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지평선
[COC 플레이로그] 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SF 마키나 본문
시나리오 링크(인포): https://team-laputa.tistory.com/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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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안전지대 탈환 작전으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간 잘 지냈나요?
네오 샤프슈체:(잘? 지냈나?)
김예아:쉬는 날 없이, 일의 연속이였지.
네오 샤프슈체:사-람을 이렇게 굴려먹어도 되는거냐,
김예아:아무튼 규정해라-
네오 샤프슈체:이래저래 규탄한다-
김예아:이게 정의의 AOC냐-
:예아와 네오는 안전지대 탈환 작전이후로도 계속해서 AOC의 최강의 인류와 최강의 크리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이딴게.. 회사?)
:하지만 이유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는것 같네요.
네오 샤프슈체:원래 같으면 퇴사니 뭐니 하겠는데, 그럴 처지도 아니고, 참.
네오 샤프슈체 , 투덜거리면서도 전투시작합니다.
네오 샤프슈체:
김예아:???
네오 샤프슈체:?
김예아:(미친)
:이정도의 양은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네오 샤프슈체:(헤에)
:낡은 경첩이 흔들리는, 불길한 소리만 잿빛 하늘을 긁어댑니다.
네오 샤프슈체:웬일로 저것들 도망 안가네?
김예아:뭔가 이상하다? 보통 이때즈음이면 다 도망갈텐데.
네오 샤프슈체:그러니까.
:예아와 네오가 그렇게 이상함을 감지한 순간,
네오 샤프슈체:(아 헐)
:네오와 예아가 분명히 핵을 파괴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체를 되찾은 것들은 아까와 똑같이 날카롭고 흉흉한 금속 테두리를 빛내고있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김예아:
:핵을 파괴하면 크리쳐는 사망한다.
네오 샤프슈체:실력 문제는 아닐텐데.
네오 샤프슈체 , 합리적인 의심을 던져봅니다.
김예아:그럴지도.
네오 샤프슈체:어쩐지 두 번 부숴도 살아날 것 같은데.
네오 샤프슈체 , 슬 눈치 줍니다. 그냥 냅다 쨀까?
김예아 , 같이 눈치 줍니다. 째면 우리 얄짤없다?
네오 샤프슈체:아.
:분명히 핵을 파괴했을겁니다. 하지만, 만약이란게 존재하잖아요? 빗맞췄을 수도 있고, 아니면 핵이 아니라 다른 곳일 수도 있고 말이에요.
네오 샤프슈체 , 별 다른 방법도 없으니 재차 사격합니다. 좀 죽어라 지긋지긋한 것들아.
네오 샤프슈체:
:탄환은 확실히 크리쳐의 핵에 직격합니다.
네오 샤프슈체:
:핵의 생김새가 어딘가 이상합니다. 여태 네오가 알던 것과 달리 긴 바늘과 둥근 태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꼭......
네오 샤프슈체:(시계?)
:일전의 핵을 하나의 구로 이루어져 있어 바로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네오 샤프슈체 , 뭔가 특이한? 시계? 같은 것을 가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툭 말을 꺼냅니다.
네오 샤프슈체:저거, 익히 보던 핵이랑은 좀 다른데,
김예아:
김예아 , 그것을 듣고 따라 핵을 바라보았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말합니다.
김예아:그러면 좀 다르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네오 샤프슈체:부품을 싹 다 분리하면 될지도 모른다?
김예아:응!
네오 샤프슈체:하나하나 분리 할 새는 없으니까 그냥 얌전히 부품이 아작나주길 바라고 싶긴 한데.
네오 샤프슈체 , 작게 한숨쉽니다.
김예아:뭐, 일단 해봐야지?
네오 샤프슈체:그래, 밑져야 본전이니까.
:재생까지는 기껏해야 3분 남짓이 소요됩니다.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김예아:네오!
:째깍,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네오 샤프슈체 , 뭔가 묘한 기시감에 의문을 표하며 눈을 굴려 주변을 둘러봅니다.
:온통 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 한 그루는 커녕 시야를 들고, 들어도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전부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네오 샤프슈체 ,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뭐야 여기 어디야.
네오 샤프슈체 , 일어나고 보니까... 옷도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대강 살펴봅니다.
네오 샤프슈체:(이 옷은 또 뭔데.)
:여태 입고 있던 군복은 어쩌고 이런 차림인지 모르겠습니다. 낡은 스웨터와 패팅. 어쩐지 낯익은 복장이기도 한데...... 날이 춥네요.
네오 샤프슈체:
:귀는 먹먹하고 심장은 쿵쿵 뛰는 데다 머리는 조금 어지럽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와. 최악.
:왜 추위를 느끼는 걸까요? 고통은 왜 이렇게 날카로운 걸까요?
네오 샤프슈체:... (내가 살짝 돌아있는건가)
:이상함을 느껴도 딱히 짐작 가는 구석은 없습니다. 음, 일단 예아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네오 샤프슈체: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다보면 저 아래에 얼어붙은 호수가 보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다가 터덜터덜 내려가봅니다.
:얼어붙은 호수까지 내려가는 동안 세상은 고요하고 희디흽니다.
:아, 그래도 건너편 저 멀리 검은 숲이 펼쳐져있습니다.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낯익은 기침 소리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
:뒤를 돌아 내려오던 반대방향으로 둥글게 솟은 눈무덤이 있습니다 딱 사람 하나가 묻힐 정도의 크기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 혹시나? 싶어서 조금 걸음을 서둘러 눈무덤으로 향합니다.
네오 샤프슈체:설마 진짜 사람이 묻혀있겠냐..
:눈무덤으로 향해 그것을 헤집으면 그 안에 쓰러진 것은 뺨이 차갑게 얼어버린 예아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예아지만 예아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앳된 얼굴, 짧지만은 않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익숙한 군복.
네오 샤프슈체 , 잠깐 황당해하다가도 눈을 파낸 뒤 꺼내줍니다.
네오 샤프슈체:야, 잠 그만 자고 일어나봐.
:얼마나 오랫동안 이 눈 속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걸까요?
네오 샤프슈체:...-
네오 샤프슈체 , 나도 춥긴 한데, 얘는 좀 심각해보이니까... 급한대로 외투라도 벗어서 얹어줍니다.
네오 샤프슈체:근처에 보이는 것도 숲 말곤 없던데...
네오 샤프슈체 , 우선은 무기부터 체크를 합니다. 상태가 별로면 버리고 갈 심산입니다.
:현직 군인인 네오는 그것을 보는 순간 직감합니다. 이건 현재 보급되는 무기가 아닙니다.
네오 샤프슈체:...-?
:몸체에 쓰인 모델 넘버는 A-O19-C1015... 약 4년전에 싸용하던 구형힙니다.
네오 샤프슈체:(뭔데 이거)
:앳된 얼굴의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조금 전과는 다르고, 무기의 연식은 분명히 4년 전의 것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4년 전 일이기에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습미다만, 그래도 어떻게 잊겠어요. 예아와의 첫 만남이기도 할뿐더러 뼈에 사무치는 추위였는 걸요.
네오 샤프슈체:(진짜 얼어 죽을 것 같긴 했었지.)
:이곳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커다란 동굴이 있습니다. 겨울에 먹을거리가 모자라 사냥을 나오게 되면 사용하던 쉼터이기도 했었죠.
