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 플레이로그] 벨버리 스토어 EP4.5 Dark Man 본문

COC 플레이 로그 (캠페인)/벨버리 스토어 (지나+질리&나이아)

[COC 플레이로그] 벨버리 스토어 EP4.5 Dark Man

CB_PL_ 2024. 6. 12. 20:00

시나리오 링크: https://posty.pe/a9fi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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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
장마도 다 지난 8월 말.
온 도시에는 이례적인 강수량을 자랑하며 한달 내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를 본 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네요.
 
질리:(비 싫어어어어........)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요즘-
당신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질리:일단...그때 비를 맞아서 그대로 몸살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더 오래 있게되었고... 그래서 8월 중순에 퇴원했지.
그뒤로는...예아가 무리하지 말라고 그냥 노닥거리면서 있는 편이지... 애초에...비와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서 그냥 벨버리 가게갔다가 도서관갔다가 집갔다를...무한 반복중...
(<비가오면 기분 안좋아져서 일 못하는 분)
 
 
:그런고로, 지금은 집에서 눅눅하게 늘어져있던 참입니다.
책도 다 읽었는데, 슥슥 어디 볼만한 웹소설 없나- 하고 휴대폰을 뒤지다보면...
어라라?
UNUS의 작가 페이지에 신작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질리:...응??
얘는 왜 갑자기.
 
질리 , 봅니다.
 
 
:소설의 제목은 [Dark Man].
 
질리:....
음.
 
 
:왠지 엄청나게 불길한 제목...
 
질리:굉장히-...불길한...
 
 
:내용을 살짝 확인해보면...
소설은, 장마가 다 지난 늦여름, 이례적인 강수량을 자랑하며 한 달 내내 비가 오는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 ...
젠장 너였냐!!
 
질리:...아 진짜!!
왜 또 하필 비야...
 
질리 , 소파에 축 늘어지다가 그대로 눕습니다.
 
 
:주인공은 웹소설을 연재하는 소설가로, 비가 그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질리:...음?
 
 
:... ...
어라? 이거 혹시...
...최신화는 짧은 문장 하나와 함께 끝납니다.
"오늘은 그가 말했던 약속의 날이다."
 
질리:...음.
...걔랑 연락처가...없겠지. 응.
......으음-
혹시- 모르니까... 가게로 가볼까-...
 
질리 , 소파에 누워있다가 자리에 일어나서 볼로타이를 든채로 현관문을 엽니다.
 
 
 
:끼이익, 딸랑--!
헐거운 나무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맑은 종이 울립니다.
익숙한 먼지 내음과 옅게 나는 오렌지 향, 푸근하게 빛나는 전등에 기분이 절로 노곤해집니다.
나름대로 정리된 물건들이 놓인 진열대와 책이 잔뜩 꽂힌 서가 왼편으로 카운터가 보입니다.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붉은 머리의 사내, 벨버리가 나른하게 입을 여는군요.
 
벨버리:어서오세요-...
 
질리:안녕하세요.
 
 
:그 앞에는 아이라가 카운터에 머리를 올려놓고 한숨을 쉬고 있고, 옆에선 사무엘이 아이라를 깨우고 있습니다.
...아하, 학교 숙제.
사무엘까지 가게에 있는 건 또 처음 보는 것 같지만요.
 
질리:...오늘은 사람이 많네요.
 
아이라 그레텔 , 부스스 카운터에 기댄 머리를 들어올립니다.
 
아이라 그레텔:질리 오빠아아아-.....
 
질리:왜-
 
아이라 그레텔:도와줘요............
 
질리:이번에는 뭘 하고있는거야?
 
아이라 그레텔 , 주섬주섬 펼쳐놓았던 것을 보여줍니다. 짜잔! 과학(물리) 숙제.
 
질리:...그건 나도 무리.
열심히해.
 
아이라 그레텔:우우-.....
 
질리:뭘 우우야.
아이나 난 문과야...
 
아이라 그레텔:그치만요.....
 
사무엘 그리예드:아이라, 이제 그만하고 문제 풀어야지.
 
아이라 그레텔:우우-.....!
 
질리:문제 다 풀면 간식 사줄게.
 
아이라 그레텔:...제가 그런거로 넘어갈 것 같아요?!
맞아요!
 
아이라 그레텔 , 말은 씩씩하게 하지만 눅눅학생 상태가 되어서 카운터에 푹 누운 채 문제를... 밍기적 풀기 시작합니다.
 
질리 , 아이라를 처리(?)했으니 다시 벨버리를 봅니다.
 
질리:오늘은... 좀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요.
 
벨버리 , 눈을 꿈뻑이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질리 , 대충 아침에 본 것과 관련해서 검은남자 얘기를 합니다.
 
질리:...그래서- 뭐 아시는게 있나 해서요.
 
벨버리:...으음...
 
질리 , 어느새 카운터 앞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벨버리 , 잠시 멍하니 눈을 마주치다가, 나즈막하게 말을 잇습니다.
 
벨버리:...모든 일의 처음을 거슬러 올라가본다면... 전시회 날이 되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 일은 생각보다.... 좀 복잡할 것 같아요...
 
질리 , 그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하는듯 버퍼링 걸린 표정을 하다가 아. 하며 말합니다.
 
질리:...그 바지.
...아, 기억하지 싫다.
 
벨버리:... ...
그... 바지 말인데요.
 
질리:네...에?
 
벨버리:...검증된 방법은 아니긴 하지만......
그때... 달라붙었던 책 기억하세요?
 
질리:...네...
 
벨버리:거기에 주문이...하나 적혀 있었거든요...
그걸 분석해서... 검은 남자의 힘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긴... 했는데......
.....알아낸 바로는... 바지가 필요해요.
 
질리:... ...
 
벨버리:그리고... 다시 책이 달라붙어야 하고......
그러고나서... 다시 떼어내야 해요...
 
질리:.......
 
질리 , 슬쩍 몸을 옮겨 아이라 뒤로 갑니다.
 
벨버리:......
 
아이라 그레텔 , 가만 당신을 보다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서 당신을 가려줍니다.
 
아이라 그레텔:질리 오빠가 싫다는 것 같은데?
 
질리:아니 싫은것 보다는...
......마도서들 어째 나이아랑 아이라 두고 나만 문다고...
 
아이라 그레텔:오빠가 좋은가보죠.
 
질리:...그런 관심 필요없어.
 
벨버리:......으음...
사실... 그닥 안전한 방법도 아니라서...
 
질리:...근데 다른 방법은 없는거죠?
 
벨버리 , 느릿...하게 끄덕입니다.
 
질리 , 그 말에 끄응하는 소리를 냅니다.
 
벨버리:...달갑지 않으면 안하셔도 괜찮긴 하지만......
 
질리:...아니, 하기야 할거긴...한데.
...근데 UNUS 요즘 가게에 오나요?
 
벨버리:......
그... 옥상 때 일 이후로... 재활 치료 중이시긴 한데...
...가끔은 오셨거든요.
근데...
......근래에는...
 
질리:...소설 올린거보면...또오...
 
벨버리:......
...검은 남자는, 신체에 표식을 낸 상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시간과 관련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쩌면... 그 소설...
...일종의 구조신호 일지도......
 
질리:으음...
...그러면 해야죠 뭐...
별 수가 있나..
 
벨버리:......
 
벨버리 , 잠시 빠아안히... 당신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안 쪽으로 들어갑니다.
 
질리:...아이라.
너 UNUS랑 만난적 있어?
 
아이라 그레텔:어-...
만난 적은 있긴 한데...
 
아이라 그레텔 , 조금 우물쭈물합니다.
 
질리:왜그래?
 
아이라 그레텔:뭐랄까... 조금 어려운 사람이라서요.
 
질리:....아-.. 소설때문에?
 
아이라 그레텔 , 잠시 우으, 하는 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이라 그레텔:딱히 탓을 하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도 좀 어렵구...
 
질리:뭐...그럴 수 있지.
나야 뭐... 본게 있으니까.
 
질리 , 아이라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아이라 그레텔:...-근데요,
아까 그 검은 남자 얘기 말이에요,
 
질리:응?
 
아이라 그레텔:또 싸우러 가려는거에요?
 
질리:...아마 그렇게 될 것 같은데?
 
아이라 그레텔:질리 오빠....
맨날 자기는 전투 담당 아니라고 그러고 몸도 약한 것 치고는 맨날 싸우러 다니지 않아요?
 
질리:............
아니, 내가 그러고싶어서 그런거겠냐고.
 
사무엘 그리예드:보통 이런 쪽 일은 원치 않는데도 말려들어오는 편이긴 하죠.
근데 아이라 말도 맞긴 하잖아요?
 
아이라 그레텔:그치?
 
질리:...아니-...
 
아이라 그레텔:맨날 다쳐오구.
 
질리:..........
 
사무엘 그리예드:어디냐고 연락하면 거의 매번 병원이었죠.
 
질리:........그건 그냥 타이밍이.
 
사무엘 그리예드 , 어깨를 으쓱입니다.
 
질리:오늘 둘다 날 고로시시킬려고 온거죠?
 
아이라 그레텔:전 원래 이 시간에는 가게에서 놀...
...숙제하거든요?!
 
질리:논다고?
 
아이라 그레텔:잘못 들었어요! 아냐!
 
질리:볼때마다 놀던데.
 
아이라 그레텔:기분탓이에요.
 
질리:흐음...
그래서. 또 약한 오빠가 어딜 싸돌아다니냐고 잔소리하려고 말 꺼낸거니?
 
아이라 그레텔:어- 음-
네.
 
질리 , 볼을 잡아당깁니다.
 
