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 플레이로그] 벨버리 스토어 EP3. Hope of Moonlight 본문

COC 플레이 로그 (캠페인)/벨버리 스토어 (지나+질리&나이아)

[COC 플레이로그] 벨버리 스토어 EP3. Hope of Moonlight

CB_PL_ 2024. 5. 6. 19:41

시나리오 인포: https://posty.pe/21mig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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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바닥에 못 보던 잡초가 우거지고,
냉장고를 열면 두루마리 휴지가 들어있는가 하면,
지갑 속 교통카드가 항상 집으로 순간이동하는 나날이 이어진지...
벌써 일주일 째입니다.
 
질리:(마지막꺼는 심각한데 어떤놈 짓이야)
 
 
:못내 가게를 찾아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것 때문입니다, 저거!!
이 '이상한 일들' 때문이요!!
아이라 그레텔의 사건 종료 이후, 당신에게 일어나던 '이상한 일들'은 잠시 사라진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사라지기는 커녕 더 심해졌습니다!
 
 
:요새 좀 바쁘기도 했고 금방 다시 잠잠해지겠지 싶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잡초뽑다 농부로 전직하기 전에 슬슬 가서 고민상담이라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질리:(아이라 일이랑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다른 일들때문에 못갔는데 이제는 못참는다.)
 
 
:그리하여 길거리를 걸어나가다보면...
갑자기, 누군가가 당신을 턱 붙잡습니다.
아... 이거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데요...
이거 전에도 한 번 겪어본 것 같은데요...........
 
 
등산복 어르신: 아니~~!! 당신!! 잃어버린 것이 있으시군요!!
 
질리:...
(도쟁이다)
 
 
등산복 어르신: 삶을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것들을 잃어버리죠.
당신의 눈에도 그것이 보여요!! 나는 다 이해한답니다!
 
 
:냉랭한 당신의 기섁은 싸그리 무시하고 자기 페이스대로 말하기 시작한 어르신은 손에 종이 전단지까지 야무지게 쥐여줍니다.
 
 
등산복 어르신: 우리와 함께 가셔야 해요! 당신의 잃어버린 것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구요!
자, 우리와 함께 프라이코 교단에
 
질리:...아니요? 싫어요.
 
 
:그러고 있노라면, 옆에서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납니다.
성마른 인상의 행인은 칙칙한 와이셔츠를 입은 채 말을 겁니다.
 
 
칙칙한 행인: 아니, 이 분은 우리와 함께 가셔야 해.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무척이나 많아보여.
우리 인중교에 오시면 해결해드릴 수 있을 것 같군!
 
 
:그러면, 또 또 옆에서 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다른 행인: 아니아니, 무슨 소리!
우리 기어다니는 스파게티교로 모셔야 해!
 
질리:(그게 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갑자기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당신의 뒤로 사람들이 저마다 전단지를 들고 쫓아오기 시작합니다!
우, 우악!!
 
질리 , 그 사람들을 보고는 바로 뛰쳐갑니다.
 
 
:도망치는 당신의 뒤에서, 앞에서, 옆에서, 도믿맨들이 다가옵니다.
아 안사요!! 안 믿어요!!!
그런 간절한 마음을 가져보아야 소용은 없습니다.
히히 못가.
 
질리:(히히 못가 이런다!!)
안 사요!! 안 믿어요!! 그냥 가게 내버려두라고요!!!
 
 
:도믿맨들 사이에 끼어서 그렇게 허우적거리며 어디론가 흘러가다보면...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하는 목소리가 몇몇 들립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우수수 흩어지고...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우체국입니다.
...여기까지 흘러왔다고?!
 
질리:(Wow...)
 
 
:사태 진압? 을 진행한 우체국 직원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도 보입니다.
사무엘이네요.
휴식 시간을 갖고 있었는지, 한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습니다.
 
사무엘 그리예드:괜찮으세요?
요즘... 종교 권유가 좀 많죠?
 
질리 , 사람들로 인해 흐트러진 옷이나 안경을 고쳐씁니다.
 
사무엘 그리예드 , 다 안다는 듯이 하하... 하고 웃습니다.
 
질리:...네... 요즘 이런일이 많네요...
나갈때마다 항상 이래요...
(해탈)
 
사무엘 그리예드:고생이 많으시네요.
아, 캔커피 하나 남았는데 이거 드릴까요?
 
질리:주시면 감사하죠...
 
사무엘 그리예드 , 갖고있던 캔커피 하나를 건네줍니다.
 
질리 , 캔커피를 받은뒤 바로 까서 마십니다.
 
사무엘 그리예드:예전에는 이렇게까지 길가 전도가 많지는 않았는데 말이에요.
 
질리:그러니까요, 종교들끼리 싸우는 건가 싶어요.
 
사무엘 그리예드:그럴지도 몰라요.
특히, 커프스 버튼 한 사람들이 굉장히 적극적이더라고요.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질리:근데, 제가 그렇게 눈에 띄는 인상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많아도 5명이던데, 전 10명씩 붙던데.
 
사무엘 그리예드:음...
조금... 뭐랄까...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질리:...
모자라도 쓰고 다니면 덜 그럴까요?
 
사무엘 그리예드:제가 당사자는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조금 정도는 도움되지 않을까...요?
 
질리 , 고민하면서 남은 캔커피를 다 마십니다.
 
질리:그건 나중에 생각해야겠어요... 일단 이만 가볼게요.
 
질리 , 적당히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캔을 버립니다.
 
질리 , 그리고 생각난 김에 강제로 받은 전단지도 봅니다.
 
사무엘 그리예드:네- 조심해서 가세요-
 
 
:잠깐의 짧은 담소를 마치고, 손에 들린 전단지들을 후루룩 훑어보면...
하이고, 참 종류도 많네요.
생각해보니까 사람들 사이에 낑겨있는 동안 뭔가 쥐여지고 놓치고 한게 많았죠.
다 전단지겠구만...
 
질리:
기준치: 65/32/13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포토샵을 간단하게 만져서 만든 것 같은 전단지가 대부분입니다.
우왁, 이상한 종교도 있다.
문어숙회부활진흥회?
이건 뭐람.
 
질리:...뭔 이런
기어다니는 스파게티교는 뭔데...
(질리는 종교를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어휴, 더 봐야 의미가 없겠네요.
가던 길이나 갑시다.
이건... 어디 적당한 곳에 버려두고요.
나무야 미안해.
 
질리 , 나무야 미안해를 생각하며 적당히 쓰레기통에 버린뒤 볼로타이로 벨버리의 가게로 갑니다.
 
 
 
:나른한 분위기의 낮, 오후의 햇빛이 나른하게 비춰들어오는 이곳은...
신비한 가게, 벨버리 스토어입니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아이라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쪽을 휙 돌아보네요.
아이라의 앞에 있는 카운터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이비 종교 광고 전단지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우와... 천마리 학도 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라 그레텔:어서와요!
 
질리:안녕.
와... 전단지 보소. 진짜 나무야 미안해 해야겠네.
 
아이라 그레텔:제 말이 그 말이에요.
왔다갔다 하는데 엄청나게 종이 나눠주고 난리더라고요.
 
아이라 그레텔 , 종알종알 이야기하면서 입 안에 과자-.. '레이디 그레이'를 쏙 집어넣습니다.
 
질리:오죽하겠니. 다른 사람은 많아도 5명만 붙잖아? 나는 최소 10명이야.
분명 처음부터 글러먹은게 분명해...
 
질리 , 옆에서 레이디 그레이를 하나 집어가서 먹습니다.
 
아이라 그레텔:언젠가는 다 잡히지 않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경찰에 신고 하는 사람이 없진 않을거고...
 
질리:그래서 열심히 신고중이지.
근데 이 전단지들은 어떻게 하지?
 
아이라 그레텔:마법 연습할 때 쓸까봐요.
 
질리:으음...
어떤 연습에 쓰게?
 
아이라 그레텔:음... 이것저것?
 
질리 , 카운터에 올려진 전단지들을 살펴보며 말합니다.
 
질리:...안경결사교는 뭐야.
 
아이라 그레텔:이상한 종교 많다니까요.
'대머리의유쾌한반란교' 같은 것도 있어요.
전단지 진짜 재밌게 만들었던데.
 
질리:...이야. 이건 또 뭐야 '노란나쵸교'?
'기어다니는 혼'...
 
질리 , 그 전단지는 찢습니다.
 
질리:...그러고보니, 걔는 오냐? 시꺼먼 놈.
 
아이라 그레텔:나이아 오빠 말이에요?
음- 요즘은 잘 안오던 것 같던데.
 
질리:여기도 안온단 말이지...
지금 3달째 연락이 아예 안되던데?
가끔 가게 올때도 못봤고.
어디서 뭘 하고있는거야...
 
아이라 그레텔:사람 만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혼자 여행이라도 간 거 아니에요?
 
질리:아니, 걔는 여행갈 놈은 아니야.
그리고 문자 안보는거면 모르겠는데 전화도 안 받으면 좀 불안하지 않아?
 
아이라 그레텔:...원래 잘 안 받지 않았어요?
열 번 보내면 한 번 받을까 말까 하던데...
 
질리:...전화는 잘 받던데?
 
아이라 그레텔:...
이 오빠 설마 사람 차별하나?!
 
질리:...아니라고 부정은 못하겠는데, 왜 내 전화는 잘 받는지는 모르겠네.
 
아이라 그레텔:억울해졌어요!
나중에 꼭 따져야지.
 
질리:따지는 김에 한대 때려주고.
 
아이라 그레텔:좋아요!
 
질리:근데 너 이제는 나한테 장난 안치지?
 
아이라 그레텔:으응, 이젠 장난 안 쳐요.
완전히 그만뒀어요.
 
질리:요즘 자꾸 집에 잡초가 자라고 접시가 깨지고, 우산도 거꾸로 뒤집혀있고 그러고있어.
 
아이라 그레텔:으에?
으음, 음...
애초에 저는 그 정도의 힘은 없었는걸요.
전 착각하게 만드는 게 전부였다구요.
장난이면 다 난 줄 알아.
 
질리:아니, 혹시나 싶어서지.
너 아닌것 같긴했어. 지금까지랑 결이 다르니까.
그거 물어보려고 벨버리한테 온건데...
벨버리는?
 
아이라 그레텔:벨 오빠는 안에서 쉬고있어요.
요즘 엄청 피곤해보이길래, 들어가서 자라고 보냈거든요.
 
질리:아하...
그럼 나중에 물어봐야겠네.
 
질리 , 아예 아이라 옆에 자리잡고 앉습니다.
 
아이라 그레텔 , 다리를 앞뒤로 팔랑거리며 과자나 념념 먹습니다.
 
아이라 그레텔:저도 같이 고민해볼게요, 해결 방법이라던가, 역으로 골탕 먹일 방법이라도요.
...아, 맞아. 고민이라니까 생각났는데요.
 
질리:응?
 
아이라 그레텔:오빠 혹시 수학 잘해요?
 
질리:혼자서해.
 
아이라 그레텔:우우.
진짜 모르겠단 말이에요.
도와줘요--
 
질리:5번 이상 고민해보고도 모르는거야?
 
아이라 그레텔 ,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질리:...아주 당당하시네요.
 
아이라 그레텔:헤헤. 제가 좀.
 
질리:...
그래, 뭔데. 뭐가 모르는거야.
 
아이라 그레텔:자아암깐만요~
 
아이라 그레텔 , 카운터에 올려두었던 가방을 쫙! 열더니 수학 문제지를 몇 장 꺼냅니다.
 
아이라 그레텔:여기서 몇 개 정도 있는데요...
 
질리:어어, 그래.
 
 
:잠시 아이라의 공부를 도와주며 시간을 보내다보면, 작게 끼이이익...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게 안쪽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아주아주 피곤한 기색으로 벨버리가 나타납니다.
다크서클도 좀 진해진 것 같고... 평소보다 수척해보입니다.
피곤해보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군요.
 
질리:...벨버리, 괜찮으세요?
 
벨버리:...아...
네... 뭐...
 
아이라 그레텔:벨 오빠, 안에서 쉰거 맞죠?
 
벨버리:......
 
벨버리 , 슬금 눈을 피합니다.
 
아이라 그레텔:.......
안되겠어, 진짜 강제로 재우는 주문을 찾아야만...
 
질리:아니야, 아니야. 진정해.
 
벨버리:...아무튼... 좀 신경쓰이는 게 있어서...
그걸... 연구하느라 좀 바쁘긴 한데....
 
질리:..그래도 쉴때는 푹 쉬세요.
그러다가 몸 망가져요.
 
아이라 그레텔:마아앚아요.
그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구요.
 
벨버리:......
 
벨버리 , 데구르... 눈을 한 번 굴립니다.
 
벨버리:...신경쓸게요.
 
질리:...그래서, 오늘 좀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요.
본론 들어가기전에.
그 개색...아니 걔 최근에 만나셨어요?
 
벨버리:......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으셔서...
 
질리:흐음...
그으래요...
나중에 걸리면 봐라.
그리고... 요즘 이상한 일이 다시 생겼거든요.
 
질리 , 대충 설명합니다.
 
벨버리 , 이야기를 들으며 간간히 음... 으음... 하는 소리를 냅니다.
 
벨버리:...누가 심한 장난을 치는 모양인걸요...
 
질리:...이것참...
 
벨버리:해결하는 방법은... 찾아볼게요.
.......시간은 좀 걸릴지도 몰라요.
...요즘 좀 바빠서......
 
질리:그럼 어쩔 수 없죠. 잘 버텨보겠습니다.
일단 물어볼건 이게 다 입니다.
 
벨버리:......그... 혹시...
...나이아씨랑 만나게 되시면요...
...가게에 한 번만 들려달라고... 전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질리:...뭐, 만날 수 있으면 전해줄게요.
그런다고 들어처먹을지는 다른 문제지만...
안가면 끌고 한번 오겠습니다.
 
벨버리:...감사합니다.
그럼...
...원하시는 만큼 있다가 가세요.
 
질리:네에.
 
 
:인사를 마친 벨버리는 카운터 안쪽의 미니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내더니 다시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아하, 저게 나온 목적.
아이라는 역시 마법으로 재우겠다며 투덜투덜거리지만, 눈빛엔 걱정이 물씬 드러납니다.
...저렇게나 피곤해보이면 누구라도 걱정하겠구나 싶다만서도요.
이후로도 아이라의 공부를 돕거나 사소한 잡담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창 밖으로 노을이 뉘엿뉘엿 지고 있는 것이 예쁘긴 하네요.
 
질리:...시간이 늦었으니 난 이만 갈게.
 
아이라 그레텔:네에-
다음에 또 봐요!
겸사겸사 과자도 사오구요!
 
질리:어어, 그래. 사올게.
 
아이라 그레텔:레이디 그레이, 알죠?!
 
질리:알았다고-!
 
아이라 그레텔:야호!
 
질리:다음에 보자.
 
질리 , 아이라에게 손을 흔들며 볼로타이를 든채 문을 엽니다.
 
아이라 그레텔:잊어버리면 안돼요!!
 
질리:안 잊어버린다고!!
 
 
:볼로타이를 열고 땡그랑, 도어벨을 울리며 문을 열면...
우앗, 목적지가 아니야.
아무래도 아이라가 계속 말을 건 탓에 집중이 좀 깨진 모양입니다.
집 근처 골목길로 문이 연결되었습니다.
 
질리:아...
 
 
:으휴.
뭐, 그리 멀지도 않으니 살짝 걸어갈까요.
 
질리 , 걷는 것 정도로 지치는 않으니까... 하는 생각에 볼로타이를 집어넣은뒤 문을 닫고 걸어갑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노을이 내리쬐어 주황빛으로 반짝거리는 길을 걸어나갑니다.
음음, 운치있고 좋은 것 같기도 하고요.
나쁘진 않아요.
 
질리:(좋게 생각하자-)
 
 
:그런 마음으로 길을 걸어나가던 중...
당신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런... 왠지 들으면 기분 나빠지는 (전적으로 당신만 그런거지만요.) 목소리가 둘이나 있을리가 없습니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려보면!
나이아가 골목 안쪽에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너 이 녀석--!! 연락 안되더니 완전 여유로워 보이잖아--!!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질리 , 누구는 연락 안되서 짜증나는데 지는 연락 안받고...하는 생각에 그쪽으로 걸어가 나이아의 팔을 붙잡습니다.
 
나이아 , 갑자기 팔이 붙잡히자, 반사적으로 그쪽을 돌아보며 팔을 휙 뺍니다.
 
나이아:-아, 뭐야. 너였어?
 
질리:뭐야 너였어-?
 
질리 , 팔을 휙 빼는 것을 보고는 다시 붙잡을까 생각하다가 그만둡니다.
 
질리:연락을 3달간 씹은 놈이 말이 많다?
 
나이아:좀 바빴어서 말이지.
 
??? , 큼, 하는 소리를 냅니다.
 
???:나이아씨, 아는 분이신 것 같은데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이아:아, 잊고 있었네.
 
질리 , 그제서야 다른 사람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급하게 표정 관리를 합니다.
 
질리:(쟤랑 있으면 표정관리를 못해...)
 
나이아:이쪽은 질리라고 해, 어쩌다보니 알게 된 사람.
 
질리:...
지인입니다.
 
나이아:그리고~ 이쪽은 데릭 아돌프. 친목도모회에서 만났지.
 
데릭 아돌프 , 꾸벅 몸을 숙여 인사합니다.
 
질리:친목도모회...그렇구나...?
 
데릭 아돌프:만나서 반갑습니다, 질리씨.
 
질리 , 화내고싶은것을 꾹 참으며 인사하는 것에 가볍게 묵례합니다.
 
질리:네, 안녕하세요. 아돌프씨.
근데 무슨 친목도모회인거죠?
 
데릭 아돌프:친목도모회에 무슨 거창한 뜻이 있겠습니까.
아는 사람들의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친하게 지내자고 대화하는 장이지요.
 
나이아:겸사겸사 각자 할 일도 하고 말이지.
 
질리:음...
(어쩐지 눈으로 욕하는 느낌으로 나이아를 꼬라보다가 그만둠)
 
나이아:^^?
뭐, 아무튼.
너도 관심있니?
 
질리:어디인줄 알고.
요즘 종교권유가 많아서 조금 의심이 드네.
 
나이아:싫으면 말던가.
 
나이아 , 유감 없다는 듯이 팔짱끼고 짝다리 짚습니다.
 
질리 ,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봅니다. 좀더 끈덕지게 물어볼것 같았는데?
 
질리:뭔데, 말해봐.
 
나이아 , 어깨를 으쓱일 뿐, 더 말하지 않습니다.
 
질리:(이새끼가.)
 
데릭 아돌프:하하, 나이아씨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시라 참 신기하단 말이죠.
 
나이아:어어, 칭찬 고마워.
 