:얼음송곳 같은 눈밭이 흩날리고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네오 샤프슈체 , 잠깐 고민하나 싶다가, 예아를 업어듭니다.
네오 샤프슈체: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얼어죽게 할 수는 없지.
네오 샤프슈체 , 안 들릴 건 알지만 괜히 중얼거리며, 동굴을 향해 갑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피부가 갈라지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기억을 따라 걸어도 동굴은 나오지 않습니다. 분명 얼마 걷지 않았던 것 같은데, 추억의 미화일까요?
:모포, 난로와 비상식량따위가 눈에 띕니다.
네오 샤프슈체 , 모포의 상태를 먼저 체크합니다. 아직 쓸만 하려나?
:낡고 얇은 모포 몇 장. 케케묵은 냄새도 조금 납니다.
네오 샤프슈체 , 대충 쓸만한 것 같으니까 고대로 들고 예아에게 덮어주고, 이어서 난로를 확인합니다.
:기름을 넣어 불을 때는 구식 간이 난로. 기름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기름 남은거 없나?
네오 샤프슈체 , 혹시나 싶어 근처를 한번 돌아봅니다.
네오 샤프슈체:
:조금 둘러보니 남아있는 기름이 있네요!
네오 샤프슈체:(다행이다)
네오 샤프슈체 , 난로 안에 기름을 넣고 불을 땐 뒤, 예아를 난로 근처에 데려다 둡니다.
네오 샤프슈체:하여간, 지금이나 이때나...
네오 샤프슈체 , 괜히 투덜거리고선 식량을 확인합니다.
:봉지 라면과 동결 건조 수프, 하이라이스, 육포와 초콜릿바 조금이 남아있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좀 더럽긴 한데 괜찮지 않을까)
네오 샤프슈체 , 물은 남은거 없나 찾아봅니다. 없으면 눈이라도 녹여서 뭔가 해볼 생각입니다.
:선반에 무언가 더 없나...하며 둘러보면... 그래도 남아있는...얼어버린 물이 있긴합니다.
네오 샤프슈체:오.
:물을 끓이기전, 횃불에도 불을 붙이자 천천히 내부가 밝아옵니다.
:그리고 핵을 부숴도 되살아나는 변종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게 됐죠.
네오 샤프슈체:뭐 이런 일이 다 있담.
:핵을 쥐는 순간 신체 내부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었던 것으로 보아, 크리쳐 간의 무언가가 공명을 일으킨게 아닌가 싶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어쩐지 소름끼치는데.)
:마저 토해내서, 합체해야 돌아갈 수 있다거나?
네오 샤프슈체:(어우.)
:보글보글.
네오 샤프슈체:-?
김예아:......너는 누구야?
네오 샤프슈체:아, 일어났냐.
:눈을 뜬 예아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네오 샤프슈체:몸은 좀 어때?
김예아 ,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몸을 확인하듯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김예아:...아마도, 괜찮은 것 같은데.
네오 샤프슈체:그럼 다행이고.
김예아:근데... 너는 누구야?
네오 샤프슈체:음-
네오 샤프슈체 , 장난을 좀 쳐볼까 말까 고민합니다.
네오 샤프슈체:...그냥 지나가던 사람.
김예아:-?
네오 샤프슈체:뭐, 왜.
김예아:음- 아무래도... 아는게 좋지 않을까?
네오 샤프슈체:네오 샤프슈체. 편한대로 줄여 부르던 야라고 부르던 알아서 해.
김예아:네오. 그렇구나.
네오 샤프슈체:....-그으래.
김예아:음...그래.
:최강의 인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예아의 회복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김예아:해가 지면 곤란하니까, 출발하자,
:상황를 보던 예아는 먼저 앞장섭니다.
네오 샤프슈체:의외로 빠릿빠릿하네, 혼자 다니는 군인은 다르다 이거냐.
네오 샤프슈체 , 초콜릿 바 몇개를 챙겨서 주머니에 쿡 찔러넣어두고 따라붙습니다.
:예아의 입장에서 네오는 민간인이나 다름 없던 것인지 예아는 네오에게 잡으라는 듯 손을 건넵니다.
네오 샤프슈체 , 잠깐 꼬나봅니다.
네오 샤프슈체:혼자서도 알아서 잘 걸으니까 안 챙겨줘도 돼.
김예아:음- 그래.
김예아 , 그리 말하며 손을 거둡니다.
:동굴을 나서며 길을 걷다보면...
:눈보라와 온통 평평한 설원이라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김예아:아...이래서야 길을 제대로 찾을 수가...
네오 샤프슈체:(길... 이 어디더라)
네오 샤프슈체 , 조용히 기억을 되짚어봅니다.
:기억을 되짚어보아도 길이 어느쪽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네오 샤프슈체:(ㅋㅎ.. 하긴 4년전인데...)
김예아:이러니까 낙오되서 눈 밭에 쓰러지지...
네오 샤프슈체:확실히 여기선 길 잃을만 하긴 해.
김예아:죽었겠지?
네오 샤프슈체:의외로 엄청 추워서 냉동인간으로 보존되었을지도?
네오 샤프슈체 , 웃으면서 농담 던집니다.
김예아:뭐, 죽어도 별로 상관없지만... 파트너 때문이라도 잘 살아서 돌아가야지.
네오 샤프슈체:--파트너?
김예아:응, 파트너.
네오 샤프슈체:하긴, 낙오라 그랬으니까. 팀이든 뭐든 있었겠구나.
김예아:응. 고등학교때부터 알고지낸 후배였는데, 어쩌다보니 같이 AOC가 됐어.
네오 샤프슈체:그 사람은 가려던 대로 잘 갔으려나 모르겠네.
네오 샤프슈체 , 뭔가 더 말하려다가 맙니다.
네오 샤프슈체:...그으으래서, 어디 가서 뭐하려던 길?
김예아:Z시의 피난민을 보호하고 이송하라는 임무가 들어와서.
네오 샤프슈체:타이밍도 참.
김예아:그래서 일단- Z시로 다시 돌아가야해. 기억상으로는 거기에 작전 본부를 꾸리기로했거든.
네오 샤프슈체:나도 이 근처 길은 좀 가물가물한데.
:대화를 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눈에 파묻힌 나뭇가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부자연스럽게 꺾여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김예아:동료들인가뵈. 후발 부대를 위해 길을 표시할때 이런 식으로 하거든.
:죽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했을 줄 알았는데.
네오 샤프슈체:(보통 반가운 일이 아니겠지.)
김예아:맞아. 일단 다른 방법이 없으니 이걸 따라가는게 좋을 것 같아.
김예아 , 약간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표식을 따라갑니다.
네오 샤프슈체:o O (솔직하 나였어도 그럴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신호를 따라 걷다 보면 높은 절벽이 나옵니다.
네오 샤프슈체:아.
:길이랄 것이 없는 막다른 곳이네요.
네오 샤프슈체:아;
:절벽을 살펴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눈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남아잇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에반데.
:AOC! 최간의 인류 집단에겐 막다른 곳 조차 또 다른 길이 되는 법입니다. 절벽을 오르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죠.
네오 샤프슈체 , 한숨 푹 내쉽니다.
:버클을 열고 길게 늘인 후... 네오를 묶네요.
네오 샤프슈체:-
김예아:돌아서 가면 너무 시간이 오래걸려.