아이라 그레텔:아악--
 
질리:그래도 나름 잘 사리거든?
그리고 검은 남자는 그대로 두기 애매하잖아.
...당한것도 많고.
(이악물)
 
아이라 그레텔:그건 알지만, 그래도 조심하면 좋겠다- 이런 말인거죠-
 
질리:조심은 해. 조심한 것도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뿐이지.
 
아이라 그레텔:아 그냥 조심하겠다는 말만 하면 어디가 덧나요??!!
 
아이라 그레텔 , 왁! 하고 소리지릅니다.
 
질리 , 익숙하게 뒤로 물러납니다.
 
질리:조심할게.
 
아이라 그레텔 , 왠지 다소 억울해보이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질리:항상 조심하고있어.
 
아이라 그레텔:말만 그러지, 말만....(궁시렁)
 
질리:....아니.
그래..
내가 나쁜 놈이다.
 
 
:소소하게 잔소리도 듣고 대화도 하고 있다보면...
 
 
:가게 안 쪽으로 들어갔던 벨버리가, 검은 천으로 둘러싼 책을 한 권 가지고 나타납니다.
 
질리:.....
 
 
:그가 스르륵... 검은 천을 풀어내면...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는 마도서와 마주하게 됩니다.
 
질리:아니! 진짜 얘네 이상하니까? 입맛을 다신다고!
 
 
:마도서는 눈을(왜 눈이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요,) 깜빡이다가,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 캬르릉! 달려들기도 합니다.
어이쿠.
 
질리 , 다시 아이라 뒤로 갑니다.
 
 
:하다하다 당신에게까지 달려드는데, 벨버리가 숙련된 조련사 같은 움직임으로 저지합니다.
아, 벌써 기빨리네요.
 
벨버리:...이 주문을 쓰면...
그쪽이 주는 영향을... 완전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방해 정도는 할 수 있을거에요.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이라는 가정 하의 이야기지만요...
 
질리:으으음...;;
그렇군요.
 
 
:거기까지 말한 벨버리는 빤히 당신을 바라보다가...
슬적 바지 쪽으로 시선이 내려갑니다.
 
질리 , 아이라 뒤에 숨습니다.
 
질리:입고있는건 좀...
 
 
:어쩐지 어색한 분위기.
당신의 거친 생각과 ...
불안한 눈빛과 ...
 
질리:.......
 
 
:그걸 지켜보는 세 사람 ...
 
질리:...........
왜 날 보냐고....
안 벗을거야...
 
 
:... ...
진짜 방법이 없나...?!
어쩔 수 없이 바지를...
벗어야 하는 운명인건가요?!
 
질리:(아니야!!!)
(꺼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웃음)
딸랑~
문을 열고 나이아가 나타납니다.
한 손에는 종이백이 들려있습니다.
 
나이아:나 왔어-
갑자기 웬 바지를 사오래?
 
질리 , 나이아 뒤로 달려가 숨습니다.
 
나이아:-?
 
나이아 , 뭔진 모르겠지만 미묘하게 좋은 표정입니다.
 
질리:...벨버리-... 얘보고 사오라고 시켰으면...왜 제 바지를 보신거죠...?
 
벨버리:......
 
벨버리 , 슬적 시선을 피합니다.
 
질리:저기요-??
 
아이라 그레텔:괜찮아요 오빠.
어차피 저도 안 보고 싶었어요.
 
질리:뭔소리야!!
안 벗을거라고!!
 
나이아: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 일은 아닌거지?
 
나이아 , 당신을 등 뒤에 숨겨둔 채로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 종이백을 내려놓습니다.
 
사무엘 그리예드:이제 별 일이 일어날거에요.
 
질리:.....
 
아이라 그레텔:맞아요.
 
질리:........
 
아이라 그레텔:저거봐요, 짜잔.
 
질리:본인 일 아니라고 태평하게 말한다...?
 
아이라 그레텔 , 벨버리가 들고 있는 책을 가리킵니다.
 
아이라 그레텔:헤헹.
 
질리 , 나이아 뒤에 숨어있다가 슬쩍 나옵니다.
 
사무엘 그리예드:음료라도 한 잔 가져다 드릴까요?
좀 기분이라도 나아지게요.
 
질리:네에-...
 
사무엘 그리예드:오렌지 주스로 괜찮죠?
 
질리:어차피 그것밖에 없잖아요.
 
사무엘 그리예드:혹시나 해서요.
 
사무엘 그리예드 , 가볍게 웃고서는 미니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냅니다.
 
벨버리:....이제 잠시... 앞에 앉아보시겠어요?
 
질리:.........
 
질리 , 일단 앉습니다.
 
벨버리:... ...
으음....
어디에... 물리실래요......?
 
질리:.........
 
 
:...라고 질문은 하지만...
대답을 듣지도 않고 냅다 당신의 손에 마도서를 갖다대는군요.
악!
왜 물어본거야!!
 
질리:그게 말인- 아!!!
 
질리 , 싫어합니다.
 
 
:이게 뭔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던 나이아가, 왜인지 당신의 반대쪽 손을 꼬옥 잡아줍니다.
-신경써주는 건 좋...
은가요?
본인의 대답이 좀 필요한 문제인 것 같군요.
 
질리:...............
(몰라 기분 묘하니까 말걸지마...)
 
 
:헤에.
 
질리:(뭘 헤에야.)
 
 
:아무튼, 마도서가 당신의 손을 아바ㅂ밥바 하고 물어댑니다.
왜 심지어 아프지?!
 
질리:
SAN Roll
기준치: 52/26/10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을 와구와구 잔뜩 물리고, 마도서를 치워내고나면...
그 자리에 기이한 흔적이 하나 생겨 있습니다.
 
질리:.........
 
질리 , 자기 손등을 봅니다.
 
 
:의미불명의 고혹스러운 문양이 당신의 손등에 남아있습니다.
이전보다는 더 작아보이는데...
 
질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과거에 얻었던 문양과 비슷한 걸 보니 사용법도 그때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서로 사이좋게 꼬오오옥~ 껴안았던 그 방법이요!
 
질리:......
 
 
:뭐, 지금은 당신에게만 문양이 있으니 포옹해봐야 효과는 없겠지만요.
 
질리:애초에 그건 화해했어야했잖아, 이씨...
 
 
:하하.
그렇게 한 차례 예방 접종(?) 시간이 지나고나면, 당신의 앞에 담요와 주스와...
하여튼 이것저것이 놓여집니다.
그리고...
벨버리가 웬 깃펜을 건네주네요.
 
질리:...?
이건 뭐죠...?
 
벨버리:....혹시 몰라서...
갖고 계시면... 도움이 될거에요.
 
질리:....
 
질리 , 나이아랑 아이라를 봅니다. 이거 뭐냐는 표정입니다.
 
아이라 그레텔:왜 절 봐요? 저도 몰라요.
전 아직 견습 마법사라구요.
 
질리:그래도 나보다는 잘 알잖아.
 
아이라 그레텔:그렇긴 하죠.
(우쭐!)
 
질리:,,,
 
질리 , 무시하고 나이아를 봅니다.
 
나이아 , 싱글생글 웃는 낯으로 고개를 기울입니다.
 
나이아:'평범한' 깃펜이잖아?
 
질리:.............
그래, 기대 안했어...
 
나이아:좀 섭섭한 말인걸.
 
질리:그럼 뭔지 말해주던가.
 
나이아:글쎄다아~
 
나이아 , 치사하게 말은 안해줍니다.
 
질리:.......그럼 앞으로도 기대 안할게.
 
질리 , 일단 도움된다니 챙긴 뒤 오렌지주스를 마십니다.
 
 
:깃펜은 우아한 빅토리아풍 무늬가 새겨진, 반짝이는 은색 손잡이에 고급스러운 깃털이 박힌 것입니다.
뭐랄까, 과하지 않아...?
깃은 붉은색을 띄고 있음에도 은은한 금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가만 보고 있으면 신비로운 기분도 들고요.
.......진짜 과하지 않아...??
 
질리:음...
음.......
 
질리 ,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집어넣습니다. 쇽,
 
질리 , 지친것인지 카운터에 머리를 댄채 엎어집니다.
 
나이아 , 그대로 당신의 옆자리에 앉아 머리를 복복 쓰다듬어줍니다.
 
질리:아... 안그래도 비와서 지친데... 더 지쳐...
 
나이아:사는게 다 그렇지 뭐.
 
질리:그 말 되게 노래 가사 같았어.
 
아이라 그레텔 , 그 말 듣고 짧게 흥얼거립니다....랄까 가사 이상하지 않아?
 
질리:...그거 아니지않아?
 
아이라 그레텔:원곡보다 이쪽이 재밌잖아요.
맨들맨들 빡빡이.
 
아이라 그레텔 , 당신의 머리를 북박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질리:...머리 만지지마 둘다.
 
아이라 그레텔:이잉.
 
질리 , 엎어진 채로 손을 휘적입니다.
 
나이아:그럼 다른건 돼?
 
질리:안그래도 머리 힘든데.
...다른거?
 
사무엘 그리예드 , 뭔가 눈치챈건지 스윽 아이라 눈 가립니다.
 
아이라 그레텔:으응-?
갑자기 왜 그래?
 
나이아 , 더 무슨 말도 없이, 의자를 조금 당겨 가까이 붙더니... 와락! 끌어안고는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춥니다.
 
질리 , 와락 끌어안으면 응?으응? 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목덜미에 입을 맞추자 몸을 확 일으킵니다.
 
질리:....너어....... 옥상때 이후로부터 자꾸....
 
질리 , 얼굴이 붉어진채로 손으로 입 맞춘 부분을 가립니다.
 
나이아 , 싱글생글... 엄청나게 기분 좋아보이는 표정으로 웃습니다.
 
