과 제 12구역은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차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재빠르게 달려나갔습니다.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카운터를 실은 차 안은 조용합니다.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의 차는 따로 있었으므로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운전사도 말이 없고요.
34분이 지나고,
창문을 조금 열면, 따가운 겨울바람이 쏟아집니다.
 
:슬금슬금 소금기가 공기에 배기 시작한 것이, 바다가 지척에 있는 듯 합니다.
어렴풋이 파도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울음소리처럼 쏴아아, 쏟아지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창에 서리가 서리기 시작합니다.
창 너머, 저 멀리에 덩그러니 선 등대와 방파제를 쌓아 올린 테트라 포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흰 새들이 아직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바다를 헤매고 있습니다.
 
:완벽한 겨울바다의 풍경입니다.
끼익, 느리고 끈적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차가 멈춰섭니다.
장교와 부관은 보이지 않고, 그들을 대신하는 냥 차를 완전히 주차한 운전사가 당부를 대신합니다.
"장교님과 부관께서는 먼저 들릴 곳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늦지 않게 숙소로 돌아가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차 너머로 커다란 숙소가 보입니ㅏ.
늦은 밤임에도 방마다 불이 켜져 있어,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호텔입니다.
 
:꽤 높이 솟아있네요.
철썩, 하고 모래를 적시며 바다가 호통을 칩니다.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파도는 꼭 바닷속으로 들어오라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변의 모래가 부드럽습니다.
공기가 찬 탓에 오래 나와있는 것은 고역이 될 테지만요.
“휴식을 위해서 방문한 만큼. 별다른 일정은 없다고 전달받았습니다.”
 
:"먼저 들어가서 체크인 할테니 천천히 들어오십시오."
라고 말한 운전사는 먼저 떠나갑니다.
파도는 한층 요란하게 울어대고, 머리 위에서 새가 까악까악, 안 어울리는 울음소리를 냅니다.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귀소본능이 없는건지, 길을 잃은건지 모르겠어요.
날씨 탓일까, 해변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밤하늘과 맞닿은 수면의 경계선을 구별할 수가 없어서, 위와 아래가 뒤집힌 것처럼 보입니다.
 
:짭쪼름한 바람을 타고......
 
로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장미 향기가 스며듭니다.
염분이 짙은 땅에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장미가 필 턱이 없는 곳이에요.
향기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린 아이가 장미꽃을 한 송이씩 바다로 내던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열 살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어린 아이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긴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립니다.
 
:아이는 눈을 내리깔고 수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종 찬물이 신발을 적시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한참 울었는지 눈가가 불그스름합니다.
오래 나와있던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그야, 코끝도 그랬으니까.
아이는 시선을 느낀 듯, 두 사람을 돌아봅니다.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아이는 낯선 이들과 눈이 마주치고도 당황하는 법 없이, 짧게 고개를 까딱입니다.
아이답지 않은,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든 행동이었습니다.
 
로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휘익, 강한 바람이 불어와 눈을 뜨기가 힘듭니다.
평소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심란한 탓일까요.
 
로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 아이, 낯이 좀 익은가 싶더니, 구면이었네요.
축제때 호숫가에서 만났던 아이입니다.
 
로빈:...여기서 혼자 뭐해?
 
어린아이:아빠한테 인사하러 왔어요.
...
 
어린아이 , 들고 있던 꽃다발을 품에 꽉 끌어안습니다.
 
어린아이:우리 아빠가 여기 있거든요.
흰 국화여야 한다고 했는데, 아빠는 이걸 더 좋아할거에요.
 
:아마 화장한 후, 유골을 바다에 뿌린 모양이에요.
요새는 꽤 흔한 장례 방식이었고,
파란 장미의 목을 꺾어 던지는 방식도 퍽 흔한 것입니다.
아빠의 죽음을 추모하러 온 건지,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이의 바람을 알 것도 같지만, 확실히 가늠할 수는 없었습니다.
본인조차도 어느쪽이 우선인지 구별할 수 없을 테죠.
 
로빈:안춥니?
겨울이라 추울텐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
그러고보니, 이 아이.
축제에서 본 것이 다가 아닙니다.
누군가와... 아주 닮은 것 같은데...
......
아르고?
 