네오 샤프슈체:그렇긴 한데, 자신 없거든.
김예아:미친 짓 같지만 널 묶여서 매달고 올라갈 거야.
네오 샤프슈체:미친 짓 '같은'게 아니라 미친 짓 맞거든?
김예아:그럼 미친 짓하면 되겠네.
네오 샤프슈체:(미간!)
:아무리 말려도 강행할 것 같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이거 맞냐고)
:벨트를 다 장착하고 나면 예아와 네오는 무척 가깝게 밀착합니다. 예아의 등에 달라붙은 모양새가 새끼 원숭이 같기도 하고 새끼 거북이 같기도 하네요.
네오 샤프슈체:
:덜컹, 예아가 붙잡았던 크랙이 갈라집니다.
네오 샤프슈체:미친 짓 맞댔지.
:...들려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
:샌드위치가 된 채로 호흡을 가다듬으면 자연히 시야에는 하늘이 들어옵니다.
김예아:봐, 괜찮잖아.
네오 샤프슈체:퍽이나.
김예아:그래도 안떨어졌잖아. 그럼 됐지.
네오 샤프슈체:으휴.
:그리 말하며 천진하게 웃습니다. 당신이 익히 아는 그 웃음과달리 밝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신이 알던 예아네요.
:절벽 위도 눈투성이인 건 여전합니다.
:휘잉
네오 샤프슈체:불길한데...
:거센 눈보라가 밀려오고 시계가 하얗게 물듭니다.
네오 샤프슈체:(으 추워)
:흰 세상에 오점처럼 남은 것은 예아와 네오뿐.
네오 샤프슈체:-?
:아까부터 점차 멀어지더니 완전히 사라진 걸까요?
네오 샤프슈체:
=
네오 샤프슈체 , 스흡, 하고 숨을 들이킵니다.
네오 샤프슈체:하다못해 무기라도 있으면 뭐든 해보는데...
네오 샤프슈체 , 좀 위험하긴 하지만, 큰 소리로 예아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 걸어나갑니다.
:네오의 부름에도 대답이 없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아... 진짜 큰일났네)
:완벽히 조난 당했다. 라고 현실을 직시합니다.
김예아:괜찮아?
네오 샤프슈체 , 아주 잠깐 놀란 표정으로 보다가, 곧 평소대로의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네오 샤프슈체:어어, 다 죽었다.
:새하얀 눈 속에서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검고 긴 머리카락이 눈에 가득합니다.
네오 샤프슈체 , 괜스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서, 피식 웃습니다.
김예아:...미안. 급한 마음에 설명을 못해줬네.
네오 샤프슈체:시간이 더 걸릴텐데 괜찮겠어?
김예아:이정도는 잠깐 지나가는 정도야.
김예아 , 그리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근처의 커다란 나무 근처로 이동합니다.
:예아의 손에 이끌려 근처의 커다란 나무로 이동합니다.
네오 샤프슈체 , 조용히 기다리다가 숨을 한 번 크게 내쉽니다.
네오 샤프슈체:진짜 추워 죽겠네...
김예아 ,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슬쩍 자리를 옮겨 붙어 앉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 잠깐 쳐다봤다가.. 암 말 없이 있기로 합니다.
:화이트아웃이 끝난 후, 반대편을 내려다보면 저 멀리 도시가 보입니다.
김예아:가자. Z시 17번 게이트 근처에 작전 본부를 꾸리기로 했어.
네오 샤프슈체:예예-
:다행히도 절벽을 다시 내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외곽에서 17번 게이트로 향하는 길은 3갈래로 나뉩니다.
네오 샤프슈체:(하이고 마)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 학교를 가로지르는 길,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길.
네오 샤프슈체:(아 습)
네오 샤프슈체 , 잠깐 고민합니다. 확률은 3분의 1......
김예아:몰라도 괜찮아. 여차하면 도망치면 되니까.
네오 샤프슈체:그거 맞냐고.
:학교를 가로지르는 길에는 크리쳐가 있지만, 이리저리 몸을 숨길 구간이 많아 마주치지 않고 쉽게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당신이 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던 예아는 먼저 담벼락위로 올라가더니 네오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 그 손을 잡고 도움을 받아 올라갑니다.
네오 샤프슈체:10년도 더 전에 했던 짓이라 그런가 익숙하지가 않네.
김예아:학교 땡땡이 많이 쳤구나?
네오 샤프슈체:수준 안 맞는다고.
김예아:그러시구나-
:간단한 대화를 하며 교사 안으로 진입하면 몇 학년 몇 반인지 적혀있던 팻말은 형편없는 모양새로 바닥을 뒹굴고 있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무언가 들리는 것도 같았는데... 발소리때문에 제대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 멀리 AOC 작전 본부가 보입니다.
김예아:다 왔어. 이제 안전해.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네오 샤프슈체 ,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쉽니다.
:그렇게 믿는 예아의 눈동자는 의심 한 점 없이 반짝거리겠죠.
네오 샤프슈체:(진짜 내기했냐고)
:거리가 이렇게 먼데도 용케 알아본 사람들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옵니다.
김예아:아, 미안. 블리자드에 휩쓸려서.
:"그러니까, 조심하라했지! 은근히 덜렁거린단 말이지."
네오 샤프슈체 , 옆에 가만히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합니다. 어쩐지 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한데, 간단히 무시합니다.
:예아를 둘러싸고 웃고 환영하고 안도하는 사람들…….
김예아:아- 그러니까.
:예아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면 최강의 인류라는 녀석이 민간인에게 역으로 구조 당하다니,
네오 샤프슈체:(이쪽도 미래의 최강 인류지만.)
:멋쩍게 웃는 예아가 눈에 띕니다.
:그중 예아의 (그 시절)파트너로 추정되는 이가 예아의 양쪽 볼을 잡아당기며 화난 표정으로 잔소리를 하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김예아:잠시만, 잠시만. 시계초. 내가 길 잃고싶어서 잃은게 아니라-
:잠시 그렇게 옥신각신하고 있다보면 시계초는 준비하고 오라며 물러나 집합 장소로 이동합니다.
네오 샤프슈체 , 잠깐 고민합니다. 전투 할 수 있다고 하기엔-...역시 무리겠지?
:아무래도요.
네오 샤프슈체 , 쯧, 하고 혀를 한 번 차더니, 약간 툴툴 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네오 샤프슈체:괜히 또 눈에 파묻혀서 있지 말고 잘 다녀와.
김예아:눈에 파묻힐 일 없는 곳이니까 괜찮아.
:텐트는 두꺼운 천막을 사용했는지 바깥의 횡횡한 겨울바람도 제법 훌륭하게 차단합니다.
김예아: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우린 프로거든.
네오 샤프슈체:그렇다는 사람이.
네오 샤프슈체 , 괜히 중얼거리며 물 마시는 척, 머그컵으로 슬적 입 가립니다.
김예아:그 얘기는 그만- 블리자드는 나도 어쩔 수 없다고.
:그리고 쉴 틈도 없이 이별입니다.
:탄창을 채우고, 무기와 군복의 상태를 점검한 AOC 요원들이 하나, 둘 헬기에 탑승합니다.
:헬기가 큰바람을 몰고 사라지면,
네오 샤프슈체:(ㅋㅋ?)