사무엘 그리예드:다 좋은데 아이라 앞에서는 자제해주세요.
어린애잖아요.
 
아이라 그레텔:이정도면 다 컸거든?!
 
아이라 그레텔 , 눈을 가린 손을 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밀어냅니다.
 
질리 , 엄청 미-묘하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나이아를 노려보다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립니다.
 
질리:으윽-...
 
벨버리 ,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며... 아무 말 없이 눈을 꿈뻑거리다가... 별안간 입을 엽니다.
 
벨버리:......하시려던 일이 있지 않으셨나요...?
 
질리:....맞죠, 있었죠...
한번 UNUS 집 가보려고요...
 
나이아:거긴 갑자기 왜?
 
질리:최근에 가게에 안 온다고도했고... 무슨 일 있는건 아닌가해서...?
 
나이아:음-
같이 갈래?
 
질리:.........
괜찮으면?
같이가도? 괜찮으면?
 
나이아:안 괜찮을리가 있겠니.
 
나이아 , 은근슬쩍 몸을 기대옵니다.
 
질리:으으음... 그럼 같이가고.
 
질리 , 굳이 다시 밀어내지는 않...지는 않고 무거운지 좀 가만 있다가 밀어냅니다.
 
나이아:그래애-
 
나이아 , 순순히 밀려나면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질리 , 그걸 보고는 따라 일어납니다.
 
사무엘 그리예드: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사무엘 그리예드 , 카운터에 기대 선 채로 손을 흔들어 인사해줍니다.
 
아이라 그레텔:다치지 말고요!
 
질리:아 조심한다고!
집 가는건데 별 일 있겠어?
 
벨버리:... ...
...무슨 문제 생기시면... 도와드릴테니까......
 
질리:네에-
 
질리 , 볼로타이를 꺼내서 손에 든 채로 가게 문을 엽니다.
 
 
:짜잔!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아, 또 근처에 떨어졌습니다.
원하는 곳으로는 기가막히게 안 보내준다니까요.
뭐, 한 번 가본 적이 있느니만큼 찾아가는데에 어려움은 없겠지만요...
 
나이아: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맨날 이상한 곳에 문을 여는걸까-
 
나이아 , 괜스레 한 번 투덜거리며 우산을 짠, 펼칩니다.
 
질리:......아니, 내가 원해서 이러는것도 아니고.
 
질리 , 가방에서 접이식 우산을 꺼내 펼칩니다.
 
나이아:그래, 그래. 변명은 들어줄게.
 
질리 , 괜히 짜증났는지 발로 한 대 칩니다.
 
나이아:(아욱.)
 
질리 , UNUS집으로 향합니다.
 
 
:드문드문한 인적이 느껴지는 구 시가지의 거리를 걸어, UNUS의 집으로 향합니다.
번개도 치고, 우레와 같은 빗줄기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네요.
....아, 벌써 지치는 느낌이에요...
 
질리:아...이놈의 비...
 
 
: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다리와 바지 밑단이 잔뜩 젖어가고 있습니다.
어휴.......
그 상태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9층으로 올라서면, 가늘게 열린 문이 보입니다.
도둑이 들어도 괜찮은건가... 저번에도 열려있었던 것 같은데...
 
질리:...왜 올때마다 저기는 문이.
 
질리 , 우산을 문 밖에 둔뒤에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나이아:누가 들어오길 바라고 열어둔걸지도 모르지.
 
나이아 , 마찬가지로 우산을 문 밖의 벽에 기대어 세워놓고, 뒤를 따릅니다.
 
질리:으음-...
 
 
:집 안으로 들어서면, 이전과 같은 광경이 보이지만... 예전보다 다소 어질러져 있습니다.
바닥에는 웬 흙자국이 묻어있네요.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모양... 발자국이네요.
성인 크기의 구두 정도?
방금 막 왔다간 것 처럼 아직 물기가 남아있습니다.....만, 집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질리:...음.
뭔가 불안한데.
 
나이아:평범하게 도둑이 들었다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지?
 
나이아 , 집 안으로 더 들어서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질리 , 따라서 안으로 더 들어갑니다.
 
 
:중앙의 복도를 기준으로 하여, 화장실과 거실이 보입니다. 그 안쪽으로는 부엌과 이 있습니다.
 
질리 , 거실을 봅니다.
 
 
:검은 소파와 TV가 놓인 거실입니다.
작게 난 베란다 쪽에는 크게 잎을 띄운 행운목이 하나 화분에 심어져 있습니다.
관리를 하지 않는 것처럼 잎줄기는 노래져있고, 바닥에는 꽃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화분 옆의 벽면에 그림이 하나 붙어있네요.
 
질리 , 그림을 봅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골콩드」가 벽면에 붙어 있습니다.
평범한 주택가의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내리는 검은 신사의 모습...
검은 남자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느낌인걸까요?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
 
 
:왠지 좀 기분이 기묘해집니다.
나쁘다고 해야할까요.
 
질리:
예술(감정) Roll
기준치: 5/2/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질리 , 기묘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입니다.
 
질리:(전부터 생각했지만 딱히 예술을 잘 아는건 아닌데.)
 
나이아 , 가만 그림을 보다가, 쯧- 하는 소리를 냅니다.
 
나이아:왠지 불쾌해.
 
질리:뭐...그런 그림이니까.
 
질리 , 잠깐 그림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가봅니다.
 
질리:UNUS?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방문은 손을 대면 아주 자연스럽게,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려버립니다.
방 안의 모습은 전에 본 것과 같은 평범한 방이지만...
책장은 누군가 들쑤신 것처럼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고, 침대 밑에서 상자 하나가 꺼내져 있습니다.
UNUS의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질리:으음-...
 
질리 , 상자를 열어봅니다.
 
 
:뚜껑에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습니다.
으.
 
질리:으악.
 
 
:상자를 열어보면, 안에는 갈색 종이 봉투가 들어있습니다.
안에 든 것은... 문서 하나와 오래된 저록입니다.
 
질리 , 문서를 먼저봅니다.
 
 
:5년전 날짜가 적혀있는 문서입니다.
보관이 엄청 잘 되어 있었는지 깔끔합니다.
 
 
질리:....
 
질리 , 무슨뜻인지 이해가 안되는지 고개를 갸웃입니다.
 
질리 , 오래된 저록을 봅니다.
 
 
:오래된 잡지의 한 면처럼 보이는 저록입니다.
종이가 무척 낡고, 색도 바랜 탓에 글씨를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질리: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
 
 
:게슴츠레한 눈으로 종이를 바라보다가...
실수로 종이를 일부 찢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질리:.!
 
 
:그, 그렇게 힘을 준 것도 아닌데...!
약해....!!
 
질리:........
 
질리 , 눈치를 봅니다.
 
나이아:왜?
 
질리:아니야...
 
나이아:어차피 우리 물건도 아닌데.
그러길래 도둑 안 들게 문 관리 잘했어야지.
 
질리:.....그으래...
 
질리 , 얌전히 다시 상자에 집어넣습니다.
 
질리:근데...집에 없네... 어디간거지?
 
나이아:글쎄다-
연락처도 딱히 없고, 찾을 방법이 없네.
 
질리:으음...여기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는데...
 
나이아:잠깐 나간걸지도 모르지?
기다려볼래?
 
질리:그럴까...
 
나이아:아님 어디든 돌아다녀봐도 되고.
 
질리:...주변이나 둘러볼까.
 
나이아:나쁘지 않지.
 
질리:일단 나가자.
 
나이아:그래-
 
질리 ,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갑니다.
 
 
:현관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슬금 길을 걸어나가기 시작하면...
어느순간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립니다.
뭔가 알람이라도 왔나봐요.
 
질리 , 꺼내서 봅니다.
 
 
:......소설 최신화 업로드 알림입니다.
이거 왠지 휘둘리는 기분이라 묘한걸요.
읽어볼까요?
 
질리:으으음...
 
질리 , 읽어봅니다.
 
 
:새로 업로드 된 최신화에서, 주인공은 '그'라고 부르는 누군가를 피해 달아납니다.
분명 죽음을 각오했음에도, 주인공은- 살고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도망치기로 결정합니다.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서.
 
 
□□:이건 모두 내가 저지른 잘못이다.
바로잡고 싶다는 말은 이기적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살고 싶다.
이보다 제멋대로인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질리:....
음.
일이 점점...심각하게 돌아가는 기분인데...
 
나이아:하루이틀 그런 것도 아니고.
 
질리:하루이틀 그래야하는데...
 
나이아:뭐, 단서 같은 건 더 없고?
 
나이아 , 화면이 보이는건지 아닌건지는 모르겠다만, 당신의 휴대폰을 슬적 봤다가, 당신과 눈을 마주칩니다.
 
질리:글쎄... 잘 모르겠는데.
검은남자가 뭔가 하고있다는것 정도만 알것 같은데.
 
나이아 , 잠시 곰곰 생각에 빠집니다.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슬 둘러보다보면, 낯선 것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비가 쏟아져내리는 길거리의 한가운데에, 검은 우산을 든 사람이 서 있습니다.
뿌연 안개가 서린 길목,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 가만히 선 모습은 무척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질리:...?
 
질리 , 그 모습에 무언가 느꼈는지 뒤로 물러섭니다.
 
 
:주춤, 당신이 뒷걸음질을 한 번 치는 순간...
이변을 느낀 나이아가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가만히 서 있는 형상이 고개를 퍼뜩 들더니, 갑작스럽게 당신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질리:아니!!!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급하게 옆으로 넘어지듯 굴러, 달려오는 이를 피해냅니다.
그렇게 넘어진 아픔에 얼굴을 찌푸릴 무렵...
비 소리가 멎어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주변의 광경이 왜인지 뿌옇게 번져갑니다.
모든 소리가 멎고, 어디선가 조용한 현악기의 소리가 들리더니...
시야가, 암전됩니다.
 
