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 플레이로그] 벨버리 스토어 EP4. The End of the Story 본문

COC 플레이 로그 (캠페인)/벨버리 스토어 (지나+질리&나이아)

[COC 플레이로그] 벨버리 스토어 EP4. The End of the Story

CB_PL_ 2024. 5. 28. 01:39

시나리오 인포: https://posty.pe/8ul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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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려옵니다.
공기중에 수증기 냄새도 가득하고...
이제는 슬슬 익숙해진 약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당신의 병실입니다.
저택에서의 사건 이후에 아주 푸우우욱 쉬라는 당부를 받아버려서 한참 입원해 있었죠.
물론, 그것도 이제 오늘로 끝!
오늘은 퇴원하는 날이에요!
 
질리:(드디어 병원에서 탈출한다.)
 
 
:드디어! 마참내!
핸드폰도 마음대로 못하고 책도 마음껏 못 읽고 재미없는 뉴스만 살짝 보다가 억지로 잠드는 하루는 이제 끝이라는거죠!
심지어 약 성분이 어쩌구 하면서 자기 전에 먹던 약도 못 먹게 하는 바람에 악몽은 또 얼마나 꿨던지.
 
질리:(책 정도는 읽을 수 있잖아? 어디사는 보라색머리처럼 마도서만 읽는것도 아니고!)
 
 
:말이 쉬는거지 아주 힘들었었죠.
아하하.
 
질리 , 그동안 악몽을 꾸느라 머리가 아픕니다. 으윽.
 
 
:그래서... 퇴원 소감이 어떤가요?
 
질리:집에...간다...
...근데 생각해보니 퇴원해도 약은 계속 먹어야돼서 악몽 꾸는거는 똑같네? 빌어먹을...
 
 
:그래도 약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게 어디에요.
암튼, 슬슬 옷도 갈아입고, 병실도 치우고,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질리 , 옷을 갈아입고 목에 초커를 맨 뒤 병실에 있는 짐을 치웁니다.
 
 
:짐을 치우고 옷을 갈아입다보면, 새삼 당신의 몸에 새겨진 문양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슬처럼 생긴 그 문양은, 이상하게도 당신이 늘 꾸던 악몽들을 와굿 잡아먹고 그 자리에 매번 나타나는 새로운 악몽의 주인공입니다.
이 녀석이 불타오르다 못해 몸이 화르륵 하고 타오르는 꿈을 꾼 지가 얼마나 되는지...
악몽은 익숙하지만 타는 듯한 고통은 도무지 익숙해질 기미가 안 보였죠.
 
질리:(이러다가는 그릴ㅂ가 되겠어.)
(이 꿈이나 저 꿈이나 악몽인건 똑같아...죽을거 같아... 언제가 되어서야 악몽에서 벗어나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양은 그리다가 뚝 끊긴 듯한 모양새입니다,
요 반쪽짜리 문양, 볼 때 마다 불길하단 말이죠...
 
질리:으으으음...
 
질리 , 신경쓰지 말자- 하며 짐을 다 치운 뒤 병실을 정리합니다.
 
 
:짐도 하나하나 다 챙기고, 옆으로 치워두고... 마지막으로 침대를 정리하기 위해 이불을 크게 팡! 펄럭이면-
으잉?
방금 전까진 하얗고 깨끗하던 이불에 분홍색 꽃무늬가 만발했습니다.
봄이네요~
 
질리:지금 여름이야!!
 
 
:아하하.
뭔가 잔뜩 생기기는 했지만, 병원에서 알아서 하겠죠.
...아마?
 
질리 , 침대에 손을 짚은 채 한숨을 쉽니다.
 
질리:이상한 일은 왜 안 끝나는거냐고...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 마음 편할지도 몰라요.
아무튼... 정말로 나가기 위해 가방까지 챙겨들고 나면, 깜빡 챙기지 않은 물건이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머리맡 테이블에 놓여있던, 산산조각난 볼로타이입니다,
 
질리:아...맞다.
 
질리 , 볼로타이를 집어듭니다.
 
 
:저택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탓에 깨져버린 물건입니다.
사건이 정리된 후에, 비닐백에 고이 담겨 당신에게 돌아왔었죠.
이렇게까지 조각조각 나버려서 이젠 사용도 못하고 쓸모 없어지긴 했지만...
버려두고 갈 수도 없고, 기념으로 간직해도.... 나쁘진 않겠죠.
 
질리:일다안... 벨버리가 새로 만들어주신다고는 했지만...일단은 가지고있어야지...
 
질리 , 가방에 고이 모셔놓습니다.
 
 
:비닐백 안에서 쟈그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아-... 왠지 좀 많이 아깝네요...
 
질리:...근데 차라리 깨져버린게 나을지도...
솔직히 에이나가 매고다니던거라 쓸때마다 마음이 찝찝했다고...
 
 
:심지어 에이나도 누군가에게 받은 물건인 듯 했고요.
최초 소유자는 대체 누구였을까요?
 
질리:그 당시 '레이디 그레이'에게 받았다고했으니 에이나 이전은 아이라겠고...
아이라는 어쩌다 이걸 가지고있게된거지? 그때는 벨버리 몰랐을텐데.
 
 
:왠지 어려운 난제를 푸는 기분이군요.
고민해봐야 알리가 만무하니... 슬슬 퇴원할까요?
 
질리 , 퇴원하기 위해 짐을 들어올리면서... 문득 나이아가 있던 자리를 봅니다.
 
 
:하필 그 녀석이랑 같은 병실이었던 건 왜일까요...
옥상에서의 일 이후, 여러의미로 미묘해졌던 관계는 불편한 사이로 넘어갔습니다.
당신이야 어땠을지 몰라도, 그 녀석, 전혀 사람 말을 듣질 않았으니까요!
 
질리:(그렇긴하지이-...)
 
 
:맨날 이쪽을 쳐다보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몇 일 전부터는 그만뒀다지만, 한동안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싫었는지, 매번 자리에 없었기도 하고요.
진짜 무슨 생각이었던걸까요?
 
질리:(내가 알면 이렇게 가만히 있겠어? 몰라...)
(이제와서 다시 화났나보지 뭐. 그런거면 그냥 내가 안 건들고 말지... )
 
 
:... 이러니까 사이가 나아질 기미가 없지!
 
질리: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서 말걸면 무시하고 대답 안해주는데 내가 뭘 어떻게하라고!
 
 
:아아아아무트으으은, 나이아는 당신보다 이틀 일찍 퇴원했습니다.
건강한 몸이다 이거죠, 지금.
 
질리:(인간 몸이여도 건강하다 이건가...)
 
 
:평소처럼 자리에 안 보이길래 잠깐 나갔나- 했더니, 홀라당 퇴원했을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질리:...묘하게 기분이 안좋은데. 이쯤되면 그냥 미움 받는거 아니야?
 
 
:음... 그럴지도요.
 
질리:... ...
그만 생각할래. 심란해졌어.
비도 와서 더 기분 안 좋아졌어.
 
질리 , 퇴원하러 갑니다.
 
 
:퇴원 절차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당신은 금방 병원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당신을 맞이하는군요.
...우산은 있나요?
 
질리 , 가방을 뒤적여봅니다. 있니...?
 
 
:없다면 원내 편의점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질리: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
 
질리 , 비 조금 맞더라도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우산을 삽니다.
 
 
:비를 조금 맞긴 했지만, 이걸 맞으면서 집으로 가는 게 더 ... 별로니까요.
당신은 우산을 구매하고, 그대로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따지자면 프리랜서에 가까운 위치지만, 직장 쪽에서도 편의를 봐줘서 못해도 모레까지는 쉴 수 있으니까요!
...아마 그 동안은 입원하느라 관리 못한 집을 정리하게 되겠죠.
먼지는 또 얼마나 쌓여있을런지...
 
질리:...이래서 내가 집 큰 곳에서 안사는거였는데...
청소하기 힘들고, 방은 많고... 넓고... ...그리고 너무 적막해. 싫어.
내가 누구때문에 이사를-... ...그만두자.
지금 그 당사자는- 나랑 말섞기도 싫으시단다- 집도 안 들어오는데 이제 나 혼자사는 집이지 그래...
 
 
:뭐... 그래도 병원보다는 낫잖아요.
 
질리:그렇긴하지.
 
 
:좋은 쪽으로만 생각합시다.
 
 
:오랜만에 집에 오니... 왠지 감회가 새롭지 않나요?
정리할 생각하면 좀 아득하지만.
 
질리:...별로.
 
 
:집에 들어서기 전, 힐끗 본 우편함은... 꽉 차있습니다.
우악.
 
질리:...와 진짜...
 
 
:그리고 그 사이, 눈에 확 들어오는 우편이 하나 있습니다.
 
질리 , 다른 것들을 꺼내며 우편을 확인합니다.
 
 
:세금 어쩌구... 광고 어쩌구... 그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시선을 그러모은 우편은, 푸른 봉투에 멋진 클래식 씰이 붙어있는 것입니다.
꾸욱 누른 왁스에는 익숙한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당신에게 생긴 그 문양입니다.
 
질리:...
 
질리 , 봉투를 열어 안을 살펴봅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한 장의 종이 카드입니다.
 
 
질리:...응? 레이디 그레이??
 
 
:...그러고보면... 벨버리와 처음 만났던 날, 우체국에서 보냈던 우편이 기억납니다.
그에 대한 답신인걸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나 시간이 지났고...
애초에 와서 말해주면 되는걸 굳이?
 
질리:...벨버리 가게에 갈 이유가 생겼네.
 
 
:그러게나 말이에요.
문제는, 볼로타이가 부숴졌다는건데...
 
질리:...걸어서 갈 수 있으니까. 응...
 
 
:글쎄... 길은 잘 기억하고 있나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행운과 체력(건강)이 좀 필요할 것 같은걸요.
 
질리:(저 너머의 자기 건강치랑 행운치를 봄)(고민)
그렇다고 볼로타이 가지고있는 사람이 더 있어?
 
 
:마땅한 사람이 없죠, 나이아 말고는.
 
질리:...그냥 내가 걸어갈란다.
...그전에 청소는 하고 가야지.
 
질리 , 집으로 들어가서 우편함에 있는거 정리하고- 쌓인먼지들 청소하고- 짐 정리하고- 할 일을 다 끝낸 뒤에서야 벨버리의 가게로 갑니다
 
 
:투박한 나무 냄새가 풍기는 이곳은...
이제는 익숙한, 신비한 가게- 벨버리 스토어입니다.
삐걱이는 낡은 마룻바닥 위로 빛바랜 카운터가 보입니다.
부드러운 오후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조금 어둑하네요.
차분한 빗소리 사이로 푸근하게 빛나는 전등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습니다.
카운터 쪽에 지금 앉아있는 건 아이라입니다. 벨버리는 잠시 어딜 나가기라도 한건지 보이지 않네요.
 
 
:반쯤 엎드려서 뭔가 꼬물거리고 있는데... 숙제라도 하는걸까요?
 
질리 , 다가가서 말을 겁니다.
 
질리:아이라, 뭐해?
 
아이라 그레텔:-응?
질리 오빠? 언제왔어요??
 
질리:방금.
 
아이라 그레텔 , 숙제를 하고 있던건지, 수학 교과서를 폭 덮고 옆으로 치워버립니다.
 
질리:숙제하고 있었구나.
 
아이라 그레텔:청소도 다 했고, 정리도 한 번 했으니까, 이젠 정말 숙제를 해야하거든요...
 
질리:어, 그래...
마저 해.
그러다가 숙제 제출 하루전에 울면서하지말고.
 
아이라 그레텔:나름 꼬박꼬박 잘하거든요?!
...아마두..
 
질리:그래,그렇다고 해줄게...
아, 너 혹시 이런거 보냈었어?
 
질리 , 우편으로 받은 종이를 보여줍니다.
 
아이라 그레텔:엥? 아뇨?
 
아이라 그레텔 , 고개를 갸웃합니다.
 
질리:아니야? 여기 레이디 그레이라고도 적혀있던데.
 
아이라 그레텔 ,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댑니다.
 
아이라 그레텔:뭐 보낸 기억은 전혀 없어요.
그리고, 뭐랄까... 그 이름 쓸 때 기억은 좀 흐릿하기도 하고...
 
질리:으음...
그럼 누가 보낸거지...
 
아이라 그레텔:음... 우체국에 가서 물어보는 건 어때요?
보낸 사람을 역추적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질리:아, 그러면 되겠구나.
 
아이라 그레텔 , 그리 말하며 왠지 두근두근한 표정을 지어냅니다.
 
질리:...왜 두근두근해하는거야?
 
질리 , 간식 상자에 있는 레이디그레이를 꺼내 먹습니다. 음...오랜만에 간식.
 
아이라 그레텔:왠지 첩보 영화 주인공이랑, 조력자같은 분위기 아니었어요?
 
아이라 그레텔 , 나도 간식! 옆에서 쏙 손을 뻗더니 레이디 그레이를 꺼내옵니다.
 
질리:넌 그런 영화랑 분위기가 안 맞는데.
 
아이라 그레텔:오빠는 맞잖아요. 그럼 된거죠.
 
질리:허...
그럼...좀 있다가 우체국도 가야겠네.
퇴원하자마자 열심히도 돌아다닌다...
 
아이라 그레텔:너무 힘내진 말고 쉬면서 다녀요.
전에 보니까 나이아 오빠도 무리해서 나온 것 같던데.
 
질리:... ...
 
아이라 그레텔:정말이지, 벨 오빠 신경쓰는 것도 힘든데!
 
질리:단체로 아프고 난리도 아니네.
 
아이라 그레텔:제 말이요!
...다들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마음처럼 되진 않아서 좀... 슬퍼요.
그러니까, 오빠도 무리하지 마요, 알았어요?
 
질리:난 무리 안해. 아픈건 사양이야.
물론 정신적으로 아프긴한데. 이건 내가 무리 안한다고 안아프는게 아니여서.
 
아이라 그레텔:...우.
 
질리:악몽은 어쩔 수 없는거니까 속상해하지말고.
 
아이라 그레텔:그래도요...
제가 뭔가 할 수 없을지 알아볼게요!
이것저것 꿈 마법 연습하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정말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질리:그래, 그래. 너가 드림캐쳐같은거 만들면 딱이겠네.
그럼 힘내는김에 이건 무슨 뜻 같아보여? 1+1=1?
 
아이라 그레텔:음-
생각나는게 하나 있기는 한데요-
오빠는 1 더하기 1은 몇이라고 생각해요?
 
질리:2.
창문이라는 답도 있어.(?)
 
아이라 그레텔:... ...
음...
네... 뭐...
 
질리:...야.
 
질리 , 아이라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립니다.
 
질리:꼭 그렇게 반응해야겠니.
 
아이라 그레텔 , 이익 소리를 내며 와밥 쓰다듬 당합니다.
 
아이라 그레텔:그치만 재미없는걸 재밌다고 할 순 없잖아요!
 
질리:웃으라고 한 말 아니였거든??
그래서.
 
아이라 그레텔:-아무튼요.
 
아이라 그레텔 , 주섬주섬 가방에서... 찰흙 뭉치를 꺼냅니다.
 
아이라 그레텔:이거 봐요, 찰흙은... 원래 이렇게 두 개지만요,
 
질리:그건 왜 가지고있는...아니다.
 
아이라 그레텔 , 짠, 찰흙 두 뭉텅이를 보여줍니다.
 
아이라 그레텔:수행평가 준비물이었어요.
아무트은!!
 
질리:어어-
 
아이라 그레텔:이렇게- 하나로 뭉치면 결국 갯수는 하나가 되잖아요?
 
아이라 그레텔 , 얍, 소리를 내며 찰흙 두 뭉텅이를 하나로 합쳐버립니다.
 
질리:그렇지.
 
아이라 그레텔:질량이나 크기를 따지자면 차이는 있지만요...
어쨌든 갯수는 하나!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우리는 수학이나 법칙같은 것을 그냥 원리나 순리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그런건 다 약속으로 이루어진 걸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 약속을 깨면... 정해진 '법칙'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거에요.
 
질리:으음-...
그걸 왜 나한테 보낸걸까. 난 마법도 못쓰는데.
 
아이라 그레텔:저야 모르죠.
제가 보낸 것도 아닌걸요.
 
질리:...모르겠다, 나도-
요즘 생각할게 너무 많아-
 
아이라 그레텔:그래보여요.
솔직히, 지금 오빠한테 필요한 조언은 그런 것 보다는...
그냥 눈 딱 감고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정도 보내라는 말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질리:솔직히...그게 맞긴한데...
모르겠어- 예전처럼 그냥 아무생각 없이 살기가 힘들어.
 
아이라 그레텔:그럼 나중에- 저희 다같이 놀러가요!
 
질리:어디로?
 
아이라 그레텔:놀이공원도 좋고- 바다도 좋고-
아, 산은 안돼요. 힘들잖아요.
 
질리:그건 맞긴하지.
바다라...생각해보니 바다를 한번밖에 안가봤네.
 
아이라 그레텔:그럼 바다로 가요! 제가 다른 오빠들도 설득할게요!
다음에 만나면 같이 일정 짜는거에요!
 
질리:...그전에 내가 나이아랑 화해든 뭐든 해야 갈 수 있지 않을까?
나 병원 입원 이후로 걔 얼굴을 제대로 본 게 한 번 밖에 없다.
 
아이라 그레텔:...어...
아직도 못 했어요?
 
질리:...그쪽이 먼저 대화를 거부하니 내가 뭘 어떻게해...
 
아이라 그레텔:어... 으음......
 
질리:몰라... 그냥 지금은 내버려둘려고...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높으면 대화하기 힘들어.
...그나저나 벨버리는?
 
아이라 그레텔:안에서 자고 있...
 
아이라 그레텔 , 가게 안 쪽으로 들어가는 문을 휙 돌아봅니다.
 
아이라 그레텔:잠깐 보고 올게요!!
 
질리:..어.
 
아이라 그레텔 , 그리고는 폴짝, 의자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갑니다.
 
 
:... ...
가게 안쪽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질리:......
 
 
: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딱히 걱정은 안되는군요.
 
질리:...뭘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라의 손에 벨버리가 이송되어 나옵니다.
우와, 되게... 피곤해보이네요.
 
질리:...
 
아이라 그레텔:내가!! 그렇게 자라고 했는데!!
걱정하는 내 맘도 몰라주고!!!
 
질리:...벨버리, 괜찮으신가요?
 
벨버리 , 반쯤 혼 빠진 얼굴로 아이라의 잔소리를 듣다가, 당신과 스을적 눈을 마주치곤 얕게 끄덕입니다.
 
질리:...고생이 많네요.
......여러의미로.
(아이라봄)
(안봄)
 
 
:아이라는 무진장 당당해보입니다.
...뭐, 기운 넘치고 좋네요.
 
아이라 그레텔:-암튼, 어차피 깨어있던 김에 간만에 질리 오빠랑 대화라도 좀 해요.
벨 오빠는 사람들이랑 대화를 좀 해야해.
 
질리:(딴지걸려다가 그만둠)
...그럼 이참에 궁금한거 물어봐도 될까요?
너는 가서 숙제하고.
 
아이라 그레텔:그럴거에요-
 
아이라 그레텔 , 가방을 샥샥 정리하고는, 카운터 안 쪽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얍.
 
벨버리 , 그런 아이라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작게 한숨 비슷한 것을 내쉽니다.
 
벨버리:......네, 말씀하세요...
 
질리:...일단, 나이아가 뭐하던 놈인지는 알죠?
 
벨버리 , 잠시 고민하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질리:연구하시던게 프라이코 맞나요?
 
벨버리:......네.
 
질리:...그럼 나이아도 같이 연구했던거죠?
 
벨버리:...그렇죠.
 
아이라 그레텔 , 손으로는 숙제를 하고 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궁금했던 듯, 간간히 힐끔거리며 쳐다봅니다.
 
질리:...궁금해하지말고.
 
아이라 그레텔:이잉.
 
질리:...그래서, 나이아는 가게에 오긴하나요?
 
벨버리:... ...
...듣기로는 오셨었다는데......
 
질리:...벨버리랑은 안만나나보죠?
 
벨버리 ,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벨버리:......저한테... 화가 나셨을지도 몰라요.
 
질리:...그런가요?
 
벨버리:...프라이코를... 처음 알려주었던 게 저였거든요...
근데... 그 위험성을 나중에 알아서...
......설명을 하긴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었어요.
 
질리:...그래서-
 
벨버리:...실망하셨을거에요, 아마도...
 
질리:뭐... 그런거 같아보이긴해요.
당장 저한테 하는 짓만해도...
 
아이라 그레텔:저한텐 잘해주던데...
왜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바뀌지 싶었거든요?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질리:뭔데.
 
아이라 그레텔: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잖아요.
 
질리:... 아이라.
걔는...뭐라해야하지... 스스로 죽으러 가기에는 자존감도 쎄고 자존심도 쎄서 내가 죽을까보냐 하는 놈이야.
...너한테 잘해주는건 좀 의외지만.
 
아이라 그레텔:혹시 모른다는 말이었어요.
 
아이라 그레텔 , 입 안에 과자를 집어넣으며 종알거립니다.
 
질리:...뭐 그래서. 걔 얘기는 그만하고.
본론은- 이걸 물어볼려고요.
이거 뭔지 아세요?
 
질리 , 팔에 있는 문양을 보여줍니다.
 
질리:저희...처음 만났을때 마도서때문에 생긴게 지금 이렇게 됐는데.
 
벨버리 , 으음... 하는 소리를 내며 한참 바라보다가...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기울입니다.
 
벨버리:...글쎄요... 이건...
저도... 처음 보는 건데...
 
질리:...음, 그럼 검은 남자는 뭔지 아세요?
...나이아 아니죠?
 