:임시로 세운 본부는 여러 개의 텐트가 듬성듬성 배치된 형태입니다. 가장 안쪽의 텐트는 리더의 것인지 AOC의 마크가 커다랗게 찍혀 있습니다. 끄트머리에 헬기와 자동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고요.
네오 샤프슈체 , 자암~깐 정찰담당 눈치보다가 가장 안쪽의 텐트로 향합니다.
:AOC 마크가 크게 새겨진 텐트. 앞에선 정찰 담당 한 명이 지키고 있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어차피 다른 사람도 없는데 뭐 어떱니까,
:그렇게 말을 하더라도 딱히 들어가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그것과 이것은 별개라고 하네요.
네오 샤프슈체:솔직히 누가 몰래 들어간 흔적 남는 것 보단 그냥 같이 들어가서 구경 잠깐 시켜주고 오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 생각은 드는데,
:정찰 담당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럼 소란 피울 일만 하지 말라고 하며 자리를 비켜줍니다.
네오 샤프슈체:예예, 사고 안 칠테니까 걱정일랑 접어두쇼-
네오 샤프슈체 , 피식 웃으면서 당당하게 들어갑니다.
:안에 들어가면 별다른 건 없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 보고서를 뒤져봅니다. 뭐라고 쓰여있는지 좀 볼까나~
:생체형 크리쳐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네오 샤프슈체 , 몇번 더 뒤적거리면서 생체형 크리쳐의 정보는 치우고, 금속형 크리쳐에 대한 정보도 있나 살펴봅니다.
:금속형 크리쳐에 관한 정보는 당신이 알고있던것과 같습니다. 별다른 점은 없네요.
네오 샤프슈체:... 말 조심해야겠네, 잘못하면 과거 바꿔먹고 큰일날라.
네오 샤프슈체 , 보고서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메모를 확인합니다.
:몇 개의 단어가 보이지만, 필기체고 원체 휘갈긴 탓에 제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네오 샤프슈체:
:예아의 대체 인력, B, J, K……. 아무래도 예아의 실종으로 인한 부재를 채우기 위한 후보들의 이름이었던 모양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 잠깐 메모를 쳐다보다가, 지도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Z시의 지도입니다. 외곽에 AOC 작전 본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네오 샤프슈체:하필 장소가.
네오 샤프슈체 , 적당히 다 본 것 같으니 밖으로 나옵니다.
네오 샤프슈체 , 흘깃, 정찰담당을 쳐다보다가 입을 엽니다.
네오 샤프슈체:날도 추운데, 고생이 많네.
:약간 어이없는 눈을 하다가도 이제는 익숙하다고 대답합니다.
네오 샤프슈체:이렇게 남아서 정찰하는 것도?
:아무래도 그렇긴 하죠. 하는 대답을 합니다. 아직 최강의 인류가 된지 얼마 안되서 그렇다 하면서요.
네오 샤프슈체:(오, 신입이었구나?)
:지금으로서는...적응을 해야하니 아직 그런 생각은 안해봤다고 합니다.
네오 샤프슈체:(헤에.)
:일단 최종목표는 Z시 탈환이라고합니다. 물론 최종목표이니 만큼 현재로서는 어려울지도 모른단 거네요.
네오 샤프슈체:...
:외부인인지라 더 자세한 얘기는 해주지 않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어쩐지 익숙한 이유인데~)
네오 샤프슈체 , 농담하듯이 흘깁니다.
네오 샤프슈체:뭐, 하여튼.
:자신을 빼면 대부분은 1차 전투를 하러 갔다고 합니다.
네오 샤프슈체:1차, 라고 하는거면 2차 전투도 하겠네, 여차하면.
네오 샤프슈체 , 어쩐지 얄미운 눈웃음을 짓습니다.
네오 샤프슈체:나중에 또 보길 바래.
:신입은 그렇게 말하는 당신을 보며 의문과 어이없음을 표합니다.
네오 샤프슈체 , 왠지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헬기와 차량을 체크하러 갑니다.
네오 샤프슈체:헬기 조종도 좀 열심히 배워둘걸.
:네오에게도 익숙한 모델입니다. 헬기와 자동차 운전쯤이야 AOC 훈련 튜토리얼 항목인 걸요. 진작 때웠죠. 그리운 기분이 드네요.
네오 샤프슈체:
:헬기와 자동차는 모두 시동이 걸린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유사시에 언제든 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네오 샤프슈체:(습)
:AOC 작전 본부를 얼추 돌아봤을 때,
:그런 알량한 정부의 방송이 아니라,
네오 샤프슈체:?!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탐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여…기는 광장, 광……이다. 생체…… α가 출몰,」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이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예아의 안위가 이토록 불안하긴 처음입니다.
네오 샤프슈체:
:예아를 단박에 찾아냅니다.
:달리고, 달리고, 달립니다.
:3F 여성 의류,
:엉망진창으로 구르다시피 착지한 네오가 백화점의 문을 열면
:그 교활하고 자아를 잃은 결과물이 초승달처럼 가늘게 휘어집니다.
네오 샤프슈체 , 허, 하고 헛웃음을 흘립니다.
:문득 머릿속에 어떤 문장이 스칩니다.
네오?:예아! 살려줘!
네오 샤프슈체:(아니 저 미친게)
:또 다른 네오가 그곳에 있습니다.
:퍽!
:크리쳐가 쓰레기를 버리듯 예아를 내팽개치면, 텅 빈 동공을 가진 몸이 광장의 경계에 버려집니다.
네오 샤프슈체:
:아, 그래요. 예아는 낙오되어 설원을 헤매다 뒤늦게 작전 본부에 도착했죠.
:붉게 물든 방탄조끼,
김예아:더 휘말리기 전에... 도망쳐...
:예아의 죽음을 목전에 둔 네오, 이성 판정(1/1D5)
네오 샤프슈체:
=
:네오가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긴 이명이 들리고,
김예아:도망가.
:째깍,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네오가 이야기의 시작에서 파괴했던 바로 그것.
:네오의 손에는 크리쳐의 핵이 놓여 있습니다.
:빈 구멍은 딱 적당한 자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네오 샤프슈체 , 짧게 한숨을 내뱉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운명이란게 참... 뭘 이렇게까지 꼬이고 꼬인건지 모르겠다.
네오 샤프슈체 , 손에 들린 핵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적당한 자리'로 가져다댑니다.
네오 샤프슈체:이걸 네가 딱히 기억할 것 같진 않지만,
네오 샤프슈체 , 그렇게 중얼거리며, 핵을 꽂아넣습니다.
네오 샤프슈체:일어나. 네가 죽을 곳은 여기가 아니잖냐.
:텅 빈 자리에 핵을 쑤셔 넣으면, 심장의 잔해를 가르고 이 세계를 점령한 괴물의 중심이 뿌리를 내립니다.
:카운트다운처럼 순식간에 영점을 향해 달려가던 시간은,
김예아:......네오? 대체...무슨,
네오 샤프슈체:잠은 잘 잤냐?
네오 샤프슈체 , 농담하듯이 중얼거립니다.
:눈을 뜬 예아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모습입니다.
:찢어졌던 근육이 달라붙고,
:5
김예아:뭘 어떻게 한거야? 넌 왜 여기있고? ...네오?
:3
김예아:네오!!
:정신을 차리면 다시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으로 돌아옵니다.