 
 
:... ...
누군가가 움직입니다.
뿌연 인영의 흔들리는 손을 따라, 현악기의 연주 소리가 어슴푸레하게 울려퍼집니다.
허공에 선을 긋는 지휘봉의 높낮이에, 멜로디가 춤을 춥니다.
여우언히 이어질 것만 같은 웅장한 소리만이 어지럽게 울리고 있습니다.
... ...
 
 
:그때,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질리 , 어깨를 톡톡 두르리는 감각에 뒤를 돌아봅니다.
 
 
:당신이, 뒤를 돌아보기가 무섭게-
악의가 담긴 손아귀가 당신의 목을 콱- 강하게 움켜쥐고,
그대로 조르기 시작합니다.
 
질리:?!
 
질리 , 목을 조르기 시작하자 잡고있는 손을 치우기위해 발버둥칩니다.
 
 
:갑작스런 기습에 저항하지 못하고 붙잡혀, 목을 조르는 상태의 손을 긁어내리다보면,
고통으로 버무려진 일렁이는 시야로 누군가의 웃음이 보입니다.
밝은 비취색의 눈 하나가 당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습니다.
눈앞이 새카매지고, 숨이 타오르듯 괴로워집니다.
 
질리:
SAN Roll
기준치: 52/26/10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2
(
2
)
 
=
2
 
 
:정신이 점차 흐려져갑니다.
머리에 쏠린 피가 흐르지 못해, 머리가 터질 것만 같습니다.
손 끝, 발 끝이 점점 차가워지는데에 반해, 머리가 너무 뜨겁습니다.
시야 끝이 점점 새까맣게 번져가고-
그런 시야를 사선으로 가로지으며 푸른 새가 날아갑니다.
바이올린의 독주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의식이 멀어져 갑니다......
 
 
:뚝.
문득, 당신의 얼굴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듭니다.
어느새 감겨버렸던 눈꺼풀이 살풋 떨립니다.
그제야, 당신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새파란 하늘이 가득찬 곳-
당신의 시야에는 아득하게 떠 있는 거대한 적란운의 선명한 경계선 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선명한 선을 경계로 하늘과 구름의 색이 구분됩니다.
밝은 빛 탓에 눈이 아른거립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있고, 당신의 눈앞에 한 익숙한 소녀와 새까만 멀대....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군요.
 
아이라 그레텔:질리 오빠?? 정신 들어요?!
 
나이아:-괜찮아?
 
질리 , 혼란스러운 눈으로 목에 손을 올린채 바라봅니다.
 
질리:...방금 뭔가...
 
아이라 그레텔:--!
맞아, 방금 그거 기억해요?!
그런... 그런건 저도 처음 봤어요!
이상한 괴물!
 
질리:...괴물?
 
아이라 그레텔:뭔지는 모르겠지만...
검고 무시무시한게 질리 오빠랑 나이아 오빠를 공격하고 있길래...
급하게 꿈으로 끌고 들어왔어요.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방금까지도 누군가 목이라도 조른 냥 머리가 지끈거리고 목이 칼칼합니다.
그리고....
문득, 당신은 양 다리에서 위화감을 느낍니다.
무언가 기어간 듯한... 아니, 손톱으로 긁은 듯한 감각입니다.
등골에 소름이 돋는군요.
 
질리: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5
(
3
)
 
=
3
 
질리 , 목을 만지작하다가 양다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소름 돋아하는 표정을 하며 양쪽 바지를 걷어봅니다.
 
 
:바지를 걷고 다리를 확인해보면...
양 다리에 검은 잉크로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이 보입니다.
...히익.
 
질리:.....
 
 
:두 다리 각각 다른 내용이 적혀 있군요.
왼쪽 다리는 이미 글씨로 빼곡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낯선 느낌이 듭니다.
 
질리:....이게 뭔...
 
 
:쓰여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후회란 발목을 잡아당기는 것.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을 붙잡아 주저앉게 만들고, 깊은 나락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그것은 하나의 늪과도 같다.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빼내줄 때까지 홀로 허우적거릴 뿐이겠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저 침몰할 뿐이다. 과거의 실수는 지독하게 현재를 옭아맨다. 너를 집어삼킨 검은 늪은 숨을 막고, 죽음에 다다르게 만든다.
 
 
:오른쪽 다리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이야기다.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면, 삶이라는 이야기는 풀리지 않은 실타래처럼 엉망이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며 이어진다. 그 속에서 네가 사라지는 법은 간단하다. 얽힌 실을 적시면 된다. 검게 물든 삶은 함께 이어진 너도 검게 물들이
 
 
:음, 이건 적고 있던 중에 멈춘 것처럼 내용이 끊겼네요.
그것들을 함께 보던 아이라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냅니다.
 
아이라 그레텔:어... 이건 제 추측인데요.
 
질리:...응?
 
아이라 그레텔:여기가, 제가 만든 꿈 속이잖아요?
 
질리:어...그치?
 
아이라 그레텔:그리고... 꿈 안에서는 시간이 멈추고요?
....그래서 쓰다 만 거 아니에요?
밖에서 누가 이것들을 쓰고 있었는데, 여기 들어오면서 멈춘거에요.
 
질리:.......
....뭔가 기분이 묘한데.
 
나이아:...-너 깃펜 받은거 있지.
 
질리:어? 있지?
 
질리 , 꺼내서 보여줍니다.
 
나이아:그거로 마저 덮어써버려.
이걸 계속 쓰게 두면 안될거같으니까.
 
아이라 그레텔:-아!
그렇네?!
벨 오빠가 그랬잖아요, 문양이 있으면 개입할 수 있을거라고!
만약에 그 검은 괴물이 그... '검은 남자'가 맞으면요,
이걸 다 쓰게 두면... 분명 뭔가 일어날거잖아요.
 
질리 , 본인만 아는 얘기한다는 듯이 보다가 아이라의 말에 납득합니다.
 
질리:...이걸로 그러니까 뒷 내용 더 못쓰게 하라는거지?
 
아이라 그레텔:그...럴걸요?
 
나이아 , 가볍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질리:이쪽은 이미 다쓰였는데.
 
질리 , 왼쪽다리를 가리킵니다.
 
나이아:그건 어쩔 수 없는거고.
남은 곳이라도 어떻게든 해봐야지.
 
질리:으음...
 
질리 , 일단 왼쪽다리쪽은 바지를 다시 내립니다.
 
아이라 그레텔:아마 여기선 적어봐야 아무 소용 없을테니까...
나가자마자 와바바 다 적어버려요.
 
질리:...노력은 해볼게.
 
질리 , 목을 만지작하며 깃펜을 봤다가 자기 다리를 봅니다.
 
아이라 그레텔:그럼...
내보내드릴테니까, 진짜... 빨리 하셔야해요!
저 오빠 다치는거 진짜진짜지이이인짜 보고 싶지 않으니까 꼭 조심하고요!!
 
질리:조심할거라고 몇번말해?!
 
아이라 그레텔:걱정되니까 그렇죠!!
...오빠도 사라지면 안돼요.
알았어요?
 
질리:안 사라져.
 
아이라 그레텔:약속 했어요-!!
약속 안 지키면 나쁜 어른--!!
 
질리:알았으니까 내보내주기나해!
 
아이라 그레텔:안 그래도 그럴 거에요!
 
아이라 그레텔 , 왁! 소리를 지르고서는... 익숙하게 생긴 청록색 오르골을 꺼내듭니다.
 
 
:아이라가 꺼내든 오르골에서 따듯한 멜로디의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익숙한 음악, 익숙한 분위기에-
슬금, 눈을 감고나면, 어느새 꿈에서 깨어납니다.
 
 
:쏴아아아......
몸이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무겁습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 이곳은 당신이 쓰러졌던 길거리입니다.
정신을 잃었던 그 장소 그대ㄹ....흐갸악!
다리 쪽에서 오싹한 느낌이 확 올라옵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당신의 몸에 볼펜을 대고 글자를 적는 느낌입니다.
 
질리:으악!
 
 
:끔찍해애애애!!
 
질리 , 급하게 깃펜을 들어서 적습니다.
 
 
:으익. 피부에 바로 글씨를 적으니 왠지 간지럽고 기분 나쁩니다.
 
질리:으으음;;;
 
 
:아무튼, 당신이 글자를 적어넣으면, 다리에 글을 쓰던 움직임이 멈칫하는 듯 싶더니...
곧 감각이 완전하게 사라집니다.
이걸로 된...걸까요?
 
질리:.....
 
 
:잘은 모르겠지만, 길거리에서 자기 다리에 글씨를 쓰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조금 어이가 없긴 합니다.
 
질리:...
 
 
:주변에서 무슨 시선 안 느껴지나요?
하하.
 
질리:....
닥쳐.
 
 
:....라고 해도, 진짜로 느껴지는 시선이 하나도 없습니다.
 
질리:...음.
 
질리 , 일단 바지를 걷어 내린 뒤 바닥에 떨어진 우산을 줍습니다.
 
 
:그러고보니, 나이아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산은 떨어져 있는데...
 
질리:어디갔지...?
가게에 갔나?
 
 
:게다가...
비가 오는 길거리에서 왜인지 위화감을 느낍니다.
방금 떨어진 빗방울 말이에요,
......검지 않았나요?
 
질리:....
 
질리 ,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봅니다.
 
질리:....뭐지?
 