질리 , 흐릿눈으로 봅니다.
 
데릭 아돌프:저희는... 종교적 성향이 물론 있기는 합니다만은, 참여자 분들에게 강요를 하지는 않습니다.
종교는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열린 마음으로 참석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너무 염려치도 않으셔도 되고요
 
질리:...
 
질리 , 잠깐 고민하듯 나이아를 보다가 말합니다.
 
질리:갈게요.
 
데릭 아돌프:아, 감사합니다.
 
데릭 아돌프 , 사람좋게 미소짓습니다.
 
나이아:의외네? 싫다할 줄 알았는데.
 
질리:뭐어... 그런게 있어.
...물론 싫긴하지...(중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종알종알 대화를 하다보면, 순간 반짝! 눈에 빛이 들어옵니다.
윽!
뭐에 빛이 반사된 것인가 살짝 눈을 굴려보면, 나이아의 소매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질리:?
 
 
:황금색... 커프스 버튼?
꽤나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뱀이 똬리를 튼 모양새군요.
 
질리:... ...
 
질리 , 그걸 보고는 나이아를 가늘게 눈을 뜬채로 봅니다. 너 또...설마...하는 눈빛이 담겨있지만 다른 사람도 있어서인지 금방 거두어버립니다.
 
데릭 아돌프:자, 그럼 바로 출발할까요?
 
질리 ,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신의 동의를 얻은 데릭은 더 고민할 필요 없다는 듯이 가볍게 손을 흔듭니다.
그러면 곧이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리무진...?
....리무진?!
 
질리:(과해.)
 
 
:진짜로요.
 
질리:(지금이라도 돌아갈...아니야 저새끼 무슨짓하는지는 봐야겠어)
 
 
:그런 마음가짐으로, 자연스레 리무진에 올라타는 두 사람을 따라 당신도 리무진에 탑승합니다.
 
 
:부드럽게 달려나가던 리무진이 멈춰서면 보이는 것은 화려한 저택입니다.
...우와.
역시 과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과해요.
 
질리:(진짜 과해)
 
 
:리무진에서 내리고 저택의 입구에 서면, 고혹스러운 계단 인테리어와 붉은 카펫이 일행을 반깁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해? 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겠습니다.
아니, 뭐, 친목도모회라는 것이 할 일 없는 귀족층이 모여서 노는 느낌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은 것이긴 한데...
그런 생각과 함께 문가로 걸어가면, 문 앞에 서 있던 집사가 저택의 문을 열고 허리를 숙입니다.
 
질리 , 어쩐지 그때도 이렇게 부담스러웠던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일단 두 사람?을 따라 들어갑니다.
 
 
:쭉 뻗은 복도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중독적인 멜로디와 휘파람 소리가 들려옵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적당한 간격을 두고 스피커가 여럿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온 저택에서 노랫소리가 들리겠는걸요.
...노래를 좋아하나?
그렇게 쭈욱 안으로 들어가면, 가운데가 시원하게 뚫려 천장이 올려다보이는 로비에 도달합니다.
사람들 몇몇이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요리사들과 홀서버가 간간히 지나다니는 것이 마치 파티장 같습니다.
멈추지 않고 쭉 걸어서 근처 테이블로 당신과 나이아를 이끈 데릭은 테이블에 놓여있던 음료를 한 잔씩 건네줍니다.
 
데릭 아돌프:역시 도모회의 진면목은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리고 그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렇게 넓혀가다보면 세상을 좀 더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니까요.
모쪼록,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으시면 좋겠군요.
 
질리 , 음료를 받으며 격식차린 듯한 미소를 짓습니다.
 
데릭 아돌프 , 잔 하나를 들고, 건배라도 하겠냐는 듯이 당신과 나이아가 있는 쪽으로 살짝 기울입니다.
 
나이아 , 당신을 슬적 한 번 보고는, 제법 인간스런 미소를 지으며 잔을 부딪칩니다.
 
질리 , 그걸 잠깐 보다가 따라 잔을 부딪칩니다.
 
데릭 아돌프:새삼스럽지만, 나이아씨에겐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이 많습니다.
덕분에 친목도모회에 활기가 얼마나 돌게 되었는지. 하하.
 
질리:그렇군요-.
 
질리 , 웃고있지만 웃는게 아닙니다.
 
나이아:내가 한 일이 많긴 하지.
 
질리:참, 대단하네... 이런 일도 도와주고. 너는 '이런 일'에 관심이 많으니까.
 
나이아:그냥 많은 정도도 아닌걸?
 
데릭 아돌프:제 입장에서는, 그런 나이아씨 같은 분을 만나서 다행이지만요.
특히 연구 관련해서는-
 
나이아:잠까안.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할까?
우리 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질리 , 연구라는 말에 나이아를 바라봅니다.
 
질리:...
 
데릭 아돌프:아, 실례했습니다.
 
나이아:뭐, 본인만 괜찮다면 상관 없겠지만, 불편할거 아냐?
 
나이아 , 당신을 흘깃 바라보며 말합니다.
 
질리:... 마음대로 하세요.
 
질리 , 최대한 욱하는 기분을 가라앉히며 대답하지만 말에 가시가 돋아있습니다.
 
나이아 , 어깨를 으쓱입니다.
 
나이아:딱 봐도 알겠지?
 
질리:...
 
질리 , 발로 다리를 찹니다.
 
질리:그래서, 종교라고 했는데, 여긴 뭘 믿는거죠?
 
나이아:(아욱)
 
데릭 아돌프:아, 그건 말이죠-
 
 
:한 차례 눈을 빛낸 데릭이 말을 더 이으려던 찰나, 아돌프씨- 하고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에 데릭은 고개를 잠깐 돌렸다가, 비즈니스식 미소를 지으며 말을 끊어냅니다.
 
데릭 아돌프:죄송합니다. 잠시 할 일이 생긴 것 같군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도 괜찮을까요?
 
질리:...네, 괜찮습니다.
 
데릭 아돌프:그럼, 편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저녁에 파티가 열릴 예정이니, 그것도 즐기고 가신다면 좋겠군요.
 
데릭 아돌프 , 사람좋게 미소지어보이곤, 꾸벅 몸을 숙여 인사합니다.
 
질리:네, 알겠습니다.
 
 
:인사까지 마친 데릭은 자리를 떠나갑니다.
...좋아, 이제 둘이 남았군요.
이 녀석과 대화를 좀 해봐도 좋을 것 같고...
뭐, 영 내키지 않는다면 좀 돌아다녀도 괜찮겠네요.
살짝 들쑤시고 다니는 정도는 뉴페이스의 적응 겸 패기로 받아들여줄겁니다.
 
질리:(그건 뭔소리야)
 
질리 , 아돌프가 완전히 자리를 떠난뒤에서야 웃고있던 인상을 푼 채 마시지도 않은 음료를 테이블 위에 탁 하고 내려놓습니다.
 
질리:...너 무슨 짓하고있는거야?
 
질리 , 여러 감정이 담긴 채 인상을 쓰며 나이아를 바라봅니다.
 
나이아:별 거 안했는데?
그냥 좀, 삶을 즐기는 중이지.
 
나이아 ,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대답합니다.
 
질리:내가 그말에 믿을 것처럼 보여?
 
나이아:그럼 믿지 말던가.
 
질리:또 낙원같은거라도 만드시려나 보네요?
 
나이아:...
딱히 그럴 의도는 없는데.
 
나이아 , 그제야 미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냅니다.
 
질리:그럼 뭔데. 너가 이런 곳에 있을 이유는 없잖아.
 
나이아:그냥 좀, 그런게 있어.
 
질리:너 하는거보면 난 그때같은 일이 생기는 거라고 밖에 안보이는데.
어느 종교에 들어가거나 만든 뒤에 신뢰 쌓고- 그리고 안쪽에서부터 다 터트리는거 잘하잖아? 거기에 사람 끌어들여서 기분 개같이 만드는 것도 잘하고.
 
나이아:...-그렇게 맘에 안들면 그냥 돌아가지 그래?
난 뭐, 취미 생활도 못해?
 
질리:아 취미생활이야? 난 몰랐지.
지금까지 너의 취미생활은 사람 죽이게 만들고 나락가는거 보는 것 밖에 없는줄 알았지.
 
나이아:그래, 그래. 너 나 싫어하는 건 알겠어.
너한테 내가 어떤 이미지인지 알겠다고.
그렇게 싫으면 굳이 왜 말까지 걸고 따라온건데?
괜히 욕하고 싶어서?
참 할 짓 없다, 그치?
 
질리:...- 내가 왜 여기 오겠어? 내가 하는 일 하러 왔지.
개같은 짓거리 망치러.
 
나이아:그래, 너 잘났다.
그럼 피차 서로한테 나쁜 감정밖에 없는거지?
 
나이아 , 들고있던 잔을 내려놓습니다.
 
나이아:여기서 뭘 하고 싶던 니 맘대로 해, 관여 안할테니까.
 
질리:그래, 나 알아서할게.
그리고 서로 나쁜 감정밖에 없지만, 너가 나한테 화낼 자격은 있어?
내가 누구 때문에 '구원자'가 됐는데?
지금까지 쌍욕하고 화내도 안들어처먹더니, 왜 이제와서 화내는건데?
말해도 대답 안해주겠지. 넌 그런 놈이니까.
 
나이아 , 그 말을 가만히 다 듣고선, 한참을 침묵하더니 하, 하는 짧은 소리를 냅니다.
 
나이아:괜한 기대를 한 내가 바보지.
 
나이아 , 그 말만을 툭 남기곤 당신에게서 등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립니다.
 
 
:... ...
갔네요.
 
질리:...
 
 
:마지막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요?
뭔가, 상당히 실망한 표정이었는데 말이죠.
 
질리 ,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뒤를 바라보지만 굳이 붙잡지는 않습니다.
 
질리:...뭘 기대한건데? 나한테 진심으로 기대를 한 적은 있고?
 
질리 , 중얼거리다가 한숨을 푹 쉽니다.
 
질리:지멋대로 기대하고 그러는거나 연락 씹은게 하루이틀인가.
상태 이상한거는 걸리지만...
...-괜한 걱정이었다고 생각하자, 질리야. 내 걱정이 필요한 놈이겠냐고.
 
질리 , 최대한 화났던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쪽을 보고 수근거리는 사람 몇 명과 눈이 마주칩니다.
앗.
 
질리:...
(젠장)
 
질리 , 나이아 때문에 욱한 나머지 주위를 신경쓰지 못했나봅니다.
 
질리:(걔랑 대화하면 맨날 이래.)
 
 
:당신이 움찔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눈이 마주친 사람들도 움찔 놀랍니다.
서로 무안해진 채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군요.
 
질리:(크흠...)
 
 
:...뭐어...
이제와서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일단 둘러나볼까요?
혹시 모르죠, 진짜로 무슨 일이 생기고 있을지도.
아니면, 당신이 오해한걸지도.
예상으로는 전자겠지만요.
 
질리:(그놈이 있는 시점부터 전자 같아.)
(진짜 무슨 일 생길 조짐이 보이는 거면 예아한테 말하고... 아니면 일단 보류.)
 
질리 , 있는 로비부터 둘러봅니다.
 
 
:주변에 사람들이... 아까보다 늘었군요.
여전히 흘긋흘긋 당신을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 적당히 싸울걸... 하는 생각이 들겠네요.
 
질리:(끄응...)
 
 
:사람에게서 시선을 좀 떼고 보면, 흰 테이블보가 깔린 테이블이 여럿 세팅되어 있습니다.
테이블마다 다양한 음식이 올라가있습니다.
종류는 핑거푸드부터 시작해 식사가 가능할 정도의 음식들까지 다양합니다.
저쪽에는 객들을 대접하고 있는 데릭 아돌프도 보입니다.
그것 외에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정도입니다.
바빠보이니까 데릭에게 말을 걸러 갈거라면... 다른 곳을 먼저 살피고 잠시 뒤에 가는 것이 좋겠네요.
 
질리:(흐음...)
 
질리 , 잠깐 둘러보다가 휴개실로 가봅니다.
 
질리:(휴게실)
 
 
:로비 옆에 딸린 작은 휴게실입니다.
넓은 체스터필드 소파가 놓여 있어서, 숨을 돌리러 온 손님들이 있어서, 분위기는 잔잔하지만 조용하지는 않습니다.
 
질리:(음...)
 
 
:... 사람들한테 말이라도 걸어볼래요?
별로 달갑지는 않을지 몰라도요.
 
질리 , 잠깐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겁니다.
 
질리:안녕하세요.
 
 
:당신이 말을 걸어오자, 소파에 늘어지게 앉아있던 남성이 자세를 고쳐앉습니다.
 
 
손님D: 아이고, 안녕하세요!
이야, 이거, 못 보던 분인데. 오늘 처음 오셨나봅니다.
 
질리:네, 오늘 처음 왔습니다.
 
 
손님D: 차암 타이밍 좋게 딱 오셨네!
오늘이 또, 파티도 시원하게 열고! 내일도 큰 일이 있을거거든요.
 
질리:큰 일이요?
 
 
손님D: 프라이코 말이에요, 프라이코.
아차, 오늘 오신거라 모르시나?
 
질리:네... 지인이 여기 친목도모회에 간다길래 걱정되서 따라왔다보니 제대로 애기를 못들었거든요.
 
 
손님D: 아이고, 그럼 또 설명을 드려야지.
'모든 잃어버리는 것이 모이는 곳, 프라이코!'
이 친목도모회의 시작은 그걸 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면서부터 된거든요.
물어보면 다들 뭐 하나씩 잃어버린 것들이 있을걸요?
그런데 그걸 여는 날이! 딱 내일! 코 앞까지 다가온거 아니겠습니까!
 
질리:음...
그쪽은 뭘 잃어버리셨는지 어쭈어봐도 괜찮을까요?
 
 
손님D: 아유, 저야 뭐 좀 뼈아프다만... 땅문서를 잃어버렸거든요.
그것 때문에 마누라랑 얼마나 싸웠는지...
 
질리:...오...
(말잇못)
 
 
손님D: 내일 의식에서 땅문서만 되찾으면, 아내랑 화해하러 갈 생각입니다.
늦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질리:늦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아까 전부 잃어버린걸 찾기위해 오셨다 했죠?
그럼 그 의식은 어떻게 하는지 아시나요?
 
 
손님D: 적다-앙히 헌혈 조금 하고, 그거로 마법진도 만들고.
그리고 간절하게 빌면 우주가 도와준다나?
 
질리:...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손님D: 근데 좀 걸리는 게 있단 말이죠.
아돌프씨가 뭐냐, '아버지'라는 작자도 불러서 방해자를 처단해야한다고도 그랬거든요.
별로 나쁜 일도 아니고, 잃어버린 물건만 좀 찾겠다는데 누가, 왜 방해를 하려고 드는 걸까요?
 
질리:...그러게요.
다들 잃어버린건 하나씩 있으니까요.
 
 
손님D: 그쵸?
아고, 그래서, 그쪽은 뭘 잃어버리셨어요?
 
질리:...
잃어버린게 있지만 개인적인 일과 연관되어있어서 말하기는 좀 그렇네요.
 
 
손님D: 아아, 그런거면 뭐.
그쪽이 잃은 것도 되찾을 수 있길 바래요.
 
질리: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질리 , 적당히 얘기를 끊은뒤 휴개실을 나옵니다.
 
 
:휴게실 밖으로 나오면 아까보다 좀 더 북적이게 된 로비가 짜잔 나타납니다.
......벌써부터 기빨리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질리:.........
 
질리 , 빨리 둘러보고 빠져나가겠다는 생각으로 2층으로 올라가 기도실로 가봅니다.
 
 
:기도실은 깨끗하게 의자와 책상이 마련된 곳입니다.
맨 앞에는 작게 간이 무대가 있고, 의자들은 한 방향으로 나열되어 있네요.
막 기도가 끝나 뒷정리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기도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가는 것도 볼 수 있군요.
바닥에는 종이 몇 장이 떨어져 있습니다.
 
질리 ,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서 봅니다.
 
 
:다소 고급진 종이에, 고급진 그림까지 그려진...
...홍보지잖아!!
 
 
질리:... ...
흠...
(이렇게만 보면 참 사이비 그자체...)
 
질리 , 종이를 내려놓은뒤 기도실에 남아있는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질리:안녕하세요.
 
 
손님M: 아, 안녕하세요!
 
질리:기도는 끝난건가요?
 
 
손님M: 네네, 방금 막 끝났어요. 곧 파티도 있을거니까 아마 더 하지도 않을 것 같고요?
 
질리:음, 그렇군요.
기도를 하려고온건 아니고, 혹시라도 방해했을까봐 물어본거에요.
 
 
손님M: 에헤이, 방해일리가요.
 
질리:여기 계신분들은 다 잃어버린게 있다던데, 그쪽도 혹시 있나요?
 
 
손님M: 뭐... 그렇죠. 다른 분들에 비해서는 조금 사소할 수도 있지만요.
 
질리:사소하고 사소하지 않고는 각자마다 다르니까요.
 
 
손님M: 이야,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참...
뭐... 저는 의욕을 잃어버려서요.
예전엔 그림 깨나 그런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한 번 큰 일이 있고 나니까 슬럼프인지 뭔지, 의욕이 도무지 안 나는거에요.
내일만 지나면, 다시 펜을 잡고 꿈을 되찾을 수 있겠죠.
 
질리:...의욕같은 것도 프라이코에서 찾을 수 있는건가요?
 
 
손님M: 어쨌든 '잃어버린 것'이니까요.
물리적인 형태가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이 없어요. 딱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다 프라이코로 향하니까.
'잃어버린 것은 모두 프라이코에 모인다'. 절대적인 명제에요.
 
질리:...그럼 막연히 바랬던 소원같은 것도 프라이코에 있다는 거겠네요?
 
 
손님M: 그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겠죠.
 
질리:음...
네,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M: 뭐, 음... 기도하러 오신 건 아니라고 하기는 하셨는데, 기왕 오신 김에 한 번 하고 가실래요?
 
질리:...- 아뇨, 괜찮습니다.
 
질리 , 그렇게 말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습니다.
 
 
손님M: 그러시다면야- 나중에 생각나면 또 오세요.
 
질리 , 그말에 짧게 목례를 하며 나옵니다.
 
 
:...어휴, 사람도 많고 넓기도 하고.
바쁘네요 제법.
 
질리:(그러니까...)
 
질리 , 조금만 더 살펴보자는 마음에 서재로 갑니다.
 
 
:우아한 고딕풍의 아늑한 서재입니다.
알코브식 구조를 취한 서가에는 철학, 경제, 경영 등 다양한 주제의 서적들이 가득합니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사람도 좀 있습니다.
.....어휴.
 
질리:...
 
질리 , 책장을 살펴봅니다.
 