:무엇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새로운 크리쳐의 핵이니까요.
김예아:네가 직접 만지자마자 가속하더니 폭파했어.
:예아의 속눈썹 끝에는 눈송이가 매달렸습니다.
:종내에는 당신을 구한…….
네오 샤프슈체:미안,
:목소리가 눈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목이 메었던건지 예아는 눈가를 찌푸리고 되묻습니다.
김예아:뭐라고?
:앙코르 요청입니다.
:「대피, 대피하십시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네오의 등 뒤를 지키고, 때 아닌 자장가를 부르면서까지도 말이죠.
:우리는 존재 자체로 세계를 위한 최강의 클리셰니까.
END 2. 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엑스 마키나
KPC 생환 / 탐사자 생환
보상: 이성 회복 1D6
네오 샤프슈체:
=
■■:시간은 정방향으로 흐르고 사건은 순리대로 이루어집니다.
■■:언젠가는 네오가 기억해주길 기다렸을지도 모릅니다만,
■■:세계를 구하는 것을 선택한 예아의 발은 마냥 가볍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예아와 네오는 새하얗게 얼은 바닥을 딛고 섭니다.
시작부터 과격하지만, 맞은 편에는 21마리의 크리쳐가 버티고 있습니다.
전투를 시작하기에 앞서 안부를 묻고 넘어갈까요.
어째 쉬는 날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것저것 보장해라-
(ㅋㅋ)
(ㅋㅋㅋ)
물론, 크리쳐의 비밀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전보다 더 극한으로 굴려지고 있지만요.
이제 전투가 시작되거든요!
기준치: | 90/45/18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피해: | 11 |
기준치: | 80/40/16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8 |
예아와 네오가 내내 해오던 일인 걸요. 최강의 인류, 최강의 크리쳐에게는 숨을 쉬는 것보다 쉬운 난이도 입니다.
우지끈. 와장창, 뚝, 그리고 쿠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금속들이 나무를 긁고 땅을 파헤치며 산산이 조각나 천지에 뿌려진 별이 됩니다.
고통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은 우는 대신 윤활유 따위는 흘리며 바닥을 더럽힐 뿐입니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별다른 바 없는 일상입니다.
어라?
생존 크리쳐가 과반수 미만으로 떨어져도 그것들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끼익, 끼익, 끼이이익
도망가면 안될 이유가... 저런 크리쳐들한테 있을리가 있나 싶긴 한데.
부서졌던 기계가 다시금 재생합니다.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두 사람 이성판정(0/1)
기준치: | 63/31/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9/29/11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토록 확실한 대전제가 무너지다니!
그 사이 크리쳐들이 진화한 건가요? 아니면 네오와 예아의 솜씨가 엉망진창으로 퇴화한 건가요?
...
이 자식들 우리 모르는 사이에 또 뭔 실험 한 거 아냐?
우리보고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어.
어쨌든, 분명 핵을 부셨는데... 왜 다시 살아났지?
이딴 회사.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핵을 확인하면...
매끄러운 원기둥과 원뿔, 구로 이루어진 금속형 크리쳐는 날카로운 가시를 표면에 두르고 있습니다. 수은처럼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하면서요.
불규칙하고 정형화된 모양새 사이, 핵은 분명히 새파랗게 빛나고 있습니다.
다시 부술건가요?
기준치: | 90/45/18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쾅! 폭탄이 터지는 듯 요란한 굉음과 함께 크리쳐가 나가떨어집니다. 부서진 파편 사이로...
-관찰력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계처럼 보이는 것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것은 정교한 부품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파괴하더라도 한 번에 박살 내긴 쉽지 않아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한번에 부수긴 어려워보인다.
기준치: | 99/49/19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건 되게 복잡하고 부품이 많잖아.
저것처럼 시계로 예를 들면 부품을 다 분리해버리면 원래 물건으로서 기능하지 못하니까.
저것도 같지 않을까?
핵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개체에 따라 월등히 빠른 예도 있으니 여유롭지는 않군요.
네오가 뛰어 핵을 가로채면, 뛰어온 길을 따라 발자국이 남고 흰 눈은 진흙이 섞여 온통 더러운 색으로 물듭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최강의 크리쳐! 네오가 핵을 박살 내는 순간!
긴 이명이 들리고,
째깍,
째깍,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째깍,
눈앞이 핑 돌며...
딸깍,
불 끈거 누구야?!
그와 동시에 네오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하능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심장은 여전히 정신없이 쿵쾅쿵쾅 날뛰고,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전부 멀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꽤 익숙한 광경이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아까 그곳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죠? 바람의 냄새가 전혀 다릅니다. 더 건조하고 차갑습니다.
이상함을 깨닫고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건강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속은 메슥거리고요. 추위가 얇은 옷매무새 사이로 스며들어서 오한과 소름이 오스스 돋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고프네요.
AOC의 요원이 된 후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치며 이런 감각에는 무척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심지어 최강의 크리쳐가 되어버린 후로는 더더욱이요.
-관찰력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야- 김예아-
어디갔냐-
매서운 바람소리만 귓가를 때립니다. 모자를 쓰는게 좋겠어요.
눈은 높이도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집니다. 그것들을 해치고 걷자니 유난히 사지가 무겁고 축축 늘어집니다.
바지와 운동화도 축축하게 젖어버려서 불편하고요.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가면......
얼어붙은 호수의 테두리에 닿습니다. 표면은 단단하게 얼어 물을 마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로질러 갈까요? 에둘러 돌아가는 것이 나을까요?
호수의 표면은 얼음 특유의 결이 생생합니다. 꽤 깊게 언 모양입니다.
그리고 네오는 얼음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봅니다.
상당히 앳된 얼굴이네요. 지금의 탐사자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콜록!
AOC의 군복을 입고 있는 예아는 대 크리쳐용 살상 무기를 쥔 채 눈 속에 파묻혀있습니다. 다행히 미약하나마 숨이 붙어 있군요.
아무리 흔들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체처럼 차갑습니다.
우선 몸을 데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숨)
낡은 스웨터와 패딩. 해진 운동화마저 어떤지 낯익습니다.
......4년 전으로 타임리프한 탐사자 이성 판정(0/1)부터 하고 시작합시다.
기준치: | 63/31/12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헐)
네오는 기억을 가다듬을 필요도 없이 이 다음의 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때 분명히, 예아를 이고 져서 그 동굴로 향했습니다. 추위를 피하고 불을 때고...
그렇게 간신히 예아를 살리고, 다른 AOC 요원들과 합류해서 Z시의 피난민을 보호, 이송했었습니다.
X시에 무사히 도착하며 처지던 안도의 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마 네오가 AOC에 입대하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였을 수도 있겠죠. (아니면 말고요.)
자, 네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당신은 AOC을 동경하던, 4년 전의 순진한 이가 아닙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몸은 네오가 구하지 않는다면 얼어붙은 설원에 버려진 채 시체가 되겠지요.
최강의 인류라는 명성이 애석하게도 무덤 하나 없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강의 크리쳐니 뭐니 하는 끔찍한 실험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너 살린거다 임마.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쳐도 되지 못한 신체는 연약하기 짝이 없군요.
들춰 맨 예아의 무게가 자꾸만 무릎을 꺾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으 죽겠다)
정신을 읽은 예아는 갈수록 무겁고 걸리적거리기만 합니다.