로빈:...
(??)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니?
 
어린아이:저요?
 
로빈:응.
 
오카:제 이름은 오카라고 해요.
 
로빈:으음...그렇구나.
(하긴 이름까지 같게 할리가...)
그때, 작년 축제때 만난 애였지?
 
오카:... ...
 
오카 , 잠깐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멍하니 입을 엽니다.
 
오카:어쩌면, 아빠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자주 생각했어요. 알고 있었다고 해도 될 것도 같아요.
그래도 해야하는 일이었대요. 아빠한텐.
아직도 나보다 중요한 일이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나한텐 아빠가 제일 중요했는데.
물론 엄마도 중요하지만.
 
로빈:...아빠 이름이 아르고였니?
 
오카:... ...
 
:오카는 슬픈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입술을 꾹 깨문 것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로빈:
말재주
기준치: 25/12/5
굴림: 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로빈 , 오카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여줍니다.
 
오카:...
문을 열여야한다고 했어요.
장미가 가득한 아치문이라고.
축제 때, 아빠를 보러 놀러 갔었거든요.
공원에 긴 터널이 있는데, 그거랑 똑같이 생긴 문을 만들겠다고......
항상,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한다고 했어요.
 
오카:그래서,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있잖아요,
... 장미로 만든 아치문을 본 적 있어요?
 
로빈:... 응. 봤어.
 
:오카는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숙입니다.
어느새 모든 꽃송이는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파란 물결과 파란 꽃잎.
한데 어우러져 경계를 구별할 수 없게 되어갑니다.
 
오카:사실, 언니들을 만나려고 기다렸어요.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했거든요.
 
오카 , 품 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건넵니다.
 
오카:아빠가 마지막으로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로빈:...알았어. 고마워.
 
로빈 , 작은 상자를 받습니다.
 
오카 , 배시시 웃습니다.
 
오카:엄마가 걱정할거에요. 들어가봐야겠어요.
오늘 밤에 떠나기로 했거든요.
 
:배시시 웃는 얼굴은 결단코, 앳되지 않았습니다.
툭툭, 신발에 묻은 모래를 걷어내고,
 
오카:안녕히 계세요.
 
로빈:잘가.
 
:꾸벅, 인사하곤 저 멀리 달려가버립니다.
흰 상자에는 어떤 무늬도, 글씨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아버지-... 아르고는, 왜 이것을 전하라고 한걸까요?
뚜껑을 열자, 제일 위에 놓인 것은 사원증입니다.
이번에도 낯이 익는군요.
한 번은 지하의 기억에서, 한번은 모자이크로 엉망이 된 뉴스 속에서, 그리고 또 한번은 아이에게서,
 
:그리고, 지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본 얼굴 중 가장 선명하다는걸까요.
평범하게 생긴 얼굴입니다. 선량한 얼굴의 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자에는 장미 향기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상자 속은 겉보기와 달리 상당히 단출했는데, 사원증 옆에 누워있는 것은 익숙한 앰플뿐입니다.
 
:두 사람이 지하 2층을 목격하지 못했노라면 도저히 눈치챌 수 없는 내용물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근원을 알려주고 앰플을 연구하길 바랐던 걸까요.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우연이었을까요? 아님 DOT의 수작이었을까요? 그도 아니라면, 제 3의 계획?
불친절한 선물은 되려 의심만 가중합니다.
앰플 속의 액체는 여느 때처럼 느릿하게 흔들립니다.
그때와 꼭 같은 색입니다.
 
:슬며시, 그 앰플에 손을 대는 순간-
미끄러진 손을 따라 상자와 앰플이 바닥에 떨어지고-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파도가 고개를 듭니다.
마치 바닷속에 잠자는 괴물을 깨우기라도 한 냥 커다란 파도입니다.
파도가 순식간에 타이머와 카운터를 쓸어가고, 철썩, 바닥을 내리치면-
 
:그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모래만 남았을 뿐.
 