 
:발 근처에 모인 물웅덩이, 시선을 가로지르는 물방울, 벽에서 흘러내리는 것들....
모두가 검습니다.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리는 광경을 상상해본 적이 있던가요?
펜으로 그은 것처럼 검은 비가 허공을 죽죽 내리긋습니다.
그 선이 쌓인 바닥은 검은 잉크를 부은 듯 온통 새까맣고, 질척질척합니다.
그 사이로, 묘한 것이 눈에 비치는군요.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건물의 벽이나 옥상, 바닥, 자동차 등등, 길거리 이곳저곳에 검은 실 같은 것이 전신주 줄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음, 어디서 본 것 같은 광경인데요.
... ...
아이라의 사건 때 이런 일이 있지 않았었나요?
그때도 길거리 곳곳에 이런 '실' 같은 것이 걸쳐져 있었더랬죠.
 
질리:...
이건 어디로 향하는거지?
 
질리 ,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이리저리 연결된 검은 선을 따라다니기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어지럽게 만들기나 하는군요.
그리고, 그러던 당신은... 문득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질리:응?
 
 
:분명 진동으로 되어 있는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아 설마 물 먹고 고장났나?
 
질리 , 휴대폰을 봅니다.
 
 
:휴대폰의 화면을 보면, 지지직, 하고 노이즈가 생깁니다.
그러더니 나타난 것은...
어.........
검은색 코트와 중절모...?
 
 
 
:흥겨운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래된 TV처럼 흑백으로 바랜 화면에서 검은색 코트 수십개가 기이한 대열로, 기하학적 연속 반복 변형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마치... 투명인간이 옷을 입은 것처럼, 그저 코트와 중절모만 보입니다.
 
질리:...응?
 
 
:팔을 휘저으며 춤을 추던 코트와 중절모가 화면을 반으로 나눕니다.
그러자, 곧 교묘한 각도의 카메라가 정중앙으로 한 사람을 비춥니다.
빈티지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그는, 깔끔한 트렌치 코트를 차려입은 채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중절모를 들고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중절모로 가려지지 않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가 입을 열자, 들려오는 것은 낯선 기계음입니다.
마치 TTS 같은 소리가 들려오네요.
 
검은 남자:"(가벼운 인사말)!"
"(지구의 언어 번역이 여의치 않음에 양해를 구하는 짧은 사과)."
"(마지막 피날레에 당신을 초대)!"
"(완벽한 '끝'을 위해 나아간다는 멋진 포부를 밝힘)!"
"('모든 것의 시작'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전달)!"
 
 
:그의 대사가 끝나자, 카메라가 움직여 그의 뒤를 비춥니다.
깔끔하게 마련된 공간에 낱낱이 걸린 그림들....
....어라? 예전에 다녀온 전시관 아닌가요?
그런 생각을 할 무렵, 화면은 눈 깜짝할 새에 암전됩니다.
...... 다시 켜지지도 않네요.
 
질리:......
 
질리 , 휴대폰을 이리저리 보다가 그냥 얌전히 집어넣습니다.
 
질리:...검은남자 개새끼...
 
 
:이제... 어쩌죠?
 
질리:...벨버리 가게에 한번 갈까...?
 
질리 , 가방에서 볼로타이를 꺼내 주변 문을 열어봅니다.
 
 
:볼로타이를 사용해도, 왜인지... 가게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 ...
설마 볼로타이도 고장낸거야? 검은 남자?!
어휴, 직접 걸어가야 하는 걸까요...
 
질리:.....
어휴.
하지만 길 외웠으니까!
 
질리 , 그렇게 생각하며 걸어갑니다.
 
 
:이제는 신물이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벨버리 스토어를 찾아갑니다.
 
 
:멀리서 볼 때엔 그냥 불이 꺼져있나 했는데...
비구름 탓에 어두운 가게는, 상태가 이상합니다.
가게의 쇼윈도가 거하게 깨져있고, 반쯤 떨어진 문에는 'close'라는 푯말이 붙어있습니다.
 
질리:...어?
 
질리 , 어쩐지 그때가 생각났는지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아도, 황량한 내부가 보일 뿐입니다.
이렇게 가게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그때' 이후로는 처음이군요.
커운터에서 항상 반겨주던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질리 , 안을 둘러봅니다.
 
 
:가게의 내부는 엉망진창입니다.
깨진 쇼윈도의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가득이고, 물건들에는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습니다.
카운터에는 크게 균열이 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며, 바닥과 천장 곳곳은 검은 그을음이 져 있습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누군가 확연한 악의를 갖고 이곳을 망쳐두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모양새입니다.
유리가 깨진 모습이나 균열, 그을음 등을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의아함만 늘어갑니다.
누가, 대체 왜, 이렇게 가게를 엉망으로 만든걸까요?
 
질리:....
 
 
:그런 엉망인 가게를 둘러보다보면...
잔뜩 망가진 물건들 사이에서 공책과 오렌지 키링을 발견합니다.
먼지가 쌓인 물건들과는 다르게 깨끗하....이이익?!
갑작스럽게 왼팔에 소름끼치는 감각이 찾아듭니다.
 
질리:?!
 
질리 , 감각이 찾아오자 깃펜으로 왼팔에 글을 씁니다.
 
질리:아악...
 
 
:당신의 글자로 검은 글씨를 끊고 내용을 채우자, 글자가 적히는 감각은 이내 멎습니다.
....소름끼쳐!
최악!
 
질리:으윽...
 
질리 , 왼팔을 문지르며 공책을 주워 펼쳐봅니다.
 
 
:누군가가 놓고간 듯 카운터 위에 살포시 올려져있는 공책입니다.
펼쳐보면, 가지런한 글씨체로 쓴 내용이 보입니다.
 
 
질리:요정...?
 
질리 , 오렌지 키링을 집어듭니다.
 
 
:자주보던 그 물건입니다.
오래되어 먼지가 잔뜩 쌓인 물건은,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듯 어두운 한 켠에 놓여져 있습니다.
...가져갈까요?
 
질리:...혹시모르니까.
 
질리 , 가져갑니다.
 
 
:그 물건까지 챙기고나면...
갑작스럽게 뒤에서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또 열립니다.
흐악?!
 
질리 , 그소리에 뒤를 돌아봅니다.
 
 
:들어온 것은 붉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질리:...??
 
???:네 녀석은 뭐지?
 
질리:어...음...
 
???:흥, 이런 곳까지 기어들어온 걸 보면...
 
??? ,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봅니다.
 
질리 ,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질리:그쪽은 누구신데요?
 
???:요망한 것! 감히 그런 걸 묻다니!
 
질리:(어쩌라는건지...)
 
질리 , 어이없다는듯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여기가 너 같은 인간이 올 곳은 아니지만 말이야-
 
??? , 킥킥 웃습니다.
 
???:재미있는 걸 하나 알려주지.
 
질리:...?
 
질리 , 고개를 갸웃입니다.
 
???:'계획'은 중지되었어, 콜로퀴움의 힘이 분산된 탓에 더는 쓸모가 없어졌거든.
 
질리:콜로퀴움...?
 
???:흩어진 힘을 다시 모으면 쓸모를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에까지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벨버리를 만난다면 내 말을 전달해.
물론, 만날 수 있다면의 말이지만.
 
질리:...벨버리요?
 
 
:거기까지 말하고, 이름모를 존재는 당신을 보며 날카롭게 웃더니, 휙하고 사라져버립니다.
....뭐...지?
뭔가 하려고 왔는데, 당신이 선수를 쳐버렸던...걸까요?
 
질리:....
뭐지.
 
 
:그나저나, '만날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 조건이 머릿속에 둥실 떠다닙니다.
여기는 혹시...
당신이 아는 곳이 아닌걸까요?
가령, 벨버리가 없는 시간이라던가?
 
질리:...그럴지도...
그럼 어떻게 찾냐가 문제인데-
 
질리 ,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쪽으로 가봅니다.
 
 
:가게의 한구석, 거칠게 무너진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입니다.
문을 열면, 왜인지 전에 봤던 공간이 펼쳐지지 않고, 두꺼운 벽이 보입니다.
단단하게 막힌 벽 너머로 무언가 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질리: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안쪽에서 작은 대화소리가 들립니다.
내용을 분별해내긴 힘들지만, 익숙한 목소리라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나이아의 목소리에요.
 
질리:...?
나이아?
 
질리 , 벽에 가까이 붙은채 말을 꺼내봅니다.
 
 
:......
순식간에 목소리가 잦아들고, 정적이 찾아듭니다.
그 사이로, 나즈막한 목소리가 다가옵니다.
 
나이아:......방금 뭐야?
 
질리:뭐, 뭐가??
 
 
:또 한차례 침묵이 감돌더니...
목소리가 한 번에 여럿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아이라 그레텔:질리 오빠?!?!
오빠 지금 어디에요??? 왜 거기서 목소리가 들려요?!
 
나이아:어디서 뭐 하고 있어, 상황은 어때? 괜찮아?
 
질리:응? 너희야 말로 어디있는건데?
 
사무엘 그리예드:잠깐, 둘 다 진정하고-...
 
아이라 그레텔:진정하게 생겼어요?!
 
나이아:벨버리네 가게에 와 있어.
꿈에서 나오고 보니까 네가 없어져서,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거든.
 
질리:나도 꿈에서 나오니까 안보이길래 가게로 갔는데...
가게가 난장판이여서 살펴보다가
 
아이라 그레텔:네?!?!
 
질리:...그래서- 가게 안쪽 문 열었더니 벽이 있었는데,
거기서 너희 목소리가 들리고있었어.
 
나이아:벽이라.... 치워지지는 않고?
 
질리:.........
 
질리 , 일단 한번 힘으로 밀어봅니다.
 