아, 그냥 버리고 가고싶다... 네오의 힘듦이 한계치를 다다랐을때,
커다란 동굴의 입구가 보입니다.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바닥이 좀 딱딱하겠지만 설원에 눕는 것 보단 훨씬 호사스럽겠죠.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어둑하고 서늘합니다.
벽에는 껴진 횃불이 걸려있고 짐승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높은 곳에 선반이 설치돼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낡고 더러운 양은 냄비도 하나 굴러다닙니다.
이거라도 어디야.
(라면 해먹어야지~)
난로를 켠 덕에 추위도 한결가십니다. 물론 몸이 으슬으슬 떨리긴 하지만……
배까지 채운다면 더 나아지겠죠. 얼어버린 물과 눈을 퍼와 냄비에 넣고,
라면을 넣고 끓입니다. 동굴에 라면 냄새가 자욱하게 퍼집니다(...)
일단 예아가 눈을 뜨기 전에 한 번 상황을 정리해보는 게 좋겠네요
당신은 분명히 숲에서 크리쳐와 마주했습니다.
핵의 부품을 흩어놓기 위해 손에 쥐는 순간-
요란한 초침소리와 함께 암전, 그다음은 4년 전의 어느날입니다.
그리고 네오가 토해낸 시계는... 크리쳐의 핵이겠죠.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늘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직 뱃속에?
타닥타닥.
깜빡깜빡.
눈보라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하고 얌전한 효과음이 동굴 안을 채웁니다.
잠깐. 무언가 이상한 의태어가 섞이지 않았나요?
깜빡깜빡?
그리고 그 순간 네오는 여러 가지 의문중 하나의 답을 얻습니다.
예아는 4년 전의 사람이 분명합니다. 전혀 모르는 눈으로, 낯설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바라보듯이 있으니까요.
이름도 알려달라고?
둘다 조난 당한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한동안 같이 행동해야할 것 같아서.
나는...그냥 예아라고 불러.
아, 라면 끓이고 있었는데 좀 먹을래?
꽁꽁 얼어서 괴사를 걱정해야 했던 피부는 금세 핏기가 돌고 뻣뻣하던 손끝은 부드럽게 짐을 움켜쥡니다.
허기를 대충 해걸하자마자 예아는 동굴 가에 섭니다.
바깥을 살피면 인기척은 들리지 않고, 블리자드는 지나갔지만 바람은 여전히 흉흉해서, 눈이 내리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인 수준입니다.
나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냐?
물론 이동중에 블리자드에 휩쓸려서 조난당했지만...
기준치: | 75/37/15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사람의 손이 닿을 법한 위치의 나뭇 가지들이 왼쪽으로 꺾여있습니다.
검은 작대기가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예아는 무척 반가운 눈치입니다.
서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될 것 같아.
멀리 떨어진 건 아니라 다행이네.
동료들이 믿고 기다리고 있다는 건 예아에게 꽤 반가운 일이겠죠.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서 다행이네, 더 헤매게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돌아가면 또 내 생사를 가지고 내기나 하고있겠지...
선발 부대가 어떤 길을 가로질러 갔는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잇습니다.
(장비라도 있으면 몰라...)
하지만 문제라면...
네오는 연약한 민간인이 되어버렸단 거예요.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쳐도 아닌걸요.
예아는 익숙하게 품에서 벨트를 꺼냅니다.
?
우리 그냥 돌아서 갈 방법을 찾는게 낫지 않겠냐.
이 시절의 예아는 최강의 인류지만 최강의 크리처는 아닙니다. 괜찮을까요?
최강의 인류이자 최강의 크리처였던 네오에겐 낯선 자세입니다.
네오를 짐짝처럼 매단 예아는 거침없이 절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크랙에 손가락을 걸고 훌쩍 뛰어오르는가 하면, 책의 펼쳐진 면처럼 매끈한 코너를 온전히 팔 힘으로 딛고 기어오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대로 아래로 미끄러질뻔 하였으나, 이내 금방 자세를 잡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절벽을 오릅니다.
칼날 같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집고, 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드디어 정상입니다.
평평한 땅에 몸을 올린 예아가 네오를 풀어주지도 않고 드러눕습니다.
회색 하늘, 흰색 눈송이. 4년 전이고 4년 후이고 조금도 다르지 않은 풍경.
그때 보았던 하늘이 정말로 이랬던가. 조금쯤 그리운 느낌이 듭니다. 그래요,
분명히 그랬던 때가 있었어요. 우연히 AOC 요원이던 예아를 구하고, 단둘이 한겨울을 걷던 때가.
숨을 가다듬던 예아가 당신을 풀어주며 말합니다.
아까 미끄러졌으면 어쩔 뻔 했어?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이 빠질 정도로 켜켜이 쌓인 눈은 차고 단단합니다.
나뭇가지는 여전히 한 방향으로 꺾여있습니다.
그 간격을 따라 걸으면,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붑니다.
건조한 눈 냄새가 납니다.
술렁거리는 공기는 꼭 짐승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순백 일색이라 원근감이 사라집니다.
주위로 두르고 섰던 나무들이 갑자기 창살처럼 탐사자의 주위를 둘러쌌다가, 손을 뻗으면 또 저 멀리 사라져버려 허공만 움켜쥡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여름의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공간.
...
눈을 깜빡이면 예아가 보이지 않습니다
네오를 놓치고 홀로 나아가거나,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눈보라를 가르며 나아가고 나아가도 보이는 이가 없습니다.
이 설원에 다시금 혼자 버려진 겁니다.
Z시의 안전지대까지는 크리쳐가 득시글할 텐데……
예아없이, 당신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요? 이성 판정(0/1D3)
기준치: | 63/31/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
2
2
목소리마저 먹히는 대자연의 백색은 이토록 깨끗하고 순수합니다.
그 순간-
언제, 어느 때고 당신의 곁에 섰던 사람.
폭주와 죽음 후 깨어날 때마다 자리를 지키던 파트너.
당신이 그의 소생을 지켜보듯 그 또한 당신의 소생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다시 만났던 그 얼굴입니다.
비록 4년 전이라 조금 앳되지만요…….
화이트아웃이야.
안개가 가라앉으면 괜찮을거야.
아까처럼 흩어질 수도 있으니까 일단 이상태로 잠깐 화이트아웃이 지나갈 때까지 있어야 할 것 같아.
여차할때 안 흩어지게 조치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로프라던가, 물품중에 쓸만한 거 있을 거 아냐.
새하얀 시야를 앞에 두고 유일하게 새까만 나무.
빛이 들지 않아 거무죽죽한 뿌리 근처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영하의 날씨에 새삼스레 체온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대로 흰 시련이 지나가길 기다려야겠네요.
네오가 나고 자란 Z시입니다.
크리처에게 쫓겨 이만큼이나 멀리 떨어졌던거네요. 새삼스럽게 그 거리가 실감이 납니다.
나뭇가지를 꺾은 흔적은 더 보이지않습니다. 목적지가 이토록 선명하기 때문이겠죠.
완만한 비탈길이 나타났거든요.
두 사람이 부지런히 걸으면 곧 Z시 외곽에 도착합니다.
높이 쌓았던 바리게이트는 무너지고, 뼈대를 드러낸 건물의 잔해 사이로는 크리쳐가 돌아다닙니다.