 
:책장을 살피다보면, 눈에 띄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은칠된 표지에 '달의 서'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옛 원시부족의 종교 의식을 조사한 논문이군요.
 
질리: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페이지를 슥슥 넘기다보면, 왼쪽 위에 글귀가 적혀있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질리:...
(증명까지 한거면 진짜있다는거지만...)
...
 
질리 , 그만둡니다.
 
질리 , 서재에서 나와 옥상으로 가봅니다.
 
질리:(무섭지만)
(난간에만 안가면 되지)
 
 
:옥상으로는 진입할 수 없도록 끈을 매어두었습니다.
앞에 걸린 삼각표지판에는 '리모델링 공사중, 출입을 제한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관둘까요?
 
질리:...
 
질리 , 관두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갑니다.
 
 
:1층으로 내려오면, 여전히 복작한 로비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이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군요.
휠체어를 탄 사람이 홀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좀 힘들어보이는데 가서 도와줄까요?
 
질리 , 함부로 도와주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일단 다가가서 말을 겁니다.
 
질리:저기, 괜찮으시다면 도와드릴까요?
 
???:아,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저-기 저쪽 테이블까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질리 , 그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쪽까지 휠체어를 끌어줍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휠체어를 끌어주며, 잠시 생각해보니...
누구 닮은 것 같은데요?
 
질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으음, 음...
....아!
사무엘! 우체국 청년과 똑 닮았어요!
 
질리:...혹시, 이름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성까지요.
 
로라 그리예드:로라에요, 로라 그리예드.
당신은요?
 
질리:그, 사무엘이라는 분이랑 가족관계이신가요?
 
로라 그리예드:... ...네?
 
질리:아, 죄송해요. 지금 정신이 없어서...
저는, 질리...피어슨이라고합니다.
 
로라 그리예드:아니, 아뇨, 괜찮아요...
그, 근데, 그... 아세요?
 
질리:그, 다름이 아니라, 우체국에서 만나서 친해졌어서.
 
로라 그리예드:... ... 그... 저 찾으라고 보낸건 아니죠?
 
질리:어, 아니요? 딱히 그러지는 않았는데.
 
로라 그리예드:...아 다행이다...
전 또 오빠가 저 찾으라고 사람 보냈나 해서...
 
질리:음...혹시 비밀로 하고 왔나요?
 
로라 그리예드:오빠는 제가 여기 오는거 싫어하거든요.
같이 못 가주는데 사람 많은데서 혼자 괜찮냐는 둥...
 
질리:음...
 
로라 그리예드:저 혼자서도 잘 다닐 수 있는데 말이에요.
 
질리:사무엘이 걱정이 많나보네요.
 
로라 그리예드:과보호라니까요, 과보호.
... ...
저기, 그,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요,
오빠한테는... 비밀이에요. 알았죠?
 
질리:네, 뭐...그렇게까지 말하시는데 말하지는 않죠.
 
로라 그리예드:...약속해주시는거죠?
 
질리:네, 약속할게요.
 
로라 그리예드 , 그제야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질리:제가 초면에 너무 갑작스럽게 물어본것 같네요.
 
로라 그리예드:괜찮아요, 뭐.
이정도면 양반이죠.
 
질리:하하...
지금 지인이 (무슨짓을 할지) 걱정되서 자꾸 말이 헛나오나봐요.
 
로라 그리예드:아, 혹시 일행을 잃으신거에요?
여기 안 그래도 사람 많아서 복잡할텐데...
 
질리:음...잃은것 보다는... 잠깐 말다툼을 해서 헤어진거라서.
 
로라 그리예드:...아...
음...
제 3자인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에요,
뭔가 서로 오해가 있었다거나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일행분이랑 더 대화 해보시는 건 어때요?
여기는 다들 건너건너 아는 사이다보니까, 한 번 틀어진 사람들은 이야기가 금방 퍼지거든요.
 
로라 그리예드:그래서, 음.. 두 분이 빨리 화해하시면 좋겠어요.
 
질리:...화해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는하지만 더 대화를 해줄지는 모르겠네요.
불만이 있어도 말을 안해서.
그래도 생각 정리에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로라 그리예드: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지만...
... 꼭 대화할 수 있길 바래요.
혹시 모르잖아요, 터놓고 이야기해보면 별 일 아니었을지도.
 
질리:...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제 다른 곳도 둘러보러가야겠네요.
오늘 처음 와서.
 
로라 그리예드:네에, 감사했어요.
아, 혹시 안 가보셨으면 서재도 꼭 한 번 가보세요. 재미있는 책들이 많더라고요.
 
질리:네에. 한번 가볼게요.
 
질리 , 꾸벅 인사한뒤 자리를 이동합니다.
 
질리 , 나이아 찾으러갑니다.
 
 
:...그래요, 어쩌면 무언가 오해가 정말로 있었을지도 모르고, 너무 몰아세운걸지도 모르죠.
뭘 기대했고 뭐에 실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정도는 더 대화해볼만 하지 않겠어요?
 
질리:(적어도 너무 몰아세운건 사과해야할것 같아. 한다고 들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가장 가까운 로비부터 빙빙 돌고 둘러보다보면, 여전히 이쪽을 향하는 시선이 몇 있습니다.
......
그래요! 오자마자 싸운 사람 맞아요! 그래서 뭐!
 
질리:...
(아오 진짜 왜이리 관심이 많아!!)
 
질리 , 눈 앞을 휘적이며 생각합니다.
 
 
:수많은 관심과 눈길을 헤쳐나가며... 로비를 수색하던 당신은...
그 녀석이 여기 없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간거야!
 
질리:...어디있는거야.
 
질리 , 한숨을 푹쉬며 갈 수 있는 곳은 다 한번씩 둘러봅니다.
 
 
:휴게실, 서재, 옥상 앞, 기도실 ... 순차적으로 저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당신은,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라는 마음으로 세번째 방문한 휴게실에서야 나이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소파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몸을 조금 틀어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어쩐지 좀 피곤해보이는걸요.
 
질리 , 그런 나이아를 붙잡습니다. 저택 전체를 돌아다녀서인지 숨을 좀 거칠게 쉬고있습니다.
 
나이아 ,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질리 , 숨을 좀 쉬다가 어느정도 호흡이 안정될때 입을 엽니다.
 
질리:진짜...왜이리 찾기 힘든거야...
 
나이아:애초에 왜 찾는건데?
 
질리:...할 말 있어서.
 
나이아:나는 없는데.
 
질리:없어도 그냥 들어.
 
나이아:싫어.
 
질리 , 그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뜹니다. 내가 이럴거 같아서-
 
질리:잠깐이면 돼.
 
나이아:나 싫다고 그렇게 악 쓰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나이아 , 으르릉거리면서 자신을 잡고 있는 당신의 손을 쳐냅니다.
 
질리 , 순간 욱한 마음이 들지만 최대한 억누르며 말합니다.
 
질리:그래, 싫다고 악 쓰면서 말하긴했지.
...그래서 사과...하러온거...야.
 
나이아:......
 
나이아 , 잠깐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오묘한 표정을 지어내며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습니다.
 
나이아:안 받아.
 
질리:...그럴거 같긴했는데...
...안받아도 되니까 그냥 듣고있어.
그으- 아까 몰아세우듯이 너무 날 세워서 말해서... 미안해. 너무 여러가지로 상황이 겹쳐서... 욱했어.
최근에 아무짓도 안했는데, 갑자기 연락도 안받은채로 없어지니까 불안해서...
안 받는다고도 했고 안 듣겠다고도 했지만 그냥...말할건 말해야할것 같아서...
 
질리 , 처음에는 좀 당당하게 말하다가 뒤로 갈 수록 좀 위축된채 말합니다.
 
나이아 ,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한참 침묵한 뒤에야 입을 엽니다.
 
나이아:-왜?
 
질리:...뭐가.
 
나이아:왜 니가 사과하냐고.
싫어하던가 아니던가, 둘 중 하나만 하면 안돼?
 
나이아 , 눈을 다시 뜨고, 방향자체는 당신과 눈을 맞추는 듯 싶지만, 마주보는 것은 명백히 아닌 시선입니다.
 
질리:... 나도 몰라. 그냥 그러고싶었어.
나도 그냥 마음 놓고 싫어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이아:그럼 그렇게 해.
뭘 고민해?
 
나이아 ,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나이아:...이러나저러나 변하는 건 없을텐데.
 
질리:...나도 내가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어.
근데, 아무리 싫다고해도... 결국 그걸 선택한거는 나고... 실행한것도 다른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나 스스로 한거니까...
그럼 결국 잘못은 내가 한게 아닐까? 그냥... 내가 남한테 화낼 자격이 있을까?
...진짜 모르겠어. 전처럼 너를 마음껏 못 미워하겠어...
 
나이아:허어.
언제는 내 탓이라고 그렇게 미워해놓고, 갑자기 생각이 이상하게 틀어졌다?
뭐, 화만 내기에는 내가 반응이 영 별로였니?
그래, 어떻게 반응해줄까? 뭘 원하는건데?
내가 무슨 기대를 하길 바라는거야?
 
질리:...몰라. 난 너한테 무언가 기대한 적은 없어.
무언가 반응을 원한적도 없고.
너야말로 이제와서 왜 그렇게 반응하는건지 이해가 안돼.
너는 나한테 기대도 안하고 내가 이런말 한다고 화를 내지도 않았잖아.
너야말로 갑자기 왜그러는거야? 이제와서 내가 했던 행동들이 다 마음에 안드는거야?
 
나이아 , 잠시 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한숨을 쉬며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가버립니다.
 
질리 , 걸어가는 것을 보고 팔을 붙잡습니다.
 
나이아:더 할 말 없어, 잡지 마.
 
나이아 , 팔을 확 뿌리칩니다.
 
질리:...없는거 맞아? 왜 자꾸 회피하는건데.
내말에 대답이라도 하고 가.
오해가 있을 수도 있잖아?
 
나이아:몰라, 없어, 이제 신경 쓰지도 않을거야.
됐어?
 
나이아 , 대답도 안 듣고 휙 도망치듯 나가버립니다.
 
질리:...야!
 
 
:... ...
또 가버렸습니다.
 
질리:... ...
 
 
:평소보다 보폭도 넓고 빠른게, 딱 도망치는 꼴이네요.
......으음.
진짜 왜 저러는지 이해가 잘 안가지 않나요?
 
질리:(그러니까...)
 
 
:뭐랄까, 엄청나게, 감정적이네요.
원래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질리:(내가 무슨 잘못했나? 아님 쟤가 나한테 잘못...은 많이하긴했지만...)
 
 
:...뭐, 이야기 한 것을 되짚어보면 갑자기 당신이 저자세로 나온 게 제법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지만요.
 
질리:(...저자세로 나와도 난리- 말 험하게 해도 난리-...)
(애초에 내 잘못같다는건... 낙원에서 나올때부터 생각한건데...)
...
(감정적이게 굴 정도로 심경에 변화가 있는건가?)
 
질리 , 고민을 하다가 소득없이 생각을 끊어버립니다. 더 생각하니 머리아픈지 일단 휴게실을 나옵니다.
 
 
:계속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프죠.
애초에, 저 녀석이 당신에게 잘해준 적도 거의... 음, 아예? 없는 수준 아닌가요?
살짝 놀아나는 기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야, 연기를 잘하니까요, 저 악신.
굳이 잘해줄 필요야 없죠.
 
질리:(정말 철저하게 놀아난 기분이 들지만...)
(그나마 잘해준게 책 붙었을때랑... 에이나 집에 있을때?)
(연기면 그나마 구분이 됐었는데...음...)
(놀아난건지는 내일되서 알게될지도.)
 
 
:그런 생각과 함께 휴게실 밖으로 나오면, 줄곧 노래가 나오던 스피커에서 환영회를 시작할 예정이니 모두 로비로 모여달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아, 맞아... 파티가 있다고 그랬었죠...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계단 위에는 데릭 아돌프가 잔을 들고 서 있네요.
그는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서 간단하게 연설을 시작합니다.
 
데릭 아돌프: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짧게나마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잃어버린 것'이 있죠.
나는, 아버지되시는 이그의 말씀에 따라 우리가 그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전파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여러분께 아버지되신 이그를 믿어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힘을 모으고자 했을 뿐입니다.
이는 신앙심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데릭 아돌프:남을 향한 신앙이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신앙입니다.
이 순수한 욕심은 분명 이기적일테지만!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를 바치는 행위를 그 누가 잘못되었다 칭하겠습니까!!
 
 
:힘있는 목소리로, 호소하듯 말하며, 그는 잔을 높이 들어올립니다.
 
질리:(...맞아, 잘못된건 아니지. 하지만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를 바치는 행위는 결국 자신까지 파멸로 가게 만들어. 이미 잃어버린거에 집착하면 정작 중요한것까지 잃어버리지... 그게 '잃어버린 것'이야.)
(그러니까 막는거야. 아무리 비인도적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파멸로 가지 않게 해야하니까. 나처럼 후회하면 안되니까. ...너가 파멸을 만드는건지...아님 정말 아닐지도 모르지만 스스로 파멸로 가는건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생각 사이로, 격양된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데릭 아돌프:내일!!
내일이면 우리의 목적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그동안 찾으려 애썼던 것을 마주하러갑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 밤, 우리는, 우리를 위해 우리를 희생합니다!
 
 
:데릭 아돌프의 힘 있는 말에, 모두가 동조하듯 술잔을 들어올립니다.
절절한 목소리는 그 누구보다 진실되고, 격양되어 있습니다.
... ...
당신은 어쩌나요? 가만히 있을까요?
어쩌며는, 슬슬 빠져야 할 때 인지도 모르고요.
원한다면 잔을 들어도 좋겠죠.
 
질리:...
 
질리 , 어느정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며 빠져나옵니다.
 
 
:살그머니 외곽으로, 그리고 그 너머로. 당신은 인파를 헤치며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등 뒤에서는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데릭 아돌프:우리의 '잃어버린 것'들을 위하여, 건배!!
 
 
:기이잉, 이질적인 소리가 저택의 위쪽에서 들려옵니다.
천장이... 열리고 있군요.
하늘을 드러낸 로비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흥겨운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망설임없이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춤추기 시작합니다.
당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네요.
물론, 그에게도 마찬가지겠죠.
 
질리:... ...
(몰라 하고싶은게 있으니까 있는거겠지)
 
질리 , 최대한 신경쓰지 않은채 발걸음을 옮깁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는-
가슴 시리도록 아련하고도, 눈이 시리도록 밝은...
은빛의, 달이 떠 있습니다.
 
 
:달이 밝은 하늘덕에 길이 어둡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로등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주 밝습니다.
...그런데, 왜인지 어둡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심란한 마음 탓일까요?
 
질리:(심란해서 시야가 어둡긴하지...)
 
 
:뭐라도 생각을 돌릴만한게 있으면 좋을텐데, 마땅치도 않네요.
기왕 이렇게 된거, 상황 정리라도 해볼까요?
 
질리:(상황 정리라...)
(지금 그러니까... 종교부터 차근차근 생각하면 프라이코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한 교단이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것에는 형태가 없는 추상적인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다들 신앙심자체는 없지만 데릭 아돌프는 '이그'라는 아버지라고 부르는 존재를 섬긴다... 그 아버지라는 존재도 불러서 방해자를 처단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일 그 의식이 치를 예정이고 일정한 양의 피를 이용해 진을 그린다. 거기에 보름달이 뜨는 밤에 진행해야한다.)
(프라이코의 존재는 확실하게 있으며 전문가들이 증명해냈다... 이건 혹시 모르니 벨버리한테도 물어보고.)
(어쨌든 의식을 하게되면... 프라이코에서 잃어버린걸 되찾을 수 있다...여기까지만 보면 꽤 괜찮은 조건이지만... 데릭 아돌프가 말하지 않은 조건이 더 있거나, 아님 그 이그라는 존재가 문제인거겠네.)
 
질리:(또...걔 상태가 이상하고 어쩐지 굉장히 감정적이다. 이거 이번일이랑 연관이 있으려나...?)
(...그러고보니 왜 벨버리랑 만났는지도 모르네? 그 연구는 또 뭐지?)
끄응...
(...대충 이정도면 될것 같은데.)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교단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확실한 데에 반해, 그 녀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비어있네요.
말을 안 해주면 모르는데. 그걸 그 녀석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질리:(지는 다 안다 이건가?)
 
 
:어쨌든... 무슨 일이든 내일 일어날 것이 분명하고,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제지하러 와야할까요?
그들은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각자 잃어버린 것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생각해 볼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 그렇게 어느덧, 당신은 집에 도착합니다.
슬슬 늦은 시간이라 버스가 빙 도는 것 밖에 남지 않아서 조금 걸렸네요.
집에 들어서면, 조용한 공기가 당신을 반깁니다.
....아휴.
뭐, 이러나저러나 일단 자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잠깐 현실 도피 겸 소설이라도 읽어도 좋겠네요.
 
질리:...오늘따라- 집이 넓은 느낌인데...
 
질리 , 일단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에 앉아서 소설이라도 보기위해 폰을 킵니다.
 
 
:...짜잔!
익숙하게 킨 웹소설 앱은 온갖 광고란 광고를 잔뜩 띄웁니다.
으아아악.
 
질리:(아악)
 
 
:여전히 요즘 트렌드는 회.빙.환. 이군요,
 
질리:(...)
지겨워.
 
 
:직접 찾아보는 편이 낫겠어요.
생각나는 작가나 작품이 있나요?
 
질리 , 전에 [Lady and Gentleman]을 썼던 작가가 무언가 새로운 소설을 올렸는지 봅니다.
 
 
:간단한 검색을 통해 Lady and Gentleman 의 작가... UNUS의 작품 리스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도 짧은 소설을 써오던 작가였던 듯, 작품 수는 꽤 많지만... 뜨기 시작한 것은 저 소설부터네요.
현재는 'Hope of Moonlight'라는, 저택을 배경으로 한 차기작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Lady and Gentleman에도 새 화 알림이 떠 있네요.
으음, 외전?
 
질리:으음?
 
질리 , Lady and Gentleman부터 읽고 그 다음 'Hope of Moonlight'을 읽습니다.
 
 
:외전이... 분량이 꽤 되네요.
천천히 읽어봅시다.
 
 
질리:... ...
 
 
:소설을 읽어내려가던 당신은, 손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거, 아무리봐도...
BJ 려려, 그러니까, 에이나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첫번째'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한 당신이라면 절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을 정도로-
문단 속 모든 내용이 그의 죽음을 뜻하고 있습니다.
순간 섬찟한 감각에 글이 올라온 날짜를 확인해보면...
 
 
:04.01.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입니다.
......하아?
이게 무슨 일이죠?
소설이, 미래 예지라도 하는건가요?
 
질리:...
진짜...
뭐지?
...그러고보니... 본편도...
 