 
:... ...
절대 무리입니다.
 
질리:...
...그냥 차라리 약하다고해, 이씨...
...안 치워져-
 
나이아:왠지 그럴 것 같긴 했어.
 
질리:...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아이라 그레텔:아무튼 다친 곳은 없는거죠??
 
질리:딱히...?
왼팔에도 글씨가 생긴거 빼면...
 
나이아:글씨?
잘 막았어? 괜찮은거 맞아?
 
질리:잘 막았어. 아무일도 없어-.
 
 
:세 사람이 벽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대화하다보면, 잠시- 라는 벨버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긋한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벨버리:...상황을 듣고 보니...... 아무래도... 검은 남자의 힘에 휘말리신 모양이에요.
어쩌면...... 거긴 그가 이야기를 고쳐쓴 세계일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일종의 평행세계....
 
질리:....아- 그래서 가게가...
 
벨버리:...다르게 말하면... 검은 남자의 본진이라는 소리에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도 잘 안가는.
 
질리:...
...그러고보니 검은 남자가 모든것이 시작된 곳으로 오라고...하긴했어요.
아마...전시회장으로 오라는 것 같은데.
 
벨버리:......함정일 수도 있어요.
 
사무엘 그리예드:벨버리, 이럴 시간에 질리씨를 다시 불러오거나, 우리가 그쪽으로 갈 방법을 찾아보는게 낫지 않아?
 
아이라 그레텔:어, 저, 저도 그거 도울게요!
벨 오빠, 저 뭐부터 하면 돼요? 책부터 꺼내올까요?
 
질리:아이라, 너 신난것 같다?
 
아이라 그레텔:아니거든요?!
지금 오빠가 위험에 처했는데 신나게 생겼어요?
 
질리:흐으음...
...아, 그리고-
벨버리.
어떤 붉은 머리 여성분이 오셔서 말을 전해달라는데...
콜로...퀴움?의 힘이 분산되어서 계획은 중지되었다고 전해달라는데...뭔지 아시나요?
 
 
:... ...
잠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습니다.
나즈막하게, 아이라가 벨버리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한 번 들립니다.
살짝... 겁먹은 목소리인데.
침묵은 잠시간 더 이어지다가, 벨버리의 느릿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깨집니다.
 
벨버리:...그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에요...
콜로퀴움... '검은 남자'의 힘은... 그 작가 분과, 질리씨, 나이아씨... 이 세 사람에게 분산되어 있을거에요.
......그쪽으로 나이아씨를 보낼게요.
작가 분.... ...샐리씨를 찾아주세요.
세 사람의 힘을 합칠 수 있다면......검은 남자의 힘을... 역 이용할 수 있을거에요.
 
질리:...그럼 일단...전시회장으로 한번 가볼게요.
 
벨버리:...조심하세요.
 
나이아:금방 방법 찾아갈테니까, 안전하게 있어야 해.
너 다치면 걔도 못 구하는거라고 생각해. 알았어?
 
질리:안 다치게 조심할거야.
나도 다치기 싫어.
 
사무엘 그리예드:-아, 질리씨, 그쪽에도 혹시 그 키링이 있나요?
 
질리:어-...아까 여기서 줍기는 했어요.
 
벨버리:......그쪽으로 연락을 드릴게요.
...잘 갖고 다녀주세요, 잃어버리면... 연락이 힘드니까요.
 
질리:네, 잘 가지고다닐게요.
 
질리 , 그러고 가겠다는 말과 함께 가게를 나옵니다.
 
 
:가게를 나와, 당신은...
모든 것이 시작된 곳, 전시회장을 향해 걸어갑니다.
 
 
:검은 도로, 검은 건물, 검은 나무들 사이로 당신은 걸어나갑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는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
당신이 아는 세계와는 무언가 많이 다릅니다.
어쩌면, 본질부터.
 
질리:...온통 검정색이네...
 
 
:이러다가 사람들도 온통 검은색이 되어서 나타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할 때 즈음...
익숙한 얼굴이 도로 저편에서부터 걸어옵니다.
...에이나...와 테오군요.
 
질리:.........
(....진짜 다른세계구나.)
(여기서는 둘다 있네...?)
 
 
:심지어 병에 넣어다니지도 않습니다.
 
질리:(뭐?)
 
 
:애초에, 당신처럼 원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변이 좀 어둡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 수준입니다.
 
질리:(으으음....)
 
 
:에이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 쪽으로 시선을 잠시 굴렸다가, 옆으로 스치듯 지나갑니다.
윽, 좀 힘이 빠지는 기분.
 
질리:(으으음.......;;;)
 
질리 , 피합니다.
 
 
:확실히 이곳이 평행세계긴 한가 봅니다.
예상 못한 상황도 마주하고.
계속 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또 익숙한 얼굴이 하나 지나갑니다.
이쯤되면 일부러 보여주려고 유도하는 기분이...
이번엔... 사무엘의 여동생, 로라 그리예드입니다.
...만, 당신이 아는 로라와 역시 다릅니다.
 
 
:휠체어가 아닌 두 다리로 자유롭게 걸으며, 학교 친구들과 살갑게 떠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아주 일상적으로 지나갔을 것 같은, 그런 풍경이네요.
 
질리:(음...여기서는 잘 걸어다니네...)
 
 
:그렇게 크고 작은 변화들을 눈에 담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전시회장에 도달하게 됩니다.
 
 
 
:차갑게 식은 실내에 들어서면, 내부는 무서울 정도로 적막합니다.
이상할 정도로 황량하고요.
전시 제목도, 작품도 몇 점 보이지 않습니다.
드넓은 공간이 허무할 정도로 텅 비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널찍한 공간을 여유롭게 꾸미듯 간간히 벽에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전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입니다.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 존재하는 검은 모자와 코트를 입은 남자의 모습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평소라면 그림일 뿐이라고 그냥 지나갔을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보니 왠지 굉장히 악질적으로 느껴집니다.
이것들은 다 검은 남자가 걸어둔걸까요?
 
질리:...그럴지도?
 
 
:당신이 전시관을 둘러보며 걷다보면, 곧 전시관 내부에 치지직,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깜짝 놀랄만큼 갑작스럽고 큰 소음에 얼굴을 찌푸리면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그 틈바구니 속으로 웬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낯선 TTS......
젠장, 검은 남자네요.
 
검은 남자:"(모든 주역은 이곳에 모였다)!"
"(이제 사냥꾼을 풀어 둘 시간)."
 
 
:의미를 모르겠는 말이 끝나자, 갑작스럽게 전시관 내부가 한 차례 크게 떨립니다.
짧은 지진처럼 건물이 떨리고 나면, 곧 벽에 걸려있던 그림들에서 검은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거센 계곡처럼, 상당한 양의 검은 물이 바닥을 적시기 시작합니다.
 
질리:??!!
 
질리 , 그걸 보고는 당황한듯 주위를 둘러봅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밖으로 향하는 통로가 검은 무언가에 막혀있습니다.
...여기 갇힌 것 같군요.
 
질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다면, 이곳이 이 검은 물로 꽉 차는 건 시간문제일텐데...
만약 물이 가득 차버리면, 당신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질리:....
쓰읍...이게 맞나...?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그렇게 고뇌에 빠지려는 순간!
지직- 하는 소리가 당신의 주변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질리:?!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나이아:질리, 내 말 들려? 지금 어디야? 괜찮아?
 
질리:어,응? 나이아?
 
질리 , 소리의 근원지를 찾다가 키링을 꺼내듭니다. 이거다!
 
 
:당신이 키링을 꺼내들면, 키링 너머에서 우당탕! 쿠당! 우아악! 하는 소리 따위가 은은하게 들립니다.
뭘 하고 있는거야...?!
 
질리:뭐야? 뭘하고있는거야?
 
나이아:그쪽으로 가려고 뭘 좀 하고 있어.
다른 준비는 다 했는데... 네가 해줘야 하는 일이 하나 있거든?
 
질리:뭔데? 지금 어려운건 잘 못할것 같은데...
 
나이아:혹시라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들어.
가능한 한 크게, 그리고 오래, 노래를 좀 불러줘.
 
질리:.......
누가 그렇게 하래?
 
나이아:벨버리랑 아이라.
 
질리:......
 
나이아:어쩔 수 없어, 통로를 헤맬 때 가장 좋은 길잡이가 노래래.
 
질리:.......
참 마법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이아:원래 그런 법이지.
 
질리:(한숨)...그.....일단 해볼게.
 
나이아:좀 부탁할게, 괜히 시간 안 끌리게.
 
질리:알았어-...
 
질리:아... 노래...
 
질리 , 일단 부르라니 생각하는 노래중 제일 긴 노래를 부릅니다.
 
 
:아무거나 생각나는 노래를 입 밖으로 꺼내고 있으면, 검은 물이 찰랑거리며 당신을 덮쳐옵니다.
으악!
검은 물은 바닥을 채우는 것으로 모자라서 당신을 이 자리에 묶어두려는 듯 사방에서 몰아칩니다.
벽면을 맞고 튀기고, 파도치며 흐트러지고-
무엇이 되었든, 이대로 이 안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찾아야 할 사람을 아직까지 못 찾았으니까요.
 
 
:'주역이 전부 모였다'는 검은 남자의 말을 생각하면,
UNUS 역시 이곳 어딘가에 있을겁니다.
 
질리 , 일단 샐리와 다른 사람들과 동행하기 위해 이동합니다.(2)
 
 
:아직 움직임에 큰 제약은 없으니, 물을 짓밟으며 전시회장 내부를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인기척은 무언가 없는지,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는지 두리번 거리며 달리던 도중, 당신은 문이 열린 한 방을 발견합니다.
안쪽에 CCTV 화면이 가득한 것을 보니 경비실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왠지 장소가 좀 익숙한 것 같기도...
 