예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일지도 모르겠어요.
탄환이 모자랄 수도 있고, 민간인인 네오를 달고 무리할 수는 없으니 조심해야 할 텐데요.
예아는 Z시에서 나고 자란 네오에게 어느 길이 제일 안전할지 묻습니다.
(기억 안나는데)
... 학교 쪽으로 가자.
크리쳐가 득시글거리는 정문 대신 구교사의 담벼락을 넘어야 합니다.
기준치: | 25/12/5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습)
(물론 이런 담벼락 말고 다른건 많이 넘어 다니고 있지만.)
그럴 수 있지.
시간 아깝잖아.
조용한 가운데, 두 사람의 발소리만 저벅저벅 울립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교실을 지나쳐 두 사람은 무사히 학교를 빠져나와 AOC 작전 본부에 도착합니다. 다행히 크리쳐를 정면으로 마주하지는 않았네요.
몇 개의 텐트와 바쁘게 오가며 무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들은 모두 AOC 앰블럼을 달고 있습니다.
예아는 그들을 발견하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이 정의에 오점은 없습니다.
좀 염세적인 타입이라도, 4년 전의 예아보단 분명히 신뢰하고 있을 겁니다.
"예아!"
"살아있었구나!"
"그럴 줄 알았어! 거봐, 내가 예아라면 살아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시계초! 니 파트너 살아 돌아왔어!"
네오가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섞여 있습니다.
누군가는 정말로 예아의 생환을 두고 내기를 했는지 동전을 던지고 받기도 합니다.
그것을 보고 예아는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짓습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분명 같이 있다고 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시계초가 니 걱정 엄청 했어."
그 사이에서 네오는 오롯한 외부인입니다.
한참 복귀를 반기던 사람들이 진정하면, 그제야 누군가
“생존자가 남아있었어?”
네오의 존재에 의문을 품습니다.
AOC의 수치라는 놀림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지.”
“Z시의 생존자는 이미 진작 차량에 탑승, X시로 이송했어.”
“지금 남은 인원은 전투에 투입될 소수 정예뿐이라……”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곤란한 얼굴로 턱을 굅니다.
네오를 배제하고 몇 마디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대화를 마치고 흩어집니다.
"그래서 내가 로프라도 달자고 했지!"
예아는 그제서야 네오에게 다가와, 본부를 경비하기 위해 소수 인원이 남아있을 테니, 이곳에서 기다리라며 가까운 텐트에 데려다줍니다.
전투가 끝나면 X시에 가자면서요.
내부에는 의자와 침낭, 몇 가지 식량과 조리 도구 등이 있습니다.
가운데 놓인 이동식 난로에서는 훈훈한 김이 피어올라 퍽 따뜻합니다.
위에 올라간 주전자가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끓어오릅니다.
담요를 덮어주고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건네주며 예아는 말합니다.
금방 다시 올게.
그럼.
저 밖에서 예아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투두두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돌아갑니다.
귀를 때리는 굉음이지만 익숙해서 안정감이 들 지경이네요.
마지막으로 헬기에 타던 예아는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눈보라가 약해져서 천만다행이에요.
지구의 유일한 희망을 태운 헬기는 금세 하늘 위로 비상해선 저 멀리 온점보다 작은 구멍이 됩니다.
AOC 작전 본부에는 네오를 비롯해 1명 남짓의 정찰 담당만 남았습니다.
+정찰 담당도 조사포인트
리더의 공간이자 회의실로 사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외부인인 네오에겐 접근을 불허합니다.
내가 사람도 한 명 구해서 같이 왔는데 살짝 구경하는 정도도 안되나?
뭐, 싫으시다면야.
기준치: | 55/27/11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들어갈 수 있겠네요.
네오가 맡겨진 텐트의 내부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회의 시에 사용한 건지 화이트보드에는 지도와 몇 장의 보고서, 휘갈긴 메모가 남아있습니다.
4년 전 정보이니 네오가 아는 것보다 낙후되었습니다.
생체형 크리쳐의 발생 원인이 인간의 시체를 섭취한 거로 예상된다거나, A시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거나……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정보들을 곧이곧대로 믿던 때가 있었죠.
이젠 다 지나간이야기지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돌이켜보면 되게 순진했구만.
기준치: | 90/45/18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광장, 병원, 백화점에 각각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1차 전투 예상 지역일까요?
..뭐, 하긴...
싸우러 나가는 것 보다야 안전하니까 이게 더 좋으려나.
다른 사람들 처럼 최전방에서 싸우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어?
솔직히 멋있잖냐. 위험하긴 해도.
그래도 뭔가 느낀 건 있을거 아냐. 어쨌건 팀으로 온거니까 회의도 같이 했을거고.
그나저나, 무슨 전투를 하길래 백화점이니, 병원이니, 그런 곳이 찍혀있는 거래니.
거기 민간인 대피 구역일텐데, 생존자는 구출 했다면서.
탈환 실패하면 터트리고 그러려나~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알아?
...아무튼, 고생 더 열심히 하고,
기준치: | 75/37/15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몇 번 안해보긴 했는데.
지직, 직.
지지지…… 지직…….
지나가는 요원의 주머니에서부터 거친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무전기의 신호입니다. 사람이 없는 텐트 사이로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403……니다. 안심…시오, 국민…….」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5월이라니, 봄 같은 건 기억나지 않아요.
메이데이, 그런 구조신호가 존재한단 사실조차, 어쩌면 발음조차 생소합니다.
그야 당연하죠. 당신과 예아는 언제나 인류 최강이었는 걸요.
바짝 마른 코끝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그곳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본능이 치밉니다.
안온한 본부 한복판에 안주했다간 예아가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하다. 예아는 분명히 살아 돌아올 텐데.
4년 후를 살다 온 네오가 그 증거일 텐데도.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흰 눈보라 너머로 저 멀리 도시의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땅거미가 잠식한 풍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지원 요…… 아악!」
비명과 함께 무전이 끊깁니다. 고요하던 AOC 작전 본부는 금세 들썩거립니다.
문득 네오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안한가요?
“예아에게 가야 해.”라고,
어떤 사명감을 느꼈는지도 몰라요.
...
단 한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Z시의 광장.
창 아래로 펼쳐진 설원은 눈이 시리도록 희디흽니다.
네오가 떠난 지 오래된 동네지만 지도의 구조는 이미 머릿속에 저장됐습니다.
능숙하게 광장으로 핸들을 당깁니다. 광장 근처 건물, 백화점의 옥상에는 헬기주차장이 있습니다.
거대한 프로펠러가 멈추는 진동이 온몸을 울립니다.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식는 것 같습니다. 저 아래 점처럼 보이는 사람 중……
기준치: | 75/37/15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똑같은 AOC 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주위에 무수히 쓰러진 가운데, 예아는 몇 명과 함께 제법 잘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있던 여유로운 표정은 볼 수 없습니다.
맞은편에 선 생체형 크리쳐는 이리저리 형체를 바꾸며 몇 번이고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합니다.
예아의 생존을 확인해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옥상을 벗어나 8F 가전제품,
7F 인테리어,
6F 스포츠웨어,
5F 유아동 의류,
4F 남성 의류,
2F 패션 잡화,
1F 화장품과 향수 코너까지.
엘리베이터조차 작동하지 않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옵니다.
쿵!!!