 
:이제서야 생각해보면, 본편의 내용도 놀라우리만치 아이라의 이야기와 유사합니다.
'레이디 그레이'라는 이름부터요.
이걸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질리:...첫번째는 우연이더라도 두번째부터는 우연은 아니지.
 
질리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기작도 읽어보러 갑니다.
 
 
:차기작은 아직까지는 6편밖에 연재되지 않은 소설입니다.
내용은...
...한 사교집단에 연루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최근들어 이상한 일에 휘말리기 시작한, 하얀 눈의 주인공A.
그런 주인공A를 돕는 검은 눈의 주인공B.
1화부터 3화까지는 화장실 바닥에 잡초가 자라고 냉장고에 휴지가 들어있는 등의 이상한 일을 겪는 주인공A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눈물겹도록 묘사가 세세하고 친절해서 여태 겪은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지경입니다.
우이씨.
 
질리:(...소름 돋아야할 타이밍인데 빡침이 올라오네.)
(이씨. 니가 뽑아봐라.)
 
 
:4화부터 6화까지는 다른 주인공B의 이야기로, 특이한 이름의 친목도모회에 다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특징적인 부분이라하면... 주인공B에 대한 심리 묘사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일까요.
엑스트라의 입장에서 보는 주인공B는, 나름 즐겁게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질리:...
 
질리 , 살짝 기대했는데 심리 묘사가 나오지 않아 실망합니다.
 
질리:(본인한테 물어봐야된다 이건가?)
(이런거는 또 철저하게 숨겨요.)
 
 
:최신화의 끝자락에는, 주인공A와 주인공B가 대차게 싸우는 모습도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정도로 격했던가?
...-가 아니라, 소름돋을 정도로 대사 하나하나까지 틀리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말투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질리:...
 
 
:...몰래 카메라?
 
질리:(뭔가 사생활 다 들킨 기분인데...)
 
질리 , 올라온 날짜를 봅니다.
 
 
:최신화의 업로드 일은 이틀 전입니다.
... ...
이거, 혹시, 소설 내용대로 현실이 흘러가고 있는건가요?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질리: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2
)
 
=
2
... 보통은 불가능하지...
 
 
:... ...
본인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난감하네요.
이것도 예의 그 '이상한 일'이라고 봐야할까요?
 
질리:(단순히 '이상한 일'이면 좋겠지만...뭔가 불길한데...)
(내 미래가 정해지는 기분은 그닥 좋지는 않아...)
 
 
:슬픈 예감은 꼭 틀린 적이 없는데 말이죠.
...일단은 시간이 정말 늦어지고 있으니, 자고 일어나서 생각할까요?
 
질리 , 오늘도 약을 먹고 잠에 듭니다.
 
 
:무엇이 되었든 내일이 되면 모든 일이 일어나겠죠.
침대에 눕고, 눈을 감으면... 까무룩, 의식이 어느 순간 꺼집니다.
 
 
:딩딩딩...
굿모닝.....
딩딩딩...
빠ㅏ빠빠 빠 빠 빠빠빠빠~
굿 모오 니잉~
 
질리 , 휴대폰을 들어 알림을 끈 뒤 집어던집니다.
 
 
:아이,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요!
분명 알람 바꿨을텐데?!
왜?!
 
질리:(개빡침)
 
질리:하루도 그냥을 안넘어가!!
 
질리 , 알림을 바꿉니다.
 
 
:아무튼, 네, 화창한 아침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몸이 가볍달까, 기분이 좋달까,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입니다.
궁서체궁서체.
 
질리:그래 나도 그럴거 같으니까, 적당히해.
알림도 니가 바꾸는거지.
 
 
:에헤이. 설마요.
선량합니다. 진짜로요.
 
질리:그으래.
믿어주마.
 
 
:헤헤.
아무튼, 어제 봤던 소설의 내용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미래를 예지하는 소설이라.
역시 꺼림칙해요.
 
질리:...일단 벨버리한테 가볼까.
 
 
:좋은 생각입니다.
수상쩍은 교단에, 이상한 일에, 이상한 소설에...
설령 해결법이 없어도 일단 대화를 좀 하면 안심이라도 될 것 같으니까요.
 
질리:맞아. 아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학교 가야하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말고.
 
질리 , 일단 가기전에 소설 올라왔는지 체크해봅니다.
 
 
:...새로 올라온 것은 없네요.
안심해야하나, 불안해야하나 모르겠습니다...
 
질리:...
일단 벨버리한테 가자...
 
질리 ,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그 순간...
바스락.
... ...
 
질리:...
 
 
:심상치 않은 소리가 베개에서부터 들려옵니다.
... ...
 
질리 , 베개를 살펴봅니다.
 
 
:살그머니... 베개를 건드리면...
바스락.
삿된 소리가...
... ...아!
왜 안에 솜이 아니라 뽁뽁이가 가득 차 있는거죠?!?!
 
질리:... ....
아오 진짜!
하루도 그냥을 안넘어가!!
 
질리 , 베개 커버를 벗겨 안에 있는 뽁뽁이를 뺍니다.
 
질리:내 베개애애...
 
 
:어휴....
솜을 새로 사야겠네요....
 
질리:... 나중에, 나중에.
 
질리 , 침대위에 베개커버를 접어서 놓은뒤 준비하러 갑니다.
 
 
:폭신함을 잃은 베개 커버를 고이 접어두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면,
띠링!
웹소설 최신화 업데이트 알람이 날아옵니다.
 
질리 , 확인합니다.
 
 
:최신화에는...
주인공B의 아침 준비 일상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으이잉?
 
질리:...응?
 
 
:잠에서 깨어나서, 옷을 입고, 식사도 하고...
잠시 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아니 이렇게 일상적인 날을 보내고 있다고요? 이 녀석이?
아니, 아니. 소설적 허용일지도요.
 
질리:라고 넘어가기에는 내 일상도 상세하게 썼는데. 얘라고 안그럴까?
...상상이 안가지만.
정말.상상이.안가지만.
정말.상상이.안가지만.
 
 
:....아무튼, 주인공B는 외출 준비를 하며 할 것을 되새깁니다.
약도 챙겼고, 옷 매무새도 잘 정리했고, 무기도 챙겼고.
 
질리:...뭐?
약이랑 무기는 뭔데.
 
 
:주인공B의 시점에서는 처음 나오는 심리 묘사가 한 줄 나타납니다.
'이 일만 잘 끝내면 돼. 그럼 더 신경쓸 것도 없어.'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질리:...뭘 신경 쓰는데?
 
질리 , 답답한지 한숨을 푹쉬며 마저 읽습니다.
 
 
:뒷 내용은 아주아주... 일상적입니다.
길을 걸어 약속된 장소에서 사교단원을 만나고, 합류한 이와 함께 저택으로 향하고.
무언가의 '준비'를 결심하는 엑스트라에게 잘 해보자는 한 마디 말을 건네고.
소설의 마지막 줄은, 왠지 불길한 '바스락.' 이라는 의성어와 함께 끝납니다.
 
질리:뭘 하는데?
...의식 너도 하는거야??
진짜???
... ...
진짜...?
너가 잃어버린게...
 
질리:(아니다, 억측일 수도 있다-)
 
질리 , 손으로 휘적거리며 가방에서 볼로타이를 꺼냅니다.
 
 
:혼란한 마음을 꾹 누르고, 볼로타이를 쥔 채 가게로 가는 문을 열면...
 
 
:...으응?
에엥?
이게 무슨 일이죠?
고개를 뒤로 빼보면 아직 해가 중천인 대낮인데, 가게 안쪽은 어두컴컴합니다.
뭐랄까...
시간이 뒤틀린 느낌입니다.
 
질리: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 ...
 
 
:똑같은 구조, 똑같은 물건이지만...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보니 분위기가 다릅니다.
나른하게 당신을 반겨주던 벨버리나, 활기차게 인사를 해오던 아이라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질리 , 소설과 그곳에 나온 나이아로 추정되는 이의 행적때문인지 점점 불안한 마음이 커져갑니다.
 
질리:벨버리?
아이라?
 
 
:... ...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질리 , 가게 안을 둘러봅니다.
 
 
:가게 안을 슬 둘러보면, 달라진 것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딱 하나, 유일하게 달라진 점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이 열려있는 것입니다.
 
질리:...
 
질리 , 잠깐 그것을 보고 멈칫했다가...안으로 들어가봅니다.
 
 
:먼지 냄새가 가득한 안쪽은 잡동사니들이 가득하고, 온통 하얀색 천들로 덮여 있습니다.
천으로 뒤덮이지 않은 물건은... 저 액자가 유일하네요.
 
질리 , 액자를 봅니다.
 
 
:액자에는 '활짝 웃는 벨버리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평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걸요.
옆에는 한 여성이, 정말 행복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곁에 서 있습니다.
귓가에 하얀 꽃도 달고 있군요.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 ...
바스락.
순간, 등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당신이 곧장 뒤를 돌려는 찰나-!
새하얀 천이 몸을 부풀리며 당신의 머리 위로 쏟아집니다!
하얀 천을 푹 뒤집어쓰게 되면, 누군가가 퍽 하고 당신을 밀치기까지 합니다!
 
질리 , 그대로 하얀 천을 뒤집어 쓴채로 뒤로 넘어집니다.
 
질리:악!
 
 
:우당탕-
당신이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면... 새된 목소리로 누군가 외칩니다.
 
아이라 그레텔:다, 당장 정체를 밝혀요!!
안 그럼... 안 그럼 경찰 부를거에요!!
 
 
:-아이라?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외친 소녀는... 무언가로 천을 뒤집어 쓴 당신을 마구 때리기 시작합니다.
아, 아야, 아야야야,
이 느낌은...
책?!
 
질리:자, 잠깐만! 아이라! 나야!!
 
아이라 그레텔:아? 으응? 에?
 
질리 , 급하게 천을 걷어내며 말합니다.
 
아이라 그레텔 , 양손으로 책을 꽉 붙잡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아이라 그레텔:...어엇...
저, 전 또 도둑인줄 알고!!
놀랐잖아요!!
 
질리:...도둑이겠냐고!
 
아이라 그레텔:혹시 모르잖아요!!
 
질리:이름도 불렀는데!
 
아이라 그레텔:어....
불렀다구요?
못 들었는데...
 
질리:...그래.
 
아이라 그레텔:아, 음, 그...
아무튼 미안해요.
 
질리 ,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 쓰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질리:벨버리는? 봤어?
 
아이라 그레텔:아아뇨...
오늘 가게 안 나왔어요.
그래서... 가게에 아무도 없으면 안될 것 같길래....
자암깐 지키고 있다 가려고 했어요.
 
질리:아하...
...너 레이디앤 젠틀맨 소설 알아?
 
아이라 그레텔:소설이요?
안 그래도 사람들이 길 다니면서 많이 얘기하길래 나중에 볼까 잠깐 고민 했었어요.
 
질리:...그거 차기작 소설이 있거든?
 
질리 , 휴대폰을 켜서 몇몇 부분을 짚어주며 보여줍니다.
 
질리:이거랑, 레이디 앤 젠틀맨 소설이랑, 그 외전이 전부 일어나기 전에 올라왔어.
근데 내용을 보면 딱 그 사건들 같이 나와있고,
마치...예언을 한거거나... 아니면 우리가 그 소설대로 움직이는 느낌이야.
 
아이라 그레텔:...미래를 예언하는 소설이라...
......잠깐만요.
그, 레이디 앤 젠틀맨 엔딩이요...
...제가 알기로는 주인공이 나중에 자살... 하는데...
 
질리:... ...
 
질리 , 꺼림칙하다는 표정으로 바뀝니다.
 
질리:하지만, 넌 지금 살아있으니까...
다른 부분도 있는건가?
 
아이라 그레텔:...그... 렇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되잖아요.
그쵸?
 
질리:...그렇겠지.
일단 다른것부터.
...소설대로라면 지금 프라이코가 의식을 시작했을거야.
근데... 걔...나이아도 참여한것 같아.
...요즘만 안왔다 했지? 왔을때 뭐 이상한거 없었어?
 
아이라 그레텔:음... 잘 모르겠...
...아!
그러고보니까, 전에 벨 오빠랑 나이아 오빠랑 했던 대화 중에 그런게 있었어요.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면 '대가'가 필요하댔던가?
당연한 이야기라서 잊고 있었어요.
 
질리:...당연하긴하지.
 
질리 , 한숨을 푹쉽니다.
 
질리:으음...
 
아이라 그레텔:...으음, 그리고요...
이건 벨 오빠한텐 비밀인데요...
 
질리:응?
 
아이라 그레텔:그 일 이후로 벨 오빠가 계속 피곤해보이길래, 좀 걱정되기도 하구...
....솔직히 좀 궁금해서...
가게 안쪽을 몰래 들여다 본 적이 있거든요?
그때 벨 오빠가 살피던 자료 위치를 봐뒀어요.
평소답지 않게 엄청 무거운 표정이길래요.
 
질리:...위치 어디야?
 
아이라 그레텔:잠깐만요-
 
아이라 그레텔 , 뽁뽁 걸어서 높은 천이 씌워진 가구 앞으로 가더니, 천을 붙잡고 홱 잡아당깁니다.
 
 
:아이라가 천을 걷어낸 가구는... 투박한 책장입니다.
마도서들을 봉해둔 책장인지, 책장은 온통 새까맣습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슬적 훑어본다고 찾을만한 건 아니겠죠.
다 천에 덮은 검은 책이기도 하고요.
아이라는 잠시 기웃거리며 책장을 살피더니, 유독 얇은 책 한 권을 뽑아 천을 걷어냅니다.
 
아이라 그레텔:아, 이거다!
 
질리:찾았어?
 
아이라 그레텔:아마도 이거 맞을거에요.
...-자요, 읽어봐요.
 
아이라 그레텔 , 꺼내온 책을 건네줍니다.
 
질리 , 책을 받아서 펼쳐봅니다.
 
질리: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이건... 공책이네요.
제목도 이름도 적히지 않은 주황색 공책입니다.
안을 펼쳐보면, 누군가가... 아마도 벨버리가, 자필로 적은 듯한 것들이 쓰여 있습니다.
걔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라면-
 
 
질리:...
대가가 정확하다...라.
그럼... 의욕을 얻으면 그에 비슷한 다른걸 잃게되겠네. 영감이라던지.
 
아이라 그레텔:...으음...
갑자기 궁금해졌는데요.
그럼, 나이아 오빠는 뭘 잃어버린걸까요?
뭘 찾으려고 하는거지?
 
질리:...글쎄. 말해준것이 없어서.
애초에... 걔가 잃을게 있나 싶어. 좀 과하게 말하면 가진건 다 가졌어서.
그리고...물어봐도 대답 안해줄것 같지 않아?
 
아이라 그레텔:맞긴해요.
 
질리:...걔도 프라이코를 열만큼 잃어버린 것이 있나?
 
아이라 그레텔:있으니까 참여하러 간 거 아니에요?
그냥 할 이유도 없잖아요, 딱히.
 
질리:... ...
 
질리 , 그 말에 대답 못합니다. 그냥 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질리:아이라, 너는 스스로 잃어버린게 있다고 생각해?
 
아이라 그레텔:저요?
... 이것저것 엄청 많긴 해요.
 
질리:음... ...
 
아이라 그레텔:아끼는 볼펜도 잃어버렸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잃어버렸었고, 또...
 
질리:...
 
아이라 그레텔:...아냐, 이건 너무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질리:상관 없긴하지만- 뭐 그래. 알았어.
 
아이라 그레텔:...오빠는요?
오빠도 뭐 잃어버린 것 중에... 되찾고 싶은 거 있어요?
 
질리:...음, 나도 좀 무겁긴한데. 괜찮아?
 
아이라 그레텔:괜찮아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오빠 얘기 듣겠어요?
평소엔 물어보면 '그런게 있어-' 이러면서 말 안해줄거잖아요.
 
질리:뭐...그렇긴한데.
부정못하겠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소원.
 
아이라 그레텔:우와, 완전 무거워.
 
질리:무겁다고 했잖아.
지금은? 이렇게 말하는거면 뭐겠어. 잃어버렸지.
 
아이라 그레텔:근데, 대가가 딱 맞아야 한다 그랬잖아요?
행복을 되찾기에는... 대가가 장난 아닐것 같아요.
 
질리:그래서 난 안하잖아. 이미 포기한것도 있고.
그리고... 의식이니 종교니...뭐니 지겨워.
 
아이라 그레텔:...어렵네요...
...-아 맞아, 나 오빠한테 줄 거 있었는데.
 
질리:응? 뭔데?
 
아이라 그레텔:여기 찾아와서 이런 얘기 하는 거 보면, 나이아 오빠 잡으러 갈 생각인거 맞죠?
 
질리:어.
당연하지.
 
아이라 그레텔:그러면, 잠깐 볼로타이 주고 밖에서 기다릴래요?
벨 오빠가 두고간 것 같은 물건들이 있었는데, 혹시 몰라서 안쪽에 숨겨두고 있었거든요.
그거 찾아서 같이 드릴게요.
 
질리 , 그말에 가방에서 볼로타이를 꺼내서 줍니다.
 
질리:알았어.
 
아이라 그레텔:안쪽 몰래 보면 안돼요!
절대로요!
 
질리:안봐!
 
아이라 그레텔:약속했어요! 보면 나쁜 어른!
 
아이라 그레텔 , 볼로타이를 받아들고, 당신을 방 밖으로 내쫓더니... 조심스레 문을 닫습니다.
 
질리:...
(쾅 닫고싶었는데 못 닫은것 같은데.)
 
 
:... ... 뭐, 나름 생각이 있는 모양이니까요.
아이라도 마법사는 마법사잖아요?
우리 생각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거에요.
일단... 기다리면서 주위라도 둘러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질리 , 가게 안을 둘러봅니다.
 
 
:여전히 어둑어둑한 가게 내부는 제법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따라 카운터가 굉장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군요.
항상 누릿한 종이뭉치나 손때 묻은 펜 등이 올라가 있어서 부산스러웠는데 말이죠.
그 덕인지, 카운터 안쪽 의자에 놓인 오렌지 모형 키링과 오렌지 무늬 담요가 유독 눈에 띕니다.
 
질리 , 오렌지 모형 키링을 집어듭니다.
 
질리:전에 이걸로 벨버리 목소리가 들렸는데..
 
 
:확실히, 저번에 이 키링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었죠.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지는 몰라도, 적어도 벨버리가 무슨 할 말이 있다면 전해들을 수는 있을겁니다.
 
질리 , 키링을 챙긴뒤 담요를 들춰봅니다.
 
 
:형광 노랑 배경에 오렌지가 박힌 담요입니다.
최근에 세탁했는지 향이 좋네요.
담요 안쪽에는 종이 쪽지가 한 장 들어 있습니다.
 
질리 , 종이를 봅니다.
 