벨버리 , 또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벨버리:......그런 이명을 가진 경우가 있다고는 아는데...
...적어도 나이아씨는 아닐거에요.
 
질리:하긴...지금은 그럴 수도 없긴하죠...
 
벨버리:으음...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긴 한데...
관련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서...
 
질리:그래도 말해주실 수 있나요?
 
벨버리:...요즘은 안 오시는 분이긴 한데... 소설가 분이 가게에 오신 적이 있어요.
...그 분이 '검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느릿하게 중얼거리던 벨버리는 잠시 기억을 되짚어보는 듯 눈을 지긋이 감더니, 이야기를 하나하나 늘여놓기 시작합니다.
그걸 적당히 갈무리하고 정리해서 말하자면...
'검은 남자'는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특징인 '검은 옷'만큼은 알고 있어서라나.
그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무언가를 '제안'한다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합니다.
다소 도시 괴담스러운 이야기네요.
 
질리:음...
그 소설가분 이름이 뭔가요?
 
벨버리:...본명은 모르지만... 필명은...
...'UNUS'...였던가......
 
질리:...네?
네??
 
벨버리:.......?
 
벨버리 , 당신의 반응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질리:그... 테오사건이라던지, 아이라 사건이라던지...지난번 프라이코까지해서, 마치 예언이라도 한것같은 소설이 있었거든요.
근데...그 소설 쓴 사람 이름이 UNUS...더라고요.
 
벨버리:... ...
 
벨버리 ,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평소의 그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벨버리:...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네요.
 
질리:...그렇겠네요.
 
벨버리:......어디서 뭘 하고 계실지는... 저도 모르지만요...
 
질리:...뭐-...그건 천천히 찾아봐야죠.
 
벨버리:...더 도와드리지 못하는게 아쉽네요......
 
질리:괜찮아요. 원래 혼자 찾고다니는 편이라서요.
...우체국도 한번 들려야해서, 이만 갈게요.
 
벨버리:...조심히 들어가세요.
 
아이라 그레텔:진짜 무리하지 말고요!
오빠 또 병원 갔다고 그러면...
음...
아무튼 각오해요!!
 
질리:병원 안 가! 사릴거야!!
 
질리 , 대충 손을 흔들어주며 우체국으로 갑니다.
 
 
:축축한 거리를 지나, 우체국에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저만치 안에서 사무엘이 근처 직원들에게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음, 뭔가 실수라도 한 모양이네요.
저렇게만 보면 정말 평범한 사람인데....
음......
 
질리:음...
 
 
:자꾸 저택 때 그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질리:(그때 그 오토바이 정말 대단했어.)
(여러의미로...)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특급 라이더.
 
질리:(웹소설 제목같아.)
 
 
:끝내주는 생활을 즐기고있군요.
 
질리 , 사무엘이 있는 창구쪽으로 갑니다. 어차피 손님 별로 없어서 괜찮아!
 
 
:자아암시 기다리고 있다보면...
살짝 지친 낯의 사무엘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익숙한 얼굴을 마주치자 살짝 반가운 의미로 놀라는군요.
그래도, 나름 공무원스럽게, 공적인 인사를 하며 다가옵니다.
 
사무엘 그리예드: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질리:혹시 이 우편 송신이력이나 주소 확인가능할까요?
 
질리 , 보여줍니다.
 
사무엘 그리예드:네- 잠시만요,
 
사무엘 그리예드 , 책상 위의 컴퓨터를 잠시 챠각챠각 조작하다가... 음,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엽니다.
 
사무엘 그리예드:송신은 3일 전에 완료 되었고, 발신자 주소지는 ‘dēsōlátĭo 1255-2번지 26번째 건물 0927호’ 로 되어 있습니다.
 
질리:으음...그렇군요.
...근데, 궁금한게 있는데요.
오토바이는...멀쩡한가요?
 
사무엘 그리예드 , 잠시 흠칫 놀라는 듯 싶었지만... 공적인 미소를 지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사무엘 그리예드:그... 이야기는 지금 하긴 조금 어려울 것 같네요.
 
질리:...하긴, 그렇긴하겠네요.
뭐...나중에 가게에서 다시 물어볼게요.
 
사무엘 그리예드:네- 그럼...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신가요?
 
질리:음...아뇨 이정도면 된거 같아요.
 
질리 ,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합니다.
 
사무엘 그리예드 ,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질리 , 우체국을 나간뒤 고민하다가...
 
질리:바로 가도되나?(시간을 봄)
 
 
:시간이 그다지 늦은 건 아니기도 하고,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엄청 먼 것도 아니니...
주소지를 방문해볼만 한 것 같긴 합니다.
남의 집에 이렇게 막 찾아가도 되냐 싶지만요.
 
질리:...
지 업보.
 
질리 , 주소지로 가봅니다.
 
 
:센트럴에서 조금 벗어난 구 시가지, 그 중에서도 인적이 드문드문 느껴지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위치입니다.
주소에 적힌 집은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9층짜리 건물, 이곳의 27호인 모양이에요.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서면 근처에 놀이터가 있습니다.
비가 오고 있지만 아랑곳않고 뛰어노는 아이들이 몇 있습니다.
아우, 감기 걸릴텐데...
 
질리:(어우...)
 
 
:뛰노는 아이들을 슬 보면서 옆을 지나가던 그때...
색색깔의 기구들 사이에서 훌쩍이는 아이와 그 옆의 난처해 하는 아이가 보입니다.
음, 싸우기라도 했나?
 
질리 , 그냥...지나가기에는 이미 봐버려서 다가가서 말을 걸어봅니다.
 
질리:왜 울고있어? 괜찮아?
 
 
:훌쩍거리던 아이는... 당신이 관심을 주며 다가오자, 아주 서럽게 울기 시작합니다.
으, 으아악.
옆에 있던 아이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네요.
 
질리 , 잠시 난감해하다가... 우는 아이의 등을 토닥여줍니다.
 
질리: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울음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진짜 곤란한데요...
 
질리:...끄응...
 
 
:간식이라도 꺼내주면서 진정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음, 한 명한테만 주기도 뭣하니 둘 다 줄 수 있을 만큼 꺼내야겠지만요...
 
질리 , 주머니에서 예아가 병원에서 그렇게 준 간식을 꺼내서 두 아이에게 줍니다.
 
 
:간식을 꺼내 건네주며 살살 아이를 달래다보면...
간신히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었습니다.
휴.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나 좀 들어볼까요?
 
질리:...왜 울고있던거야? 서러운 일있었어?
 
 
아이Y: ...내 모래성을 쟤가 부숴버렸어-
 
 
:아이의 조그만 손가락이 옆에 서있던 다른 아이를 가리킵니다.
받은 간식을 먹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누가 좀 생각나는 것 같은데.
 
질리:(...)
 
 
아이W: 난... 좀 더 좋은 성을 만들고 싶어서...
 
 
아이Y: 그치만! 나한테 말도 안하고 그랬잖아-
 
질리:음- 싸우지말고- 얘도 미안해하고있잖아.
 
 
:당신의 말에, 또 다시 울먹거리던 아이가 크응- 하는 소리를 내며 울음을 다시 삼킵니다.
 
 
아이W: 저기... 음... 미안해...
다음부턴 꼭 이야기하고 할게...
 
 
아이Y: ......
 
 
아이W: ...우리 화해하자... 응?
 
 
아이Y: ...아냐, 나도 미안해-....
이렇게 말하면 되는걸 괜히 화만 내고 있어서-
 
 
:두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사과를 하고, 서로 꼬옥 끌어안더니 등을 토닥입니다.
음-
어린아이들 답네요. 귀여워요.
 
질리:(어릴때는 이런거로도 자주 싸우지.)
 
질리 , 화해하는걸 보고는 간식을 하나씩 더 쥐어줍니다. 어차피 난 못 먹으니...
 
 
:간식도 얻었고, 화해도 했겠다, 울고있었던 아이는 씩씩하게 걸어서 장난감 삽을 찾으러 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작은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는군요.
 
 
아이W: 선생님이 말해주신 화해 방법을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질리:화해 방법?
 
 
아이W: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하나가 되는 법'이라고 하면서 알려준건데요-
 
질리:하나가 되는 법이라...그게 뭔데?
 
 
아이W: 화해를 하려면 서로 마음이 하나가 되야한다고 그러셨어요.
어떤 입장이었을지 헤아리고, 모르면 물어보고...
상대편도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분명 대답해 줄 거랬어요.
그럼 사과를 하고, 상대가 받아주면, 꼬옥 안아주면 된대요!
 
질리:으음-...
좋은 방법이네.
 
질리 ,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질리:저기, 너 부르고있는 것 같은데 가봐야하는거야?
비오니까 너무 오래 놀지말고. 감기걸린다.
 
 
:당신의 말대로, 저만치서 장난감 삽을 찾은 아이가 손을 흔들며 요 아이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을 본 아이는, 친구와 놀기 위해 우다다 뛰어가다가... 잠시 멈춰서 당신을 돌아봅니다.
 
 
아이W: 이거 줄게요. 화해하는거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러면서 건네는 것은...
작은 잠자리채네요.
 
질리:(이건 왜...)
 
질리 , 그래도 굳이 티내지 않고 받아들며 손을 흔들어줍니다.
 
 
:아이들은 빗속에서도 꺄르르 웃으며, 다시 친하게 놀기 시작합니다.
보기 좋네요.
... ...
왠지, 누구 떠오르지 않아요?
쿡쿡.
 
질리:...안 닥치냐.
대화를 안해주는데 화해가 되겠냐고.
 
 
:헤헤.
혹시 모르죠, 다음엔 대화할 수 있을지도.
 
질리:글쎼다...
 
 
:아무튼, 슬슬 이동합시다.
 
질리:다음에도 대답 안하면... 화해할 마음이 없나보지.
 
질리 , 그렇게 말하며 다시 주소지로 향합니다.
 
 
:아이들과 헤어져,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인적없는 복도가 펼쳐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 복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보면, 대문이 살짝 열린 집이 보입니다.
...27호네요.
 
질리:...
 
 
:그쪽을 향해 걸어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두런두런하는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질리:어쩐지 데자뷰가.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훌쩍이는 소녀를, 소녀의 어머니는 도닥여주었습니다."
"괜찮아, 괜찮단다, 아가."
"실수를 했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울지 마렴."
"울음을 그치고, 그 사람을 생각하렴."
"늘 우리 곁에 있는 그 사람을 말이야......"
 
질리:...거기 누구 있나요?
 
 
:당신이 그리 물어도,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읊습니다.
...마치 들어와보라는 것 같군요.
 
질리:...허.
 
질리 ,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깔끔한 가정집의 풍경입니다.
중앙의 복도를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화장실이, 왼편으로는 거실이 보입니다.
더 안쪽에는 부엌과 이 하나 보입니다.
목소리는 그 방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질리:음...
 
질리 , 거실을 봅니다.
 
 
:검은 소파와 TV가 놓인 거실입니다.
작게 난 베란다 쪽에는 크게 잎을 틔운 행운목이 하나 화분에 심어져 있습니다.
낮은 탁자에는 우편이 하나 놓여져 있습니다.
두꺼운 서신 봉투에 굵직한 종이 뭉치와 작은 손편지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질리 , 손편지를 먼저 봅니다.
 
 
질리:음...
UNUS는 맞나보네.
 
질리 , 굵직한 종이 뭉치를 봅니다.
 
 
:가지런한 글씨로 적힌 것은 한 편의 소설입니다.
다 읽기엔 좀 내용이 많은데...
 
질리: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제목은 따로 지어지지 않은, <습작>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데릭 아돌프'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좋은 집안의 외동아들로 자란 그는,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모든 유산을 물려받은 귀족입니다.
 
질리:...
 
 
:다만... 갑작스러운 죽음과 주변의 변화에 힘들어 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어떤 여인에게 '제안'을 받습니다.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면 행복 속에서 영원한 안식의 길로 빠지게 해주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홀리듯이 그 '제안'에 응한 그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비록, 그 몸이 두 갈래로 찢겨버렸대도.
 
질리:... ...
음...
 
질리 , 복잡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종이를 내려놓은뒤 부엌으로 가봅니다.
 
 
:주방의 벽면에는 안전 손잡이가 달려있고, 탁자에는 사진이 올려져 있습니다.
 
질리 , 사진을 봅니다.
 
 
:밝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이네요.
갈색 머리의 주름진 여성과 그를 닮은 사람이 서로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습니다.
 
질리: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질리 , 사진을 내려놓은뒤 방으로 가봅니다.
 
 
:닫힌 문 너머로 두런두런 들려오는 말소리가 이어지는 방입니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둘은 서로를 꼬옥 껴안았습니다."
"그 순간, 밝은 빛이 그 둘을 감싸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놀라지 않았습니다."
"빛깔은, 따뜻하고 부드러웠거든요."
 
질리 , 뒷 말을 듣기위해 더 다가갑니다.
 
 
:당신이 방 문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 목소리가 뚝 끊깁니다.
......
당신의 인기척을 느낀걸까요?
잠시간 정적이 흐릅니다.
그리고 곧,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들어오세요."
 
질리:...
 
질리 , 그말을 듣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문은 부드럽게 열려, 평범한 방의 전경을 보여줍니다.
살짝 열린 창문에서 부드럽게, 물기 섞인 바람이 들어옵니다.
그 밑에는 하얀 침대가 놓여있고, 옆으로는 투박한 책상과 옷장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디 있는거죠?
안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방 안을 둘러보는 순간-
 
UNUS:와악!!!
 
질리 , 왁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듯 몸을 크게 움찔하며 눈을 크게 뜬채 그쪽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면, 웬 후드를 입은 사람이 낄낄 웃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작가'인 것 같습니다.
 
UNUS:헤헤, 놀랐어?
 
질리:... ...
 
질리 , 그 말을 듣고는 인상을 팍!씁니다.
 
UNUS:암튼 만나서 반가워!
알고 있겠지만 내가 그 작가- UNUS야.
 
질리:...그런거 같아보인다..
 
UNUS:흐흐, 네가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UNUS , 별안간 빵빠레를 뿌우우- 하고 붑니다.
 
질리:허어... 누구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있었어서 말이지-...
너가 사생활침해 한 그 작가구나?
 
UNUS:사생활 침해라니!
오히려 반대야, 반대라구.
네가 내 소설에 난입한거지.
 
질리:난 난입하고싶지 않았거든? 내 생활이 강제로 노출 됐다고!
그와중에 글 잘써서 더 빡쳐!
 
UNUS , 뭔가 꿍얼꿍얼거리더니 옆에 있던 셔틀콕을 집어서 휙 던집니다!
 
UNUS:나도 누가 난입하길 바란 줄 알아?
...아니 사실 조금 재밌었을지도...
 
질리 , 던진 것을 잡습니다.
 
질리:...뭐인마?
 
질리 , 잡은 것을 다시 UNUS한테 던집니다.
 
UNUS:꺄우악!
 
UNUS , 팔을 들어 날아오는 것을 막습니다.
 
UNUS:암튼! 너 때문에 일이 얼마나 복잡해졌는지 알아?
 
질리:몰라.
낸들 알겠니.
 
UNUS:네가 난입한 바람에 이야기가 왜곡되었다구.
 
질리:그래서 뭐. 글 잘쓰는거 자랑하려고 부른거는 아닐테고.
 
UNUS:데드 엔딩이 해피 엔딩이 되지를 않나, 구할 생각도 없는 애가 구해지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검은 남자가 화를 엄청 냈단 말이지.
 
질리:너가 그 상황에 가봐야해- 앞에서 어린애가 죽겠다고 하면 너도 똑같이-... 뭐, 검은남자?
 
UNUS:그래, 검은 남자.
너 때문에 엄-청 화났어, 지금.
 
질리:허-...
 
UNUS:그것 때문에 널 부른거고.
따지자면 너가 알아서 찾아온거지만!
 
UNUS , 농담하듯이 헹, 하는 소리를 내며 말합니다.
 
질리:솔직히 1더하기 1은 1이다 이런거 적어서 보내놓고는 알아서 찾아왔다 이런다.
아이라가 보낸줄 알았다고.
 
UNUS:그걸 오해하도록 의도하긴 했지.
솔직히 바로 찾아오면 재미 없잖아-
 
질리 , 그 말을 듣고는 등짝을 칩니다. 팍-!
 
UNUS:(갸악-!)
 
질리:내가 너때문에 퇴원하자마자 여기저기 쏘다니고있다고-
 
UNUS:어쩔 수 없었어-
나름 간절한 이유가 있다고.
자자, 들어봐-
 
질리:어, 말해봐.
 
UNUS:아까 말했잖아, 검은 남자가 좀 화가 나 있다고?
그래서... 아무래도 과거로 간 것 같아.
너가 바꿔놓은 이야기를 다시 자기 입맛대로 고쳐 쓰려고 말이지.
 
질리:...그럼 어떻게 되는데?
 
UNUS:어떻게 되긴.
말하는 것 보니까 내 소설 다 읽어본 것 같더만.
 
질리:...그 소설처럼 아이라가 죽는다는 얘기야?
 
UNUS:걔 뿐이겠어?
 
질리 , 그 말을 듣고는 그제서야 심각한 표정을 짓습니다.
 
UNUS:그러니까, 네가 좀 어떻게 해줘야겠어.
 
질리:내가 뭘 할 수 있는데?
 
UNUS:일단 검은 남자를 따라 가야지.
과거행 길을 열어두고 갔거든.
거기로 들여보내줄테니깐, 그 뒤는 알아서 뭐든 해봐야지.
 
질리:...좀 무책임하다?
 
UNUS:뭐, 검은 남자만큼 힘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뭐든 할 수 있지 않겠어?
네 몸에 빙의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안되면 슬플 따름이고.
 
질리:허어...
 
질리 , 다시한번 등짝을 때립니다.
 
UNUS:(갸아악-!)
 
질리:너는(팍)내가(팍) 옥상이랑(팍) 아이라때(팍) 고생한거 알기나 하냐?(팍!)
 
UNUS:아- 아니-
알긴 하는데-
내가-
그러려고 그런게-
악-!
 
질리:...그래, 내가 뭘 하면 되는데? 따라가서 과거를 바꾸려는걸 막으라고?
 
UNUS:-결론으로 따지자면 그렇지.
 
 
:두 사람이 그러는 사이, 벽면에 있던 뻐꾸기 시계가 뻐꾹! 하고 울어댑니다.
그러자, UNUS는 앗, 하는 소리를 내며 잠시 시계를 올려다봅니다.
 
UNUS:이제 진짜 시간이 없네...
 
UNUS , 그리 말하고는 당신의 눈 앞에서 오른쪽 옷 소매를 주욱 걷어냅니다.
 
 
:본인 몸보다 큰 후드를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손가락이 없습니다.
깔끔하게 절단된 손가락 때문에 손은 뭉툭하고, 붕대에 묻은 피가 선연한 붉은색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붕대 위로 은은하게 빛나는 '문양'이 보입니다.
 
질리 , 손가락이 없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UNUS를 봅니다.
 
질리:...너 손.
 
UNUS:그럴만한 사정이 좀 있었어.
아무튼, 이거 보이지?
 
UNUS , 문양을 눈 앞까지 들이댑니다.
 
 
:UNUS가 보여준 문양은 당신의 것과 똑같습니다.
다만, 당신이 지닌 것 보다 더 색이 진하고, 모양도 반쪽이 아니라 완전합니다.
 
질리:아니, 보이긴 보이는데.
그 문양이 뭔데.
 
UNUS:검은 남자가 준 힘.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고쳐 쓰는 힘'이 문양으로 나타난거야.
이건- 쉽게 설명하면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 시간을 개변하는 힘이야.
하나의 거대한 섭리나 법칙을 자기 맘대로 뜯어 고치는거지.
 
질리:흠...
 
UNUS:뭐... 알거아냐?
이 손으로 쓴 이야기가 현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질리:음...뭐 그런거 같아보이긴해.
 
UNUS:재밌는 점은-
너한테도 이게 있는 모양이더라구.
물론 완전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게 있어서 너도 검은 남자처럼 과거를 고쳐쓰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네가 맘만 먹는다면 그를 막는 것 뿐만 아니라...
 
질리 , 그걸 듣고는 자기 팔을 바라봅니다.
 
UNUS:네가 한 선택을 바꿀 수도 있는거야.
 
질리:...그럴 수 있을지는 자신 없지만.
 
UNUS:뭐, 알아서 처신 잘 해야지.
예전의 이야기에 난입할 수 있다는 건 기회기도 하지만 시련이기도 하니깐.
 
질리:허어...
 
UNUS:음-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
 
UNUS , 쇽, 옷 소매 속으로 손을 다시 숨기곤 옷장 쪽으로 휠체어를 주욱 밉니다.
 
UNUS:이쪽으로 좀 와봐.
 
질리 , 그쪽으로 갑니다.
 
UNUS , 짜잔- 하는 소리를 내며 옷장 문을 벌컥! 열어보입니다.
 
 
:평범하게 겉옷 부류가 걸쳐진 평범한 옷장....이 아니군요, 이거.
어째서인지 옷장 안쪽에 길이 보입니다!
이거 마치 나O아 연대기 같은 연출?!
 
질리:...이거 어디서봤는데.
 
UNUS:어허, 쉿. 오마쥬야 오마쥬.
 
질리:어몽 더 슬립이라는 게임에서-
 
UNUS:어허!
 
질리:알았어.
 
UNUS , 검지 손가락으로 당신의 입을 꾹 눌러 닫습니다. 쉿!
 
질리 , 손을 치웁니다.
 
질리:알았다고.
 
UNUS:-하여튼간, 여기가 길이야.
내가 널 돕는 이유는, 너한테 모든 걸 걸었기 때문이야.
그 점 명심하고-
알아들었으면 얼른 다녀와!
 