질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여기...
바지의 원산지입니다.
 
질리:...
아오.
 
질리 , 바지는 신경끄고 CCTV를 확인합니다.
 
질리:
교육
기준치: 80/40/16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CCTV를 이용하면 뭐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싸아-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실 안으로 물이 튀겨 들어오며, 당신의 집중력을 흐트려 놓습니다.
초조한 마음에 조작도 제대로 못하겠고요.
이럴 시간에 그냥 뛰는게 낫겠어요!
 
질리:으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갑자기 당신의 배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감각이 드ㄴ흐아아ㅏ가악!!!
 
질리:아악!
 
질리 , 깃펜으로 급하게 씁니다.
 
질리:....
 
질리 , 일단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물만 아니였으면!(5)
 
 
:흔들리는 물살에 가끔 밀리기도 하며, 전시회장을 돌아다닙니다.
도대체 그 몸으로 어딜 그렇게 도망친건지, UNUS는 털끝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전시회장을 채우기 시작하는 검은 물이, 물리 법칙을 무시하듯 당신의 눈 앞에서 불쑥 솟아오릅니다.
허공에 떠 있는 검은 모자와 코트, 그리고 우산...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속 남자가 현실로 튀어나온 느낌입니다.
 
 
:하나, 둘, 튀어나온 검은 그림자는, 모두가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당신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당신에게 달려듭니다아아악?!?!
 
질리:??!!!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을 향해 달려든 검은 그림자는, 일제히 당신의 앞을 막아서고, 당신을 향해 손을 내뻗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콱, 팔을 붙잡히는 순간, 온 몸이 물에 쫄딱 젖은 것 마냥 무겁고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으익?!
 
질리:아니...!!
다 어디있는거야?!
검은 남자빼고 아무나 괜찮으니까 좀 나와보라고!!
 
질리 , 그렇게 말하며 다시 이동합니다. (1)
 
 
:다급한 소리로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달려나가다보면, 키링에서 지직, 하는 소리가 또 한 번 들립니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이아:질리, 지금 어디야? 내 말 들리긴 해?
 
질리:여기가 어디지?? 넌 어디인데??
 
나이아:일단 전시회장으로 넘어왔어, ...나는.
다른 녀석들도 같이 오려고 했는데, 왜인지 문이 닫혀버려서- 우리가 여기서 알아서 해야할 것 같아.
 
질리:...
이일단...만나야할것 같아.
 
나이아:...정확히 어디인지는 파악 안되는거지?
 
질리:...알면 좋겠는데, 물 차오르고 몸에 글자 생기고 해서 정신없어서... 정확한 위치를 모르겠어...
 
나이아:-그럼 일단 어디로든 움직여, 그 녀석한테 잡히지 말고.
어떻게든 찾아갈테니까.
 
질리 , 그말에 대답한뒤 이동합니다.
 
 
:급하게 전시관 내부를 누비다보면, 당신은...
복도 한 가운에데 검은 모자 하나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만히 공중에 떠 있는 광경이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질리:....
 
 
:그때, 오래된 라디오 방송처럼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검은 남자:"오랜만이라는 인사를 나눌 시간조차 없이,"
"오, 그대여. 내게서 멀어지겠군요."
 
 
:분명 가만히 있었던 모자가, 마치 90도 인사를 하듯 허공에서 앞으로 숙여집니다.
그러자, 발에 깔린 검은 물에 파동이 일어납니다.
다음 순간, 그 물로부터 '손'이 빠져나옵니다.
마치 투명인간에게 검은 물을 묻혀 그 실체를 파악하는 것처럼, 검은 물의 파동의 끝으로부터 빠져나온 '손'에서 꿋, 하고 검은 물이 흘러내립니다.
그 손은 모자의 바로 아래,
아마 얼굴이 있을 곳으로 향해... 느릿하게 가로로 허공을 훑습니다.
 
 
:그러자 나타나는 것은, 얼굴입니다.
얼굴, 정확히는, 웃음.
물감을 바르듯 검은 잉크가 묻은 부분에 찢어진 듯한 웃음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질리: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2
(
2
)
 
=
2
 
검은 남자:"불타는 태양을 찔러 무너트린 그 창처럼."
"이제 우리는 전쟁의 끝을 향해 나아갑니다."
"부르튼 발을 짚고, 흔날리는 허상 속으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존재, 그러니까....
아, 그래. '검은 남자'는 손을 휘젓습니다.
마치 지휘를 하듯 손을 흔들고는, 당신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2미터를 훌쩍 넘는 이질적인 존재가, 물을 찰박거리며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질리:... 아, 제발! 내가 먼저 찾아야하는데!!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려 뛰어나가려는 순간,
당신의 오른팔에서 아릿한 고통과 함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감각이 찾아듭니다.
 
질리:아악!!
 
질리 , 깃펜으로 오른팔에 씁니다.
 
질리:...이러다가 몸 전체가 글씨도 도배되겠네...
 
질리 ,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잠시 방황하다가 일단 달리기로합니다. (4)
 
 
:드넓은 전시장을 뛰어다니던 그때-
 
질리: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46672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실패
-2: 실패
 
 
:한쪽 구석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둘 들려옵니다.
 
질리 , 그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설마, 늦은 건 아니겠지?
그런 마음으로 휙 고개를 돌리면...
공격해오는 검은 형상들을 피해 뛰고 있는 UNUS와 나이아의 모습이 보입니다.
 
질리 , 그걸 보고는 누가봐도 기뻐하는 표정으로 그쪽으로 달려갑니다.
 
 
:......잠깐.
근데...
UNUS가 뛰고 있다니요?
당신이 알기로는, 그는 다리를 쓸 수 없을텐데?
순간 이유모를 섬찟함이 뒷덜미를 스칩니다.
-하지만 당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겠죠.
 
 
:두 사람의 뒤로 쫓아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일겁니다!
 
질리:
손도끼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질리 , 기뻐하는 거랑 별개로 일단 처리하기위해 손도끼를 꺼내서 그림자를 향해 휘두릅니다.
 
 
:파악- 물과 금속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그림자는 그대로 액화되어 바닥의 물과 합쳐져버립니다.
그렇게, 당신이 등장하자, UNUS는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나이아는 곧장 당신에게 달려와 상태를 확인합니다.
 
나이아:다친 데 없어? 괜찮아?
 
질리 , 다시 도끼를 집어넣으며 나이아의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이아 ,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UNUS:너희...
 
UNUS , 작게 한숨을 쉽니다.
 
UNUS:전해 듣긴 했다지만 너도 진짜 말려들었을 줄이야...
 
질리:나도 내가 말려들줄은...
 
UNUS:...미안, 괜히 나때문에 또 이런 일에 휘말리고.
 
나이아:알면 됐어.
 
질리:....
 
질리 , 굳이 딴지는 걸지 않습니다. 고생한건 맞아서...
 
질리:....아. 진짜...무서워서 죽을뻔했네...
 
나이아 , 그 말을 듣고 잠시 바라보다가, 살짝 손을 얽어옵니다.
 
질리:.......
 
UNUS:...늦었으면 죽었을지도...
 
질리 , 그냥 얌전히 손 잡는 것을 둡니다.
 
UNUS:아무튼, 정말 미안해.
이번엔... 정말 내 의도가 아니었어.
 
질리:........이제 됐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피하는 UNUS의 몸이, 유독 검게 보입니다.
...가 아니라, 진짜 검은색입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검은 글씨가 온 몸에 가득해요.
당신이야 글을 써서 막을 수 있다는 걸 알았었지만-
UNUS는 그 사실을 몰랐던 듯, 몇 부분을 제하면 온통 검은색입니다.
 
질리:너 몸에...
아니, 그보다 다리.
 
UNUS:......
오늘은 '약속의 날'이니까.
나는 그의 바람대로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킨거지.
 
질리:으음....;;
 
나이아:쓸데없는 부분에서 꼼꼼해요, 하여튼.
 
질리:그건 본인도...
 
나이아:응?
^^?
 
질리:아니야.
 
질리 , 고개를 돌립니다.
 
질리:...그러고보니...
너희 만나기전에 검은 남자를 봤는데...
 
나이아:-뭐?
 
UNUS:그를 만났다고?
너 멀쩡한거 맞아?
 
질리:...글씨빼면 아무짓도 안하고 가버렸어.
 
UNUS:그가... 그럴 존재는 아닌데...?
 
질리:...아마 너 찾으려던게 아닐까?
일단 약속한건 너고... 이번에는 너한테 뭔가 하려던걸지도...
 
UNUS:...아냐, 그럴리가,
나만 노리는 거였다면 너희가 여기 오게 그냥 뒀을 이유가-
 
 
:UNUS가 채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세 사람의 발 밑에서 무언가 꿀렁거리며 솟아오르기 시작합니다.
으악?!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리고 나면, 꿀럭이던 검은 물은 주변의 다른 물들을 꿀럭꿀럭 뭉치며 점점 더 커져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세 사람을 강한 힘으로 밀쳐내며, 그 크기를 순식간에 키웁니다.
...전시회의 천장에 닿을 듯한 덩치라니,
 
 
:여태보아온 것중 가장... 차원이 다른 크기에요!
잘못하고 찌부, 당하면 짜부, 하고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위협이 들 정도로!
 
질리: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 나오냐?!
 
 
:그치만요!
 
질리:뭘 그치만이야!
 