:천지에 짠 내음이 가득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천칭과 바닥이 거꾸로 빙글빙글 돌고, 흰 포말 터지는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망망대해에 난파된 배처럼 이리저리 휩쓸리고 휘둘리며, 쓸려갑니다.
바다에 빠져 죽는 감각이 딱 이러려나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숨을 쉴 수 없음에도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깜빡,
불을 켜는 것처럼 눈을 깜빡입니다.
 
:눈꺼풀을 떨면, 소금기와 물기가 후두두 털려 나갑니다.
조금 따가울지도요.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방금, 앰플이 깨지고 바다가 요동치고, 파도가 휩쓸더니...
두 사람이 눈을 뜬 곳은 아ㅜ 작은 섬입니다.
한 달음에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눈 앞에 서 있는 것은 커다란 등대가 유일합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밤과 겨울, 바다와 모래. 모든 구성 요소는 같지만, 그 무엇도 같지 않습니다.
밤하늘에는 별 대신 먹구름이 가득하고, 바다는 새까맣고, 모래는 질척거립니다. 꼭 진흙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휘이잉, 하는 길고 가느다란 소리가 납니다.
근처에 보이는 것은, 오직 바다 뿐.
 
:...
여기 혹시,
제 13구역 아닌가요?
 
로빈:...어.
라...?
 
:어두워서 주변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래서야 뭔가를 할 수도 없겠는데요.
 
:당혹감이 성큼 다가옵니다.
13구역이라니, 12구역이랑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다고는 해도, 사람이 살아서는 갈 수 없다던 곳이 아니던가요.
등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옅은 숨소리나 발소리마저 파도소리에 따라 메아리 칠 뿐입니다.
 
호라 아트로포스:여기...
... 우리 지금 꿈 꾸고 있는거 아니지?
 
로빈 , 손을 꼬집어봅니다.
 
:따끔합니다.
꿈은 아닌것 같은데요?
 
로빈:꿈은...아닌것 같은데?
아까 그 앰플에 뭐가 있었나...
 
호라 아트로포스:... 일단 올라가볼까?
 
호라 아트로포스 , 등대를 가리킵니다.
 
로빈:그럴까. 딱히 갈만한 곳이 저기밖에 없기도하고.
 
호라 아트로포스:...
 
호라 아트로포스 , 조심스레 로빈의 손을 꼭 붙잡습니다. 무서워.
 
로빈 , 손을 잡아주며 등대로 갑니다.
 
:등대 안에는 나선 모양의 계단이 위로 이어져 있습니다.
소라의 껍데기처럼 둥글게, 둥글게......
상당히 높은걸요.
엘리베이터도, 내려가는 계단도 없기때문에, 걸어 올라가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부서진 배 파편 따위가 널브러져 있던 섬의 모습과는 달리, 등대는 새것처럼 깨끗합니다.
그러고보니, 이곳이 13구역이라면.... 등대는 누가 세운걸까요?
 
:이떻게 이런 곳에 등대를 세운걸까요?
반지르르한 난간은 깨끗하기 짝이 없어서,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마지막 층에 도착할 때까지, 회칠한 벽은 깨끗했고, 나무 계단도 얌전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되려, 불안을 부추깁니다.
오르고 올라, 마침내 가장 높은 층에 도착하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탁 트인 바다입니다.
주위는 여전히 어둡고, 구경할만한 풍경도 보이지 않지만요.
여태까지와 달리, 바닥엔 먼지가 자욱합니다.
등대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닙니다.
등대에는 여전히 둘 뿐이고, 바다는 황량합니다.
 
:수면은 너무 어두워서, 여태껏 가라앉았을 모든 것들을 완벽히 숨기고 있습니다.
어두운 사위에서 당신은, '그것'을 발견합니다.
 
로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하실의 천장에도 모독적인 글씨가 가득했죠. 천장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고개를 젖힌 당신의 눈에 들어온 천장은 기묘하게도 먼지 한톨 앉지 않았습니다.
천장은 깨끗하건만 바닥은 엉망이라니.
어쨌던,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장이 깨끗한 덕이었습니다.
천장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제 0구역부터 제 13구역까지,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입니다.
세계의 위, 구역마다 파란 장미가 한 송이씩 피어있습니다.
 