 
질리:...
죽은 사람...이라...
걔가 이걸 모를리가 없는데...
 
 
:...그리 중얼거리며 카운터 안쪽을 서성거리다보면, 발치에 무언가가 걸립니다.
웬 두꺼운 책이 한 권 떨어져 있습니다.
 
질리 , 집어올려 펼쳐봅니다.
 
질리:(...무거워)\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책을 펼치고 한 장씩 넘기며 읽던 중...
이크, 손이 미끄러지고 맙니다.
떨어진 책은 그대로 꽁! 발등을 찍고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아야!
 
질리:악!
 
질리 , 부들거리며 발등을 붙잡습니다.
 
질리:...
(다시 집어듬)
 
 
:당신이 책을 다시 집어드는 순간,
띠링!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립니다.
이거 왠지 불길한데요.
 
질리:...
 
질리 , 책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뒤 휴대폰을 봅니다.
 
 
:휴대폰 알림을 확인하면...
소설 최신화 업로드 알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습... 역시 불안한데요......
 
질리:...
 
질리 , 일단 읽어봅니다.
 
 
질리:... ...
 
질리 , 흔들리는 동공으로 글을 봅니다.
 
질리:...벨버리랑...나이아...겠지?
 
질리 , 안그래도 불안한 감정이 커지는 가운데 이런 글까지 보니 더욱더 불안해지는 기분이듭니다.
 
 
:증폭해오는 불안감에 슬슬 숨이 막힌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끼이이이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아이라가 걸어나옵니다.
손에는 향수병과 당신의 볼로타이, 그리고.... 권총?!?!
 
아이라 그레텔:자요, 아까 준다고 했던 것들이에요.
 
질리:...하필 권총.
 
질리 , 볼로타이를 목에 맨 뒤, 권총을 가방에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향수병은...
 
질리:이건 뭐야?
 
아이라 그레텔:몇몇 괴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는 약이에요.
냄새가 좀 심하긴 한데...
볼로타이 잘 가지고 있으면 별 일 없을거에요!
 
질리:음...
 
질리 , 일단 몸에 뿌립니다. 칙칙.
 
아이라 그레텔 , 익- 소리를 내며 두 걸음 정도 떨어집니다.
 
질리:...야.
뭔가 기분이 묘하다?
 
아이라 그레텔:기분탓이에요, 기분탓.
 
질리:흐으으음...
 
아이라 그레텔:...아무튼, 조심해서 다녀와야해요?
볼로타이 잃어버리지 말고, 꼭 하고있어야 하구요.
 
질리:알았어, 알았어.
 
아이라 그레텔:...진짜 조심해야해요??
약속하고가요, 자.
 
아이라 그레텔 , 새끼 손가락을 대뜸 내밉니다.
 
질리 , 그걸보고는 피식웃으며 새끼손가락을 걸어줍니다.
 
질리:자, 됐지? 적어도 제대로 책임질때까지는 안죽을테니까 걱정마.
 
아이라 그레텔:...오빠 못 돌아오면 진짜 슬퍼할 줄 알아요.
 
아이라 그레텔 , 몇 번 걸린 손가락을 흔들흔들 하더니, 엄지손가락을 펼쳐 '도장'까지 꾹 찍고 나서야 놓아줍니다.
 
질리 , 그래 그래 하면서 도장까지 찍는 것까지 하게 둡니다.
 
질리:꼭 돌아올게.
그럼... 다녀올게.
 
아이라 그레텔:...잘 다녀와요!!
아자자!!
 
질리 , 그걸 보고 아이라 머리를 쓰다듬은뒤 가게 문을 열고 나갑니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당신은 교단의 저택으로 향합니다.
보이는 것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세상이었지만...
당신이 향하고 있는 방향의 하늘이 유독 어두운 것도 같습니다.
택시 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오늘 센트럴의 하늘에서 발견한 이상 기후 변화에 대해, 기상청은 한 번도 관측된 적 없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밝혀......"
...저택에 도착하면 벌써 을씨년스럽게 노을이 가라앉는 시간입니다.
 
 
:아침을 먹고 일어난 때가 금방 같은데, 벌써 노을이 지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저택은 어제 봤던 그대로의 상황입니다.
문은 닫혀있지도, 잠겨있지도 않습니다.
마치 당신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저항없이 열릴 뿐입니다.
안쪽으로는 불빛 하나 켜지지 않은 어둑한 내부가 보입니다.
 
질리:... ...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저택, 원래 이런 구조던가요?
붉은 카펫의 일자 복도, 분명 어제 본 그 모습인데... 뭔가 묘하게 낯섭니다.
무언가 달라졌습니다.
 
질리:(휴대폰 불 켜도 되려나?)
 
질리 , 일단 안으로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어둑한 공간에서 굴곡진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꺼칠꺼칠한 피부를 가진 존재가, 기침 같은 소리를 내며 저만치 앞에 나타납니다.
기괴한 몸에서 썩은내가 풍기고 있습니다.
함몰되었다고 표현하면 딱 알맞을 전신과, 부분부분 녹아내린 피부 따위도 눈에 들어옵니다.
...끔찍한 몰골이군요.
 
질리: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질리 ,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1층을 둘러봅니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피면...
...명백하게 어제와는 뭔가 달라졌습니다.
이런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미묘하게 전보다 좁아보이는 공간의 왼쪽, 문이 하나 있는 것이 간신히 보입니다.
주변에서는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종이를 밟는 바작바작 소리와 인간의 신음소리도 나고 있습니다.
썩은내 때문에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 혈향도 점차 짙어집니다.
 
 
:...곤란한데요.
그리고, 괴물은 몰라도 인간은 피하는 것이 좋겠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질리:... ...
(최대한 사람한테 피해 안주게...최대한 사람한테 피해 안주게...)
 
질리 , 짙에 나는 혈향에 애써 정신을 부여잡은채로 왼쪽 문으로 들어갑니다.
 
 
:조심조심 몸을 숨기며 왼쪽 방으로 들어가면...
.......서재?
여기는 분명 1층일텐데?
창 밖에서 스며드는 은빛 외에는 조명 하나 없는 조용한 서재에는 책장이 가득합니다.
굉장히 많은 서가가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서가에는 책이 한 권도 없습니다.
누가 일부러 책을 다 빼놓은 듯 깔끔하네요.
 
질리 , 휴대폰 불빛을 킨채로 책장을 살펴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서가 위에 놓인 작은 수첩을 발견했습니다.
살짝 펼쳐보면, 해괴한 모양의 진이 그려져 있습니다.
무언가 복잡해보이는데... 그 뿐입니다.
밑에는 이런 글귀도 적혀 있네요.
‘præco가 열리는 날이 오면, 그 날은 진정한 행복일지니!’
 
질리:... ...
 
질리 , 해괴한 모양의 진을 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탐욕스레 먹이를 삼키는 뱀의 모양입니다.
분명 흑백으로 된 그림이건만, 거친 선자국과 흘러내리는 표현은 모두 피를 연상시킵니다.
...불쾌한데요.
 
질리:...으...
 
질리 , 수첩을 다시 내려놓은뒤 서재에 뭔가 더 없나 둘러봅니다. 더 없는 것 같으면 곧바로 서재를 빠져나옵니다.
 
 
:더 이상 볼 것이 없는 서재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면,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로비의 모습을 가득 담아 당신에게 알려줍니다.
...꼭 책의 정글에 온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어지럽게 쌓인 육중한 책더미가 엉망으로 공간을 메우고 있습니다.
책 내지를 갈갈이 찢어내 바닥에 듬뿍 쌓아두곤, 쓸모없어진 표지는 한 구석에 내버렸군요.
바닥에 난무하는 종이들 위로, 혈액으로 그려진 해괴한 진이 보입니다.
그 진을 둘러싼 인영의 그림자가 이질적으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 인영들은 책을 찢어 진 위에 흩뿌리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제 육신을 날붙이로 그어가며 붉은 것을 흘립니다.
...이게, 그들이 말하던 '의식'인가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좀처럼 시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불안감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이죠?
 
질리:... ...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박.
뒤쪽에서 인기척이 다가옵니다.
사박.
...그것은 꼭, 사냥감을 노리는 뱀처럼-
 
질리 , 빠르게 몸을 돌려 거리를 벌립니다.
 
 
:캉!
날카로운 소리가 당신이 있던 장소를 강타합니다.
쇠파이프를 들고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이, 핏발선 눈으로 이쪽을 바라봅니다.
 
 
:당신을 습격한 이는 숨을 크게 고르며 몸을 부들부들 떱니다.
피가 과하게 나고 있는 팔은 날카로운 무언가로 짓이긴 듯 살이 끔찍하게 파여있습니다.
...살짝 너덜거리기까지 합니다.
 
질리: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죽이면 안된다...죽이면 안된다...)
 
질리 , 최대한 상처없이 제압을 시도해봅니다.
 
질리:
근접전(격투)
기준치: 67/33/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최대한 상처없이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배웠던대로 움직여보지만... 생각보다 저항이 거셉니다.
체격차인지, 근력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억누르려던 당신의 시도는 형편없는 결과만 내뱉습니다.
으, 발버둥치지 좀 말아라아.
 
질리:(으윽... 힘이 약한게 체감될때마다 곤란하단말이지...)
 
 
:퍽, 당신을 밀쳐낸 그 자는 손에든 쇠파이프를 온 힘을 다해 휘두릅니다.
으악, 피해요!
 
질리:
회피
기준치: 80/40/16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휘익- 몸을 던진 당신의 옆으로 날선 부웅- 소리가 들립니다.
.......
빨리, 빨리 제압하는 게 낫겠어요!!
 
질리 , 몸을 돌린채 그대로 빠르게 다시 제압합니다.
 
질리:
근접전(격투)
기준치: 67/33/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힘이 안되면 무게로 누르면 그만!
왠지 상태가 안 좋게 비틀거리는 틈을 타 그를 바닥에 엎어버리고, 그 위로 올라탔습니다.
이대로 어떻게든 기절시켜버리면 만사 오케이! 겠군요.
...그나저나.
정말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사람, 눈은 잔뜩 충혈된데다가 초점도 맞지 않고, 입가에선 침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뭔가 하얀게 입에 물려있는 것도 같은데...
그는 계속 신음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중얼거립니다.
...휘파람?
 
질리:...?
 
 
:연신 '휘파람이... 휘파람...' 같은 소리를 웅얼거리고 있습니다.
...
빨리 기절이나 시킵니다.
 
질리:...죄송합니다!
 
질리 , 빠르게 머리를 쳐 기절시킵니다.
 
 
:깡!
머리를 맞은 사람은 그대로 기절해버렸습니다.
한 건 해...결?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
문제가 있다면, 당신이 그 사람과 투닥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끌려버렸다는 것입니다.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눈으로,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 ...
아무리 그래도 저 수는 좀...
 
질리:...
 
 
:다시 방으로 도망친다고 뭔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행 돌파하기에도 수가 많고요.
....어쩌면, 좋을까요?
 
질리:(이럴때...어떻게하면 좋다고 그랬지...?)
 
질리 ,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가만히 서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어쩔줄 모르고 서 있으면-
어디선가...
부릉...
부르릉....!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납니다?!
 
질리:으응??
 
 
:끼이이이이익-
쾅!
유리가 산산히 부서져 흩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거대한 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네, 당신도 포함이에요.-이 그쪽으로 쏠립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저택의 창을 화려하게 박살내며 돌진하는 거대한 오토바이입니다!!!
 
질리:...뭐라고?
뭐, 뭐라고??
 
질리 , 순간 벙찐 표정으로 박살난 창과 오토바이를 바라봅니다.
 
 
:휘이익, 끼익-
깔끔한 나선형을 그리며 미끄러지듯 들어온 오토바이에, 당신을 가로막던 이들이 엉망으로 뒤엉키며 넘어집니다!
그 화려한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기도 잠시, 헬멧을 쓴 라이더는 당신의 팔을 붙잡고 급하게 옆의 방으로 당신을 끌고 들어갑니다.
어, 으, 잠깐만요--!!
 
질리 , 속수무책으로 끌려갑니다. 으악!
 
 
:쾅!
방 문을 닫고, 주변이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라이더는 한숨을 후- 뱉으며 헬멧을 벗습니다.
헬멧 안에 보이는 얼굴은-
응? 사무엘?
 
질리:으,응? 사무엘??
 
사무엘 그리예드:안 늦어서 다행이네요.
'향수' 뿌리셨죠?
멀리서 봤을 땐 몰랐는데 싸우시는 거 보고 알았어요.
 
질리:아...
 
질리 ,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스러웠는지 아직까지 벙쪄있습니다.
 
질리:그, 어...왜 여기오셨어요??
 
사무엘 그리예드:저도 당신이랑 같은 입장이니까요.
 
사무엘 그리예드 , 헬멧을 옆에 아무곳에나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볼로타이를 꺼내 보여줍니다.
 
질리:...아. 벨버리를 아시는군요??
...근데 어째 가게에서 마주친적이...거의 없었는지...
 
사무엘 그리예드:하하... 아무리 그래도 공무원이니까요.
아무튼, 여기서 더 심각한 일이 생기기 전에 해결해야해요.
자세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까지는 모르지만, 벨버리가 막으려고 하는 일이 뭔지는 알고 있어요.
하나는 프라이코 의식, 하나는 '아버지'라고 불리는 악마의 소환이에요.
교단 내에서는 휘파람 소리를 이용해 착란을 일으키도록 교육을 해둔 것 같은데,
오히려 다행이죠, 그걸 역이용하면 되니까요.
 
질리:음...
그럼 저택에 있는 스피커들을 이용하시려는 거죠?
 
사무엘 그리예드:네.
창고에 음향장비가 있을테니까, 거기까지만 찾아가면 될거에요.
-어떻게, 같이 가실래요?
 
질리:...네. 일단 갈게요.
지금 딱히 그것말고는 방법이 생각 안나니까.
 
사무엘 그리예드:좋아요, 그럼...
조심히 출발합시다.
 
질리 , 고개를 끄덕입니다.
 
 
:빼꼼,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면, 아까 내던지듯 해둔 오토바이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흐물흐물하게 서서....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합니다.
...이 틈에 지나가면 되겠군요.
 
질리 , 빠르게 윗층으로 올라갑니다.
 
질리: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은밀행동
기준치: 55/27/11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조용히 계단을 오르다보면, 순찰 인원이라도 되는건지, 사람 2 명이 복도를 지나갑니다.
급히 가구 뒤에 몸을 숨겨 들키지 않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럴 수는 없을테니, 어디든 들어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질리 , 오른쪽 방으로 들어갑니다.
 
 
:쏙, 오른쪽 방으로 들어오면...
온갖 잡동사니와 전자기기들이 몰려있습니다.
아하! 창고군요!
 
질리:(바로 찾아서 다행...)
여기 맞나요?
 
사무엘 그리예드:네, 맞아요.
수고를 좀 덜었네요, 다행히도.
 
사무엘 그리예드 , 곧장 음향 장비를 체크하고,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며 컴퓨터를 작동시켜봅니다.
 
사무엘 그리예드:......-음.
전기가 나가서 작동을 안하는 모양인데요.
아무래도 비상 전력을 켜야할 것 같아요.
 
질리:흐음...
한번 찾아보러 갈까요?
 
사무엘 그리예드:그래주시면야 감사하죠.
그럼... 저는 여기서 바로 음향 통제 준비를 해놓을게요.
 
질리:네, 알겠습니다.
 
질리 , 그말에 고개를 끄덕인채 밖으로 나갑니다.
 
 
:당신이 조용히 방 밖으로 나오면...
치지지직.
갑작스러운 소리와 함께 가방 안에서 웬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우악?! 들키는거 아냐?!
 
질리 , 급하게 가방에서 키링을 꺼냅니다.
 
벨버리:▒▒▒-장 옥상에 있는 '동상을 부숴야-▒▒
그러면, 이 저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환'이 멈출 ▒▒▒▒
아버지도, 프라이코도요!
곧 소환 의식이 시작될 ▒▒▒▒
서두르지 않으면...▒▒▒▒-으아아악?!
 
 
:다급한 목소리 뒤로 묘한 츠츠츠츠...... 하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질리:
교육
기준치: 80/40/16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소리는... 방울뱀이 경계할 때 내는 소리입니다.
-그 소리를 끝으로, 누군가에게 다급히 전달하는 듯 하던 연락은 뚝, 하고 끊깁니다.
그리고, 벨버리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반응할 새도 앖이, 바깥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와장창- 창문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비명과 신음 사이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교단원: 곧, 곧 의식이 시작된다! 다들 준비해!
 
 
교단원 : 프라이코가 열린다!! 머지 않아 모든게 완벽해진다!!
 
 
교단원: 기다려, 여보! 내가 곧 갈게!!
 
 
:비명과 신음이 섞인 목소리가 난무하던 그떄,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순간 귀에 와닿습니다.
 
나이아:이것만 성공하면... 이제 정말로-...
 
 
:...잘못, 들은걸까요?
 
질리 ,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립니다.
 
질리 , 흔들리는 동공으로 그 목소리를 곱씹어봅니다. 이해되지 않는 감정과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혼합되어 뒤섞이고있습니다.
 
질리:... ...
 
질리 , 하지만 몸을 돌려 옥상으로 향합니다. 공포심도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탁 트인 옥상에 발을 디디면, 강력한 돌풍에 잠시 걸음이 멈추어집니다.
눈 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밝은 빛을 뿜어내며 데릭 아돌프가 서 있습니다.
그 주변엔, 초점이 어긋난 사람들과 병든 짐승들이 근처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군요.
사람들의 처절한 외침과 짐승들의 괴기스러운 울부짖음 소리가 뒤엉킵니다.
그런 그들과 대치하듯이 서 있는 것은 붉은 머리의 사내,벨버리입니다.
 
질리 , 그 모습에 벨버리가 있는 방향으로 외칩니다.
 
질리:벨버리!!!
 
벨버리 , 헉헉대며 숨을 고르고 있다가, 당신의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립니다.
 
벨버리:...-옥상의 네 귀퉁이에 '동상'이 있을거에요.
여긴 제가 막을테니까, 그걸 찾아서 부숴주세요!
 
질리:...네!!
 
질리 , 대답한뒤 동상을 찾아 달려갑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옥상의 한쪽 끝자락에 설치되어 있는 동상을 발견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앞에 방울뱀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겠죠.
츠츠츠- 하는 소리를 내며, 명백한 경계의 의미를 담아 당신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질리 , 가방에서 손도끼를 꺼내지만... 저것을 이길 자신을 없습니다. 빠르게 동상이 있는 쪽으로 달려갑니다!
 
질리:
손도끼
기준치: 55/27/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동상을 향해 최대한 빠르게 달려들지만, 동상을 내리치려는 찰나, 방울뱀이 튀어오릅니다.
뱀의 독 묻은 이를 피하기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뒤로 물리고 말았습니다.
이러언.
 