네오가 착지한 대리석 바닥에 길게 기스가 나고, 끼이익,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신발 자국이 남습니다.
바로 앞의 광장이 펼쳐집니다. 불길한 피 냄새와 지독한 악취가 피어오르는 전투의 현장.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건……
「그륵, 그르륵…….」
‘그어그어’하고 우는, 클리셰 SF 세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리쳐의 눈동자.
짐승처럼 가느다란 동공은 어느 생명체를 합성한 흔적일까요?
분명 본 기억은 없지만, 어째서인지 기억하고있습니다.
〈생존자의 진술을 대조해본 결과, Z시에 출현한 생체형 크리쳐 α는 한 번 본 상대의 외형을 복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 각별히 주의 요망.〉
눈을 깜빡이면.
탄환의 장전을 위해 잠시 시선을 뗐던 예아가 고개를 들면 무척 놀란 얼굴입니다.
AOC의 규칙, 첫 번째. 크리쳐를 보는 순간 망설이지 말고 쏴 갈길 것.
그러나 자신을 구한, 자신이 구한 네오입니다.
예아는 한순간 머뭇거렸고……
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네오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 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예아의 배가 꿰뚫립니다.
아니, 배가 맞나? 어쩐지 조금 더,
위인 것 같은…….
광장은 또 한 번 피바다를 이룹니다.
상처 부위에선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피가 샘솟습니다.
고작 몇 발자국만 다가가면 예아에게 닿을 거리입니다.
최강의 인류라기엔 형편없는 꼴.
기준치: | 85/42/17 |
굴림: | 7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회의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어요.
상급 크리쳐의 특수 능력을 몰랐을 겁니다.
그러나 생각은 언제나 한 박자 늦습니다.
당신이 예아에게 다가가면, 최강의 인류지만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이가 색색, 밭은 숨을 몰아쉽니다.
가물거리는 시선,
멈추지 않는 피는 바닥마저 같은 색으로 적십니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그는 최강의 크리쳐가 아니에요. 이대로 죽으면 되살아나지 못할 겁니다.
전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예아는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기준치: | 61/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5
(
)
5
5
그는 천천히 팔을 뻗어 네오의 손을 붙잡습니다.
공교롭게도 예아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더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손은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최강의 인류! 예아의 핵이 박살 난 순간!
째깍,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째깍,
단말마 같은 당부와 함께,
째깍,
눈 앞이 핑 돌며...
딸깍
불 끈 거 누구야?
그와 동시에 네오는 눈을 뜹니다.
믿기지 않게도 울음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건 눈물이 아니라…… 시계입니다.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복잡다단한 태엽들.
크리쳐의 핵.
시간을 되돌려 산산이 조각 난 크리쳐의 살점과 부품을 몽땅 끌어모을 정도로 강력한 재생력을 지닌 핵.
사지가 멀쩡한 예아의 신체를 수복하고 되살리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겁니다.
자, 봐요. 당신의 발치에 엎드러진 목숨을.
죽어가고 있으나 아직 삶을 연명하고 있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핵을 꽂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예아는 살아날 겁니다.
죽지 않은 신체를 얻어, 저편의 괴물을 물리치고 동료들을 구해내겠죠,
모두 입 모아 그를 칭송하길,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이 정의에 오점은 없습니다.
예아의 소생은 C.V 실험의 완성을 이루는 열쇠가 되는 장면. 그야말로 클라이막스입니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당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창조할, 유일한 연출가예요.
주연은 오직 예아와 네오, 두 사람입니다.
자, 어서 선택을!
미안하게 됐다.
그래도 죽는 것 보다야, 사는 게 낫지 않겠냐.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익숙한 시계의 바늘 소리가 들립니다.
째깍,
째깍,
깜빡,
잠깐. 무언가 이상한 의태어가 섞이지 않았나요?
깜빡?
... 그냥 좀 지나가다가, 위험해 보이길래 왔는데.
그리고 그 순간, 네오는 하나의 확신을 얻습니다. 예아는……
아니, 우리의 존재는.
인류의 멸망을 저지할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 장치의 신)라고.
기계로 구성된 심장이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예아는 급속도로 회복합니다.
터졌던 내장이 복구되고,
구멍이 난 피부는 아물기 시작합니다.
핵은 흔적조차 사라져,
온전히 그의 심장이 되고 눈에 보이는 증거라곤 무엇 하나 남지 않았는데도……
카운트다운은 왜 끊이지 않죠?
긴 이명이 들리고,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4
마지막 목소리가 멀어지고,
2
눈앞이 핑 돌며...
1.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네오는 새하얗게 얼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예아가 놀란 얼굴로 당신을 살핍니다.
끝이라기엔 허무하게도,
주위에는 52개의 부품이 흩어져 있습니다.
너도 폭발에 휘말리더니,
한동안 소생이 늦어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걱정일지도 모릅니다.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당신이 살리고,
당신이 만들어 낸.
당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간신히 돌아온 원래의 궤도에서, 당신은 어떤 대사를 뱉나요?
좀 졸렸나봐.
다시 대답하건, 하지 않건 엔딩은 다가옵니다.
검은 가지에서 흰 눈이 우르르 떨어집니다.
커튼보다 두껍고, 오래도록 거둬지지 않을 종류의 막이 내립니다.
가까운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101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전지대의 최전방이 무너졌습니다.
새로운 크리쳐의 등장입니다.
방공호로 대피하십시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새로운 크리쳐를 물리치기 위해선 핵을 파괴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됩니다.
그 핵이 가속할 수 있도록 같은 알파의 접촉이 필요합니다.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니, AOC에 희생당한 실험체들만이 할 수 있는……
물론, 당신의 파트너는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크리쳐는 진화하고, 외계의 위험은 끊임없습니다.
인류는 결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고,
해치고, 분열하죠.
상황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괜찮습니다.
함께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어요.
세계는 아마, 우리를 이렇게 부를 거예요.
rolling 1d6
(
)
4
4
네오의 선택으로 예아는 핵을 이식받아 부활,
4년 전의 사건에서 몇 번이고 죽고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며 첫 생체형 크리쳐 α를 물리쳤습니다.
몇번이고 죽은 신체에서는 피 냄새가 진동하고, 그렇게 길지 않은 머리카락은 그보다 더 짧게 잘려나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떻게 자신을 다시 살렸는지 모르지만,
다시 4년전의 의식으로 돌아온 네오는, 당연하겠지만 그때의 기억을 하지 못했기에 예아는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살아남은 동료들의 증언과 CCTV의 확보 신체검사의 수치 이상으로 첫 번째 C.V 프로젝트의 대상자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모든 기억은 말소되었으니...... 다 지난 일이 되어버렸네요.
크리쳐는 진화합니다.
세계를 구하러 갈까요?
아니면 이대로 영영 도망칠까요?
자신을 크리쳐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증오밖에 남지 않은 AOC가 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영웅의 길로 나아갑니다.
탐사자, 네오는 그런 예아의 곁을 지켜주었나요?
아니면 죽은줄만 알았던 그에게 독이 든 와인을 대접해주었나요?
그것도 아니면 자신을 두고 떠난 예아를 향한 분노라는 감정 하나만을 가지고 그를 따라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나요?
그는 변함없이 당신의 파트너니까요.
아, 이제는 탐사자가 아니죠. 잘못 말했네요.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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