질리:부담스러워.
 
UNUS:몸 조심하고!
 
UNUS , 그리 말하고는 당신의 등을 옷장 안 쪽으로 떠밉니다. 얼른 가!
 
질리:으악!
 
질리 , 등이 밀려 그대로 옷장 안으로 들어가집니다.
 
 
:꾸당! 좁은 옷장 속으로 밀어넣어지면, 아슬아슬하게 머리가 부딪히지 않습니다.
길은... 다소 비좁고 천장이 낮아서 기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쥐구멍이라고 하지...
 
질리:...
 
질리 , 안으로 들어갑니다.
 
 
:길을 따라 깊이, 더 깊이 안으로 들어가다보면...
뒤쪽에서 천천히 문이 닫힙니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직전, 작은 웅얼거림이 들려옵니다.
 
질리: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UNUS:부디 네가 쓸만한 주인공이길.
 
 
:... ...
달칵,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완벽한 어둠이 찾아옵니다.
 
질리:... ...
 
 
:코앞조차 보이지 않는 공간 속, 당신은...
짧은 허상을 보게 됩니다.
 
 
:나른한 빛깔, 눈이 부시도록 밝은 햇살이 시야를 잠식합니다.
푸른 하늘 아래 너른 잔디밭이 펼쳐집니다.
따스한 필터라도 씌운 듯한, 아릿할 정도로 먹먹한 풍경입니다.
보드라운 바람이 불고, 위를 올려다보는 시야의 정중앙으로 어디선가 풍선이 하나 올라옵니다.
귀여운 분홍색의 풍선은, 헤엄치듯 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올라갑니다.
....아, 이제보니 풍선은 하나가 아니네요.
 
 
:하늘색, 노란색, 연두색...
색색깔의 풍선들이 하나 둘 하늘 위로 올라갑니다.
한 번 놓치면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이별이라 하던가요.
희끗한 손이 올라가, 잡을 듯이 풍선을 향합니다.
다만, 아릿한 여운을 남기며 풍선은 그저 위로 올라갑니다.
바람결에 머리카락이 스치면... 참을 수 없으리만치 졸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BGM을 꺼주세요.
 
 
:... ...
아윽, 악, 익,
허상에서 나오자마자 사방에 부딪힙니다.
아 좀!
 
질리:악!! 좀!!
 
 
:어둡고 좁고 낮은 통로가 당신의 정신을 꽉 깨우는 느낌입니다.
그대로 바닥을 기면서 한참을 나아가다보면...
우당탕 쿠당!
어느 순간 바닥이 훅 꺼지며 아래로 짧게 낙하합니다.
아야야-
 
질리 , 떨어진 부위를 잡고 부들거립니다.
 
질리:좀...친절히 대해주면 안되겠냐고...
 
 
:바닥에 부딪혀 아픈 몸을 손으로 붙잡으며 고개를 들어올리면...
까마득하게 탁 트인 공간이 드러납니다.
비좁은 곳에서 갑작스럽게 넓은 곳으로 빠져나오니, 거리 감각에 혼동이 올 정도입니다.
여긴... 어디...?
 
 
 
:그곳은 까마득한 천장이 펼쳐진 곳이었습니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햇빛이, 창에 달린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에 물들어 알록달록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색색깔의 빛들이 뻗어나와 반대편 벽에 맞닿습니다.
성스럽기도, 기이하기도 한 이 공간은 동서남북 상관없이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벽면들이 난잡하게 질서를 이루고 서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벽에는 액자들이 연이어 걸려 있습니다.
 
질리 , 주위를 둘러보다가 액자들을 바라봅니다.
 
 
:황금 장식이 달린 빅토리아풍 액자입니다.
이런저런 그림들이 걸려있네요.
 
질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액자 속 그림은 유동적이기도, 고정적이기도 합니다.
영상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책 표지처럼 멈춰있기도 합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지만은, 당신이 이해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다소 모순적이지만, 이런 공간에서 이정도 모순은 안 어울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벽면에 난 액자들을 보며 주욱 걷다보면...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난잡하게 이어지는 벽면 사이로 검은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이거 왠지 키워드가 겹치지 않아요?
검은 남자와, 검은 발자국.
딱이네요!
 
질리:...허.
대놓고 흔적 남기고가네.
 
질리 , 그걸 보고는 따라갑니다.
 
 
:검은 발자국을 따라 넓은 공간을 등지고 난잡하게 이어지는 벽면들을 따라 걷다보면, 곧 사방이 가로막힌 방에 당도하게 됩니다.
아까의 공간보다는 상대적으로 천장이 낮고 비좁아서-
도리어 아까처럼 과하게 넓은 장소보다는 안정감을 불러오는 듯 합니다.
방 가운데에는 사람이 한 명 서 있습니다.
빨간 비니를 쓰고 있는 작은 소녀입니다.
뭔가 굉장히... 난감해하는 것 같습니다.
 
질리 , 그걸보고는 소녀에게 다가갑니다.
 
질리:너...여기서 뭐하니?
 
소녀 , 흐아아 하는 소리를 내며 깜짝 놀랍니다.
 
소녀:누, 누구세... 아아니... 이게 아니라... 여긴 어떻게 오신거에요...?!
 
질리:...그건 나도 잘?
그냥 까만 옷 입은 사람 따라왔는데.
 
소녀:아음... 어... .....네?
그, 그 사람이랑 아는 사이세요?!
그, 그럼 여기 계시면 안되는데...
아아니 모르는 사람이어도 여기는...
 
소녀 , 우으으 하면서 반쯤 울 것 같은 표정이 됩니다.
 
질리:...혹시 봤니?
어디로 갔어?
 
소녀:저기... 그게, 그...러니까요...
 
소녀 , 살짝... 손가락으로 액자 쪽을 가리킵니다.
 
소녀:그렇게 막 들어가면 안되는데...
부, 분명 시간이 꼬여서... 난리가 날거고...
혼나면 어떡하지이이.......
 
질리:으음...
 
소녀 , 결국 방울방울 눈물을 흘립니다. 흐아앙...
 
질리 , 그걸보고는 일단...간식을 쥐어줍니다.
 
질리:내가 그거 막으러 온거니까 걱정하지말고.
...멋대로 들어가야하는건 똑같지만.
 
소녀:...-네?!
 
 
:어차피 돌아갈 길도 모르겠고, 여기까지 온 이상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요.
놀란 소녀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질리 ,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일단 가리킨 쪽 액자를 보러갑니다.
 
 
:검은 발자국이 이어진 액자들은 반짝반짝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총 4개의 액자,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맨 왼쪽에 붙은 첫번째 액자입니다.
액자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입니다.
망원경을 곁에 두고 앉은 여자는, 끝없는 꿈을 꾸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질적인 밤하늘은 새하얗게 흘러 선을 긋고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보았던 별밤의 하늘이 떠오릅니다.
 
 
질리 , 그걸 바라보다가 액자에 손을 대봅니다.
 
 
:액자에 살포시, 손이 닿으면...
시력을 앗아갈 듯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옵니다.
 
 
 
:너무나도 밝은 빛에 눈을 질끈 감았던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긴 당신의 방이네요.
 
질리:(와...하나도 안놀랍다...)
(왜 내 방인거야)
 
 
:방금까지도 이상한 곳에 있었는데, 왜 하필 여기에 떨어진 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면, 책상 위에 놓인 캘린더가 눈에 들어옵니다.
 
질리 , 캘린더를 봅니다.
 
 
질리:...아- 설마.
 
 
:이거... 그거네요.
맑고 화창한 날!
내일이면 주말!
그래봐야 프리랜서지만!
...하고 외쳤던 날이요.
 
질리:...그래, 그날.
 
 
:그럼, 그러니까, 지금...
과거로 돌아온건가요?
우와!
진짜 될 줄은 몰랐네요.
 
질리:...과거로 가서 이야기를 바꾼다고는 했지만- 직접 겪으니 기분이 이상하네.
 
 
:그리고...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질리:무슨 문제가 또 있는데.
 
질리:... ...
........
 
 
:갑작스럽게 울리는 알람에 시선이 돌아갑니다.
아 제발.
 
질리:아...또!!
 
질리 . 휴대폰을 집기위해 손을 뻗습니다.
 
 
:그래봐야 슈우웅.. 하고 통과되어버리는군요.
 
질리:... 으으음...
 
 
:그러는 사이, 꿈틀거리던 이불이... 퍽! 소리를 내며 걷어집니다.
으학!
 
질리 , 놀란듯 움찔합니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집어던지려다가..... 간신히 분노를 누르고 얌전히 알람을 끄는 그 사람은...
당신입니다.
....음.
당신이네요.
 
질리:음...
 
질리:통과 될때부터 예상은 했다만.
이렇게 나를 보니까 기분이 이상해.
 
 
:심지어 과거의 당신은 이쪽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평범하게 당신이 기억하는 그 행동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습니다.
알람에 괜히 꿍얼거리면서 짜증을 낸다거나,
캘린더를 확인하고 뭔가 곰곰 생각에 빠진다거나,
아침도 먹고 '딸기 양말'도 마주하고...
 
질리:... ...
아 진짜, 아이라 나한테 왜그러니.
 
 
:아하하.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움직이는 세상은 당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투명인간... 음, 어쩌면 유령이 된 기분은 어떤가요?
 
질리:으음...
 
질리 , 벽에 손을 대봅니다.
 
 
:스르르 통과가 되어버립니다.
 
질리:오...
 
 
:혹시나 싶어 몸을 던져보면...
뿅 하고 나가집니다.
의도만 한다면 하늘을 날 수도 있고요.
진짜 유령이래도 믿을 정도입니다.
봐요! 몸도 반투명하다고요!
 
질리:으음...
 
질리 , 자기 몸을 봅니다, 그러네?
 
질리 , 자기 자신은 어디로 가는지 봅니다.
 
 
:과거의 당신은 어느새 식사도 마치고, 외출 준비까지 끝낸 채로 현관에 서 있습니다.
이대로 두면 우체국을 가고, 점심 약속도 가고, 전시회도 가고...
음. 평범하고 별 거 없는 것 같은데.
일단 따라가고 생각할까요?
 
질리 , 일단 따라갑니다.
 
 
:동동 과거의 자신을 따라 우체국까지 오면...
사람들이 기웃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아- 이때-
사무엘이랑 만났었던 때죠.
이제야 생각해보면 에이나가 여길 지나면서 테오가 기력을 쫍 빼먹었던거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질리: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렇겠네.
 
 
:근데...
원래라면 주변에서 기웃대며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했었던 '당신'은 왜인지 잠시 시선만 두더니 우체국 안으로 쏙 들어가버립니다.
으잉?
 
질리:응?
음...벌써부터 불안한데...
 
질리 , 하지만 당장은 위험한게 아니니 일단 따라 들어갑니다.
 
 
:우체국 안으로 들어온 과거의 당신은 소란의 반대편으로 가 다른 직원을 통해 일을 보기 시작합니다.
음... 뭔가 바뀌긴 했는데 미묘하게 바뀌어서 신경만 좀 쓰이는 정도랄까...
 
질리:뭔가...건들기도 애매하고...
아니, 애초에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
 
 
:UNUS 말대로라면 자기 몸에 빙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되면, 뭐. 유감이고요.
 
질리:너도 걔랑 똑같이 말한다?
 
 
:하하.
아무튼, 할 일을 마친 과거의 당신이 우체국 밖으로 나올 때 즈음이면, 인파는 어느새 사라져 있습니다.
엄청 큰 일도 아니었고 작은 헤프닝이었으니 그럴만 합니다.
 
질리:그렇긴하지...
 
 
:그런 우체국의 앞, 자판기 쪽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가 닿습니다.
그야 여기서 벨버리랑 처음 만났었잖아요?
저쪽은 우릴 못보지만 왠지 이렇게라도 보니 좀 반가운 것 같습니다.
 
질리 . 벨버리가 보이자 안심되는듯 어깨를 축 늘어트립니다.
 
질리:이때는 그냥 유령인줄 알았는데.
 
 
:막상 이젠 우리가 유령이 되었죠.
 
질리:그치.
 
 
:아무튼, 여기서 과거의 당신은 곤란해 하는 벨버리를 돕-....어라?
슬적 눈길만 좀 보낸 '당신'은 그쪽으로 다가가지 않고 길 쪽으로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질리:허어어...
 
 
:....정말 뭔가 미묘하게 바뀌는군요.
 
질리:...여기서만 만났으면 몰라도 전시회에서 보긴하니까.
 
 
:그게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과거의 당신은 그대로 쭉 길을 걸어가, 점심 약속 장소로 향합니다.
 
 
:... 그 때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누가봐도 명백하게 신이 난 예아가 음식점 앞에서 뚫어져라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이쪽은 아직 도착도 안했는데. 거기 보고 있지도 않았는데!
 
질리:아주 신났었고만...
 
 
:그때 말한 '어제 밤 부터 기다렸다'는 말은...
어쩌면 농담이 아니었을지도...?
 
질리:... 고기에 환장한 하이에나같아.
 
 
:제 말이요.
 
질리:육식동물같은 놈..
 
 
:음식점 앞에서부터 앵알앵알 두 사람은 떠들기 시작합니다.
대화하는 내용도,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도 완전 똑같아서 기시감이 느껴질 수준입니다.
하긴 같을 수 밖에....
 
질리:그치...
그러고보니...여기서 나이아랑 만날텐데.
 
 
:...으와. 왠지 그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해지지 않나요.
 
질리:...아무생각 없었는데 너때문에 기분 묘해졌어!
 
 
:하하.
 
질리 , 손을 휘적입니다.
 
 
:아잇, 그러지 말고요.
자자, 봐요. 벌써 번호표 들고 카운터로 향하고 있는 '당신'을 말이에요.
 
질리:으음.
 
 
:당신보다 먼저 카운터 앞에 서서 대화하고 있던 사람은 당연하겠지만 나이아입니다.
당신이 번호표 얘기를 하며 시선을 끌기 전엔... 아예 당신을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던 듯 보입니다.
 
질리:으음-...
 
질리 :...너 왜 여기있어?
 
나이아:안 될 것도 없으니까?
 
 
:......
어휴.
명백하게 경계하는 낯의 당신과 명백하게 즐거워하는 낯의 나이아입니다.
투닥투닥 대화하는게 꼭 어제 일 처럼 생생하긴 하네요.
조금 감상이 달라지는 지점이라면...
...그래도 살짝은 믿음이 간다는 정도?
 
질리:...그건 맞지만.
 
질리 , 옆에서 기웃거리다가... 나이아 앞에 손을 휘적여봅니다.
 
질리:뭔가 보일것 같은데...아니려나?
 
 
:... 반응이 없네요.
 
질리:...아예 안보이나보네.
 
 
:저택에서 본 그것에서 박탈이니 뭐니 인간이니 뭐니 했던 걸 생각하면...
어찌 생각하면 당연할지도요.
 
질리:그건 맞지만...
어느정도는 보일줄 알았지.
 
 
:유감인걸요.
그러는 사이, 직원이 번호표를 들고 등장하고, 두 사람은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집니다.
...이 녀석, 자리로 돌아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잠시 노려보고 있습니다.
 
질리:... ...이때부터 죽일 기회를 보고있던건가.
 
 
:아마도 그런거겠죠.
우우. 나쁜 녀석.
 
질리:...좀 등골이 서늘한데.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리로 돌아간 '당신'은 예아와 조잘조잘 떠들고 있습니다.
 
질리:몰라- 생각 안할래...
 
 
:저때의 음식 맛을 기억하나요?
 
질리 , 자신이 있는 쪽으로 갑니다.
 
질리:어느정도.
맛있었지.
 
 
:어느 곳에서는 HQ라고 불릴 것 같고 어느 곳에서는 5성이라고 불릴 것 같은...
천국의 맛!
 
질리:그러니까 HQ가 뭐냐고.
 
 
:최고로 하이한 퀄리티죠 무엇이겠어요.
하하.
아무튼, 조잘조잘 떠들던 두 사람 사이에서 (지금의 당신에겐 나름) 중요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질리:허...
 
김예아:이번에 SCC이벤트라는 걸 한다고 그러더라구.
 
질리 :그래서?
 
김예아:이벤트 같이 참여해주라.
솔직히 사인은 관심없... 아니 사실 조금... 음...
 
질리 :...너가 그런거에 관심이 있던가-...
 
김예아:굿즈 귀여워서 갖고 싶단 말야.
별사탕 키링 준댔다구.
 
질리 , 과거의 자신 옆에 앉은...모양으로 떠있는 채로 보고있습니다.
 
질리 :...날 기어코 사람 많은 곳에 끌어들이려고-...
...그래서- 계속 말해봐.
 
김예아:SCC 라이브 이벤트는 아니구, 사전 홍보 이벤트라서 사람 그렇게 안 많을거야.
....아마?
자자, 이거 봐봐.
 
 
:예아가 휴대폰을 들어올리더니, 당신에게 뭔가 잔뜩 보여줍니다.
당신은... 심드렁한 표정이네요.
하긴 좀 귀찮긴 했어요.
사람 많은거 싫어하기도 했잖아요, 그쵸?
 
질리:지금도 싫은데.
 
 
:네네, 물론이죠. 사람이 어떻게 한 번에 나아지겠어요.
어디의 소설 주인공도 아니고.
 
질리:지금은 소설 주인공 됐잖아.
 
 
:어허.
 
질리:뭐.
 
 
:제 입으로 말해버리면 ~스포일러~와 ~네타~가 되어버리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구요.
그러니까- 아무튼!
 
질리 :...왜 갑자기 잘 부르지도 않는데 밥먹자 하더라...
 
김예아:추첨제라서 될지 안될지 모르겠단 말야.
딱 한번만. 응?
 
질리 :싫어.
 
질리:...응?
 
김예아:우우-... 밥도 내가 사는건데. 안될까? 응?
 
질리:잠깐만 잠깐만,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데.
 
질리 :사전 이벤트여도 사람 몰릴거 아냐.
인기도 많은 것 같은데...
 
질리:... ...
 
김예아:그럼 내가 대리수령하러 갈테니까아- 하안번마안-
 
질리 , 과거의 자신에게 손을 대봅니다.
 
질리:이러면 빙의 되나?
 
 
:아... 그거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닌데...
 
질리:안되면...UNUS 욕을 한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손을 가져다대면,
지글지글 하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으, 아악?
 
질리:-으으?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으-
-악!
퍼뜩 눈을 뜨고 보면, 시야가 익숙한 그 장소 그 자리입니다.
살짝 내려다 본 손은 반투명하지 않습니다.
...진짜 빙의한건가??
 
질리:... ...
 
질리 , 잠시 좀 어리둥절해하다가 아, 하며 급하게 표정 관리를 하며 말합니다.
 
질리:...그으래, 해줄게. 대신에 다음은 없어.
 
김예아:진짜 해주는거지?
야호!
 
질리 , 빠르게 응모사이트에서 응모를 합니다.
 
질리:(휴...)
 
김예아:되면 꼭 연락해주기다?
어- 음... 너무 가기 싫으면 나한테 얘기해주고.
내가 대신 갈테니깐.
 
질리:예-예-
 
 
:...음.
잘한 짓이겠죠?
 
질리:...
 
 
:예전엔 이 순간 즈음에 괜히 나이아가 떠올라서 손을 휘적거렸었는데...
지금은 그쪽에 신경쓸 겨를도 없습니다.
젠장 검은 남자!
 
질리:(아 진짜 검은남자!)
(지금은 라이브 공연 막는거나 생각하자.)
 
 
:항상 검은 것들이 문제였다니까요.
 
질리:(리얼로...)
 
질리 , 온 김에 물도 마십니다.
 
질리:(유령상태일때 느껴지는건 없었긴했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자글자글 지글지글 하는 감각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퉁!
밖으로 거의 내던져집니다.
아, 좀! 살살 내보내라!
 
질리:아악!
전부터 왜이렇게 막 대하는거야.
 
 
:공중에서 몇 바퀴 빙글빙글 돌다가 정신을 차리고보면,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는 당신이 보입니다.
....아.
생각해보니까요.
.......이때 전시회 입장에 늦을 뻔 했었습니다.
 
질리:...아.
 
 
:순간 사색이 된 당신은 그대로 길거리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쫓아가죠!
 
질리 , 그걸 보고는 빠르게 쫓아갑니다.
 
질리:근데 넌 뛰지도 않는데 뭘 우리야?!
 
 
:헤헤.
 
질리:헤헤는 무슨!
 
 
:열심히 달려요 질리~~
 
질리:야잇!
 
 
:아슬아슬 세이프!
헉헉 소리를 내며 숨을 고르고 있는 당신... 의 머리 위에서 당신은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거 은근 나쁘지 않네요. 딱히 지치지도 않고.
유령상태... 꽤 괜찮을지도?
 
질리:...그런말 하지마.
 
질리 , 둥둥 떠다니다가 바닥과 거리를 좁힙니다. 고소공포증-
 
 
:-뭐, 아무튼요.
유령 상태가 되었으니, 조금 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뭔가 다른 것은 없었을지 구경이라도 다녀볼까요?
아무리 과거가 바뀌고 있다고 해도 설마 전시회에서 깽판을 부리지는 않을테니까요.
 
질리:맞긴하지.
 
질리 , 그리 말하며 다른 주변을 둘러보며 전시장 1을 봅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차... 어휴.
 
질리:차플라톤 기르마넴 데이지.
귀찮긴하지.
 
 
:... '데이지'의 삶을 연도별로 정리해놓은 곳입니다.
의자를 두고 앉은 알바생이 전시회 손님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 전시장 1 옆으로 구석진 곳에 통로가 하나 있습니다.
 