질리:으윽...
 
 
:뱀은 여전히 경계음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 뱀과 대치중인 당신의 등 뒤에서, 데릭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데릭 아돌프:질리씨. 부탁입니다. 그만둬주세요.
 
질리:...내가 왜?
 
데릭 아돌프:이건 다 본인들을 위해서 하는 일들입니다.
다들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걸, 어째서 막으려고 하십니까?
 
질리:...
그걸 되찾아도 또 그와 동등한 소중한 것을 잃게 되잖아?
그럼 결국 스스로 파멸로 가는 선택지가 되버려.
지금의 안위만 챙기면 다야?
 
질리 , 다시 한 번 도끼로 동상을 내리칩니다.
 
질리:
손도끼
기준치: 55/27/11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콰앙- 큰 소리를 내며 내리쳐진 동상엔 길게 흠집이 남습니다만, 부숴지지는 않습니다.
-역시 힘이 모자라요!
 
질리:(으윽!!!)
(이 놈의 힘!!)
 
 
:옆에서 츠츠츠츠- 소리를 내던 뱀이 힘차게 당신을 향해 튀어오르지만, 뱀은 당신에게 닿지 못하고 갑자기 스르르 사라집니다.
...-투명해지거나, 그런게 아닙니다. 그냥... 없어졌어요!
 
데릭 아돌프: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대가를 내놓아도 괜찮을 정도로, 간절한 마음인 것 아니겠습니까?
당신이 하고 있는 건 그들의 기대와 소망을 짓밟는 것 밖에는 되지 않아요!
 
질리:...
그래서 어쩌라고?
 
질리 , 그 말을 하며 데릭이 있는 방향을 바라봅니다. 어둠 속에서 새하얀 눈이 밝게 희번뜩입니다.
 
질리:너희들은 항상 그게 문제야.
다른 댓가를 내놓아도 된다, 간절한 마음이다.
기대와 소망을 짓밟는거다...
그래서 어쩌라고!!
결과가 어떨지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이점만 본채로 다른 대가를 내놓아도 괜찮다 하는게 잘하는 짓이야?!
웃기는 소리 하지말라고 그래, 그게 제일 절망적인거라고!!
 
질리:땅문서를 되찾으면 뭐해? 그 대신에 아내가 사라질 수도 있는데?
의욕을 찾으면 뭐해, 다시는 그림을 못그리게 될 수도 있는데!
지금만 보면 뭐해!! 정작 그 이후를 안보는데!
 
질리 , 잔뜩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며 바로 동상을 부숴버립니다.
 
 
:쾅!
일전의 공격으로 금이 가있던 동상은 그대로 무너져내립니다.
데릭의 입에서 짜증이 조금 섞인 침음성이 들려옵니다.
아하,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불만족스러운가보죠?
이 기세를 몰아서 아예 이 미친 짓을 멈추어버립시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옥상의 또 다른 귀퉁이 끝에 동상이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당연하게도, 방울뱀이 한 마리 떡 버티고 있지만요.
아휴, 그냥 쉽게쉽게 가면 좀 좋은가?
 
데릭 아돌프:-당신도 잃어버린 것이 있잖습니까.
물건, 사람, 소원, 어느 것이든 잃은게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도 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건가요?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아주 작다고 하더라도!!
희망을 걸어보는게 잘못된겁니까?
 
질리:나한테 그딴 소리 지껄이지마!!
그래, 있어. 잃어버린거.
상실했을때 느끼는 감정도 알고 있어.
작은거라도 희망 걸어보는거? 알고 있지.
아니까 막는거 아니겠어? 그 잃어버린거 하나때문에 정작 더 중요한걸 잃게된다는 생각은 못하는거야?
그 희망이 결국 절망이, 파멸이 되버린다는 걸 몰라?
 
질리:모르니까 이러는거겠지!
 
질리 , 그 말을 하며 동상으로 달려나갑니다.
 
질리:
손도끼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카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단번에 동상이 박살납니다.
당신에게 달려들려던 방울뱀도 동상이 부서짐과 동시에 키에에-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더니 사그라들어버렸습니다.
이제 두 개 남았겠군요!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만치 또 다른 끝자락에 동상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아, 그래요, 방울뱀도요.
지겹지도 않나.
 
질리:(뱀뱀... 뱀을 왜이리 좋아해?)
 
데릭 아돌프:질리씨, 부탁입니다.
제발... 제발 그만둬주세요.
이건 당신을 위해 하는 말이기도 해요.
만약 당신에 의해 의식이 취소되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면,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두렵지 않으십니까?
 
질리:허어.
이제는 하다하다 협박인거야?
 
데릭 아돌프:-그들이 작은 희망에라도 매달릴 수 있게 해주세요.
이건, 네, 협박입니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한다면... 저로서도 정말로 어쩔 수 없어요.
 
질리:협박이라... 정말 다양하게 들어서 이제는 지겨울 지경이야.
사람들이 알아도 뭐 어쩌라고?
날 죽이려들든 원망하든 그건 내 알빠 아니야.
그런게 무서웠으면 진작에 안왔겠지.
애초에, 내가 이사람들 전부 살리고싶어서 온것 같아? 그냥 너희 하는 짓이 꼬아서 온거야.
날 죽일 수 있으면 죽여봐, 내가 얌전히 죽어줄 것 같아?
 
질리:
손도끼
기준치: 55/27/11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꺵- 삐끗 엇나간 도끼날과 석상이 부딪히며 듣기 싫은 소리를 냅니다.
경계음을 내뱉던 뱀은 그것을 마주함과 동시에 팍! 당신을 향해 튀어오릅니다.
 
질리:
회피
기준치: 80/40/16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급하게 몸을 뒤로 물리며 뱀의 이를 피해냅니다.
아- 저러니까 힘이 안들어가죠.
가까이 갈 수나 있어야 뭔가 힘을 확 실어넣던가 하지!
 
데릭 아돌프:...저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데릭 아돌프 , 한숨을 후- 내쉬고는 휘파람을 몇 번 붑니다.
 
 
:...-무슨 짓을 하려는걸까요?
흘끔 데릭이 있는 쪽을 바라보아도 별 다른 이변은 보이지 않습니다.
 
질리:...-?
 
 
:그나마 보이는 것은 여기서 반짝, 저기서 반짝, 옥상을 종횡무진하며 시선을 끄는 벨버리입니다.
...확실히 지쳐보이는 모습입니다.
너무 오래 시간을 지체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질리 , 숨을 한번 몰아쉰 뒤 다시 한 번 힘을 실어 도끼를 휘두릅니다.
 
질리:
손도끼
기준치: 55/27/11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까앙- 소리를 내며, 도끼날이 석상의 일부를 깨뜨리고 지나갑니다.
...이 정도로는 좀 부족하겠죠?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시도해야겠어요.
츠츠츠- 거리던 뱀은 이번엔 위로 튀어오르는 대신, 당신의 다리를 노리고 몸을 내던집니다.
이크!
 
질리:
회피
기준치: 80/40/1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달려드는 뱀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려던 당신은, 뱀의 몸에 다리가 걸려 그 자리에서 넘어지고 맙니다.
으악!
 
질리:(윽!)
 
 
:성공적으로 당신을 넘어뜨린 뱀은 입을 쩌억 벌리더니 그대로 다리를 콱 깨물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스르르 투명해지는가 싶더니 사라지고 맙니다.
 
질리 , 일어서기 위해 몸을 일으킵니다. 다리가 물려서인지 잠시 비틀거리긴 하지만 문제는 없습니다. 그대로 동상을 부숩니다.
 
 
:콰앙! 마저 동상을 작살내버렸습니다!
... ...데릭은 이쪽을 노려만 볼 뿐, 무어라 더 말하지 않습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드디어, 마지막 남은 동상입니다.
저것만 부수면 이 모든 일이 끝날겁니다.
동상의 앞에는 당연하게도, 그 동상을 지키는 것이 서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조금, 많이 다르다는 점이네요.
그것은 방울뱀이 아닙니다.
 
 
:병든 짐승도 아닙니다.
인간과는 거리가 먼, 새까맣게 썩어들어간 마력을 몸에 드러낸 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당신의 악몽, 나이아입니다.
 
질리 , 그 모습의 정체를 확인하자 표정에서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합니다.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집니다.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표정입니다.
 
 
:...총에 맞은것인지, 그가 부여잡은 어깨에서는 붉은 핏자국이 묻어나오고 있습니다.
......그 소설에서 본대로군요.
혹시, 데릭이 말한 '경고'의 의미가 이것일까요?
 
질리 , 그 모습을 보고는 동상...나이아가 있는쪽으로 천천히 다가갑니다.
 
 
:당신이 한 걸음씩 그에게 가까워질 수록, 그의 시선도 점차 한 곳으로 모여듭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섯 걸음 남짓을 남겨둔 거리에서... 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심연을 담은 것처럼 새까맣게 죽어있는, 감정을 절대로 읽을 수 없는 눈입니다.
...그래야만 하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그가 지어내는 표정이, 아주 낯섭니다.
 
나이아:너...
방해하려고 온거야? 또?
뭐가 부족해서? 뭐가 불만이라서?
아둔한 새끼...
사사건건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저건...
저건, 당신이 아는 그 어떤 표정과도 닮지 않았습니다.
끔찍한 괴물이라도 마주한 것 같은, 공포와 분노에 젖은 표정.
그에게서 절대 나올 수가 없을 표정입니다.
그런데, 왜?
 
질리 , 그 말에 하나하나 반응합니다. 절대 나올 수 없는... 나이아의 표정을 계속해 바라봅니다. 심장이 더욱 더 빠르게 뛰고있습니다. 저런 표정을 짓는것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내는 것과 이유모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나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거죠?
 
 
:당신이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서 있으면-
미친 사람처럼 실소를 흘리던 나이아가 철컥, 소리를 내며 권총을 들어올립니다.
명백한 살의를 담고, 당신을 향해 끝도 없는 절망을 표출합니다.
당신은- 그에게 더 다가갔던가요?
아니면, 그가 당신에게 다가왔던가요?
아드레날린이 흘러넘쳐서 쨍하게 어지러지는 시선과, 약에 취해 미친듯이 흔들리고 일그러진 시선이 마주합니다.
 
 
:그리고,
탕—
섬찟한 고통이 가슴팍을 강타합니다.
 
BGM을 꺼주세요.
 
 
:강한 충격이 온 몸을 잠식해, 숨쉬기가 어렵습니다.
시야는 빠르게 어둠 속에 내던져지고, 손끝은 차갑게 식습니다.
생각이...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기분인가요?
화가 나나요? 억울한가요?
아니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나요?
 
질리:(모르겠어...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어. 화나는 것같기도하고 억울한것 같기도하고... 그냥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것 같아.)
 
 
:......
깜빡.
눈을 감았다 떠도 세상은 온통 검은색입니다.
무언가를 정의내리기엔, 너무나도 텅 빈 공간입니다.
당신은... 죽었을까요?
그렇다기엔 뭔가 기분이 묘합니다.
 
 
:꼭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한 느낌입니다.
 
 
:그 사실을 눈치챘을 때, 세계는 크게 울렁입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은 새까만 공허.
빛 하나 없음에도 눈 앞에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공허.
그 텅 빈 것 같은 세계에 무수히 많은 것이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주 어둡고, 아주 짙은 감정들이.
이것들에겐 무어라 이름을 붙여주어야 할까- 같은 실없는 생각이 문득 들어옵니다.
 
 
:...당신은 이것을 이해할 수 있나요?
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질리:(...아니, 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적 없어. 하고싶어도 항상 눈을 보면 새까만 눈에 압도당해서 이해할 수 없게돼. 애초에... 내 이해를 바라지도 않을텐데... 내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그렇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봅시다.
그를 이해하고 싶은가요?
 
질리:... 모르겠어. 지금 내가 걔를 이해하고싶은건지 아니면 싫어하고싶은건지 모르겠어.
분명 낙원이후로... 그렇게 화나고 미웠는데... 그 잠깐 동안 감정적이고 평소랑 달랐다고 마음이 흔들려...
싫어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어중간한 마음이 한 방향으로 결정된다면... 이해해보고싶어.
 
 
:-당신의 대답을 들은 공간이 크게 일렁거립니다.
스르르, 빗물에 얼룩이 씻겨나가듯, 검정이 아래로 흘러내려 사라집니다.
그러고나면, 당신에게는 아주 익숙할 공간이 펼쳐집니다.
...당신의 방이군요.
침대 위에 선 당신은 방 중앙에 선 두 인영을 보게 됩니다.
하얀색과, 검은색.
 
 
:익숙한 조합에, 익숙한 실루엣입니다.
 
하얀 인영:...-차라리 그 때 죽을 걸 그랬어.
그냥 그 때, 살고 싶다고 하지 말 걸 그랬어.
차라리 연구소에서 나오지 말 걸.
이런 일만 있을 줄 알았으면 그냥-...
 
 
:서글픈, 한이 맺힌 목소리로 말하던 하얀 인영이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홀로 남은 검은 인영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옵니다.
 
검은 인영:왜?
 
 
:방 안은 불이 전부 켜져서 무척이나 밝아보이는데, 검은 인영의 근처로는 빛이 들지 않는 것처럼 어둡게 느껴집니다.
심장을 쿡 찔러오는 날카로운 감정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그 감정의 이름은,
 
검은 인영:......왜?
 
 
:죄책감.
 
검은 인영:왜 내가 이딴 감정을 느끼는 거지?
 
 
:주변의 풍경이 검게 무너져 내립니다.
검은 인영은 감고 있던 눈을 뜹니다.
생각하고 있던 새까만, 칠흑같은 눈 대신 짙은 보랏빛의 보석같은 눈이 허공에서 피어납니다.
잘게 흔들리는 동공은 바닥을 향합니다.
세상은 다시 어지럽게 색을 집어먹고 다채로워집니다.
이번엔, 처음보는 모습의 집입니다.
 
 
:생활감도 없고, 사람사는 집이라고는 도무지 생각이 들지 않는 공간입니다.
검은 인영은 아까보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
창 밖에서는 사람들이 하하호호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창문에서는 밝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 안은 매우 어둡군요.
커튼도 없고 빛이 약한 것도 아닌데, 극단적인 명암의 대비가 일어납니다.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검은 인영은 곧 고개를 들고 창 밖을 바라봅니다.
 
질리 , 그것을 보고는 따라 창 밖을 바라봅니다.
 
 
:창 밖을 보면...
목 위에 머리 대신 꽃을 가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가 보입니다.
흰색과, 노란색의 꽃들이군요.
생김새는 다 같습니다.
 
질리:
교육
기준치: 80/40/16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색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생김새만 본다면...
설강화군요.
-죄책감을 토양삼아 피어난 감정은 수십, 수백으로 번지고, 마침내 수만에 다다라, 더 이상 이름붙일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수많은 장면을 수없이 많이 시야에 덧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방 안에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모든 사진이 그 증거입니다.
당신으로 시작하여, 당신으로 끝나는 기억들.
 
 
:그는 그것이
 
검은 인영:진짜 싫어.
 
 
:...목소리를 뱉은 검은 인영은 손을 들어올리고, 사진들은 부욱- 소리를 내며 갈갈이 찢겨나갑니다.
그것들이 찢긴 조각이 바닥에 내려앉을 때 마다, 마음 한 켠에 무거운 것이 내려앉는 기분이 듭니다.
 
질리: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강하게 밀려드는 감정선에 다리가 떨립니다.
...좀 앉아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리 , 심장부근을 부여잡은채 자리에 주저앉듯 앉습니다.
 
질리:(후우...)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창밖을 보는 검은 인영의 등 뒤에서, 붉은 인영이 내려앉습니다.
 
⧑⊟≮⧳:말 안듣는 비서 하나 때문에 무슨 난리가 났는지 알기나 해?
 
검은 인영:닥쳐.
 
⧑⊟≮⧳:부왕과 아둔한 자가 네게 보내달라 한 말이 있어.
 
검은 인영:듣고싶지 않아.
 
⧑⊟≮⧳:오늘 부로 외부 신족은 혼돈의 가면 하나를 배제하기로 했다.
인간의 감정에 휘말린 전령은 쓸모가 없다.
 
검은 인영:......
 
⧑⊟≮⧳:그러길래 적당히 굴었어야지.
신이면 신답게.
이 세계의 기본 법칙도 몰랐던거야?
 
검은 인영:그딴걸 내가 왜 신경써야 하는데?
 
⧑⊟≮⧳:그러니까 네가 그 꼴이 된거야.
뭐, 잘해보라고.
혹시 알아? 어디서 백마탄 왕자님이라도 나타나서 널 구해줄지?
 
검은 인영:......
안 죽이는거야?
 
⧑⊟≮⧳:내가 왜?
감정에 묶여서 힘도 잃고 허우적대는 혼돈이라니-
내 입장에선 이만한 복수도 없는데.
 
 
:붉은 인영이 날선 웃음소리를 흘리며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집니다.
검은 인영은 신경질을 부리며 손으로 눈을 가려 짚습니다.
기다란 한숨 소리가 그것에게서 빠져나오고 나면, 다시 검정이 밀려듭니다.
모든 것이 검은 공간에서, 짙은 보랏빛의 보석 두 개가 당신을 노려봅니다.
살의, 분노, 억울함.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파괴적인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둡게 빛을 발하는 보석이 깜빡, 닫혔다 뜨이면, 그것은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검은 인영: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질리 , 순간적으로 살의, 분노, 억울함이 묻어나는 감정으로 자신을 노려본것에 공포심을 느꼈다가 조금 억누르며 말합니다.
 
질리:...뭐가?
뭐를?
 
검은 인영:네가 그랬지?
그렇게나 증오스러웠어?
 
질리:...
'그때'는 증오스러웠지.
내가 나로서 있게 해주는 것을 너가 짓밟았으니까.
나를 괴물로 만드는 짓은 하고싶지 않았어... 내가 꿈꾸던 악몽을 현실에서 마주하고싶지 않았어.
근데...너가 마주시켰어, 그래서 증오스러웠어... 그것마저 없어지면 내 소원은 소용없어지는거니까.
 
검은 인영:그래서 그랬던거야?
나도 한 번 느껴보라고?
나도 악몽 속에 내던지고 싶었던거야?
 
질리:...그건 아니야. 내가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인영:거짓말.
네가 그런거잖아.
네가 모르면 안되는거잖아.
싫으면 싫다고 말하라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해.
 
질리:...아니.
난... 내 아버지도... 날 이렇게 만든 놈들도... 너도... 증오스럽고 미워도... 한번도,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없어.
 
검은 인영:아하,
그래, 그런거였구나?
죽지 않길 바랬다고?
영영 악몽에 담가놓고, 빠져나갈 구멍도 막아버리겠다는 거였구나?
하하, 하하하-
 
질리:... ...
 