 
:아무튼, 그 괴물에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전시관이 꽈릉, 하는 굉음을 내며 강하게 진동합니다.
그 바람에 서있던 사람들은 전부 바닥을 짚으며 넘어지고, 주변에서 하나둘 다가오던 검은 형상들이 전부 부서져 흩어집니다.
...전시관이 무너지고 있어요!
거대한 파편이 떨어지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던 그때,
치지직,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는 지긋지긋하기까지 한 TTS, 검은 남자입니다.
 
검은 남자:"(모든 주역은 이곳에 모였다)!"
"(이제 사냥꾼을 풀어 둘 시간)."
 
 
:당신은 이것이, 검은 남자의 마지막 발버둥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문양이 전부 모이면... 저 자를 능가할 수 있댔던가요?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검은 남자가 셋을 이렇게나 뗴어놓으려 하는 것이겠죠.
힘내서 합류합시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는거에요!
 
 
:전시관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검은 물은 움직임을 방해합니다.
붕괴하는 전시관의 천장은 거대한 파편 더미를 내뱉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합류를 하려면...
힘 좀 써야겠는걸요.
 
질리:...
....
 
질리 , 본인의 약한 힘을 책망합니다.
 
질리 , 일단 시도라도 해야지- 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질리:
근력
기준치: 37/18/7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강하게 휘몰아치는 파도를 헤치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대로 물이 더 차오르면... 어떻게 될지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제발, 너무 늦지만 말아라.
그런 마음가짐을 한 채, 세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중앙으로 온 힘을 다해 걸음을 옮깁니다.
 
 
:살짝 거대 형상의 옆으로 시선을 굴려보면, 나이아와 UNUS 역시 합류를 해야한다는 판단을 해낸 것인지, 거대 형상이 있는 중앙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변으로 천장의 파편이 떨어져내리고, 물살이 강하게 밀려들지만-
버거워 하는 듯 보이면서도 쓰러지지는 않습니다.
거대 형상은 지지직, 하는 소리를 내며 천장을 부수고, 물을 휩쓸어 파도를 만들어댑니다.
 
질리 , 잘 앞으로 가고있다! 좀 만 더 가면 된다! 생각하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질리:
근력
기준치: 37/18/7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찬 물길을 거슬러, 당신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무릎이 꺾일 것 같고, 바로 옆으로 떨어져내리는 파편들이 섬찟한 감각을 일깨우지만-
그것들에 신경이 팔릴 수는 없습니다.
거대 형상의 발버둥을 피해, 세 사람은 한 발씩 점차 가까워지다가-
물살 탓에 온 몸이 젖고, 검은 자국이 온 몸에 남아 엉망진창이지만, 그럼에도,
끝내 손을 맞붙잡습니다.
 
 
:강하게 붙잡은 손들을 중심으로 문양이 모입니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강한 빛이 넘쳐흐르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형상에게서 괴성이 내질러지고, 귀가 먹먹해지고, 눈을 질끈 감습니다.
그러자, 천천히 주변의 소리가 멎어가고, 그리고...
 
검은 남자:"우리는 죽음에 대한 다양한 소망을 갖지."
"남기고 간 것에 대한 정리."
"타인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 건네는 농담."
"이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누구도 잊을 수 없도록 꾸민 마지막 장식."
"우리는, 그 무엇도 소망할 수 있다."
 
 
:새하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검은 코트, 검은 중절모, 검은 장갑을 쓴 채 검은 우산을 든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그 앞에는 당신이 서 있군요.
분명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닌데, 절묘하게 얼굴을 가린 그 남자의 말이 당신에게 전해집니다.
 
검은 남자:"네가 또 내 눈앞에 나타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나보지?"
"결말에 악착같이 들러붙는 것을 보니 말이야."
 
질리:...주인공이 되고싶은 것 보다는...
...모두가 살아남은 결말이 보고싶었을 뿐이야.
 
검은 남자:"그게 주인공의 소양이지."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선의를 따라가는 마음."
"한때는 나도 그렇게 해석된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조금은 부러운걸."
 
질리:...너가?
그건 좀 신기하네...
...그리고 주인공의 소양인지 그런거 지겨우니까 그만해.
인생은 소설이 아니야. 맘에 안든다고 바꿀 수도 없고 누가 정해준 결말도 없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검은남자는 한명으로 충분하니까...
 
검은 남자:"하하하."
"네 말이 맞아. 삶은 소설이 아니지."
"하지만, 인생은 때로 소설보다도 더한 감동을 주곤 하잖아?"
"그런 점이, 내가 인생을 소설로 비유하게 한 점일지도 모르지."
"해석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겠지만."
"—이번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지."
 
질리:처음부터 그랬으면 좀 좋아...
 
검은 남자:"처음부터라."
"하하하, 어쩌면, 처음 네가 이야기에 끼어든 순간부터..."
"네가 꽤 마음에 들었던걸지도 모르겠네."
 
질리:........
 
질리 , 그 말에 고개를 갸웃입니다.
 
질리:...왜 검은남자라는 놈들은 다 이렇게 말하는거지?
 
검은 남자:"글쎄, 어쩌면 그와 내가 다소 닮아있는건지도."
 
질리:그래, 많이 닮긴했지. 사람 긁는거라던지, 일 저지르는거라던지...
시꺼멓게 하고다닌다던지...
잘못하면 동일인이라고 착각할정도로 닮았어...
 
검은 남자:"동일인일지, 아닐지, 그것을 해석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은 아니지."
"하지만, 적어도, 그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말이야."
"적어도 내게는 목적보다는 숭고한 소망만이 있었다는 점이겠지."
 
질리:...음, 그건 맞지. 걔는 즐거움이라는 목적이 있는거니까.
어쨌든, 그렇게 맘에 들면 그 사람 말 좀 들어줄래? 이제는 안오면 좋겠는데.
 
검은 남자:"그래야지. 토끼를 놓친 사냥꾼은 그날 저녁을 굶는 것이 원칙이니까."
 
 
:길지는 않았던 대화가 끝나갑니다.
검은 남자는 우산을 빙글 돌리더니, 한숨 섞인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합니다.
 
검은 남자:"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었는데."
 
 
:그 즈음, 당신의 곁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색색깔의 알록달록한 풍선들입니다.
분홍색, 노란색, 연두색, 하늘색의 귀여운 풍선들이 하나둘씩 위로, 하늘로 올라가고,
새하얗던 풍경은 점차 색으로, 선으로, 그림으로 물들어갑니다.
 
 
:이야기는 작가가 원할 때 끝이 납니다.
하지만, 생명은 다릅니다.
당신의 말마따나, 인생은 소설이 아니니까요.
생명은 누군가 원한다고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분명 끝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끝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끝은 만드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것은, 그저 언젠간 나타나는 것일 뿐.
자아, 이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한 번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어보았으니, 두 번이라면 더 잘할 수 있겠죠.
이번엔,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질리, 당신은... 이 이야기에 어떤 결말을 적어주고 싶나요?
 
질리:으음...;;
딱히 이거다 싶은 결말은 생각 안나는데?
그냥... 샐리가 살았으니 됐지 싶고?
이렇게 됐으니 그냥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될것 같아.
 
 
:그것만으로 만족하시나요?
 
질리:음...샐리 손가락이 다시 돌아오면 좋긴하겠네.
아, 그리고 다리도.
이거면...된것 같은데?
 
 
:차곡차곡 쌓인 글자들은 하나하나 빛을 내며 위로 올라갑니다.
그에, 검은 남자의 몸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는군요.
머리 위에 얹혀졌을 모자가, 상체에 걸쳐졌을 코트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손에 꼈을 장갑이, 신고 있었을 구두가 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이윽고, 그가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질 즈음,
어디선가 나타난 UNUS- 샐리 브뤼셀이 웃습니다.
 
샐리 브뤼셀:...덕분에 오랜만에 걸었어요.
오랜만에 죽고 싶었고.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를 갖잖아요.
그래서 당신의 손으로 나를 직접 죽이지 않은거죠?
그건 당신 취향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아까우니까.
 
샐리 브뤼셀 , 검은 잔해들을 바라보며 읊조리다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샐리 브뤼셀:도와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살았어,
다시 걸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있겠지.
정말 고마워, 진심으로.
 
질리:...그렇게까지 말할거는 아니지만.
뭐, 괜찮아.
이제는 좀 더 행복한 글 쓸 수 있겠네.
 
샐리 브뤼셀:그래, 이젠 누군가 죽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 행복한 이야기를 써야지.
 
 
:그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막을 내립니다.
흔적조차 없어진 이야기는 점차 잊혀져 갈 것이 분명합니다.
모든 극은, 작가의 바람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니.
수고하셨습니다.
 
시나리오 클리어!
 
완벽한 엔딩 | SAN +2d5
 
찾아낸 마침표 | 당신이 바랐을 결말
 
 
 
:......
누군가가 움직입니다.
뿌연 인영의 흔들리는 손을 따라, 현악기의 연주 소리가 어슴푸레하게 울려퍼집니다.
허공에 선을 긋는 지휘봉의 높낮이에 음률이 춤을 춥니다.
끔찍하게도 졸리군요.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웅장한 소리는 귓가를 웅웅 울립니다.
 
 
:무대 위에서 지휘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얼굴의 반절을 가린 안대 옆으로 비취색 눈이 빛나며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그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야가 닦지 않은 카메라처럼 뿌옇습니다.
마치...
그래,
마치 잔뜩 울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관객석에는 누군가가 앉아있습니다.
후광처럼 밝은 빛이 뒤에서 쏟아져나와, 누구인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질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희끄무레하게 번져가는 동안, 그가 입을 엽니다.
무어라 하는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닌걸까요?
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일까요?
단 한 개의 조명이 당신을 비춥니다.
당신은 이윽고 기절하듯, 잠에 빠져듭니다...
 
에필로그 | 어떤 이야기의 서막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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