질리:오.
 
질리 , 그곳을 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두워서 잘 보지는 못했지만, 뭔가가 스윽 지나간 것을 본 것 같습니다.
...들어가볼까요?
 
질리 , 들어가봅니다.
 
 
:통로로 들어가보면...
CCTV 앞에서 졸고 있는 경비원이 보입니다.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일이람?!
이 경비원......
바지가 없습니다!!!
 
질리:... ...
 
 
:팬티만 입고 자고 있다고!?
 
질리:그런거 강조해서 보여주지마. (나레이션 침)
 
 
:아야.
 
질리:바지가 없는거면...
예상되는게...
 
 
:....아무래도 그거죠.
 
질리:...그 바지가 스스로 벗겨져서 나한테 싸움 붙인...
 
 
:혹시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뭔가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CCTV라도 좀 볼까요?
 
질리 , CCTV를 봅니다.
 
 
:화면이 하도 많아서 뭔가 찾는 게 쉬울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CCTV를 보던 당신은...
바지를 발견...도 중요하지만 수상한 인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회색빛의 반짝거리는 모노톤 화면 속에서 보이는 그것은, 검은 페도라를 쓰고 있습니다.
그 밑으로는 검은 코트를, 그리고 검은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검은 남자!
 
질리:...저거.
 
 
:그의 옆에는 바지가 서 있습니다.
 
질리 ,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합니다.
 
 
:장소는 화장실이네요.
 
질리 , 그쪽으로 바로 갑니다.
 
 
:급하게 전시장 2 방향에 있는 화장실 쪽으로 날아가보지만...
CCTV로 본 검은 인영이나 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남은 것은 붉은 머리의 이질적인 기운이 감도는 인물- 벨버리입니다.
벨버리는 검은 남자가 마도서를 들고 바지와 함께 서 있던 부근에서, 검은 천을 들고 요리조리 살피는 중입니다만은...
흔적이 없어서 곰곰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마주친거였군요.
 
질리:아하...
 
질리 , 벨버리 앞에서도 손을 휘적여봅니다.
 
질리:뱀인간...뭐 그런거라고하던데.
뭔지 잘 모르겠지만.(크신치6)
 
 
:당신이 손을 몇 번 휘적거리면, 벨버리가 잠시 갸웃... 하고 반응을 보이는...가 싶더니 눈을 깜빡하는 사이에 사라집니다.
...우리한테 반응한게 아닌건가?
잘 모르겠네요.
 
질리:...
모르겠다. 그만둘란다.
 
질리 , 슬슬 바지를 만날려나 싶어서 과거의 자신이 있는 쪽으로 갑니다.
 
 
:쇼로록 허공을 날아서 과거의 당신을 찾아가면....
아.
바지랑 싸우고 있습니다.
...괜히 끼어들지 말고 구경이나 할까요?
아, 물론 싸우고 싶은거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요!
 
질리:이야...
진짜... 왜 긴박하냐. 빡치게.
 
 
:당황스러운 것도 매한가지지만요.
 
질리:그건 맞지.
 
 
:투닥투닥 바지와의 사투를 벌이던 당신을 보고 있다보면....
어느순간 확!
바지에서 마도서가 튀어나오고, 그것은 당신의 팔에 붙어버립니다.
아, 저거 때문에 고생 좀 했....
하고 있죠.
 
질리:...그렇지.
 
 
:과거의 당신은 무지막지하게 마도서를 읽어내려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벨버리가 나타나 당신을 진정시키고, 당신을 가게로 안내하기 시작합니다.
...휴, 이건 안 바뀌어서 다행이네요.
 
질리:그러게...
근데 이걸 바꾸면... 타임 패러독스 생겨서 그런거 아닐까.
 
 
:그러려나요.
 
질리:아이라 사건의 전제부터 글러먹어지니까.
 
 
:아무튼, 계속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뽈뽈 그들의 뒤를 따라가-
-던 당신의 시야에 무언가 휙 하고 들어왔다 나갑니다.
 
질리:응?
 
 
:그 물체를 따라 시선을 휙! 돌려보면, 그것은 바로...!
풍선입니다.
작고 귀여운 핑크색 풍선이 저만치 앞에서 뽈뽈뽈 날아가고 있습니다.
 
질리:음. 이제는 풍선인거야?
 
 
:주변에 풍선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을리도 없고, 아무도 저 풍선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문득, 옷장 안에서 본 환각이 떠오릅니다.
 
질리 , 주섬주섬...아이가 준 잠자리채를 꺼냅니다.
 
질리:안쓸줄 알았는데, 쓰게되네.
 
질리 , 잠자리채로 풍선을 잡습니다.
 
 
:휘리릭!
풍선을 잡아채 가까이로 끌어오면....
풍선은, 펑! 소리를 내며 갑자기 터져버립니다.
깜짝 놀란 마음에 눈을 질끈 감으면...
 
 
 
■■:끼이이익, 쾅!
갑작스럽게 거센 충돌음이 들려옵니다.
어둡고, 불편한 빛깔의 어둠이 눈을 잠식합니다.
어둡고 어질어질한 시야에 몽롱한 웅성거림이 들려옵니다.
가물가물한 시야가 꿈뻑, 느리게 뜨입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시야를 반절 내리그은 땅바닥과, 다급한 발걸음과 덜덜 떨리는 손바닥, 겁에 질린 모르는 사람입니다.
전화기를 든 채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땅바닥으로 붉은 액체가 흘러 적십니다.
이건 누구의 피인가요?
시야는 점점 어둠으로 점철됩니다.
이윽고, 천천히 눈이 뜨이고, 지나가는 말소리는 참담합니다.
 
 
■■:"뇌에 심각하게 손상이..."
"아마 더이상 걸을 수 없을 것..."
시야는 곧 싸늘한 창밖으로 바뀝니다.
나타난 것은, 검은 베레모에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입니다.
그는 울렁거리는 기계음처럼 말합니다.
 
검은 남자:"네 손에게 자유를 주겠다."
"그 손으로 소설을 써라."
"'약속의 날'까지 소설을 쓰면,"
"네게 과거를 고쳐 쓸 힘을 주지."
 
 
■■:점차 시야가 좁아지고,
 
 
:한 번 놓치면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아릿한 이별처럼,
풍선은 그저, 위로 올라갑니다.
몽롱하게 손을 뻗으면, 참을 수 없으리만치 졸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보인 것은 언젠가 한 번 보았던 호텔방의 모습입니다.
더 정확히는 당신이 납치당했던 그곳입니다.
당신이 눈을 뜨고 거의 직후, 문 쪽에서 카드키를 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있었을 과거의 당신은 화들짝 놀라며 욕실 안으로 숨어 들어가네요.
문을 열고 들어온 나이아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당신을 찾고 있었죠, 아마?
 
질리:...그렇지.
 
 
:왠지 기분이 좀 묘해지네요.
그때야 잘 몰랐다지만, 지금은 왜 이러는지 알고 있잖아요?
확신은 못하지만.
 
질리:... ... 조용히해. 말 안해도 아니까.
확신은 안서지만...
일단 그런거라고 생각할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욕실 문에 기대있던 당신이 넘어집니다.
조금 당황한 표정의 한 사람과 안심한듯 미소짓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진짜 묘하네요.
 
질리:...조용히 하라고.
 
나이아:거기 있었구나?
벌써 어디 나가서 사라졌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질리 :......카드키 없어서 어차피 못 나갔어.
너는 왜... 여기 있는거야?
 
나이아:너 찾으러 왔지.
 
질리 :...너가?
나를?
.........왜?
 
나이아:상식적으로 만나자고 불러놓고 찾아가는 길에 납치당하고 있는 모습을 봤으면 어떻게든 꺼낼 방법을 강구해보지 않겠니?
 
질리 :...
...너가 그렇게 날 신경썼던가?
 
나이아:신경이야 항상 쓰고 있는걸?
 
질리:...그런 따뜻한 신경은 아니잖아.
 
 
:내 말이요.
그런 당신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이아는 그저 싱글생글 웃어보이고 있습니다.
 
나이아:뭐, 아무튼.
말 잘하고 잘 서있는거 보면 다친 곳은 없어보이네.
집까지 데려다줄까?
 
질리 :......
...그...래.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 몇 일 정도.
 
질리:으응?
 
질리 , 뚱한 표정으로 대화를 지켜보고있다가 그말에 고개를 돌립니다.
 
나이아:뭐, 잘 생각했어.
 
질리 :......그으...
그 연기 말이야, 진짜 위험해 보이던데...
 
나이아:그렇긴 하지? 근데 그게 왜.
 
질리:음...
 
질리 :너도 괜히 가까이해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아서.
...너 왠지 그냥 두면 재밌어보인다고 달려들 것 같단 말이야.
 
나이아:딱히 재밌어보인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말이지.
그나저나, 지금 신경 써주는거야?
 
질리:... ... 아니, 이건 진짜.
 
질리 , 고뇌합니다.
 
질리:(빙의해 말아?!)
 
질리 :아니, 나는-...
...아무튼, SCC 라이브, 혹시 갈 예정이었으면 가지 말라고.
려려가 거기서 사고칠 생각인 것 같아.
 
질리 , 눈 뜨고 못보고겠는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을 댑니다. 그만해 이자식아!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글지글, 자글자글...
기묘한 감각이 이어지다가...
쑥!
빙의에 성고ㅇ으아어ㅏ가
왠지 좀 어지럽습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질리 , 어지러운지 순간 휘청입니다.
 
질리:(좀 얌전히 빙의되면 어디가 덧나나?)
 
나이아:음-
 
나이아 , 어깨를 가볍게 으쓱입니다.
 
나이아:그렇게 신경 써주면 고려 정도는 해볼게.
 
질리:...
 
질리 , 뭔가 신경쓰는 것처럼 되어버려서 짜증난 듯 이를 악뭅니다.
 
질리:..됐어, 그냥 아까 한 말 무시해.
 
나이아:딱히 무시하고 싶지 않은걸?
 
나이아 , 왠지 살짝 기분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질리 , 그걸 보고는 눈을 굴리며 시선을 피합니다.
 
질리:...그럼... 아, 몰라 알아서해.
...데려다 준다며?
 
나이아 , 그 말을 듣고 손을 내밉니다. 반대쪽 손에는 어느새 풀어헤친 볼로타이를 들고 있습니다.
 
나이아:순식간에 집에 보내줄테니까, 손 잡아봐.
 
질리:... ...
 
질리 , 그걸 보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잡습니다.
 
질리:(...따뜻하네.)
 
 
:...나름 사이좋게 손을 잡고, 두 사람은 문을 건너 집으로 향합니다.
저 볼로타이, 당신이 쓸 때엔 가게로 밖에 안 이어졌는데...
어떻게 한 번에 집으로 연결해주는걸까요.
마법도 써본 놈이 더 잘 안다, 이걸까요?
 
질리:...
(뭔가 빡치네. 아이라한테 말해볼까.)
 
 
:물어본다면 배울 수 있을지도요.
어쩐지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나이아는 인사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질리:...으음.
 
 
:....설마 이번에도 죽일 고민 했나?
 
질리:...그럴지도.
왜 이제는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하는지.
...몰라! 내일 라이브 사건 막을 생각이나 하자!
 
 
:그러는게 좋겠죠.
마침 온 몸에서 지글자글한 느낌이 들어옵니다.
쫓겨나기 전에 자의로 나가버릴까요?
 
질리 , 자의로 몸을 나갑니다.
 
 
:이번엔 튕겨나가지 않고 얌전히 공중으로 포르르 빠져나왔습니다.
또 던져질까보냐.
...아무튼, 내일 있을 SCC 라이브에나 신경씁시다.
왜인지, 분명 그 사건에도 이변이 일어날 것 같으니까요.
 
질리:...그러니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SCC 라이브 이벤트가 일어난 때로 향합니다.
 
 
:이벤트가 개최되는 Twit 본사 광장.
그때와 마찬가지로 인파는 북적북적합니다.
...으.
 
질리:...
지금은 유령이니까, 응.
 
 
:사람들이 돔 안으로 진입하여 자리를 찾아가고, 스태프들은 분주히 무대 준비를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그 어지러운 공간 사이에서 과거의 당신은... 기자재실로 직행합니다.
잠깐, 응?
 
질리:으응??
 
 
:과거의 '당신'은 정확하게, 나이아가 있었던, 그리고 지금 있는, 기자재실로 향합니다.
 
질리:...
 
 
:마치 그가 거기 있을 것을 아는 사람처럼.
 
질리 , 따라갑니다.
 
 
:자연스럽게 그의 일행이라고 직원들을 속이고 기자재실로 진입한 '당신'을 보며, 나이아는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어냅니다.
 
나이아:...너, 왜 여기있어?
 
질리 :너 찾으러 왔어.
 
나이아:왜? 뭐하러?
 
질리 :같이 나가자고.
 
질리:뭐라고?
...
 
질리 :여기 있으면 위험해, 너도 알잖아.
 
나이아:언제부터 니가 그런 걸 신경썼다고 그래?
나에 대해선 너도 이미 아는게 있잖아?
 
질리 :아니까 이러는 거잖아.
 
 
:그 말에, 나이아가 작게 움찔합니다.
...하긴, 이 시점이면...
 
질리:... ...
모르고있을때지.
 
 
:그런데, 과거의 당신은, 정말로 나이아의 사정을 아는 사람 처럼 굴고 있습니다.
왠지 퍼즐이 하나 둘씩 짜맞춰지는 느낌이 듭니다.
 
나이아:...됐어, 너나 가.
난 할 일이 있거든.
 
질리 , 그말을 듣고는 빙의하기위해 자신에게 손을 댑니다.
 
 
:지글자글한 느낌이 손끝을 타고 전해집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다가....
퉁- 하고 공중으로 튕겨져 나가, 허공에서 빙글빙글 굴러버립니다.
...야?!
 
질리:아놔!
실패도 하는거였냐고!
 
질리 , 다시한번 손을 대봅니다.
 
 
:다시 빙의를 시도하기 위해 손을 뻗은 그 잠깐의 순간...
...눈이 마주친 것 같습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시 빙의를 시도하였지만, 손 끝에 찾아드는 따가운 감촉과 함께 당신은 다시 튕겨져 나갑니다.
그렇게 되고서보니,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질리:으윽...
 
 
:과거의 당신은 지금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질리:...너, 내가 보이는거야?
 
 
:당신의 그 말에, 당신...?은 싱긋 미소지어보입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잘못된게 분명합니다.
 
질리 , 다시 손을 대봅니다.
 
 
:다시 손을 대보려는 찰나, 갑자기 세상이 휙 거꾸러지며 돌아갑니다.
순간적인 울렁거림에 이어, 강한 두통이 찾아듭니다.
급하게 몸을 뒤로 물리고, 당신?에게서 떨어지면, 그제야 두통이 잦아듭니다.
당신의 몸이 당신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거 시간을 좀 두고 시도해야겠는데요.
 
질리 , 머리를 부여잡은채 자신?을 노려봅니다.
 
질리?:...-난 네가 신경쓰여서 이러는거야.
혹시라도 여기서 죽으면 곤란하니까.
 
질리:뭔 소리를 하는거야?!
 
나이아:......무슨 소리야?
 
질리 ,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냥 바라만 보고있습니다.
 
질리?:말 그대로.
난 네가 살았으면 좋겠거든...
그러니까 돌아가자, 어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가 신경쓸건 아니잖아.
 
질리:헛소리하지말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여놓는 당신을, 나이아는 혼란스러워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기자재실 밖에서는 환호성이 들려옵니다.
SCC 라이브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질리:...아.
 
 
:하나둘씩 유명 방송인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고, 그 사이에서...
BJ려려- 그러니까, 에이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카메라의 빛과 마이크가 자신에게 넘어오자 생긋 웃어보이고...
 
에이나 돌레인:여기 있는 거 다 알아요, 레이디 그레이!
 
 
:당신에겐 너무도 익숙한 말을 외칩니다.
 
에이나 돌레인:테오, 우리가 얼마나 굉장한지 보여주자.*
그럼 그 분도 나와주시겠지.
자아, 산책시간이야, 테오!
 
 
:기자재실의 창 밖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잠시간의 침묵, 그 이후,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합니다.
...젠장 시작됐다--!!!
 
질리:으으...
 
 
:칫, 하는 소리를 낸 나이아는 당신?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계기판을 조작하기 시작합니다.
기자재실에 남아있던 직원들도 창 밖의 풍경을 보고 도망치는데...
싱긋 웃고 있는 낯의 당신은 도리어 나이아에게 다가갑니다.
....불안한데!!!
 
질리:어허 어허!!
 
질리 , 다시한번 자신의 몸에 손을 대봅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지글자글, 미묘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제발 이번엔 성공해라-!
간절한 마음으로 눈을 꾹 감았다 뜨면...
...헉! 성공했다!
 
질리 , 몸에 들어오자마자 나이아와 거리를 두며 뒤로 물러납니다.
 
질리:...내가 방금 한 말들 다 무시해. 기억 안해도돼. 기억하지 마. 그냥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해.
 
질리 , 그렇게 말하며 잠시 나이아를 바라보다가 그대로 반대쪽 기자재실로 향합니다.
 
 
:이미 한 번 해본 일이지만...
두 번이나 해야하다니!!
온 힘을 다해 달려나가 반대쪽 기자재실에 도달하면...
텅 비어있는 기자재실이 당신을 반깁니다.
 
질리 , 곧바로 기억하고 있는 장소에 키카드를 찾습니다.
 
질리 , 안에서 키카드 두개를 꺼내 하나는 지금 있는 기자재실에 사용해 장치를 작동시킵니다.
 
 
:카드를 꽂아서 여는 돔은 양쪽에서 작동해야했죠.
...또 배달가야하나?
당신이 카드를 꽂고 작동한 사이, 창 밖에서는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쬐고 있습니다.
잘한다!
 
질리:...
열심히 달려야지 뭐. 어쩌겠어!
 
 
:아자아자!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뗄려는 찰나, 창 밖에서 검은 연기가 꾸물거리더니-
이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듭니다!
으, 으악!
피해요!
 
질리:으악!
회피
기준치: 85/42/17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쾅!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스치며 검은 연...?기??가 지나갑니다.
저거 연기 아닌 것 같다니까요?!!?
 
질리:연기 아니겠지!!
 
 
:아슬아슬한 상황을 한 번 지나보내고 나면, 온 몸에서 지글지글한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 하필 이런 때에?
뭔가, 이번엔 내쫓긴다기보단... 뭔가 들어오려고 하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막아..보죠!
아자!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동물이 물기를 털어내듯 푸르르 몸을 떨게 되었습니다.
...음, 좀 낫네요 그래도!
뭔진 몰라도 쫓아낸 것 같아요.
이제...
해야할 일을 합시다!
 
질리:...가자!
 
질리 , 바로 기자재실을 나와 반대쪽으로 달립니다.
 
 
:저번에도 그랬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테오가 길을 막으려듭니다.
몽글몽글 올라오는 검은 연기들을 최대한 피해서 지나갑시다.
 
질리: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타닷! 당신은 빠르게 바닥을 딛고 달려, 반대쪽 기자재실에 도착합니다.
흘깃 이쪽을 돌아보는 나이아와 잠시 시선이 맞닿습니다.
...무지하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좀 미안...한가?
 
질리 , 그걸보고는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해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질리:(아오 무슨 말을 그렇게 해서!!)
 
질리 , 최대한 신경쓰지 않은채 말 없이 키카드를 건넵니다.
 
나이아:...-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하기 싫으면 억지로 하지 말고 가.
 
나이아 , 다소 쌀쌀맞게 말하며 카드키를 받고, 장치에 꽂습니다.
 
 
:... 좀 오해가 쌓일 것 같은데요...
 
질리:... ...
 
질리 ,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쉽니다.
 
질리:아니야, 억지로하는거.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거야.
 
질리 , 그렇게 말하며 대답은 듣지 않은채 기자재실을 나옵니다.
 
질리:(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스포트 라이트라고 비춰?!)
 
 
:당신이 기자재실을 나오고 사다리를 내려오는 순간-
쐐액- 하는 소리를 내며 기자재실 안으로 검은 연기가 창을 깨며 침입합니다.
아-
 
질리:아.
 
 
:... 무슨 이유에선지,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입꼬리가 꿈틀거립니다.
왜이래이거!
기자재실 안에 있던 나이아는 검은 연기에 붙잡혀, 그대로 무대 위로 내동댕이 쳐집니다.
순간 끔찍한 가정이 머리를 스칩니다.
....쟤가 만약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이 뒤는 어떻게 되는거죠?
 
질리:... ...
 
질리 , 입꼬리가 올라가려고하자 입술을 깨문뒤 입을 막습니다.
 
질리:웃지말라고. 웃을 상황이야 이게?
 
질리 , 결국 다시 기자재실로 올라가 스포트 라이트를 작동시킵니다.
 
 
:급하게 스포트라이트를 작동시켜 테오를 쫓아내고나면, 순간 손 끝에서 또 지글지글하는 감각이 듭니다.
 
질리 , 어떻게든 최대한 막으려고 합니다.
 
 
:머리에 힘을 주고 툭툭 털어내버렸습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그만 해줬으면 좋겠네요 진짜!
창 밖으로 보이는 무대에서, 나이아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싶다가도, 무대 아래로 튀어내려갑니다.
많이 다친 건 아니겠죠?
....아무튼, 그 뒤로 지글거리는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그때와 마찬가지로 훌륭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갔습니다.
 
질리:...후우...
 
 
:상황은 그다지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전투가 끝나고, 발악하는 에이나의 말에 그때와 같은 대답을 돌려주고.
...살짝 감정 조절을 못해서 과하게 반응한 것 같기도 하지만...
모든 사건이 끝나고, 힘없이 풀썩 주저앉아있으면, 한계에 달한 모양인지 당신은 몸 밖으로 퉁- 튕겨나가게 됩니다.
 