검은 인영:난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그럼 이 저주도 풀리겠지.
네가 나에게 심어놓았으니, 네가 거두어야지.
네가 없었더라면.
너만, 너만 죽는다면-
 
 
:검은 인영은 당신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노려보며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확, 당신의 목을 틀어쥐고는 강하게 조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숨을 쉬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조금의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이채가 흐르는 두 보석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 느껴집니다.
 
 
:아주 어둡고, 아주 짙은...
절망.
 
질리 , 그 감정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분명 나도 저런 감정을 느꼈을텐데...왜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검은 인영은 곧, 손을 스르르 놓으며 거친 숨을 내뱉더니 그대로 주저앉습니다.
시야는 다시 빙글빙글 돌아 아까의 그 낯선 방으로 돌아갑니다.
 
 
:다소 삭막한 분위기였던 방 안에는 착실하게 생활감이 들어찼습니다.
옷가지가 몇 개 널브러져 있기도 하고, 책장의 책에는 손때도 묻어 있습니다.
침대는 정돈되지 못해서 난장판이네요.
검은 인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지만, 보랏빛으로 반짝이던 눈은 회색으로 변해있습니다.
당신은, 그 눈에 담긴 감정을 알고 있습니다.
탈력감, 회의감, 또는, 허무함.
 
질리 , 많이 느껴본 감정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설원에서 증오하는 것을 포기하고 회의감을 느끼게되고, 끝에는 더이상 기대하지 않게되었습니다.
 
 
:검은 인영은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벽면에 붙어있던 달력이 한 장씩 뜯겨지며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닫힌 창문을 통과하여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시간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날이 지날 때 마다 방 안에는 온갖 흉흉한 물건들이 나타나고, 검은 인영의 몸에 흰 상흔이 남습니다.
한때 신이었던 몸이기에, 그는 어떤 고통에도 죽을 수 없었습니다.
한때 신이었던 정신이기에, 그는 어떤 감정도 버틸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모두 자신의 탓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당신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랬다가는 정말로 모든 것을 당신의 탓이라고 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인간의 사이에 스며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게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인사하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검은 인영:미안해.
 
 
:세상에 다시 검정이 차오릅니다.
회색 방울이 보석에서부터 새어나와, 바닥에 뚝뚝 떨어집니다.
 
질리:...미안하다고?
 
검은 인영:내 잘못이야.
내가 다 망친거야.
애초에 내가 찾아오면 안됐어.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기면 안됐어.
 
질리:...
 
질리 , 그 말을 듣고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나이아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자신은 뭘 하고있을까요? 애초에... 살아있기는 했을까요?
 
질리:그렇게 말해도 이미 벌어진 일인데,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애초에, 그때 너가 없었으면 난...
...난 지금 살아있지도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검은 인영: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죽게 내버려두는 게 나았을까?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나는-
용서 받지 못할거야.
 
검은 인영:용서할 리가 없지.
분명, 언제까지고 증오하겠지.
어떻게 해야 사과할 수 있을까?
애초에 사과를 할 수나 있을까?
다시 만날 수나 있을까?
내 말을 들어주긴 할까?
 
검은 인영:......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해가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못하겠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질리 , 그것을 가만 지켜보다가 손을 뻗어서 어깨에 올려봅니다.
 
검은 인영 , 반응하지 않고, 그대로 회색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만 합니다.
 
질리 , 그걸보고는 등을 토닥여줍니다.
 
 
:검은 인영은 거듭 사과를 반복하다가도...
짙은 한숨을 내뱉습니다.
양 손을 들어 얼굴을 덮고, 그대로 눈을 감아버립니다.
...기억하고 있나요?
당신의 말이 얼마나 그에게 닿았었는지?
 
질리:... ...
이렇게까지 닿아있을줄은...몰랐어.
...그리고 이렇게까지 생각할줄도...
지금 상태가 안좋은것 같긴한데에...
... ...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죠.
그는, 자신의 말이 당신에게 얼마나 닿았을거라고 생각할까요?
애초에, 닿으리라고 생각이나 할까요?
 
질리:... 아니, 아니겠지.
안 닿을거라고 생각했겠지...
 
 
:... ...
당신의 옆에 주저앉아있던 검은 인영이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한 쌍의 보석에 들어있던 감정이 다시 허공으로 녹아듭니다.
여전히, 이곳은 가득 차 있습니다.
이름붙이지 못한 감정들은 전부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분명 처음보는 마음들임에도, 숨겨놓았던 것을 들춰낸 것임에도,
 
 
:이것은 편린에 불과할겁니다.
-다시 한 번 묻죠.
그를 이해하고 싶습니까?
그를 이해할 수 있습니까?
 
질리:...이해 못하게되더라도 이해하고싶어.
 
 
:뚜벅, 뚜벅.
발소리가 울립니다.
다시 나타난 검은 인영이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옵니다.
이번에, 그 눈에 담긴 것은-
 
 
:익숙하고도, 낯선 검은 눈.
반짝이지도, 빛을 담지도 못하는, 칠흑같은 심연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질리 , 그걸 보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잡습니다.
 
 
:손을 맞잡으면, 예상한 것 보다는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옵니다.
이제는 인간이 된, 깊어만 보였던 심연은,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질리 , 따라 검은 인영을 바라봅니다.
 
 
:눈과 눈을 마주치면, 그가 겪어온 기억들이 넘어옵니다.
...
아주 추운 겨울부터 시작하는 기억은 온 세상이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라 부를법한, 아주 조금은 치열한 나날들.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을 이들과 교류하고, 살아남는 모든 순간들.
마음 깊이 새겨졌던 증오, 분노, 허무감을 내려놓으며-
 
 
:그는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모든 일들을 해야만 하는 나날을 보내며, 그는 발버둥쳤습니다.
거짓된 미소를 짓고, 거짓된 말들을 하고, 거짓된 신분을 내세우며.
살아남기 위해서.
아주 빠르게만 느껴졌던 모든 시간에 짓눌려 허우적거리는 사이, 그는 아주 많은 것을 자신도 모르게 내려놓았습니다.
종래에는 하나의 시계부품이 되어서, 깊은 고민조차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당장 내일의 일이 더 급했으니까.
가벼웠던 몸은 땅에 귀속되었고, 자신의 것이었던 하늘과 별은 손에 닿지 않는 머나만 것이 되었으며, 마법이라는 이름의 기적은 존재조차 잃었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봄.
검은 인영은 길을 걷다가, 아주 우연히 한 가게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만납니다.
 
주홍 인영:...어서오세요, ▒▒▒▒▒▒입니다.
 
검은 인영:......
 
주홍 인영:......?
 
검은 인영:인간들 사이에 끼어사는 것들이 많은 건 알았지만...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네.
 
주홍 인영:......당신은...
 
검은 인영:안녕, 위대한 뱀?
 
주홍 인영:...신이시군요.
......힘을 잃은... 버려진 신.
 
검은 인영:...... 뭐, 그렇게 됐네.
 
주홍 인영:...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검은 인영:그래, 인정하긴 좀 싫지만.
도와줘.
 
 
:두 존재의 기이한 동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돕고, 대화하고, 인간으로 살아가며.
둘은 '잃어버린 것'을 찾는 방법을 연구해나갔습니다.
신들은 관심조차 없었을 힘.
그것의 편린을 함께 마주해나갑니다.
...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이후로는 당신도 아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책이 읽는 사람 개개인에게 모두 다른 감상을 주듯,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깜빡.
심연이 눈을 감았다 뜹니다.
 
 
:봄의 어느날, 당신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검은 인영:죽여버리고 싶어.
네 탓이라고 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마구 뒤엉키며 세상에 새로운 색을 덮어씌웠습니다.
당신을 중심으로, 천천히 하나씩.
 
검은 인영:마음 같아서는 전부 쏟아내고 싶었어.
날 혼란스럽게 만든 것들을 전부 다 뱉어내고 싶었어.
그랬더라면, 만족했겠지.
대신,
침묵하기로 했어.
왜 그랬다고 생각해?
 
질리:... ...
죄책감 때문에?
 
검은 인영:한때는 그랬었지.
한때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극단적인 양가감정 사이에서, 그는 생각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인간 사회에 녹아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착한 짓'만한 것이 없었고, 그는, 연기를 아주 잘했습니다.
스스로조차 속일 수 있는 연기자였으니까요.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는 제자리를 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을 만났던 것도,
당신의 손을 잡았던 것도,
그저 충동이었습니다.
별빛이 내리는 무대 위, '당신'의 손을 잡은 채, 그는 생각합니다.
 
검은 인영:지금이라면 손쉽게 죽일 수 있는데.
 
 
:서늘한 눈길이 하얀 인영을 바라봅니다.
...
깜빡.
심연이 다시 눈을 감았다 뜹니다.
시간은 또 흘러가, 구름 낀 하늘이 펼쳐집니다.
몰아치는 바람과 마력에 짓눌려, 무거워지는 몸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시야는 흐려지고, 감정에 압도된 정신은 심한 두통을 불러옵니다.
당신은,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죠.
그는 그 순간, 소녀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세상에 홀로 남았다는 기분.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
이해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어긋난 확신.
 
 
:불안,
분노,
우울.
 
검은 인영:왜 그랬을까?
이해가 안돼.
왜 나는 널 놓지 못하는 거지?
......
웃긴 소리인거 알아.
하지만 말이야,
 
검은 인영:함께 하고 싶었어.
이해 받고 싶었어.
동시에, 널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어.
이젠 네가 없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깜빡.
심연이 눈을 감았다 뜹니다.
불이 환하게 켜진 가게 안, 두 사람이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서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주홍 인영:안돼요.
 
검은 인영: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기회가 돌아올지 몰라.
 
주홍 인영: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면, 그만한 대가가 필요해요.
아시잖아요.
 
검은 인영:그러라지.
 
주홍 인영:많은 사람의 희생도 생길거에요.
 
검은 인영:그건 내가 알 바는 아니잖아?
 
주홍 인영:나이아씨, 안돼요. 정말...
위험해요.
다른 방법이 분명 있을 거에요.
 
검은 인영:나한테는 이게 최선이야. 막지 마.
아니면, 여기서 누구 하나 죽을 때 까지 해볼까?
공교롭게도, 난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어서 말이야.
 
주홍 인영:......
후회하실거에요.
 
검은 인영:지금 신경쓸 일은 아니지.
생각 바뀌면 말해.
그 전까지는, 다시 볼 일 없을거야.
 
 
:철컥,
문이 열렸다가 닫힙니다.
 
주홍 인영:......
하아......
 
 
:비탄에 잠긴 깊은 소리가 납니다.
분명 불은 켜져있고 아주 밝은데, 어둡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깜빡.
심연이 눈을 감았다 뜹니다.
어두운 밤하늘, 아련한 달빛 아래의 저택에서 두 인영이 대화합니다.
 
검은 인영:......
그럼, 피차 서로에게 나쁜 감정 밖에 없는 거지?
니 맘대로 해. 관여 안 할 테니까.
 
하얀 인영:그래, 나 알아서 할게.
근데, 너가 나한테 화낼 자격은 있어?
지금까지 쌍욕하고 화내도 안 들어 처먹더니, 왜 이제 와서 화내는 건데?
이런 말 해도 대답 안 해주겠지. 넌 그런 놈이니까.
 
검은 인영:......하, 괜한 기대를 한 내가 바보지.
......
...사실은.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이해 받고 싶었으니까, 사과 하고 싶었어.
언젠가는 나도, 너도, 준비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지.
 
검은 인영:이젠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뭘 바라는건지.
 
 
:빙글 돌아간 세상은, 또 다시 빛은 켜져있으나 아주 어두운 방을 비춥니다.
하얀 인영이 검은 인영의 팔을 붙잡고 있고, 검은 인영은 고개를 숙인채 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습니다.
제 눈 안에 담긴 것들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이.
 
하얀 인영: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검은 인영:몰라, 하나도 모르겠어.
 
하얀 인영:할 말 없는 거 맞아?
 
검은 인영:없어. 말해봐야 닿지도 않을테니까.
 
하얀 인영:대답 좀 해줘, 오해가 있을 수도 있잖아?
 
검은 인영:이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뭐가 오해고, 뭐가 아닌지 구분할 수도 없다고.
 
 
:깜빡.
세상이 검게 차오릅니다.
 
검은 인영:...
다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저 유희거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무 감정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네 탓이야.
그리고 내 탓이지.
 
 
:심연이 당신을 노려봅니다.
심연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당신의 얼굴을 붙잡고, 당신과 집요하게 시선을 맞추어옵니다.
 
검은 인영:네가 날 ▒▒했으면 좋겠어.
이건, 내 욕심인가?
 
질리:...뭐라고?
방금, 뭐라고했어?
 
검은 인영:......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검은 인영:...네가, 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짧은 두 글자의 음절은 여러 소리가 겹쳐, 복잡하게 얽힙니다.
증오, 혐오, 배척, 의심... 수많은 단어 사이, 이질적인 것이 숨어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랑.
예상치도 못한 단어군요.
 
질리 , 그 말에 예상하지 못했다는듯 눈을 크게 뜬채로 바라봅니다. 제일 들을 수 없을 것 같던 존재에게 그토록 바라던 것을 듣게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이 밀려들어옵니다.
 
질리:... 너는, 날 사랑하는거야...?
 
검은 인영:내가 무슨 자격으로.
 
질리:...
너는, 내가 증오스러운게 아니야? 싫은거 아니였어?
 
검은 인영:그랬었고, 아직도 그래.
그건, 너도 그렇지 않아?
그래서 내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거야.
이 악몽 속 가장 깊은 곳에 숨어서.
 
질리:난, 나는...
이제 싫지는 않아.
 
검은 인영:......
어째서?
 
질리:...글쎄.
생각나는 이유는 많지만...
...이제는 다 귀찮아... 누구한테 화내는것도, 싫어하는것도... 전부 지쳤어...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까지 미워하고 싫어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증오도 사람을 자꾸 지치게 만들어. 계속... 얽매이고싶지는 않아...
 
검은 인영:......
달관했구나.
이건 말이지, '내'가 너에게 하는 말이야.
가 너에게 하는 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그동안 미안했어.
진심으로 말이야.
 
질리:...그래, 그럼 됐어.
 
검은 인영:...더 화 안내는거야?
 
질리:화는 이미 여러번 냈잖아?
 
검은 인영:그걸로 충분한거야?
 
질리:...예전이었으면 부족하다고했겠지만.
아이라 때부터...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싶었어. 그 말이면 풀릴것 같았어.
내 인생을 망친 사람들은 전부...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안해줬으니까.
사랑한다는 말만큼... 사과 받아보고싶었어.
 
검은 인영:계속, 늦었다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이 악몽에서 깨어나도 괜찮을까?
가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질리:그건 걔 하기에 달렸지.
열심히 받아들여보라고해봐.
나처럼.
 
검은 인영:네가 상처받을지도 몰라, 또.
나는 그게 걱정이야.
 
질리:그런거 하나하나 따지면 머리아파져.
걱정이면 말하기 전에 한번 다시 생각해보던가.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검은 인영:...이건, 정말 악몽이 맞는 모양이야.
나는 의식을 가질 만큼 커진 감정이지만, 그래도 를 뛰어넘을 수는 없어.
만약에, 내가 여기서 나갔을 때, 가 너를 상처준다면, 그건 악몽보다 더한 현실이 되겠지.
.....
널 ▒▒해.
진심으로.
 
 
:심연은 눈을 감았습니다.
더이상 당신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걸까요?
아니면, 스스로를 버틸 자신이 없는걸까요?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그의 말대로, 이건 한 줄기 악몽일 뿐인걸요.
당신이 그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큰 악몽.
 
 
:... ...
문득, 쓰러지기 전에 보았던 장면이 되돌아옵니다.
충격을 받아 뒤쪽으로 크게 젖혀지는 시야,
쨍그랑, 유리같은 것이 깨지는 소리,
마주친 눈,
그리고 비명소리.
 
 
:......
하하,
남의 꿈을 염탐한 기분이 어떤가요?
그것도 직접 쥐여준 지독한 악몽을요.
 
질리 ,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는듯 머리를 짚은채로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입니다.
 
질리 , 문득, 머리를 짚고 있다가 어느순간 자신의 안경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 그렇네요. 정말로 직접 악몽을 쥐여주었군요.
 
질리 , 어이가 없는 것인지 갑작스러운 타인의 감정들, 그리고 제일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흘러들어와서인지 헛웃음을 짓습니다.
 
질리:...정말, 진짜로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한채로 길이 정해져버렸네.
내가 준 악몽이지만... 그렇게 말해버리면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렇게...내가 원했던걸 너가 말해버리면... 나는...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기분이 이상해... 전부...전부 내가 아는 감정들이고,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몰랐어. 걔 말대로 나한테는 그게 안닿았지...
...이러니 저러니해도, 지금은 결론내지는 못하겠네.
 
 
:어쩌면 말입니다.
당신이 그에게, 뜻하지 않았다더라도, 악몽을 주었던 것처럼-
그도 당신의 악몽이 되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한때 가장 싫어했던 이에게서 찾아낸 가장 원하던 것이라.
이만한 악몽이 또 없지 않겠어요?
 
질리:...그렇네. 정말... 악몽처럼 막막헤.
 
 
:... ...
뭐, 어쩌겠습니까.
언제나 그랬듯, 받아들이고 버텨내는 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이 꿈이 진짜인지 아닌지, 그런 문제는... 조금 나중에 천천히 고민해봐도 괜찮을겁니다.
 
질리:...그래. 받아들이고 버티는건 나중에 생각해. 지금은 이게 문제가 아니지.
 
 
:그럼...
이제 일어납시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당신은, 우리의 멋진 주인공이니까.
 
질리:응, 해야할일이 있지. 아직, 제대로 처리도 못했잖아.
소설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라때처럼 열심히 발버둥 치면 되잖아? 주인공답게 끝까지 발악해봐야지.
 
질리 , 꿈에서 깨어납니다.
 
 
:깜빡.
당신이 눈을 뜨면, 한 쪽으로는 검은 하늘이, 한 쪽으로는 차가운 바닥이 수평선을 그으며 양 옆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환하게 빛을 발하고, 누군가는 인파에 휩쓸려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흐릿한 시야 한끝자락엔 깨진 안경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질리 , 손으로 눈을 최대한 가리며 몸을 일으킵니다.
 
 
:당신이 몸을 일으키면, 위에 올려져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흘러내리며 자그락, 하는 소리를 냅니다.
이건... 깨진 볼로타이네요.
볼로타이에서는 은은하게 푸른 빛이 새어나오고, 얼마 안 있어 검은색으로 물들며 사라집니다.
...아이라가 뭔가 해둔걸까요?
 
질리:(아이라가 뭘 해놨는지는 모르겠네...)
 