:생생하게 피어난 모습이, 여름의 한 조각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날은 이토록 싸늘하게 얼어가고 있건만,
전혀 상관 없는 것처럼.
 
로빈 , 지도를 봅니다.
 
:장미가 핀 것을 제하면 평범한 세계 지도입니다.
 
로빈: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
정말 당신이 배워온 지도가 이렇게 생겼던가요?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로빈:으음...?
 
호라 아트로포스:파란 장미가 국화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어디에나 피고 있는 걸 보면, 꼭-
길잡이 같아.
우리가 해야하는 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따라오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로빈:으음...
그렇게 말하니 의미심장하네.
 
로빈 , 장미를 한번 확인해봅니다.
 
:세계의 위, 파란 장미는 정확하게 14송이가 피어있습니다.
아니, 만개한 것이 14송이고 그 옆에 피어나는 새 봉오리까지 치면 정확히 28송이입니다.
그것이 놓인 위치들을 바라보자면......
 
로빈: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잠시간의 고민 끝에, 무엇을 표시한 것인지 떠올립니다.
저 장미들은 분명, 구역마다 가장 높은 것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기묘한 광경입니다.
가장 높이 선 14개의 것들. 그것은 꼭, 신화에서 등장하던...... 신의 손가락과 같습니다.
세계를 이렇게 살펴보자니, 신의 손아귀에 놓인 꼴이군요.
이상한 점이라면 장미가 두 송이씩 피고 있다는 점일까요.
 
:아주 작은 봉오리에 불과하지만, 분명 자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구역의 가장 높은 곳을 가리키는거라면 분명 한 송이만 있어야 할텐데...
 
로빈:저게... 카운터랑 타이머를 뜻하는걸려나...
 
호라 아트로포스:....그럴지도?
그러고보니, 갯수가 딱 맞네.
 
로빈:...의도된걸까?
 
호라 아트로포스:그치만, 여긴 13구역인걸?
살아서는 갈 수 없다던 곳 말이야.
...우리가 왜 여기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빈:...그렇긴하네
 
로빈 , 그러면서 바닥을 봅니다.
 
:바닥의 먼지를 쓸어버리자 보이는 것은 세계입니다. 발 아래에 그려진 지도에는 어느 곳에도 꽃이 피어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도록 관리되지 않은 건지, 드문드문 지워지고 번지기까지 했습니다.
멸망한 세계의 유적처럼!
그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노라면,
도밍게즈의 지도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척이나 비슷하게 생겼고, 똑 닮았지만,
 
:섬의 모양이라던가, 해안선의 둘레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쌍둥이처럼 교묘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입니다.
 
로빈: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왜 이리 눈에 익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습니다.
금방이라도 당신의 집이 어디에 있고, DOT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세계, 세계, 그리고 세계.
분명 같은 세계인데...
 
:한쪽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한쪽은 소홀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당신이 익히 알던 세계와 달라보이는 이유는 그저 더러워진 탓일까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정말로, 이상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이상한지 채 알아채기도 전에, 파도가 들이칩니다.
거센 소리에 귓속이 먹먹해지고, 생각은 잡아먹힙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짠 내음이 숨을 파고듭니다.
바다는 신의 눈물이라고 하던가요.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눈물의 냄새를 맡는걸까요.
그저 눈이, 숨이, 어던 경고 신호가 깜빡일 때......
탕.
바닥으로 상자가 떨어집니다.
 
:아까 오카가 건네주었던 상자입니다.
그 거친 물살을 함께 헤맸을 것이 분명한데도, 상자는 깨끗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탓에 뚜껑이 열려 있습니다.
사원증을 꺼내고 앰플을 꺼냈었죠, 그럼 안은 비어있어야 할텐데...
상자의 바닥 면이 미끄러지고 먼지를 긁어냅니다.
등대의 바닥에 지도를 따라 홈이 패여있었듯이, 상자의 안에는 또 다른 바닥이 있습니다.
 
:상자가 뱉은 것은 낡은 서류 봉투입니다.
봉투를 열자 종이 냄새가 훅 끼칩니다.
오래도록 읽어보고 넘겨본 것인지 너덜너덜합니다.
군데군데 빈 페이지도 있고요.
급하게 복사했는지 글씨가 삐뚤어서, 정식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서류의 첫 면에는 앰플의 사진과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당신이 본 그 액체이자, 투여받은 앰플의 정체입니다.
... 좋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
이것을 보면, 원래대로는 돌아갈 수 없어.
누군가 그렇게 외치는 듯 합니다.
 