질리:아윽-
 
 
:바뀌어서 개판이 되지 않도록 막는 것도 이렇게나 힘든데...
더 나은 엔딩을 바랄 수는 있는걸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질리:...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엔딩을 맞았습니다.
유성우를 사랑한 여인이 유성우를 그러안아, 시작을 함께 해주었듯 끝을 함께 찾아갑니다.
무대의 막은 내렸으니, 감독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이것으로 된걸까? 이걸로 만족할까? 이 이야기를...
완결지으시겠습니까?
 
질리:...아니.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완결에 순응할 수 없었던 이가 외칩니다.
"아니야, 이건 내가 바란 이야기가 아니었어!"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끝은 하나의 결정권자의 손에 마무리 지어지는 법.
이번 무대는, 이대로 막을 내립니다.
 
 
:번뜩, 눈을 뜨면 당신은 액자 앞에 서 있습니다.
현재로 돌아온 것 같네요.
음, 그러니까, 적어도 당신이 생각하는 현재로요.
방금 들어갔다 나온 액자는 빛을 잃었습니다.
밑에는 '완결'이라고 적힌 명찰이 달려 있네요.
...뭔가 좀 자신감이 없어지네요.
 
 
:막을 수 있는거 맞을까요?
 
질리:...그러니까.
 
 
:검은 발자국은 당신의 옆에서부터 시작해, 다음 액자를 향해 이어져 있습니다.
잠시간의 쉴 틈도 주지 않는군요.
자신은 없지만... 당신이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어떻게든, 해내봅시다.
 
질리:ㅎㅏ...그래 이번에 잘하면 돼.
어차피 에이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고- 내가 나이아한테 이상한 말 한것만 빼면...뭐...
몰라!
 
질리 , 발자국을 따라 다음으로 이동합니다.
 
 
:다음 액자는-
푸른 하늘 아래, 책을 내려다보며 앉은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 액자입니다.
책의 내용에 열중하고 있는 그 모습은 푸르고, 또 투명합니다.
 
 
질리:...
 
질리 , 그걸보고는 액자에 손을 올립니다.
 
 
:액자를 향해 손을 뻗으면, 스르륵, 서늘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시력을 앗아갈 듯한 밝은 빛이 뿜어져나옵니다.
 
 
 
:가물가물한 시야에 문득, 일렁이는 푸른 하늘을 본 것 같습니다.
잘못 본 건가요? 아니, 아닙니다...
푸른 하늘 속에서 빛나는 한 소녀를 본 것 같은데...
 
 
:아... 신이시여...
힘세고 강한 아침입니다아아....
 
질리:...
빨리 알림꺼줘라.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던 과거의 당신은...
팍!
 
질리:... ...아 맞다.
 
 
:뒤늦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더니...
휴대폰을 냅다 집어던집니다.
... ...
알람은 안 꺼지지만요!
결국 얌전히 휴대폰을 집어 들어 알람을 끄는군요.
 
질리:...
 
 
:제가 뭐랬어요. 화는 만악의 근원이라니까요.
 
질리:...조용히해.
근데 너 그말.
아니다.
...그래, 누구처럼 던진다고 부숴질정도로 힘이 쎈 것도 아니고요.
 
 
:하하.
아무튼...
 
 
:정황상, Twit 제과에 가기로 했던 그 날 아침인 것 같습니다.
 
질리:으음...
가다가 늦어서- 그레이 만나고-
아주그냥.
 
 
:난리도 아닌 날이었죠.
...과거의 당신은 별 다른 이변 없이 당신이 기억하는 대로 행동합니다.
설렁설렁 아침을 먹고, 책도 읽고...
시간을 간간히 확인하다가 외출준비를 하고...
식기 모양이 제멋대로인 것을 보고도 별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흑흑 매정해라. 조금만 놀라주지.
 
질리:왜 뭐.
양말처럼 들킬 걱정 해야하는것도 아니잖아.
 
 
:방문객이 있을 예정이었다면 당황했으려나요?
아쉽네요, 아쉬워요...
 
질리:어이.
 
 
:아무트으은~
 
질리:흐으으음-
 
 
:자연스럽게 외출도 하고, 소설 읽다가 지각도 하고...
소매치기도 착실하게 당하고 그레이를 데리고 다과회에 가는 것까지...
....뭔가 바뀌는 게 없는데요?
제 3자의 입장에서보니 생각보다 재밌구나- 싶은 정도의 감상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리:고양이를 안고 달려.
...호랑이를 안고 달려?
설ㅎ학당?
 
 
:그래봐야 안 들리지만요.
...
 
질리:(아님)
 
 
:어허!
 
질리 , 딴청을 피웁니다.
 
 
:다른 곳 이야기 불러오면 질투할거에요.
흥.
 
질리:질투하라지.
어쨌든.
바뀌는건...아직 없는데.
 
 
:일행에게 쏙 매달려서 엘리베이터까지....
나이아 저 녀석 눈 좀 봐요. 장난치고 싶어서 안달난 저 눈빛.
에휴.
 
질리:...아오.
고양이야?
 
 
:기어코 당신을 놀래키고, 한바탕 소동이 있고서야- 일행과 저희도 다과회장에 도달합니다.
....뭐, 여기서도 개판을 치지는 않을 것 같으니...
가볍게 다른 곳이라도 둘러볼까요?
 
질리 , 주변을 슬 둘러보며 돌아다닙니다.
 
질리:(레이디 그레이랑 잰틀맨 그레이 마시고싶어지네.)
 
 
:으음.
플래그니까 아무 말 안할게요.
 
질리:...뭔데.
 
질리 , 일단! 둘러봅니다.
 
 
:주변을 빙빙 둘러보다보면, ...아,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사무엘?
누구를 찾고 있기라도 한지,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다과회장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질리:응? 사무엘도 왔었네.
그럼...로라도 있나?
 
질리 , 로라를 찾기위해 돌아다닙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음...
어딜간건지 눈에 안 띄네요.
하긴, 바로 찾을 수 있었으면 사무엘도 저러고 찾아다니진 않았겠죠.
...아니면 로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질리:...
 
질리 , 다시 한번 찾아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주변을 서성거리며 사람을 찾던 당신은 불현듯 깨닫습니다.
.......과거의 당신이 아까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질리:...
 
질리 , 그걸 보고는 과거의 자신을 찾으러 갑니다.
 
 
:주변을 이리저리 들쑤시고, 벽까지 뚫어보아도...
없어요!
어디 간거지?! 하고 곰곰 생각해보니-
...중간에 벨버리 스토어로 갔었죠.
 
질리:...아.
 
질리 , 어색한듯 뒷머리를 긁적입니다.
 
질리:...그럼 벨버리 스토어로 가먄 되나?
 
 
:문제는 거길 어떻게 찾아가느냐, 인건데...
잠시 고민에 빠진 당신의 눈 앞으로 뭔가 또 휙 지나갑니다.
차분한 하늘색의 풍선이 인파 사이로 뽈뽈뽈 날아가고 있습니다.
저번의 분홍색 풍선처럼, 사람들은 풍선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질리:음.
 
 
:...꼭 당신만을 위해 준비된 무언가 같은걸요.
 
 
질리 , 그걸보고는 잠자리채를 들어 풍선을 잡습니다.
 
 
:잠자리채로, 휙!
풍선을 잡아 채 가까이로 끌고 오면, 풍선은 펑- 소리를 내며 터집니다.
또 질끈, 눈을 감았다 뜨면...
잠자리채 안에는 풍선 대신 공책이 남았습니다.
 
질리:...응?
 
질리 , 안에 있는 공책을 꺼내봅니다.
 
 
 
:공책의 내용을 다 읽고다면, 점차 시야가 좁아집니다.
한 번 놓치면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아릿한 이별처럼, 당신의-....... 누군가의 풍선은, 그저, 위로 올라갑니다.
몽롱하게 손을 뻗으면, 참을 수 없으리만치 졸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이 눈을 뜨면 보이는 풍경은... 어둑하게 구름낀 하늘입니다.
챵,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아이라-Lady Gray가 난간으로 올라섭니다.
 
Lady Gray:어때요? 재미있었어요?
 
 
:당신은, 죽고싶다며 웃음을 짓는 소녀에게 해주었던 말을 기억하나요?
어떻게든 소녀를 살리기 위해 했던 그 말들을 기억하나요?
 
질리:...
 
Lady Gray:-저는 일단... 죽고 싶어서 그래요.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던 '당신'은... 그 순간 맑게 미소지어 보입니다.
마치 그 말만을 바란 사람처럼!
 
질리?:...내가, 너랑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냐고?
글쎄... 같은 선택을 했겠지, 분명.
...
이해해, 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그게 지금의 네 심정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이 고민에 대한 결론이라면,
뛰어 내려.
 
 
:당신의 말에, 머리를 짚은 채 주저앉은 나이아가 인상을 쓰고 고개를 듭니다.
 
나이아:...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잘게 떨리는 목소리는, 왜일까, 두려워 하는 이의 목소리입니다.
그 말에 대답을 하려는지, 아니면 죽음을 부추기기 위해서인지, 과거의 당신이 입을 엽니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빨리, 저걸 막아야해요!
 
질리:...아니야,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고!!
 
질리 , 과거의 자신이 하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하는 표정을 하며 몸에 손을 댑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질리?:무슨 소리긴.
스스로가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잖아?
난 그걸 막을 자격이 없는걸.
 
질리:아니야, 아니야.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아.
 
Lady Gray , 실소에 가까운, 미친 것 같은 웃음소리를 흘립니다.
 
Lady Gray:역시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거죠?
아무 의미 없었던거에요... 전부 다...
 
질리:너는 말하지말고 닥치고 있으라고! 아이라는 절대 안돼!!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간절한 마음이 닿은 것인지, 손 끝에 지글지글하는 감각이 밀려듭니다.
과거의 당신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숨을 짧게 들이키는 찰나의 순간,
우당탕- 당신이 몸 안으로 난입합니다.
 
질리 , 감정을 추수리지 못하고 몸을 비틀거립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나는 널 구해야해. 너만은 절대로 죽게 둘 수 없어.
 
질리:아니야. 아무 의미 없지 않아. 아이라, 나를 봐.
내가 널 막을 자격이 없을지언정 이건 말해야겠어.
그동안 너한테 있었던 일은 의미 없지 않아.
그레이는 너가 아니야, 너와 그레이는 별개의 인물이야.
그레이는 정말로 널 아꼈고 그게 설령 너 자신이더라도 너와 그레이가 나눈 말들과 우정은 거짓이 아니야.
지금 그 사실이 괴롭더라도 시간이 지나고나면 즐거운 추억만 남을거야.
 
질리:아이라, 너는 행복해질 수 있어. 내가 알아. 그러니까...다시한번만 생각해보지 않을래?
 
Lady Gray:그게 거짓이 아니면 뭐죠?
잘 만든 인형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요?
나눌 사람이 없는 추억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언제까지나 혼자였고, 앞으로도 혼자일텐데...
더는 기대하고 싶지 않아요, 기대할 힘도 없고요!
 
Lady Gray , 가볍게 난간 위를 걸어다니며 말합니다.
 
질리:그럼 내가 옆에 있어줄게. 너가 말한 것처럼 나는 널 이해할 수 있어.
지금 얼마나 절망적인지도 알고,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는지도 알아.
그러니까, 딱 한번만 더 나한테 기대해보면 어때?
나는 너가 슬퍼하는 모습 보고싶지 않아.
 
Lady Gray:...언젠가는 당신도 떠날거잖아요.
다 안다면서, 이해한다면서, 떠나버릴거잖아요.
슬퍼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요?
저도 그래요!
저도 더는 슬퍼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그래서 죽고 싶은거에요-...
 
질리:아니, 안떠날거야. 너가 먼저 떠나기 전까지는 먼저 떠나지 않을거야.
난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야. 기대해도 된다고 해놓고, 이해한다 해놓고...
떠난다고 하는 그런 짓은 안할거야.
만약 그럴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말하지도 않았겠지.
그 소설에서 얘기하잖아. 멀리서 찾고 만들 필요가 있어?
지금 네 앞에 있잖아.
 
질리:이렇게 말하면 믿어줄거야?
 
 
:당신의 말을 들은 소녀는 한없이 여린 표정을 지어냅니다.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듯, 절망하고 있으면서도...
작게 희망을 붙잡는, 그런 표정입니다.
당신이라면 잘 알만한 표정이죠.
 
질리:아이라, 내가 거짓말 하는 것처럼 보여?
나는, 너를...
 
질리 , 뒷말을 말하기위해 입을 열었다가 입술이 파르르 떨립니다. 하지만 마음을 먹은듯 손을 뻗으며 말합니다.
 
질리:나는 너를 구원해주고싶어.
 
Lady Gray:...저는...
 
Lady Gray ,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당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립니다.
 
 
:손과 손이 맞닿는 순간, 온 몸에서 강한 반발력이 느껴집니다.
순간 힘이 들어간 손이 소녀의 손을 꼬옥 잡아주는 것과 거의 동시에 당신은 몸 밖으로 세게 튕겨나갑니다.
아욱, 악!
 
질리:.!!!
 
 
:급히 시선을 움직이면, 손을 맞잡고 있는 당신과 소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질리:안돼... 안돼.
 
 
:손을 가만히 맞잡은 채로 미소짓고 있던 '당신'은 별안간 입을 열고 지긋이 눈을 감으며 읊조립니다.
 
질리?:...그래, 이제 원작에 충실해야할 때가 온 것 같네.
 
 
:그 짧은 목소리의 뒤로 따르는 것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아이라의 작은 목소리, 그리고...
잡은 손에 힘을 놓은 그는 그대로 다른 손을 들어 아이라의 어깨를 쥡니다.
 
질리 , 그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과거의 자신에게 손을 뻗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손이 채 닿기도 전에,
그는 가볍게 팔에 힘을 주어-
소녀를 밀어버립니다.
 
 
:마치 이게 하이라이트라고 하듯, 순간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툭, 가벼운 소리와 함께 중심을 잃고 밀려나는 하나의 인영.
난간 아래로 흩날리는 머리카락,
놀란 듯 크게 뜨인 눈,
흩날리는 넥타이와 붉은 치맛자락-
까마득한 마천루, 하얀 여명, 구름, 그리고 하늘...
 
 
:그 모든 것의 가운데, 홀로 멀쩡하게 서서 웃는-
검은 남자.
 
질리 , 명백히 절망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공포증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격한 감정을 느끼며 옥상의 아래를 바라봅니다.
 
질리 , 손을 뻗은채 아래를 바라보다가 분노로 가득한 표정으로 검은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립니다.
 
 
:당신을 보며 여전한 미소를 지은 채, 검은 남자는 입을 엽니다.
 
검은 남자:미안하지만, 난 이 이야기를 원작대로 바꾸고 싶거든.
 
질리 , 과호흡에 가까울 정도로 숨을 크게 몰아쉬며 검은 남자를 보며 말합니다.
 
질리:너...
너가...
 
질리 , 차마 말을 마저 하지못합니다.
 
검은 남자:왜? 마음에 안 들어?
하긴, 너는 저 꼬마를 꽤 아끼는 듯 했으니... 그럴만도 해.
 
질리:... 아이라만큼은 안됐어. 모든게 원작으로 흘러가더라도. ..
아이라만큼은 살았어야했다고!!!
 
질리 , 분노와 증오심이 가득한 눈으로 검은 남자를 죽일듯 쳐다봅니다. 감정을 추수리지 못한 듯 눈에서부터 눈물이 흐릅니다.
 
검은 남자:하하- 하하하-
그렇게 싫었어?
감정조차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에 안 든다면...
 
검은 남자 :쫓아내셔야지?
 
질리 , 마치 멱살을 잡으려는듯 손을 뻗지만 허용되지 않는다는 듯 손이 튕겨져나옵니다.
 
질리:닥쳐, 닥치라고.
 
검은 남자 :어디 한 번 저항해봐,
네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반쪽짜리 힘을 가지고?
 
질리:그 반쪽짜리 힘으로 다 망쳐버릴거야.
내가 못할 것 같아?
구할거야. 전부 구하고 나면 널 잡아서 갈아마셔버릴거야...
 
질리 , 이를 바득 갈며 말합니다.
 
 
:당신의 말에도, 아무 타격 없다는 듯이 검은 남자는 빙긋 미소지어보입니다.
 
검은 남자:그래, 자알 기대하고 있을게.
그나저나- 이제 제일 고대하던 편이 남았네.
나이아가 원하는 걸 얻게 해주러 갈건데.
같이 와줄거지?
 
질리:그래...당연히 가야지... 이번에도 다 망쳐버리려가야지...
 
질리 , 전혀 즐겁지 않은 웃음소리를 냅니다.
 
 
:당신의 그 웃음 소리를 배경삼아, 검은 남자는 쓰러진 나이아를 데리고 꿈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걷습니다.
원하는 걸 얻게 해준댔던가요?
프라이코, 그걸 열 작정이군요.
만약에 그게 정말로 열려버린다면, 그리고, 그가 바라는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정말 아무도 남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질리:... ...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막아야겠네.
 
 
:...
 
 
■■:절망에 빠진 소녀는, 한 끗 희망을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끝없는 마천루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믿어보겠다고 생각한 사람의 손에 의해,
소녀는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이번 무대는,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원치않는다면 쟁취해야하는 법.
이 이야기를 이대로,
완결지으실겁니까?
 
질리:아니, 절대로.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완결에 순응할 수 없다면,
이대로 끝나길 원치 않는다면,
쟁취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울부짖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렇게, 무대는 되돌아갑니다.
 
 
:번뜩, 눈을 뜨면 당신은 액자 앞에 서 있습니다.
방금 들어갔다 나온 액자는 빛을 잃었습니다.
밑에는 '완결'이라고 적힌 명찰이 달려 있습니다.
 
질리:... ...
 
질리 , 혼란스러움과 분노심에 어지러운 머릿속을 겨우 진정시킵니다.
 
질리:...이번에는 꼭 잘해야해. 어떻게 해서든.
 
 
:강하게 다짐하는 당신의 옆으로, 검은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그를 막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겁니다.
당신도 알다시피요.
 
질리:...나이아한테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막아야해.
 
질리 , 다음 액자 앞으로 걸어갑니다.
 
 
:다음 액자로 향하면, 황홀한 달빛 아래 앉은 누군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익숙한 실루엣이지만, 누군가의 과녁처럼 그의 머리에는 핏자국이 관통해 있습니다.
그의 곁에 있는 뱀은, 과연 누굴 향해 살기를 품고 있는 것일까요.
 
 
질리 , 액자에 손을 올립니다.
 
 
:액자에 손을 올리면, 감정이 격해져 뜨거워진 손끝에 서늘한 감각이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곧, 시력을 앗아갈 듯한 밝은 빛이 뿜어져나옵니다.
 
 
 
:찬찬히 눈을 뜨면, 부드러운 오렌지빛이 비춰들어옵니다.
나른한 분위기의 낮, 오후의 햇빛이 비추어 들어오는 이곳은...
아, 그곳이군요.
항상 오래된 전등과 빛바랜 메모 용지 외엔 올려두지 않은 카운터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이비 종교 광고 전단지들이 늘어져있습니다.
원래 이 때 즈음이라면 아이라가 앉아있었을텐데...
...아까 일의 영향인지, 보이지 않네요.
 
질리:... ...
 
 
:그 자리에 대신 앉아있는 것은 벨버리입니다.
평소의 나른한 낯이 아니라 상당히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뭔가를 고민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질리 , 검은 남자를 찾습니다.
 
 
:주변을 휙휙 둘러보고, 가게 밖으로 머리까지 빼꼼 내밀었다가 돌아오고, 혹시나 싶어서 가게 안 쪽 까지 쏙 들어갔다 나오는 차,
가게의 문이 열리면서 과거의 당신-... 그러니까, 검은 남자가 나타납니다.
 
질리 , 인상을 씁니다.
 
 
:검은 남자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당신과 눈을 마주치더니, 빙긋 웃어보입니다.
그래, 숨길 생각도 없다 이거겠죠...
 
질리:... 이미 들킨거 이제 숨길 생각도 없는거냐?
 
검은 남자:어차피 연기해봐야 넌 계속 의심할거잖아.
이쪽이 맘 편하지 않아?
 
질리:이쪽은 이쪽 나름으로 별로 마음이 안편해.
내 얼굴로 웃지마.
 
검은 남자 ,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벨버리 쪽으로 걸어갑니다.
 
검은 남자:-벨버리, 잠깐 시간 있어요?
 
질리:(아오.)
무시하냐?
 
 
:...완전 무시당하고 있네요.
 
질리:... ...
 
질리 , 엿을 날립니다.
 
 
:당신이 말을 걸든 말든 벨버리와 검은 남자... 는 대화를 이어갑니다.
 
벨버리:...무슨 일이신가요?
 
검은 남자:좀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근데 나이아는?
 
질리:니가 그걸 왜 물어봐.
 
벨버리:......음...
...요즘 잘 안 오셔요.
아마... 한동안은 계속... 안 오실거에요.
 
질리 , 그걸 듣고 뒷말은 듣지 않은채 검은 남자에세 손을 댑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자글자글하는 감각이 좀 길게 이어지는 듯 싶다가도...
퉁! 튕겨나가버립니다!
 
질리:으윽-...
 
 
:벌레라도 내쫓듯 허공에 손을 휘적거리는 검은 남자의 모습이 보이네요.
저 녀석이?!
 
질리 , 그모습을 보고는 빡이 쳤는지 다시한번 손을 댑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어림도 없었군요.
힘없이 나동그라졌습니다.
 