질리 ,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른 이와 눈이 마주치지 않게 시선을 돌리며 주위를 살펴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상황은 당신이 쓰러지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말 아주 잠깐동안 꿈을 꾸고 왔을 뿐인듯이, 무엇도 끝난 것은 없습니다.
-그말인 즉, 당신이 끝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죠.
여전히 동상은 하나 남아있고, 그 앞에는 나이아가 서 있습니다.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별 수 있겠나요. 일단은 급한 불 부터 끄는 것이 맞겠죠.
 
질리 , 바닥에 떨어트린 손도끼를 집어듭니다. 저쪽도 나도 총이 있지만 잘 쏠 자신은 없습니다.
 
질리:(이럴줄 알았으면 제대로 배우는건데.)
 
질리 , 총을 맞을 각오를 하며 그쪽으로 달려가 동상을 부숴버립니다.
 
질리:
손도끼
기준치: 55/27/1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당신이 동상 쪽으로 접근하며 손에 든 것을 휘두르려는 찰나, 그 앞으로 나이아가 뛰어들어옵니다.
본능적으로 움찔거리며 움직임이 멎는 순간, 그는 당신을 제압하려는 듯 팔을 뻗습니다.
 
질리:
회피
기준치: 80/40/16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쿠당탕-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을 구릅니다.
움직임을 억누르기 위해 팔을 바닥으로 찍어누르며, 나이아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립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묘하게 정신이 붕 뜨는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 주문 쓰잖아!!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질리 , 윽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어집니다. 그뒤이어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림과 동시에 주문을 쓴다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당황하며 발버둥을 칩니다.
 
 
:손 끝에서부터 감각이 희미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방금까지 꿈에서 허우적대다가 왔는데, 또 몽롱한 감각이 듭니다.
정말이지-!!
 
질리 , 몽롱해져가는 가운데 발버둥치기위해 발로 나이아를 칩니다.
 
질리:
비무장
기준치: 67/33/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2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나이아를 밀쳐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당신도, 저 녀석도 다급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평소라면 안 당해줬을 것들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면 말이에요.
 
질리:(애초에 난 전투담당이 아니라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던건지, 나이아의 표정이 다소 일그러집니다.
...아니면 애초에 예상같은 것을 할 정신도 없이 상황에 감정적인 반응을 하는 것일지도요.
그는 다시 한 번 총을 들고 당신을 겨누고 있습니다.
 
질리:
회피
기준치: 85/42/17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탕! 쏘아진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당신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앗따가-
 
질리 , 어깨에 난 상처를 부여잡습니다. 어깨에서부터 맡아지는 혈향에 잠시 시야가 흔들렸지만 금방 제정신을 차립니다.
 
질리 , 널부러진 손도끼를 들고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잭나이프를 꺼내 동상을 부숩니다.
 
질리:
잭나이프
기준치: 67/33/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
 
 
:나이아가 당신을 막으려 달려들지만, 아랑곳않고 당신은 동상을 향해 팔을 내지를 수 있었습니다.
동상과 부딪힌 잭나이프는 캉! 소리를 내며 튕기어나가지만, 동상이 오래된 것이었던 모양인지 얇게 실선같은 금이 퍼집니다.
 
나이아:-방해하지마!!
 
질리 ,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씁니다. 하지만 그쪽으로 시선을 완전히 두지는 않습니다.
 
 
:당신을 향해 소리를 내지른 그는, 다시 한 번 총구를 당신의.... 머리를 노리고 겨눕니다.
 
질리:
회피
기준치: 85/42/17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기다란 총성과 거의 동시에, 왼쪽 귓가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빗맞기는 했는데!! 그런 것 같긴 한데-!!
본능적으로 통증이 느껴지는 곳으로 손을 들어올리면, 끈적하게 피가 묻어납니다.
 
질리 , 손으로 귀를 막듯이 누른 채 짧게 신음을 냅니다. 슬슬 체력이 바닥나는 것이 느껴집니다.
 
질리 , 그럼에도 동상을 부수기위해 잭나이프를 휘두릅니다.
 
질리:
잭나이프
기준치: 67/33/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고통을 억누르고, 휘리릭 고쳐잡은 나이프에 온 힘을 실어서 동상을 타격해냅니다.
실선같았던 가느다란 금이 충격에 쩍쩍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상은 무너져내립니다.
 
 
:그렇게, 치열했던 전투가 막을 내립니다.
모든 동상이 부숴지던 순간, 적막이 공간을 빠르게 매웁니다.
밝게 빛을 발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던 데릭 아돌프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오고, 사람들과 괴물들도 행동을 멈추었습니다.
하나씩, 그리고 둘씩, 행동을 멈춘 이들은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동상을 부순 직후 당신을 잡아냈던 나이아의 손에서도 스르르 힘이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옅은 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쓰러집니다.
 
질리 , 마지막 동상을 부순 뒤 힘을 다했는지 그것을 따라 나이아의 앞에 주저앉습니다.
 
데릭 아돌프:...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 자신의 판단만으로... 이 많은 이들의 희망을 짓밟을 수 있는겁니까.
 
질리 , 숨을 천천히 내쉬며 시선만 눈앞의 나이아에게 갔다가 데릭이 있는 방향을 봅니다.
 
질리:애초에...너희는, 목적이 그것만 있는건 아닐거잖아...?
그럼 차라리 비난받고 미움받는게 나아.
 
 
:당신의 말을 들은 데릭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곧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합니다.
 
데릭 아돌프:-아아. 플레닐루니움에서 도망치더니, 이렇게나 좋은 종을 키우고 있었구나, 벨버리.
 
 
:그리고 곧 보여지는 모습은...
놀랍게도, 데릭 아돌프의 몸이 좌우로 찣기며 드러나는 누군가의 형체입니다.
보름달을 등진 여자의 검은 머릿결이 밤하늘에 녹아들듯 허공에서 가볍게 춤을 춥니다.
마치 '허물을 벗듯' 데릭 아돌프의 몸을 벗은 여자는 벨버리와 똑닮은, 날카로운 눈으로 이쪽을 훑습니다.
 
벨버리:...벨리제.
 
벨리제:미고 놈들에게 팔아넘길 생각으로 욕심 좀 부려봤었는데.
네 성미에 안 맞았나봐?
이번엔, 나도 벨너르 몰래 벌인 일이니까... 특별히 물러나줄게.
하지만, 다음번엔 같은 일은 없을거야.
 
 
:벨리제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선 빠르게 사라져버립니다.
그 잔상을 눈으로 쫓으면, 드넓은 하늘이 포용한 빛이 눈에 밟힙니다.
검게 펼쳐진 하늘, 그 위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것은...
가슴이 시리도록 아련하고도, 눈이 시리도록 밝은 은빛의...
달.
달이 그곳에 있습니다.
 
벨버리:... ...
...수고 많으셨어요.
 
벨버리 , 그 말을 하며 한숨을 푹 쉬더니, 그 자리에 지친 듯 주저앉습니다.
 
질리:...벨버리도요.
 
질리 , 그쪽으로 시선을 주지 못한 채 말하며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셨다가 내쉽니다. 문득 나이아에게 손을 뻗지만, 순간 멈칫하며 다시 거두어냅니다.
 
 
:눈을 감은 채, 당신의 행동에도 그 어떤 반응도 돌려주지 않은 채, 나이아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깨어나면 할 이야기가 많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곧 옥상 문을 열며 사무엘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옵니다.
 
사무엘 그리예드: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
모든 일이 끝났다는 실감이 들자, 피곤함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날까요.
 
질리 , 급격하게 피곤함이 몰려오자 제대로 뜨지 못하는 눈이 감깁니다. 그리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당신의 시야에는 아득하게 빛나는 까마득한 우주의 단편이 가득 차 있습니다.
넓은 선형, 어쩌면 아찔할 수도 있는 그 검은 공간에, 근원을 알 수 없는 의문이 닥쳐옵니다.
손에 닿을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광경에 그저 앞을 바라만 보고 있으면, 문득, 당신은 자신의 몸에 불이 붙어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불타오르는 듯한 고통은 이게 꿈이 아니라고 말하듯, 거세게 피부를 뚫고 들어와 악착같이 긁어댑니다.
식은 땀이 흐르고, 견딜 수 없을만큼 고통스럽습니다.
불길에 휩싸인 몸을 바라보다보면, 강하게 찌르는 듯한 고통이 어디서 오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일전, 마도서가 달라붙었던 곳.
붉은 흔적이 남았던 바로 그곳에, 사슬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잊을 수 있을리가 없죠. 팔에 생긴 그 문양을.
......
불길에 일렁이는 시야 사이로, 지난 번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입니다.
....나이아?
 
 
:그런데, 저 손... 손등에 저 문양...
...당신이 갖은 문양과 똑같습니다.
저게 왜 저기에?
더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지끈거리는 고통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집니다.
 
 
:—허억!
활짝 눈을 뜨면, 눈 앞이 새하얗습니다.
여기 설마 천국?
 
질리:(이제는 보내기로 한거야?)
(날 죽이고싶었구나?)
 
 
:에헤이, 농담이죠, 농담.
눈을 뜨면 보이는 여기는, 병원입니다.
희미한 약품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있습니다.
으으.
곁에는 사람이 한 명 앉아있-
 
아이라 그레텔:으아앙- 오빠아-!!
 
아이라 그레텔 , 왈칵 우는 소리를 내며 당신을 꽙 끌어안습니다.
 
질리:잠시만 아이ㄹ-
 
질리 , 끌어안겨집니다.
 
아이라 그레텔:내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질리:그으, 미안해-
 
아이라 그레텔:난 진짜 오빠가 죽은줄 알고-
 
아이라 그레텔 , 결국 진짜 울음을 터뜨리며 얼굴을 푹 파묻습니다.
 
질리 , 아이라 등을 토닥여주며 말합니다.
 
질리:그...갑자기 미안한데... 내 가방 어디있어? 안경좀 꺼내줄래?
 
아이라 그레텔 , 몇 번 훌쩍거리고, 살짝 진정을 하고서야 암 말 없이 침상 밑에서 가방을 주욱 끌어당겨 꺼냅니다.
 
질리 , 한손으로 눈을 가린채 가방을 열어 촉각으로 안경집을 찾습니다. 안경집을 찾았는지 안에서 안경을 꺼냅니다. 눈을 감은채 안경을 쓰고나서야 제대로 눈을 뜹니다.
 
아이라 그레텔:...아무튼요...
저택에서 일은 잘 마무리 되고 있대요.
 
질리:음...
 
아이라 그레텔:벨 오빠도 엄청 다친 것 같았는데... 할 일이 있다면서 병원도 안 들렀어요.
나중에 가게에서 만나면 꼭 따끔하게 한 소리 해줄거에요.
 
질리:...벨버리야 뭐...
(어쩔 수 없겠지. 인간이 아니시니까...)
사람들은? 다 무사하대?
 
아이라 그레텔:네, 다들 병원으로 이송해서 치료 중이래요.
사건 조사도 하고 있다는데...
그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질리 , 그걸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아이라 그레텔: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건 기억해요.
3년전에 죽은 사람이 뱀 허물같은 모습으로 발견됐다는거 있죠?
 
질리:...그래?
 
아이라 그레텔:역시 마법이겠죠?
 
질리:...아마도? 주문이지 않을까?
...근데, 나이아는?
 
아이라 그레텔:안 그래도 아까 잠깐 보고 왔는데...
...좀 화난 것 같아서, 뭐라 길게 말은 못했어요.
옥상에서 바람쐬고 온댔던가?
 
질리 , 화난것 같다는 말에 끄응소리를 냅니다.
 
질리:(말도 제대로 못나누겠군...)
그래...?
... 내가 가서 말걸어도되는걸까?
 
아이라 그레텔:몰라요?
 
질리:또 싸울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이라 그레텔:...잠깐,
 
질리:응?
 
아이라 그레텔:설마 질리 오빠 그렇게 만든거, 나이아 오빠에요?
 
질리:.........
 
질리 , 시선을 피합니다.
 
아이라 그레텔:...아-!!
맞죠?? 나이아 오빠 짓인거죠?!
 
질리:... 어.
 
질리 , 손으로 총을 맞은 부위를 더듬어봅니다. 붕대로 감겨있는 것을 확인하는 느낌입니다.
 
 
:단단하게 꽉...까지는 아니어도 적당하고 충분하게 잘 처치가 되어 있습니다.
 
질리:흐음.
 
아이라 그레텔:...나중에 혼내야겠어요.
언젠간 사고 칠 것 같았어!!
 
질리:...그러다 너가 당한다.
 
아이라 그레텔:질리 오빠의 복수!!
 
질리:하지마!
필요 없어!
 
아이라 그레텔:필요해요!!
 
질리:난 괜찮아!!
 
아이라 그레텔:제가 안 괜찮아요!!
 
질리:어쨌든 하지마, 걔라면 되려 더 화낸다고.
 
아이라 그레텔:그냥 두면 계속 그러잖아요.
잘못된거라는 사실을 알려줘야죠.
 
질리:...그건 맞지만.
 
질리 , 한숨을 쉽니다.
 
질리:그래, 알아서해라...
 
아이라 그레텔 , 당당하게 훗! 하는 소리를 냅니다.
 
질리:...
한 번 옥상 가볼래.
 
질리 , 이불을 걷어내며 일어납니다.
 
아이라 그레텔:-괜찮겠어요?
아니, 뭐.. 대화해보는 게 맞긴 하지만...
 
아이라 그레텔 , 왠지 우물쭈물합니다.
 
질리:...솔직히 화낼것 같긴한데...
일...단 말이라도 걸어보...려고.
음...
아니다.
200% 사이 안 좋아질거야. 분명.
(확신)
 
아이라 그레텔:안 괜찮은거잖아요!!
...둘 다 가게에 있을 때 중간에 낄 벨 오빠랑 제 생각도 해달라구요.
 
질리:...걔 없을때 가게로 올게.
 
아이라 그레텔:....아- 몰라요! 둘이 알아서 해결하고 와요!
꼭 잘 대화하고 와야해요, 알았죠?
 
질리:으음... 자신은 없지만 노력은 해볼게.
 
질리 , 그렇게 말하며 병실을 나가서 옥상으로 갑니다. ...무섭지만.
 
 
:옥상으로 올라오면,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살짝 좋...
음.
좋은가요?
 
질리:...아니?
무서워...
 
 
:유감이군요.
옥상 곳곳에는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만치 앞, 옥상의 난간에 기대서 서 있는 나이아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왠지 분위기가 가까이 가기 어려운데...
 
질리:(...)
(원래라면 그냥 가겠지만...)
 
질리 , 어쩐지 다가가기 두려워집니다. 분명 자신을 싫어했으면 했는데, 이제는 정말 미움 받을 것같아 무서운 기분이 앞섭니다.
 
질리 ,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은 가보고 생각하기로하는 마음으로 그쪽으로 다가가 나이아를 툭 칩니다.
 
 
:툭, 당신이 존재감을 내비치며 나타나면, 나이아는 슬적 당신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하늘을 바라봅니다.
......
먼저 말 할 마음이 없어보이는데, 아무거나 먼저 걸어볼까요?
 
질리 , 속으로 진짜 곤란하게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 다시 한 번 더 툭 건들이며 말합니다.
 
질리:...나이아.
 
나이아:...-왜.
 
질리:... ...
(뭐라고 말해야할까...(ㅈㄴ곤란))
몸 괜,찮아?
 
나이아:이상할 정도로.
 
질리:...그,렇구나.
 
질리 , 뭘 말해야할지 고민하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뜹니다.
 
질리:그으... ...
...화났어?
 
나이아:......
-내가 왜?
별 생각도 안 드는데.
 
질리:... 내가 의식 망쳤으니까?
 
나이아:다 알면서 뭘 물어본거야?
 
질리:...아니, 그...
...
 
질리 ,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시선을 아래로 내립니다.
 
질리:그냥...미안하다고...?
 
나이아:......
알면 됐어.
 
나이아 , 말은 그렇게 하지만, 뭔가 답답한 듯 한숨을 푹 내쉽니다.
 
질리 , 그말에 계속 눈치를 봅니다. 뭔가 더 말해야할 것 같은데 차마 말을 꺼내지는 못합니다.
 
나이아 , 한참을 조용하다가, 대뜸 또 입을 엽니다.
 
나이아:왜 아직도 안 가고 서있어?
 
질리:...할 말 더...없나해서...?
 
나이아:... 있을리가.
 
질리:정말 없어?
 
나이아 , 잠시 고민하는 듯 싶다가도, 고개를 옆으로 돌립니다.
 
나이아:...없어.
 
질리 , 그 말을 듣고 이럴줄 알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질리:(더 말해봤자 대화할 마음도 없어보이고... 대화도 못할것 같은데...)
...그래, 그럼...
 
질리 ,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뒤로 가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옥상을 나옵니다.
 
 
:한 발씩 뒤로, 천천히 물러난 끝에 몸을 돌리던 그 순간, 잠시 눈과 눈이 마주친 듯 싶었습니다.
후회가 조금 묻어나는, 혼란스러워하는 눈으로 그가 당신의 뒷모습을 쫓습니다.
...어쩌면, 두 사람에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이 옥상에서 나오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옷 주머니에서 띠리링~ 알람소리가 여럿 들려옵니다.
 
질리 , 그걸 듣고 휴대폰을 꺼내 확인합니다.
 
 
:걱정어린 메시지 두어개를 지나고, 온갖 광고를 없애다보면...
웹소설 최신화 업로드 알림이 연달아 셋 나타납니다.
......
읽어볼까요?
 
질리:...
(뭔가 기분이 나쁘지만...)
 
질리 , 읽습니다.
 
 
:올라온 최신화- 9화부터 11화까지를 빠르게 읽어내리면...
저택을 배경으로 사교도들과 힘겹게 혈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모습과, 두 주인공의 대립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마치, 당신이라는 사람을 이 작가가 만들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당신이 겪은 모든 것과 행동, 대사마저도 정확하게 적혀 있습니다.
......
 
질리: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글이 올라온 시간은 어제 오전 11시로, 사건이 터지기 전입니다.
충격적인 내용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으면, 등 뒤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간호원 몇 명의 놀란 목소리와 다급한 발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그런 소란을 들었음에도 당신은... 그 글에서 눈을 뗼 수가 없었습니다.
최신화의 마지막 부분, 눈살이 찌푸려지는 문장이 쓰여 있었습니다.
마치, 이 일이 끝이 아니라는 듯이.
 
 
:"...모든게 끝난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일의 마무리가 지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신이시여. 그는 이 문양을 알고 있었다/"
"이 문양은, 죽음으로 인도하는 검은 남자의 표식."
"저주라는 것을."
 
ED. 달빛 아래서 피어난 희망
 
사건의 해결 | SAN + 1d4
 
팔에 새겨진 저주 | ▒▒▒ ▒▒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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