로빈 , 잠시 망설이다가 봅니다.
 
로빈 , 순서대로 봅니다.
 
로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14개의 손가락, 그리고 28송이의 장미.
손가락이 상징하는 것은 신의 분신, 타이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장미가 왜 28송이인지는,
너무 자명하잖아요?
무의식적으로 옆을 바라봅니다. 호라가 보입니다.
혹시, 지금 우리 손을 잡고 있나요?
 
:지구의 바닷물.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
얽어야만 하는 손가락.
그리고......지구의 타이머.
일련의 상황이 절묘하게 들어맞습니다.
머리 위의 세계에는 장미가 흐드러지고, 두 사람은 발 아래의 다른 세계를 짓밟고 서 있습니다.
 
:생각해봐요.
그 실험은 분명히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카운터들은 태어났죠.
어떻게?
분명히 전 시대의 타이머도, 타이머의 시체도 내놓은 부위라곤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신은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창조했지만, 그들은 신이 아닙니다.
 
:분명히 기억합니다.
숨도, 뼈고 얻지 못해 허물어지던 괴물을!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겁니다.
14개의 숫자와, 14명의 타이머, 그리고 14명의 카운터.
그것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규칙을 따라 그곳에 서 있었고,
 
:일정한 규칙사이, 우리는 발견합니다.
만약, 신의 손가락이 각 손에 14개였다면?
 
Chapter 2. 어떤 숫자의 규칙
 
:천장의 스물여덟과 바닥의 부재.
너무 명확한 사실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신이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닥으로 시선이 떨어진 순간,
"안 들어오세요?"
뒤에서 운전사가 두 사람을 부릅니다.
 
:그 목소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리자, 등대도, 세계와 장미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파도가 들썩입니다.
여기는 평온한 해안가입니다.
떠나간 아이의 발자국이 작달막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새로운 모래가 그 위를 덮으며 자취를 감춥니다.
 
:숙소의 입구에서, 운전사가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손은 텅 비어있고, 상자와 앰플, 서류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꿈이 아닌가 싶은 허탈함이 몰려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지만 않았다면, 분명 환각이겠거니, 아니면 무언가에 홀렸던 것이겠거니 하고 넘어갔겠죠.
그야-...
세계가 이토록 평화로운걸요.
하늘은 공전하고 자전하며 땅은 온전히 버티고 섰습니다.
 
:별은 이토록 반짝이고, 파도는 이토록 상냥합니다.
평화로운 세계의 파문이 입니다.
물결은 멀리 퍼져나가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불합리한 것.
할 수 있는 것도, 돌이킬 수 있는 능력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그저, 추위에 떨며 숙소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
 
:그 날 이후, 밤자리는 불편하고 공포스러운 것이 되었습니다.
진실을 알게된 대가일까요.
그것은, 지켜야 할 것, 나고 자란 별, 지구를 버리고 떠나온 구원자에게 쏟아지는 원망입니다.
악몽은 항상 같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십니다.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으며 찢어 죽입니다. 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악몽은 항상 같습니다.
그것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하루하루를 지나가며, 당신이 점점 변해가는 탓일까요.
...
바닷가에서 다시 DOT로 돌아가는 길-
버스의 TV에서 뉴스가 나옵니다.
 
:어떤 건물의 화재 소식과, 일가족을 태운 차량의 불운한 전복사고 따위입니다.
그 어떤 건물은 정부와 구역이 허가하지 않은 불법 연구 시설로 추정된다고 하나, 전부 불탄 탓에 무엇도 복구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일가족을 태운 차량은 휴가를 왔다가 수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자동차 불량일 가능성이 크다네요.
사망자 중에 어린 아이가 포함되어 있었다며, 아나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
 
:당신은, 카운터는, 주기적으로 앰플을 투여받습니다.
6개월에 한번씩.
거부하려고 해도, DOT는 용인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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