질리 , 한숨을 쉽니다.
 
질리:이자식들이..
 
질리 ,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보기로합니다.
 
검은 남자:-혹시 싸우기라도 한거에요?
걔 성격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만 하긴 한데.
 
질리:아니라고 부정을 못하겠네.
 
벨버리:... ...음.
 
벨버리 , 슬적 눈을 피합니다.
 
검은 남자:뭐... 본론은 이게 아니고.
요즘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거든요...
 
 
:태연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검은 남자와 벨버리는 착실히 대화를 이어갑니다.
본격적으로 '이상한 일'에 대한 상담이 되고 있네요.
....음.
 
질리:음...
 
 
:별 다른 이상한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고, 이야기는 차차 마무리 되어갑니다.
 
검은 남자:슬슬 가봐야겠네요, 시간도 늦어지고 있고.
 
벨버리:......그... 혹시...
...나이아씨랑 만나게 되시면요...
...가게에 한 번만 들려달라고... 전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검은 남자:만날 수 있으면 전해줄게요.
 
벨버리:...감사합니다.
 
질리:가면 안되는데, 할말 있는데...
 
검은 남자:그럼, 다음에 또 봐요, 벨버리.
 
질리:빙의 너무 나한테 불리한거 아니야? 쟤는 상시 몸에 있는데!!
 
 
:검은 남자는 웃는 낯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향해 걸어갑니다.
...눈 딱 감고 한 번 시도 해볼까요?
이정도면 많이 기다리지 않았어?!
 
질리:그러니까!!
 
질리 , 다시 한 번 시도 해봅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통- 하고 가볍게 튕겨져 나가네요.
....그 일 때문에 정신이 좀 흐트러져 있나?
전에도 말했지만 화는 만악의 근원이니까요, 조금 진정하는 것도 좋을지 모릅니다.
 
질리:...야.
너 내편 맞아?
 
 
:하하.
 
질리 , 최대한 화를 누그러트리며 다시! 시도!해봅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힌 분노를 꾹 눌러담고 손을 뻗으면-
왠지 엄청난 멀미가-!
쿠당탕!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성공했지만 순간 현기증이 느껴져 비틀거리다가 여기저기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질리:(아오...)
 
질리 , 잠시 균형을 잡다가 고개를 돌려 벨버리를 바라봅니다.
 
질리:...그, 가기 전에 하나만 더 상담해주실 수 있나요?
 
벨버리:...네, 말씀하세요.
 
질리:...그으, 이렇게 말해도 믿을지 모르겠지만.
 
질리 , 대충 있었던 일을 얘기합니다. 정확히 어느정도까지 말했냐 하면 검은남자에 대한 것과, 지금으로부터 한 달 뒤의 미래에서 왔다는 것 정도?
 
 
:당신의 말을 들은 벨버리는 평소와 비슷한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입니다.
 
벨버리:검은 남자...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몰라서...
 
질리:으음...역시 그렇군요...
 
벨버리:......그...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질리:네?
 
벨버리:...미래에서 오셨댔죠?
 
질리:...네.
 
벨버리 , 잠시 음... 하는 소리를 내며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엽니다.
 
벨버리:-누가 성공했나요?
 
질리:... ...
 
질리 , 그 말에 눈을 꾹 감았다 뜨며 말합니다.
 
질리:저희가 성공했어요. 성공적으로 막아냈어요.
다친사람은 있지만, 거의 다 무사해요.
 
벨버리 , 그 말을 듣고, 옅게 미소지어보입니다.
 
벨버리:그렇다면... 당신은 하던대로... ...했던대로, 해주시면 될거에요.
지금은...해드릴 수 있는게 없지만...
....당신 덕에 제가 살아남는다면... 다음 이야기에서, 제가 도와드릴게요.
 
질리:...감사합니다. 최대한 막아볼게요.
이번에도 꼭 막을게요.
 
벨버리 , 작게 미소를 지은 그대로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나면, 지글자글...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에잇.
 
질리:... ...
 
 
:괜히 내던져지기 전에 나가버릴까요?
 
질리 , 먼저 빠르게 나갑니다.
 
 
:당신이 몸에서 휘리릭 빠져나오고나면, 다시 몸의 제어권을 가져온 검은 남자가 당신을 잠시 째려봅니다.
금방 다시 미소를 띄긴 하지만, 방금 그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나봐요.
 
질리 , 그걸보고는 만족스러운지 방긋 웃습니다.
 
 
:너가 그러면 뭐 어쩔건데! ... 같은 마음가짐으로 대들어봅시다.
 
질리:뭐, 싫었으면 쫓아냈어야지.
 
검은 남자:그래, 그것도 재밌겠네. 영영 못 돌아오게 만드는거.
두고보라지.
 
질리:할 수 있음 해보라지.
내가 누구덕분에 얌전히 있지는 않아서. 엿맥여서라도 살아남으려고 하거든.
 
 
:...그런 미묘한 기싸움을 하며, 이번엔 정말로 가게를 나섭니다.
 
질리 , 그모습을 보고는 나이아한테 무슨말 할지 몰라 불안한지 검은남자를 따라갑니다.
 
질리:(지난번처럼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끊어버리겠어.)
 
 
:가게 밖으로 나오고 나서, 굉장히... 당연하다는 듯이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예, 예. 나이아 보러 가겠죠 분명...
 
질리:예예...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익숙한 목소리들이 서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릴 때 즈음, 검은 남자가 별안간 큼, 하는 소리를 내더니-
 
검은 남자:-나이아!
 
 
:굉장히 명랑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갑니다.
 
질리:하지마!!!!!!!!!!
그런거 하지말라고!!!!!!!!!!!
(고통)
(괴로움)
너 아까 때문에 복수하는거지??!!
 
 
:당신의 격한 반응에 맞게... 나이아도 '이게 뭐지?' 싶은 표정입니다.
너는 왜 그런 반응인건데!!
 
질리:너는 왜 그런 반응인건데!!!
아니 그런 반응이 맞긴한데!!!
 
질리 , 바로 손을 뻗어서 손을 댑닏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글지글한 감각이 손 끝에 와닿지만...
으악!
튕겨나왔습니다.
이 자식!
 
질리:이이익!!
 
질리 , 분노에 가득한 모습입니다.
 
 
:에헤이, 화는 만악의 근원이라니까요.
벌써 세번째 말하지 않았어요?
 
질리:저걸 듣고 안 빡치겠냐고!
지금 캐붕 내고있잖아! (메타발언)
 
 
:ㅋㅎ
그래요, 열심히 화 내세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는 팝콘이나 가져오겠습니다.
 
질리:이익...
 
질리 , 어쩔 수 없이 기다립니다.
 
질리:내몸인데 왜 빙의 시도에 쿨타임이 있는거야?
내몸인데!! 저새끼가 내몸쓰는건데!
 
 
:당신이 투덜투덜대는 사이, 세 사람의 대화는 죽죽 이어집니다.
 
나이아:-여튼 이쪽은 데릭 아돌프, 친목도모회에서 만났어.
그리고 이쪽은 질리. 어쩌다보니 알게 된 사람이지.
 
검은 남자 , 짧게 어깨를 으쓱입니다.
 
검은 남자:나름 친해요.
 
질리 , 흐릿한 눈으로 검은 남자를 개 꼬나봅니다. 제발 제대로 씨부려.
 
질리:....
야.
숨길 생각 없냐? 없냐고.
그게 나야? 내 성격 몰라?
 
나이아 , 딱히 싫은 표정은 아니지만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싶어하는 느낌입니다.
 
질리:... ...아악.
괴로워...
악몽보다 더 괴로운 기분이야...
 
데릭 아돌프: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질리씨.
 
검은 남자:네에- 안녕하세요, 아돌프씨.
근데, 친목도모회...에선 뭘 하시는거죠?
 
데릭 아돌프:별달리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친목 도모회니까요.
아는 사람과, 아는 사람들의 지인들이 모여서 친하게 지내자고 대화하는 장이지요.
 
나이아:겸사겸사 각자 할 일도 하고 말이지.
 
검은 남자:음-
꽤 괜찮네요.
 
데릭 아돌프:아, 관심 있으신건가요?
 
검은 남자:조금은요?
얘도 참여하는 것 같고, 말만 들으면 별 일 없을 것 같고...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질리 , 공중에 뒤집힌 상태로 팔짱을 끼며 이야기를 듣다가 검은 남자의 말에 다시 정자세로 서며 말합니다.
 
질리:너 이씨, 좀.
조옴!!
 
검은 남자:-해서 저도 같이 가봐도 될까요?
 
나이아:너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
 
데릭 아돌프:당연히 괜찮죠!
그럼, 바로 출발할까요?
 
질리:무슨 바람이 불었긴, 내가 아니니까 그렇지...
나도 가기 싫은데 빙의 시도에 쿨타임이 있잖아...
 
질리 , 슬쩍 나이아의 주위에 손을 대보지만 그냥 통과만 되자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짓습니다.
 
 
:슉. 슈슉.
 
질리:피했지롱 이런말하면 죽어.
 
 
:...죽었지롱.
 
질리:죽어. 응.
 
 
:매정하네요.
하여튼, 그렇게 단체로 또... 그 지긋지긋한 저택으로 향합니다.
 
 
:아아- 결국 또 와버렸다-
은은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저택은 그때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어보입니다.
그럭저럭 괜찮게 떠드는 세 사람도...
....생각해보니까 이때 엄청 싸웠던 것 같은데.
 
질리:...그러게.
 
 
:그때 왜 그렇게 화가 났었던걸까요?
그냥 나이아가 싫었던걸까나.
 
질리 ,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모르겠습니다.
 
질리:...뭐 때문에 화났는지 눈치 챌 수 있었으면 안 싸웠겠지 응...
뭐 때문인지 말을 안해주는데 내가 알리가 있겠냐고.
(궁시렁)
 
 
:좀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면 알아차릴 수 있을까- 싶지만서도...
검은 남자는 당신이 행동한 대로 움직일 생각이 딱히 없어보입니다.
데릭이 자리를 비운 이후로도 나이아와 제법 살갑게 떠들고 있는 걸 보면요.
 
질리:굳이 싸운것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마아안...
...왜 진기분이지?
 
 
:하하.
 
질리:... ...
 
질리 , 괜히 검은 남자를 발로 찹니다. 이런다고 맞지는 않지만요.
 
 
:괜히 자글거리는 감각만 느껴집니다.
이익.
 
질리:뭐 때문에 화낸건지 말해줘야 알지이-... 난 눈치 별로 없다고...
 
질리 , 뚱한 표정으로 꿍얼거리며 지켜봅니다.
 
검은 남자:그나저나, 여기, 말이 친목도모회지- 종교랑 연관되어 있잖아?
 
나이아 , 잠시 시선을 굴려 눈치를 보나 싶다가도, 아무 일 없는 냥 대답합니다.
 
나이아:그렇지?
 
검은 남자:정확히 뭐하는 종교야?
 
나이아:그냥, 뭐...
이런저런거 연구하고 그러는거지.
딱히 위험한 건 아냐.
 
검은 남자:벨버리한테 들은게 좀 있거든.
프라이코랬나...
 
질리:어이.
야.
 
나이아:...벨버리한테?
 
나이아 , 나즈막하게 중얼거립니다. 그걸 말할리가 없을텐데.
 
질리:안 말했으니까.
 
검은 남자:너 걱정된다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좀 물어봤지.
싸우기라도 한거야?
 
나이아:니가 신경쓸 건 아닌데.
 
검은 남자:그건 아닐걸.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준다며.
 
질리:...잠시만.
 
검은 남자:그런 쪽은 좀... 관심 있어서.
 
질리:잠시만.
 
나이아 , 꽤나 복잡한 표정이 됩니다.
 
나이아:....그으으래?
 
질리 , 그 말을 듣고는 바로 손을 대봅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자글지글보글 하는 느낌에 이어...
쏙! 몸 안으로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음음, 하다보니 적응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질리 , 익숙해졌지만 두통은 여전합니다. 으윽. 손으로 입을 가린채 고개를 돌립니다.
 
질리:아니, 방금 한 말은 못들은거로 해줘...
그냥... 말이 헛 나왔어.
 
나이아:......
너 좀 이상해.
 
나이아 , 여전히 미묘...한 표정입니다.
 
질리:...몰라도 되는거야.
신경 안써도 돼.
그냥 컨디션이 안좋은거야. 응. 그런거야.
 
나이아:그으으래, 뭐...
 
질리 , 눈치를 보다가 뒤로 물러서며 말합니다.
 
질리:...이제 갈게.
 
나이아:...벌써?
온지 얼마 안됐잖아.
 
질리:... ...
 
질리 , 이걸 어떻게 말해야지 지난번처럼 안되는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질리:그냥, 몸이 안좋아진것 같아서.
 
나이아:그런거면 뭐.
데릭한테는 아파서 먼저 갔다고 말해줄게.
...-혹시, 집까지 데려다 주면 좋겠어?
 
질리:...아니, 괜찮아.
 
질리 , 그말을 하다가 잠깐 버퍼링 걸린표정을 하더니 아, 소리를 내며 말합니다.
 
질리:...아니다, 데려다줘야할것 같아,
 
나이아 , 그 말을 듣고 목에 차고 있던 볼로타이를 스르르 풀어냅니다.
 
나이아:자, 손 잡아봐.
 
질리:...
 
질리 , 손을 잡습니다.
 
 
:...뭔가 더 상황이 나빠지지 않는 방법중엔 그나마 이게 제일... 안전하겠죠?
맞는 선택인지는 그때가서 봐야 알겠지만요...
나이아의 도움을 받아, 순식간에 집으로 안전 귀가! 했습니다.
 
질리:(적어도 그 잃어버린 것을 찾는다는거를 도와주겠다고 말하고싶지않아!)
 
 
:다만,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문을 닫지 않고 나이아가 당신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질리 ,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입니다.
 
질리:...왜?
 
나이아:......
아냐, 아무것도.
아프지 말고 몸 조심하라고.
 
나이아 ,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쿵! 닫아버립니다.
 
질리:... ...뭔데.
...저러니까 내가 햇갈린다고. 싫던지 화내던지 걱정하던지 다 하나만해.
 
 
:...뭐...
그래도 이번엔 안 싸웠네요.
다행인...가?
 
질리:...그건 맞지만-
그거 보고나서도 너가 무슨 생각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오-
 
질리 , 짜증이 나는지 뒷머리를 쓸어내립니다.
 
 
:잠시 짜증을 살짝 부리다보면, 온 몸에서 자글지글하는 느낌이 듭니다.
우으악.
 
질리:아 예예- 나갈게요- 내 몸인데 제대로 있지를 못해요-
 
질리 , 얌전히 나가줍니다.
 
 
:얌전히 몸 밖으로 나오고나면, 왠지 상쾌하고 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몸 안에 들어있는다는 건 생각보다 귀찮고...
마음대로 못 들어있는 것도 생각이상으로 성가신 일이네요.
 
질리:...애초에 평범한 사람은 안그러니까 그렇지.
 
 
:그래도 공중에 동동 떠있다보면 나름 기분이 나아지는 듯 싶습니다.
해방감이랄까요.
 
질리 , 기분이 떨떠름한지 공중에 다시 뒤집힌채로 있습니다.
 
질리:너무 높게 안날거지만 이정도는 나름 괜찮네.
 
 
:당신이 그러고 있으면, 몸 안에 들어앉은 검은 남자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평범하게 집에 있는 것 처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아예 잘 준비를 해버리는 것 같네요.
 
질리:허어...
 
 
:뭐... 잘된걸까요...
그렇게 자연스레 하루가 지나가게 됩니다.
슈슉.
 
 
:... ...
새벽 내내, 밤 내내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몸으로 시간을 떼운다는 것은 꽤 고된 일이었습니다.
재미없는 TV프로그램을 8시간 내내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아직 알람이 울리기까지도 시간은 좀 남았는데...
창 밖으로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입니다.
...생각난김에 벨버리네 가게라도 다시 한 번 찾아가볼까요?
 
 
:몸이 깨기 전에 잠깐은 괜찮을지도 모르잖아요.
 
질리 , 가만 날아다니다가... 사무엘을 한번 보러갑니다. 슉.
 
 
:이 시간이면 슬 우체국에 있을 때죠.
슈웅- 하고 우체국까지 날아가보면... 앗.
프린트기 앞에서 선임에게 혼나고 있는 사무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선임: 그러고보니 사무엘 씨, 오늘 일찍 들어가기로 하셨다면서요?
일찍 들어갈 수 있게 우리 잘 좀 합시다, 예?
 
사무엘 그리예드:네, 주의하겠습니다-
 
질리:사무엘도 고생이네.
 
 
:사무엘은 까칠한 선임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대단한 사람이라니까요, 저 사람도.
 
질리:그러게나 말이다.
 
 
:문득, 그의 자리에 놓여있는 가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보면 이 사람도 벨버리 스토어의 조력자였죠.
일찍 들어간다...라고 해놓고 그랬던건가.
일이 끝나고 또 일하러...
 
질리:이야...
 
질리 , 가방을 슬쩍 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착 보기에도 든게 많아보이는 가방이네요.
무겁지 않으려나...
가방 옆에는 오토바이 헬멧도 같이 놓여 있습니다.
출근할때도 그거 타고 다니는구나...?
 
질리:오...
 
 
:멍하니 일하고 있는 사무엘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순간, 갑작스럽게 창 밖이 아주 어두워집니다.
어라?!
 
질리:으응???
 
 
:...생각해보면, 이 날... 시간이 뭔가 꼬였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가게에 갔더니 오후지 않나, 저택 쪽으로 가는데에 분명 시간이 얼마 안 걸렸을텐데 늦은 밤이 되지 않나...
사람들도 벌써 시간이? 같은 말을 하며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보입니다.
사무엘 역시 어둑해진 하늘을 가만 보다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과 헬멧을 챙겨나오더니-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연락을 합니다.
...저건 로라에게 걸고 있는거겠죠, 분명.
 
질리:응...그렇겠지...
 
 
:...결국 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사무엘은 오토바이에 가방과 헬맷을 올려두고, 가방 안에서 볼로타이를 꺼내들더니 곧장 가게로 향합니다.
그 뒤를 따라야하나 잠깐 고민하는 당신의 앞으로, 가벼운 연두색 풍선이 뽈뽈뽈 지나갑니다.
이번엔 또 뭘까요?
 
질리:으응?
 
질리 , 그걸 보고는 자동반사적으로 잠자리채를 꺼내 잡습니다.
 
 
:펑- 당연하다는 듯이 잠자리채에 걸린 풍선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녹음기가 그 안에서 튀어나옵니다.
 
질리:..응?
 
질리 , 녹음기를 집어서 틀어봅니다.
 
 
:녹음기를 틀면, 안에서 작게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처연하면서도, 부드러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입니다.
....아.
UNUS의 자택에서 그가 책을 읽어줄 때 들었던 목소리입니다.
 
질리:...아.
 
 
:"이제 그들은, 이야기를 준비한 자를 찾아내-"
"정해진 시나리오의 궤도를 바꿀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줄거리를 번지게 만들고, 휘저어서,"
"그들만의 엔딩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에 부탁하고 싶다."
"그들이, 여러분이, 당신이."
 
 
:"내 손으로 적어내리지 못한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부디, 그 손 끝으로 마무리 지어주기를."
...
"아... 이거 말로 하니까 좀 부끄럽네."
"다시 말하자면, 나는 너에게 모든 걸 걸었으니까."
"잘 좀 해봐, 손가락 자를 때 엄청 아팠다고."
 
 
:"...아무튼, 녹음은 이걸로 끝."
 
질리:... ...
 
질리 , 녹음기의 내용을 듣고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럴 의도가 없었음은 알았지만...
 
 
:녹음기 속 목소리는 정말 부드러웠습니다.
지금까지 모았던 색색깔의 풍선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듯 합니다.
분명이 손에 닿으면 터져서 사라졌었는데, 환상 속의 풍선들은 여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지났었죠?
이야기의 결전은, 분명하게 코 앞으로 다가옵니다.
 
질리:... ...
후우...
 
 
 
:깜빡,
눈을 감았다 뜨면 당신은 어느새 저택 한복판에 도착해 있습니다.
당신-그러니까, 검은 남자는, 마침 2층의 한 방에서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옥상으로 가는 길을 한 번, 1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한 번 보고서는...
당신과 눈을 마주치네요.
 
검은 남자:왔어?
 
질리:... ...
뭐하고 있는거야?
 
검은 남자:이제 하이라이트잖아.
하고 싶은 걸 하게 도와줘야지.
 
검은 남자 ,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약통 하나를 꺼내 흔들어보입니다.
 
질리:...너 그거.
 
검은 남자:넌 들은 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말야-
데릭은 이걸 주면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했어.
 
검은 남자 , 약통 뚜껑을 열며 중얼거립니다.
 
검은 남자:'그 약은 간절한 만큼만 드시면 됩니다.'
'원치 않는다면, 먹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약물 중독에 걸려있던 건 그만큼 간절했었다는거지.
 
검은 남자 , 약통에서 약을 우수수 꺼냅니다.
 
질리:안돼.
그만해!!!
 
검은 남자:-내가 왜?
 
질리 , 그 모습을 보고는 손을 뻗어 손을 댑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다급하게 달려든 당신이 당신의 몸에 손을 대면, 지글지글하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들어옵니다.
검은 남자도 당신이 무얼 할지 알고 있었다는 듯, 주도권이 넘어가기 전에 급히 손을 들어 입 안으로 약을 털어넣습니다.
-바로 다음 순간, 우당탕!
당신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데에 성공하는 그 순간, 선명하게 목 뒤로 알약이 넘어가는 감각이 전해져옵니다.
 
질리 , 몸에 들어오는 순간 알약이 넘어가는 감각을 느끼자 헛구역질을 하며 알약을 뱉어냅니다.
 
 
:...그래봐야 뱉어지는 것은 없었지만요.
약물을 먹었던 사람들이 어떤 상태에 빠졌었는지는 기억하나요?
 
질리:... ...
 
질리 , 어떤 상태인지 기억이 난 것인지 가방에서 손도끼를 꺼내듭니다. 떨리는 손으로 도끼를 바라보다가 저 멀리 던져버리며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가짐이군요.
과연 이런다고 마음대로 될지는... 글쎄요.
기왕이면 할 수 있는 만큼 해봐야겠죠.
 
질리:(적어도 도끼는 안돼. 도끼는 절대로 안돼.)
 
 
:약에 취해서 완전히 이성을 잃기 전에, 빨리 끝내봅시다.
 
질리:(그 낙원같은 일만 안되면 돼!!)
 
 
:당신이 옥상에 올라오면, 일전에 한 번 보았던 것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밝은 빛을 뿜어내며 공중에 뜬 데릭 아돌프, 그 근처를 지키는 사람들과 괴물들,
그리고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벨버리까지.
 
질리 , 그 모습을 보고는 벨버리에게 외치며 동상이 있는 쪽으로 달려갑니다.
 
질리:벨버리!! 저 왔어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벨버리가 순간 이쪽을 잠시 돌아봅니다.
이미 앞서 이야기한 바가 몇 있으니, 영특한 그라면 무엇을 해야할지 알았을겁니다.
-당신은 그 길로 동상을 향해 달려가고, 당연하게도 앞을 막은 방울뱀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쵸, 쉬운 일은 아니었죠, 이거.
 
질리 , 이를 꽉 깨물며 잭나이프로 동상을 부숩니다.
 
질리:
근접전(격투)
기준치: 67/33/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이미 해본 일이라고 해서 잘 한다는건 아니죠--!!
그새 약기운이 돌기 시작한건지 어쩐지 어지러운 시야에 팔이 엇나갑니다.
그 새를 놓치지 않고, 경계음을 내던 뱀이 당신을 향해 튀어오릅니다!
 
질리:
회피
기준치: 85/42/17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튀어오를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여유롭게 뱀의 아가리를 피했습니다.
..정말, 방해하지 않아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질리:(그러니까!!)
 
질리 , 뱀의 아가리를 피한뒤 바로 다시 동상을 부수는 것을 시도합니다.
 
질리:
근접전(격투)
기준치: 67/33/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꽈앙-! 화끈한 소리와 함께 동상이 부서져내립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을 노리고 다시 움직이던 뱀도 사르르 사라져버리네요.
다음 동상의 위치는 어디었죠?
목표를 찾아 뒤를 도는 당신에게, 데릭이 말을 걸어옵니다.
 
데릭 아돌프:질리씨, 부탁입니다- 그만둬주세요.
이건 다 본인들을 위해서 하는 일들입니다.
다들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걸, 어째서 막으려고 하십니까?
 
질리:닥쳐!! 안궁금해!!!!
본인들이 자초한거다 다 막고나서 그들의 반응이 안무섭냐 다 집어치워!!
너가 무슨 말을 해도 난 똑같이 행동할거야!! 그 검은 새끼 방해만 안하면 다 막을거라고!!
 
질리 , 그렇게 말하며 다음 동상으로 달려가 잭나이프로 내려칩니다.
 
질리:
근접전(격투)
기준치: 67/33/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가아끔은, 아주 가끔은, 적당한 분노는 좋은 동력원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질리:아직도 분노 타령이냐?
 
 
:뭐, 당신에게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 중 하나니까요.
아무튼, 확실하게 힘을 담아 내질러진 금속은 동상과 그대로 부딪히고, 동상을 파괴하기에 이릅니다.
...문제가 있다면, 슬슬 머리가 아프고 시야가 희끗해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질리 , 인상을 확씁니다.
 
질리:아 제발-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온 몸에서 자르르 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 이거 몸 내주면 분명 무슨 짓 할 것 같은데...!
 
질리:아 제발!!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지글지글 이어지던 감각은 기어코- 퉁! 당신을 내쫓아버리고서야 멎습니다.
 
질리:으윽-!
 
 
:몸 밖으로 튀어나오고서도 미묘한 어지러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서 털어내고 나면 그나마 좀 낫지만...
......그런 당신의 옆에서, 광기에 젖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질리:... ...
 
검은 남자 :너도 느껴지지 않아? 그들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인지?
스스로를 조금 깎아내서 원하는 걸 얻겠다는게 뭐가 나빠.
-난 그런 저들이 좀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네가 날 방해하는 만큼 나도 널 방해해야겠어.
 
질리:닥쳐. 닥치라고.
내 목소리로 그딴 말 하지말라고.
 
검은 남자 :하- 하하하-!
서로 알거 다 알면서 왜 이래?
싫으면 그만큼 발버둥치라고!
 
검은 남자 , 광소를 터뜨리며 바닥을 박차더니... 벨버리를 향해 달려듭니다.
 
질리 ,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을 크게 뜨며 벨버리를 바라봅니다.
 
 
:미친 사람처럼 달려드는 검은 남자를 보고, 벨버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하지만, 이내, 팟! 눈 깜짝 하는 사이에 사라지더니 저만치 멀리서 나타납니다.
...미리 이야기를 해두길 잘한 것 같습니다.
 
질리:... ...
 
 
:벨버리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주변 허공을 한 번 둘러보곤 말합니다.
 
벨버리:...-거기 어딘가에 계신거죠?
저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해야할 일을 해주세요.
 
질리:...
 
질리 , 그 말을 듣고는 검은 남자에게 손을 댑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손이 몸에 닿는 순간, 지글지글하는 감각 뿐 아니라 극심한 어지럼증이 함께 밀려 들어옵니다.
뒤이어서, 순간 구역질이 올라와, 당신은 저도 모르게 손을 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질리:우윽-...
 
 
:검은 남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벨버리를 향해 달려듭니다.
당신은... 그 상황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걸까요?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급하게 날아들어, 어지러움이고 뭐고 냅다 몸을 붙잡고 매달리면-
바닥을 구르는 감각과 함께 몸 안으로 들어와집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어지럽고, 시야 끝자락이 흐릿하여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속도 울렁거리는게... 이거...
약 부작용이 제대로 들고 있는 모양입니다.
우엑.
 
질리 , 약 부작용에 시야가 어지럽습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일어서 다음 동상이 있는 쪽으로 달립니다.
 
질리 , 그리곤 바로 동상을 잭나이프로 내려칩니다.
 
질리:
근접전(격투)
기준치: 67/33/13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최선을 다해 달려나가, 동상을 향해 팔을 내지르지만, 거리가 미묘하게 부족합니다.
휘청, 세상이 어지럽게 비틀렸다가 돌아오길 반복합니다.
...주변에서 츠츠츠,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질리:
회피
기준치: 85/42/17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본능적인 감을 따라 몸을 뒤로 물리면, 튀어오른 뱀이 눈 앞으로 지나갑니다.
...미친거 아냐?!!?
 
질리:으아악?!
 
질리 , 다시 동상을 잭나이프로 내려칩니다.
 
질리:
근접전(격투)
기준치: 67/33/13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캉! 세번째 동상까지 부숴트리는 것을 성공했습니다.
손 끝이 얼얼한 느낌이 들고, 어쩐지 귀도 먹먹해지는 느낌입니다.
슬슬 정상적인 사고도 잘 되지 않는 듯 합니다.
...곤란하네요.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남은 게 어느 방향에 있었는지, 어느정도 거리에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눈을 돌려보아도 흐린 시야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 무어라 외치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습니다.
. . .
그러고보면, 마지막 동상을 지키고 있던 건 방울뱀이 아니었죠.
 
질리:... ...
후우...
 
질리 , 다시 한 번 동상을 찾습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떻게든 발로 뛰며 남은 동상을 찾아다니다보면...
마지막 하나의 동상을 발견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앞을 지키고 선 건...
... ...어...?
여기에... 있을리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이 생각해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약물의 부작용 중에는 '인지 장애'도 있었죠.
...지금 그 눈에 보이는 이는,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질리의 아버지입니다.
 
질리 ,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을 크게 뜹니다. 있어서는 안되는데, 분명 여기에는 없을텐데 당신이 왜 여기있죠...? 나이프를 들고 있는 손이 떨리며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질리:...왜, 왜 여기...
왜 여기 있는건데...? 당신이...왜...?
 
질리 ,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며 놓치려고 하는 나이프를 꽉 잡습니다. 두려움과 명백히 드러나는 증오심이 하얗게 빛나는 두 눈동자에 서려있습니다.
 
 
:당신의 말을 들은건지, 아닌건지, 눈 앞의 존재는 무언가 중얼거리며 손에 든 것을 들어올립니다.
...총?
무슨 말을 하는건지도 알아들을 수 없고, 무슨 표정을 한 건지도 알아볼 수가-
 
질리 , 그모습을 보고는 입꼬리가 떨립니다. 그리곤 광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말합니다.
 
질리:...하-.. 하하!! 하하하!!!
결국, 날 죽이러 온거야?? 하하!! 그렇게 날 짓밟고 버려놓고? 이제와서 눈에 거슬렸나봐!
내가 당신한테 죽을 것 같아?!
절대로 그렇게 못하지!!
 
 
:...탕-
발악하는 당신의 귀에 큰 총성이 들려옵니다.
그리고, 주르륵, 뺨을 타고 무언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뒤늦게 찾아온 고통은 왠지 익숙한 것입니다.
 
질리 , 고통이 느껴지자 손을 들어 고통이 느껴지는 쪽을 부여잡습니다.
 
 
:손을 들어 올리면, 귓가에서 배어나온 피가 손을 흥건하게 적십니다.
그런 당신의 모습을, 칠흑같이 검은 눈이 응시-...
검은 눈?
 
질리:...어?
 
질리 , 검은 눈인 것이 보이자 최대한 시야를 맞추어 그쪽을 제대로 바라봅니다.
 
 
:분명히, 세상 증오스러운 인간이 눈 앞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본 그곳에는, 절망을 한가득 담은 검은 눈동자의- 나이아가 서 있습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명확하게 당신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진짜 죽을지도 몰라요.
 
질리:... ...
 
 
:이번엔, 당신을 도와줄 소녀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운 나쁘게도, 이 순간, 지글거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 제발!!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느쪽이든 몸을 가만히 두질 않으니, 몸이 통 버티지를 못하는 느낌입니다.
침입하려는 무언가를 억지로 내쫓고나면, 극심한 구토감이 목끝까지 올라와, 헛구역질을 하게 됩니다.
 
질리 , 헛구역질을 하며 위치를 이동해 동상을 부수기위해 팔을 휘두릅니다.
 
질리:
근접전(격투)
기준치: 67/33/13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무리 그래도 죽는 것도 죽이는 것도 싫잖아요?
당신이 온 힘을 다해 동상을 향해 달려들면, 나이아는 그것을 막으려는 듯 마찬가지로 몸을 던지지만-
당신이, 조금 더 빨랐습니다.
동상과 날붙이가 부딪히며 듣기 싫은 소음을 내고,
강한 충격을 받은 동상은 무너져내리며, 반복된 충격을 견디지 못한 나이프의 날이 나가버립니다.
 
질리 , 마지막 동상을 부숨과 동시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몸이 바닥에 닿자마자 몸에 완전히 튕겨져나옵니다. 여전히 어지러움과 울렁거림에 공중에서 혓구역질을 합니다.
 
 
:몸 밖으로 튕겨나오고 나니, 그나마 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아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반절 정도 머리를 채웁니다.
웅얼웅얼 멀게 느껴졌던 청각이 서서히 돌아옵니다.
사람들과 괴물들이 행동을 멈추고 쓰러진 그 공간에서, 벨버리가 홀로 서있습니다.
그는 조용히 이쪽... 더 정확히는 당신이 있는 곳을 바라보더니, 살짝 미소지어보입니다.
보이는...건가?
 
질리:...??
벨버리라면...보일 수도...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지친 정신이 일순 훼까닥 뒤로 넘어갑니다.
...
 
 
■■:섞이고 뒤바뀐 이야기는 얽히고 엉켜 이해라곤 존재하지 않는 극이 되었습니다.
이래서야 서로간의 오해와 비밀만 늘어난 꼴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감독은 이야기의 막을 내리려 합니다.
청중은, 이 결말에 만족할까요?
이 이야기를,
완결지으시겠습니까?
 
질리:아니, 절대 아니?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이 완결에 순응할 수 없다면, 쟁취해야합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이딴 이야기에 절대 만족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무대에 내려오던 막이 찢겨나갑니다.
 
 
:깜빡, 깜빡...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으며 눈을 깜빡이고나면, 어느새 액자 앞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빛을 잃은 액자 밑에는 '완결'이라고 적힌 명찰이 달려 있습니다.
검은 발자국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음 액자로 연결되어 있네요.
 
질리:으으윽...
분명 몸에서 나왔는데 왜 진짜 몸이 아픈것 같은..
 
질리 , 투덜거리며 다음 액자로 갑니다.
 
 
:다음 액자에는, 목에 풍선을 매단 사람의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색색깔의 풍선이 매달린 그의 어깨는 힘없이 축 쳐져 있지만, 유독 밝은 빛깔의 색채가 억지로 그를 기쁘게 만들어주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질리 , 액자에 손을 댑니다.
 
 
:액자에 손을 대면, 머리가 다소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서늘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곧, 시력을 앗아갈 듯한 밝은 빛이 뿜어져나옵니다.
 
 
:가볍게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려옵니다.
공기중에 수증기 냄새도 가득하고...
진한 약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당신의 병실입니다.
정확히는... 퇴원하기 전의 어느 날입니다.
 
질리:....
 
 
:침상에 누워있던 검은 남자는 스르르 몸을 일으키더니 말합니다.
 
검은 남자:곧 있으면 이야기가 끝나겠네.
여기까지 와보니까 기분이 어때?
 
질리:힘들어 죽을것 같다, 개새끼야.
 
검은 남자:하하, 그래도 너무 싫어하진 말지 그래.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거든.
 
질리:좋은 시간은 개뿔...
 
검은 남자:나이아랬나? 같이 있다보니 꽤 재밌더라고.
미움 안 받게 노력했다니까?
 
질리:허어어....
 
질리 , 잘 지낸게 상상이 됐는지 되려 더 인상을 씁니다.
 
질리:꺼져.
 
검은 남자 , 어깨를 가볍게 으쓱입니다.
 
검은 남자:그래도 마지막 이야기라 사이좋게 가고 싶었는데 말이지.
 
검은 남자 , 읏차, 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킵니다.
 
검은 남자:같이 가자.
 
질리:...어딘줄 알고?
 
검은 남자:나이아랑 화해하러 가야지?
뭐, 싫으면 말고?
 
질리:...
 
질리 , 그 말을 무시하고는 옥상으로 갑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옥상을 향해 올라가면, 살짝 열린 문이 당신을 반깁니다.
...비오면 위험하다고 닫아놓을텐데, 굳이 이렇게 열고 나가다니...
검은 남자는 자연스럽게 그 문을 마저 열고 옥상으로 나갑니다.
 
질리:흐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옥상, 건물과 이어지는 문 쪽에는 작게 처마가 나 있어, 비를 피할 수는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나이아는 그 아래에서, 벽에 기대선 채로 비가 오는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 그러니까, 검은 남자가 왔음에도 일부러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검은 남자:-나이아?
 
나이아:......왜.
 
검은 남자:그냥, 잠깐 대화나 할까 싶어서.
 
나이아:난 할 얘기 없어.
 
나이아 , 쌀쌀맞게 대답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립니다.
 
검은 남자:난 있어서 그래.
중요한 말이야.
 
질리 , 가만 지켜봅니다.
 
질리:무슨 말을 하려고...
 
나이아:그러던가.
 
검은 남자:...그, 저택에서 일 있잖아.
미안하다고.
 
나이아:... ...
 
나이아 , 살짝 표정을 구깁니다.
 
나이아:...알면 됐어.
 
질리:...사과 해도-
...내가 한건 아니지만.
 
 
:제 3자의 입장이 되어서 보니, 확실하게...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날 선 말로 아닌 척 하려는 것 뿐이지.
 
질리:...
 
검은 남자:...궁금해서 그러는데, 잃어버린 것 말야.
프라이코 말고 다른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고하면, 또 시도할거야?
 
나이아:......-아니,
이젠 됐어. 안할거야.
 
검은 남자:왜?
 
나이아:그냥.
 
검은 남자:엄청 간절했었잖아, 너.
 
질리 , 뚱한 표정입니다.
 
검은 남자:..좀... 의외네.
 
나이아:...-적당히 하고 좀 갈래?
혼자 있고 싶거든?
 
검은 남자:그러지 말고.
미안하다니까?
 
검은 남자 , 주먹으로 툭, 하고 나이아의 팔을 한 번 칩니다.
 
질리:어허어허 너 뭐하냐??
 
나이아 , 짧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를 피하려는 듯 기대선 벽에서 일어납니다.
 
검은 남자:뭐야, 벌써 가려고?
 
나이아:남이사 뭘 하든. 신경 끄지 그래?
 
검은 남자:음- 딱히 그러고 싶지 않은데.
 
질리:자꾸 이상한 말 하지말라고.
 
검은 남자 , 하하, 하고 짧게 웃음소리를 내고서는 나이아의 손을 잡아 끌어 빗속으로 들어갑니다.
 
질리:야!!!
 
나이아:-?
 
나이아 , 의외로 힘없이 주욱 끌려 들어가줍니다.
 
질리 , 검은 남자 앞을 막듯이 손으로 휘적이지만 지글거리는 감각에 손을 땝니다.
 
질리:난 안 그런다고!
 
검은 남자:-하하,
그러고보니, 나이아. 혹시 소설 좋아해?
 
나이아:...갑자기?
 
검은 남자:왜, 전에 말해준 그거 있잖아.
레이디 앤 젠틀맨하고, 그 UNUS라는 사람이 쓴 소설 말이야.
우리가 거쳐온 일들이랑 꽤 닮았댔잖아?
 
나이아:직접 보니까, 확실히 그렇긴 했지.
좀 기분 나쁘던데.
 
검은 남자:그럼 알고 있겠네?
원작에선, 거기 나오는 사람은 다 죽거든.
BJ려려도, 아이라도, 벨버리도...
그리고 습작 속 데릭 아돌프도.
이젠 마지막 이야기까지 왔는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
 
나이아 , 뭔가 눈치챘는지, 흠칫 놀라며 잡혀있던 손을 뿌리칩니다.
 
검은 남자:하하-
네 예상이 맞아, 나이아.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야.
 
 
:검은 남자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나이아의 목을 움켜쥐곤 바닥으로 내리칩니다.
 
질리:?!!!
 
 
:당신이라면 낼 수 없을 강한 힘으로 목을 짓누르는 검은 남자의 손아귀에서, 나이아는 힘없이 부들거리며 막힌 숨에 고통스런 신음을 흘립니다.
 
질리:너!!!
 
 
:검은 남자는, 미소를 지은 채로 희열에 젖은 목소리로 외칩니다.
 
검은 남자:이제 마지막 싸움이야-
너와 나의 마지막 싸움!
'문양'의 힘을 갖고 있는 놈을 없애야 이야기가 왜곡되는 걸 막을 수 있거든.
이놈을 죽이고, 네가 죽으면 돼.
그럼 모든게 끝나겠지.
모든 주인공이 죽음으로써 이야기는 완성되니까!
 
 
:광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그는 손에 쥔 목을 비틀기 시작합니다.
컥컥대면서도 나이아가 발버둥을 치지만- 팔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면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어떻게든, 무리해서라도 다시 몸을 되찾아야 합니다!
 
질리:안돼!!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힘이 들어간 팔을 향해, 당신은 양 손을 내뻗었습니다.
지글거리는 감각이 이어지고, 당신을 내쫓으려 하는 울렁이는 감각이 찾아듭니다.
이를 꽉 깨물고 어떻게든 억지로 침입하기 위해 힘쓰지만...
당신은 기어코, 강한 힘에 밀려 내던져집니다.
 
질리 , 내던져지자 그대로 뒤로 고꾸라집니다, 하지만 다시 몸을 움직여 검은 남자에게 손을 뻗습니다.
 
질리:나와!! 그건 내 몸이야!!!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붙잡은 몸의 아래에서 컥컥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리 그래도, 죽이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그렇게 말했었죠.
지금의 나이아는 당신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을까요?
지글거리는 감각은 손끝에서부터 시작해 온 몸으로 퍼져나가지만...
마지막 피날레, 검은 남자 역시 호락호락하게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듯 당신을 떨쳐냅니다.
 
질리:제발-!! 내몸인데 왜 내맘대로 못하는건데!!!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연속된 시도에 정신이 지치고 있는지, 손이 닿는 순간 강한 어지럼증이 찾아듭니다.
흐윽- 하는 소리를 내며 간신히 정신을 다잡지만, 찌릿한 두통이 찾아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 실소에 가까운 웃음소리가 당신- 검은 남자의 입에서 터져나옵니다.
 
질리:제발, 제발!!!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검은 남자:-저항하지 마, 내가 끝내주겠다잖아.
너도 죽고싶어하지 않았어?
사는 의미가 없었잖아?
순순히 받아들여. 이런 끝도 있는 법이라고.
 
 
:눈은 나이아를 향한 채, 그는 나즈막하게 읊조립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 목소리가 바르르 떨리지만, 그가 지녔을 희열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지는 목소리입니다.
울렁이는 감각 사이에서도, 확실하게 들리는-
살의를 가득 담은 목소리.
 
질리:아니, 그랬던 적 없어-... 진심으로 죽고싶었던 적 없어.
이제는 있다고- 난 살아야해. 그리고 나이아도 살아야한다고!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간절하다못해 조급한 마음은 정신을 마구잡이로 흐트려놓고, 집중을 빠르게 앗아갑니다.
지금 당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은, 두려움 탓일까요?
다음 순간, 검은 남자의 눈이 크게 뜨이더니, 눈꼬리를 접어 웃습니다.
...이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정말 어떻게 될지도 모릅니다.
 
질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제발-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당신을 밀어내려드는 힘을 억지로 밀어내고 온 몸을 내던지다보면-
극심한 두통과 함께 당신의 몸이 바닥을 빙글 구릅니다.
방금까지도 힘이 잔뜩 들어갔던 손 끝이 바르르 떨립니다.
-허억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뜨면, 불투명한 손에 빗방울이 맺혀있는 것이 보입니다.
...됐다!
 
질리 , 성공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몸을 일으켜 나이아를 바라본채 거리를 벌립니다. 눈에서부터 명백히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그 누구에게도 아닌 자신을 향해 느끼는 두려움. 그 때문인지 눈에서부터 눈물이 흐릅니다.
 
 
:당신의 눈에, 몸을 웅크린 채 쿨럭거리고 있는 나이아의 모습이 보입니다.
팔과 머리카락에 가려져,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표정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당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검은 유령'이 허공으로 치솟아 오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질리 , 좋은 표정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는 더욱더 거리를 벌립니다. 옥상 입구와 멀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오게됩니다.
 
 
:어느샌가 가빠진 숨을 간신히 내쉬며 거리를 벌리다보면,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BGM을 꺼주세요.
 
질리 ,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봅니다.
 
 
:검은 후드를 입은, 처연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사람.
...어쩌면, 차분한 게 아니라 달관한 것일지도 모르겠는 표정의 사람.
그곳에 서 있는 것은 UNUS입니다.
 
UNUS:...죽일뻔 했고, 죽다 살아나서, 격한 마음인거 알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것도 이해해.
내가... 마지막 보스처럼 보이겠지.
그래도, 딱 한번만 욕심 부려보려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
 
 
:비내리는 옥상으로 걸어나오는 그의 얼굴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아주 피곤해보입니다.
그의 말마따나 죽을 고비를 넘은 당신을 앞에 두고, 놀랍도록 차분하고 나긋나긋하게, 그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UNUS:내 어머니는, 항상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
그걸 실현시켜줄 수 있는 검은 남자의 말을 잘 들으라고 했지.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세뇌였을지도 몰라.
 
질리:... ...
 
UNUS ,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나와,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UNUS:무슨 일을 하던, 글을 쓰는 건 포기하기 싫었어.
근데, 정말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되니까- 사람이 미치겠더라고.
...검은 남자가 찾아온 건 그때였어.
 
 
■■:어릴 적 해주던 동화같은 이야기가 눈 앞에 닥쳐왔을 때,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에게 손길을 뻗으며 희망을 주겠노라 선언했을 때,
매달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일까요?
 
UNUS:어쩌면, 이런 이야기가 많은 것은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일거야.
반대로, 이런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런 존재가 있길 바랬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역설할 수 있는 미지의 존재.
그런게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기 때문일지도 몰라.
...
 
UNUS ,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가, 한숨의 형태로 내뱉습니다.
 
UNUS:검은 남자가 나에게 제안을 했고, 난 그걸 받아들였어.
과거로 돌아가서, 찬란했던... 아니, 평범했던 그날을 다시 영위하고 싶어서.
그리고, 내가 깨달았을 때엔-
난 죽음을 쓰는 작가가 되어 있었어.
......네 생각엔 말야,
검은 남자는 누구일 것 같아?
 
UNUS:우울은 우울을 만들지.
사람은 자기 파괴를 가장 잘 하는 존재라고도 하잖아.
...내가 검은 남자를 만든걸까?
아니면, 검은 남자가 날 이렇게 만든걸까?
 
 
:UNUS는 그리 말하며, 당신의 옆에 섭니다.
점점 거세지는 비에도, 그는 아랑곳않고 그 자리에 서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마치, 당신에게 바라는 게 있다는 듯이.
 
질리:... 몰라. 그리고 알고싶지도 않아.
누가 누굴 이렇게 만들고... 누가 누굴 만든건지...굳이 신경 써야할까...?
그냥, 있는 그대로 봐. 걔 잘못이라고 하고싶으면 그렇게 얘기하고, 내 잘못이라고 하고싶으면 내 잘못이라고 그냥 말해.
...이제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UNUS:... ...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강한 사람이기도 하고.
...내 소설 읽어봤지?
원작말이야.
그걸 보면, 거기 나오는 사람은 다 죽어.
BJ려려도, 아이라도, 벨버리도-
 
UNUS:습작 속 데릭 아돌프도.
...하지만 나는, ....내가 쓰고 싶었던 건-
....사람이 죽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었어.
그런건, ...그런건 더이상 쓰고 싶지 않아.
 
 
:비로 젖은 얼굴에 눈물이 섞여듭니다.
진심으로 슬픈, 애절해보이는 얼굴이 떠오릅니다.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이 응축된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마지막을 향해 갑니다.
 
UNUS: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네가 끝을 내줘.
너는 주인공이잖아.
주인공은, 항상 끝까지 남아.
작가는 서론을 열어둘 뿐이고.
날 죽이면 검은 남자는 돌아갈거고, 모든게 끝날거야.
 
UNUS:그러니까, 나를 죽여줘.
 
질리:...너.
 
질리 , 가만 UNUS를 바라보다가 그에게 손을 뻗습니다. 그리곤... 어깨를 잡은채 등짝을 한 대 때립니다.
 
UNUS:(아윽.)
 
질리:야.
나한테 할 부탁이 있고 못할 부탁이 있는거야.
내가 그걸 들어줄 거 같아?
 
UNUS:...또 같은 일이 반복되게 둘 수는 없잖아.
 
질리:그래도 나한테 그 부탁은 안돼.
자꾸 죽고싶다, 죽여달라, 죽게 해주겠다- 아주 다들 죽으려고 난리야.
절대 안돼. 난 못 죽여. 더이상 누굴 다치게 하고싶지도 않고 죽이고 싶지도 않아.
그리고 반대로 물어볼게. 그럼 넌 죽고싶어?
글 쓰는거 포기하고싶지 않다며, 살고싶어서 그런 말 한거 아니야?
그럼 살아야지. 글 계속 써. 손가락은 지인한테 부탁하면 도와줄거야. 못 움직이는 것도 억지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 찾으면 되고.
 
질리:글도 잘 쓰잖아. 검은 남자 하나 때문에 죽기에는 전부 아깝지 않아? 한 번 뿐인 삶 지금 죽고싶지는 않을거잖아.
과거를 바꾸는 힘까지 있고 이상한 존재들도 많은 마당에 너를 죽이는 방법 하나만 있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살아. 죽겠다고 하지말고. 좀 끈질기게 살라고.
 
UNUS:... ...
살고싶어.
 
UNUS ,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갑니다.
 
UNUS:글 쓰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아. 계속... 살아서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
이미 난 실수를 해버렸고, 그 결과가... 이런건데.
...돌아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게 과거잖아.
이미 검은 남자의 손을 잡기 전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는걸.
 
질리:...그래도 난 널 안 죽일거야.
난 누군가를 죽여야 끝나는 엔딩을 바라지 않아.
앞으로도 그럴거고.
...물론 지금 당장 방법은 모르겠지만. 찾으라면 찾아지겠지.
 
 
:...인생에 찾아오는 선택지는 항상 예, 또는 아니오로만 되어있던가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늘 선택지 속에서도 빛을 발견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당신이 갖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으로 제 3의 선택지를 만들 수 있을겁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나요?
 
 
:생각에 빠지는 당신에게, 다정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옵니다.
 
벨버리:해봐야 알 일이겠지만...... 시도해볼만한 방법이 있어요.
 
 
:고개를 숙인 채 비틀거리는 나이아를 부축하며, 벨버리가 천천히 다가옵니다.
 
질리:...벨버리?
 
UNUS:-벨버리?
 
벨버리:......으음...
 
질리 , 벨버리와...옆에 있는 나이아를 보고는 조금 뒤로 물러납니다.
 
벨버리:...도망가진 마시고요...
 
질리:아니, 도망가는건 아니고...
...
 
질리 , 굳이 더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 중얼거리는 당신에게 잠시 나이아의 시선이 와닿습니다.
...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이는데...
금방 시선을 다시 피하며 고개를 푹 숙여버리네요. 여전히 호흡이 좀 힘들어보입니다.
아우, 어쩐담.
 
질리:... ...
 
질리 , 그 모습을 보고는 애써 시선을 피합니다.
 
질리:...그래서요?
 
벨버리:...검은 남자의 문양 말이에요.
그건... '시간을 개변하는 힘'이라고도 하지만...
하나의 '법칙'을 개변하는 힘... 이잖아요.
반절씩이긴 하지만...
 
벨버리 , 조심스럽게 나이아의 한쪽 손을 들어, 손등을 보여줍니다.
 
질리 , 그걸 보고는 자신의 팔에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질리:음...
 
벨버리:......언제였나... 아이라가 한 말도 있잖아요.
저희는... 수학이나 법칙을 하나의... 원리나 순리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그런건 모두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나고요.
그 약속을 깨면... 정해진 '법칙'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질리:...그랬죠.
 
벨버리:그러니까...
이 문양을 하나로 합칠 수만 있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질리:......으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문양을 하나로 합쳐야한다라...
하나가 되는 법, 이라면...
...이런것도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해주었던 '하나가 되는 법'이 생각납니다.
무어라 했었더라-
 
질리:... ...
 
질리 , 그 방법이 생각나자 양손으로 얼굴을 감쌉니다.
 
질리:아- 제발...그것만은 아니길 빌었는데...아니, 언젠간 해야하는거긴하지만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나는게 있긴한데...
 
질리 , 그렇게 말하며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말한 '하나가 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벨버리 , 당신의 말을 듣고, 잠시 나이아를 바라보며 그에게 묻습니다.
 
벨버리:...혼자 설 수 있으시겠어요?
 
나이아:... ...-이제 괜찮아. 아마도.
 
나이아 ,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며, 살며시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질리 , 가만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들어올릴때 시선을 옆으로 피합니다.
 
나이아 , 그것을 보고, 마찬가지로 시선을 옆으로 굴리면서 한숨을 쉽니다.
 
질리:... ...
그으-...
 
질리 ,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합니다. 눈치를 보는듯 시선을 가만 두지 못합니다.
 
나이아 ,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듯, 끝내 시선은 마주치지 못하지만, 나즈막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나이아:...-미안해.
 
질리 , 그 말을 듣고는 놀란 표정으로 그쪽을 바라봅니다.
 
나이아:...하아-... 진작 말해야 한다고는 생각했는데...
좀 오래걸렸네.
 
질리:... ...
...그렇게 오래는...아니긴해.
 
나이아:그래도.
계속 신경 쓰였을거 아냐.
...미안해, 진심으로.
 
질리:...그럼 됐어.
 
나이아:-용서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이해해볼테니까, 어떻게든.
 
질리 , 끄응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꾹 감았다 뜹니다.
 
질리:...-빈말이라도 용서하겠다는 말을 못할 것 같아.
사과는...받아주겠지만서도...
...나도, 미안해...
 
나이아:네가 미안해 할 일이 뭐가 있어.
내가 잘못했던것들인데, 다.
 
질리:...그냥, 나 때문에 화나있는것 같았고...
내가 너무 날 서게 말했으니까...?
...이게 검은남자가 개입하기 전을 기억하는지 그 후를 기억하지는 모르겠지만-
...저택에서 말 심하게 한 것...같아서...
 
나이아:-괜찮아, 용서할게.
그렇게 치면 나도 몇 번이나...
 
나이아 , 살짝 인상을 쓰고, 잠시 고민을 거칩니다.
 
나이아:...몇 번이나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걸. 실천은 안했어도.
것도 미안해.
 
질리:...-
 
질리 ,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짚습니다. 이걸 말할까 말까-...
 
질리:...진짜- 솔직하게 말해도돼?
 
나이아:마음대로.
 
질리:...그거 알고있었어.
처음부터 알고있던건...아니지만...
 
질리 , 그렇게 운을 때며...저택에서 봤던 '그것'을... 얘기합니다.
 
나이아:...-하아......
 
나이아 ,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홱 돌려버립니다.
 
나이아:...그걸 다 알고도 이런다고? 진심으로?
-왜?
 
질리:...그건-...
그냥... 죄책감 느끼고, 미안해한다는 걸 들으니까...
밉고 화나고 싫었던게, 절대로 바뀌지 않을것 같았던게 맥없이 풀려버렸어.
내 인생을 망친 모든 것들은 날 망쳐놓은채 가버리고 무시하고...아님 책임도 지지 않은채로 죽어버렸어,
그래서 그냥 모든걸 내 탓이라 생각했어... 어차피 사과 받지못하니까.
근데...너가 그렇게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끼니까 가위로 실을 자르듯이 미웠던게 잠잠해졌어.
 
질리:...그리고, 난 항상 말해.
정말 증오스럽고 평생을 저주해서라도 용서해주지 않을 상대여도.
죽었으면 좋겠다라던가, 죽이고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적 없어.
 
나이아:...하하-
진짜... 진작 말할걸.
왜 그렇게 고민했을까.
이미 알겠지만 말야-
용서받는다거나, 이해 받을거란 생각, 별로 안했거든.
원하는 거랑은 별개로.
 
질리:...응.
 
나이아:내가 뭘 잘못했냐, 나한테 왜 이러냐, 합리화 하긴 했는데... 솔직히 잘한 짓은 없잖아?
그래서 좀.
...무서웠지. 인정할게.
많이 무서웠어, 사과하면 더 상황이 나빠질까봐서.
 
질리:... 사과한다고 상황이 더 나빠질게 있어?
 
나이아 , 가볍게 어깨를 으쓱입니다.
 
나이아:평소에 얼마나 화냈었는지 생각해봐.
난... 적어도 이 상태가 된 이후로는, 그걸 감당할 정도로 자주 겪어보질 못했었단 말야.
 
질리:으음-... 내가 많이 화낸건 맞지만...
그건... 그냥, 너는 나한테 절대 사과 안할 줄 알고 그런것도 있어.
그래서 그냥... 화부터 내는거지. 어차피 내가 화를 내든 울든 뭘하든 신경쓰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근데... 갑자기 내말에 화를 내거나, 기분 상해하거나, 좋아하는게 갑자기 눈에 잘보이니까...
고장난 것처럼 화 밖에 못낸것 같아.
...미안해.
 
나이아:...-아, 나도 이건 빈말로도 바로 괜찮다고는 못하겠네.
뭐, 이제라도 알아줬으니까.
 
나이아 , 살짝 미소지어보입니다.
 
질리 , 가만 지켜보다가 눈을 슬쩍 피합니다.
 
나이아 , 당신이 눈을 피하는 것을 살짝 따라가다가, 부러 가볍게 말합니다.
 
나이아:저기, 내가 아직 이런건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인데.
내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데, 사과 받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해줄래?
뭐, 힘들면 굳이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지만.
 
질리:... ...
이거.
 
질리 , 자신의 배를 가리킵니다. ...아- 흉터 얘기군요.
 
질리:...아직도 좀 아파.
 
나이아:아-
... ...언젠간 가능하게 되는대로 치료해줄게.
...미안.
 
질리:...알았어.
그럼 이제 없어.
...너는? 더 있어?
 
나이아:...하나 있긴 한데-
솔직히 이걸 사과해달라고 하긴 좀.
나도 과실이 있다보니까?
 
질리:...뭔데?
 
나이아:......프라이코.
 
질리:...아...
그건 확실히... ...
... 아니, 그거 관련으로 사과 할게 하나있긴한데.
 
나이아:...뭔데?
 
질리:아까 저택에서 봤던거 얘기했잖아.
...그거 보고, 힘 안 돌아오게 하려고한 것도. 있어...
 
나이아:.....왜?
딱히 되찾는다고 널 죽이려고 했다거나 하진 않...았을거같은데.
 
질리:...그것보다는.
솔직히-... 좋든 싫든 1년이상은 본 사이잖아?
근데, 그걸 보고나서 다시 보니까... 뭔가...
힘을 다시 얻고나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겠다면서 떠나는게 싫었어...
그렇게 되면 정말 나 혼자 남은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게 무서워서 그랬던, 것 같아.
 
질리:...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이아 ,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조용히 눈을 굴리다가, 꽤나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내며 말합니다.
 
나이아:기왕 이렇게 된거, 솔직하게 다 터 놓는게 낫겠지?
나도 너 마음에 들어.
꽤 좋아해.
 
질리:ㅇ, 왜 갑자기...?
 
질리 , 말을 더듬으며 뒤로 물러납니다.
 
나이아:낸들 알겠니, 그냥 눈치채고 보니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걸.
 
질리 , 팔로 얼굴을 가립니다. 어쩐지 좀 붉어져있는 것도 같습니다.
 
나이아:그래서-
마지막은 이거였지?
 
나이아 , 팔을 활짝 벌리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질리:...그런 말 해놓고...
...일부러 그러는거지...?
 
나이아:난 그냥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걸?
 
질리:으음...
 
질리 , 고민하듯 당신을 보며 다가가다가...따라 팔을 벌려 끌어안습니다.
 
나이아 , 당신이 저를 끌어안는 것과 거의 동시에, 양 팔에 힘을 실으며 당신을 꽉 끌어안습니다.
 
질리:(...따뜻하네. 원래 이렇게 따뜻했었나...?)
 
 
:지금까지의 일들은 때로는 고통스러웠고, 동시에 슬펐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희망을 찾으려면 결국, 딱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용기, 혹은, 함께 나아가줄 사람.
마지막 해답을 내기 위해, 두 사람은 결국 함께 합니다.
이야기는 끝을 향해가고, 한 편의 동화처럼, 마지막 한 페이지만을 남깁니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둘은 서로를 꼬옥 껴안았습니다.
껴안은 품은 정말 따뜻했습니다.
그 순간, 밝은 빛이 그 둘을 감싸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놀라지 않았습니다.
빛깔은, 따뜻하고 부드러웠거든요.
 
 
:빛깔이 점점 강해지고, 눈이 멀 것 같아 질 즈음,
뚝.
빗소리가 멎습니다.
빛을 피해 감았던 눈을 떠보면...
색색깔로 빛나는 세계가 당신을 반깁니다.
비가 아니라, 풍선이 내리고 있습니다!
 
 
:중력을 무시해버리듯이, 붙잡을 수 없이 올라가버리던 풍선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옵니다.
노란색, 분홍색, 하늘색, 연두색...
귀여운 파스텔톤의 풍선들이 하늘하늘 떨어져 내려와 서로 부딪히고, 통통 튀며 쌓입니다.
어디선가, 부드럽게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작가의 서론일지도 모르겠고, 작가의 말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를 회상할 땐 왠지 모르게 더 밝고, 따뜻하고, 부드럽게 회상하게 된다.'
'어릴 적 회상에 가까워질수록 색채는 또렷해지는데, 나는 그것이 늘 풍선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볍고, 알록달록하고, 귀엽고.'
'손에 쥐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다만, 그것을 놓쳤을 때는 기분이 복잡해질 뿐이다.'
'다시는 붙잡지 못하듯 그것은 천천히 멀어져 간다.'
 
 
■■:'나에게 있어, 풍선은 그랬다.'
 
 
:한 번 놓치면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이별이라 하던가요.
흘러가면 다시는 잡지 못하는 것을 시간이라 하던가요.
다만, 놓친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손을 잡아줄 누군가와 시선을 맞출 줄도 알아야 했습니다.
당신의 손에 기이한 볼로타이가 쥐여진 그 순간부터, 어쩌면 당신은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부르짖고 유성우와 함께 떠난 여자,
친구와 외로움을 부르짖던 소녀,
바라지 않는 소망을 부르짖던 존재.
다양한 인연을 마주한 그 끝에,
주인공은 수많은 죽음을 써내려온 이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서론을 열어두었습니다.
이제, 에필로그를 쓸 시간입니다.
당신은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이길 바라나요?
직접 작성해주시겠어요?
그러니까, 플레이어?
 
BlueReas:어...음...
해피-엔딩이면 좋겠지, 아무래도?
뭐 결론적으로는 나이아랑 질리에게 여지를 남겨둔것에 나는 만족한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겪었던 그대로인게 좋겠지? 물론 UNUS는 살고.
아이라는 살아야해. 꼭 살아야해!
그거면 될것 같아.
 
 
■■:그것으로 만족하시나요?
 
BlueReas:어, 나이아 힘은...뭐 어차피 언젠간 돌아오니까.
이걸로 만족.
 
 
■■:알겠습니다.
 
 
:에필로그로 적힌 이야기는, 이치에 따라 흘러갑니다.
당장에 모두가 완벽하게 행복해질 수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언젠간, 살아있다면 분명히.
모두는 각자의 해피엔딩을 찾아갈겁니다.
 
 
 
:"그들은, 이야기를 준비한 자를 찾아내-"
"정해진 시나리오의 궤도를 바꾸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줄거리를 번지게 만들고, 휘저어서,"
"그들만의 엔딩을 맞이했다."
"그들이, 여러분이, 당신이."
"내 손으로 적어내리지 못한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UNUS:그 손끝으로 마무리 지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시나리오 클리어!
 
이야기의 끝 | 이성 + 1d3
 
새로운 인연 | 이성 + 1d5
 
■■의 작은 선물 | 근접전 격투 + 3
 
오래된 인연 | ☆가게 직통 볼로타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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